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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이야기

(알 럽 트래블 / 르네상스 산책) 굿바이 몰타.

by 피안재 2020. 6. 11.

 

 

 

 

 

 

 

 

 

 

 

 

 

 

 

 

 

 

 

 

 

 

 

 

 

 

 

 

 

 

 

 

 

 

 

 

 

 

 

 

  가득 찬 것보다는 어딘가 좀 엉성한 구석이 있으면

  왠지 마음이 편해지는걸 느껴.  심지어는 아주 완벽하게

  잘생긴 사람보다는 어째 못생긴 듯하면서도

  자꾸만 마음이 가는 사람이 있어.  그런 사람을 만나면

  난 왠지 나의 모든 것을 솔직하게 털어놓고 싶어져.

  문득 내 가슴 어디에도 그런 빈터가 있는지 되돌아보게 된다.

  행여라도 남에게 뒤질까봐 안간힘을 쓰며 살아온

  우리네 인생들.

  여유로운 공간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이 도시 속에서

  가득 찬 빌딩들처럼 욕심에 욕심을 채우다

  우리가 결국 얻는것은 무엇일까.

  지하철의 초만원 인파 속에서 

  이리 밀리고 저리 밀리다 하차하듯이

  결국 우리도 그렇게 살다 갈 인생인 것을.

 

  조금 덜 채우더라도 내 가슴 어딘가에 빈터를 가지자.

  밑지는 한이 있더라도 우리가 조금 어리숙할 수는 없을까.

  그러면 그런 빈터가 모두 나에게 편안한 휴식과

  성찰의 여유로운 공간이 될 터인데.

 

                                   --- 이 정하님  (내 가슴 어딘가에 빈터를)

 

 

 

 

 

 

  새벽에 일어나 펼쳐들었던 이 정하 님의 글에서 '빈터'의 여운이 쉽게 가시지를 않았다.

  예전에 동양화를 공부하면서 '여백의 미'에 중요성을 가르쳐주시던 분의 말씀들이 생각이 난다.  '무엇인가를 가져다 인생을 가득채우려고만 혈안들인데,  언젠가 문득 나이라는게 새롭게 인식될 때  쯤부터는 오히려 그것들을 덜어내고 털어내는게 참 중요하다는 것을 깨닫게 될것' 이라고 하셨다.

  사람들은 텅 빈 여백에서 부족함이나 미완성을 보겠지만,  나의 인생여정은 덜어내고 다 털어내서 오히려 여백으로 그득하게 그리고 싶다.  그 여백에서 미(美) 까지는 아니더라도  잔잔한 편안함과 약간이나마 사람냄새가 느껴지는 그런 그림으로 내게 남겨진 시간들이 완성될 수 있었으면 하고 바래본다.

  내 기억 세포에......  운명의 반쪽인 챠밍여사가 존재하고,  나를 엎그레이드 한 짱구가 있었을 때는.....  차마 그것만으로도 미처 충분하다는 생각에 못미쳐서 덧없고 철없는 인생을 살기도 했다.  어느날 문득 뒤돌아보니 이미 애초의 길에서 너무나 많이 벗어나 있었고  나의 젊음도 어디론가 나를 떠나고 없어진 다음이었다.  되돌릴 수 없는 시간은 나를 그냥 스쳐 지나가 버렸다.

  그랬음에도  덜어내고 더 털어내야할 많은것들이 내게는 있다.

  애초의 길에서는 이미 너무나 많이 벗어나 버렸지만.......  힘들고 거친 우회의 길일지라도 애초의 목적지를 향해서 꾸준히 걸어갈 용기가 아직은 내게 남아있다.  그런데 어느새 환갑이라니........  

  더 이룰것도 없겠지만,  더 잃을것도 없는 처지에........ 여백으로만 가득찬 그림을 하나 그려보고 싶어진다.

  마녀(?) 같은 반쪽이 건재하시고(ㅎ)...... 이제 중년으로 들어서는 아들은 예쁜 딸(며느리) 하나를 우리에게 선물로 데려와 주는 듯 싶더니만........  덥썩 태리(4세)라는 내 인생 최고의 보물을 데려다 안겨주었다.  이제 곧 세상에 나올 우리 세리는 또 어떤 빛깔의 보물일까?

  족함.

  이것만으로도 내게는 이미 너무나 충분하지 싶다.  이 아침에 말이다.

