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과 바람이 선사해준 경이로운 대자연의 위대한 선물, 카파도키아' 라고 흔히들 말한다.
엄연히 지구에 있으면서도 자칫 지구상의 풍경이 아닌듯한 착각마저 불러 일으키는 기암괴석들의 파노라마가 펼쳐지는 바로 그곳이다.
900만년 전부터 300만년 전에 이르기까지 연이은 화산폭발로 부드러운 화산재가 켜켜이 쌓이고 또 쌓여 대지를 덮었고, 그 와중에 사방으로 날아온 뜨거운 용암덩어리들이 화산재 위에 떨어졌다. 그후로 300년 동안 많은 비가 내려 화산재를 쓸어가며 골짜기를 만들고 용암 덩어리를 머리에 쓴 화산재는 비를 피해 덜 깎여나가면서 신기한 기둥 모양이 되었다. 그리고 긴 세월동안 끊임없이 불어닥친 바람과 세월의 풍화작용 덕분에 비로소 자연이 만든 위대한 예술작품이 탄생하게 된 것이다.
카파도키아는 그렇게 시간과 바람에 의해서 탄생했다.
하지만 여기 카파도키아에는 자연의 역사만 있는것은 아니다. 그 바위 바위속에 동굴을 파서 만들고 치열하게 생명을 이어내려온 인간의 역사 또한 내재되어 있는 것이다. 그렇게 보자면 카파도키아는 자연과 인간이 어루러져 훌륭하고도 아름다운 하모니의 결정체가 이닐까 싶다.
카파도키아는 흔히 '버섯바위 요새'로 불리는 괴뢰메 지역만을 일컫는 말이 결코 아니다.
괴레메(Goreme). 위르굽(Urgup). 아바노스(Avanos). 우츠히사르(Uchisar). 네브쉐히르(Nevsehir). 카이세리(Kayseri)를 아우르는 터키 영토의 중심부인 아타톨리아 평원에 들어선 대단히 크고 너른 지역을 나타내는 말이다.
그리고 카파도키아의 중심은 역사가 시작된 기원전부터 이미 카이세리 였다. 카파도키아 하면 당연히 카이세리를 의미하는 용어였다.
하지만 시대의 변천에 의해서 지금 카이세리는 서너발자욱 저만치 물러나게 되었고, 카파도키아 하면 현재는 거의 괴뢰메 지역을 대신하는 말로 여겨지고 있다. 20세기에 들어서면서 여행과 문화는 인간의 삶에 점차 지대한 영향력을 행사하기 시작하였고, '바위버섯 요새' 괴뢰메 지역과 80km 정도 떨어져 있는 카이세리의 경우는 점차 교통과 물류의 중심지이며 괴뢰메를 찾는 여행자들이 잠시 경유해 지나가는 곳으로 변해갈 수 밖에 없었다.
지금 카파도키아의 중심은 당연히 괴뢰메 지역이다.
기원 전 1.900년 경에 히타이트 부족이 처음으로 카파도키아 지역에 모습을 드러냈으며 곧 그들은 카이세리를 도시로 건설했다.
드넓은 평원과 온화한 기후와 화산재가 날아와 만들어 준 좋은 토양은 이 지역민들에게 풍요로움을 선사해 주었다. 그러자 사방에서 호시탐탐 이 지역을 노리는 자들이 등장하게 된다. 이집트 인근의 리디아와 페르시아가 이곳을 차지해 식민지로 삼았으며, 차후엔 알랙산더 대왕의 후예들이 차지하게 된다. 그렇게 끊임없이 외세에 시달려오던 카파도키아는 서기 17년, 어느 정도 자치권을 보장받은 로마의 속주(식민지)로 전락하게 된다.
그리고 이 시기부터 로마의 박해를 피해 기독교인들이 이곳으로 숨어들기 시작했다.
카파도키아는 로마의 속주이기는 했으나 어느 정도의 자치권을 가지고 있었으며, 파견된 로마의 관리들은 카이세리를 벗어나기를 꺼려했다. 가도가도 끝이 없는 메마른 평원 저편엔 길도 끝도 알 수없는 사방으로 온통 바위투성이 산들 뿐이었기 때문이다. 이곳으로 도망쳐온 기독교인들은 괴로메. 우치히사르. 위르굽. 네브쉐히르 등지의 바위산 속으로 숨어들었다. 그들은 그곳에다 바위 동굴을 파거나 땅속으로 지하동굴을 파서 은신하기 좋은 피난처를 구축했다. 그저 아주 가끔씩 꼭 필요한 물품만을 카이세리에서 조달하면 신앙을 지키며 숨어 살아가기에 모든 여건이 충분했다.
