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저녁무렵에 도서관엘 다녀왔다.
도서관 정원길을 걸어나오는 중에 어떤....... 낯익은 뒷모습의 어른 한분이 지나갔다.
차를 몰고 집으로 돌아오는 내내 짧았지만 나름 아름다웠던 그 분과의 추억을 떠올렸다.
재작년 겨울에 하늘나라로 떠나셔서 이제는 다시 만나 차 한잔 할 수 없는 그 어떤분의 명복을 빌면서............
집으로 돌아와 지난 일을 회상하며 추억을 끄집어 내 보려 해 보았지만, 남겨주신것이 아무것도 없었다. 내버리려 창고에 넣어두었던 컴퓨터를 다시 꺼내 파일들을 검색해 보니 울릉도여행 사진이 약간 남았고, 당시까지는 필름카메라를 주로 사용하였던 고로 인화해서 남아있는 사진 몇장을 스캔해서 정리해 보는 정도밖에 할수 있는것이 없었다.
울릉도 여행 이후로는 오로지 디지탈카메라만을 사용하고 있는 지금....... 책장 구석에 놓여진 묵직한 아나로그 구형카메라를 이뻐하시던 그분의 손길이 다시금 느껴진다.
그분은 대단한 사진광이셨다. 진정한 사진 매니아 셨다.
함께 여행을 하고 다녔음에도 정작 그 분 모습이 담긴 사진이 하나도 없다. 남을 찍어주느라 정작 본인이 남긴 사진이 거의 없었다.
내가 성인봉 오르던 중에 안개 자욱함 속에서 그분의 모습을 찍은...... 정말 멋있는 사진이 있었는데, 여행 후 선물로 드렸더니 아주 기뻐하시며 그 필름까지를 원하셔서 드리고났으니....... 이젠 그분 모습을 간직한 사진이 거의 내겐 남아있지 않다. 아련한 추억만이...........
위에 있는 표지 사진의 하단 중앙에 찍힌 그분의 뒷모습 만이........
- 큰형님. 울릉도 가실래요?
- 작년에도 가자고 가자고 하다가 못갔잖아? 어디 이번엔 제대로 갈 수 있겠어?
- 아무래도 울릉도는 미리미리 계획 세워서는 못가는 곳인 가봐요. 작년에도 태풍만 아니었으면 갔겠지요. 하필 날잡아 놓으니 태풍이 올게 뭐예요? 그러니까..... 다음주엔 기상예보에 태풍이 없던데....... 후딱 한번 다녀 오실래요?
- 언제라고? 담주면.......나흘 후잖아? 그렇게 서둘러서 출발 할 수 있겠어?
- 큰형님만 좋으시다면 제가 어찌어찌 해보지요 뭐.
- 이번엔 정말 갈 수 있을까? 좋아. 내가 아무개 동생 한테는 이야기 해볼께. 서넛은 돼야 좀 편한 여행이 되지. 동생과 나는 그렇다 치고 다른 사람들이 그렇게 갑자기 여행 준비가 될까?
- 제가 누굽니까? 큰형님만 승낙하시면 나머지는 이 동생이 다 알아서.............. ㅋㅋㅋㅋ.
그렇게 몇번이나 별렀던 울릉도 여행이 바야흐로 이번엔 제대로 시작된 것이다.
이렇게 갑자기 서둘러 대충대충 꾸린 울릉도 원정대가 결성되었다. 사진속의 네 분에 카메라맨인 나 하나 포함, 도합 다섯.
사진 맨 오른쪽의 왼손에 카메라를 드신 분이 고인이 되신 큰형님이다.
나머지 분들 중에 한 분이 이쁜 영화배우 권** 의 아빠이시고. 그러고 보면 나도 연예인가족이라 할 수 있나?
어려서 하의실종 상태로 삼촌삼촌 하며 따르던 여조카가 중년의 여배우고, 경영이 넘도 어린시절 죽마고우였으니.........
