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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이야기

태리가 꼽은 나짱(Nha Trang) 최고의 맛집은 바로 BBQ 전문점!!!

by 피안재 2025. 1. 23.

 

 

 

 

최근에 들어서 인플루언서(influencer) 라는 단어의 사용이 급속도로 늘었다. SNS에서 활동하면서, 어느 정도의 지명도를 얻은 사람들이나 겨우 붙여서 사용할 수 있는 어떤 신분이나 계급정도로만 여겨지던 이 용어가 2025년을 맞이하면서부터 SNS를 온통 도배해 버리는 것이 아닐까 우려가 될 정도이니 말이다.

나에게도 그동안 꾸준히 여러 번 인풀루언서 제도권으로의 진입을 권고하고 요청하는 초대(?)가 있어왔다. 하지만 그런 새로운 제도나 시대 흐름에 애초부터 별관심도 없었고, 방향 전환이랄까...... 내 스스로를 위한 순수가 아닌 남에게 보여 주기 위해서나, 또는 받게되는 유형무형의 도움에 보답해야하는 차원에서의 글은 쓰고 싶은 생각이 전혀 없었기 때문에 이제껏 사양하고 도외시하며 지내왔다.

그런데 25년의 시작을 기점으로...... 실로 놀라울 정도를 넘어서 참으로 어처구니가 없어 보일 정도로 SNS를 포함한 인터넷 환경이 온통 인플루언서로 도배되다시피 하는 것을 보면서 잠시 아주 조금은 심각하게 고민 아닌 고민을 해 보게 되었다.

지난해까지의 추세를 보자면, SNS에서 여행지나 맛 집이나 카페나 호텔 등을 검색해 보면, 게시판 앞쪽으로 소수의 인플루언서들이 작성하는 멋진 사진과 글이 프로 수준으로 편집이 잘 된 상태로 먼저 올라오고 이어서 나머지 대부분의 게시판을 평범한 아마추어의 글들이 인기나 혹은 작성된 시간 순으로 빼곡하게 게시되고 있었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하루아침에 갑자기, 25년이 시작되면서부터 지금 이순간까지를 냉정하게 살펴보면 지금 게시되는 거의 대부분의 글들이 인플루언서라는 사람들이 작성하는 사진과 글로 사이트 대부분을 거의 도배하다시피 되었고, 이제 순수한 아마추어의 글들은 눈을 씻고 찾아봐야 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물론, 지금 내가 글을 쓰고 있음에 있어서 ’인플루언서(influencer)에 대한 필자의 생각과 표현‘은 지극히 개인적인 생각과 주관에 따른 것으로, 사전에 어떤 부정적인 의도나 폄하하려는 생각이 전혀 아님을 전제로 하면서 하던 이야기를 계속하려고 한다.

지금 사전에서 '인플루언서(influencer)'에 대해 검색을 해보면 어디에서나 다음과 같은 비슷한 답변이 나온다.

“인플루언서(influencer)는 SNS에서 활동하면서 수만 명에서 수십만 명, 혹은 그 이상에 달하는 많은 팔로워(follwer: 구독자)를 통해 대중들에게 적지 않게 영향력을 미치는 사람들을 지칭하는 말이다. 이러한 사람들이 전달하는 정보의 영향력이 점점 지대해지자 언제부터인가 기업들이 이들 인플루언서의 활동을 상용화하여 기업 홍보에 이용하는 것을 인플루언서 마케팅이라고 부르고 있다.”

인터넷이 발달한 2000년대 이후 연예인 범주에 속해 있지 않은 사람들이 자신이 창작한 글, 그림, 영상 또는 이들의 조합으로써 인기와 수익을 얻으면서 이들을 따로 구분짓기 위해 떠올랐으며, 특히 스마트 기기가 보급되고 나서는 여론이나 마케팅에서 매우 중요한 축으로 지목되고 있다. 당연하지만 딱히 예술이나 연예 활동만으로 분야가 한정되진 않는다. 가정생활, 화장, 요리, 낚시, 각종 취미나 동호회, 게임, 산업현장에 이르기까지 모든 사회와 경제의 대부분의 분야에 다양화 되어가고 있다. 대중의 관심을 받는 분야는 무궁무진하고, 누구라도 그런 특정된 분야에서 적극적으로 활동하고 그 활동에 영향받은 사람이 많다면 그 사람도 인플루언서로 볼 수 있다. 특히 이제는 SNS를 넘어서 유튜브 및 유튜버의 성장으로 이런 면이 더욱 강해졌다.

통상 팔로워 100만 명 이상을 '메가 인플루언서', 10만∼100만 명 사이는 '매크로 인플루언서', 1만∼10만 명 사이는 '마이크로 인플루언서', 1만 명 미만은 '나노 인플루언서'라고 부른다.

인플루언서는 오직 그 사람의 인지도와 유명도가 얼마나 큰가 아니면 작은가를 더 중점적으로 보게된다. 딱히 활동하는 분야가 직업적으로 같지 않아도 대중에게 많이 알려져 있다면 당연히 인플루언서로 구분한다. 반드시 수익을 창출해야 하는 것도 아니고, 단순하게 SNS나 유튜브, 블로그 등으로 많은 사람이 보고 영향을 끼친다면 그 역시 인플루언서로 볼 수 있다. 이렇게 다분히 일반적인 유명인보다 한층 포괄적인 개념으로 볼 수 있고, 이 때문에 프로 연예인이나 아티스트나 전문 방송인과 사업가보다는 어느정도 아마추어적인 느낌이 더 강하게 느껴지는 것이 사실이며, 가끔은 이런점 때문에 더 신선하게 다가오기도 한다.

그렇게 따져보자면....... 내겐 어디에도 인플루언서 라는 타이틀이 따라 붙고 있지는 않지만, 남들이 보기에는 어느 정도 수준의 인플루언서로 보이거나 느껴지는 것으로 보인다. 감히 '메가 인플루언서'는 꿈도 못 꾸겠지만, 초짜 수준의 '나노 인플루언서'는 절대로 아닌 것으로 생각된다. 아마도 그 중간의 어디쯤이 아닐까? 왜냐하면, 지금도 꾸준이 여러 각도에서 다양하게 제의를 거듭거듭 받아오고 있기 때문이다.

얼마전에 받았던 제의를 직접 옮기면 혹 누가될까봐 비유해서 한 번 예를 들자면........ '부산에 유명한 레스토랑이 있는데 한 번 방문하여 직접 음식을 맛보고 나름의 후기를 내 이름으로 SNS에 올려달라는 요청이었다. 일단 승인을 하면 해당 레스토랑에 대한 전체적인 자료와 사진과 참고 사항을 보내주겠다고 했다. 해당 레스토랑 최고급 메뉴가 1인분에 130.000 원인데 2인분 이용권을 보내 주겠다고 했다. 다녀와서 긍정적인 후기를 써서 SNS에 롤려주고 나서 식비 이외의 교통비를 포함한 비용을 청구하면 심사를 통하여 소정의 고료로 보상을 해주겠다는 제의' 였다. 당연히 나는 정중하게 거절을 했다. 왜냐면 나는 필력도 부족하고, 단순한 목적을 가진 아마추어 블로거일 뿐이지 수익 창출을 목적으로 하는 인플루언서(influencer)가 분명히 아니기 때문이다. 이제껏 받아 본 대부분의 제의가 그와 비슷비슷했다.

지금 나는 분명 글을 써서 어떤식으로든 유형 무형의 수익창출을 목적으로 하는 그런 인플루언서(influencer)가 절대로 아니다. 아마추어 그 자체다.

혹시나 나에게 이런 제의가 들어온다면 또 모르겠다. 정식으로 인플루언서(influencer)를 달고 싶게 될지도 말이다.

우리가 아주 즐겨보는 프로그램 중에 <세계 테마기행>이란 ebs 프로가 있고, 거기에 아주 가끔 '시청자 참여' 기회가 있다. 만약에 우리에게 손녀들과 유럽을 함께 여행하는 가족여행 프로그램 제의가 들어온다면....... 기꺼이 수락하고 최대한 노력할 수 있겠다. 최근의 우리들 여행처럼 노년의 실버층도 실질적인 자유 배낭 여행을 할 수 있고, 거기에 아들 딸 세대가 아닌 한 다리 건너 손녀 손자 세대들과 독립적인....... 다분히 미래지향적인 자유 배낭여행이 얼마든지 가능하다는 사실을 있는 그대로 보여줄 수 있는 다큐멘터리 방식의 프로그램이 기회가 된다면, 그때는 내가 아마츄어든지 인플루언서든 가리지 않고 적극 참여할 의사가 있다.