콘스탄티누스 황제에 의해서 로마가 기독교 국가가 되면서 더 이상 지하동굴이나 바위동굴에 숨어살 이유가 없어졌음에도 수많은 수도사들이 이곳에 끊임없이 몰려들어 조용하고 스스로 고립된 생활을 영위하면서 깨달음을 얻고자 고된 수도자의 길을 택하였던 곳도 바로 이곳이다.
비잔티움 시대에는 그 유명한 '성 삼위일체'의 정통교리를 수호하기 위해 바티칸에 대항한 그리스 정교회의 중심지 역활을 다한 장소 또한 카파도키아다.
카파도키아에 개미집처럼 빼곡한 동굴들은 처음은 비바람을 피하기 위한 단순한 주거시설이었으나, 차후로는 종교에 대한 강렬한 의지를 드러내는 텍스트이자 처절하도록 끈질기게 이어져 내려온 인간의 강인한 생명력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아주 귀중한 사료라 하겠다.
기독교인들은 바위봉우리를 파고 들어가 그 안에 교회를 만들고 교리를 공부하고 복음을 전파하는 장소로 사용했다.
이곳의 응회암들은 대단히 물러서 쉽게 파낼 수가 있었다. 하지만 응회암의 특성중에 오늘날의 콘크리트에 들어가는 석회성분이 포함되어 있어서 파내기는 비교적 수월했으며, 일단 파고나면 드러난 표면이 공기중의 수분을 흡수해서 돌처럼 단단히 굳는 성질을 고대부터의 사람들은 이용했던 것이다.
동굴교회는 4세기 이부 발달하기 시작하였으며 11세기에 이르러 최고의 전성기를 맞았다. 외부로 드러난 커다란 동굴들은 대부부 후대에 자유로운 환경에서 편리한 생활이나 신앙생활을 영위하기 위하여 만들어진 것들이다.
당시로서도 이곳이 얼마나 독특한 생활환경이었는지는 한 사람을 통해서 잘 알수가 있다.
13세기 멀고먼 몽골을 여행하고 온 '마르코 폴로'는 그의 저서 (동방견문록)에서 당시 카파도키아의 특출난 자연환경을 입이 닳토록 찬미함과 함께 이곳의 기독교인들의 생활상을 생생하게 묘사했다.
드넓은 세상을 두루 여행한 마르코 폴로의 시선에도 버섯이나 양초 모양의 기암괴석들이 줄지어 늘어서 있는 풍경은 가히 충격적이었던 듯 싶다.
맛있는 아침식사도 했겠다. 이제 당장 뭐부터 하지?
이번 여행에서 카파도키아에 드른 이유는 오로지 한가지다. 트래킹. 죽어라 걷고 또 걷기 위해서다. 시간과 체력이 가능한 순간까지 오로지 죽어라 걸어보겠다는 일념 뿐이었다. 아니 나 지신하고의 약속이었다.
어디가 좋을까?
첫날이니까 맛보기 쯤으로, 떠나오기 전에 공부했던 코스중에서 그래도 나름 쉬워보였던 '화이트 밸리(White Valley)'를 걸어보기로 하자.
방향이나 지리적인 문제는 전혀 없다. 죽으나 사나 오로지 걷고 또 걷기만 하면 된다. 사전 정보는 떠나오기 전부터 이미 나의 머리속에 저장되어 있다.
화이트 밸리는 입구와 출구가 반대쪽으로 나 있어서 위든 아래든 상관이 없다. 나는 윗쪽에서 아래 골짜기로 내려서는 코스를 선택했다.
밸리 투어의 시작은 '우츠히사르' 입구에서 시작이 되겠기에 일단은 우츠히사르까지 가야만 한다. 계곡의 윗쪽 입구로 가야하는 것이니 당연히 그곳까지는 계속되는 언덕길이다. 괴뢰메 터미널에서 우츠히사르 입구 정류장까지는 미니버스로 약 10분정도 걸리는 지도상의 거리로는 약 3KM 정도에 있다.
