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담시에서 뛰쳐나온 조커가 뉴욕에 나타났다는 말을 들었다.
처음에는 그저 배트맨에게 쫓겨나온것이려니 했다.
조커가 CNN 방송에 출연을 하고 워싱턴포스트지에 사진을 실었다고 들었을 때, 이제 조커가 슬슬 미쳐가기까지 하나보다 싶었다.
까짓거 저렇게 까불다 말겠지, 이제 슬슬 배트맨이 나타나겠구만 했다.
그러다가.....
오늘아침 배달된 스포츠신문 지면에 실린 사진을 보고나서는 아연실색 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절망감과 함께 극한의 공포감 마저 사정없이 몰려들는 것이었다.
한장의 사진 때문이었다.
조커가 손에 들고 있는 문제의 사진.
다른사람들은 유심히 살펴보아도 잘 모르겠지만, 나는 단박에 그 사진속의 인물이 누구인지 알아냈기 때문이다.
오~~~~~ 마이~~~~~ 갓!!!!!
조커가 아주 얼음장 처럼 차갑고 잔인한 눈초리로 외쳤다는 기사가 사진아래 써 있었다.
'아이 와아안트 히임' 이라고.
어쩌자고 이런일이.......
부랴부랴 왕짜증여사에게 카톡을 날려본다.
일단 어떻게든 사태를 수습해보고나야 하지 않겠는가.
그런데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답변이 왔다.
자신도 세미나중에 공부안하고 스마트폰으로 딴장난 하다가 방금 보았단다.
'잉간아. 시방 당장 무슨 뾰족한 해결책이 있겠나? 눈 깜고 귀 막고 날래 쳐박혀 있어라. 우리는 모르는기다. 우리는 죽어도 사진속의 그 사내가 누군지 모르는 기다. 알겠나?
왕여사의 하명이 떨어지자 마자 나는 날쌔게 캠핑장비를 챙겨서 억수계곡으로 줄행랑을 쳤다.
사흘을 무사히 넘기고 나흘째 되는날, 이적 세상이 잠잠한것을 보니 어떻게든 원만하게 해결이 되었나 싶어 시내로 나왔다.
이마트 가전제품 코너를 지나고 있는데 크고 작은 사방으로 진열된 수십개의 티비의 화면에 일제이 한가지 소식이 방송되고 있었는데......
오우 마이 또 또 또 갓.
조커가 온 지구상의 모든 지하철 광고판에 현상금 포스터를 내걸었다는 소식이었다.
것두 오사마 빈 라덴과 동급으로...........
조커가 찾고 있는 사내의 이름은 Daniel hyun 이란다.
시상에나........
우리는 다니엘 현이를 절대 모른다. 혹 기생오래비 같은 영화배우 다니엘 헤니라면 모를까.
우리 기억엔 절대 다니엘 현이라는 이름조차 애초부터 기억에 없었다고 다짐을 넘어서 뼛속까지 각인을 시켜본다.
놀란 가슴을 쓸어내리며 현대타운 근처 길모퉁이의 커피전문점에서 유리창을 통해 연실 밖을 살피면서 1.300원짜리 아메리카노를 한잔만 시켜서 둘 이 홀짝이며 나눠마시고 있는차에 핸디폰이 몸부림을 친다.
창을 열어보니 '메세지가 도착했는데 지금 열어보시겠습니까?' 한다.
설마 스팸메일은 아니겠지 하면서 확인 터치를 해 본다.
흐메.
이게 웬 처자 궁디여?
- 잘 여문 과일처럼 튼실하구먼. 여간 튼실한게 아녀. 삼삼하네 그려. 당신이 봐도 그렇지?
- 잉간아. 시방 기지배 궁딩이가 눈에 들어오냐? 사진속 얼굴이 누군지는 눈에 안보여?
- 잉? 아니 이넘이 시방 뉘기여. 야가 시방 왜 여기 들어가 있는거여? 이넘이 시방 지 정신이 있는거여 없는거여.
- 갸 하고 당신하고 시방 사진이 바뀌었으면 더 좋겠지?
- 뭔 소리여? 이 여편네가. 할 소리가 있고 안할 소리가 있는 것이지. 지금 같은 상황에서 그걸 말이라고......
- 그래. 어리버리해도 애비라고 하나밖에 없는 아들을...... 이대로 내버려 둘거여? 찾어보기는 한거여?
- 암. 삼지사방 쥐잡듯 죄다 찾아봤지. 헌데 못찾겠어. 아무래도 내가 지난날 짱박히고 잠수하는 방법을 너무 철저하게 가르친 모양이여. 그나저나 시방 이게 몬 사태래? 도대체 무슨 일인지 알아야 조치를 하지.
