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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이야기

덕유산으로 겨울여행, 덕유대 야영장.

by 피안재 2013. 12. 28.

 

 

 

 

 

 

 

 

 

 

 

 

 

 

 

 

 

 

 

 

 

 

 

   캠퍼들 사이엔  '대한민국 캠핑의 성소'로 까지 불린다는 (덕유대 야영장) 이었기에,  더우기 겨울캠핑의 명소중에 명소로 꼽힌다는 (덕유대 7야영장)이었기에  갖는 커다란 기대감에는 어떤 설레임까지 서려 있었다.

   나름으론 꽤나 오랜 캠핑 이력을 가지고 있었으면서도 유독 인연이 없었던 덕유대야영장을 마침내 가보게 된 것이다.

   하지만, 이번에도 역시........

   덕유대 야영장은 이상하리만치 나의 접근을 쉽사리 허락하지 않았다.

 

   왕짜증여사의 연말 스케줄이 확정된 직후,  2박3일을 계획하며 미리 덕유대야영장 인터넷예약을 신청하였다.

   주말이나 휴일은 예약완료였고, 평일이었기에 3분의 1 정도 여유가 있었다.

   그런데 아뿔싸.

   덕유대야영장 인터넷예약 전산시스템이 나를 거부하는 것이다.

   직접 야영장에 전화를 걸어 이런저런 조치를 취해봐도 (성명불일치)라는 전대미문의 오류발생은 해결될 기미조차 보이질 않았다.

   예약 자체가 인터넷예약만을 허락하는 현 조건하에서 씨스템이 나를 거부하는........ 담당자도 이런경우는 처음이란다.

  결국 상부기관인 국립공원관리공단에 정식으로 민원접수하여 이를 해결하는데 3일 이라는 시간이 허비되었다.

   3일 후 겨우 접속하여 예약을 하려고 하니........ 2박이 허락되는 장소가 없다.

   - 에라이 빌어먹을 *** 야영장. 벼락이나 맞아라.

   실컷 저주를 퍼부은 다음에........ 심신을 차분히 가라앉히고......

   야영장담당자에게 전화를 걸어 상황을 설명하니.........  수일 전 상황을 담당한 직원인데도 '달리 방법이 없겠단다'.

   '내가 죽을 때 까지 ***야영장을 가나 봐라' 하려다가 다시 예약싸이트를 이리저리 기웃거린다.

   결국은 나란히 옆에 붙은 야영장을 하루씩 빌리기로 하였다. (혹시 재수 좋으면...........)

 

 

 

 

 

 

 

 

 

 

 

   온 세상아 기뻐하고 경배하며 찬양하라.

   메리 크리스마스.

   아멘.

 

 

   그래도 명색이 성탄절이 아닌가.

   어쩌다 지은 죄가 너무 많이 쌓였다 싶으면 겨우 한번씩 예배당 가는 이 돌팔이 기독교인은 왕짜증여사가 성탄절예배를 마치고 귀가하실 때까지 캠핑장비를 챙겨서 차에 싣고  가스충전하고 세차하면서 기다린다.  ~~~~~  오!  할렐루야 아멘 아멘.

   그러다 보니 오후가 되어서야 우리의 캠핑 여행이 비로서 시작되었다.

   새로생긴 서충주IC를 올라서며 이리가면 어디로 갈까 했더니 음성 언저리서 중앙고속도로에 올려보낸다. 경부고속도로로 올라타고 다시 대진고속도로에 올라서서 무주를 향해 내려간다.

   전혀무관한 타지였는데  어느날 부터(아들이 머물면서 부터) 정감있는 도시가 되었다는 대전을 지나면서는 아들의 상황이 궁금한데........

   - 녀석이 지금 대전에 있겠어?  여친한테 갔겠지?

   그런 녀석이 한심하다는 것인지, 대견하다는 것인지,  아들의 여친 이야기를 꺼내면서 연실 실실 웃는 왕여사.

   오후 4시 20분이 되어서야 우리는 덕유대 제7야영장에 도착했다.

   C10 이라는 표지판이 있는 장소에........

