내가 한반도라는 제한된 영역을 벗어나 처음으로 막연하게나마 그리움을 가졌던 나라의 시작은 그리스였다.
올림프스산에 사는 신들의 무수한 이야기와 드넓은 평원과 바위산마다 들어선 새하얀 대리석 신전들이며, 그곳에서 펼쳐지던 숱한 영웅들의 이야기는 항상 내가슴을 마구마구 쿵쾅거리게 만들기에 너무도 충분했다. (그리스 신화)와 (풀르타크 영웅전)은 매일 밤마다 나를 쉽게 잠들지 못하며 뒤척이게 만들었다.
그 다음으로 내 가슴을 설레게 만든 나라가 바로 터키였다.
아시아와 유럽이 만나는 두 대륙의 분기점에서 펼쳐지는 흥미진진한 파노라마 같은 무수한 이야기들이 나를 매료시켰다. 실크로드의 최종 기착지라는 사실도 나를 매혹시키기에 충분히 작용했다. (세계사)와 (세계 미술사)는 거의 나를 홀릭 상태에 이르게 만들어버렸다.
내가 자라서 청년이 되던 시기에, 해외여행이라는 것이 아주 특별한 사람들에게만 허용되던 그 시절에...... 나는 실제로 터키로 가는 여행계획을 세워보고 꿈을 꾸고는 했다. 그때부터, 아니 훨씬 그 이전부터 터키는 나에게 영원한 로망이었던 것이다.
터키라는 나라를 처음 대하게 된 것은 아마도 내가 국민학교(초등학교) 4학년때 쯤이지 싶다.
책읽기를 무척이나 좋아했던 나에게 가장 흥미진지하게 다가오는 책은 당연히 영웅전과 위인전이었다. 이런것들이 발판이 되어서 역사(국사)와 세계사에 심취하게 되었으며, 이런 역사에의 관심은 그 다음으로 동서양의 미술사와 기독교 역사와 이슬람 역사에 까지 지대한 관심을 가지게 만들었다.
역사(국사. 세계사)는 이제껏 나의 인생 전체를 통털어서 내가 가장 관심을 가지고 가장 사랑하는 분야가 된것이다.
국민학교 4학년인 내가 펼쳐든 위인전에는 처음으로 (터키)(오스만제국) 이라는 나라이름이 적혀있었다. 그리고 그 책에는 터키의 독립을 위해 싸운 한 영웅의 이야기가 등장하고 있었다. 그의 이름은 (케말 파샤)였다. 당시 kbs 흑백 텔레비젼에서 (북간도)라는 항일독립투사의 이야기가 방송되던 시기(1971년)였다. 텔레비젼의 독립군 이야기와 맞물려 책속에서 펼쳐지는 터키독립군 총사령관 (케말 파샤)의 영웅적 무용담은 어린 나를 넋이 달아날만큼 빠져들게 하기에 너무도 충분했다.
1차세계대전에서 영국과 프랑스 연합군은 수십만의 군대를 이끌고 터키(오스만제국)을 침략했다. 케말파샤는 턱없이 부족한 군대를 이끌고 그들에게 항전했다. 터키를 침공한 연합군의 총사령관은 바로 윈스턴 처칠이었다. 이스탄불의 방어벽을 향해 진군해 오는 7만의 상륙부대 앞에 터키의 운명은 그야말로 풍전등화였다. 그때 방어군 총사령관 케말파샤가 총탄이 날아오는 성벽에 올라서서 외쳤다.
'단 한 걸음도 물러서지 마라! …진격을 바라지 않는다. 그 자리를 지키다 죽어라! 전우들을 위해 싸우다 죽어 다오!'
케말파샤는 승리했고 윈스턴 처칠은 퇴각했다.
그러나 그후 오래지 않아 터키(오스만)는 결국 연합군에게 항복했다. 그는 전쟁에 진 패전국의 장군이었다.
그런데 몇년이 지나 참으로 이상한 일이 벌어졌다.