둘째로는 실버 세대 지유배낭 여행 안내서를 지향하는 프로그램이나 책 발간을 전제로 하는 프로그램이 있다면 인플루언서(influencer)의 타이틀을 달게된다해도 결코 마다하지 않을 자신이 있다. 누군가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 수 있다면 말이다.

셋째는 우리 또래이거나 위든 아래든 이제 진자로 실버세대가 되었으면서도 자유 배낭여행에 자신이 없거나 두려움이 있어서 선뜻 나서지 못하는 사람들을 모아서 실제의 자유배낭여행을 계획에서 실행까지 실제로 전과정을 함께 하는 그런 여행에 참여하거나, 그런 프로그램을 계획하고 만들어 전파하는 일에 어느 부분이나 어떤 몫이라도 나와 아내가 함께 참여할 부분이 있다면 기꺼이 참여해서 미력이나마 보탤 의지가 있다. 많은 실버 세대들도 여행을 시작하고 도전하고 즐기면서 새로운 변화와 새로운 세상에서 이제와는 전혀 다른 새로운 행복을 깨우치고 느끼게 해주고 싶기 때문이다. 그때는 내 신분이 아주 쬐끔 알려진 인플루언서(influencer)가 되고, 또 그렇게 불려진다고 해도 자연스레 받아들여질 수 있을것 같다. 지금은 아니지만 말이다.

그런가하면, 인플루언서가 일반인에 비해 큰 영향력을 가지고 사회 문화 전반에 행사하는 힘이 강한데 반해, 그들이 그 영향력만큼 보편타당한 일반인들에 비해 지적, 도덕적, 사회적으로 뛰어난가와 책임의식이 있는가에 대한 짙은 의문이 항상 논란의 대상이 되고 있다. 물론 선생님이 제자보다 꼭 뛰어날 필요 없고 상담자가 내담자보다 항상 똑똑할 필요는 없겠지만 말이다. 그러나 선생님이나 상담자는 적어도 일정한 지식과 덕성에 일정한 자격을 갖추고 사회 전반은 아니더라도 자신이 활동하고 있는 특정 분야에서만은 일정 수준과 형평성을 유지하여야 하지 않을까 싶다. 불특정 다수에 영향을 끼치는 인플루언서가 자기가 잘 모르는 분야 혹은 자기도 잘못 알고 있는 분야에 대해 잘못된 지식과 판단력을 가지고 오판을 하거나 유언비어를 퍼뜨리거나 옳지 못한 주장을 하게되면 그 악영향은 이루 말할 수 없게 된다. 인플루언서의 활동이 증가되면 증가될수록 이런 부작용 또한 점차 늘어가게 되고 새로운 사회적 부작용으로 드러나게 될 것이다. 이를 극복하는 방법은 오로지 '선한 목표의식과 선한 활동과 선한 영향력 전파'에 있을 것이다.

SNS를 통한 인플루언서(influencer) 활동이 급성장을 이루고, 거기에 기업들의 마케팅이 더해지면서 이제까지 보지못한 새로운 장마당(시장)이 형성되면서, 당연히 거기에서 파생되는 부작용 또한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말았다.

하여 급기야 정부는 24년 12월 1일부터 인플루언서 등이 광고주로부터 돈이나 현물 등을 받고 블로그, 인터넷 카페 등 '문자 중심 매체'에 후기글을 작성할 때 게시글 제목이나 본문 최상단에 관련 사실이 담긴 글을 표시해야 한다. 대가를 받고 적어서 올린 글에 대한 책임을 지게 되었고, 거기서 파생한 반대급부에 대한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한 타당한 조치였다. 전문적인 인플루언서가 되어 벌어들이는 수입이 상당하다면 이젠 당당하게 세금제도의 책임 또한 져야하게 된 것이다. 당장의 법률적 제도에는 다분히 글을 써서 올리는 활동을 주로하는 인플루언서(influencer)에게만 제재를 가하는 다소 불완전한 제도로 여겨지는것이 사실이지만, 실질적으로 유명 연예인을 능가하는 수입을 누리고있는 유튜브 방송 관계자들에게 점차 확대될 전망이다.

지금 당장 오늘 날짜로 SNS를 들여다보거나 자주 방문하던 블로그 용어를 검색해 보라.

'본 포스팅은 해당 업체로 부터 지원을 받아 직접체험 후 작성하였습니다.' 라는 기사가 지금 현실적으로 거의 대부분 올라있는 글의 앞쪽에 모두 명시되어 있다. 법률에 꼭 그렇게 해야만 하도록 명시되었기 때문이다. 개중에는 '지원을 받기는 하였지만, 실질적 체험 후에 양심적인 솔직한 심정으로 리얼 후기를 작성했다'라고 자신의 처지와 심정을 덧붙이는 경우도 흔하게 볼 수 있다. 내가 글의 중간에 나의 표현이 결코 인플루언서(influencer)의 활동을 부정하게 보거나 폄하하려는 의도가 없다고 밝힌것 처럼, 만약에 그렇다면 왜 이분들은 '지원을 받았다는 사실을 표기한 것으로 부족해' 추가적으로 부연 설명을 해야만 했던 것일까? '실질적 체험과 솔직한 후기 표현을 제발 믿어달라'는 듯한 어떤 간절함들을 거듭 밝혀야만 하는 것일까?

'누군가로 부터 요청과 지원을 받아 쓰기는 했지만' '우연처럼 요구와 대답으로 써서 올린 글의 내용의 결과가 같았을 뿐이지, 실질적 체험과 양심에 의한 솔직한 후기는 틀림없다'는 표현들이 왜 조금은 서글프고 씁쓸하게 다가오는 것일까? 인플르언서의 어정쩡한 변명처럼 그리 썩 달갑지 않게 느껴지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어디까지나 나의 솔직한 느낌이다.

만약 내가 그런 경우에 처하게 된다면....... '업체로 부터 어떤 자료와 이러이러한 취지의 글이었으면 좋겠다는 요청과 함께, 좀 더 구체적인 지원의 내용을 당당하게 밝히지 않았을까?' 만약에 지원을 받았음에도 실질적이며 양심적인 체험의 결과가 요청받은 취지와 전혀 다르게 나왔다면....... 과연 나는 어떻게 처신했을까? 많은 인플루언서의 글을 그동안 꾸준히 보아왔음에도 아직 그런 상반된 평가의 진솔함이 느껴지는 글을 나는 이제껏 단 한 번도 보도 듣도 못했다. 그저 어디까지나 자본주의의 슬픈 한 단면을 보고 있는는듯 하다.

그렇다면 이제부터........ 인플루언서(influencer)가 대두되기 이전의 시대로 되돌아가 보기로 하자.

나는 인플루언서가 아닌 아마추어이고 올드한 세대이다보니 조금은 불편하고 시대에 뒤떨어져 보여도 약간은 빈티지스럽고 로컬스럽지만, 그래도 어딘지 모르게 솔직하고 인간적임직한 그런 시간과 느낌들이 더 친숙하고 좋은 사람이다.

태리. 세리 손녀들과 함께한 나짱 여행의 후반부에서 머드 스파를 다녀오면서, 오늘은 정말로 맛있는 저녁을 함께 먹고 싶어졌다.

이번 여행을 계획하면서부터 녀석들의 먹성이 너무나 유별나서 오랫동안 먹거리에 대해 고심에 고심을 해 온 것이 사실이었다. 매사에 데이터를 충실하게 모으고 간추리고 실행에 반영하는 스타일이라서, 손녀들의 먹거리 해결을 위해서 검색을 통해 나짱에만 대충 27 군데의 레스토랑과 카페와 길거리 음식점을 선정하고 데이터화해서 가지고 있었다.

그런데 어쩌랴? 우리 병아리들에겐 모두 무용지물이었으니 말이다. 그나마 호텔 조식이 다행스럽게 위기를 모면해 주고 있던 상황이었으니 말이다.

어제는 저녁부터 굶기다시피 했고, 오늘은 오후 내내 바게트 빵 쪼가리로 견디게끔 어쩔 수 없게 상황이 이어져왔으니....... 이제 녀석들 저녁을 어찌하면 좋을까?

‘오늘은 무조건 최고로 맛난 저녁식사를 만들어 주고싶다. 최고의 만찬을 만들어주고 말리라.’

그렇게 해서 검색하고 골라보고, 또 검색하고 골라보고 해서 마침내 한 곳을 찾아냈다.