  '몰타는 비현실적인게 너무나 많아.  도무지 현실적인것과 비현실적인것이 분간이 잘 안돼.  그냥 여기 살면 안될까?'

  지중해에서 불어오는 바람속에 싱그러움이 묻어나온다.  사방으로 그림처럼 내걸린 아침풍경에서 라임스톤의 칼라를 담은 레몬 향내음이 은은하게 배어져있다.

  몰타의 아침은.......  다분히 비현실적인 표정으로 넘쳐난다.

 

  아침산책.

  이제사 알게되었는데  늘 공사로 분주하던 대로변 공사장 앞에 오니 앙증스럽다 해야할까?  그동안 못보았던 건물 하나가 새롭게 모습을 나타냈다.

  '스타벅스 슬리에마점' 이다.

  카페 집어치우고 그냥 내집으로 삼았으면 하는...... '햐, 고거 참 이쁘게 지었네'.......

  우리가 나이들면 한적한 곳에 아늑한 커피 숖 하나 하자고 해왔는데.........  '베벡의 벅스처럼'은 챠밍여사가 혼자 운영하고,  난 다른곳에다 저기 저 '슬리에마의 벅스처럼'이나 하나 했으면 좋겠다.

  그리고 나서 몰타의 일출을 본다.

  몰타의 일출.........  비현실적인 풍경이 아니면.......  몰타의 것이 결코 아니다.  당연히 비현실적인 모습이다.

  하늘의 절반은 잔뜩 찌프린 표정의 아침이지만......  다행히 오늘은 비가 내리지 않고 반갑게 일출을 만날 수 있게된 날이다.

  일출을 실컷 감상한 후에 해변 도로를 따라 조깅을 한다.  영락없는 현지인 모습으로 말이다.

  대형마트가 있는 좁은 골목길을 지나노라니 오늘은 꽃 파는 할아버지가 보이지 않는다.

  어제는 비가 줄줄 내리는 중에서 종이 상자 두개에 집에서 손수 기른 꽃다발을을 담아와서는 순식간에 다 파시고는 종종걸음으로 골목 저쪽으로 걸어가셨었는데.......  오늘은 날씨가 좋은데도 말이다.

  어디가 편찮으신가?  오늘은 내다 팔 꽃들이 없으신가?

  여행중에 나는 꽃을 곧 잘 사곤한다.  마음 같아서는 도시를 이동해 새로운 숙소에 들때마다 사고자 한다.  하지만 서유럽의 꽃값은 한국과 비교해 보다 비싼편이다.  하지만 몰타의 꽃값은 아주아주 착하다.  특히 아침에 잠깐 깜짝 노점으로 등장하는 할아버지의 꽃값은 말그대로 하자면.......  '아주 그냥 줘요' 라 할까?

  슬리에마 페리 선착장에서 전망대로 가는 도로변 트럭에 알제리에서 난민으로 온것으로 보여지는 흑인 청년이 꽃가계를 한다.  그동안 나는 주로 이 친구에게서 꽃을 구입했다.  얼굴도 알아보고 농담도 나누는 정도 사이가 되었다.  그러다가 이른 새벽 대형마트 입구에서 꽃파는 노점 할아버지를 알게된 것이다.

  비가 내리는 어제 아침에 그 할아버지를 또 만났었다.

  한 금발의 아가씨가 할아버지랑 흥정을 하고 있었다.  오지랍이 넓은 내가 이 상황을 그냥 넘어가겠는가?  먼 한국에서 온 여행자인데 나도 아침마다 여기 할아버지한데 꽃을 사고있다고,  꽃도 탐스럽고 오래가고 향기가 너무너무 좋다고 너스레를 떨어본다.  거기다 거의 꽁짜로 주신다고.......

  '리얼리?'

  설마 머나먼 동양에서 와가지고 몰타에 하루나 이틀 잠깐 다녀가는 여행자가 꽃을 사겠느냐?  그것도 매일?  그런 눈초리와 의구심을 품은 표정으로 내게 되묻는 말이다.  나는 즉석에서 내 핸디폰에 담긴......  이 할아버지에게서 그제 꽃을 사서 숙소 베란다에 놓아둔 사진을 보여주었다.

  써프라이즈랄까?  엄청 감동적인 표정이 역력하다.  내가 조금만 젊었으면  이역만리 몰타에서 낯선 금발의 아가씨랑 챠밍여사 모르는 틈을 이용해  모닝커피라도 먀셔보는건데........