중고등학교 세계사 시간에 터키와 오스만을 다루는 시간이 있었는데, 참으로 이상하게도 그네들의 역사 어디에도 (케말파샤)가 등장하지 않는 것이었다. 대신 (케말 아타튀르크)라는 새로운 영웅이 등장해 온통 터키역사의 대부분을 차지해 버리는 것이었다. 정말 이해할수 없는 이상한 일이었다. 내가 아는 터키에는 분명 (케말파샤)라는 영웅이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등장한 (케말 아타튀르크)는 도대체 누구란 말인가? (장군의 아들) 처럼 그의 아버지인가? 할아버지인가? 나는 분명 (케말 파샤)는 알고 있었지만 (케말 아타튀르크)는 누구인지 알 수 없었다.
그럼, 지금에 터키 여행을 해본 사람치고 (케말 아타튀르크)가 누구인지 모르는 사람은 아마도 거의 없을 것이다. 터키 국제 공항의 이름도 (아타튀르크)요 각지역의 도심 도로 이름에도 아타튀르크가, 또 사방으로 둘러보면 어디에도 많이 있으니까 말이다. 그런데 그들에게 (케말 파샤)를 아느냐고 물어보면 대부분이 아니라 거의 모두가 모른다고 고개를 절래절래 흔들어댄다.
ㅎㅎ
결론은...... (케말 파샤)가 곧 (케말 아타튀르크) 였다.
(아타튀르크) 라는 터키어의 뜻은 (아버지) 라는 의미이다.
터키의 구국영웅이자 민족의 영웅인 케말 파샤를 국부(國父)의 반열에 올려 놓고 추앙하며 부르는 이름이 바로 (케말 아타튀르크)이다.
(케말 아타튀르크) 라는 이름이 상징하는 것은 곧 (터키라는 국가 자신)이다. (케말 아타튀르크)의 이름을 놓고 험담하는 것은 곧 터키의 국기를 땅바닦에 던져놓고 짖밟는 행위와 다를바가 없다고 그들은 받아들인다.
이런 극한의 칭송과 존경을 받는 (케말 파샤)는 하늘나라에서 얼마나 흐믓한 표정일까?
이런 무한 공경의 대상을 간직한 터키인들은 정녕 얼마나 가슴 뿌듯하고 자랑스럽고 행복할까?
왜냐면, 우리(한국인)는 그 같은 고귀한 인물을 만나지도 간직하지도 못하고 있으니까 말이다. 민족 모두의 사랑을 한 몸에 받을 수 있는 인물이 앞으로도 영원히 없을것이라고 단정짖는 내 마음도 아프지만, 우리 한민족 스스로도 한없이 가엽은 존재가 아니겠는가?
한반도 땅에서 모든 대중의 사랑을 한 몸 가득 받을 수 있는 인물이 나오기는 아마도, 오천년이 더 흐른다 하여도 절대 불가능 할 것이다.
왜?
한민족의 혈통엔 절대 그런것을 용납할 수 없는 유전인자가 존재하니까.......... (어디까지나 나만의 고정된 관념임.). 매일 TV에서 보니까.
11시간을 조금 넘기는 비행시간만에 마침내 이스탄불 아타튀르크 공항에 도착했다.
날이 저물고 있는 시간이었다.
이번 여행에서도 무거운 배낭을 둘러메고 있는 나에게 여행 사전에 준비되어 있는 것은 달랑 이곳 이스탄불과 인천의 왕복항공권 2장이 전부였다. 이미 한장은 사용했으니 이제 달랑 귀국행 항공권 한장이 남은 전부였다.
한국의 저녁 기온과 별반 달라보이지 않는 더위가 채 가시지 않은 초가을의 이스탄불 하늘을 한번 올려다보고는 크게 숨을 들이쉬어본다.
'그럼 이제부터 무엇을 한다?"
국제선 청사 입구에서 하늘을 올려다보던 나는 서둘러 뛰다시피 발걸음을 국내선 청사로 옮겼다. 아직도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있는 것이 있기 때문이었다. 이 먼곳 이국의 타지까지 오면서 첫날 하루 임시로 묵을 숙소의 바우처 한장 손에 들지 못하고 있는 이유가 또한 바로 이것 때문이었다.