나짱에서 우리 병아리들의 입맛을 챙겨줄 최고의 레스토랑이라고 말이다. 구글을 비롯한 여러 싸이트에서의 평점도 나름은 썩 훌륭했다. 방문 후기들도 열심히 읽어 보았다. 인플루언서(influencer)가 작성한 기사가 거의 없기도 했지만, 일단 건너 띄어 버렸다. 인플루언서(influencer)적인 성향의 글을 철저하게 배재한 상황에서의 후기들이라고 모두 좋은것만은 결코 아니었다. 대충 40% 정도의 극찬과 더불어 30% 정도의 혹평도 엄연히 존재했으니 말이다. 나머지 글들은 비교적 우호적인 ‘그저 그렇다’ 내지는 ‘한 번은 가볼만 하다’는 내용들이었다. 그래도 무조건 가보기로 했다.

한국인 사장님이 운영한다는 BBQ 전문점인 리스그릴(LEE’S GRILL) 바로 그곳이다.

‘나는 인플루언서가 절대로 아니다. 이 글을 씀에 있어서 어떤 요청을 받은 바도 없다. 리스그릴로부터 어떤 지원도 받은 것이 없다. 콜라 한 잔도 거저 얻은 것이 없다. 아는 사이도 아니다. 우연처럼, 이날 처음으로 무작정 낯선 레스토랑을 방문하게 되었을 뿐이다. 내 스스로 손녀들과 아내를 동반하고 나짱에서 가장 맛있는 저녁 식사를 하고 싶다는 바램을 가지고 무작정 그랩택시를 불러 찾아간 것이 전부이다. 내가 메뉴를 골라 주문했고 정상적으로 모든 계산을 당당하게 지불했다. 늘 그랬던 것처럼 말이다.’

결과는 대 만족이었고, 큰 손녀 태리는 나에게 ‘할아버지. 정말로 맛있어요. 최고예요.’를 외쳤다. 그거로 충분했다. 아주 행복한 저녁 식사였다.

하여, 이제부터 내가 직접 후기를 작성하기에 앞서서, 순수한 손님 입장으로 리스그릴을 방문했던 호감과 비호감을 가졌던 앞선 손님들의 솔직한 후기와 그분들이 남겨놓은 사진들을 먼저 게시함으로써 리스그릴(LEE’S GRILL)이 본래 어떤 곳이었는지, 인플루언서가 대두되기 전의 여행기와 소감들은 어떤 느낌이었는지를 잠시 느껴보기로 한다.(아래의 후기와 사진들은 네이버에서 퍼 왔음을 사전에 분명하게 알리고자 한다. 다음 파트의 내 솔직한 후기와 사진들은 내가 직접 핸디폰으로 찍은 사진이 글의 내용을 설명하고자 함에 있어서 미흡하고 분량이 적어서 다른 분들의 후기에 올라 온 사진들 도움을 받고자 했다는 것을 사전에 분명하게 밝혀둔다.)

### (구독자 후기 A)

리스그릴 가격은 베트남이라 생각하면 비싸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한국 물가 생각하면 정말 착한 금액이라고 생각이 들어요~

아이와 또는 부모님과 #나트랑 #냐쨩 여행을 계획하고 계신 분들, 여행을 하고 계신 분들이라면 리스그릴 은 꼭 한번 가보시길 추천드려요!

실패한 음식도 없고 가격도 착해 정말 만족했던 곳이랍니다

[출처] 나트랑(냐쨩) Lee's grill 리스그릴 솔직후기 / |작성자 Blair

### (구독자 후기 B)

냐짱 식당 치고는 그렇게 많이 저렴한 편은 아니라고 하지만 저희는 이 정도면 맛도 괜찮았고 고기와 해산물들을 같이 먹을 수 있어서 더 좋았어요.

아이들 어른 누구나 다 맛있게 먹을 수 있는 메뉴가 있었던 곳!!!

리스 그릴~

나트랑 맛집으로 추천합니다

[출처] 나트랑 맛집 추천 리스 그릴Lee's Grill - BBQ & 해산물 요리 (송중기 세트)|작성자 러브울타리

###(구독자 후기 C)

LEE'S GRILL

한국인 분이 운영하는 식당으로 바베큐 플래터가 인기라는 리스그릴이에요. 아무래도 젊은 친구들이 많이 다녀가고 후기들이 올라와서 그런지, 저희는 도착해서 일단 가격이 생각보다 쎄서 놀랐고, 이 메뉴는 한국에서도 많이 먹는 메뉴라 조금 후회했습니다.

맛 자체는 나쁘지 않았어요. 안그래도 파스타, 피자, 바베큐 등 한국에서도 많은 메뉴는 되도록 피하자고 했는데 여기는 추천글이 많아 다녀왔지요. 게다가 미리 에어컨 룸도 예약하고 갔던지라 자리나 위치는 매우 좋았어요.

바베큐 플래터 도착이요~ 이곳은 아웃백인가, 빕스인가... 일단 시키고는 봤는데, 육즙이 잘잘 흐르는 사르르 녹는 베이비 백립 같은걸 기대했던 저는 일단 칼이 들어갈때부터 느껴지는 뻑뻑함에.. 기대를 버렸습니다. ㅜㅠ

필리핀에서 베이비 백립세트 먹으면 저렴하지만 정말 부드럽고 맛난 바베큐를 맛볼수 있었는데... 쩝..

보시기에도 수분은 잘 안느껴지실거에요.. 뼈근처에는 아직 덜익었는지 붉은 부분도 있어서 좀 남겼어요. 뼈와 살이 드라마틱하게 분리되거나 아님 약간의 힘으로 떨어지는 식감은 아닙니다. 돼지고기 바베큐인데 비계가 크고 역시나 좀 퍽퍽... ㅜㅜ

한국에서 이정도 플래터를 27500원에 먹으면 당연히 싸다고 느낄 수 있지만... 베트남에서는 워낙 가성비 좋은 맛집들이 많아서 현지를 많이 느낄 수있는 메뉴나, 맛이 좀 실망스러워도 저렴해서 이해되는 수준의 메뉴들을 다양하게 트라이 해보는 것이 좋은것 같아요.

[출처] 나트랑 바베큐 플래터 LEE'S GRILL 리스그릴... 글쎄;|작성자 보들이

###(구독자 후기 D)

랍스타 : 소스는 좋았는데, 먼가 감동은 없었다..

삼겹살 : 정말 질김.. 딱딱함..

폭립 : 한국인에 맞춘 소스 ! 제일 맛있었다 ! 딱딱하다는 후기 있던데, 전혀 야들야들한 것이 딱 좋았음 !

샐러드 : 완전 한국 맛

모닝글로리 : 음.. 한국식으로 살짝 변형된 맛인데 음..

라면 : 후기 진짜 좋아서 시켜봤는데, 음.........

맛만 생각하면, 솔직히 다음번에는 안갈거 같음..ㅎㅎ

[출처] 나트랑 여행 4일차 -|작성자 고니티지

 

 

내가 검색했던 싸이트에 올라와 있는 사용자 후기란에 올려져 있었던 글과 사진 모음이다.(네이버에서 옮겨왔음)

이 후기를 읽어본 후에 나는 병아리들과 아내와 함께 기꺼이 리스그릴(LEE'S GRILL)로 향했다. 맛있고 푸짐한 저녁 식사를 기대하면서 말이다.

가만히 한 번 생각해 보자.

내가 후기 작성자였다는 가정하에서....... 내가 어떤 요청을 받고 자료를 살펴 본 후에 리스그릴을 방문해서 나름 그곳의 BBQ 을 실컷 경험했다고 치자.그러고 나서 요청 받은것에 대한 답으로 방문 후기를 작성해서 SNS에 내 이름으로 올려주기로 약속을 했다면........ 요청자의 지원과 유형무형의 보상을 받기로 사전에 합의가 있었다면, 과연 위에 게재한 내용과 같은 솔직한 후기가 가능하겠는가?

적어도 나라면....... 나는 자신이 없다. 그래서 아직도 나는 인플루언서(influencer)가 될 마음도 없고, 준비도 되어있지 못하다.

나는 그냥...... 내가 마음이 가는 분야에 관심을 가지고 나름의 공부를 해가면서 깨닫고 경험한 것들을 글로 써서 옮기고자 하는 (어설픈 자유기고가)라는 표현에 딱 들어맞는 서툰 아마추어 글쟁이일 뿐이다.