나보다 나이가 스므살 이상 차이가 나는 분들이 두 분이나 계셨는데.......
처음, 나이차이 때문에 여간 신경쓰고고 서먹한 사이가 아니었다. 그런데 죽어도 큰형님으로 해달라고 하시던 분.
각별한 온정을 편하게 나에게 주시던 분이셨다.
자 ~~~~~ 떠나자. 울릉도로 ~~~~~~~~~~~~~~
이른 새벽에 만나 묵호항으로 출발.
지금은 묵호항에서도 차량을 도선할 수 있지만, 그때는 차량을 가지고 가려면 포항을 거쳐야 하였기에 울릉도에서 렌트카를 사용하기로 하고 묵호항에서 출발.
날씨는 화창하였으나 바닷바람이 거세고 파도가 높아서.......... 정말 또 꽝 되는것이 아닌가 몹시도 가슴을 졸였던 기억이 너무도 생생하다.
어쨌든 배가 부두를 이항하였는데........시간이 지날수록 풍랑이 점점 거세지고........
심지어는 도동항에 제대로 접안이 가능하겠나 싶을 정도까지.......
어찌 어찌되었던 간에...... 배는 세시간 가까이를 헤엄쳐서(ㅎ) 마침내 울릉도 도동항에 닿았다.
사전 예약한 렌터카를 빌리고
숙소 예약을 확인하고
요즘 인터넷에도 사방 올라있는 울릉도의 유명한 맛집이라느 곳을 찾아가 따개비밥으로 허기를 채우고..........
이곳 저곳 울릉도의 아름자운 풍경을 찾아 자유여행............
(남아있는 사진이 많지않아 아쉬운대로.........)
- 울릉도의 특산물인 명이나물과 더덕밭. 깍아지른 벼랑에 곤돌라를 설치해 놓고 사람도 타고다니고 채취한 나물도 실어 나른다. 보기보다 엄청 가파른 비탈밭이다.
- 아빠 대신 조카가 여행에 동반했었다면 훨씬 즐거운 여행에 사진도 더 멋있었을 텐데. ㅋㅋㅋㅋㅋㅋ
그새 울릉도도 울릉도여행도 많은 변화가 있었다 한다.
우선은 묵호항에서 차량을 가지고 들어갈 수 있게 된것이고......
우리가 여행을 하고 있을 때는 관음도와 연결하는 다리공사가 한창이었다. 하여 관음도에 들어가 볼수가 없었는데, 그 후에 완공이 되어서 관음도 또한 빼어난 풍광을 자랑하는 명소가 되었다니 많이 아쉬울 밖에......
아뭏튼 여행 첫날 차량을 이용해 울릉도의 구석구석을 거의 대부분 쏘아다녔다.
마침내 찾아든 숙소.
대한민국 최고의 일출명소라 꼽는데 나는 전혀 주저하지 않는다. 바로 (추산일가) 였다.
깍아지른 바위벼랑 위에 통나무를 이용해 소박하면서도 아름다운 여행객들을 위한 안식처를 만들어 놓았다.
더욱 고마왔던 것은 도동항의 숙박업소들에 비해 이용료도 비싸지 않았다는 점. 물론 성수기에는 잘 모르겠지만....
창문을 열고 깍아지른 백길이 넘는 벼랑아래로 보이는 동해바다의 코발트 빛깔. 하양게 부서지는 파도......
통나무를 잘라 기와대신 얹은 너와지붕 숙소도 있고....... 그 벼랑위에 후원으로는 너른 정원이 아름답게 꾸며져 있고, 웅덩이마다 색색의 연꽃들이 피어있었다.
추산일가는 정말로 아름답고 황홀한 안식처였다.
다양한 메뉴는 아니었지만, 울릉도의 특색있는 몇가지 음식도 참으로 인상적이었다.