하지만 나에게 버스는 절대로 허락되지 않는다. 오로지 걷는 방법 뿐이다.
그래서 씩씩하게 호텔을 나섰다.
괴뢰메를 벗어나면서 부터 언덕이 시작되고 있다. 우츠히사르까지는 오로지 계속되는 언덕길이다.
화.이.트.밸.리.야.기.다.려.내.가.왔.어.너.를.만.나.려.고.
ㅎㅎㅎ
괴뢰메에서 우츠히사르로 가는 언덕길은 길의 양쪽으로 두 개의 계곡을 끼고 올라가게 된다.
왼편으로는 제미 밸리(Zemi Vadisi)로서 '러브 밸리' 라는 이름으로 더 알려진 계곡이다.
오른편이 바로 지금 내가 찾아가고 있는 화이트 밸리이다. 그런데 이곳에서는 화이트 밸리 또한 '러브 밸리'라 불리워지고 있다. 여기 카파도키아에서의 '러브 밸리'란 버섯 모양으로 생긴 바위의 모양이 남성의 심벌을 상징한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이 두곳에 유독 버섯모양의 바위가 많아서 붙여졌다.
신작로를 따라 언덕길을 오르던 나는 그만 낭패에 빠지고 말았다.
도중에 우측으로 수많은 바퀴자국으로 다져진 너른 비포장 도로가 나타난 것이다.
지금 카파도키아는 수많은 ATV 사륜구동차로 하여 심하게 몸살을 앓고 있다. 주변환경을 심각하게 오염시키고 파괴하는 주범이기 때문이다. 이 자국은 틀립없이 사륜구동 차들이 빠대놓은 흔적인 것이다. 그렇다면 이 길의 끝이 아마도 화이트 밸리의 중간쯤으로 통하는 통로 일 수 있다는 결론에 도달하게 되었다. 그리로 내려가면 지금처럼 신작로를 힘들게 마냥 올라가야하는 비효율에서 벗어나 계곡의 중간지점에서 상류까지 골짜기 풍경을 감상하며 다녀와서는 다시 하루로 내려가면 된다는 계산이 나온다. 그래서 즉시 방향을 틀어 ATV 길을 따라 나섰다.
그것이 착각이었다는 것을 깨달았을 때는 이미 한참을 돌고나서였다. 이 길은 계곡 안쪽으로 연결되는 도로가 아니라 ATV 를 타고 계곡의 꼭대기에서 저변 경관을 둘러보고 지나가는 전망대였던 셈이었다. 허탈~~~~~~~
초입으로 되돌아 왔을 때는 힘은 힘대로 빠져 지쳤고 날씨는 날씨대로 한여름 날씨처럼 사람을 괴롭힌다.
다행이 주변이 온통 엉성하기 짝이 없는 포도밭이다. 포도 수확기가 막 끝난 시기였다.
비닐 봉다리 하나 주워 들고는 사방에 널려진 포도밭을 기웃기웃 거린다. 수확하고 남은 버려진 포도송이들을 따서 모았는데 금새 한 2kg은 넘을것 같다.
그냥 우그적 우그적 씹어서 먹는다. 꺄~~~~~~ 달다. 정말 달다. 산지 직송이 아니라....... 원산지 직빵이다.
지극히 높은곳에 계신 분께서 어떤 부족을 광야에서 길을 이끌어주시면서 메뚜기랑 벌꿀을 내려주셔서 생명을 이어가게 해주셨다더니....... 어떤 놈에게는 이렇듯 신선하고 싱싱한 포도를 주셔서 나머지 일정을 포기하지 않게 하시는 배려를 내려주셨다. 그려. 난 축복받은 놈인가벼?
여기서부터는 오른쪽 화이트 밸리 계곡은 도로에서 저만치 떨어져 있고, 왼쪽의 제미 밸리 계곡이 인접해 있어서 남은 목적지까지는 제미 밸리 계곡을 구경하면서 올라간다. 일일 투어를 진행중인 여행사 버스들이 속속 근데군데 공터로 몰려든다.