인천을 떠나면서까지 나의 분명한 목적지는 분명 조지아와 아르메니아 였다. 물론 그 이전에 가고 싶은 목지지는 있었으나, 그것은 여러가지 현실적 문제와 맞딱뜨려 거의 불가능 해 보이기에 포기하기로 하고 차선책으로 선택한 조지아와 아르메니아 여행이었다.
나의 여행에서 수정은 항상 가능했다. 또 그런 가능성을 항상 허락하는 것이 바로 완전자유배낭여행의 매력이니까 말이다.
평소 내 수첩에는 앞으로 가고싶은곳 대여섯군데의 계획과 스케줄이 항상 준비되어 있다.
또 지금처럼 일단 이스탄불에 도착했다면, 여기 이스탄불에서 시작할 수 있는 스케줄 또한 세개 정도는 미리 준비가 되어있다.
이번 여행이 아내 챠밍과 동행한 여행이었다면 일단 이스탄불에서 이틀 정도 묶었다가, 셀축. 예페소. 보드룸. 코스섬. 산토리니.안틸랴. 카파토키아. 정도의 여행 스케줄이 진행되었으리라.
그러나 혼자 온 여행이었으며 영원한 로망이었던 터키에 마침내 왔으니만큼 달려가고 싶은 곳은 바로 터키의 남동부였다. 산르우르파로 먼저 이동을 해서 아브라함의 고향 하란을 보고, 곧 수몰되어질 하산케이프를 보고 싶었다. 말라트야에서 넴룻산을 트래킹하고 디아르바크르와 마르딘의 언덕에서 멀리 메소포타미아 평원을 내려다 보며 쉬고 싶었다. 신의 축복을 받은 살기좋은 도시 반도 보고 싶었다.
그러나 터키는 지금 전쟁중이었고, 산르우르파는 바로 그 전쟁의 진원지인 IS의 중요거점 시리아 국경과 불과 20km 거리에 있었다. 그 지역은 이미 여행절대금지구역으로 경보가 발령되어 있었다.
그래도 나는 아직 포기하지 못하고 있었다.
국내선 청사로 달려간 나는 여러 항공사의 부스를 쫓아다니며 외쳤다.
'산르우르파로 오늘밤 가는 항공권을 구할 수 있을까요? 어디를 경유해도 좋아요........ 없어요?'
'그럼 마르딘이라도 좋아요. 오늘밤이 아니면 내일 새벽이라도요......... 없어요?'
어디에도 날 기다리고 있는 항공권은 없었다. 이틀 뒤에나 가능하다는 답변은 있었다.
허탈했다.
어떤 예견된 운명처럼 이번 여행에서 터키 남동부로 가는 길은 하늘이 나에게 허락치 않은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때까지도 산느우르파를 접어서 아쉽다는 생각 뿐, 이것이 어떤 불행의 전조라는 생각은 꿈에도 해보지 못했다.
화장실을 다녀와 대합실에 앉아서 마음을 좀 다스리기로 했다. 캔맥주 하나를 샀는데 이스탄불공항 캔맥주 값이 디럽게 비싸다.
'니미럴.........'
그렇게 한참을 앉아서 쉬었다.
그런데 그게 참 희안하지?
집 떠나면 그곳이 서울이건 부산이건 쿠알라룸프건 여기 이스탄불이건 그냥 다 똑같고 한없이 편안해 진다. 그냥 가고 싶어지면 일서나서 가고, 쉬고 싶어지면 아무데서나 주저앉아 쉰다. 맛있어 보이는 것이 있으면 일단 사 먹어 보고. 그냥 되는 대로........ 걱정 無.
'그래..... 하늘이 기어코 코카서스로 가라하면 가면 될꺼 아냐? 어디를 먼저 갈까? 트빌리시? 예레반? 아냐 아냐. 비행시간이 늦게 있는 걸로 가자. 지금 출발했다 자정 전후로 도착하면 심야에 숙소 구하러 다니기도 번거롭고...... 새벽이나 아침에 도착하면 하루 숙박비도 절약하고 곧바로 새벽투어 들어가면 되지 뭐. 나중가는 비행기표를 산다. 무조건........'
