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하고 고대하던 여름휴가였으나. 내게나 왕짜증여사에게나 무던운 여름은 끔찍하리만치 질색인 이유로
감행을 할까 말까 고민을 거듭하다가.......
그냥 가까운 곳에서 잠시 쉬었다 오기로 했다.
그리하여 선택한 곳이 우리 가족에겐 너무나 익숙한 '단양 선암계곡'.
지난달에 소선암 오토캠핑장을 하루 다녀왔으나........ 시설은 그런대로 괜찬은 느낌이었으나 전체적으로 좀 무엇인가 빠진듯한 느낌과
운영에 대한 아쉬움이 가슴속에 남아있었던 이유로, 이번엔 오토캠핑장이 아닌 약 2km 상류쪽에 위치한 소선암 일반야영장을 택했다.
시설은 오토캠핑장에 비해 좀 부족해 보여도 나름의 색다른 맛과 느낌이 시작부터 가득하다.
주말이나 성수기의 할증이 적용되는 오토캠핑장에 비해 텐트를 칠 장소의 임대료가 너무도 저렴하다.
두 사람이 2박3일간 텐트치고 지내는 총 비용이 일만원이라니....... 감격할 밖에.
타프 치는 비용도 별도로 없다.
비록 전기사용과 온수 샤워는 할 수 없지만......... 온통 사람냄새나는 캠퍼들로 그득하다.
오토캠핑장이라고 몰려와서는 기껏 서로간에 '캠핑장비 자랑' 으로 개거품을 무는 사람이 이곳엔 없다.
첫날은 그런대로 괜찮았다.
오전에 싸이트 구축하고, 점심 간단하게 하고 물놀이를 즐겼다.
저녁엔 캠핑의 필수코스인 삼겹살에 소맥으로 만찬을 즐기고는 주변 산책도 했다.
앞뒤로 둘러쌓인 낯선 여행객들과 인사도 트고 서로 만날때마다 인사하는 사이가 되었다.
어둠이 내리고 나서는 물가의 너른 공터로 내려가 풍등을 날렸다. 마치 어린아이들 처럼........
풍등.
사실은 변산반도 채석강야영장에서 캠핑을 할 때, 어떤 여행객들이 해변에서 풍등을 날리는 것을 보고는 많이 부러웠었다.
분위기나 운치도 있을 뿐더러 색다른 추억으로 남았었기에 시간을 내서 인터넷 검색을 해보았다.
그리고 옥션에서 '풍등' 이라고 쳐보니 판매처랑 구입방법이 나왔다.
개당 980원 가격이라니........ 폭죽보다는 훨 매력적이다.
본래은 왕짜증여사의 병아리(꼬맹이)들 나들이에 추억만들어 주려 구매를 시도한 것인데, 배달이 늦어져 애초 목적한 일에 쓰지를 못하고.........ㅎㅎㅎ
중년의 어른들 캠핑에 추억거리로 쓰이게 되었으니.........
파랑. 오렌지. 빨강. 그리고 다시 오렌지....... 열개 구입해서 이날 네개를 하늘에 날려보냈다.
풍등.
이젠 나의 여행과 캠핑에 필수 준비물이 될것이다.
직접 날려보지 않은 사람은 알 수가 없으리....... 결단코............
등에 싸인펜이나 붓으로 사연이나 소원을 적어 날려 보시라. 그래도 모두 이루어 지리라.
한참을.......
아주 한참을.........
어두운 밤하늘의 아득한 저 꼭데기까지 불꽃을 피우며 날아올라가는 풍등............
풍등에 매달린 고체연료가 환한 불꽃으로 모두 소진되고나면
풍등도 깊은 밤하늘의 어딘가로 사라지고
계곡의 바람소리와 물소리와 풀벌레 소리만이 울려퍼지는 캠핑장위로 심연의 깊고깊은 자락이
살며시 내려앉으며 사람들을 꿈나라로 잡아 이끈다.
얼마나 지났을까.
투둑. 투둑. 투두두둑.
어디선가 가을도토리나 알밤 떨어지는 소리에 잠이 깬다.
비다.
텐트 지붕위로 제법 굵다란 빗방울들이 떨어지기 시작하고 있었다.
어느새 깨어있던 왕여사 왈. '거 텐트에서 듣는 빗소리도 그런대로 들어줄만 하구만. 새롭잖어?'
'어이구 이 아짐씨가 시방....... 새롭긴 뭐가 새로워? 나가서 배수로 확인하고 비 설것이 해야하는 판에..........'
요로도쿰 수상한 상황에도 나름 분위기를 타는 아지매를 내벼두고 밖으로 나와보니........
여기저기 나와 처지가 같은 남정네들이 하나 둘씩 밖으로 나오는데........ 나와보니 어쩔것이여?
다닥다닥 붙은 텐트촌에서 이 야심한 밤에 뭘 어쩌겠는가?
'하늘이 알아서 하겠지. 떠내려가기야 하겠어?' 하면서 그냥 들어가 빗물을 닦고 다시 드러눕는다.
어디서너가 요란떠는 소리에 슬며시 내다보니, 지대가 낮은 곳에 자리잡은 남자 소낙비를 흠뻑 맞으며 배수로 파기에 여념이 없다.
아뿔싸. 뒷집 젊은이는 어디선가 하우스용 비닐을 꺼내 텐트를 뒤덥고 있는데, 비에 흠뻑 젖은 꼴이 가관이다.
'걱정 안해도 돼. 어느정도 배수로는 낮에 파 놓았고, 다행이 우리는 지대도 높을 뿐더러 약간 경사라 폭우가 아니면 이대로 잘 견딜거야.'
왕여사를 안심시키려 말을 하고는 있다만....... 힐끗힐끗 텐트주면을 열심히 탐색하고 있는 내 표정을 물끄러미 쳐다만 본다.
'에라이. 어쩔것이여. 잠이나 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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