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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이야기

주전골. 흘림골 - 神仙들의 정원

by 피안재 2013. 6. 25.

 

 

 

 

 

 

 

 

 

 

 

 

 

 

 

 

 

 

 

 

 

 

 

 

 

    한계령 고갯길을 수도없이 넘나들면서, 항상

    흘림골에서 주전골에 이르는 신선들이 노닐던 정원을 언제고 꼭 한 번 둘러보겠

    노라고 커다란 아쉬움 속에 마음을 달래곤 했었다.

    그리고 마침내 그곳을 찾았다.  2013년 6월 22일 여름의 초입에......

 

 

 

 

 

 

 

 

 

 

 

 

 

 

 

      요즈음은 금요일 저녁부터 주말이라는 말을 실감한다.

      우리 세대가 태어나서 자라날 때는 상상도 해보지 못한 그런 새로운 세태인 것이다.

      아무튼 우린 이미 새로운 세대속에 흡수된 듯 어느새 익숙하게 살아가고 있는 모습이 가끔씩은 놀랍다.

     나와 아내, 우리도 주말나들이를 위해 각자 금요일 저녁 퇴근을 한 후에서야 천천히 여행 준비를 하기 시작한다. 

      밤이 늦어서야 출발을 하게되었고, 한계령 휴계소 주차장에 쉴만한 곳을 찾아 주차를 하고나니 이미 자정이 지나 새벽 1시.

      대청봉 야간산행을 떠난 사람들의 차량들이 여기저기 많이 주차해 있고,  새벽산행을 위해 차안에서 자고있는 사람들도 보인다.  관광버스도 들어오고 있고........

 

 

 

          운무가 가득하고

          안개비가 흩뿌리는 한계령 휴계소 주차장 한켠에 차를 주차시키고

          차 안에서 쉬기로 하고 의자를 넘겨 잠자리를 만들고 드러눕는다.

           새벽 5시에 일어나니 세상은 온통 안개속.

           날씨 또한 흡사 가을인 듯 쌀쌀하게마져 느껴진다.

          대청봉 산행을 나서는 사람들을 지켜보면서 차를 움직여 한계령 아래쪽으로 약 2.5km 떨어진 (흘림골 관리사무소) 앞으로 이동했다.

          그리곤 노천에서 아침을 해결하였는데........

          컵라면으로 아주 간단하게 해결........  오랜 여행경험 중 컵라면으로 한 끼를 해결하기는 처음. 신속. 깔끔함으로 인해 앞으로 자주 그럴 듯.

          아마도 내가 좋아서 라기 보다는 왕짜증여사의 편리성 때문에 머지않아 일상적 방편이 될것 같은 불길한 예감.

 

 

 

 

 

 

 

 

 

 

 

   -  동쪽을 바라보니 가득한 연무뒤로 환한 빛이 가득하다.  해가 솟아 오르고 있는 모양이다.  어차피 일출은 이미 마음을 접었음에도 자꾸만 올려다보게된다.

 

 

 

 

 

                                                           

 

                                                           귀신에 홀리기라도 한 듯

                                              시도 때도 없이 늘 흐린 곳이라 하여 붙여졌다는 (흘림골).

                                             오늘도 여전히 짙은 연무가 골짜기에 가득하고 이따금 빗방울이 툭 툭 떨어진다.

                                        아무려면 어떠랴!  왕짜증여사의 한마디가 우리 마음을 그대로 반영하는데.....

                                                '대단히 좋구먼. 이 모두가 다 우리집 정원 아니겠어?'

                                                아무도 없다.  이것이 새벽에 여행을 나서는 묘미이다.

                                      적어도 이 순간만은 여기 내설악의 일부가 우리  둘 만의 개인 정원이 된 것이다.

 

 

 

 

 

 

 

 

 

 

 

 

 

 

 

 

         '짱구모친.  이 아침에 모 잊은거 없수?'

 '잊은거? 아! 모닝커피. 남자가 쪼잔하긴........  하도 급하게 서둘다 보니 그럴때도 있는거지. 꼭 그런걸 가지고 따지냐. 따지길......'

            '커피말구.'

           '커피말구? 없는거 같은데?'

                '조기 조거.'

            올려다 보니 생겨먹은 바위의 모양새가 쪼매 밍구시럽다.

                 '이구. 음흉시럽기는?'

                 세상에 음흉 시럽다니........