  

   이제껏 까지의 날씨는 제법 화창하고 따스한 날씨였는데,  도착한 즈음부터 날씨가 쌀쌀해지고 바람이 일기 시작하고 있었다.

   내일은 폭설과 한파가 예고되어 있는 처지였다.

   서둘러 차에서 살림살이를 꺼내고 우리가 머물 베이스캠프를 설치하기 시작하였다.

   대충 텐트 설치를 하고나니 벌써 어둠이 내려깔리고,  부랴부랴 살림살이를 텐트 안으로 옮기고 전기를 끌어오고 난로를 피우느라 정신없이 바쁘다.

 

 

 

 

 

 

 

 

 

 

 

   계곡으로 불어드는 겨울바람은 좀 살벌하다.

   텐트 사방으로 바람구멍들을 나름 세세하게 잘 여미고 나서, 긴 겨울밤에 텐트 안에서 무엇을 하겠는가?

   더구나 왕짜증여사와 나는 삼십년지기 술친구 아닌감?

   또 다시 짱구하우스 룸싸롱을 개업해본다.

 

 

 

 

 

 

 

 

 

 

 

 

 

   밥솥에 해놓은 밥은 뒷전으로 밀쳐놓고,  한 시간 이상 삶은 수육에 소맥폭탄주 대신 소주에 오미자엑기스를 타서는 (건배)를 외친다.

   난로 위에서는 참쌀떡이며 군밤이며 군고구마가 연실 풍미 가득한 냄새를 코끝으로 전하여 온다.

   이번 겨울의 여행을 위해서 새로 구입한 난로,

   일제 **** 와 국산 파**를 염두에 두었다가  과시용 브랜드 기피증이 또 발작하여 기어코 태서 460으로 급선회하여 구입한 난로.

   기대 이상으로 내 마음에 쏙 들었다.  기능 성능 나름 이쁜 가격  모두가 합격.

   한파예고로 추위를 걱정한 여행이었으나, 전기담요랑 요 태서460난로 만 가지고 전혀 춥지않은  텐트속의 이틀밤을 무사히 보냈다.

   더우기....... 가지고 간 침낭은 아예 꺼내지고 않고 지냈다.  모두가 텐트와 난로의 덕분.

 

 

 

 

 

 

 

 

 

 

 

 

 

 

 

   날이 새기가 무섭게 주변으로 부터 아이들 노는 소리가 들려온다.

   캠핑장 주위를 한바퀴 둘러보고 돌아오니 왕여사가 아침을 서둘러 준비하고 있다.

   라면을 먹자고 우겨보는데......... 어제 저녁도 먹지않고 술을 마셨으니 밥을 먹어야 한단다.

   지난밤에 해 놓고도 손도 대지 않았던 찬밥을 가지고 볶음밥을 만든다.

   ㅎㅎㅎㅎ   우리 왕여사 이따끔씩 김장김치에 소금조절 실수하는것 빼고는 나름 참 음식을 잘한다. ㅋㅋㅋ

   끝까지 라면 먹자고 우기지 않기를 참 잘했다.  무척 맛있었으니까.......

 

 

 

 

 

 

 

 

   아침을 해결하고 설것이를 끝마치고 나니 하늘이 요상해 지기 시작한다.

   바람이 거세지기 시작하고 간간히 눈발이 날리기 시작했다.

   우리는 서둘러 캠프장을 나와서 다음 목적지로 향했다.

   무주리조트.

 

 

 

 

 

 

 

 

 

 

 

 

 

 

 

 

 

 

 

 

 

 

 

 

   곤돌라 이용권은 오전 9시부터 발매.

   스키장을 둘러보며 눈구경을 하다가 물찬제비처럼 달려가 두번째로 곤돌라 이용권을 구입하곤 곧바로 설천봉행.

   간간히 날리는 눈발을 보면 산정상의 상황을 짐짓 짐작은 했었는데......

   세찬바람과 함께 눈보라가 몰아치는 정상에선 한치앞을 내다보기가 힘든 상황이 펼쳐지고 있었다.

   잠시 매점 담장으로 대피해서 눈보라를 피해본다.

