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여행 이야기

셋째네와의 가을여행, 정선

by 피안재 2013. 10. 20.

 

 

 

 

 

 

 

 

 

 

 

 

 

 

 

 

 

 

 

 

 

   지난달 중순경에 셋째동생(찐빵삼촌)의 주선으로 횡성의 한 캠핑장으로 가족여행을 다녀왔었다.

   폐교된 분교부지를 이용한 야영장이었는데,  무엇인가 너무 많은것이 빠진듯한 안타까울 정도로 어정쩡한 캠핑이 되고 말았다.

   그래서 머지않은 날에 내가 다시한번 주선을 할 터이니 가족여행을 다시 하자고 약속을 했었다.

   두 달 가까웠던 구미출장에서 올라오자마자 셋째동생에게 10월 12일 13일이 어떠냐고 물어보니 좋다는 답이왔다.

   커피애호가로 변신한 동생이 원두를 직접 갈아서 내리는 커피를 (형님이 원하시는 장소로 직접 배달해 드릴께요) 라고 한다.

    -  동생아. 이번엔 형이 주선을 하려는데, 정선에 있는 화암약수캠핑장으로 정했다.

    -  화암약수요?  거기는............ 거기는......... 좀 그런데.

   나는 셋째가 말끝을 머뭇거리는 이유를 익히 알고았다.

   선착순.

   화암약수캠핑장에는 (선착순)이라는 수식어가 따라붙고,  우리동생은 요넘의 선착순에 약점을 보이기때문이다.

   -  선착순은 염려하지말고,  헝아가 새벽같이 달려가서 싸이트 두개는 확보해 놓을께.  그 점은 형이 책임지마.

   -  그렇다면야 이 동생은 무조건 오케이 입니다.  수고해 주세요.

   동생이 사는 성남에서 화암약수캠핑장 선착순을 고수하려면 적어도 새벽 네시쯤에는 출발을 해야한다고 언젠가 하던말을 내가 아직 기억하고 있기때문이다.

   그래서 동생은 주로 어느정도 편의시설이 갖추어진 (에약제)캠핑장을 섭렵하고 다니는 것으로 알고있다.

   하지만 장거리 여행에서 시간을 아끼려 주로 밤시간이나 새벽에 이동을 항시하는 나로서는 누구보다도 선착순에 대한 확고한 자신감을 가지고 있지 않은가.

   까짓 선착순 쯤이라면 목적지까지 후진으로 가도 문제없다. ㅎㅎㅎㅎㅎㅎ

 

 

 

 

 

 

 

 

 

 

 

  --- 화암팔경의 제1경이라 불리는 화암약수 정경.

 

 

 

 

 

 

 

 

 

 

 

 

     화암약수캠핑장.

 

 

   나는 아직 캠퍼들에게 성지로 까지 불려지고 있는 (덕유대야영장)을 가보지 못하였다.

   하지만 결코 적거나 짧지만은 않은 나의 갬핑이력에서 (화암약수캠핑장)은 분명한 기준점이자 캠핑에대한 새로운 기대를 갖게끔 해준 일대 전환점이 되었다고 말할 수 있겠다.

   한마디로 (화암약수캠핑장)은 최고의 선택이었다.

   기꺼이 다시찾고 싶은 최고의 야영장이었다.

 

 

   화암이란 한자표기를 풀이하면 '그림바위'란 뜻이란다.

   이 화암이라는 바위틈에서 톡 쏘는 감칠맛의 약수가 솟아나서 화암약수로 널리 알려졌고, 그림바위란 이름에 걸맞게 주변경관 또한 무척이나 아름답다.

   이 약수가 흐르고 있는 계류천을 따라 아래로 길게 캠핑장이 늘어서 있다.

   대략 한 40여개의 데크 시설을 갖추었고,  요즘추세인 대형 리빙쉘텐트들은 중간중간의 노지에 싸이트를 구축하고 있다. 캐러밴 시설도 20여동이 크기별로 예쁘게 자리잡고 있다.

   싸이트 구축을 위한 테크 하루 사용료가 1만원이고 전기 사용료가 3천원으로, 그 소박한 가격에 또 놀랐다.