이곳의 서너군데 전망대가 괴뢰메 시내와 제미 밸리를 한눈에 조망할 수 있는 유명한 뷰 포인트라고 한다. 한국인이 탄 미니버스도 연실 드나든다. 한눈에 탁 보면 한국인 여행단인걸 알 수 있다. 티가 나니까........ 그러면 나는 잽싸게 이동을 한다.
전망대 마다 커다란 나무에 불루 아이(Blue Eye)가 주렁주렁 매달려 있다. 악귀를 물리치는 부적 같은 효험이 있다고 전해지는 아주 유명한 관광상품이다.
'선물 코너에서 사지말고 여기서 매달린거 몇개 그냥 딸까?'
우츠히사르가 올려다 보이는 가장 높은 전망대 휴계소에서 맥주랑 빵으로 간단하게 요기를 했다. 쉬는 김에 커피도 한잔 주문해서 마시고 생수를 하나 사서 들고는 신작로를 건너 계곡으로 내려서기 시작했다.
화이트 밸리 트래킹이 이제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것이다.
우츠히사르는 여기 카파도키아 일대에서 가장 높은 지대에 해당되는 마을이다. 바위동굴이 가득한 우츠히사르 성채는 고대로부터 주변을 감시하는 전망대이자 감시탑으로 활용되어 왔다. 바위산 주위로는 실제 지금도 사람들이 거주하고 있는 지역이다. 이곳에 오르면 '괴뢰메 파노라마'를 비롯해 여기 일대의 모든 조망을 내려다 볼 수 있는 뷰 포인트로 해질무렵 일몰을 구경하려는 여행자들이 많이 찾는 장소다.
하지만 나는 이곳을 그냥 패스하기로 했다.
가장 높은곳에서 보는 풍광은 당연히 다르겠으나, 여기 카파도키아에는 뷰 포인트라는 곳이 사방에 널렸을 뿐만이 아니라 전망대에서 멀리까지 널려있는 버섯바위들을 바라보는 풍광은 어떻게 생각해보면 다들 거기서 거기로 고만고만한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도시에서 골목길을 좋아하듯이 차라리 나는 그 시간에 어느 골짜기든 계곡을 조금이라도 더 서성거리고 싶었기 때문이다.
벌서부터 어떤 설레임으로 가슴이 두근거리기 시작한다.
화이트 밸리에는 도대체 어떤 풍경이 숨겨져 있을까?
나는 이미 저절로 계곡 속으로 내려서고 있었다.
카파도키아의 동굴집이나 동굴교회를 들어가 벽을 살펴보면 수많은 구멍들을 숭숭 뚫어놓은것을 볼 수가 있다. 외부로 숭숭 뚤린 작은 차운같은 구멍들은 바위산을 마치 벌집처럼 보이게까지 한다. 내부벽의 구멍에 끄을음이 있는것으로 보아 초롱불이나 양초를 밝혔을것으로 보인다. 수납장이라는 사람도 있는데 충분히 일리있는 주장이다. 그런데 가장 중요한 이 구멍들의 용도는 외부 구멍은 비둘기들이 날아들고 날아가게 하기 위함이었고, 벽에 구멍들은 바로 비둘기 집이었다. 고대 카파도키아 사람들은 실내에서 비둘기와 함께 기거했다. 그 대목에서 도 전서구로 사용했다는 주장도 나오는데 그럴 수도 있기는 하였겠고, 더하여는 단백질 보충을 위하여 집을 만들어 주고 필요하면 잡아서 먹었다는 설도 있다. 그 또한 어느정도 설득력은 있어보인다. 하지만 가장 크게 입증된 구멍의 용도는 비둘기 알을 얻기 위해서 였다. 비둘기 알에서 염료을 얻어 사용하기도 했고(노란색), 다른 염료를 비둘기 알에 개어서 회칠을 한 벽면에 그리게되면 기름 성분이 스며들어가 굳어서 그림이 완성되었기 때문이다. 비둘기 알을 얻어서 그림도 그리고 요리재로로도 쓰였을 것이다. 당시에는 비둘기를 모이를 주어가면서 실내에서 사육했다는 기록도 존재한다.
카파도키아의 위대한 자연문화 유적은 어찌보면 인간과 비둘기 간의 기묘한 동거에서 파생된, 혹은 비둘기와 인간의 공존이라는 슬기로운 선택의 결과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얼핏 스텨지나간다.