  이 아가씨 얼마나 감동 먹었으면........  할아버지의 반은 팔고 반쯤 남은 꽃상자의 남은 절반을 몽땅 구입해서는 아름으로 안고 총총히 살아진다.  당연히 나와는 충분하고도 넘칠만큼의 아침 인사를 나눈 후에 말이다.  만약에 내가 프랑스 여행자였다고 했다면  아마도........  쪽  쪽  쪽(?) 까지?

  내가 작은 두 다발을 고르고 계산하자......  세다발을 덤으로 주시려한다.......  미티미티......  현지에 사는것도 아닌데 말이다.  하여 두개는 사고.....  하나만 덤으로 받았다.

  유럽 여행을 다니면서 꽃을 자주 사기도 하지만,  가끔씩은 현지인들에게 장미며 튤립이며......  꽃을 곧 잘 선물받으며 돌아다니기도 한다.  이런 나는.........

  '꽃을 든 남자'는 못되지만,  '꽃을 늘 가까이 하는 태리할아버지'는 분명하다.

 

 

 

 

 

 

 

 

 

 

 

 

 

 

 

 

 

 

 

 

 

 

 

 

 

 

 

 

 

 

 

 

 

 

 

 

 

 

 

 

 

 

 

 

 

 

 

 

 

  그리고 이날 아침 산책에서 이제껏 자주 여행에서 그래왔던것 처럼 또 한번 우연히 행운이 나에게 찾아들어왔다.

  포인트 몰 주변 산책에서 정장차림의 한 젊은 남성이 이렇게 이른 시간에 통유리로 채워진 최신식 건물의 안쪽으로 유리문을 열고 들어가는 것을 목격했다.  그래서 얼른 쫓아갔다.

  갤러리였다.

  그래서 양해를 구하고 둘러 볼 요량으로 사람을 불러보아도 안쪽에서 아무런 기척이 없다.  잠시 기다려 보았으나 어디에서도 인기적 조차 없다.  건물의 사방에 씨씨 티브이가 설치된것이 보인다.  이쯤 기다리다 들어갔으면 혹 나중에 이런 상황을 설명하면 되겠다 싶어서 안으로 들어갔다.

  결코 짧지않은 시간동안 그 갤러리를 통째로 빌려서 마음껏 감상하는 시간을 누릴 수 있었다.  사진도 찍고 말이다.  전시회를 안내하는 팜플렛과 작가의 명함도 책상 위에 가지런히 놓여 있었다.  하지만 일체 손을 대지 않았고  나름 실컷 감상을 한 후에  중앙에 설치된 에스컬러이터를 이용해 2층 전시실로 올라가는데........  경비복장을 한 중년 남자가 불쑥 안쪽에서 나타나더니 나를 발견하고는 깜짝 놀란다.

  '어떻게 올라오셨지요?'

  '저는 여행자인데요.  좀 전에 어떤 남자분 뒤를 따라 들어왔는데  아무리 불러도 나오시는 분이 없어서 그냥 둘러보던 중이었습니다만.........'

  '여긴 아직 공개가 되지 않은 장소입니다.  그 남자분은 출근하는 여기 관계자이시고........  며칠 후에 갤러리가 오픈하기 때문에 지금은 큐레이터분들이 마지막 작업을 하는 중입니다.  마침 교대시간이라 모두 자리를 비운것 같습니다. 속히 나가주셔야만 하겠습니다.'

  '미안합니다.  일부러 그런것은 아니었고........'

  '이해 합니다.  사흘 뒤에 갤러리가 오픈한 후에 오시면 관람은 물론 작품을 구입하실 수도 있습니다.'

  헐.

  작품을 살 수도 있단다.  방금 전에 내가 확인한 바로는 가격이 만만치가 않았는데 말씀이다.

  암튼.......

  개장도 안한 갤러리 구경을 혼자서 실컷 해버렸다.  필름도 안빼앗기고........  땡큐.

 

 

 

 

 

 

 

 

 

 

 

 

 

 

 

 

 

 

 

 

 

 

 

 

 

 

 

 

 

 

  몰타는 자연 풍광이 아름답고 중세시대의 건물들이 고스란히 남아있어서 많은 영화들이 이곳에서 촬영되었거나 쵤영중에 있다.

