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어머니 어찌하여 나를 낳으실때 마음 한구석을 덜 기운채 세상에 내보내셔서 이렇듯 밤이면 밤마다 터진 실밥 사이로 수많은 상념들이 무한정 새어나오게 만들어 놓으셨단 말입니까?
마음의 덧없음에 슬퍼하던 사람은 그 상념을 통해 삶의 덧없음을 보았고, 삶을 욕망의 대상으로만 생각했던 사람은 그 상념을 통해 욕망을 성취하는 방법에 몰두했을것인데, 이도 저도 아닌 여기 이 미천한 사람은 그 상념을 통해 사방팔방 싸돌아다니기만 하는 자신의 지독한 역마살을 허망한 눈빛으로 그저 바라보고 있을 뿐이랍니다.
길에서 만났던 그 수많은 인연들..........
마음속에 갑누볐던 형형색색의 인연들이 나의 낡고 빛바랜 기억속에서 점점 희미하게 펄럭이고 있다.
무엇인가 안타까움과 쓸쓸함이 엄습한다.
오늘이 지나면....... 내일은 다시 돌아간다. 운명같은 일상으로 다시..........
그러다 순간........
'아! 그렇지. 태풍이 문제였지? 바나힐이 기다리고 있기로 한 날인데.........'
침대에서 벌떡 일어나 커튼을 확 재껴본다.
헉!!!!!!!
더없이 쾌청하고 맑음.
' 오 마이 갓. 이게 웬일이니? 태리할망아. 어서어서 일어나라. 후딱 식당 내려가서 아침부터 먹자. 얼른.......'
믿기지 않는...... 정말로 믿을 수 없는 원더플한 아침이 발코니 창문을 통해 우리 가슴 가득 쏟아져 들어왔다.
우리는 빛의 속도로 게단을 내려가서 후다닥 호텔 조식을 맘껏 즐긴다.
그 바쁜 와중에도 먹을건 제대로 다 챙겨 먹는다. 우아하게 폼 나게.......
어디까지나 나는 길 떠나기 위한 에너지 충전이지만 다분히 챠밍여사의 입장은 '본전 뽑기'가 아닐까 싶다.
밤새 기상이변에 마음졸이며 잠까지 설쳤는데...... 눈을 떠보니 이렇듯 퍼펙트한 아침이라니......
' 오 하늘에 계신 지극히 높은 분이시여. 땡큐예요. 땡큐.'
'아멘!'
챠밍여사에게 외출 준비를 하라고 이르고 카운터로 갔다.
이번 여행을 떠나오기전에 소개받았던 알렉스 가계로 연락을 부탁했다. 알렉스는 호이안에 사는 자가용택시영업을 하는 사람이다. 바니힐 투어를 신형외제차로 저렴하고 편리하게 다녀올 수 있다기에 연락처를 받아두었었다. 그런데 하필이면 알렉스가 개인사정으로 현재 하노이에 가 있단다.
다른 방도를 찾아야만 했다.
지난밤의 태풍때문에 바나힐여행을 아예 포기했던 상태였다. 그래서 오늘의 별다른 스케줄이 없었던 터였는데, 갑자기 언제그랬냐 싶게 이렇게 화창한 아침을 맞게 될 줄이야....... 대부분의 여행자들도 우리와 같은 처지였을 것이다. 심지어 패키지여행자들 조차도 어제는 태풍으로 대부분의 스케줄을 접었을 것이고..... 이 아침에 다들 우왕좌왕 하고 있을 것이다. 서둘러서 바나힐로 가는 교통편만 확보할 수 있다면 그 어느때 보다도 호젓하게 여유를 가지고 바나힐을 둘러볼 수 있을것이라는 예측이 생겨났다.
카운터에 다시 '바나힐에 다녀올 수 있는 교통편이 있겠냐'고 물어보았다.
여행사를 통해서 개별 교통편을 대줄 수 있다는데 그 비용이 내가 알고 있는 수준보다 훨씬 비싸다.
나는 거리로 나갔다. 지나가는 택시를 잡아 직접 흥정해 보는 수 밖에 없다. 오늘이 지나면 다시는 바나힐을 만날 기약을 할 수가 없다. 우리에게 허락된 시간은 이 아침뿐이다.