   화장실은 좀 멀리 떨어진 곳에 달랑 하나밖에 없어서 아쉽게 느꼈지만,  나중엔 그 마저도 오히려 다행이란 생각이 들었다.

   화덕사용이 가능해서 밤엔 여기저기 모닥불들을 피울 수 있고,  필요하면 온수 샤워도 가능했다.

   한마디로 경치좋고 아늑한 도원에 들어 온 느낌이랄까.

 

 

 

 

 

   -- 화암약수. 계피가루를 탄 것처럼 쌉쌀한 맛이난다.  나쁜마음을 먹고 이 물을 마시려하면 약수에 구렁이가 보인다고 한다.

 

 

    -  캠핑장의 한 정경.

 

 

 

 

 

 

   동생의 경우처럼, 다른 캠퍼들이 정선땅에 들어서려면 적어도 정오쯤은 되어야 할 것이라는 짐작에 우리는 느긋한 마음으로 집을 나섰다.

   제천을 지나 영월을 지날때 쯤에서야 이제 슬슬 캠핑을 떠나온 기분이 일기 시작했다.  그때까지는 그저 야외 드라이브나 나온 다소 밋밋한 심정이었다.

   -- 싸이트 확보는 확실하게 보장한다고 약속까지 했는데.......  설마 우리보다 빠른 캠핑족들이 많은것은 아니겠지?

   --  없으면 어때?  밖에 나오니 이렇게나 좋은데.  데크가 굳이 없으면 어때? 아무데나 치고 들어앉으면 되지.  저기 저 봐.  저 강가에 경치가 기가 막히잖아.  저런데 쳐도 되고.

   헐!

   이 아짐씨는 항상 나보다 배짱이 더 좋다.

   (화암약수 16km)라는 이정표를 지나 좁고 가파른 산길로 접어들기 시작하는데, 오가는 차량이 거의 전무하다.

   또 다시 슬슬 생겨나는 안도감.

   - 기럼기럼.  아무리 선착순이라지만 우리보다 부지런한 인간들이 어디 얼마나 있을려고?  흐흐흐흐흐흐.

   강원도 오지 산길을 체험하면서 서서히 드리워지고 있는 가을을 맘껏 감상해본다.

   조금은 낯선 정겹고 아름다운 풍경들.  산골오지 마을들. 밭에서 곡식을 거두는 힘겨운 모습의 사람들.

   그렇게. 이렇게. 저렇게 가다보니 책자에서 본 주황색 지붕의 낯익은 건물이 시야에 들어왔다.

   -- 아! 다왔구나.

 

 

   화암약수에서 백미터 정도 내려오니 캠핑장입구가 나타났다.

   십여개가 조금 넘는 숫자 정도의 텐트들이 들어서있었다.

   우리는 적어도 상위 20% 정도의 선착순에 도달한 것이다.

   느긋한 마음으로 캠핑장 이곳저곳을 살펴보면서 최고의 자리를 찾는다.

   그리고 차를 옆에 대기도 쉽고 경치도 좋은 최고의 자리를 선택했다.  그것도 데크 두 개가 나란히 붙어있는 자리로.

   일단 텐트랑 짐 몇개를 꺼내 테크 두 개위에 떡하니 얹어놓아 임자있는 영토라는 표식을 확실하게 해 두고나서 셋째에게 문자를 보낸다.

   - 형이 장담한 바 대로 명당자리 두개 확보했다.  걱정말고 천천히 와라.

   걱정하지 말라고 보낸 문자인데.........  걱정거리가 생겼다고 즉각 제수씨한테 전화가 왔다.

   -- 일찍 가려고 서둘러 나섰는데 길이 너무너무 막혀서 삥 돌아가고 있어요.  저희 지금 양평이예요. 죄송해요.

   컥.

   이제 양평이면 도대체 언제 도착한다는건가?  그럼 점심은 언제먹지?

   일단 데크 하나에 우리 텐트를 설치한다.

   느긋한 마음으로 텐트치는 연습하듯이 천천히 한다고 했는데도 확인 해 보니 시간이 별로 안갔다.

   데크에 걸터앉아 고구마 먹고 과일 깍아먹고 커피마시며 둘러보니 하나 둘씩 차량들이 몰려오기 시작했다.