- 낸들 알겠어? 일단 녀석을 찾아내서 물어봐야 알지.
그렇게 좌불안석처럼 불안에 떨다가 주변의 눈치를 살피며 슬며시 커피숖을 나서려는데 갑자기........
와!!!!!
직인다!!!!!!
끝내준다.
커피숖 안에 있던 사람들이 일제히 스마트폰을 손에 들고 함성을 내지른다.
이번에 또 무슨 일이여?
엥.
아니 이게 시방...............
이번엔 또 이게 무슨 상황이란 말인가.
도대체 이것들이 다 뭐여?
: 들리는 이야긴데 저 사진속의 여자가 조커의 앤 이래.
: 아니야. 조커의 외동딸이라는 말도 있어.
: 앤이든 딸이든 그건 그렇다 치고 조커가 왜 저 남자를 찾느냐가 문제지. 혹시..........
: 혹시? 크크크크크크큭. 조커가 저렇게 광분해 찾는것을 보니 불쌍하기는 하지만........ 뭐 그래도 대단하다 . 안그래?
; 볼수록 멋지지 않니? 천하의 조커도 두려워하지 않고 사고(?)를 치는걸 보면.......... 어휴. 내 눈에 띄면 당장......
; 당장 뭐?
깔깔깔깔 깔.
연실 쫑알거리다 박장대소 하는 여자들을 물끄러미 쳐다보자니 이내 모든 정황이 이해가 되고도 남았다.
그런일이 있었구나. 하긴 그 정도는 되었으니 저 난리겠지.
이제 어쩐다. 아득하게 낭떨어지에 마냥 자유 낙하를 하고있는 기분이었다.
그런 나의 표정을 안스러울만치 물끄러미 바라다만 보던 왕짜증여사가 한마디 한다.
- 무슨 생각해?
- 아녀. 생각은 무슨..........
- 부정적인 생각을 하고 있구나?
- 무슨 부정적인 생각? 주변을 둘러 봐. 이제 모든 정황은 다 드러난것 아니여? 내용이야 모르지만 아무튼 그런 일이 벌어진거지.
- 그래 무슨일?
- 몰라서 지금 나에게 묻는거야? 너도 방금 들었잖아.
- 잉간아. 너 언제 철들래? 적어도 내가 알고 내가 아파하며 낳은 아들은 절대로 그런 일을 저지를 아이가 아니야. 내 아들이 그런 정도라면 이미 나도 목숨을 걸었고 녀석도 목숨을 걸었을 거야. 뭔가 다른 이유가 있을거야. 내 아들은 절대 아니야.
- 우리아들!
- 그래 우리아들. 우리 둘의 하나밖에 없는 아들. 모르긴 몰라도 다른 이유가 있을거야. 반듯이........
그때였다.
유행이 한참 지난듯한 버버리코트를 걸친 중년의 한 남자가 두사람을 가로막고 선 것이다.
- 혹시, 다니엘 현이의 부모님 아니십니까?
- 혀 혀 현이요? 무슨 현이요? 우리 아들은 짱구 현인데.......
- 하하. 마음 놓으셔도 됩니다. 저는 청기와집 집사로 있는 사람입니다만....... 높으신 분의 걱정하시는 말씀이 있으셔서 부득이 두 분을 찾아뵈었습니다. 에이전트 박 이라고 합니다.
사내가 내민 초록색 명함엔 분명 집사 박 에이젼트라고 새겨져 있었다.
- 높으신 분께서 지금 다니엘 현의 걱정을 하고 계십니다. 물론 부모님의 걱정도 하고 계시고요. 아울러 이번 사태가 국가의 존립에도 커다란 영향을 끼칠까봐 여간 걱정하고 계시는 것이 아니십니다. 허니, 이쯤에서 모든것을 내려놓고 협조를.........
- 글쎄요. 다니엘 현이라니요? 저희는 그런 사람 모릅니다. 아마도 모두들 사람을 착각하고 계신듯 합니다. 우리 아들은........
- 그럼..... 조커가 공개한 사진이 아드님이 아니란 말씀이십니까?
- 사 사 사진이요? 사진은 자세히 들여다 보지 않아서 잘 모르겟습니다 만........
- 자세히 보지 못하셨다면 지금 다시........
사내가 자신의 스마트폰을 만지기 시작하고 있었다.
그때였다.
이제껏 상황을 지켜보고만 있던 왕짜증여사가 비장감마저 감도는 표정으로 과감하게 나섰던 것이다.
- 그러시다면 그 다니엘 현이라는 사람은 어떤 사람이죠? 찾고 계시는 분이 먼저 과연 어떤 사람을 찾고 계신지 아시는대로 말씀을 먼저 해주시지요. 그러시면 저희도 기억을 되짚어보는데 크게 도움이 되겠습니다 만.