그렇게 작정하고 어슬렁어슬렁 걸어서 페가서스 항공사 부스로 갔다.
'조지아 트빌리시나 아르메니아 예레반으로 가는 항공 스케줄을 알고 싶은데요?' 아가씨에게 정중하게 부탁을 했는데......
'노. 노. 노. 휘니시트'
뭐라고? 휘..... 휘..... 휘니시트라고?
허겁지겁 아틀라스항공 터키항공을 죄다 쑤시고 다니는데 어디든지 다 똑같은 대답이었다.
헐.
미처 상상도 해보지 못한 상황 직면.
홧김에 불지른다고 성질 같아선 심야버스로 일단 트라브존으로 가서 조지아 국경을 넘고 싶은데........ 18시간의 버스 이동시간과 또........ 심야 버스도 이미 1시간 전에 떠났을 시간.................... 오.마.이.갓.
터키 항공에 다시가서 트라브존 항공편을 알아보니 내일 이맘때가 가장 빠르단다.
확 일저지르는편에 카파도키아로 가버릴까 카이세리를 알아보니 그것도 내일 오후. 다시 트빌리시 에레반 가장 빠른것을 물어보니 모두 모레나 가능하단다.
유럽의 휴가는 여름성수기와 겨울성수기이다.
여름에 시원한 바다로, 겨울엔 눈덮인 스키장으로사람들이 몰려간다. 봄 가을의 여행지가 붐비는 것은 한국 같은 경우이지...... 유럽에서는 절대 아니다. 지금은 비수기로 본격적으로 접어드는 시기인 것이다. 그런데 지금 공항은 여행자로 넘쳐나고 비행기표가 동이났다.
마음에 평정을 찾고 여유를 갖자.
흡 흡 쨔 쨔 흡 흡.
배낭에서 노트와 각종 메모와 준비한 자료들을 모두 꺼내서 잠시 혼자 작전회의를 한다.
그리고 잠시 뒤.
모두 예견되었던 일이었다는 듯, 아무 일도 없었다는 느긋한 표정에 여유있는 발걸음을 보태 onUR air 부스로 다가가서 내일저녁 트라브존 향공권 한장을 구입했다. 십사만삼천원(\143.000) 왠지 좀 비싸다는 생각이 떠나질 않는다. 하지만 달리 방법이 없다.
헐.
여행의 시작은 항상 모르는것에서 시작한다. 다른말로 하자면 제로에서 시작한다고 하겠다.
그러다 보면 필요가 생겨나고 정보도 모으게 되고 이런저런 준비단계를 거치게 된다. 준비단게에서의 필요는 좀 철저해야 한다. 이거저것의 막연한 필요는 엄청난 낭비와 이동시의 고통을 수반하기 때문이다. 절대적 필요만을 잘 선별해야만 한다.
그러다 보면 (난 뭐든 헤쳐나갈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겨나게 된다. 세상에 부닥쳐서 못 해결할 일이 얼마나 있겠는가. 난 할수 있다.
그 다음은 출발이다.
즐겁고 유익한 방향으로 그냥 진행해 나가면 되는 것이다. 그런것을 즐길정도가 되면 정말로 행복해 진다. 그리고 추억과 함께 돌아오면 되는 것이다. 그 뿐이다.
아주 한가할 때면 나는 가끔씩 인터넷을 통해 여러항공사의 프로모션을 기웃거리는 취미를 가지고 있다.
흔히들 땡처리항공권을 찾는다고들 하는데, 땡처리항공권의 경우........ 출발 기일이 촉박하고, 일체의 수정이 불가하고, 또 그 여행기간들이 여행사들이 주로 다니는 기간에 준하기에 썩 그리 만족스럽다고 할 수는 없다.
그들이 팔려고 미리 대량매입 했다가 팔지 못한 항공권을 마감에 임박해 떨이를 하는 것이기에 어쩔 수가 없다. 동남아는 주로 3박5일에서 4박6일. 터키나 중동권은 주로 8박10일에서 9박 11일 정도. 그외 기타 등등이 있다. 아무리 묘안을 짜내고 짜내도 일정이 너무나 빡빡하다.
