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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이야기

자연이 베푸는 관용을 찾아서......

by 피안재 2013. 4. 24.

 

 

 

 

 

 

 

 

 

 

 

 

 

 

     '그대가 지금 보내고 있는 오늘 하루는, 어쩜 어제 죽어간 사람에겐 그토록 갖고 싶었던 내일이었을지도 모른다.

 

 

 

 

 

 

 

 

 

 

 

 

'

 

 

 

 

 

 

  마음속에서 구체적이지는 않지만  무엇인가 찾는 이미지가 스멀거릴때면 나는 막연한 목표를 찾아 길을 떠나곤 했다.

  재작년 6월.(2011년)

  불쑥 예정에도 없던 길을 떠나 울릉도를 다녀왔다. 

  2박3일을 계획하였으나, 인생사가 다 그러하듯이 느닷없이 불어 온 거센 풍랑으로 인하여 이틀을 더 울릉도에 묶여 있어야 만 했다.

 

 

 

 

 

 

  - 갈매기떼가 노니는 울릉도 도동항 전경

 

 

  - 성인봉 북쪽의 칼데라 화구가 함몰되어 독특한 지형을 만들어냈다. 그곳이 바로 나리분지 이다.

 

 

  - 성인봉으로 오르는 숲길은 가히 원시림을 방불케 한다. 고요한 숲과 지저귀던 새소리며, 온갖 야생화들이 천상의화원을 만들었다.

 

 

   - 깍아지른 벼랑위에 통나무로 지은 추산일가. 창문밖 담쟁이 덩쿨넘어 곧바로 깍아지른 벼랑이 내려다 보이고 그 아래 눈이 시리도록 푸른 코발트빛 바다가 가득 넘실 거린다. 숙소에 누워 창연한 동해의 일출을 감상할 수 있다.  이곳에서 이틀을 머물렀다.

 

 

 

 

 

 

 

 

   가을이 되자 무엇인가가 또 다시 속에서 꿈틀대기 시작하였다.

  울릉도 여행도 미안하던 차에, 어딘가 떠나고는 싶고 하기에 굳게 마음먹고 왕짜증여사에게 두 가지 옵션의 여행카드를 제시했다.

  주말을 이용한 필리핀 세부 여행이냐, 아니면 차를 가지고 완도까지 가서 카페리호에 싣고 가는 제주도 여행이냐.

  여행 자체를 거부당할 줄 알았는데, 덜컹 후자를 택해버리는 왕짜증여사.

  결국 제주도 에서 일주일을 보내고 왔다.  올레 길도 7.8.12. 코스를 완주했다. (제주도 여행사진이 본 컴퓨터에 저장되어 있지 않아서 사진 등재는 못함.)

 

  12월에는 제주도 여행 보답으로 왕짜증여사 께서 정동진 기차여행을 선물하였다.

  근래에 유래없이 쏟아 퍼부은 폭설로 교통이 마비되고  온나라에 난리법석이 일어났는데도 기차는 여지없이 잘 달리고, 세상 일과는 상관없이 제대로 겨울 여행을 했다.

 

 

 

 

 

 

  - 폭설로 인해 대관령 고속도록 통제.  비행기 이착륙 금지. 선박 출항금지. 그래도 기차는 달린다.  이 방법을 선택한 소수의 사람들만을 위한 더 할수 없이 즐거운 여행이다. 동해시를 지나 정동진을 향해 달리고 있는 중.

 

 

  - 엄청난 폭설로 인해 정동진에서 돌아다니기가 조금 불편하기는 하였으나, 이제껏 최고의 겨울풍경을 만끽하는 여행이었다.

 

 

 

 

 

 

 

   유난히 추웠고 눈이 많이 내린 그 해 겨울.

  소조령의 산막에도 눈이 쌓이고..........  그렇게 겨울이 지나갔다.

 

 

 

  - 충청북도 충주시 수안보면 화천리 사시마을(소조령)의 겨울. 산막에서 내려다 본 저만치 발치 끝의 전경.

 

 

  - 사시동 뒷편 산자락의 우거진 노송숲에도 눈이 내렸다. 내가 사시사철 산책길에 늘 찾는 포근한 안식처.

 

 

 

 

 

  지난해(2012년)은 우여곡절도 많았고 무엇인가 대단히 분주하기만 한 힘든 시기였다.

  그렇다고 큰 난관이나 사건이 있었던 것도 아니었으며, 딱히 기억에 남을만한 일도 없이 부산하게 만 시간을 보냈다.

  가을이 되어 무엇인가가 다시 꿈틀대기 시작하며 어딘가 떠나볼 궁리를 하던 차에 일이 생겼다.

  IBK 중앙연수원에서 늘 상 충주댐과 충주호를 내려다면서 2013년 8월25일에서 9월1일까지 벌어지는 (충주 세계조정 선수권대회) 선수촌을 착실하게 준비해 오던 차에, 덜커덕 먼 타지인 울산으로의 탈출을 과감하게 감행하기에 이르렀던 것이다. 