  (글레디에이터)나 (트로이) (월드 워 Z) (알렉산더)가 촬영되었다는 기사만큼  너무도 유명한 미드(왕좌의 게임)에  무너지기 직전의 '아주르 윈도우'와 '엠디나'에서 찍은 풍경들은 세계각지의 여행자들을 불러들이기에 충분히 매력적이었다.  발레타의 광장에서 뮌헨 올림픽 테러사건을 다룬 (뮌헨)이 등장한다. 

  하지만 뭐니뭐니해도 나에게 가장 강력하게 남은 영화 장면은 '쓰리 시티'의 항구에서 찍은 (컷 스트로우 아일랜드)에서의 마차가 해변 도로를 질주하면서 벌이는 전투 씨이 최고로 인상적인 장면이었다.

  그랬음에도 불구하고........

  세계적으로 유명하고 흥행에 성공한 영화가 많이 있음에도.......

  구닥따리 영화에다 흥행에 참패를 했음에도........

  '몰타에서 촬영한 영화' 하면 항상.......  아니지.  가장 먼저 등장하는......  그저그런 영화가 있는데 바로 (뽀빠이) 영화이다.

  실패했고 일부러 지워내거나 떨쳐버리는 영화 정도이기에  더 이상의 부연 설명은 생략토록 하겠다.

  그런데........  '뽀빠이 영화 촬영지'로서의 철지난 셑트장은 몰타 여행의 필수 코스처럼 여전히 대접받고 있다.  적어도 내게는 하나의 작은 아이러니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그래서 앞 선 두번의 몰타 방문에서는 패스해 버렸었는데.......  챠밍여사가 태리생각에서 시작되었는지 '태리 데리고 왔으면 가장 먼저 뽀빠이 빌리지 갔을거 아냐?'  하는 통에 결국은 가 볼 수 밖에 없게 되었다.

  쉽게 말하자면 고조섬을 갈 때,  마지막 쯤에서 올라간 언덕길의 직전에 왼쪽 샛길로 좀 들어가면 움푹 패여나간 해변에 영화를 촬영하려고 지어 놓은 셑트장이 그곳이다.

  처음 만든지 벌써 한 40년이 지났으니  많이 낡았고 허름하지만,  여전히 우리네 민속촌 처럼 활용되고 있으면서 특히 어린이들에게 크게 사랑을 받고있는 장소다.

  교통편 설명에서 이래라 저래라,  가다가 꼭 갈아타느니 어쩌니 하는데......  그냥 고조섬 가는 방향에 있다는 것과,  지나는 아무에게나 혹은 버스 기사님에게 (뽀빠이) 하면 잘 가르쳐 준다.  환승이니 어쩌니 하면 패스해 버리고 그냥 가는데 까지만 데려다 달라고 하면 된다.  바닷가에서 내려주면서 어쩌구저쩌구 하면 '여기로구나' 하면서 내려서는, 길 건너서 조금 돌아서 샛길로 15분 정도 걸어가면 그곳에 있다.

  항상 여행자로 붐비는 곳이니  여행자로 보이는 사람중에 말이 통할 것 같은 사람을 붙잡고 '뽀빠이' 하던가 '팔뚝을 내밀어서 알통을 보여주면'  어디로 가라고 친절하게 가르쳐 줄것이다.

  우선 슬리에마 페리 선착장에서 시내버스에 올라탄다.

   보통은 멜리에하 베이(Melieha Bay) 정류장에서 내려 길을 건너서 뽀빠이 빌리지를 오가는 순회 버스로 갈아타는데......  우리는 한참 전에 언덕위에 들어 선 도시 멜리에하에서 내렸다.

  '파리쉬 처치 오브 멜리에하(Parrocca tal - Melieha)'를 직접 만나보기 위해서다.

  이곳을 지날 때마다 항상 도심의 외곽이자 언덕위에 우뚝 솟아있는 멋지고 아름다운 교회 풍경에 거의 넋을 빼앗길 정도였다.  교회 자체만으로도,  그리고 주변의 풍광은 실로 압도적인 아름다움을 간직하고 있다.

 

 

 

 

 

 

 

 

 

 

 

 

 

 

 

 

 

 

 

 

 

 

 

 

 

 

 

 

 

 

 

 

 

 

 

 

 

 

 

 

 

 

 

 

 

 

 

 

 

 

 

 

  '파리쉬 처치 오브 멜리에하(Parrocca tal - Melieha)'를 지나다니면서 그 고즈넉한 아름다움에 반해서 꼭 한번 들러보아야겠다고 부러 찾아간 발걸음이었지만.......  그런 바램은 우리를 비켜 지나가 버리고 말았다.