   여기저기 생겨나는 텐트들을 보노라니 점점 우리가 차지한 자리가 명당이라는 느낌이 팍 팍 생겨나기 시작한다.

   정오가 가까와 오면서 캠핑장이 거의 꽉 차가는 느낌이 들었다.  그러면서 점점 애매모호한 걱정거리가 생겨나기 시작했다.

   우리 텐트가 설치된 옆의,  지금 우리가 그냥 깔고앉아있는 빈 데크에 묘한 느낌의 시선들이 자꾸만 쳐다보기 시작하는 것이다.

   - 안돼.  여기는 임자있는 자리란 말이여.  여긴 우리 셋째거야.  하마 아까부터 내가 찜해 둔거란 말이여.

   거기에다 좋은 자리하나 못차지했다고 바로 옆에서 다투고 있는 부부까지 나타났으니........ '아무래도 동생이 와야 해결이 나겠는데?'

   안되겠다 싶어 차에 남겨두었던 짐이란 짐을 모두 꺼내온다.

   테이블 두개까지 펼쳐서 빈데크에 올려놓고 모든 짐을 수북히 쌓아올려놓았다.  한살림 그득한것이  이젠 분명 임자가 있는 자리로 보인다. ㅋㅋㅋㅋㅋㅋ

   그리고는 주변으로 산책을 나간다.

   둘이 손잡고.........

 

 

 

 

 

 

 

 

 

 

 

 

 

 

 

 

 

 

 

 

 

   오후 2시가 다 되어서야 셋째내외가 도착했다.

   서둘러 동생텐트를 설치하고 나니 이젠 참았던 허기가 몰려오기 시작했다.

   애초 이번캠핑의 모든 먹거리는 정선오일장에서 모두 해결하자고 했었으니 우리는 서둘러 캠핑장을 빠져나와 2일 7일에 열리는 정선장터로 향했다.

   제법 소문이 났다는 동막골식당에서 강원도의 별미라는 곤드레돌솥밥으로 늦은 점심을 해결하고 나서 본격적으로 장터 구경에 나섰다.

   선 구경.  후 캠핑에 필요한 먹거리 해결.

   오매오매.

   읍내주변 사방으로 가득찬 차량행렬들.  읍내 인근 모두가 주차장으로 변해있다.  관광버스 숫자만 해도 엄청나다.

   이게 뭔 요지경속이래?

   시방 뭔 난리라도 난거여?

 

 

 

 

 

 

 

 

 

    정선오일장

 

  전통장 구경을 여기저기 제법 다녀온 뒤라 큰 기대를 가지고 있는것은 아니었다. 

  전통장이라고는 하나 대부분 다 거기서 거기라는 느낌을 항상 받았기 때문이다.

  강원도 오지라는 특별함에서 혹간 특이하거나 색다른 묘미라도 느껴볼 수 있을까 하는 기대정도였는데...... 우선 모여든 차량과 인파에 놀랐다.

 

 

 

 

 

 

 

 

 

 

 

 

 

 

 

 

 

 

 

 

 

 

 

 

 

   인파에 묻혀  이리 밀리고 저리 밀리고,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이면서 장터 이곳저곳을 기웃기웃거려본다.

    맛있어 보이는 주점부리들과 줄을 서가면서 맛있게 먹고있는 사람들을 보자니,  좀 전에 늦은 점심을 먹은것이 후회스런 느끼마져 생겨난다.

   우리 부부와 셋째네 부부가 중간중간에 대책회의까지 하며 여행먹거리 궁리를 하면서 마침내 장터구경을 마치고 나서며 살펴보니...........ㅎㅎㅎㅎ

   더덕 두봉다리.

   정선오일장터에서의 시장보기 끝.   그게 전부였다.

   그저 눈으로 실컷 보고 실컷 먹고 실컷 샀다.

 

   이런 상황이면 캠핑장에 가서는 무엇으로 먹거리를 해결하지?

   우루루 주변 농협 하나로 마트로 몰려갔는데..........  신선도나 구색에서 별 맘에 드는 꺼리가 없다.