나의 경우에 동남아를 5일 전후로 다녀오라면 땡처리 할아버지라도 안가겠다. 출발에서 귀국까지 맨날 뛰어다녀야 하지 않겠는가? 대충 오는데 하루 가는데 하루 빼면...... 돌아오면 파김치로 녹초된 육신밖에 더 남겠는가.다른 여행지도 그런 조건하에서 신중하게 살핀다.
인내를 가지고 헤안을 발휘해 신중히 살피노라면 이번 나의 여행처럼 반 횡재걑은 경우도 있다는 것을 말해주고 싶다.
한 두달반쯤 전에 우연히 터키여행 항공권을 살피다가 아주 우연하게 발견한 것이 있었다.
아주 드물게 14일간의 텀을 가진 항공권이 인터넷에 돌아다니고 있었다. 주로 10일 전후하는 터키항공권에 14일 이라는 것은 엄청난 매리트를 가진 상품으로 다소 의외였다. 그런데 거기다가 항공권 가격마져도 상상을 초월하는 저렴한 가격이었다. 그것도 저가항공이 아닌 국적기 대한항공 항공권이었다. 믿기지가 않아서 다른 항공사들도 검색해 보았다. 같은날 4시간 앞서 출발하는 아시아나 항공의 항공권 가격이 백십만원(\1.100.000)을 조금 웃도는 가격이었다. 14일의 텀을 가진 항공권이 추석 연휴를 전후해 출발과 도착을 하는 약간의 단점도 있었다. 어느정도 비수기로 접어들기는 하였지만 의당 성수기라면 140~150만원 까지 하는 항공권이 아닌가. 당 항공권의 이틀 뒤 추석연휴의 시작가는 당연히 140만원 전후로 올라와 있었다.
딱 이날짜에 출발하고, 또 이날짜에 귀국하고자 하는 여행자가 찾기조차 힘들다는 이야기가 되는 것이다.
혹시 누군가가 (항공권 사기)를 치려는 것이 아닐가 하여 몇날을 지켜보기로 했다. 한달이 지나자 그 항공권 가격이 4~5만원 더 떨어지는 것이 아닌가? S카드 소지자들에게 최대의 혜택이 주어지고 있었다. 혹시나 날라가지나 않았으면 좋겠다 하는 생각 아래 그 날자에 맞춰서 여행계획을 짜기 시작했다.
챠밍의 눈치를 살피니 동행불가라는 판단이 내려졌다. 그럼 이 찬스를 포기해야 하나?
포기가 당연한 상황이었음에도....... 그냥 포기하기에는 이 기회가 너무도 아까웠다. 스케줄도 완성되었는데 말이다.
출발일을 십이삼일 남겨둔 상황에서 항공권 가격이 바닦을 쳤다.
인천 <---> 이스탄불 9월11일 출발 9월24일 귀국. 대한항공. \657.000
서서히 몸이 달아오르기 시작했다.
금요일 저녁. 일을 마치고 돌아와 컴퓨터로 해당 싸이트에 들어가 보았는데....... 아뿔싸. 가격이 다시 오르기 시작하고 있었다.
틀림없이 다시 반등하기 시작하는 항공권 가격 \673.000.
아! 이쯤에서 이대로 터키여행이 날아가는 구나.............
밤새 잠을 못이루다가........ 다음날 부랴부랴 아들에게 긴급전문 카카오로 SOS를 쳤다.
얼마가 지났으려나........ 답신이 왔다.
'아빠. 정말 멋져요.......... 다녀 오세요. 제 또래 친구들 중에 아빠처럼 그렇게 배낭 메고 해외를 훌쩍훌쩍 다니는 부모를 둔 친구가 하나도 없어요. 패케지나 겨우 따라다닐 정도래요. 친구들도 부러워 해요. 다녀 오세요. 여행 목적지도 그렇고 날씨도 아주 좋은 계절을 택하신거 같아요. 가보시고 좋으시면 페널티 먹더라도 기간 연장해서 더 게시다 오세요. 집은 걱정 마시고요. 엄마 잘 지키고요. 저는 아빠되는 공부하면서 기다릴께요. 아무 걱정 마시고 다녀오세요. 소중한 아빠만의 시간을 실컷 가지시고 또 이쯤에서 지난날을 돌아다 보기도 하시고 잘 다녀오세요.'