여행객들에게 다행인지 불행인지는 모르겠으나........ 추산일가 옆으로 그깍아지른 벼랑 오르는 길에 현대식 디자인과 시설을 갖춘 펜션들이 한창 공사중 이었다. 새로 들어서는 시설에서 지내보면 혹 모르겠으나, 혼자 달랑 벼랑위에 서 있던 추산일가의 운치가 덜해 질것만은 틀림없어 보였다.
다음에 오게된다면 과연 나는......... 어디 숙소를 선택할까?
하지만....... never.........
다음엔 당연히 내 차에 캠핑장비를 바리바리 싣고와서 야영을 할테니까.........
아무튼 이틀을 이 추산일가에서 머물렀다.
---- 추산일가와 청문 아래로 내려다 보이는 우릉도 해안일주 도로와 동해바다. 정말 빼어난 풍광을 보여준다.
다음날.
날씨는 너무도 쾌청하였고 우리 모두이 컨디션도 최고였다.
새벽에 일어나 동해의 일출도 감상하고 주변 산책을 마치고 나서 성인봉 산행을 위해 나리분지로 향했다.
어제 잠시 들러보았던 독특한 형태의 너른 들판을 가로질로 군부대 옆에 차량을 주차시키고 성인봉을 향해 출발했다.
성인봉을 오르는 여러개의 코스가 있고, 도동항의 코스가 짧고 유명하지만 우리는 나리분지 코스를 택했던 것이다.
군부대 옆을 지나 조금 거슬러 올라가니 옛날 울릉도에 살던 사람들의 거쳐였던 너와집도 있고, 무엇인가 육지와는 다는 풍광들이 서서히 나타난다.
그리고 반가운 장소.
화장실과 계수대와 전기시설이 갖추어진 너른 공터가 나왔는데, 이곳이 바로 나리분지 야영장 이란다.
차량을 가지고 올 수 있는 한계거리에서 야영장까지의 거리가 제법되기에, 당연히 캠핑장비를 포함한 짐의 부피를 줄여야만 하겠다. 하지만 울릉군에서 직접 배려하여 만든 무료야영장 이란다.
- 얼마전 전하여 듣기로 현재 나리분지 야영장이 개보수 공사로 인하여 올 봄(2014년 봄)까지 폐쇄중이라고 들었다. 아마도 시설확충과 야영장까지의 차량이용을 위해 도로를 확장하는 중인가보다. 정말 꼭 가보고 싶은 야영장이자, 지금 내가 고대하고 있는 최고의 여행이 바로 울릉도 이다. 또한 여기저기에 사설야영장들이 늘어나고 있는 실정이라 한다. 나 같은 캠핑매니아 들에겐 나름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다.
숲이 빼곡히 들어선 숲길을 걸어 들어간다.
섬이라는 특수한 지형으로 인해 서식하는 수종(나무종류)가 육지와 다르다 보니 눈 앞에 펼쳐지는 풍경들이 이색적이고 아름답게 보일 수 밖에......
나리분지에서 성인봉에 이르는 길은 길다.(멀다)
거리상으로 km를 따져보면 그리 먼것이 아니지만, 실제 걸어보면 매우 멀게 길게 느껴진다.
거리의 절반 정도는 산책하듯 걸어 오르고, 골짜기에서 방부목으로 만든 계단이 나타나면서 부터는 가파르다.
육지의 높은 산들에 비해 고도(산의 실제 높이)는 그리 높아보이지 않지만, 해발로 치는 표고를.... 실제 가까운 해수면으로 부터 계산했다고 생각하면...... 성인봉은 그리 호락호락한 산은 결코 아니다.
성인봉을 오르는 내내 주변은 온통 원시림속의 푸르름이다. 색다른 수종의 우거진 숲속으로 비집고 들어오는 햇쌀은 정말로 매혹적인 풍광을 끊임없이 연출해 내고 있다. 그리고 그 숲속의 바닦엔 온통 야생화의 천국이다.