세상에는 SNS가 아니더라도 각종 언론 매체나 잡지나 TV나 실내외의 광고판과 같은 상업적 목적을 가진 광고들이 차고 넘쳐난다. 그것들은 다분히 자본주의 사회의 대표적 산물이라 하겠다. 거기에는 불법이 아니고, 효과나 효능을 입증할 수 있고 유명인을 광고에 내세울 수만 있다면, 그 광고를 통해 무한의 재산을 벌어들인다 해도 전혀 잘못이 아닌 것이다. 광고 모델의 출연료가 천문학적인 이유는 바로 거기에서 파생될 수 있는 무한대의 기록적 수입에 대한 기대치와 평행하기 때문이다. 거기에서 누군가의 가치관이나 양심이나 인간으로서의 성숙도나 사회적 책임감까지 되물을 수는 없는 것이 분명한 현실이다. 거대기업들은 그 홍보 광고에 들어가는 천문학적 광고료와 모델의 출연료를 절감할 수 있는 지극히 현실적이며 보다 효과적인 방법으로 지금 새롭게 인플루언서 마케팅( Influencer marketing)에 열을 올리고 있는 것이다.

이것은 결과적으로........ 그동안 솔직하고 소신에 의한 열정 가득한 글을 써 올려온 수많은 사람들에게 있어서 어떤 새로운 시대의 도래이기도 하겠고, 보다 나은 생활의 한 방편이 되기도 하겠지만...... 그동안 가져왔던 초심의....... 순수하고 진솔한 마음을 고스란히 담아내던 그런 기회와 시간과는 의도하던 혹은 의도하지 않던 조금씩 멀어질 수밖에 없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떨쳐낼 수가 없다. 남이 원하고 바라는 글을 예쁘게 치장해서 써주다 인정받게 되면....... 유명 연예인 보다 잘 살 수 있다는 열망이 자신도 모르는 어느 순간에 이미 가슴속 깊은곳에 자리를 차지하고 있을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자신의 글 앞에 굳이 원치 않아도 법률이 정한 바 대로 (소정의 고료 내지는 지원을 받아 작성되었습니다) 라는 기사를 써 올려야만 하게된 현실이 그저 씁쓸하게 다가 올 뿐이다. 아울러 그동안 극히 소수의 사람만이 그런 사정을 전제로 글을 써서 올려왔는지 알았는데, 이제 하루 아침에 법률이 제정 발표되고 나니...... 헐!!!!! 그런 전제를 달지 않아도 되는 글을 찾아보기가 힘들 정도였다니.......... 그저 놀라울 따름이다.

여행을 다니면서 호텔을 구할때 마다 (제발. 사진빨에 속지 말자)라고 수도없이 다짐해왔건만.......... 이제부턴 (친절하고 솔직해 보이는 글이나 기사에도 제발 속지 말자. 넘쳐나도록 떠다니는 수많은 글(이야기) 속에서 영업용 광고가 아닌 진짜 이야기가 담긴 글을 찾아내는 것에 좀 더 집중하고 노력을 해보기로 하자. 눈물을 머금고서라도 말이다.) 라는 운동이라도 벌여야 하는 것은 아닐까?

'어떻게들........ 그런 글을 써 주시고 살림살이는 좀 나아지셨습니까?'

 

나짱(Nha Trang)은 유명한 휴양도시이긴 하지만, 흔하게 대한민국의 도시 규모에 비교하자면 아주 작고 좁은 소도시 중에 소도시라고 하겠다. 면 소재지와 비교할 수는 없겠지만 얼핏 우리나라의 고만고만한 군(읍 소재지) 정도라고 생각하면 될것 같다.

흐엉탑이 있는 쎈트럴이 중심이고 양쪽으로 해안을 따라 길게 현대식 도시건축물이 빼곡하니 들어서 있고, 그 뒷쪽으로 현지인들의 생활터전인 구도심이 꾸불꾸불 골목길을 따라 집약적으로 몰려있는 도시 구조를 갖추고 있다. 호텔과 카지노는 해변을 따라 늘어선 현대식 건물에 주로 위치해 있고, 나짱 여행의 실질적 주인공인 수많은 맛집과 카페와 레스토랑과 맛사지 숖과 시장은 모두 이 구도심에 모여있으면서 나짱을 찾는 여행객들을 맞이하고 있다. 나짱에서 제법 사람들이 몰리는 핫 플레이스는 모두 이 지역에 몰려있다고 해도 결코 과언이 아닌 것이다. 해변 산책이나 바다에서의 물놀이가 아니라면 실질적인 나짱 여행의 대부분이 이 작은 지역에서 모두 펼쳐지게 되는 것이며, 대부분의 핫 플레이스는 당연히 쉽게 걸어서 찾아다닐 수 있도록 한 지역에 집중되어 있다고 하겠다. 쉽게 다시 말해서, 나짱 여행을 나름으로 제대로 하긴 했다고 한다면 '죽어라 이 동네를 열심히 싸돌아 다녔다'는 뜻이며, 이는 다시 '그랬다면 웬만한 나짱은 모두 경험했다'고 할 수 있게되는 것이다. '나짱 여행은 이 동네에서 시작하고 이 동네에서 끝난다. 여기에 다 있다.'

그런데...... 리스그릴(LEE'S GRILL)은 거기에 해당하지 않는다. 위의 속설에서 예외에 해당하는 조금은 특별한 경우에 해당한다.

'리스그릴까지 부탁드립니다.'

택시를 타면서 인사를 건넸는데 기사님으로 부터 아무런 답변이 없다. 어색한 미소로 멀뚱히 쳐자보기만 할 뿐이다. 손님이 택시를 타면서 목적지까지 잘 부탁드립니다 라고 인사를 건네면 최소한 '오케이'라는 즉답은 있어야 하는 것이 아닌가? 아니면 '돈 워리' 라든가 '노 프라블럼' 정도라도 있어야 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이제껏 생각해 왔던 것이다. 그런데 아무런 대꾸가 없다.

'이거 혹시?'

어느 대중가요의 가사처럼 '왜 슬픈 예감은 항상 틀리지를 않는 것일까?' 하는 내 나름의 징크스를 떠올리기가 무섭게 자신의 핸디폰을 꺼내들고 번역기를 먼저 돌리기 시작하는 기사 아저씨를 엄습하는 불길한 시선으로 물끄러미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그렇다면 어두침침한 환경이거나 작은 글씨는 알아볼 수가 없는 노안에다가 난시까지 있는 내 시력이 문제인데, 오늘은 물놀이를 한다고 안경을 호텔에 빼놓고 썬글라스를 대신 가지고 왔던 터라 결국엔 아내가 중간에서 중간에서 번역내용을 대신 읽어주는데....... 아뿔싸!!! 번역 수준이 우리나라 어린이 유아원 수준이 아닌가?

'왜 슬픈 예감은 항상 참혹한 현실로 둔갑하여 나를 괴롭히는 것일까?'

거기에 더하여 번역기만이 문제가 아니라 이번엔 내비게이션까지 우리를 괴롭히는 것이었다.

비교적 나짱 도심이 아니라 외곽쪽 모서리에 있는 리스그릴을 하필 알지 못하는 택시기사님을...... 하고많은 그랩 택시 중에서 하필 그날 그순간에 우리가 만난것이다. 동네를 한 바퀴 돌고 길가는 사람들에게 물어서 450m 거리까지 가기는 갔는데....... 골목을 돌아서니 다시 800m로 거리가 제멋대로 늘어난다. 천천히 겨우겨우 좁은 골목길을 지나감에도 내비게이션을 속도가 따라오지 못하는 이 엄연한 충격적인 사실을 어떻게 받아들여야만 좋단 말인가? 암튼 산전수전을 모두 겪은 후에 겨우 리스그릴에 도착하고 나니...... 헐!!!! 아까 지나갔던 건물을 다른 모퉁이가 아닌가.

어쨌거나 돈을 지불하고 서툰 택시 기사를 되돌려 보냈다.

오후 브레이크 타임이 막 지났음인지 다른 손님은 전혀 없었고, 한국어를 썩 잘하는 친절한 베트남 아가씨가 우리를 2층으로 안내해 주었다.

웰컴 드링크로 시원한 물을 받아서 마실 즈음에 계단을 통해 남자가 올라오는데, 한 눈에 딱 보아도 한국인임이 틀림없어 보였고 그렇다면 이곳을 운영하는 한국인 사장님이 분명했다.

사장님은 환한 표정으로 자신과 리스그릴에 대해 간략하게 자기 소개를 했다. 그리고 새로 제작중이라 사진이 없는 메뉴판을 펼쳐놓고 리스그릴의 음식들에 대해서 친절하고도 세세하게 설명을 해 주셨다. 그리고 결과로 리스그릴의 시그니처 메뉴인 (송중기 세트 메뉴)로 최종 결론이 내려졌다. 우리가 두 명의 손녀와 할머니 할아버지로 구성된 4인 패밀리임에도 리스그릴의 음식 양이 풍부한 편이어서 (송중기 세트 2P)라면 충분할것 이라는 사장님의 권유에 따라 그렇게 주문을 함과 동시에 추가로 태리를 위해서 애플 라임에이드와 세리를 위한 망고 스무디와 할머니 할아버지를 위해 맥주 2개를 주문했다.