- 그..... 그..... 그게....... 저희도 실은 이번일이 갑자기 터지는 바람에....... 결국은 조커와 그의 조직이 내보인 정보 외에는......
- 그렇다면 분명하게 말씀드리겠습니다. 우리는 다니엘 현이라는 사람을 알지 못합니다. 우리는 짱구, 짱구 현이라는 아들이 하나 있기는 합니다. 1985년 11월 8일 생이지요. 별명은 짱구지만 아기때는 몬돌이라 불렀습니다. 귀할수록 천한 이름으로 불러야 화를 면한다는 전통에 따랐지요. 태어날 때 4.5키로의 거구로 태어났고 어릴때 부터 유독 머리가 커서 평생 짱구라는 별명으로 불렸습니다. 유년시절 또래중에 키가 작아서 꽤나 많은 시간동안 키가 안자랄까봐 엄청이나 유난을 떨기도 했지요. 아빠도 키가 크고 엄마도 키가 크니 너는 당연히 클거라고 하면, 유전학적으로 키가 클 이유는 몇십퍼센트 밖에 안된다고 근거를 제시하던 똑똑한 녀석이었지요. 훗날 키가 쑥쑥 자란 후에 그때 얘기를 다시 꺼내면, 5센티만 더 자랐으면 프로농구선수 했을거라고 아쉬워하던 녀석이었습니다. 병역의무 성실히 지켜내고 공부 잘마치고 곧바로 취직해서 예쁘게 사회생활 잘하고 있는 녀석인데 이 같은 소란과 연관이 있다니요? 천부당 만부당 합니다. 제 아들은 결코 그럴리가 없어요. 아빠야 아직 잠자고 있는 푸른 늑대라고 하지만 제가 보기에는 아름다운 청년일 뿐입니다. 결단코 우리 아들은 당신들이 찾는 그런 사람이 아닙니다.
- 부인의 말씀 충분히 이해하고 남음이 있고 지금 심정이 어떠신지도 알겠습니다. 하지만 상황이........ 그렇다면 조커측에서 보낸 이 자료에 대해서도 답변을 해 주시겠습니까?
사내는 스마트폰을 이용해 다른 한 장의 사진을 더 내 보였다.
- 자료에 따르면 몇년전에 다니엘 현이 프라하를 방문한 적이 있습니다. 여행을 하였던 것으로 나와있습니다. 당시 프라하에서 청소년축제가 열리고 있었는데 여행중이던 다니엘 현이 축제 행사의 하나였던 사진전시회에 작품을 하나 출품했다고 합니다. 바로 가운데 쯤에 걸려있는 여인의 사진입니다. 출품된 작품의 제목이 (마이 맘) 이었다고 하더군요. 혹시 사진에 대해 알아보시겠습니까?
- 글쎄요. 처움보는 사진이고 사진속 인물을 알아볼 수가 없군요.
- 그러세요? 그러시면........ 미국의 한 사업가가 우연히 이 사진을 보고 입수하여 이제 서서히 사라져가고 있는 아나로그 필름 시장의 회고전으로 뉴욕 길거리에 전시를 하였었답니다. 좀 더 선명한 사진으로 익히 알아보실 수가 있을것 같습니다. 여기.......
오 오우 마아아아아이 가드?
- 제가 보기에는 아무래도 부인의 사진이 분명해 보입니다만.......
- 자초지종이야 모르겠으나........ 사진속의 모습은........ 제 사진같아 보입니다. 어쩜 어느 정도 비슷하거나........
- 다니엘 현은 분명 이 사진속의 인물을 (엄마)라고 했습니다. 이래도 다니엘 현이 아드님이 아니라고 하시겠습니까?
- 이보시요. 어떤영문으로 내 아내의 사진이 그곳에 있는지는 모르겠으나, 잘 생각 좀 해보시요. (엄마)라는 한국말의 표현이 어디 딱 하고 (이사람) 하나만을 지적하는 명사라 할 수 있겠습니까? 내 아들에게 엄마 인것은 당연하겠으나, 여러 아들 친구들에게도 엄마고 또는 전혀 관계없는 사진작가나 소설가나 여행가의 시선에 그저 형이상학적인 엄마의 상으로 비쳐질 수도 있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불같은 평소의 성격을 참지 못하고 당장 한 주먹이라도 날릴것 같은 기세로 내가 대들었을 때, 사내가 또 한장의 사진을 내밀었다.
- 다니엘 현이 여행중 머물렀던 프라하의 한 호텔 방안에 놓였던 사진을 청소부가 우연히 찍었답니다. 멋진 동양청년이어서 몹시 인상이 깊었다고 당시 상황을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더군요.