여기가 바로 무릉도원이요 파라다이스다.
이루 형용할 수 없는 벅찬 감흥들이 가슴가득 터져나올것만 같다.
그렇게 그렇게 아름다운 숲길은 성인봉의 정상에 이를 때까지 끊임없이 이어진다.
그런데 아뿔싸.
성인봉 정상이 저만치 시야에 드러나기 시작했을 즈음 갑자기 어디선가...........
갑자기 어디선가 자욱하게 안개같은 구름이 몰려왔다.
세찬 바람과 함께 오는 검은 먹구름이 아니라 하얗고 고운 구름이 꾸역꾸역 모여들기 시작하였다.
이내 숲속은 온통 자욱한 안개구름에 갇혀 버리고 말았다.
정말 신비로운 광경이 아닐 수 없었다.
한치 앞이 보이지 않을만큼 자욱했다. 아주 조금 뒤쳐진 일행이 보이지 않을 정도였다.
우리는 운해속을 헤치며 산을 오르기 시작했다. 그런데 어찌 상상이나 했으랴..........
하얀 구름이 어디론가 밀려나는가 싶더니........ 갑자기 하늘에서 세차게 비가 쏟아져 내리기 시작하는 것이 아닌가.
어디 비도 보통비였겠나. 폭우로 내리 퍼붓고 있었다.
그런데도 숲은 놀라울 정도로 평온했다.
사방으로 빗소리만 자욱했건만, 숲은 그 어느때 보다도 환하고 투명했다.
살아오면서 이제껏 경험해 보지못한 그 놀라운 광경들.............
방금 전, 산 정상에 가까이 오르면서도 우리는 햇쌀이 가득 쏟아져 내리는 숲속을 걸어 올라왔다.
갑자기 어디선가 한치 앞을 내다보지 못할 정도로 구름이 모여들더니, 이내 어디론가 사라지면서 갑자기 난데없는 폭우가 쏟아진 광경을 차마 무엇이라 설명할 수 있겠는가. 그리고 그 내리 퍼붓는 빗줄기 속에서도 숲은 유난히 밝고 깨끗한 모습이라니........
이 세상 그 어느곳에 차마 이런 놀라운 광경이 있으리오.............
그렇게 그렇게 더 오르기를 얼마지 않아, 마침내 봉수대 처럼 돌덩이가 쌓여있는 성인봉 정상이 모습을 드러낼 즈음에........ 또 아뿔싸.
또 어느새 빗줄기는 걷히고, 그 의로 찬연하다 못해 더욱 찬란해진 햇쌀이 눈부시게 빛나고 있지 않은가?
성인봉 정상에서는 그 어느곳에서도 빗방울이 떨어진 흔적을 찾을 수 없었다.
이것이 울릉도라는 섬이 가지고 있는 특수한 해양기류 때문이라 한다. 성인봉이 가지고 있는 신기한 모습이란다.
햇쌀 가득한 성인봉 정상에서 우리는 망망대해인 동해의 푸른 바다를 볼 수 없었다.
발치 아래로는 그저 사방으로 가득한 운해가 끝없이 펼쳐져있을 뿐이었다.
이것이 울릉도요, 이것이 성인봉이란다.
1년 365일 정도 중에 50여일 정도만이 성인봉 정상에서 푸른 바다를 볼 수 있다니, 참으로 믿기어려운 일이 아닐 수 없었다.
그 신비로움을 경험하면서 한참을 성인봉 정상에 머물렀지만, 발치아래 구름들은 몰려갈 기미조차 보이지 않는다.
허니 어쩌랴.
아쉬운대로 하산할 수밖에........
성인봉 등산을 마치고 하산하여 오늘은 수산물의 풍요를 체험하는 날로 삼았다.
여기저기 포구마다 돌아다니며 이것도 맛보고 저것도 맛보고 하는데........... 영..................