아들의 절대적 성원을 받았으니 챠밍이라는 장벽은 이제 완전 무장해제된거나 마찬가지다. 나에게는 넘을 수 없는 준엄한 태산같은 존재이지만........ 이 태산도 아들에게만은 영 맥을 못춘다.
푸핫하하하하하하하.
돌아 앉자마자 그 즉시 나는 항공권 티켓팅을 마쳤다. 구입가는 \694.800.
조금 지나서 e-mail을 통해서 아이티너리를 받아들었는데, \694.800 을 지불하고 구입한 나의 항공권이 실제 액면가는 \1.550.000 으로 택스 포함 가격이 \1.594.800에 여행사에 제공된 항공권이었다.
아주 간혹은 이런 횡재같은 일이 벌어지기도 한다.
그것이 이번 나의 여행의 실제적 출발이었다.
그렇게........
그런대로 출발은 아주 좋았다.
인천공항으로 출발 비행기를 타러갈때, 며칠 전에 미리 모바일 웹 체크인을 해 놓은 상태였다. 출국 당사자의 신원을 출국공항과 입국공항 담당자에게 미리 통보해 놓아 출국절차와 심사에 시간을 줄여보려는 일환이었다.
우리 아들 또래의 대한항공 체크인 당당자 왈........
'아버님은 엄청 신세대세요. 체크인 절차 대하시는거며 배낭 꾸리신거며...... 제가 하는 일이 매일 수많은 여행자를 대하는 일인데, 그 연배시면 여행사 직원 따라다니면서도 우왕좌왕 하시지, 이렇게 사전에 철두철미하게 준비하시는 아버님 같은 분 본적이 없어요. 정말 여행을 즐기시나봐요. 즐겁고 편안한 여행 되세요.'
그말을 듣고나니 어깨가 으쓱해지는게 상당히 기분이 업 되는것이 사실이었다.
내 짐꾸리기는 사실 나름의 연구결과로 매우 철저한 편이고..... 여권 분실이나 소매치기의 위험등에서 완전 해방되는 노하우를 가지고 있다.
그런데 이스탄불에 도착하자마자 다음 스케줄이 엉망이 되는 스스로 자초한 화를 면할 길이 없었다.
공항 지하도로 내려가서 아주아주 길고 먼 통로를 따라 걸었다.
<이스탄불 돌아다니는 방법>
METRO 표지판을 따라 그냥 쭈욱 걸어가면 된다. 뭐 살피고 물어보고 할 이유가 없다. 한참 가다보면 계단 아래로 지하철이 보인다.
근데 계단을 내려가 지하철을 타자면 티켓을 사야한다.
각종 관광안내 책자는 너무 어렵다. 딴에는 친절하려고 소상하고 세세하게 표현하려 한 모양인데..... 읽어보면 너무 어렵다.
간략해서 설명을 하자면.......... 이스탄불 시내 교통은 메트로(지하철). 트램(지상 전차 같은거) 새내버스. 공항버스. 택시 등등이 있는데...... 이스탄불 돌아다니는데는 메트로와 트램이면 모두가 가능하다. 메트로나 트램은 같은 교통권을 쓰는데, 1회용인 토큰(4리라)과 충전식 전자카드가 있다. 어떤게 실용적이고 실리적인지 여행안내서 마다 지나치게 상세하다 보니 너무 어렵게 써 있는데...... 그냥 1회용 토큰으로 다니는게 제일 쉽다. 공항에서 시내로 가자면 일단 메트로(지하철)을 타고 제틴 부르노(요 역이름은 꼭 외워둬야 한다.)역에서 내려 일단 출구로 나가면 바로 옆에 트램이 선다. 그러니까 토큰 (제톤) 2개면 시내까지 들어간다. 다시 공항올때는 그 반대로 하면 된다.