- 어!! 이것은 분명 우리 아들방 책상위에 있는 사진인데............... 에구. 이넘의 주둥이......
- 결국, 다니엘 현이 아드님이라는 말씀이시군요. 지금 어디에 있습니까? 대단히 중요한 일이라는 걸 먼저 이해해 주시면 좋겠습니다.
- 무엇이 중요하다는 말씀이십니까?
- 그..... 그것은...... 어쩌면 국가의 안위가 걸린 아주 중요한 사태일 수도 있다는 말씀입니다.
- 어떤 가정하에서 그렇다는 말씀이시군요. 그렇다면 아직은 분명한 것이 아닐 수도 있다는 말씀이기도 하구요. 그렇다면요....... 국가의 사태는 나는 모르겠습니다. 그런 어려운 일은 모릅니다. 나는 단지 내 아들의 엄마고 사방에서 내 아드을 찾느라 난리들을 치고 있는데 그 내막조차 모르고 있다는 것에 미칠것 같은 심정이라는 사실밖에는 아는것이 없습니다. 나는 그 아이를 내 양심에 비추어 이 세상의 그 어떤 잣대에 견주어보아도 한줌 부끄러움이 없도록 가르치고 길렀습니다. 그런만큼 이 순간까지도 나는 내 아들을 믿고있습니다. 어디 말씀해 보세요. 내 아들이 도대체 무슨 잘못을 저질렀다는 말씀입니까? 어디 말씀해 보세요?
- 그게........ 이 순간까지 아드님이 어떤 잘못을 저질렀다는 이야기는 나오지 않았습니다. 단지 조커의 일로 서둘러 아드님을 찾아오라른 높은 분의 지시가 있었고, 그 분께서 크게 걱정하고 계시다는 말씀밖에는 드릴 수가 없겠습니다. 두분께서 협조해 주십시요.
- 분명 어떤 잘못도....... 우리 아이가 저지른것은 아니라는 말씀이 분명하신거지요?
- 네. 분명합니다.
- 오!!!!! 주님 감사합니다.
- 아 아아아아아멘.
- 다니엘 현군은 어디에 있습니까? 당장 청기와집으로 모시고 갔으면 합니다.
- 녀석이 어디에 있는지는 모릅니다. 저희도 애타게 찾고 있습니다. 바람 좀 쐬고 올테니 걱정하지말라고 한 지가 닷새전입니다.
- 어디 짐작되시는 곳이라도? 전에도 이런적이........
- 어쩌다 그럴 때가 서너 번 있었지요. 그때마다 우리는 항상 아들을 믿기에 그러려무나 하고 침묵으로 바라다보기만 하고 있지요. 또 시간이 좀 지나면 녀석이 무슨 일이 있었고 어디를 다녀왔는지 오래가지 않아 모두 이야기 해 주곤 해왔습니다.
- 혹시 아드님에게서 해외여행중에 겪었던 특별한 일이나, 또는 조커에 관해서 어떤 이야기를 들으신 적은 없으십니까?
- 적어도 아들이 이 엄마에게만은 소소한 이야기까지 편하게 늘어놓는 편인데......... 아무리 되짚어 보아도 특별하게 여길만 한 이야기는 없었습니다. 도대체 조커와 무슨 관계가 있다는 말씁입니까?
- 저희도 그 점을 가장 궁금해 하고 있답니다. 조커가 엄마의 사진까지 제시하면서 아드님을 찾는다는 것은...... 일단 어머님께서 관련된 부분은 없다는 사실일 터이고.......... 찾고있는 아드님은 행방이 묘연한 상황이고....... 그렇다면 혹시 아버님께서는 조커라는 악당에 관해서 사소한 것이라도 연계된것이 없으십니까?
- 조커와 연계라니요? 천부당만부당 하신 말씀이십니다. 나이만 잔뜩 먹은 일개 촌부인걸요. 엄처 시하에서 늘상 좌불안석이고.......
- 저희가 알아 본 바와는 너무 동떨어진 말씀이시군요?
- 동떨어지다니요? 울 마눌이 늘 아들보다도 철이 없다고 하는..........
- 그래요? 그럼 이 사람은 알아보시겠습니까?
악!
으 아아아아아아 악!!!
- 뭐야 이게. 뜬금없이 나타난 이 기지배가 누구야? 그리고 당신은 왜 거기 들어가서 헤- 하고 웃고있는거야?
삽시간에 표독스러운 표정으로 돌면하는 왕짜증여사. 초특급 비상사태로 돌변이다.
- 나..... 나라니....... 내가 거길 왜 들어가겠어. 난 모르는 일이야..........