커다란 기대와 손녀들에게 꼭 맛있는 저녁 식사를 해주고 싶다는 어떤 간절함이야 있겄겠지만, 이곳 리스그릴을 찾았고 (송중기 세트 메뉴)를 주문하게 되었다는 것이 어쩌면 행운이라면 행운일 수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이 행복한 저녁식사의 화룡점정은 아마도..... 태리가 골랐던 리스그릴표 (애플 레몬에이드)가 아니었을까 싶다.

에피타이저로 마늘 바게트에 야채 샐러드가 나왔을 때만 해도 어쩜 그저 그랬으려니 하고 있었는데, 와중에 음료와 맥주가 먼저 도착했다.

가장 먼저 태리가 애플 레몬에이드를 가져다 한 모금 마셨는데....... '할아버지. 정말로 너무너무 깔끔하고 시원해요. 최고로 맛있어요.' 하는 것이 아닌가? 종일 물놀이하느라 지쳤고 배가 고픈데다가 목까지 말랐구나 라고 생각하고 있는데 태리의 표정은 정말로 그것이 아니었다. 마치 지구상 최고의 생명수라도 만난것처럼 에이드 잔을 들었다 놓았다 살짝 맛을 보았다가 심지어는 손가락을 슬적 담구어 휘저어보기까지 한다. 얼핏보자면 무슨 칵테일을 연구하고 있는 사람처럼 보일 정도였으니 말이다.

이날의 저녁식사가 행복하게 느껴질 수 있었던 계기는 바로 태리의 애플 레몬에이드 덕분이었던 듯 하다.

'정말로 맛있어요. 너무 깔끔하고 상쾌한 맛이예요.. 할머니 맛 좀 보실래요?'

'할아버지는 맛 보면 안되고?'

시원한 청량감과 은근한 향이 전해져 왔다. 그렇다고 아주 특별할 정도로 새로운 맛은 아니었다. 다만 지금 가장 중요한 것은 그 에이드가 태리의 마음을 온통 점령해 버렸다는데 있는 것이다.

'이 집이 요리를 아주 잘하는 고급 레스토랑인 가봐요. 송중기 삼촌 세트 메뉴라는데 엄청 기대되네요.'

에피타이저로 마늘 바게트 빵에다가 야채 샐러드가 나오고 노란색의 밥과 함께 바지락 국이 나온다. 모닝글로리 무침에다가 미역국이 제공된다.

'와!! 밥이 무척 맛있어요. 이 노란색이 무엇인지 모르지만요. 맛있는 밥이예요.'

내가 가끔 요리를 할 때도 노란색감을 내려면 카레(커리)를 넣곤 하는데, 카레를 넣으면 껄쭉해지면서 카레 특유의 향이 나기 마련인데 지금 제공된 노란 밥에서는 카레향이 전혀 나지 않았다. 맛을 보니 다른 맛을 전혀 느끼지 못하겠는데..... 아마도 샤프란이 아닐까? 그런데 태리는 밥 맛이 다르단다.

이 정도면 오늘 저녁은 이미 성공한 것이나 다름 없다. 태리가 좋아하면 동생 세리는 거의 대부분 상황에서 처럼 같이 좋하할 테니까 말이다.

아니나 다를까? 메인 요리인 송중기 세트 메뉴가 나왔는데....... 상당히 푸짐한 편이었다. 만약 부족해 보인다면 언제든 단품 요리를 추가할 생각이었는데, 역시나 사장님 말씀처럼 거의 부족함을 걱정하지 않아도 되지싶은 양이었다. 어떤 음식이 되었던 신중하게 개별적으로 살피고 냄새를 맡아 본 후에야 먹고 안먹고를 구별해 내는 병아리들 스타일이었는데...... 오늘은 처음 시작서 부터 아예 그런 심각한 절차가 모조리 완전 배제되어가고 있었다. 어느 하나 가리거나 빼놓는 것이 하나도 없었다. 그저 할머니가 먹기에 알맞은 크기로 열심히 잘르기만 하면 될 뿐이었다. 예외로 밀려난 것은 모닝글로리 무침 하나가 전부였다. 마늘빵에서부터 야채는 물론 감자 튀김에서 소고기 돼지고기 닭고기 BBQ에 이르기까지 어느 하나도 빼놓거나 밀어내지 않고, 그야말로 폭풍흡입을 시작했던 것이다. 그동안 캠핑을 비롯해 꽤 많은 시간과 음식을 병아리들과 함께 대해왔건만..... 이런 모습은 거의 처음이 아닌가.

'맛 있었요. 할아버지. 모든 음식이 다 맛있어요. 정말 최고예요.'

감격!!! 할아버지 가슴속으로 혼자 몰래 눈물을 흘리고 싶을 정도로 그야말로 감격이었다. 우리 손녀의 입에서 '좋아요'만 들어도 행복했는데, '최고예요' 소리를 하루에 세 번씩이나 듣게되다니 말이다. 머드 스파가 최고였고, 애플 레몬에이드가 최고였는데, 송중기 세트메뉴 또한 최고라니........ 이거야말로 그랜드 슬램 달성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정말로 맛있게들 먹는다. 부족하면 더 시키겠다고 했을 정도로 말이다. 하지만 음식의 양은 결코 적지 않았다. 충분한 양이었다. 거기다가 맛까지...... 이곳을 좋게 평가한 후기나 불만족스럽게 표현한 후기가 이 순간에 무슨 소용이 있단 말인가? 그 후기들은 다만 우리가 이곳에 오기까지만 어느정도 영향을 끼쳤을 뿐이다. 최후의 선택은 우리가 한 것이고...... 이곳에서 분위기와 음식을 즐기는 것은 어디까지나 주체인 우리들 몫일 테니까 말이다.

한참 식사가 무르익으면서 큰손녀 태리를 살피니....... 여전히 그 애플 레몬에이드에 필이 꽂혀서 맘것 마시지 못하고 있는것이 아닌가? 최대한 아껴서 먹어야 할만큼 썩 마음에 들었던 모양이다. 아이고, 그넘의 레몬 에이드가 뭐라고........ 여기 이렇게 할아버지가 버티고 있는데 말이다.

여직원을 불렀다. 그리고 애플 레몬에이드 하나를 더 부탁했다.

'태리야. 마음 편하게 먹고 싶은만큼 실컷 먹어. 아까 할머니 할아버지가 레몬에이드 뺏어 먹은만큼 모자라는것 같아서 하나 더 시켜주는거야.'

순간 녀석의 얼굴에 피어오르는 환한 미소....... 할아버진 그 맛에 사는 거란다.

'할아버지. 그럼 지금 주문한 애플에이드는 포장해서 가져가게 해 주세요. 여기서는 이것이면 충분하고요. 정말로 맛있는 애플 레몬에이드를 호텔로 가져가서 천천히 마시면 행복할 것 같아요.'

'할아버지. 저도 망고 쥬스 호텔로 가져가게 해 주세요. 그렇게 하고 싶어요.' 누가 아니랄까봐 세리도 즉각 나서서 언니를 따라한다.

그래서 다시 레몬에이드와 망고 쥬스 테이크 아웃을 주문한다.

식사를 마치고 계산을 하는데 리스그릴 사장님이 다시 나오셔서 저녁시간이 어땠느냐고 안부를 물어 온다.

'아주 훌륭하고 행복한 시간이었습니다. 우리 손녀들이 이제껏 최고로 맛난 음식이었다고 칭찬을 했어요. 녀석들에게 그동안 최고음식은 아빠가 해준 샌드위치가 1번이고, 엄마가 해주는 아침밥이 2번이었는데, 오늘 그동안 3번을 고수하던 할머니의 간장계란밥을 재치고 송중기 세트가 최고 반열에 올랐습니다. 너무나 감사했습니다. 귀국할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는데...... 기회가 된다면 꼭 다시 오고 싶습니다.' 라고 답을 해 드렸다.

'그러셨다니 저도 무척이나 기쁘네요. 당연히 다시 뵐 수 있다면 고맙겠습니다. 안녕히 가세요.'

리스그릴을 나섰는데....... 그랩택시가 5분 후에나 도착을 한단다.

