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지는 것들1 둠벙 (무릇 사라지는 것은 그리움을 낳는다) 향교말 마당에도 햇살이 살랑거리는 계절이 찾아왔다. 온갖 푸릇푸릇한 새싹들이 지천으로 돋아 나오기 시작했다. 열 서넛 새악시들 가슴에도 살랑대는 바람결이 아지랑이 처럼 피어오를 시기였다. - 아니 이년이? 방댕이가 말 궁뎅이만해졌으면 머시든 지 밥벌이 할 생각을 해야지, 남의 담장에 기대서 뭔 궁상을 떠는거여 떠는것이? 콧구멍에 봄바람 들였다 났다가 한다고 보리가 나올거여? 땔감이 생길거여? 어여 지 동생을 업어주던지 어디가서 나물을 뜯어오든지 퍼뜩 안나서? 시방 이 에미한테 한번 맞아볼텨? 한 성질 하는 어미가 부지깽이를 휘두르며 다가오자 헐레벌떡 꽃같은 새악시는 싸리담장 밖으로 냅다 도망을 친다. - 예진아 너도 엄마한테 쫓겨나왔구나? - 엄마는 지뿔도 모르면서 나만 보면 무조건 역정부.. 2017. 3. 28.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