- 이 상황에서 거짓뿌롱이 통할거라고 그런 말을 하니? 필이.... 느낌이 팍 하고 왔다고....... 그런 느낌? 아니까. 이것이 처음도 아니잖아? 그래 이 졸리라는 기지배하고는 언제부터야?
- 언제부터라니? 아아아아아아 이이이이이 고우 아니야...... 아니라니깐? 이보슈. 요원인지 에이젼튼지는 내 알바 아니겠소만, 어쩌자고 얼토당토 않은 사진 나부랭이를 가지고와 사람을 박살나게 만든단 말이요? 내가 개패듯 얻어맞고 내쫏기면 당신이 책임 질 수 있소? 얼른 아니라고 당신이 해명해주슈. 어서요?
- 유럽을 떠들썩 하게 만들다가 수년전 일망타진된 (레옹파)에 관한 비밀 엑스파일에서 나온 사진입니다. 조직은 와해되었지만 핵심을 이루던 조직원 몇몇이 빠져나가서 잠적하였다고 알려져 왔습니다. 그리고 사진속의 인물은 바로 그들 중 하나인 알메이다의 사진입니다. 인터폴은 알메이다가 소탕작전중 폭발물 사고로 죽었다고 결론을 내렸었습니다. 그런데 삼년 전, 안젤리나 졸리를 쫓아다니던 한 파파라치의 우연한 사진에서 알메이다가 아직 살아있다는 것을 알게되었습니다. 파파라치가 졸리의 사진을 찍던 중 인파에 떠밀려 엉뚱한 곳에 셔터를 누르게 되었는데 그곳에 바로 알메이다가 있었던 것이지요. 결국 졸리와 알메이다는 무엇인가 연관이 있었던 것이지요. 바로 이것이 그 사진입니다. 자세히 살펴보면 알메이다가 누군지 알 수 있을것입니다.
- 살피긴 뭘 더 살펴요? 딱 보니 딱 이네. 잉간아 입이 있으면 어서 말을 해봐. 도대체 뭔 일이 있었던 것이요? 시방 아들 문제만으로도 앞이 깜깜한데 이 기지배는 또 뭐냔 말이여? 지난번 뭐랬니? 죽어도 그런일이 더는 없다며? 근디 이게 뭐야?
- 아이고오오오오. 아덜의 모친님. 쬐끔만 진정해보셔. 해명이고 변명이고 숨은 돌려야 뭐라 말을 할 수 있을것 아니야? 그렇게 도끼눈을 뜨고 사람을 째려보면 내 심장이 얼어버려 어디 입이 떨어지겠냐? 그리고 작금에...... 지금 없어진 아들의 상황이 중요한 것이지...... 느닷없이 레옹파니 알메이다니 하는게 뭐가 그리 대단하냔 말여?
- 그걸 지금 찢어진 입이라고 말을 하는 거니? 아들도 아들이지만 졸리 그 기지배가 당장 무슨 관계냐고? 냉큼 실토 못해?
- 낫씽. 없어. 아무것도 없다고.
- 너. 정말.......... 끝까지...........
- 생각해 봐. 내가 정말 그 무시무시한 레옹파니 뭐니 하면 벌써 집혀갔지 지금 이렇게 비리비리하게 비루한 삶을 영위하고 있겠냐? 기고난다는 각국의 첩보기관들이 장님이냐? 난 그냥 요런꼬락서니 정도의 그냥 평범한 사람이라고 이사람아. 아직도 모르니?
- 사람 잘못 본거라고? 그말 정말이니? 아들 이름 걸고 맹세할 수 있어?
- 맹세? 아들 이름 걸고?????????? 그............. 그렇게까지.........
- 이쯤 되었으니 모두 털어 놓으시지요.
남의 부부싸움을 지켜만 보듯 하던 에이전트 박이 두사람 사이에 끼어 든 것은 바로 그때였다.
- 알메이다는 사면을 받았습니다. 저희 회사에서도 그 세세한 내막까지는 알지 못하고 있으나, 분명 알메이다는 사면을 받았습니다. 이년 전 높으신 분께서 유럽순방을 마치고 돌아오신 직후 인터폴에 의해서 정식 사면 되었습니다. 아마도 높은분과 유럽 정상들 사이에서 무엇인가가 결정된 것으로 보여집니다 만, 그 이상의 내용은 밝혀진 것이 없습니다. 아마도 레옹파의 소탕에 일부 협조를 하였거나, 아니면 다른 국제사회의 이해관계가 얽힌 부분에 대해 공을 세운것이 아닐까 추측만 하고 있을 뿐입니다. 하니, 이제 알메이다의 정체를 밝히신다 하여도 아무런 제재도 받게 되지는 않을 것입니다.