   뒤따라 올라오는 사람들 행색을 살펴보자니 가히 에베레스트 등정에 나선 사람들 포스를 물씬 풍긴다.

   나 역시 짊어진 배낭에 나름으로는 만반의 준비를 해 온 터라,  얼굴가리는 두건이며 스패츠며 아이젠이며 꺼내서 왕여사 채비를 챙겨주려하자........

   - 까짓 뭐 대수겠어?  가는데 까지 그냥 가 보지 뭐.

   설천봉 정상에서 이제부턴 씩씩하게 향적봉을 향해서 보부도 당당하게 앞장서서 올라간다.

   - 와!  재작년에 정동진 겨울여행 같을때 눈구경이야 원없이 했었지만,  이렇게 눈보라치고 세찬 바람불어오는데 산에 올라본것은 처음인것 같애.  겨울 경치를 제대로 감상하게 되는 것 같아.  당신은 이런 경험 해 본적 있어?

   - 나야. 여러번 있지.

   -어디서?

   - 인제 원통 그 안동네  향로봉 근처에서는 이건 아무것도 아니야.  군대서 실컷 했지.

   - 그랬구나. 암튼 정말 끝내준다.  가자. 어서 가보자. 정상은 어떤지.

   씩씩하게 계단을 잘도 오르는 왕짜증여사.  못내 내가 못미덥다는 듯이 자꾸만 뒤를 힐끗거린다.

 

 

 

 

 

 

 

 

 

 

 

 

 

 

 

 

 

 

 

 

 

 

 

 

 

   그렇게 한참을 걸어 올라 마침내 다닳은 향적봉 정상.

   어딘가 산등성이에서 비박을 하고 내려오는 전문산악인 서넛과 백련사 코스를 향해 내려가는 솔로 등산객 하나를 빼곤  우리가 제일 앞장을 서서 올라온 향적봉.

  세차게 불어오는 바람과 눈보라는 아랑곳 없이 사방으로 겨울경치를 감상하기에 여념이 없다.

   겨울산의 묘미.

   크크크  바로 이맛이야!

 

 

 

 

 

 

 

 

 

 

 

 

 

 

 

 

 

 

 

 

 

 

 

 

 

 

 

 

 

 

 

 

 

 

 

 

   그렇게 산고를 겪다시피 하며 향적봉 산행을 마치고 다시 설천봉 정상까지 내려오니  여기저기 스키와 보드를 즐기는 사람들이 올라와 있다.

   정비대에서 연장을 이용해 스키의 부품들을 조이고 얼음을 털어내고 하고 있다.

   스키리프트와 곤돌라에서 스키와 보드를 든 사람들이 내려서고 있다.

   무주리조트 최고난이도의 슬로프가 바로 이곳에서 시작되기 때문이다.

   와!!!! 

   무한한 경외와 존경을 저들에게 받친다.

   와!!!!!  멋있다.

   적어도 여기까지 왔다는 것은 한 스키 내지는 한 보드 한다는 뜻일테니까 말이다.

   - 여보야.  우리 짱구도 여기까지 올라왔을까?

   문득 보름전인가 아들이 여기를 다녀갔다고 한 이야기가 생각이 났다.  여친과 친구들과 스키타러 다녀갔다고 했다.

   - 그럴껄?  저는 고급코스 타고 여친은 중급코스 탄다고 했으니깐.  그리고 그 녀석이 어차피 탈꺼면 기어코 여기까지 올라왔을 녀석이지 어중간하게 할 녀석이 절대 아니여.  여기가 최고 난이도면 기어코 여기서 탔을거고  더 고급이 있으면 기어코 거기도 올라갔을거여.  그 녀석은.

   - 그럼 이참에 우리도 다시 스키 시작해 볼까?  애초에 아들 스키 가르친다고 한 두번 데려간것은 나인데,  그후로 땡 했으니 우린 모두 잰뱅인데 혹시 아들 잘 구슬러서 가르쳐준다고 하면 한번........