          그나저나 새벽부터 저눔들의 행태가 워째 조리도 껄쭉해 보인다냐?

  내리 누루는 넘이나 올려 치받는 뇬이나....... 오매나.  프랜치는 절대 아니고 디...... 디....... 딮....... 저래다 얼굴 뭉개지겠다.

            옴팡지게 질펀한 년놈들....... ㅎㅎㅎㅎㅎㅎㅎ

                 

 

                     에라.  가던 길이나 올라가자.

 

 

 

 

 

 

 

 

 

 

 

 

 

 

 

 

 

 

 

 

 

 

                            '오메.  시작할 때부터 계단이더니 이러다 끝까지 계단인거 이니야?'

                                     '응. 끝날 때까지 계단이야.'

                                         '언제 와 봤어?'

                                    '아니? 척 하고 올려다 보니 그러허게 생겼잖아.  그리고 인터넷 검색해 봤지. 모두 계단.'

                                           '진작 말해주지.'

                                            '전부 계단이라 하면 안 나섰을려구?'

                                           '고심을 해 봤겠지.'

          '그래도 아기자기 하고,  계단의 높이가 적당해서........ 이래를 봐.  저런 비탈 암벽을 오르는 것 보다는 한결 수월하잖아.  또 긴장하지 않으면서 주변을 둘러볼 수 있고.'

           '그렇기는 해.  이정도 경사를 가진 깊은 골짜기라면 오히려 이런 계단덕에 편하게 오르는것 같애.'

           '그러니까 내가 잘못한것은 아니라는 말이지?'

                         '웅.  탁월한 선택.  정말 잘했어.  너무 너무 멋진 곳이야.  퍼펙트.'

                                           

                            

 

 

 

      사방을 아무리 둘려 보고 또 하늘을 올려다 보고 지나온 골짜기 아래를 내려다 보아도........ 가히 절경이다!

      오를수록 후덥지근 해 지고 습도가 대단히 높은 날씨이다.

      등줄기로 흐르는 땀줄기를 느끼면 한 이십분을 올라섰을때.

      '어머. 저게 뭐야?'

      앞장서서 오르던 왕짜증여사가 손짓으로 한곳을 가리키며 물어온다.

      거참.  커다란 구멍위로 한줄기 물길이 흘러내리고 있다.

      '저게 뭐더라?'  갑자기 나타난 것의 정체를 밝혀내려고 급하게 머리를 굴려본다.  그러자 인터넷 검색에서 보았던 것이 떠올랐다.

      다만,  나는 저것이 봉우리를 지나 내려가서 폭포들이 연이어 나타나는 쯤에 있을 것으로 추정을 했었는데 벌써 나타난 것이다.

      '여심 폭포'

     "여심 폭포?'

      여심의 '심'자가 '마음 심'이 아니라 '깊을 심' 이라는, 약간은 표현하기가 민망한 내용의 설명을 시작하기도 전에 벌써 알아차리고는

      배꼽을 잡고 웃는다.

      '그러네. 듣고 보니 영판 똑 같네.'

      '영판 똑같아?  난 암만 봐도 모르겠는네.  내가 너무 순진해서 그런가?'

      '이구. 음흉한 내숭 짐승!'

 

 

 

 

         허!  거참.  볼수록 요상하네.

         신혼부부가 요 여심폭포에서 흘러내리는 물줄기를 받아 마시고 나서 작업(?)을 하면 아들을 낳는다는 전설이 서려있단다.

 

 

         또 다시 이어지는 벼랑길.

         오르면서 되돌아 보고 또 볼때마다

        같은 형상의 바위도 내려다 보는 높이에 따라 그 모습과 여운도 사뭇 다른 느낌이다.

 

 

 

 

 

 

  

 

 

 

 

 

 

 

 

 

 

 

 

 

 

 

 

             어디선가 나타난 다람쥐 녀석은 아예 사람을 졸 졸 따라다닌다.

           그동안 숱한 산행객들에게 이미 익숙하게 길들여졌음 때문일까?

   재롱까지 부리는 것이 사람이 다람쥐를 신기하고 반갑게 맞는것인지,  녀석이 찾아준 우리를 반갑게 환대하는 것인지 모르겠다.

             오색약수에 이르기까지 무수히 많은 다람쥐를 만났고 모두가 한결같이 사람을 따르는 모습들이었다.

           다행일까?  잘못되어가는 것일까?