- 당신 말대로 알메이다는 특별사면을 맏고 방면되었소. 이제 이 세상의 그 누구도 지난 일로 알메이다를 들먹일 필요가 없어졌다는 말이요. 그리고 지난날의 그 사건이후로 알메이다는 죽었소. 세상에서 사라진지 이미 오래되었단 말씀이요.
- 정히 그러시다면 좋습니다. 다만 한가지만 집고 넘어가고 싶습니다. 그렇다면 정말로 조커와 알메이다 사이에는 아무런 원한이나 얽힌 사건이 전혀 없었단 말씀이십니까?
- 어떻게 설명해야 좋을지 모르겠으나....... 약간의 우여곡절은 있었습니다.
- 말씀해 주실 수 있겠습니까?
- 레옹이 불의의 사고로 세상을 떠나게 되자 조직이 흔들리기 시작하였습니다. 또한 그때 고담시의 조커도 배트맨에게 호되게 당하고만 있던 시기였지요. 하여 조커가 막대한 보상을 조건으로 레옹일파에게 도움을 요청한 사실이 있었습니다. 레옹파는 둘로 갈라서서 조커의 요청을 재기의 발판으로 삼자는 쪽과 조커와의 연계만은 안된다는 파로 나뉘게 되었지요. 때맞춰 인터폴의 총공세에 조직은 급속히 와해되기 시작하였습니다. 결국 조커지지파들은 슬며시 고담시로 스며들었고 몇몇 거부파들은 뿔뿔히 흩어져 자취를 감추었던 것입니다.
- 알메이다는 후자 편이었군요.
- 알메이다는 조직의 요직인물이 아니었습니다. 은신처를 구하고 은닉해야 할 물건들을 운송하고 보관하고 조직원들을 안전하게 이동시겨주는 최하급의 운전기사 정도였습니다.
- 그것은 어디까지나 겉으로드러난 정도이고. 실제는 가장 중요한 부분을 맡아서 처리하던 핵심인물로 평가되고 있습니다. 조직을 재편하고 분야별로 나누고, 모든 정보와 재원을 도맡은 인물로 드러나게 되었지요.
- 어디까지나 오해라고 할 밖에는....... 조직을 합법적인 사업으로 재편하려는 의욕은 가졌었지요. 그래서 전망있어 보이는 연예게 토탈엔터테인먼트 사업을 구상하였더랬습니다. 그 구상에 안젤리나 졸리나 케이트 블랑슈나 비욘세 등과도 실질적인 접촉이 있었지요.
- 성공했습니까? 조직을 양지로 끌어내는 일이?
- 아닙니다. 인터폴을 앞세운 국제사회가 스위스 은행권에 지속적으로 압력을 가하여 조직의 자금줄이 위태로운 지경에 이르렀던 것이지요. 조직은 갈라지고, 상당수의 조직원들이 조커의 휘하로 스며들어가는 와중에 의문의 몇가지 사건들이 꼬리를 물더니, 어느날인가 조직의 모든 자금이 어디론가 흔적도 없이 증발해 버리고 말았습니다. 짐작하기로는 조직원들에게게서 자금정보를 들은 조커가 중간에서 모두 훔쳐간 것으로 여기게 되었지요.
- 그대로 보고만 계셨습니까?
- 이미 현역에서 떠나기로 작정한 이후였고, 어차피 따지게 되면 옛날의 한솥밥을 먹던 가족들끼리의 전쟁이 될것이 뻔해서 끝까지 남았던 몇몇은 모든 기억에서 지우기로 하고 각자 뿔뿔히 흩어졌습니다.
- 그럼 그 후로 더이상 얽힐만한 일은 없었겠네요.
- 아님니다. 실질적인 일은 그 후에 벌어진 것이지요. 그것도 스파이더맨 때문이었지요.
- 스파이더맨이요? 스파이더맨도 이 일에 연루가 되었다는 말씀입니까?
- 조직을 재편한 조커의 위세가 고담시를 타고 넘을 만치 대단하였다합니다. 그 당시엔. 배트맨도 조커와의 전투에서 치명상을 입고 요양차 한동안 고담시를 빠져나갔었다 합니다. 결국 고담시는 조커의 손안에 들어간 것과 마찬가지였겠지요. 하여 고담시에선 스파이더맨에게 구원을 요청하기에 이르렀는데, 일이 꼬이려니까....... 스파이더맨이 의상을 수리하려 뉴욕의 한 세탁소에 맡겼는데 수선과정에서 일부 재단과 재봉질이 잘못되어서 부득불 재수선이 필요하게 되었는데 장장 6개월의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이었습니다.
- 그럼 6개월 간은 스파이더맨의 출동이 불가능한 상황이었겠군요.
- 배트맨은 중상을 입고 요양원에 입원했고 스파이더맨은 옷이 없어 밖에 못나돌아 다니고.........