   - 어쩜.  나도 방금 그런 생각하고 있었어. 후후후후후후후

    - 내 앞으로 소원은 아덜이 가르쳐주는 스키를 타 보든가,  아님 아들 가이드로 앞세우고 해외여행 가보는 것.  그게 내 새로운 소원이야.  물론 엄마가 아들을 어떻게 잘 구스르느냐에 달렸겠지만.

   - 내 소원이 아니라  우리 소원.

   - 그려? 당신도?  크크크크크크크  그려.  우리 소원.

 

 

 

   아들이 다녀갔을 흔적들을 찾아보려는 듯이 우리는 한동안 스키장 이곳저곳을 살피듯이 구경하며 머물렀다.

   정말 많은 사람들이 끊임없이 몰려들고 있었다.

 

 

 

 

 

 

 

 

 

 

 

 

 

 

 

 

 

   왕짜증여사표 특식을 마련하기 위해 리조트에서 내려오면서 차의 방향을 무주읍내로 돌렸다.

   어제부터 한우등심 한우등심 했기 때문에 그래도 믿을만한 인근에서 가장 큰 하나로마트를 향해.

   한우등심.  새우소금구이. 삼치생선구이. 오리구이. 군만두. 석화구이.

   이 중에서 세가지만 고르란다.  마님 써비스라고...........

   한참동안을 등심 앞에서 서성이고 머뭇거리고..........  뭔지 모르게 마음에 안들고........ 충주보다 훨 비싸다.  관광지 씨즌이라서 그런가?

   - 여보야.  메뉴를 좀 바꿔주면 안될까?

   - 왜?  저것으로 부족해?  오늘 저녁에 다 먹을 수 있겠어?

   - 아니?  겨울캠핑중이니까 좀 거기에 어울리는 컨셉으로 하면 안될까 하고......ㅎㅎㅎ..... 특히 난로가 있잖아? 느긋하게 구워먹는.........

   - 그냥 쉽게 말을 해 봐. 말을.  뭐가 먹고 싶은데?

   - 요기선 새우소금구이랑...........  쏘시지모듬구이 하면 좋을 것 같고............

   - 하이고 그넘의 입맛은........ 맨날 무슨 애들처럼 쏘시지나 찾고...........  그렇다 쳐도 그것 가지고는 저녁은 고사하고 안주도 안되겠다.

   - 근처에 어디 수산물 파는데 가서 요즘 제철인 석화를 아예 한 자루 사가지고 난로에 실컷 구워먹으면.........

   - 석화는 나도 먹고싶어.  그런데 정말 그거면 되겠어?

   - 대신........ 대신........ 쐬주 하나만 더........

   - 안돼.  피티 중간크기 하나가 적은 줄 알어?  오늘은 내가 조금 밖에 안 마실거니까  하나 산거로 만족해.

   - 짱구모치~~~~~인.  꼭 다 마시겠다는게 아니라......... 안주가 푸짐한데 마시다가 조금 모자르면 쫌 그렇잖아...... 그러니까 사다가만 놓자고.........  집에 가져가서 다음에 먹으면 되지뭐.

   까짓 내 돈으로 사도 되는데.........  그렇게 궁색한 처지도 아니면서도......... 마님의 재가를 받으려 안달하는 내 모습이 안타깝다.  에공.

   기어코 쐬주가 하나 늘었다.

   읍내 다리를 건너 가 반딧불이 재래시장 장이 서는 곳을 찾아 기어코 석화 한 자루를 구입해서는 다시 캠프장으로.

 

 

 

 

 

   기어코 텐트를 옆 자리로 옮겨야 하는 상황 발생.

   어제는 C10 자리에서 묶었고, 오늘은 바로 옆자리인 C11 번이 우리의 자리.

   바램은 C11 번의 캠퍼를 기다렸다가 상황 설명을 하여 하루 자리를 바꾸기를 바랬었다.

   마침내 나타난 C11 예약 캠퍼의 청천벽력 같은 한마디 .

   - 저희 2박을 예약했는데요..........

   내 처지를 이해받고자 해도,  그러면 그 사람이 내일 이시간에 또 지금의 나 같은 일을 겪게되는 상황......... 어쩌겠는가?