   다시 회의 끝에 여자 둘은 전통시장터로 삼겹살이랑 반찬거리 사러 돌아가고,  남자 둘은 마트에서 마실 주류를 구입한다.

   행인들에게 묻고 물어서 왕족발도 우선 안주감으로 하나 사서 들고..........  이젠 아지트로 돌아가는 일만 남았다.

   그런데 아뿔싸..........

 

 

 

 

 

 

 

 

 

 

        아우라지 섶다리

 

 

   개구장이 셋째가 일부러(?) 심술을 부렸음인가?

   정선읍내가 모두 임시주차장이기에 아무데고 비집고 주차하랬더니........  기어코 어디 먼데다 주차를 하였다 한다.

   아우라지 강변의 너른 주차장에 다달아서 차를 찾으니 안보인다.

   셋째에게 물어보니 대답은 안하고 손가락으로 저쪽 강건너편을 가리킨다.

   설마. 장난이겠지 하는데......... '섶다리로 건너가면 운치도 있고 좋잖아요.' 하면서 앞서서 강변 돌다리로 들어선다.

   허니 어쩌겠는가?

   짐봉다리 하나씩 나누어 들고 뒤쫓아갈 수 밖에......

 

 

 

 

 

 

 

 

 

 

 

 

 

 

 

   암튼 어찌어찌해서 제법 무거운 봉다리 하나 둘씩을 들고 섶다리를 건넜다.

   돌아다보니 그런데로 운치있는 정경에 좋은 경험이었단 느낌이 들었다.

   강변 둑방길을 걸어 가고 있는데 어디선가 정선아리랑 소리가 들려온다.

   그런데 아까는 실제 정선아리랑 한마당 공연이 벌어졌었는데  지금 나오는 것은 녹음방송이라는 셋째의 설명이 있었다.

   바로 옆에 옛 사람들이 살던 집과 모습들을 전시장으로 꾸며논 곳이 있다고 하여 또다시 발걸을음 옆으로해서 구경에 나섰다.

 

 

 

 

 

 

 

 

---  전시장 안에있는 커피숖의 벽면이 예뻐서 셔터를 눌렀다.  창에 투영되는 사람의 포스에서 어딘가 내셔널지오그래픽 프리랜서 정도의 포스가 엿보이지 않는가?  맘씨 좋은 사람의 눈에만 보일것이지만.

 

 

 

 

 

 

 

   --- 윤씨 문중의 두 며느리.  첫째와 셋째.

 

 

 

 

 

 

 

 

 

 

---- 셋째네 부부.

 

 

--- 먹을것은 죽어도 끝까지 잘도 들고다닌다,

 

 

 

 

 

 

 

 

 

   억새의 은빛 춤사위와 야생들꽃들의 향연을 감상하면서 다시 화암약수캠핑장으로 돌아오니 어둠이 내려앉기 시작하고 있다.

   사방에서 모닥불들이 피어나고 고기굽는 냄새들이 풍겨나온다.

   모두들 캠핑에서의 자장 중요하고 성스러운 의식에 솔선수범의 자세로 참여들을 하고 있는것이다.

   우리도 일단 사가지고 온 족발을 펼쳐놓고 가볍게 술판을 벌여놓은 뒤,  천천히 저녁을 해결하기로 한다.

   한가지 아쉬웠던 것은 모닥불을 지피지 못한것이다.

   요번 여행에서는 장작을 준비하지 못했고,  가까운 매점은 너무나 높은 폭리를 취하려 하기에 이번엔 모닥불을 포기했다.

   담엔 꼭 모닥불을 피워야겠다.

 

 

 

 

 

 

 

 

 

 

 

 

 

 

 

 

    평온하고 상쾌한 아침이 찾아왔다.

    화암약수캠핑장에서의 하룻밤이 지나고 새날이 찾아든 것이다.

    놀랍도록 포근한 아침을 맞았다.  대자연이 주는 아주 커다란 축복을 온통 우리가 다 받은 느낌이었다.

    이제껏의 캠핑이력에서 단연 최고로 꼽고 싶은 그런 1박2일 여행이라 말할 수 있겠다.

   아침 산책을 하면서 주변을 둘러보다가 우리 부부는 똑 같은 말을 나누었다.