우리고향 충주의 횟집에서 먹는 것보다 풍미가 영..............
수산물이 풍부하다고?
싱싱한것이 펄펄 뛰어다닌다고?
식도락엔 나름 일가견이 있다고 자부해 왔는데, 그간의 모든 경험과 기대와 감각을 총동원하여 보아도.......... 영............
결국.
그날 밤엔 숙소인 추산일가에 들어 앉아, 아주 멀리까지 가서 사온 삼겹살로 후덕하니 파티를 열었다. 육지나 울릉도나 뭐............
불길한 예감은 어김없이 들어맞는다고.......... 그 어떤 시퍼런 애들이 노래를 잘도 부르더니만.............
새벽 뉴스시간에 울릉도의 날씨가 하수상하다고 들려온다.
밖을 내다보자니........ 하늘에 반쯤 구름이 잦아들었는데 바람이 장난이 아니고 파도가 성이나도 단단히 났나보다.
우리들 마음까지도 어수선 해지는 가운데 도동항으로 출발하여 렌트카를 반납하고 여객선 대합시리로 향하는데 인파는 가득하고..........
갑자기 어디선가 울려퍼지는 안내방송.
- 기상악화로 인한 해상조건이 나빠서 부득이 오늘 여객선 운항이 일절 중단되었습니다..........
갇혔다.
오도가도 못하는 신세.
- 큰형님. 가위 바위 보 해서 우리중에 한사람을 중환자를 만듭시다. 그리고 119에 전화하면 소방청이던 재난청이던 헬기 한대 뛰워줄것 아닙니까?
서로 얼굴을 쳐다보면서 박장대소를 한다.
택시를 타고 저동항으로 옮기면서 기사분에게 물어보니 기가막히게 하는 음식점이 있단다. 허름한 집이지만 여기 울릉도 사람들만 알아서 찾는 집이라고.
하여 찾아가 봤다.
시어머니가 하던 식당을 젊은 며느리에게 인수인계하는 중인데...... 털털하니 이 며느리가 인물이다.
통 크고 손 크도 털털하기가 웬만한 남정네 보다 낮다.
- 저 며느리와 시어머니의 태도를 보자니, 이집 아들은 틀림없이 소심한 꽁생원일 거여. ㅋㅋㅋㅋㅋ
큰형님 말씀에 공감이 백배 갔다. 허나 그날 끝내 그집 아들의 성품은 확인할 수 없었다.
배가터지라 울릉도 음식을 접하고, 어차피 배는 못떠나니 어쩌겠는가. 숙소를 구하려 여기저기 전화기를 돌려보는데..........
바로 이웃에 민박집을 소개해 준다. 며느리가.
방값도 저렴하게 이층 독채를 통째로 빌려주는 것이 아닌가.
이게 폭우로 쏟아지는 빗속에 민박집으로 옮겨서.......... 주야장창 뉴스 일기예보만 기다리고 있다.
다음날 아침에도 여지없이 성난파도는 방파제로 몰려와 아우성을 치며 요란하게 부서지고, 무심한 하늘에선 세찬 비바람만이 몰아치고.........
그래도 혹시나 하고 누구 하나만 여객터미널에 다녀와야 하지 않겠냐고 이야기 나누던 중에.........
섬이라고 티비 자막방송에 소상하게 안내문구가 길게 늘어서서 지나간다.
------------ 금---일도------ 기상------ 악화로-------- 인하여------ 모든------ 선박-----운항이------------
어쩌랴. 파도 부서져 넘실대는 방파제 안쪽 수산시장을 어슬렁거려서, 배가 조업들을 못나가서 해산물이 다 떨어졌다는 가계들을 기웃거려 겨우 부실한 모습의 문어랑 횟감을 겨우겨우 구해가지고 민박집에서 처량하게들 날굿이나 할 밖에.........