그랬더니 냅다...... 우리 병아리들이 그대로 땅바닦에 주저않아 버린다. 그리고는 테이크아웃 포장을 풀어재치더니 호텔로 가져간다던 애플에이드와 망고 쥬스를 마시기 시작한다. 정말로 그만큼 좋았나 보다.

'겡구야. 짱구야. 병아리들 땅바닦에 아무렇게나 주저않은 것은 안 본것으로 하던가 이해해 주렴. 우린 평상시 별로 남의 시선 의식 안하는 주의야. 남에게 피해 안끼치고 손가락질 받을 일이 아니면 현장중심이자 현실우선주의자 들이야. 자연스런 낭만여행이란게 바로 이런거 아니겠니?

헐!!!

'아니, 다시 올지 모른다고 하시더니 정말로 다시 오셨네요?'

정확히 24시간 후, 우리는 다시 리스그릴의 문을 열고 들어섰다.

다음날의 여행 스케줄을 모두 소화하고 나서 '오늘은 어디서 무얼 먹을까'를 모여서 고심하던 중에 '할아버지 어제 거기 다시가면 안되나요?' 하는 태리의 표정을 바라보면서 '이 세상에 너희들이 원하는데 안되는 일은 없어. 거기가서 애플 레몬에이드랑 망고쥬스랑 송중기 세트 먹을까?'하니 순식간에 병아리들이 자리에서 일어나 환호를 지르면서 춤을 추기 시작한다.

'임마들아. 너희들이 원하면 이 할아버지는 당장이라도 하늘에서 별을 따 올 수도 있단다.'

( 시즌 1)이크게 성공하면, 대부분의 경우 (시즌 2)는 성공하기가 어렵거나 실망을 안겨주기도 한다는데....... 다시 방문한 리스그릴의 송중기 세트 메뉴와 애플 레몬에이드............ 그야말로 (시즌 1)을 훨씬 능가하는 대박 사건이었다. 세트 메뉴에는 새우튀김이 포함되어 있는데 냉장새우라고 한다. 그런데 평소 새우튀김을 내켜하지 않던 태리가 여기서는 맛있게 먹어치우는 것을 보고는 생새우 튀김 요리를 추가했고, 거기에다 세리의 음료가 딸기 쥬스로 바뀐 것 빼고는...... 어제와 똑같이 그대로였다. 당연히 태리의 애플 레몬에이드 사랑은 오히려 더 넘쳐나고 있었다.

물론 이날도 테이크 아웃은 당연히 뒤따랐고 말이다.

'어? 할머니 그건 내가 나중에 먹으려고 일부러 남겨 둔 건데요?'

'헐!!! 어이 없어요. 우리 할머니.' 어린 세리가 혀를 차고 말았다. 그 순간의 우리 세리 표정은........ 지금도 잊을 수가 없다.


나짱 시내에서 탑바 머드 스파를 가려면 해안 도로를 따라가다가 다리를 건너서 강둑을 따라 올라가거나, 아니면 구도심에서 곧장 다리를 건너 탑바로 가는 방법이 있다. 어느 길을 택하던 무조건 일단은 다리를 건너야 하고, 다음으로는 포 나가르 참 타워(Po Nagar Cham Towers)를 반드시 지나가게끔 되어있다.

나짱은 베트남을 1.300년 가까이 실질적으로 지배한 참파 왕국의 초기 중심거점이었던 탓에 모시와 문화가 크게 부흥 번성한 지역이었지만, 오랜 세월의 부침과 크메르 왕국의 침략으로 모조리 파괴되어 버렸다. 그런 결과로, 비록 유구한 역사를 간직한 나짱이라고는 하지만 현존하는 역사 문화유적으로는 포 나가르 참 타워(Po Nagar Cham Towers)가 거의 유일한 역사 문화재라고 해도 무방할 지경이다.

나짱 시내에서 가깝고 참혹하게 파괴된 후에 겨우 남겨져 복원된 사원의 터가 비교적 아주 좁다고 할 수 있기에, 뜨거운 폭염을 피하며 그늘에서 잠시 쉬면서, 나짱까지 와서 그래도 역사 유적을 탐방했다는 근거를 남기기 위해 바쁘게 셔터를 눌러대는 여행자들로 늘 문전성시를 이루는 나짱 여행의 필수 여행코스이자 명소라 하겠다. 파괴의 흔적과 세월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있는 적벽 돌을 쌓아올려 정교하게 만들어진 붉은 사원은 의외로 아주 훌륭한 사진빨을 렌즈에 담겨주는 장소로 나름 인기가 상당하다. 인생 샷을 건지려는 여행자들의 다양한 표정과 포즈는 물론 가끔씩은 오버 액션으로 갖가지 웃음을 참기 힘들만큼 엉뚱한 해프닝이 벌어지기도 한다.

여행자를 안내하는 가이드가 설명하는 내용이나, 각종 여행 잡지나 가이드북에 올라있는 내용이나, 여행 후기가 담긴 SNS상의 블로그 내용이나...... 하나 같이 글자의 토시가 좀 다를 뿐 거의 모든 내용이 아주 비슷하다. 범위는 그다지 넓지 못하고 이야기의 내용 또한 깊이가 전혀 없다. 그냥 여행 투어를 진행하면서 눈앞에 펼쳐지는 풍경을 설명해야만 하겠고, 문화재가 나타났으니 어쩔 수 없이 간략하나마 역사적 부연 설명을 어쩔 수 없이 하긴 해야만 하겠다는 식의 딱 그 정도 수준에서 말이다. 그러다 보니 나짱을 여행한 사람들은 무조건 포 나가르 참 타워에 다녀와야만 하고....... 포나가르 탑은 7세기에서 12세기 사이에 이 지역을 오랫동안 다스리던 참족(Champa people)에 의해 포 나가르 여신을 기리기 위해 세워진 힌두교 사원의 탑이라는 내용이 거의 전부에 그치고 만다. 물론 개중엔 가이드의 성향에 따라 포 나가르 여신의 존재에 대해서나 참 탑의 구성과 유래에 대해서도 조금 더 부연 설명을 하기도 한다. 하지만 어차피 앞부분의 설명 일부를 제외하고는 대부분의 여행자들이 그나마 관심이 있으면 거기까지라도 기억을 할 뿐, 그냥 조금 지나서 다녀왔다는 기억과 부지런히 찍어온 사진 외에는 남는 것이 거의 없기 마련이다.

하지만 말이다. 그게 다는 아니지 않겠는가?

참족은 누구일까? 그들이 베트남을 약 1.300년이나 실질적으로 지배를 했었다면, 당연히 거대한 도시(수도)는 물론 수많은 문화유산이 남아있지 않겠는가?

‘당신은 참족이 누구인지 아십니까? 그들의 생활터전과 중심이 어디였습니까? 베트남에 참족은 무엇을 남겼나요? 물론 포 나가르 사원의 탑을 제외하고 말씀입니다.’

바꿔 말해서, 지금 이 순간인 2025년 1월을 살아가고 있는 시점에서 1.300년 이란 시간은 실로 엄청난 시간의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것이다. 대한민국의 역사에 비유하자면 삼국시대(고구려. 백제. 신라)의 역사에다가 고려의 역사를 합친 시간에 대충 비교할 수 있을 것이다. 대한민국 역사에서 (삼국시대 + 고려시대)를 쑥 빼버린다면 과연 한국사란 게 존재할 수 있을까? 빼내고 싶은 일제 36년만 해도 엄연한 역사 속에서 빼내거나 지울 수 없을만치 그 비중이 상당한데 말이다. 이렇게 볼 때, 베트남의 역사 2.000년에서 참족의 역사 1.300년을 빼버리면 비엣족의 역사는 절반이 조금 넘는 700년 밖에 되지 않는다는 결론이 나온다. 그렇다면 과연 베트남을 비엣족의 나라라고 할 수 있을까? 차라리 참족의 나라라고 하는 것이 타당한 것이 아닐까? 그런 상황에서 어찌하여 참족에 대해 제대로 설명되는 것이 거의 없고, 참족의 역사가 보이지 않는 것일까? 누구도 말하지 않는 것일까?

그냥 참족이란 게 있었고...... 저기 포 나가르 참 타워(Po Nagar Cham Towers)가 참족의 전부니까 그냥 대충 이해하고 넘어가라고????

헐!!!!!

아무리 그렇기로서니 차마 나까지 그럴 수는 없지 않겠는가?

내 처지가 ‘어설픈 자유기고가’ 수준의 아마추어 글쟁이라고 할지라도 역사와 문화와 미술사라고 하면 웬만큼은 열정을 가지고 나름 공부를 열심히 해온 처지로 작금의 이 상황을 그대로 무시하고 지나칠 수는 없을 것 같다.

