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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이야기

채석강 - 변산여행 둘째날 오후의 산책

by 피안재 2013. 6. 2.

 

 

 

 

 

 

 

 

 

 

 

 

 

 

 

    채석강은 당나라의 이태백이 배를 타고 술을 마시다 물속에 잠긴 달을 잡으려고  뛰어들어 죽었다는 전설이 서린 중국의 채석강 이라는 지형과 많이 닮았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격포항 오른쪽의 닭이봉 아래 있다.

   옛날에는 우리 수군의 중요한 근거지였으며 조선시대에는 전라우수영 관하의 격포진(格浦鎭)이 있던 곳이기도 하다.

   선캄브리아대의 화강암과 편마암을 기저층으로 한 중생대 백악기릐 지층으로 구성되어 있다고 안내문에 적혔있다.

   한 마디로 바닷물에 침식되어 퇴적한 절벽이 마치 수만권의 책을 쌓아 놓은 듯 한 풍경을 자아내고 있는 곳이란 표현이 더 적절하다 하겠다.

 

 

   채석강의 소개는 이정도면 되었고.

   변산반도 여행 이튼날 오후,  해가 서서히 뉘엿뉘엿 저물어 가고 있을 즈음에 우리는 산책을 나섰다.  바로 이곳 채석강으로.

   이 날이 무슨 날이었느냐 하면,  내소사. 곰소염전. 곰소어시장을 새벽에 나서서 오전내내 둘러보고 나서 오는길에 어시장에서 조개를 한 봉다리 샀던 날이다.

   참나무 숯불을 피우고 조개를 굽고 소맥으로 파티를 벌였는데,  그 시각이 시뻘건 대낮이었던 탓에 그만...... 왕짜증여사가 살짝 고장증세를 나탄냈던 날이다.

   '와!!!!! 낮술 고거 독하네. 앞으로 낮술은 하지 말아야 할까봐.  기분도 영 꿀꿀하고 속도 영 편치를 않아. 얼른 숙취가 사라져야 할텐데.........'

   하시면서 텐트 안에 드러누우시는 것이었다.

   '쬐금만 쉬고나면 곧 괜찮아 질거야. 나 좀 누울께.'  하면서 누우셨는데,  그 정도 상황이면 어디 쉽게 잠이 찾아오겠는가.

   엎치락 뒤치락 어지간히 고통스러운가보다.

   허니 어쩌겠는가.  웃을 수도 울 수도 없는 상황이지.......

   두 시간 정도 지났을까?

   이젠 나 까지 힘들어 죽게 생겼다.

  나도 술 땀시 속이 이상해 그러는 것이 아니라........  심심해서 죽겠더라는 말이다.

   힘들어 하는 사람 앞에다 두고 신이 나게 뭔가 할 수 있는 일이 아무거서도 엇지 않은가.  그저 왔다갔다 서성대며 텐트안 눈치만 살핀다.

   고거 아주 죽을 맛이다.

   더구나 아주 오래 전, 한참이나 오래된 시절에 아파서 다 죽어가는 왕짜증여사를 두고 내가 무성의 하게 요리조리 뺀질뺀질 거렸다고 그후로 참으로 무던히도 오랜시간동안 시달림을 받지 않았던가.  그 죄를 사함받은 것이 얼마나 되었다고 딴짓꺼리를 찾을 수가 있나 내색을 할 수가 있나?

   견디다 견디다 못해 슬그머니 해변 산책이나 하고 와야겠다고 꼼지락 거리는데, 아뿔사 들켰다.

   '심심해 죽겠지?  어디 해변이라도 거닐어 볼껴?'

   이 사람 남의 속 들여다 보는데는 정말 일가견이 있다.  신내림이라도 받은건가?

   '아니여.  화장실 좀 다녀올까 하고.  좀 더 편하게 누워있어. 괜찮아.'

   '나도 화장실 좀 다녀올려고......어지간 해졌으니까  좀 움직여 보는게 낮지않을까?  우리 해변 산책이라도 나갈까?  적벽강 간다고 했었잖아.'

   '아니여. 아녀.  새벽에 산책해도 되지 뭐.  좀 더 쉬어.'

   '아니긴.  당신 얼굴에 심시미해서 미칠지경이라고 써 있는데.  좀 걸으면 나아질것 같아.  잠시 기다려 봐.'

   기어코 등산화를 꺼내 신고 모자를 찾아 쓰고는 해변을 향해 앞장을 선다.

   '저놈의 깡다구는 다 어디서 나오는거여?  그리고 그 깡다구가 아들한테는 무용지물이면서 나한테만은 항상 도깨비방망이가 되는거여?  으이구. 징말 힘들다.'

   또 다시 쫄래쫄래 뒤를 따라 나선다.

   그리고 이사람.  해변에서 물놀이 하는 아이들을 보더니만, 금새 언제 비실비실했었냐는 듯이 도루 말짱해져 버렸다.

   그래서 그 길로  채석강을 돌아다니면서 열심히 셔터만 눌러댔다.

   '옴마야.  어떻게하면 저렇게 금새 말짱해 질 수 있는걸까?'

 

 

 

 

 

 

 

 

 

 

 

 

 

 

 

 

 

 

 

 

 

 

 

 

 

 

 

 

 

 

 

 

 

 

 

 

 

 

 

                                                       -- 다음 번 낮술을 기약하면서................ 피안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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