   '내 그럴줄 알았어?' 라는 표정의 왕짜증여사 시선을 회피하며 급하게 뛰어다니며 팩을 뽑는다.

   새로온 캠퍼의 도움까지 받아가며 설치된 텐트를 번쩍 들어서 옆자리로 옮기고 다시 팩을 망치로 박고........ 하나하나씩 짐 옮기기.

   대략 한 십오분 걸려서 이사를 마치자  기다렸다는 듯이 한 말씀 하시는 왕여사.

   - 별거 아니네.  한참 걸릴 줄 알았지?  단단히 한소리 할려 했는데  신속하게 해결하는 솜씨에 그냥 넘어가 준다.  알았지?

   - 고맙지 뭐.  다 잘하려다 그런것을.........

  

 

   이사를 마치자 마자 갑자기 장나나이 아니게 세찬 바람이 다시 불기 시작하고 커다란 눈발이 온 계곡을 집어 삼킬듯이 몰려오기 시작한다.

   폭설에 대비하는 뒷설거지를 서둘러 마치고 얼른 따뜻한 텐트속으로 숨어든다.

   서서히 땅거미가 내려앉는 캠핑장 위로 하염없이 폭설이 내리 퍼붓기 시작한다.

   텐트 양쪽으로 쪽 창문을 내고 덕유대계곡의 설경을 구경하면서 이제부터 본격적으로 눈과 코와 입이 행복한 시간속으로 또 하나의 여행을 시작해 본다.

 

 

 

 

 

 

 

 

 

 

 

 

 

 

 

 

 

 

 

 

 

   천장 어디에도 결로현상 하나 생기지 않은 포근하고 개운한 아침을 맞았다.

   모두가 텐트와 난로의 덕분이었다.

   금년들어 가장 추운겨울 이틀을 일부러 맞추어 온 것같은  조금 걱정되는 캠핑이었는데,  아쉽게도 이틀동안 침낭을 꺼내 사용해 보지도 못했다.

   거기에 밤새 폭설이 내리 퍼부었는데  계곡에 불어온 세찬 바람은 그 많은 눈을 어디론가 다시 쓸고가 버렸다.

   계수대 옆의 빗자루를 가져다 텐트 주변과 차량위에 덮인 눈을 쓸어내고 느긋한 마음으로 아침을 마련해 먹는다.

   - 석화 말이야.  당신이 좀 더 얹었더라면 조금은 더 먹을 수 있었는데 말이야.........

   잉?

   열심히 구워먹다보니 내 속이 어느정도 포만감이 느껴지기에 살짝 왕여사 표정을 살핀 뒤, 슬그머니 자루를 묶어 밖에다 내어 놓았었는데.......

   - 그때 말을 하지?  반자루나 남겨서 그대로 밖에 내 놓았는데.........  지금이라도 더 얹어볼까?

   -아니야.  아주 쬐끔 아쉬웠던듯 한게........  맛있었다는 얘기겠지.  좀 더 엊어서 구우면  더 먹었겠지만  그랬으면 당신이 술을 더 마셨을것 아니야?  됐어.  아주 쬐끔 아쉬울 정도로 좋았다고........ 그리고 이제 얹어서 더 뭘하자고?  아침부터 술 마시리려고?

   -  아니여 아니여. 술은?   남은거 집에가서 찜통에 쪄 먹지 워.

 

 

   어느때를 막론하고 캠핑을 마칠때면 으례히 통과의례 처럼 행하는 우리의 여행 마무리 식사.

   계절과 장소를 가리지 않고,  김치에 라면에 남은 찬밥에 이것저것 마구마구 들어가는 왕짜증여사표 특별 대표 영양식............ 그래도 속이 확 풀리고 땀이 쭉 솟아나고 나름 맛은 기가 막히다.

   우리아들 짱구는 이 귀한 음식을 이렇게 칭한다.

   - 개밥!!!!!!!!!!!!!!

 

 

   아침식사와 설것이를 모두 마치고 캠핑장 주변을 살펴 보는데,  인근으로 어디든 챠량 이동도 쉽지않아 보이고  쌓인 눈으로 아침나절 서둘러 백련사까지 트래킹 하기로 한 상황도 여의치가 않아 보인다.