트램을 탈 때는 무조건 (술타마호멧)을 간다고 하면 되는데....... 우리가 발음하는 술탄마호멧을 터키 사람들이 잘 못알아 듣는다. 그러면 (아야 소피아)라고 말하면 된다. 아야 소피아 발음은 기가 막히게 알아 듣는다. 술탄마호멧과 아야소피아는 막말로 분수대 잔디밭을 사이에 두고 마주보고 있으니 거기서 거기다.
일부 탁심광장으로 가는 사람이 있다. 그것도 걱정을 말라.
안내서에는 다른 노선과 갈아타는 것을 열심히 복잡하게 하는데........ 그럴 필요없다.
위의 술탄마호멧 까지 타고 온 트램을 계속 더 타고가면 된다. 두 정거정 더 지나면 갈라타 다리를 건너고..... 세 정거장을 더 가면 종점이다. 종점에서 내려 왼쪽의 언덕 골목길을 10여분만 걸어올라가면 거기가 탁심 광장이다. 가뿐히 걸어갈 만한 거리이다. 내려서 탁심파크 하면 다들 손가락으로 가르쳐준다. 아주아주 쉽다. 서울역 앞에서 어디로 갈지 생각하는 거와 별반 다르지 않다. 정말 쉽다.
제톤(토큰) 사는거?
설명서는 역시 복잡하다. 현지인들 하는거 한번 쓰윽 쳐다보던가..... 아니면....... 제톤(토큰) 하나가 4리라(\1.600)니까 동전을 넣던지 지페를 넣는다. (1)번에 넣으면 옆 화면에 얼마가 들어갔는지 보여준다. 그럼 (2)번의 베튼을 그냥 누른다. OK 라는 버튼이다. 그럼 아래 구멍으로 빨간 제톤과 거스름돈이 나온다. 꺼내서 우리나라 지하철 닮은 가로막대 앞으로 가서 구멍에 넣고 들어가면 된다.
단, 구멍은 제톤을 먹기만 하지 내뱉지 않는다. 들어갈때만 제톤이 필요한 것이지 내려서 나갈때는 그냥 허벅지로 밀고 나가면 된다.
액면가가 큰 지페를 넣으면 거스름돈이 모두 동전으로 왕창 나오니까..... 주머니가 여유있지 많으면 소액지페를 사용하기를 권한다.
쉽지요?
끝. 이스탄불 돌아다니기......... 모두 패스....... 당신은 이제 FREE.
술탄마호멧역에 내리니 밤이 제법 깊었다.
서둘러 숙소를 찾아갔다. 물론 사전 예약이 된 것은 아니다.
평소 내 여행기를 관심있게 지켜봐주시는 지인으로 부터 두 군데의 숙소를 추번받아 놓은것이 있었다.
이스탄불의 술탄마호멧 주변 숙소와 트라브존 메이단 공원 주변 숙소였다. 그래서 주소를 들고 찾아갔다. 아주 작은 가족이 운영하는 호텔이었다. 정말로 위치하나는 끝내줬다. 술탄마호멧(불르모스크)을 정면에서 바라보고 바로 왼쪽 골목에 길게 늘어선 여행자숙소촌 한가운데였다. 테라스에서 내다보면 불르모스크의 옆모습이 그대로 다 보였다. 위치는 정말 끝내줬다.
3층에 방을 받고나서 짐을 그대로 벗어놓고 무작정 밖으로 나왔다.
분수대에 그냥 주저않아 피곤한 심신을 좀 추스리고...... 잠시 오늘 하루 일과를 돌아보고..... 내일 스케줄을 생각했다.
나 같은 여행자 서넛을 만나 공원벤치에서 수다도 좀 떨었다. 러시아에서 온 칼바라는 젊은 대머리 친구가 제법 재미있었다. 서울에도 두번이나 다녀갔다는 이 친구...... 은근히 능글능글한 친구다.