  교회는 닫혀 있었고 개방 시간은 알 수가 없었다.

  아쉬움 속에 주변의 풍경을 카메라에 담아보고는 발걸음을 언덕 아래로 돌릴 수 밖에 없었다.

  멜리에하 베이가 막 모습을 드러내는 첫 모퉁이에 오붓하게 느껴지는 작은 케페가 있다.  다가가 보니 '스타벅스 멜리에하 점' 이다.

   헐.  스타벅스는 어디에서든 유독 눈에 띄는 건물과 인테리어를 갖췄는지 알았더니만........  이건 숫제 시골 촌구석에 겉모습만 스타벅스인 아주 허름한 동네 카페가 아닌가?

  스타벅스가 이런 수준으로도 허가를 내주나?(내가 아는 한 세상에서 가장 허름한 스타벅스표 커피숖) 

 

 

 

  (뽀빠이 빌리지)는 쉽게말해 우리나라의 민속촌이나 놀이공원 쯤으로 이해하면 쉽겠다.

  다분히 어린이들을 위한 공간이라고 말할 수 있겠으며......  우리 예쁜 손녀 태리랑 함께한 여행이었다면 이곳이 더욱 소중한 추억의 장소로 남을 수 있었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뽀빠이 빌리지를 나오면서 버스 정류장에서 한무리의 배낭여행중인 젊은이들을 만났다.

  '젊음은 아름다운 신의 축복이야. 이 순간을 즐기길 바래. 너희들 정말 멋지다.' 라고 내가 목청을 돋구고 외쳤다.

  그러자,  기다렸다는 듯이 젊은이들이 일제히 내게 고개를 돌리고 자리에서 일어나 크게 함성을 질러대기 시작했다.  챠밍여사가 놀라는 표정으로 보아 가히 열광의 도가니였다고 해도 결코 허풍은 아니지 싶다.

  '넘버 원.  당신들도 멋져요.'

  우리는 걸어서 나갈 생각이었기에 그들과 반가운 악수와 스킨쉽을 하면서 지나가다가........  정류장을 좀 지나쳐서 고개를 돌려보니 아직도 우리 뒷모습을 바라보고 손을 흔드는 젊은이들이 보였다.  다들 고향에 계실 부모님 생각을 떠올리고 있나보다.  그래서 내가 다시 용기를 냈다.

  '애브리 영 맨.  원 모 타임.......'

  반응은 너무도 빨랐다.  열 댓명의 젊은이들이 일제히 손을 들고 함성을 지르며 발을 동동 구르기 시작했다.  어디선가 BGM으로 열띤 함성의 응원가가 울려퍼지는 듯 했다.  뽀빠이 빌리지 일대의 모든 사람들 시선이 우리에게 쏠리고 있었다.

  시골길을 걷고있는 우리 옆으로 작은 버스가 지나가는데......  열려진 창문으로 또 함성 소리와 함께 우리를 향해 손을 흔드는 젊은이들이 보였다.

  젊음은 한없이 아름답다.

  그리고 우리에겐 아직 젊음이.........  마음으로만 남아있다.

  내 여권엔 분명하게 내가 만 60세,  챠밍여사가 만 59세(실제는 94일 차이)라고 대한민국이 인증 도장을 찍어주지 않았던가.

  오호라.  세월의 강물이여.........  저를 궁휼히 여겨주소서..........

  얼른 핸디폰에서 음악을 찾아서 듣는다.  Al Stewart 의 노래 (Time Passsages)를........ 

 

 

 

 

 

 

 

 

  뽀빠이 빌리지가 있는 멜리에하에서 그리 멀지않은 곳에  '세인트 폴스 베이(St Paul's Bay)'가 있다.

  지명에 나타나 있는것 처럼 이곳은 '사도 바울'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 곳이다.