   큰 도로로 나서면 제설작업이야 되었겠으나.........  굳이 아이젠까지 꺼내 착용하며 백련사에 갈 필요까지 있겠냐는데 서로 동의한다.

   어느때고 다른 계절에 또 이곳을 찾게되면 그때는 꼭 올라가 보기로 하고 매듭을 지었다.

   핸디폰 내비게이션을 이용해 한 곳을 물색하니 거기까지 거리가 120km 정도에 2시간 남짓 소요된다한다.

   - 여보야님.  오늘 점심은 내가 쏜다. 맛있는 것으로.

   - 쏘기는 뭘 쏴.  여행하면서 먹을만치는 먹었잖아?  다음여행에 먹의면 되지 뭘 쏴?

   - 일단 나한테 맡기고.......  어디 서서히 철수 준비를 해 볼까?

 

   너무도 자연스럽고 익숙한 솜씨로 하나 둘 정리를 해가며 철수 준비를 한다.

   마지막으로 눈더미 속에 파뭍혀 있었던 텐트는 그대로 둘둘 말아서 챠량의 맨 뒷칸 위에 대충대충 얹고나니 ------ 끝!

 

 

   덕유대 야영장에 두루두루 둘러보며 눈인사를 마치고 눈길위로 차를 몰고 올라섰다.

   구천동 삼거리에서 좌회전을 해야 고속도로인데 우회전을 해 본다.

   - 어디로 가는데?

   - 두 시간쯤 후에 점심 맛나게 먹으려고 이 길로 가보는 거야.

   눈치 9단인 왕짜증여사가 내비게이션을 힐끗 살피더니 이내 피식하고 웃는다.  벌써 눈치 챘나보다.

   - 당신 거기 가는구나?

   - 어디?

   - 상주.

   - 응.  육회에 갈비탕 사줄께.  지금부터 가면 이번엔 틀림없이 먹을 수 있을거야.

   - 나도 거기 생각이 많이 났었는데. 여기에서 무지 먼거아냐?

   - 여기서 집에 가는거나  그리로 돌아가는 거나 실제로는 거리가 별로 차이가 나지 않아.  걱정마.  그넘의 갈비탕.  이번엔 꼭 먹여준다. 기대해.

 

   무주구천동에서 합천방향으로 굽이굽이 산골 꼬불꼬불 언덕길을 오르고 내리고, 그러니까 전라북도에서 경상남도 들렸다가 다시 경상북도인 김천을 우회하고 나서야 마침내 상주가 모습을 드러냈다.

   북상주IC가 아닌 그냥 상주IC 부근의 한 식당이라해야 하나 회관이라 해야하나....... 암튼 갈비탕이 유명한 한 식당앞에 당도했다.

 

 

 

 

 

 

 

 

 

 

 

 

 

 

   오늘도 주차장에 빼곡한 자동차들.

   차를 주차시키는 동안 왕짜증여사가 먼저 안으로 뛰어들어 갔는데,  주차를 마치고 따라 들어가니 저만치서 왕짜증여사가 두손으로 커다랗게 엑스표시를 보내온다.

   - 으 ~~~~~~악.  오늘도   또?

 

 

 

   이집에서는 갈비탕을 상감한우탕이라 부른다.

   무척이나 아주아주 유명한 집이라 한다.

   울산이나 구미현장을 오가면서 서너차례 이곳의 갈비탕을 나는 이미 먹어보았다.

   그런데,  왕짜증여사가 지극히 선호하는........ 무척이나 좋아하는 음식중의 하나가 바로 이 갈비탕이다.

   사방팔방 '어디 갈비탕 잘한다' 하면 끝내 찾아가 먹어보는 정도이다.

   하여 이미 먹어 본 내가 이곳을 소개했고,  지난 초가을에 장인장모 산소에 다녀오는 길에 일부러 고속도로에서 내려서면서 이곳에 들렀다.

   그날. 도착시간 낮 12시 30분.