 

 

 

 

 

 

            < 등선대 >

 

  내설악의 전혜절경인 (주전골)을 찾는 탐방객들이 사시사철 문전성시를 이룬다.

  주전골 탐방이라 하면(결코 등산이랄 수 없는)  오색약수에서 용소폭포까지 이르는 편도 약 2.5km의 산책로를 말함이다.

          계곡을 따라 편안하게 거닐 수 있도록 예쁘게 데크를 잘 깔아놓았기 때문이다.

          그리고는 '내설악의 절경인 주전골을 다녀왔네.' 라고들 한다.

                                  

    하지만, 엄밀한 의미에서 주전골 산행이라 칠려면 적어도 (흘림골에서 시작해 주전골에 이르던지) 아니면 (오색약수인 주전골 초입에서 시작해  흘림골에 이르러야만) 제대로 주전골을 둘러 보았다 할 수 있을 것이다.

     흘림골에서 시작해 가파른 계단을 타고 약 1.6km  를 타고 올라 등선대에 오르고,  그런 연후에 다시 약 1.6km 의 가파른 언덕을 내려가  용소폭포를 만난 후에 선선히 산책을 즐기듯이 주전골을 빠져나가는 것이야 말로 (주전골 여행을 제대로 했다) 말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 여정의 한 복판에 바로 신선들이 노닐다 하늘로 올랐다는 (등선대)가 있는 것이다.

                        

      등선대에 올라 사방을 둘러보며 신선들의 노닐던 정원의 경치에 탄성을 지르지 않고서는 감히 설악을 논하지 말라!

 

 

 

 

 

 

 

 

 

 

 

 

 

 

 

 

 

 

 

 

 

 

 

 

 

 

 

 

 

 

 

 

 

 

 

 

 

 

 

                       희뿌연 연무가 사방을 온통 휘감싼 약간은 을씬년스러움 속에서 등선대에 올랐다.

                       하늘님과 조상님들의 은덕을 입지못해 등선대의 풍광을 제대로 조망할 수 없겠구나 하는 체념속에.

                      등선대 전망대에 앉아 등줄기를 훌줄건하게 적시던 땀을 식히던 중에 갑자기가득한 운무 사이로 한계령휴계소가 서서히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다.

                       어디선가 서늘한 한줄기 바람결이 내설악의 온 계곡을 쓸어안듯이 불어들고 있었다.

                     그리고 서서히 희뿌연 연무들이 꼬리를 흔들며 줄행랑을 치듯이 어디론가 사라져갔다.

                        갑자기 또 다른 세상이 우리 눈 앞에,  우리의 발치아래 펼쳐지고 있었다.

                       그 장엄하고 빼어난 자태와 오묘한 조화속의 자연이 만들어 내는 놀라운 풍광.

                       이리저리 왔다갔다 하면서 아무리 둘러보아도 도저히 말로 표현할 수 없는 대자연의 위대함.......

                                                                                                          

                                                              우리는 모두 할 말을 잊었다.

                                                                          그것은 결코 이승의 풍경이 아니었다.

                                                            신선들이 노닐던 정원.......... 바로 선계였다.

                                                    '이제야 비로소......... 설악을 보았노라고 누구에게든지 말할 수 있겠되었어.'

                                           어떤 알 수없는 황홀함에 한참을 도취되어 말문을 열지 못하던 왕짜증여사가 말했다.

 

 

                                   한 시간 이상을 등선대에 머물렀다.

                                         마치, 이 시간이 지나고 나면 다시는 볼 수 없는 풍광을 대하기라도 한 것처럼,

                                     우리 중 누구도 먼저 내려가자는 말을 꺼내지 않았다.

 

    한참믈 뚫어지라 바라보며 이제 어느정도 빼어난 자태의 풍광을 두 눈동자에 새겨질 즈음에 저만치 아래 골짜기에서 부터 서서히 뽀얀 안개가 골 골마다 피어올라온다.

    골을 타고 넘어 온 연무들이 서로 만나 부둥켜 안기 시작하면서 이내 그 골짝이며 봉우리들이  하나 둘 사라지기 시작하더니, 어느새 사바아으로 구름 뿐.

    등선대도 설악도 세상도 어디론가 사라져버렸다.

   그러다 뺨을 스치는 서늘한 바람결이 느껴지기 시작하면 우리 둘의 발치 아래로 또 다른 모습의 설악이 서서히 다시 드러난다.