   -  최고로 꼽을만큼 아주 인상적인 여행지였다.

   - 접근성이 다소 힘들겠지만........  하얀 눈이 소복히 쌓였을 때 오면 또 다른 맛으로 너무나 좋을것 같아.

   - 흐흐흐흐흐 크크크크크킄 ......... 까짓. 함박눈이 펑펑 쏟아지는 날에 꼭 다시 오자.  겨울캠핑도 시작하지 뭐.

 

 

 

 

 

 

 

 

 

 

 

 

  ---- 캠핑촌의 아침정경.

 

 

 

 

 

 

    좀 늦은 시간에 아침을 해결하고나서 싸이트 철수는 번개같이 해치운다.

   화암약수에 들러 톡 쏘는 약수를 통마다 길러담고 캠핑장을 떠나온다.

   그리멀지않은 날에 꼭 다시찾아올것이라는 다짐을 남겨놓고 새로운 여행지로 출발한다.

   우리의 이번 여행이 아직 남아있기에........

 

 

 

 

 

 

 

 

 

 

 

 

    민둥산 억새축제

 

 

   한달 보름가량이나 길게 이어져 펼쳐진다는 민둥산 억새밭의 장관을 보기위해 차의 방향을 돌려잡고 한참을 달려왔다.

   싸이트를 검색해보고  어제 캠핑장에서 이리저리 귀동냥을  해 본 바로  그리 힘이 들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그러나 아니었다.

   결코 그리 녹녹한 산행은 아니었다.

   이유중에 하나는,  산행이라는 것이 가면서 계곡이나 폭포나 주변경관의 변화를 이어서 감상하며 오르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민둥산의 경우는 목표가 정상부의 억새밭이다 보니 거기까지 오르는 산행의 여정은 그저 가파른 산길을 앞만보고 무작정 걸어올라야 하는 다소 무미한 힘겨움에 있는것이 아닌가 생각되었다.

   거기다 오르고 내리는 과정의 모두에서 가득한 인파에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이고,  엄청난 불편을 감수 해야만 했다.

 

 

 

 

 

 

 

 

 

 

 

 

 

 

 

 

 

 

 

 

 

 

   민등산 억새밭을 다녀오면서는 커다란 아쉬움이 있었다.

  은빛억새가 바람에 출렁이는 은빛물결의 장관을 기대했던 것이 사실이었다.

   그러나  기대했던 은빛물결은 볼 수가 없었다.

   이미 축제가 시작된지가 한 달여가 지난지금,  억새들은 찬연한 은빛을 모두 잃어가고 있었다.

   여행객들 대부분도 그것이 아쉬웠는지,  주차장 옆의 은빛으로 눈이 부신 억새밭에서 연실 몰려들며 셔터들을 눌러대고 있었다.

   대다수의 눈빛에서 나와 비슷한.........  조금은 사기당한 듯한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다.

   한 열흘 전까지는 지역 명물인 장관의 억새밭을 이용한 축제요 문화행사가 분명 있었다.  그런데 그 이후로는 장사치들의 염치조차 없는 상혼만이 남아있는것이다.

   하지만.......

   하산해서 찾아든 허기를 면하기 위해 찾아든 향토음식점에서 어느정도 위안을 얻을 수가 있었다.

   소박하고 꾸밈새가 없는 곤드레 비빔밥 한그릇에 그간의 아쉬움과 야속함을 머두 털어버리기로 했다.

   곤드레비빔밥도 감칠맛이 느껴질 정도로 맛있고,  다문화 가정을 이루신 그 분들의 호의와 환대도 고맙게 느껴졌다.

   그리고 그곳을 운영하시는 자유로운 영혼을 가지신 분의 솜씨와 자취들도 정겨웠다.

 

 

    '차 한잔을 마시고 싶다고 말할 수 있는 친구가 있었으면 좋겠다' 라고 소반 위에 적어 놓았다.

   정겹다.

    이제, 이번 셋째와의 가을여행을 마무리 하면서.........

    '여행을 함께 가자고 할 수 있는 가족이 있어서 행복했다' 라고 나 스스로에게 말해본다.

 

 

 

                                                         -------------  2013년 가을이 찾아들던 날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