지나가는 빈택시면 무조건 손을 들었다. '영어를 할 줄 아나요?' 라는 물음으로 흥정을 시작했다. 대화가 통하지 않는 택시는 그냥 보낼 수 밖에 없었다. 서너대만에 영어를 하는 택시를 만났는데 순전히 배짱처럼 엄청난 비용을 요구한다. 돌아서려 하니까 재차 다시 흥정을 하자는 택시를 거절해서 돌려보낸다. 그는 내가 서둘러 어떻하든 바나힐을 가려고 한다는 점을 약점으로 생각하고 고액을 배팅하는데, 전반적인 내용과 비용에 대해서 이미 알고 있는 나는 차라리 포기를 하면 했지 뻔히 알면서 사기당하는 어리석은 선택은 하지 않을 사람이라는 것을 그는 모르고 있다.
진정있는 대화와 협상은 할 수 있지만, 사람 눈치 살피면서 어떻게든 덤탱이 씌우려는 사람과는 더이상 긴 이야기를 할 생각이 없다.
다시 택시를 잡았는데 이번에도 같은 모양새다. 단호하게 거절하고 돌려 보낸다.
두 번을 더 같은 경우를 격은 뒤 다시 택시를 잡았는데...... 깔끔하고 영어를 잘하는 상당히 젊은 사람이다.
내가 먼저 나의 상황을 설명하고...... 이미 여러대의 택시를 만났는데 다들 터무니없는 가격을 요구하고........ 바나힐여행에 대해서 내가 이미 대부분의 정보를 가지고 있고......... 약속이 이루어지면 지금 여기에서 출발을 할 것이고, 오후 4시반쯤 바나힐 주차장에서 다시 우리를 픽업해 주면 되고........ 길게 흥정할 생각이 없으니...... 당신의 입장에서 최고로 적정하다고 생각되는 바나힐까지의 비용을 제시해 달라. 왕복이 부담이 된다면 편도도 좋다. 돌아오는 방법은 내가 나중에 알아서 하겠다. 밀고 당기고 흥정할 생각이 없다고 먼저 못을 박았다.
그는 나에게 상당히 정중한 어조로 잠시만 시간을 달라고 했다. 그러더니 어디론가 전화를 건다. 얼핏 듣기에 그의 회사 매니저인듯 싶다. 아마도 택시를 시작한지 그리 오래되지 않은듯 했다. 그리고 잠시 후에 정중하게 금액을 제시해온다.
분명 알렉스를 통해 자가용택시를 이용하는 것보다는 비싸다. 호텔에서 소개해 여행사를 통하는 비용보다는 많이 싸다. 그 두가지의 중간쯤이다.
나는 선택을 해야만 했고 그 젊은 택시기사의 이미지와 태도가 썩 마음에 들었다.
'오 케이. 준비를 좀 해야하니까 20분 후에 만나자. 내가 지금 저 호텔에 머물고 있으니 20분 후에 후런트에서 기다릴께.'
준비를 마치고 챠밍여사와 함께 계단을 내려섰을때 그의 택시가 막 도착하고 있었다.
우리는 택시를 타고 바나힐을 향해서 출발을 했다.
가정형편때문에 학업을 접고 택시영업을 한지 석달째라는 젊은이는 가면서 한가지 부탁을 해왔다. 바나힐 투어 입장권을 매표소에서 사면 되는데, 호이안의 여행사나 바나힐 부근의 노점상들에게서도 살 수가 있다는 설명이다. 동일한 금액인데도 중간에서 사게되면 약간의 커미션이 따로 주어지기 때문에 자기가 아는 사람에게 구입해 줄 수 있겠느냐고 정중하게 물어온다. 나는 기꺼이 그러마 하고 응해주었다.
다낭에서 서쪽으로 45km 떨어져 있는 바나힐은 호이안에서 1시간 정도가 소요된다. 다낭에서는 40분 정도 걸린다. 호이안을 출발하면 거의 다당에 도달할 즈음 외곽지역에서 새로 방향을 틀어 바나힐로 향하게 된다.
바나힐(Ba Na Hills)은 그저 '바나나 나무가 많은 언덕' 이라는 의미에서 유래된 지명이다.
해발 1489m의 산정상에 위치한 바나힐은 한낮에도 섭씨 20도를 밑도는 날이 많고 겨울에는 춥기까지한 고원지대에 위치한 휴양지이다.
안개가 자주끼기로 유명한 장소인 만큼 정말로 화창한 날씨속에서 바나힐을 즐기려면 어느정도 운이 따라주어야만 한다. 안개가 끼거나 흐린날에는 아무것도 안보이기로 악명을 떨치고 있는만큼 날씨에 따라 갈지말지를 잘 결정해야만 한다.