           닮은 듯 같은 듯 하면서도 어느하나 좀 전의 모습과 같은 것이 없다.

           매 순간 내려다 보이는 모든것이 전혀 새로운 모습 새로운 느낌들이다.

            

            하늘님 감사합니다.

            조상님 땡큐여유.

            산신님.  넘 멋져부렀어. 넘버 원 이여유.

 

 

 

 

 

 

 

 

 

 

 

 

 

 

 

 

 

 

 

 

 

 

 

 

 

 

 

 

 

        등선대에서 부터

        내키지않는 발걸음을 뒤로하면서 가파른 언덕길을 내려가는 것 또한 놀라운 경이로움의 연속이다.

          조금 전까지 내 바라치아래 놓였던 봉우리들이 계곡을 따라 내려서면서 내 시야와 눈 높이를 같이 하는 듯하더니

        이내 또 다시 까마득히 높은 봉우리들로 불쑥 솟아나는 경이로운 모습들이란........

        내딛는 발걸음 걸음마다,  이리저리 둘러보는 내 시야마다  이 세상 어디에서도 다시 볼 수 없을 것만 같은 장관이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다.

        '정말로...... 정말로 내려가기 싫어.  우리 천천히....... 아주 천천히 가자.'

         왕짜증여사가 내 손을 잡아 끈다.

         ' 내 맘도 지금 꼭 당신처럼 그래.'

         우리는 또 다시 커다란 바위 위로 올라가 주저앉아 버렸다.

          '저기 저것 좀 봐. 와!'

         ' 저기도.  저기 저기. 구름뒤로 사라지기 시작했어.'

         '사진 찍었어?'

          '찍긴 했는데 흔들렸어.  서둘다보니........ 에구 아쉬워라.'

 

 

 

 

 

              십이폭포도 보고 용소폭포도 보고 금강굴도 보고.

               아참.

       등선대에서 하산길을 한참을 내려와 주전골에 다닳았을 즈음에야,  주전골에서 시작해 흘림골로 (우리와 반대길) 올라가는 부부 등산객을 처음 만났다.

    '안녕하세요.  흘림골에서 내려서는 저희가 오늘 첫 산행객이고요,  주전골에서 올라오시는 두 분이 처서 산행객이시네요.  좋은 산행되시고 행복하세요.'

            '두 분도 건강하세요.'

            산길에서 만난 사람들은 이렇게 반갑게 인사를 나누고는 서로의 길을 다시 가고있었다.

 

                 주전골로 제법 들어섰다 싶었을 때,  그제서야 무리를 지어 올라오고 있는 산책객들이 제법 눈에 띠었디.

                '아쉽다.  우리만의 정원에서 좀 더 머물다 오는건데...........'  왕짜증여사가 자꾸 입맛을 다신다.

                 몹시 아쉬운 산행이었나 보다.  이제껏 이런 경우가 처음이다.

 

 

 

 

 

 

 

 

 

 

 

 

 

 

 

 

 

 

 

 

 

 

 

 

 

 

 

 

 

 

 

 

 

 

                                                                       

 

 

      골짜기에서 빠져나와 성국사에 이르니, 그제서야 이번 흘림골에서 주전골까지의 여행이 모두 마무리되었다는  생각과 함께 진한 아쉬움이 배어나왔다.  그것은 왕짜증여사도 마찬가지였다.

      아주아주 오래전 도둑들이 도둑질로도 먹고살기 힘들어지자 골짜기 깊은 곳에 들어앉아 위조철전(가짜엽전)을 만들었다는 것에서 유래된 지명 (주전골)의 여행이 마무리 되어가고 있다.

                                                                 

      90년대에서 2000년대 까지 주전골은 이십년 동안 입산이 통제되었었다.

      빼어난 경치만큼 찾는이가 많아 자연경관이 심하게 훼손되었기 때문이었다.

     한 번 훼손된 경관은 적어도 20년은 지나야 어느정도 그나마 복구가 되어진다고 하니 정말 정성다해 잘 돌봐주어야 할 일이다.  

      그렇게 힘들게 복원된 주전골도 오래전 태풍 매미로 인해 모든 계곡이 거의 쑥대밭이 되었다.

     그리고, 그 후로도 해마다 들이닥치는 태풍과 자연재해로 인해 주전골 일대는 아주 아슬아슬하게 위태로울 만치

      너무도 힘겨운 모습으로 오늘 우리들에게 모든것을 열어주고 있는 것이다.