  기독교를 탄압하는데 압장섰던 로마 시민권자 사울이 다마스쿠스로 가던 중에 예수를 만나 개심을 하게되고 새롭게 기독교인 바울로 개종한다.  베드로와 더불어 기독교 역사의 최고 중심에 선 (사도 바울)이다.  전도여행을 하던 바울은 가는곳마다 당시의 종교적 기득권자라 할 수 있는 유대민족과 사사건건 대립과 마찰을 빗게된다.  그 결과로 바울은 로마군대에 체포되었고 로마로 압송되었다.  그런데 그를 태운 호송선이 지중해를 건너던 중 폭풍우에 난파되어 떠밀려 내려 온 곳이 몰타였으며,  바로 이곳 세인트 폴스 베이였다.

  바울은 약 두달간 엠디나의 지하 감옥에 갇혀있었는데......  이때 이곳을 통치하던 로마 총독의 아버지가 뱀에 물려 사경을 헤매자 그를 치료하는 기적을 행하였고,  이를 계기로 몰타에 기독교가 전파되는 계기를 만들게 되었다.

  이곳은  100년 이상 몰타를 식민 통치하던 영국인들이 특히 좋아하는 지역으로 지금도 많은 영국인들이 거주하고 있는 곳이다.  하여 우리나라 어학연수 기관이 발레타 못지않게 활발한 활동을 벌이고 있다.

  하지만,  뭐니뭐니 해도 세인트 폴스 베이는 몰타에서도 손꼽히는 여름 해변 휴양지다.

  사계절 중에서 지금 같은 겨울만 제외하면 항상 지중해의 푸른 파도와 뜨거운 태양을 체험하고 즐기려는 젊은이들도 발디딜 틈조차 쉽지않을 정도로 붐비는 곳이다.

  그런가 하면 이곳은 또 고조섬 못지않게 로마시대 이전부터 유명한 소금 생산지 였다고 한다.  생산 방법은 다르지 않겠지만.......  몰타에서 생산된 대부분의 소금을 이곳을 통해서 유통시켰었다고 한다.  그 저변에 몰타를 대표하는 아주 유명한 소금 회사가 여기에 있다고 해서 겸사 겸사 찾아가 보기로 했다.  소금에 관한한 체험학습과 소금 역사 박물관을 겸하고 있다는데........  아뿔싸.  그곳 역시 이날은 휴관일 이었다.  해서 비록 짧은 시간이었지만  폴스 베이 해변을 산책하는 정도로 만족할 수 밖에 없었다.

 

 

 

 

 

 

 

 

 

 

 

 

 

 

 

 

 

 

 

 

 

 

 

 

 

 

 

  세인트 폴스 베이의 겨울은 한산했다.

  아니 좀 더 보태서 스산했고 적막하기까지 했다는 표현이 더 나을듯 싶다. 

  도심의 공원이나 해변 카페에서 커피를 마시거나 음식을 드시는 분들 대부분이 연세가 제법 지긋핫긴 분들이다.  현지 영국인들로 보인다.  어딘가 모르게 여유가 느껴지고 평화로워 보인다.

  해변 방파제에는 낚시를 즐기는 사람들이 제법 많았다.

  그런데 고기잡이엔 별로 관심없어 보이는 남자들 부류는 시뻘건 대낮인데 벌써 코끝이 빨갠 상태다.  빈 망태기만 덜렁 바다에 던져 넣은 할아버지는 진지한 표정으로 손자에게 낚시 과외를 하고 계셨다.

  낚시대를 든 사람들 모두가 열심히 챔질을 하긴 하는데.......  전부가 헛탕만 치고있다.

  그러던 중에 한 젊은이를 만났는데  망태기에 잡은 물고기가 제법 들었다.  주변에 고기를 제대로 잡는 사람이 한 명도 없는데.......  그 순간에도 손바닥만한 고기를 한마리 잡아 올리는 이 요상한 젊은이........

  '하이.  나이스 가이.  너 낚시 좀 하는데?'  했더니만........

  '몰타에서의 낚시가 생각한 것보다 좀 쉽고 재미있네요.  금방 금방 잡혀요.' 라고 대답해 온다.

  '그래?  넌 어디서 왔는데?'

  '이집트요.  카이로에서 휴가 왔어요.'

  '너 고기잡는데 아주 선수네?  직업을 바꿔도 되겠어?'

  '저,  어부예요.  나일강에서 고기잡는 사람이예요.'  하는 것이 아닌가?  즉시 내가 반응했다.

  '그럼,  너 여기서 이러면 안되지?  반칙이야  반칙!!!!'  우린 서로를 빤히 마주보고 웃었다.