숙소에서 여기까지 오가는 시간 외에도 긴 케이블카를 타고 오르고 내리는데 걸리는 시간과 바나힐에서 머무는 시간등을 고려해 충분히 여유를 가지고 느긋하게 여행하기를 꼭 권하고 싶다.
자연친화적인 휴양지를 추구하고 있는 바나힐은 유럽의 고성과 프랑스 마을을 연상시키는 대형리조트를 중심으로 아름답게 꾸며져 있다. 여기에 판타지 파크(놀이공원)와 밀납인형박물관을 갖춘 현대적 위용의 관광지로 탈바꿈하고 있는 중이다. 또한 정상에는 바나힐을 지키는 수호신을 모신 란쭈아린뜨 사당이 있으며, 이곳의 종탑에서 바나힐과 주변의 모든 전경을 내려다 볼 수 있다.
바나힐여행을 시작하려면 우선 케이블카를 타야만 한다.
출발역인 쑤오이머역에서 케이블카에 올라 출발한 후 바나역에서 내린다. 중간 기착지인 셈이다. 게단을 올라 디베이역에서 새로운 케이블카를타고 모린역까지 더 올라가면 비로소 바나힐에 도착하게 되는 것이다. 중간역인 바나역에서 내리게 되면 잘 가꾸어진 멋진 정원들과 란응사원과 와인저장고를 만나볼 수 있다.
오후에는 인근의 다른 케이블카도 운행한다. 중간 기착지를 거치지 않고 바나힐 정상까지를 17분만에 직행하는 노선이 운영된다.
2009년에 설치된 케이블카는 장장 5.801m의 길이를 가지고 있어서 결코 짧지않은 시간동안 숲 위를 나르는 기분을 느껴보기에 충분하다.
중간 기착지인 바나역에서 내려 게단을 오르다보면 커다란 둥근 돔형태의 멋진 공연장을 지나가게 된다. 그리고 그곳에서 시간만 잘 맞는다면 아주 멋진 공연을 볼 수도 있다. 어디까지나 운이 맞으면 말이다.
결국....... 바나힐여행은 어느정도 운이 따라주어야 제대로 즐길 수 있는 곳이다.
그럼........ 이제부터........ 제대로 아름다운 바나힐을 즐겨보기로 하자...........
새롭게 급부상하고 있는 (바나힐)이 요즈음에는 다낭여행이나 호이안여행의 백미로 꼽히고 있지만 사실 바나힐이 여행자들 사이에 알려지기 시작한것은 그래 오래된 일이 아니다.
수년전까지만 해도 베트남여행 책자에 (바나힐)이라는 이름조차 찾아볼 수 없었으니까 말이다. 하지만 지금은 최고의 인기 관광지로 탈바꿈했다.
2009년에야 케이블카가 설치되었으니, 포장조차 제대로 되지 못한 꾸불꾸불하고 험난한 정글속 바위벼랑길을 따라 방치되어 페허가 되다시피한 바나힐을 고생고생해서 찾아갈 여행자가 어디 있었겠는가?
바나힐은 최근에 새롭게 건설된 휴양지가 아니다. 이미 아주 오래전에 건설되었다가 오랫동안 방치되어 페허가 되다시피한 거의 지난시대의 유적이었다.
바나힐에는 아픈 베트남의 역사가 고스란히 배어있는 과거사의 유산이다.
인도차이나반도를 식민지화화 한 프랑스는 동남아의 각지역에 힐스테이션(Hill Station)을 건설했다.
사이공이나 프놈펜 같은 식민지를 통치할 수도를 먼저 건설하고, 다음으로는 철도를 놓아 식민지에서 쌀과 고무같은 다양한 지하자원을 퍼날랐다. 하지만 동남아는 자기들이 살던 유럽과 달리 혹독할만치 무더웠다. 잔독한 무더위는 프랑스와 관료와 상인들에게 있어서 최대의 적이었다. 그리고 무더위를 피하는 방법으로 시원한 고산지대에 휴양지를 겸하는 새로운 식민통치를 위한 도시와 기구를 만들었다. 옛 왕조시대의 행궁(여름궁전. 겨울별장) 같은 용도였다. 이 위성도시들을 힐스테이션이라고 한다. 대표적인 식민통치 도시이자 휴양지로는 바로 (달랏)이 그런 목적으로 건설된 도시다.