     지금도, 십이폭포 언저리에서 점봉산으로 향하는 계곡은 20년 입산통제에 묶여 앞으로도 오랫동안 야생화가 매우 아름다운 계곡과 능선을 올라볼 수 없는 현장을 이번 산행중에 직접 목격할 수 있었다.

 

                          그러니 실로 얼마나 감사해야 할 여행이었던가.

                       오늘 흘림골에서 시작해 주전골까지 산행을 허락해준 설악에게 온마음으로 감사 할 밖에.

                           

                                설악아.

                           내설악의 흘림골아. 주전골아.  고마워. 사랑해.  그리고 꼭 다시 만나자.

                         우리가 다시 오게 될 때는,  그리고 우리 아들이 찾게 될 때는 제발 길을 열어주렴. 부탁해.

 

 

 

 

 

 

 

 

 

 

 

 

 

 

 

 

         오색 까지 왔는데 약수맛을 안보고 지나칠 왕짜증여사가 결코 아니다.

                     알싸한 듯 찝찌름한 톡 쏘려다 마는 오색약수.

     줄을 서서 기다리다 기어코 자리 차지하고 앉아 한모금씩 마시는 것으로 부족해 물병에 퍼 담는 독재자 포스 넘치는 짱구 모친.

 

 

 

         오색 주차장으로 걸어나와서,  택시 잡아타고 흘림골 주차장까지 이동한다.  차를 거기 두고 시작했으니까.

          택시비는 무조건 일만원.

 

         한계령 정상 휴계소에 다시 들렀는데도 뭔가가 자꾸만 아쉽다.

         하지만 이미 주전골은 빠져나왔고, 다시 시작하기에는............... 글쎄...........

        차를 달려 인제방향 언덕을 내려가 장수대 쯤에 이르니 갑자기 폭염이 밀려든다.

         잠시 전까지 한계령에서는 서늘했는데 말이다.

        '괜히 일찍 내려온것 같애.'

         왕짜증여사는 여전히 주전골에서 나온것이 아쉬운 모양이다.  어디 계곡에 발이라도 담그고 있다 해 떨어지면 나올걸.

          그런 마음을 위로하려 용대리로 방향을 틀어 늦은 점심을 황태요리로 해결했다.

              

        충주에 도착하니 아직도 해가 중천에 떠있는 듯 훤한 대낮에 무지하게 덥다.

        아파트에 도착해 짐을 정리하는데..............

       '정말 두고두고 잊지못할 멋진 여행이었어.  고마워.  그런데  아무리 생각하고 또 생갹해 봐도  좀 더 그 계곡에 머물다 나올걸 하는 아쉬움은 지우지 못하겠어.'

       나는 그런 그녀늘 빤히 쳐다본다.

    내 눈동자에는 LED 전광판으로 '그래서 시방 나보구 어쩌라구?' 하는 항의성이 농후한 눈빛이 뿜어져 나오고 있다.

            '아니. 아니. 내 말은 그냥 그렇다는 거야.  그만큼 좋았다구. 당신 수고했다구..............'

 '알써.  다음엔 더 좋은데 찾아서 가면될것 아니야.  나만 믿어.  정히 아쉬우면 단풍철에 다시 한 번 가면 되지뭐. 알았지?'

       '웅.'

  '한 번 계획을 짜보자.  아에 캠핑장비를 싸그리 둘러메고 등선대에 올라가서 비박을 하는거야. 아예 하루 밤을 우리가 차지해 버리자구.'

    '한창 때라면 혹시나 모르겠는데,  지금 그 나이에 그 몸매로 장비를 둘러메고 거기까지 올라갈 수 있겠어?'

   '이 사람이.  날 넘 무시하네.  내가 누구여?  내가.........  짱구아빠여. 까짓 지금부터 운동하면 되지 뭐.'

          큰 소리는 일단 쳐 놓고 돌아서서 생각해 보니 좀 켕기는 구석이 있다.

   '거기까지 무슨수로......... 아니지. 정히 안되면 아덜을 꼬득여 짐을 나눠서 지면 안될 것도 없지. 암. 암. 아덜이면 해결이 되지.  캬!!!!!!!!!!!!!!'

                     

 

 

 

 

 

 

 

                                                                               2013.  06.  22.  피안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