하여 지금 쓰고 있는 태리 세리와의 나짱 여행기가 끝나는 시접에서 <참파와 베트남 역사>라는 제목으로 내 나름의 식견을 글로 써서 올려볼 탐구 시간을 가져 볼 생각이다.

<피안재의 여행 갤러리>를 찾아주시고 읽어주시고 격려해 주시는 분들에 대한 약속이라 해야겠다. (참족의 역사)에 대해 조금 광범위한 이야기를 곧 정리해 올려보기로 한다.

 

덧붙여, 아주 간단한 우수개 소리를 하나 하고 넘어가기로 하자.

나짱에 가서 그 유명하다는 힌두교 사원을 찾아가려고 지나가는 사람을 잡고 갑자기 생각나지 않는 ‘탑이 타워인가 뭔가?’ 할 필요가 없다. ‘포 나가르 여신’ 이름이 생각나지 않아도 전혀 상관이 없다. 타워는 무슨......... 그냥 택시에 타서 기사에게 ‘참 탑’ 하면 다 알아 듣는다. 이 얼마나 쉬운가? 대충 얼렁뚱땅 ‘참 탑’을 한다는데 ‘진짜 탑’ 해도 알아들을 것이다. 그냥 ‘탑’이라고만 하면 ‘탑’이 무슨 말인지 알아들을 것이고, 나짱에서 여행자들이 기를 쓰고 찾아가는 탑 이래야 ‘ 포 나가르 탑’ 밖에 없을테니 말이다.

우리가 쓰는 ‘탑’이라는 말이나 베트남 사람들이 쓰는 ‘탑’은 모두 똑같은 탑(타워)를 가리킨다. 똑같이 사용한다는 말이다.

탑(Thap)은 고대 인도어인 범어(梵語)의 스투파(Stupa)에서 유래된 용어로, 불교가 중국으로 건너가면서 소리 나는 대로 글로 적어 옮기는 과정에서 중국식 발음인 솔도파(率堵婆)와 탑파(塔婆)라고 표기하게 되었고, 이를 중국인들은 더 쉽게 줄여 탑(塔)이 라고 사용하게 된 것이다. 본래 스투파가 크게 깨달음을 얻은 스님들의 몸에서 나온 사리를 보관하기 위하여 쌓아올린 보관함(사리탑)을 가리키는 용어였으나, 차차 목재나 석재 등을 높이 쌓아 올리는 건축물에 붙여 사용하게 되었다.

하여, 불교 문화권이나 약간의 힌두교 문화권에서는 공히 탑(Tower)을 그대로 같이 ‘탑’이라 사용한다. 언.더.스.탠.드.?

 

같은 경우로 포루투갈에 가서 커피와 빵으로 아침을 때우고 싶은데 지나가는 사람을 붙잡고 굳이 ‘브레드(Bread)’ 니 베이커리(Bakery)를 찾으면서 정신적 학대를 가하지 말자. 우리가 빵을 그냥 ‘빵’이라 부르듯이, 포루투갈 사람들도 빵을 그냥 ‘빵’이라 부르니까 말이다.

이 얼마나 쉬운가? 탑이 그냥 ‘탑’이요, 빵이 그냥 ‘빵’인 것을 말이다.

그러니까 ‘탑’이나 ‘빵’은 사실 따지자면 외래어가 분명한데, 하도 오랜 세월동안 그대로 쭈옥 쓰다보니까 아예 우리 한글처럼 익숙해 졌다는 말이다.

포루투갈에선 빵(Bread)이 처음부터 그냥 ‘빵’이었다. 포루투갈 선원과 선교사들이 일본과 접촉하면서 고스란히 ‘빵’으로 전해졌고, 임진왜란을 통해서 ‘빵’이 들어왔고 그대로 ‘빵’이라고 부르면서 지금에 이르렀다는 이야기다. 또.언.더.스.탠.드.?

다른나라 가서는 브레드나 베이커리를 찾아도 되지만, 포루투갈 가서 브레드나 베이커리 찾으면......... 촌놈(한심이. 멍충이)!!!!

 

 


‘태리야. 그게 아니라고 할머니가 했는데 왜 자꾸 딴청을 부리는 걸까?’

‘성장통 때문인가 봐요.’

‘임마. 제가 제 입으로 성장통 때문에요 성장통이 생겨서요 하는 녀석이 어디 있니?’

‘그러게요. 할아버지. 아마 그 어깃장도 성장통 때문이 아닐까요?’

‘우리 태리가 이젠 말썽꾸러기가 되기로 작정했나보다.’

‘성장통이 끝나면 다 괜찮아질 거예요. 걱정하지 마세요. 할아버지.’

큰 손녀와 할머니와 할아버지가 배꼽을 움켜쥐고 배가 아플 정도로 웃는다. 새벽부터 말이다.

일찍 제 스스로 일어난 태리를 할머니가 화장실로 데리고 들어가 머리를 매만져 준다는 것이 수도꼭지를 잘못 건드려서 그만 샤워기로 물이 쏟아지고 말았다. 어쩌겠어? 식전 댓바람부터 손녀랑 할머니가 목욕을 할 수밖에....... 그런데 소란을 듣고 잠자리에서 일어난 세리가 기어코 옷을 훌러덩 벗고는 욕조로 합류해 버리고 말았다. 물 만난 병아리들이니 어쩌겠는가? 삽시간에 목욕탕이 수영장으로 변한 것이지.

예정에 없던 샤워를 하고 태리의 머리를 매만지고 옷을 입혀주는 할머니의 눈길과 손길이 오늘따라 유독 참으로 애틋해 보인다. 엄마가 딸에게도 저렇게 까지 하지는 않을 것만 같다.

태리가 아홉 살이 된 금년 초부터 할머니의 걱정과 관심은 온통 큰손녀 태리에게 쏠려있다. 사춘기 기미가 엿보였던 때문이다. 이제부턴 철부지 어린아이에서 소녀로 변모해 가면서 장차 여성으로서의 성스러운 길을 가야한다고 생각하고 인정했기 때문이다. 비록 우리는 아들 하나만을 두어서 사춘기 소녀의 특성을 경험해 볼 기회는 없었지만, 미래에 태어나게 될지도 모르는 손녀들을 위해서 할머니는 유아교육 대학원 과정까지 뒤늦게 공부했을 정도로 열의에 가득찼었으니 말이다. 대학에서 교직과목 이수로 2급 정교사 자격증을 가졌지만, 유아 교육의 중요성이 점점 부각되면서 보통의 청소년 교육 자격과 유아 교육의 과정이 분리되자 불혹의 나이에 다시 유아교육 공부까지 했던 억척스런 할머니인 것이다.

그런 덕분인지(?) 손녀가 둘이나 태어나 선물처럼 우리에게 안겨왔다.

마냥 귀엽고 깜찍하기만 했던 큰손녀 태리가 어느 순간부터 무엇인가가 변하고 있다는 것을 감지한 할머니는 사춘기가 시작되고 있다고 생각했다. 그 순간부터 더 조심스럽게 다정스럽게 손녀들을 대하기 시작했다.

일단 우리도 겪었던 것처럼, 사춘기에는 일단 자신의 주변에 자신만의 울타리를 치게 되고, 비밀이 생기게 되고, 온갖 궁금증이 생겨나고, 깊은 고민이 생긴다는 것쯤은 경험상으로 어느 정도 알고 있지만, 내 경우엔 소년과 소녀 사이에 어떤식으로든 커다란 차이가 있다고 막연하게나마 짐작만 어렴풋이 하고 있던 터였다.

‘당신도 좀 더 신중해 줘야만 하겠어. 사춘기 소녀는 언제 어디서 어떻게 생길지 모르는 작은 일이나 말 한마디에도 평생 트라우마처럼 여겨질 수도 있는 상처가 되기도 한단 말이야. 늘 자상한 모습으로 관심과 여유를 가지고 태리의 이야기에 끝가지 귀를 기울여 주는 그런 할아버지가 되어야 한다는 이야기야. 말로만 보고 싶고 사랑한다고 하지 말고, 진정어린 마음과 말이 태리에게 자연스럽게 전달되도록 노력해야 하는 게 지금 필요한 할아버지의 태도란 말이야. 나를 처음 만났을 때처럼 소중하게 정중하게 예의를 다 해줘. 알았지?’