그리고 다낭이 새롭게 건설한 항구를 통해 식민통치와 약탈을 진행하는 거점으로 중요해지고 많은 관료와 상인들이 체류하게 되자, 이곳 바나힐에 휴양시설을 건설하여 관료들이 머물도록 하였던 것이다.
식민지의 노동자들을 동원하여 해발 1.500미터의 산정상까지 정글과 가파른 낭떠러지 벼랑을 경유하는 산길을 뚫었다. 코끼리를 이용하여 자재들을 산정상까지 실어 날랐다. 그곳에 유럽의 왕궁을 닮은 고성을 만들고 프랑스풍의 마을로 점차 확대해갔다. 지하엔 와인저장고까지 만들었다. 수많은 사람들과 코끼리가 이 과정에서 사망했다.
프랑스 관료와 상인들과 가족들이 파라솔이 달린 코끼리를 타고 산정상으로 휴양을 왔다. 식민지 사람들이 모든 물자를 산아래에서 코끼리로 또는 지고 메고 날라서 저들을 먹이고 놀게하고 재웠다. 저들이 마시고 씻고 목욕하는 물을 산아래 폭포에서 퍼 날랐다. 또 사람들이 쓰러져갔다.
그게 식민지의 아픈 상처였고........
여기 바나힐이 바로 그 착취와 약탈의 현장이었던 것이다.
바나나 나무가 많이 자생하여서 붙여진 이름인 '바나나 언덕'을 프랑스 식민통치정부는 (Ba Na Hill Station)으로 변모시켰던 것이다.
프랑스 관료들을 위해 무더위를 피하기 위해 산꼭대기에 건설한 유럽풍 휴양지가 바로 지금의 바나힐이다.
이제 요 대목에서 의상협찬에 대해서 한번 짚고 넘어가야만 하겠다.
여행을 떠나기 보름쯤 전에 필요한 여행물품과 옷가지를 사려고 함께 *마트엘 갔다.
그날 쇼핑한 품목중에서 가장 공들여서 샀던 옷이 바로 이날 사진에 입고 나온 원피스였다. 정말 시간 많이 들였다.
그리고 삼일 후, 현장 일정 조율중에 시간이 나서 또다시 함께 마트에 쇼핑을 나갔다.
그런데 챠밍여사가 마트에 가자마자 카운터에서 반품할것이 있다고 가방에서 꺼내는게....... 바로 그 원피스였다. 그날의 분위기를 보았기에 '왜 반품하느냐'고 물었더니........' 좀 야시시하고...... 여행중에 한번 정도 밖에 안입을것 같아서.....' 라고 한다. 그래서 그런가보다 했다.
다음날 현장에서 작업을 하면서 하루종일 그 원피스가 마음에 걸렸다. 그것을 사려고 고르고 고르던 순간의 아내모습을 보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결론은....... 우선 가격대가 마음에 걸렸을거고, 외국에선 몰라도 집에서 외출할 때는 좀 조심스러운 옷차림이 될테고, 야시시를 커버할 다른 옷이 마땅하게 별로 없다고 판단함일거라고.... 그래서 아쉬움속에 반품하고 잊어버리기로 했을거라고......
퇴근과 동시에 마트로 달려간 나는 기어코 그 원피스를 다시 샀다.
잘 포장해서 내 여행배낭에 넣어두었다.
씨엠립쯤 가서 여행의 중간쯤에 깜짝선물로 꺼내줄 생각이었다.
며칠지나서 함께 영화를 보고나서 호프집을 갔는데 이사람 치킨을 뜯다말고 표정이 영 이상해지는 것이었다.
- 왜 그러는데?
- 그냥 말인데....... 내가 스스로 생각해 봐도 참 멍청한 짓을 한거 같아서..........
- 뭔데?
- 이런 경우가 좀체 나한테는 없었는데 말야........
- 도대체 뭔데?
- 웃거나 비웃으면 안된다. 실은...... 나 오전에 마트엘 다녀왔는데 말야......... 왜 간거냐 하면.........
아내와 눈이 마주쳤다. 순간 팍 하고 떠오르는 어떤 불길한 예감.........
- 당신 혹시..........
- 혹시 모?
- 그 원피스.........
- 헉. 당신이 그걸 어떻게 알아? 내가 생각하구 또 생각해 봤는데 말야....... 그러니까 그게.........