   그런데 이미 식당안은 손님들로 넘쳐나고 계단으로 길게 줄을 서고 있었다.

   받아 든 대기번호표에 68 이라고 적혀있어서 68번인 줄 알았더니, 살펴보던 왕여사 왈 '거꾸로야. 우린 89번째야?'

   그런데 그날.

   바로 위에 사진의 하얀 명패가 안내판에 오르든데 적혀있는 숫자 번호가 65번 이었다. 

   우리는 짤리고도 한참을 짤린 것이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기어코 들어가 자리를 차지하고는 갈비탕 대신 주문한 음식이  불고기에 육회.

   평상시엔 육회에 젓가락 한번 대지 않는 왕여사가 마지막 한점까지 싹싹 입맛을 다시며 육회를 접수했다.

   - 불고기도 정말 맛있네.  고기도 질이 정말 좋아.  축협에서 직접 운영하니까 그런가봐.  불고기와 육회만으로도 충분히 갈비탕이 어떨것이라는 짐작이 충분히 가.  베리베리 굿.  정말 맛있어. 최고야.

   - 글쎄.  팀원들과 함께 왔을 때 이구동성으로 '대한민국 최고 갈비탕' 이라고들 하기는 했어.  근데 나는 잘 모르겠던데........

 

 

 

   오늘 도착시간도 12시 30분.

   쬐끔 불안한 느낌은 든다.  하지만 길게 늘어선 줄이 오늘은 보이지 않을 뿐더러,  120KM 시골길을 나중엔 쌩 쌩 달려왔는데.......

   그런데....... 그런데........

    늘어선 사람은 분명 없었는데........ 새하얀 안내판은 여지없이 그 자리에 벌써 놓여 있었다.

    매진!

   갈비탕의 판매 시작시간은 오전 11시 30분 부터  준비한 음식의 양이 모두 소진될 때까지.

   준비한 갈비탕은 그날그날 축협에서 도축하는 소의 숫자에 비례하여  대략 400 그릇에서 600그릇까지.......

 

   그런데도  12시 30분 이라는 시간에 두 번씩이나 짤리고 만 것이다.

   어처구니가 없다.

   세상에 이런일이.......

   - 그만큼 여기 갈비탕이 인정받고 유명하다는 말이고........ 어쩌겠어?  다음으로 미루어야지.........

 

   헐.

   쩝.

   마눌님 갈비탕 한번 먹여보려고  이렇게 난리 아닌 쌩난리를 부리고 쌩 고생하는 남편 세상에 어디 또 있을까 몰라?

   오늘도 불고기에 육회 한 접시.

   - 고마워. 잘 먹을께.  갈비탕 먹어본거나 진배없음!!!!!!!!

   오늘도 이 사람 쌩고기(육회)를 정말 맛깔스럽게 먹어치운다.

 

   -----  어디 두고보자. 한우 상감탕.  내가 너를 기어코 다시 먹어보마. 기다려라.

 

 

   고속도로를 달려 도착한 충주.

   대충대충 짐정리를 마치고.......

   거실에 임시 빨랫줄을 설치하고 대충거둬온 텐트를 널어 걸고서 난로를 옆에 피웠는데...........

   얼음덩어리에 흙덩어리에........ 장난이 아니다.

   - 에구. 에구.  이게 웬 쌩고생이냐?  캠핑이 대체 뭐냐고?  오호라 통재라.

   -  짱구아빠.  정말 수고 했는데........ 애들 봄방학 하는 2월 말경에나 다시 캠핑을 해 볼까?

   - 뭔소리여?  2월이라니?  당장 1월에 구정 연휴도 있고....... 토요일 일요일 이용해서라도 겨울캠핑을 더 해야지. 그렇게 뜸 하면 그건 어디까지나 텐트나 난로........ 겨울캠핑에 대한 모욕이여. 모욕.

   거실바닦에 쪼그리고 앉아 걸레질을 연실 다시 해댄다.

   - (독백)  내가 시방 뭐라 지껄인거여?  쌩 고생을  또 자청한다고 한게 아니여? 시방?

   헐.

   컥.

   낄낄 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