‘아니, 알아듣기는 하겠는데....... 그게 어디 형이상학적인 철학문제 보다 더 어려운 게 아니야? 이거 무슨...... 할아버지 노릇이 과거급제 보다도 더 어렵잖아? 어디 해외파견이라도 갔다가 애들이 사춘기 지나서 돌아오든가 해야지........ 이거야 원. 지금 할아버지보고 새로 태어나라고 하는 것이나 마찬가지지........... 헐!!!!’

‘그럼 할아버지가 저절로 되는 줄 알았어? 손녀가 성장통을 겪으면 할아버지도 나름의 방식으로 똑같이 성장통을 겪어야 하는 거야. 손녀 끔찍이 사랑한다며? 그럼 함께 겪어야지?’

‘아이고. 그넘의 성장통....... 내가 안겪겠다고 발뺌하는게 아니고.......이러다 성장통 노이로제 걸리겠다. 그럼 태리 성장통을 어쨌든 이 할아버지가 무사히 넘겼다고 치자....... 그럼 좀 있다가 세리가 또 성장통을 겪으면 그땐 또 어떻게 되는 거야?’

‘할아버지니까 당연히 또 한 번 성장통을 같이 겪어야지? 세리는 당신 손녀 아니야?’

‘오, 마이 갓!!!!!!! 아들한테 셋째는 혹 손자이면 모를까, 손녀는 바라지 않는다고 전해 줘. 꼭.’

그럴 정도로 작금에 할머니의 큰 손녀에 대한 관심과 애정은 아주 각별하다.

이제 이 여행이 끝나는 시점에서 이틀 밤만 지나면 태리가 새롭게 열 살이 된다. 세리는 이제 여섯 살이 된다.

엄마 아빠가 아무리 훌륭하고 자녀를 사랑한다고 해도 그넘의 성장통이라는 것은 당사자에게 깊은 고민을 안겨주고 자신만의 비밀에 힘들어 하게 만든다고 한다. 지금 할머니는 그 필연적인 성장통의 충격을 태리가 적게 받고 무사히 지나가게 도움이 되어주기 위해서 온 힘과 마음을 다하고 있는 것이다. 엄마 아빠에게도 털어 놓거나 상의할 수 없는 그런 고민들을 할머니가 나누어 갖기 위해서 모든 것을 다 쏟아 부어도 좋다고 생각하고 실제로 그렇게 다가가 함께하기 위하여 부단히 노력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는 결코 무작정 오냐오냐 하는 그런 애들 버릇부터 나쁘게 만드는 마냥 호락호락한 할머니 할아버지는 절대 아니다. 때론 단호하기도 하고 엄하기도 하다. 옳고 그름과 최소한의 예의와 절차에 대해서는 칼날처럼 매섭다. 매 상황에 이야기를 나누고 녀석들의 생각도 끝까지 들어준다. 그리고 함께 상의를 해서 결과를 돌출해 내는 타입이다. 선택한 결과에는 끝까지 엄연한 책임을 강조한다. 물론 마트에서 군것질이나 뽑기 등 몇 가지 예외 상황은 어쩔 수 없지 않겠는가? 늘상처럼 이런 항복은 거의 대부분 할아버지 몫이고, 그런 결과로 할머니에게 디지게 혼 나기도 한다. 그게 어디 한 두 번이겠어? 다분히 이런 훈육은 할머니 몫이고 할아버지는 언제나 머슴처럼 쩔쩔 매는 경우가 다반사지만 말이다.

하여, 손녀들과 할머니는 친구나 자매처럼 늘 함께 더불어 지낸다. 태리와 할머니만의 비밀이 있고, 더하여 할아버지와 태리만의 비밀도 엄연히 존재한다. 물론 그 비밀은 녀석들을 집에 보내고 나면 할머니 할아버지가 저녁 술상머리에 앉아서 이바구를 나누면서 다 털어놓지만, 녀석들에게만은 끝까지 철저하게 비밀이 새어나가지 않았다고 믿게끔 늘 각별히 조심한다. 그런 신뢰관계 또한 더없이 소중한 것이기 때문이다. 이런 반쪽뿐인 비밀은 훗날 녀석들이 좀 더 크고 나면 ‘크리스마스의 비밀이 거짓’ 이었다는 성스러운 거짓말처럼 자연스레 모두 이해하게 될 것이다.

‘아무래도 좋겠다. 무럭무럭 건강하게만 쑥쑥 자라주렴. 할아버지의 시간표 보다 빠르게만 말이다.’

'할아버지의 남은 소원은 한 가지!!! 예쁜 숙녀로 성장한 태리 세리 데리고 호프집 가서 생맥주 1.000cc를 건배 외침과 함게 원 샷으로 마시는 것.'

ㅋㅋㅋㅋ. 할머니랑 아빠랑 엄마는 옆 테이블에서 땅콩 안주나 먹으라고 하고......... 얼마나 재미있을까?

일기예보에는 아침에 살짝 흐리기만 하고 이번 여행을 통 털어서 오늘이 가장 좋은 날씨가 되겠으며 한낮엔 화창한 날씨가 될 것이라고 뉴스에 방송까지 되었었는데....... 그래서 미리 오늘 날짜에 호핑투어를 예약하지 못한 것을 밤새 후회까지 했었는데...... 창밖을 내다보니 잔뜩 찌푸리다 못해 간간히 빗줄기가 쏟아져 내리고 있지 않은가?

헐!!!!! 이러면 자못 또 심각해지는데.......

오늘 내일이 지나면 우리의 이번 여행은 끝이 나고 밤이 깊으면 공항으로 가서 귀국길에 올라야만 하는 상황이 되었던 것이다. 꽉 채운 6박 7일의 결코 짧지 않은 우리의 여행이 어쩜 이리도 훌쩍 지나가 버리고 말았는지 그저 안타까울 뿐이다.

바깥 날씨를 보니 호핑투어에 대한 후회는 하지 않아도 되어서 다행이건만........ 그렇다면 도대체 오늘은 어떻게 보내야 하지? 또 내일은?

호텔 후런트로 내려가 오늘도 맛나게 조식 식사를 마치고....... 날씨도 살피고 아침 산책도 겸해서 해변으로 나간다.

어제 보았던 그 바다 그 풍경이고, 더하여 그제와 엊그제 보았던 딱 그 바다 모습이다.

한 가지 뜻밖의 이색적 풍경은 러시아인(?) 쯤으로 보이는 남녀가 금속 탐지기를 가지고 해변 백사장을 뒤지고 있는 이새적인 모습이었다. 혹 그렇게 금속 탐지기를 이용해 앞서 다녀간 여행객들이 떨어트린 금 목걸이나 금 귀걸이라도 찾아내서 여행비에 충당하고도 어느 정도 남습니까 라고 물어보고 싶어졌다. 그렇다고 하고 금속탐지기 구입 비용이 적당하다면 아예 한동안 이대로 더 나짱에 눌러앉으면 안 될까 하는 생각이 머릿속을 스쳐지나갔기 때문이다.

비가 오면 또 어떠랴?

차가운 바람이 세차게 불고 매우 성난 파도가 끊임없이 밀려온들 또 어떠랴?

우리 병아리들이 해변을 차지하고 바다를 놀이터로 삼아 즐거운 시간을 만드는데는 아무런 장애가 되지 못하는 것을....... 아예 바다에서 살으렴.

저런!!!!! 언제나처럼 당연하게 또 밀려오는 성난 파도에 빠져버린 것을........

‘태리야. 세리야. 오늘은 시내에 있는 멋진 카페들 찾아가서 사진도 찍고 커피와 쥬스도 마시고, 시장가서 쇼핑도 좀 하고, 세리 손톱에 그림 그리는 네일 아트도 하는 게 어떨까?’

내 이야기를 가만히 듣고 잠시 생각에 잠기던 태리가 갑자기 동생 세리의 귀에다 대고 뭔가를 속삭인다. 그러더니 다짜고짜 우리를 쳐다보며 이렇게 외치는 것이 아닌가?

‘할아버지. 우리 오늘 빈 원더스 놀이동산 다시 가면 안 되나요?’

‘할머니. 세리도 놀이동산 또 가고 싶어요. 부탁드려요. 도와주세요.’

당연한 듯 동생 세리까지 거들고 나선다.

'아니, 지금 너희가 할머니에게 부탁하고 도와달라고 하면...... 이 할아버지가 지금 뭘 어떻게 했다고? 나 아무것도 안했어? 할아버진 그런 사람 아니야? 내가 뭘????? 할아버진 지금 억울해!!!!'

-- 억울한들 어쩌겠습니까? 애들이 가자고 하면 할아버지가 앞장서서 택시부터 붙잡아야 하는 것을...... 다음 이야기에서 이어지겠습니다. 피안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