 

 

 

 

 

 

 

 

 

 

 

 

 

 

 

 

 

 

 

 

  이제 서서히 몰타여행을 마쳐야만 하는 시간이 되었다고 생각하니 너무나 아쉽고  언제 다시 올 수 있으려나 하는 걱정이 생겨나기까지 한다.

  중세 시대에서 현재까지........  그 오랜 세월을 은근한 라임스톤에 고스란히 새겨서 담고있는 몰타는  챠밍여사의 표현대로 '분명 현실이건데 도무지 현실인것 같지않은 세상'을 가득 품고있는 신비로운 땅이다.

  우리가 아직 건강한 때에  손녀 윤태리와 함께와서 한 보름쯤 아무것도 안하고 물놀이하고 산책하고 또 물놀이하고 산책하며  지내고픈 낙원이다.  겨울이 아닌 따뜻한 계절에 말이다.

  이 밤이 지나면 아주 이른 새벽 비행기로 시칠리아 카타니아로 간다.

  시칠리아 또한 내가 꼭 챠밍여사에게 보여주고픈 것이 너무도 많은 소중한 여행지이다.

 시칠리아에서는 보다 본격적으로 (르네상스 산책)을 제대로 즐길 수 있게될 것이다.

  하지만, 이 순간.......  우리는 아직 몰타에 있다.

  하여 서둘러 발걸음을  수도 발레타로 다시 옮긴다.  아직도 볼것 느낄것 담을것이 사방에 남아있기 때문이다. 

 

 

 

 

 

 

 

 

 

 

 

 

 

 

 

 

 

 

 

 

 

 

 

 

 

 

 

 

 

 

 

 

 

 

 

 

 

 

 

  그렇게.....  그렇게  꿈만 같았던 몰타에서의 짦은 여행은 마쳐가고 있었다.

  몰타 주재 (대한민국 총영사관)을  코앞에 두고 야채 과일가계를 하는 할아버지는 내 배낭의 태극기를 알아보시고는 쫓아와 나를 불러세웠다.

  미국출신 할아버지로 젊은날 주한미군으로 동두천에서 오랫동안 근무를 했다가 전역하고 몰타 여행을 하던 중,  여기가 너무나 좋아서 아예 눌러앉아 조그만 가계를 꾸려가며 사시는 분이었다.

  혹,  발레타를 여행하신다면  한국 총영사관을 찾으시고(중심부근 계단길), 맞은편 야채과일 가계를 찾으시면 무척 반갑게 맞아주실 것이다.  웬만하시면 하루정도치 과일이나 야채를 그곳에서.......

한참동안 서울 부산 여행이야기와 군대 이야기를 나누었던 무척 강하게 인상을 받았던 고마운 분이다.

 

   이른 새벽에 일어나 숙소를 나서니 예약해둔 택시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아직은 시내버스가 다니지 않는 이른 새벽이다.

   작은 섬나라이자 라 시외버스 터미널 정도의 규모를 가진 몰타 공항의 출국 수속은 지극히 간편하다.  2층에서 간단히 수속을 밟고 면세점 코너에 닿으면 검정색의 작은 그랜드 피아노가 하나 놓여있다.

   평소 챠밍여사가 노래에는 좀 심각하리만치 음치에 속한다. 여간해서 노래라고는.......  근데 어쩐일인지 발레타에서 (세계 테마기행)에 출연해 한국여행자들에게는 좀 유명한 거리의 악사 할아버지를 만나서는 전혀 망설임없이 불려나가서는 오픈 무대에서 노래를 다하고(정말 정말 이날은 노래를 잘불렀음) 앵콜곡까지 서스럼없이 부를줄이야........

  몰타 여행을 기획하면서부터 내가 계획하고 바란것은  여기 (몰타 공항 라운지에서의 피아노 연주)를 부탁해 볼 생각이었다.  챠밍여사가 피아노 연주라면 좀.........  어디 내놔도..........

  그런데 또 아뿔싸.........

  '지금은 피아노도 잠자야 할 시간' 이라는 팻말이 피아노 위에 놓여 있었다.

  헐!!!

 

 

 

 

 

 

 

 

 

 

 

 

 

   ---  그렇게 우리의 몰타 여행은 아쉬움만 가득한 속에서 마쳤더랬습니다.  이제 새로운 (르네상스 산책) 이야기를  시칠리아에서 새롭게 시작하도록 하겠습니다.  여기까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피안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