  자동화 물류 창고 풀랜트 설치 부문을 의뢰받고 무작정 남행을 감행했다.

 

 

  - 자동화 물류쎄터 플랜트 부문 1차 계획 완성그림,

    

 

  - 최첨단 시설인 만큼 대단히 정교하고 복잡하고 또 다분히 위험이 수반되는 결코 쉽지않은 작업이다.  사업의 시작에서 끝까지와 주변 환경에서 부터의 보안도 삼당히 엄격하다.  신소재 분야의 최첨단 산업이다.

 

 

  - 이 노란 기둥 하나의 크기가 실제 로켓 (나로호) 보다도 더 크다. 이런 기둥 2개가 짝을 이루며 옆으로 길게 11개가 들어선다.

 

 

  - 70M  길이의 레일 11개 위로 높이 46M의 구조물을 세워 조립하는 일이 결코 쉽지만은 않다. 15층 아파트 난간위를 걷는 일보다 더 위험하다면......... 기초작업 한 달.  그리고 플랜트 구조물 완성까지 석달반이 추가되었다.  나머지 추가로 진행되는 작업은 보안상 올릴 수가 없다.

 

 

 

 

 

 

  그렇게 장장 만 오개월의 장기 출장을 모두 마치고 소조령 산막으로  지난주에 귀향하였다.

  내가 혼자 일방적으로 택한 남행이었기에  그동안 은근히 가족에게 미안한 마음을 금할길이 없었다.

  그래서 지난 3월 왕짜증여사의 생일에 보은 여행계획을 통지했다.

  필리핀 페낭으로 일주일 정도 여정의 자유여행.

  울산 출장에서 돌아오는 대로 결행을 하겠다고 말하면 그 즉시 감격하여 통쾌하게 수락할 줄로만 알았던 왕짜증여사가 자못 심각한 표정끝에  왈........... "해외는 잘난 아들이 사방 접수하러 다니고 있으니, 우리는 그저 조용하고 느릿느릿하게  우리나라 구석구석이나 다니자." 

  그럼 결론 끝.

  어느 안전이라고 토를 달거나 어깃장을 놓을 수가 있겠는가?

  아덜(아들)이라는 어마어마한 배경을 가진 분의 하명인것을. 

 

 

 

 

 

      - 요넘이 왕짜증여사의 막강한 배경. 한반도 밖을 휘젖고 다닐 생각이 팽배한 녀석이다.  아직은 욘석 지분의 절반이 내 손안에 거머줘있다.                 ,

 

 

 

 

 

 

 

   2013년 4월의 산막은 썰렁하다.

  너무 오래 비워두고 방치함 때문이다. 

  예년 같으면 벌써 푸른게 정원을 가꾸었고, 작은 온실을 방불케 실내에 꽃이 피었겠으나, 지난 겨울의 혹한과 보일러 고장으로 실내의 모든 화분과 나무가 전멸했다. 어리석은 쥔 만나 불쌍하게 모두 동사했다.

  그 결과 이제 이 산막에서 마음이 떠났다.

  새로운 환경을 다시 만들고 싶은 마음이다.

 

 

  -  이제는 사진속에서나  만나게 될 산막(소조령 산채)의 모습.          

 

 

  - 1.500 포기 정도의 해바라기가 산막 주위를 온통 노랗게 꽃을 피웠다. 수많은 행인들이 들러갔다. 그 기록의 한 컷.

 

 

 

 

 

 

 

 

  차를 바꿨다.

  캠핑 장비를 새로 셑트로 장만했다.

  내가 저지르는 일에 흔쾌이 왕자증여사의 칭찬이 뒤따르는 경우가 지극히 드문 경우이건 만, 웬일인지 이번엔 두 가지 모두 아주아주 썩 잘한 일이라고  칭찬을 아끼지 않는다.    

  여행을 위해 승용차를 과감히 포기하고 중고차이지만 실용적 측면을 생각해 과감하게 선택했다.

 

 

 

 

  - 나에겐 승용차요, 우리에겐 여행의 동반자요, 유사시엔 우리의 임시 피난처로 요긴하게 쓰일 트라제. 우선 차 안에서 잠잘 수 있다는 점이 가장 끌렸다.

 

  - 하나 하나 배달되어오는 장비들. 이미 기존에 가지고 있던 장비도 제법 있어서 여행 준비는 페펙트하게 해낼 수 있겠다 싶다.

 

 

 

  - 왕짜증여사께서 낚시도 하고 싶으시다기에 급하게 서둘러 마련한 채비. 애매모호한 방법을 동원해 어찌되었든 마련해 놨다.

 

 

  - 투박하지만 어쩔 수 없이 사용하기로 한 캠핑용 의자.  대한민국에서 생산하는 캠핑장비중 유독 의자만은 불만이다. 허술 내지 부실의 대명사 의자. 이것저것 가릴것도 없이 미처 사용도 전에 죄다 부서져 버렸다.  결국 학원하는 친구에게서 튼튼한 놈으로 얻어왔다. 가지고 다니기에는 좀 불편이 다르겠으나, 사용은 마음놓고 할 수 있겠다.