그나저나 누군가 말하길 비둘기 고기가 맛있다고는 하던데...........
무척이나 아름다운 길이었다.
화이트 밸리(White Valley)는 누구에게라도 꼭 권해주고 싶은 트래킹이었다. 거리도 실제 계곡의 길이로 약 4km 남짓이다.
호젓하고 설렘 가득하고 자뭇 흥미진지한 산책이었다.
내가 계곡 위쪽의 전망대에서 내려보았을 때 나를 앞서간 트래커가 두 쌍이 있었다.(이곳은 100% 모두가 쌍쌍이다)
내가 화이트 밸리를 트래킹 하는 중간에 4쌍의 여행자를 만났다. 하지만 머리가 검은 동양인는 단 한명도 보지 못했다. 계곡을 빠져나와서 투어버스가 멈춰서는 초입의 뷰 포인트에서만 네명의 가이드를 동반한 중국인을 만났다. 그들도 목적지는 초입의 뷰 포인트까지 뿐이었다.
카파도키아에 머물고 있는 사람들의 절반이 훌쩍 넘는 검은 머리의 동양인들은 다 어디로 간걸까? 도대체 카파도키아에서 뭐하고들 있지?
화이트 밸리를 빠져나와 도로에 올라서진 길 건너 저만치에 또 하나의 유적인 차우쉰(Cavusin)이 저만치 건너다 보인다. 그 뒤가 바로 로즈 밸리다. 아주 잠시 망설이다가 오늘은 이쯤에서 접어도 되겠다 싶어서 발걸음을 괴뢰메로 옮겼다.
그런데 아뿔싸.
인도가 따로 없는 위험천만 도로 갓길을 따라 괴뢰메까지 이동을 해야만 했는데 그 거리가 상당하다.
아침에 괴뢰메에서 우츠하사르까지 오르던 언덕길 보다, 화이트 밸리 트래킹한 거리보다, 계곡의 출구에서 괴뢰메 마을까지 거리가 훨씬 더 멀다.
오.아.이.갓.
'트래킹은 오로지 발품으로만 해결하겠느라'고 스스로에게 왜 약속을 했던것일까? 저만치 뒤에 버스가 다가오고 있는데.........
끝내 악착같이 걸었다.
시내에 들어와서는 일단 우체국에가서 환전을 했다.
일단 뭐라도 좀 먹어야겠기에 맘에 드는 식당을 찾아 이리저리 돌아보는데........ 카페트 수리 공장이 눈에 들어왔다.
먼저 인사를 건네고 구경 좀 하겠다며 안으로 들어갔다.
이리저리 둘러보고나니 나름 그것도 재미있을것만 같다.
작업 책임자가 나에게 '이런 작업이 뭐하느건지 알겠느냐'고 묻는다.
그래서 내가 생각되는 선에서 작업 순서와 도구 사용에 대해서 이야기를 했다. 그랬더니 모두 맞았다고 한다.
작업 책임자가 쪼그리고 앉아서 카페트의 헤진 부분을 과감히 잘라내고 구석에서 짜투리 카펫을 가져다가 크기에 맞게 재단을 해서 다시 꿰매는 작업이 재미있어 보인다. 내가 옆에서 그가 하던 바대로 한단게 한단계때마다 물어보고나서 맞다고 하기에 나도 짜투리를 과감하게 잘라서 갖다 맞추고는 바느질을 해본다. 어설프겠지만 그냥 시늉 한번 내보는 것이다. 완전치 못하면 그가 다시 마감을 해줄것이 아니겠는가?
그때 그 카페트 수리공장의 대표께서 들어오신다. 안쫓겨나려고 먼저 인사를 건네고 나서 수도 틀어놓고 약품처리하는 사람을 좀 도와주어야 겠다고 다가가서 빗솔질을 잠깐 했다.
대표가 웃으며 다가와서는 한국 돌아가지 말고 그냥 여기서 일하라고 한다. 숙식 제공해 주겠단다. 우하하하하하하
글쎄 올씨다요. 그랬으면 나도 좋겠는데.........
'예쁜 손녀 윤태리가 보고 싶어서 안되겠네요. 난 돌아가야만 하네요. 그 무엇도 태리할아버지랑은 바꿀 수가 없어요.'
---- 다음 트래킹에서 이어가겠습니다. 감사합니다. 피안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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