배가 고프다는 것을 느끼고 나서야 이들과 헤어져 도로를 건너 카페촌으로 갔다. 몇가지를 시켜서 먹었는데...... 먹을만은 했는데..... 맛있다고는 절대 못하겠다. 기대를 하고 온 터키 음식이었는데 ...... 별반 더 이상 기대를 가지지 않아도 웬만큼 알것 같다.
그런데 음식값이 무척 비싸다. 제법 부유해진 우리나라 여행객에게 이정도는 별거 아닐 수도 있겠으나........ 솔직히...... 갑자기 이나라의 엥겔게수가 궁금해 졌다. 터키에 대한 기대치가 팍 하고 반으로 뚝 떨어졌다.
이 정도 음식의 가격이 71리라. 우리나라 돈으로 이만팔천원(\28.000) 정도이다.
터키인들의 평균소득이 도대체 얼마이기에..... 늘 상 카페에 앉아서 차 마시고 외식이 다반사에 늘어선게 카페촌인 나라에서 이런 정도에 이런 가격대가 형성된다는 말인가? 배가 좀 더 고파서 색다른거 두 세가지 더 골랐다가는, 혼자 하는 한끼 식사에 푸짐하지도 못하면서 칠만원(\70.000) 정도는 아무것도 아닐꺼라는 생각이 든다. 충주의 왕돈까스 하나도 이것보다는 푸짐하겠다. 더 먹을만하고.......... 니미럴. 이게 제대로 된 음식장사여? 사기지.....
거기에 동남아 음식들처럼 우리 입맛에 착착 당기는 맛이 안느껴진다. 동남아여행에서는 주점부리를 하면서도 끼니때가 기다려 질 정도였는데........ 터키 여행을 하려면 여행자를 대상으로 하는 물가는 서유럽인 이탈리아 프랑스 독일 물가와 비슷하다는 점을 기억하시기를.......
조지아의 호텔과 음식비도 코스트가 의외로 제법 높은 편이다. 터키에 약간 못미친다고 할까? 그러나 조지아의 경우는 와인과 과일이 상당히 저렴한 편이었다.
아르메니아의 경우는 모든것이 착할 정도로 저렴한 편이었다. 동남아를 약간 윗도는 수준 정도랄까? 아르메니아에선 항상 풍요롭고 행복했다. 거기에 지구상에서 가장 아름답고 멋진 여성은 아르메니아인 이라는 것을 절실하게 느꼈다. 지나가는 여자는 모두 007영화의 본드걸급이다. 이건 정말이다. 남자는 조지아 남자가 좀 더 멋있고, 여자는 세상에서 아르메니아 여자가 가히 으뜸이다.
영 개운치 못한 식사를 마치고 호텔로 돌아와 벽에 스위치를 올렸는데........ 아뿔싸........
방바닦에 바퀴벌레가 돌아다닌다.......... 세마리나. 두마리를 해치웠는데 한마리가 잽싸게 도망을 쳤다.
오. 마.이.갓.
혼자이길 망정이지........ 챠밍여사 옆에 있었으면 난리났다 난리났어.
아무것도 손 댄것이 없으니 그냥 이대로 나갈까 말까......... 딴데 가서 잘까?
창밖으로 비가 주룩주룩 내리기 시작하고 있는데........ 이 배낭을 메고 또 다시 밤길을 헤매며 숙소를 구해 봐?
어쩌겠는가?
갈아입을 옷만 꺼내고, 입었던 옷은 비닐봉투에 싸서 다시 바리바리 배낭을 꾸리듯이 챙기고는.........소형냉장고를 앞으로 끌어당겨서는 모든 짐을 그 위에다 바리바리 쌓아올린다.
까짓 하룻밤인데 뭘................
씻고 나와서 침대에 턱 누우니.......... 또 헐..........
메트레스가 1/3 정도 푹 내려앉는다.
불현듯 떠오르는 생각에 여기를 소개해 준 그 분........... (도대체 어떤 여행을 하고 다니신건지?)...... 너무 너무 피곤하다.
시작은 상큼했는데........ 결과적으로 첫 날은 ....... 다시 생각하기도 싫다.
----------- 다음으로 이어서. 피안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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