 

 

 

 

 

 

  어쩌다 보니 텐트만도 세 개가 되었다. 

  애초 오래전부터 사용하던 사용감이 절실하게 배어있는 텐트가 있었으나,  요즘 장비들도 워낙 고급화에 세련되어졌기에 리빙쉘 쪽을 염두에 두고 기꺼이 새로 장만하기에 이르렀다.

  새 텐트가 배송되어 설치해 보고 흡족한 상태에서 창고를 뒤져가며 보유하고 있는 장비를 찾다보니 이상한 가방이 하나 나온다.  열어보니 아직 미사용 냄새가 나는 샛노란 2-3인용 돔텐트가 나온다.  아뿔싸. 몇년전에 친구녀석이 거저 생긴거라며 너나 쓰라고 줬던 기억이 그제서야 났다. '가방은 너저분해 보여도 속은 한번도 안 쓴 쌔거여.'라고 했었는데.  꺼내보니 튼실한 녀석에 색상도 노란게 썩 마음에 드는데........ 좀 작다.  결국 보조용으로 하나 더 장만 한 셈 치기로 했다.

  매번 둘이서만 다니겠느냐며........ 머지않아 가족이 늘었으면 싶다. 간절한 바램이다. 텐트 세개가 다 차기를 기대하면 넘 무리인가?  하나는 우리. 또 하나는 아덜넘부부. 또 하나는 귀여운........... 어디까니나 내 욕심.

 

  태어나 낚시라고 해 본적이 없는 처지에 낚시 장비를 죄 다 마련하기는 무리. 그것같이 아까운게 없다고 늘 생각해왔는데.  왕짜증여사는 여울에서 견지낚시 정도면 좋겠단다.  낚시 가게를 둘러보고 나와서 고심에 고심을 했다.

  주변에 낚시에 푹 빠져 사는 지인들에게 일일히 '내가 마침내 낚시를 해볼려 한다'고 통지를 했다.  오랜세월 나를 낚시터로 끌어내려고 온갖 술수를 다 부리던 사람들에게 말이다. 뜻밖의 커다란 반향이 되어 돌아왔다.

  하여 낚시에 대한 궁금증 좀 풀어주며 쇠주나 한잔 하자고 했더니 꾸역꾸역 죄 다 모여든다.  술이 한 두잔씩 돌아다닌 다음에 큰소리로 선언했다.

  '내가 낚시를 해 보기로 작정을 했든데........ 내 돈 주고 장비 새로 마련해서 하라면 난 못해. 너무 아까울것 같애. 그러니까 너희들이 나를 낚시하게끔 만들려면 알아서들 해.'

  순전히 앞 뒤 안맞는 나의 억지가 우습게도 효력을 발휘했다.  모여든 녀석들이 죄 다 저들 자동차 트렁크에서 낚시 가방들을 꺼내어 와서는 길게 늘어놓고 재산을 공개하는데......... 이렇쿵저렇쿵 궁시렁궁시렁 거리면서 하나 둘 내어놓기 시작한다.

  그날 그 자리에서 나는 당장 출조가 가능한 채비를 모두 갖추었다.  조사가 될 준비물을 대충 갖춘 것이다.

  플라이 낚시 1대.(완전 신상) . 루어 낚시대 2대.( 하나는 새거 하나는 사용감) 릴낚시 3대.  대낚시 길이별로 9대. 그리고 기타 부수 채비들.

  은근한 요구(?)는 있었겠으나 강짜나 강탈은 결단코 없었다.

 

 

 

 

 

 

 

 

  앞만 보고 달려온 시간들, 무엇엔가 쫒기는 듯한 시간들, 미처 뒤돌아 볼 겨를조차 없었던 시간들.

  마음 한 구석으로 언젠가 나름의 여유가 생기게 되면 그때 되돌아보고 곰곰히 되씹어 보겠노라는 염두는 마음 한 구석에 늘 두고 살아왔다.

  어쩌면 (바쁘다)는 한 마디는 오늘 이 순간을 살아가고 있는 모든 사람들(특히 중년 이후의 남성들)에게 있어서 웬만한 잘못쯤은 덮어주어 면책시켜 주거나, 아예 문제조차 삼지 않을 것 같은 집단 면죄부 같은 명분이나 정당성을 가진 피난처 처럼 느끼고 있는 것이 아닌지 모르겠다.

  이제사 새삼 바쁘다는 것이 결단코 좋은 것만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그 바쁘기만 한 삶을 곁에서 바라보거나 더불어 길을 가고 있는 사람들에게는 커다란 실수를 범하고 있는 것일 수도 있을 것이다.  냉혹하게 표현한다면 그것은 죄악일 수도 있겠다.

 

 

  햇빛을 맨 얼굴로 바라볼 수 있는 나이는 과연 몇살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