- 난처하게 되었군요. 그래서 어떻게 되었습니까?
- 스파이더맨이 백악관의 높은 분에게 고담시를 구해줄 것을 요청했지요. 조커가 고담시를 넘어오면 지구가 위험에 처하게 될것이 뻔하고, 그렇게되면 당연히 미국의 부담이 가장 클테니까요. 그와동시에 스파이더맨이 고담시장 앞으로 우편엽서 한장을 보냈던 것입니다.
- 고담시장에게 우편엽서요? 그 상황에서요?
- '이 사람을 데려다 쓰시요. 잘하면 고담시를 구할 수 있을거요' 라고 노골적으로 천거 아닌 천거를 했던 것이지요.
- 결국 응 하셧겠군요.
- 처음엔 결코 아니었지요. 인터폴이 또 다시 찾는다는 소식에 더욱 깊숙히 숨어버렸었지요. 그랬더니.......
- 이렇게 동네방네 써붙이고 다니니 더 이상 마냥 숨어서 지낼 수만은 없게 되었습니다.
- 곧바로 현장에 뛰어들어 조커와 한바탕 전쟁을 치루셨습니까?
- 아닙니다. 조커와 그의 조직에게 정식으로 선전포고를 하였습니다.
- 어떤 방법으로.........
- 조커는 절대적인 권력만큼이나 재물에도 눈이 멀어있습니다. 특히 보석과 비싼 미술품에 환장을 하지요. 고담시를 손아귀에 쥔 조커는 고담시립미술관을 제 개인소유로 만들더니 마침내 사상초유의 거대 전시회를 기획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이 세상의 값으로 쳐서 비싼 순서대로 대략 한 1500점 정도의 미술품들이 전시되게 되었지요. 고담시립미술관과 전시에 관한 모든것을 조커의 여자인 매리앤이 기획 전시총책임자로 있었지요. 마침내 전시회가 개최되었고 관람객이 인산인해를 이룬가운데 전시회장 한 가운데에 모셔 논 지상최고의 작품 제막식이 거행되기로 되어있었습니다. 헌데 갑자기 난리가 나고........ 전시회 자체가 취소되는 사태가 벌어지게 된 것입니다.
- 전시회가 최소되었다면...... 무슨 이유로..........
- 조커가 가장 공을 들여 전시한 작품이 감쪽같이 바뀌어버렸던 것이지요. 순식같에 이렇게 바뀌어벼렸답니다.
- 와. 하하하하. 그다음은 생각만 해보아도 조커 성질에 길길이 날뛰며........ 그야말로 난리가 났겠군요.
- 제대로 선전포고를 한 것이지요.
- 그럼 원래 전시할 예정이었던 미술작품은 어떤것 이었습니까? 모나리자? 아님..........
- 조커 제놈의 자화상이었습니다. 작품이라 할 가치도 없는 휴지조각이었습니다.
- 즉각 반응이 왔겠습니다. 조커 성격에.........
- 나름 반격할 준비를 해 놓은 터라 무력충돌엔 별반 두려워할 이유가 없었습니다. 그리고 놈의 움직임에 맞춰 또다시 선제 공격을 감행하였지요.
- 선수를요? 어떤 방법으로........
- 배트맨이 왜 힘든 싸움을 했겠습니까? 시민을 지키려 늘상 공세가 아닌 방어전을 펴야 하니까 늘 힘에 부치는 거였지요. 이제 고담시를 손에 넣은 입장이 조커가 되었으니 내가 게릴라전법을 구사하면 죽어라 방어해야 하는 입장에 조커가 놓이게 된것입니다. 상황이 바뀐것이지요. 제 입장에선 어떤 방법의 싸움이건 아쉽거나 가릴 이유가 없는 것입니다. 아쉬운것은 조커 그 놈이었죠. 더욱이, 나름 철저하게 준비한 전시회를 통한 공개 선전포고가 은연중에 무서운 위력을 발휘하게 되었던 것이고요. 조커의 휘하로 들어가긴 했으나 잔혹하고 괴팍스러운 조커에게 시달림을 받을만치 받고있던 옛 조직원들이 하나 둘씩 이탈하는 효과를 나타내기 시작하였습니다. 조커의 무리가 서서히 흔들리더니 서서히 붕괴의 조짐마져 감지되고 있었습니다.
- 암살특전대를 보내진 않았나요?
- 이미 예상하고 있었던 터라, 거꾸로 이탈해 오는 조직원들을 데리고 저 놈들의 코앞과 턱밑으로 옮겨다니며 무차별 융단폭격을 더욱 가하였지요.
- 융단폭격이요?