쐬.주.다.부.어.라.마.셔.라.마.셨.다. 또.부.어.라.잔.들.어.라.문.어.떨.어.졌.다.또.없.냐.이.젠.없.다.오.징.어.땅.콩.이.라.도.더.사.와.라.
다음날.
비는 그쳤지만 세찬바람과 넘실대는 파도는 어제보다 더 하다. 절망적이다.
그런데 그제 만난 렌터카아저씨 왈.
- 걱정마이소. 오늘은 배가 뜰겁니다.
- 아저씨. 지금 바다 사정이 어제보다 더 한데요? 이런 상황에 배가 뜰것 같으면 차라리 어제 떴겠어요. 어제도 못떴는데, 어제보다 더 나쁜 상황에 이런 날씨에 어떻게 배가 떠요?
- 한번 믿어 보이소. 오늘은 무조건 배가 뜨게 되어 있습니다.
난 도무지 요 요상한 말씀의 진위를 파악할 수가 없었다. 이런 의문 가득한 나의 표정을 읽었음인지, 그 아저씨가 아네게 속삭이듯 은밀하게 그 진상을 설명해 주는 것이었다.
- 기상여건이나 바다사정이 안좋은 것은 사실이지만, 이 정도 상황가지고 꼭 운항을 못할 정도는 아니지요. 겨울철엔 허구한날 이런 상황이니까요. 거기다가........ 이미 들어오신 여행객들이 이틀이나 발목이 붙잡혔지요? 그럼 그분들 여유자금들 거의 바닦이 났습니다. 돈이 남았을때 잡아 둬야지, 돈 떨어진 분들 잡아 놓으면 구제해야 할것 아니겠습니까? 또 거기다가, 이틀 배가 안뜨면 여기 울릉도의 모든 생활물자가 거의 바닦이 나간다 이 말씀입니다. 여기 울릉도는 더덕하고 명이나물 하고 오징어 빼면 나는게 없습니다. 쌀이며 반찬이며 야채며 모든것을 육지에서 들여와야 살 수가 있습니다. 오늘이면 상당수 바닦이 나는데 배가 안들어 올 수가 있습니까? 오늘은 틀림없이 배가 뜰테니 걱정말고 기다려 보이소.
고것 참.
생각하기에 따라서는......... 어째 쩝 쩝........ 알쏭달쏭...........
풍랑은 점점 거세어져만 가고........... 렌터카 아저씨 말씀은 여전히 귓가에 맴돌고............
어디선가 들려오는 '오늘은 선박드르이 정상 운행되겠습니다. 울릉도에 들어오시면서 예약하신 출항고객명단에 준해 먼저 나갈 순서로 예약하셨다가 못나가신 그 순서대로 차례로.............'
실로 이런 어처구니가.....................
암튼 우리는 그 첫 배를 탈 수가 있었다.
그 승선하는 과정도 참으로 가관이 아닐 수 없었다.
이틀을 배가 못 떴으니 여객터미널은 여행각으로 가득 넘쳐나고.............
성난 파도 덕분에 힘겹게 접안해 있는 여객선은 흔들리고 출렁거리고..........
모든것이 정상이 아니었다.
전쟁 때 흥남부두의 철수작전이 이랬을려나?
거의 영화에서 나 본 재난구조의 장면을 연상시켰다.
'나쁜 거시기들. 차라리 어제 배 띄웠으면 이정도는 아니었을 것을..............'
시간이 지났어도 그 여행은 여러모로 내 기억속에 깊이 남아있다.
큰형님은 부디 하늘나라에서 편안히 영면하시고..........
금년엔 또 열심히 생활하다가, 어떻게든 기회를 만들어서 왕짜증여사에게 울릉도를 구경시켜 주고 싶다.
마음은 벌써 캠핑장비를 모두 바리바리 싸들고 내차 뒷전에 가득 싣고 있다.
기다려라. 우리가 곧 찾아간다. 울릉도 여행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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