- 어차피 조커는 정신병자이자 독재자이기에 모든것의 종국에는 혼자인 것입니다. 그의 수하에 있다는 것은 두려워서든지 뿌려대는 돈에 눈먼것이든지 둘 중하나이지요. 그래서 이번엔 돈을 뿌려댔습니다.
- 돈을 뿌려요? 재원이 어디에서 나서...........
-북한의 위조지폐 전문가 집단을 확보해 두고 있었습니다. 한 때 '슈퍼노트'로 세상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그 자들입니다.
- 십달러와 백달러짜리에 신권으로 만달러 짜리 지폐까지 마구 찍어내서 여기저기 사방으로 마구 뿌려댔습니다. 고담시의 상권이 하루아침에 무너졌고 경제가 흔들리기 시작했고, 이는 곧 조커에게 아주 커다란 타격으로 고스란히 돌아가게 되었지요.
- 고담시가 멘붕 상태에 빠졌겠습니다.
- 조커도 맨붕에 빠지게 되었던 것이지요. 자기 발치아래서 설설 기던 대중들이 조커에게 손가락질을 하고 침을 뱉어대면 하나 둘 고담시를 떠나기 시작했고, 조커가 차지한 모든 재화가 하루아침에 물거품으로 잿더미로 변해가는 즈음에 따르던 용병들이 더 이상 조커를 받들어 모실 이유가 사라지자 하나 둘씩 무리를 벗어나기 시작하였지요.
- 그래서 결국 조커가 떠나게 된 것이군요.
- 걷잡을 수 없는 상황으로 점점 악화되어가자 마침내........ 조커는 파산을 선언하고는 어디론가 잠적을 하기에 이르렀습니다. 때마침 요양중이던 배트맨이 돌아왔고, 급하게 중국에서 수선한 스파이더맨의 의상도 우첵국택배로 도착했다는 연락도 왔으니, 제아무리 조커라도 당장 버텨보기에는 무리라 생각이 되었던 것이겠지요. 조커는 고담시 울타리를 뚫고 어디론가 잠적했습니다.
- 그럼 그때의 그...... 지나간 정쟁은 더이상 아무일 없이 그대로 수면아래 가라앉았던 것인가요? 조커에게 원한이 컸을텐데........
- 조커의 잠적과 함께 알메이다도 다시 지하로 숨어버렸으니까요. 핸섬했던 얼굴도 주름이 성성한 좀 못생겨보이는 중년 남자로 변했고 모든 생활 자체도 바구어버렸으니까요. 당연히 지난 과거와 같은 모든 일에서 손을 씻었던 것이지요. 아무리 조커라해도 다시 그를 찾아내기에는 결코 쉽지가 않았을 것입니다.
- 그랬는데......... 결국엔......... 지금 벌어진 다니엘 현의 사태가 조커가 마침내 알메이다를 찾아내서......... 보다 철두철미하게 어떤 강력한 방법으로 복수를 하려고..........
- 그건 아닌것 같습니다. 모든 정황으로 보나 주변에서 수집한 정보에 의하면 조커는 결단코 알메이다를 찾아내질 못했습니다. 알메이다와 다니엘 현이 어떤 관계가 있다는 것을 조커가 알고 있다는 가정은 너무나 불가능해 보이기 까지한 억지설정이라 여겨집니다.
- 하지만 알메이다와 조커 사이에 결코 떨쳐낼 수 없는 원한이 분명 있는것이고, 지금 다니엘 현이라는 젊은이를 조커가 혈안이 되어서 찾고있는데 정작 본인은 행방불명이고..........
- 분명 무엇인가 이유가 있을텐데........ 당장은 알 수가 없는 상황입니다.
- 아쩌시렵니까?
- 우리 아이를 찾아봐야지요. 고담시로 사람을 보냈으니 곧 조커의 동태와 사태정황을 알아낼 수가 있을것입니다.
- 다시 알메이다가 현장에 복귀하는 것입니까?
- 알메이다는 이미 죽었습니다. 오로지 한 아이의 애비로서 내 아들을 찾는 일을 위해서 그 어떤 일이든 할것입니다.
- 어쩌면 다시없는 참혹한 싸움이 벌어질 수도 있겠군요.
- 양보하거나 물러날 수 있는 상황이 결코 아니니까요. 반듯이 이겨야만 하는 상황이라면 무슨짓이든 할것입니다.
- 맞어. 맞어. 당신은 잘할거여. 다른 일은 몰라도 아들 일이라면 무슨 수를 쓰던 기필코 해낼거여. 그건 내가 알고 아들이 알어. 암.
느닷없이 두 사람 대화에 끼어든 왕짜증여사가 남편의 등을 두드려 준다.
그때였다.
------- 아들의 최근 사진들이 더 접수가 되면 이야기를 더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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