- 아무리 생각해봐도 안되겠다 싶어서 다시 가서 그걸 샀다는것 아니야. 결론은?
- 웅. 그랬어. 내가 참 멍청한 짓을 했지. 다시 물릴까? 물려야 되겠지? 그치?
- 물려야지 그럼 어떻게 해.
- 그랬구나. 당신도 그 옷이 처음부터 맘에 안들었었구나. 차라리 그때 안좋다고 말해줬으면 이런 실수 안했을텐데. 알았어. 내일 가서 반품할께. 걱정하지 마. 쓸데없는 짓 했다고 놀리지도 말구.
- 옷이 맘에 안든게 아니고...... 틀림없이 그날 사가지고 왔던 것 그거와 똑같은 색깔일거 아냐? 색상이나 딴걸로 바꿔샀던가 하지......
- 당신도 그날은 그 색상이 젤 맘에 든다며..... 그런데 색상이라도 바꾸었으면은 왜야? 당신 혹시..........?
- 그래. 나한테도 그것하고 똑 같은게 하나 더 있다. 잘 포장해서 내 배낭에 들어 있다고........ 나중에 줄려고 그랫지.......
- 당신 언제가서 다시 샀어?
- 당신이 반품한 그 다음날 바로.......... 으이구.........
그날 챠밍여사 무지무지하게 감동먹은 얼굴이었다.
바로 이 원피스.
- 너무너무 좋다. 이런 느낌도 행복이라고 한다면 난 지금 너무너무 행복해. 막 눈물이 나오려구해........
챠밍여사의 눈시울이 젖어들고 있다.
이번 여행을 게획하고 이 순간까지 즐겁고 무탈하게 잘 이끌어왔다는 나에대한 고마움과 찬사라고 받아들여졌다.
- 정말 너무너무 아름다워. 그동안 여행다녔던 많은 여행지중에서, 특정 한곳에서 느끼고 가질수 있는 다양한 생각과 아름다움과 즐거움은 바나힐이 단연 최고인거 같아. 너무 멋지다. 나 이번에 돌아가면 바로 경*이(며느리)에게 말할꺼야. 내년 봄에 태리와 아들과 함께 바나힐에 다녀오라고. 이 할미가 여행경비 전부를 쏘겠다고....... ㅎㅎㅎ 함께 오지 못한게 아쉬운만큼 여기만은 그애들에게 꼭 보여주고 싶어.
- 아들 며느리에게 베트남여행 경비 전부를 쏘겠다고? 그럼 난? 이번 여행 경비는 100% 내가 댔는데...... 난 뭔가 보상이 없니?
- 다음엔 우리 유럽여행 간다면서? 비행기표는 내가 산다니까?
- 글쎄? 그걸로는 뭔가........ 손익분기점이 안맞는거 같은데......... 뭐 더 없을까?
- 이번 여행이 너무 고마워서....... 플러스 알파 생각해 볼께.
우기(雨氣)에 감행한 여행이라서 여러가지로 불편한 우여곡절을 격기는 했지만 나름 그 비때문에 더 많은 추억을 얻기도 한 이번 여행이었다.
특히 오늘의 (바나힐 투어)는 거의 기적이라 할밖에.......
어제 베트남 중북부지방에 상륙한 태풍으로 인해 모든 일정을 포기하고 그냥 쉬었다가 귀국할 상황에 놓였었다.
아침에 일어나니 기적처럼 쾌청한 아침이 우리를 반겼고...... 무작정 서두른 결과로 이렇게 바나힐을 맘껏 누렸다.
위쪽의 사진들에서 느끼겠지만..... 정말 정말 쾌청한 날씨였다.
거기에 내 예상대로 우리가 격은 기상이변과 스케줄등의 혼선은 모든 여행자나 여행사들에게도 똑 같이 고민이 되었을 것이다. 특별히 날씨에 민감한 바나힐 여행이 아니었던가. 새벽에 날이 개임과 동시에 우리는 민첨하게 행동을 개시했고, 대다수의 여행자나 여행사는 고심에 고심을 거듭한 끝에 한나절이 되어서야 행동을 개시했다.
호젓하고 여유있고 한산한 (바나힐)........
아마도 1년 365일 중에 하루나 이틀쯤만 겨우 허락될 그런 모든 여행의 최적의 조건이 우리에게 주어졌고 우리는 그것을 마음껏 누렸다.
화창한 날씨속에 바나힐의 모든것은 정상적으로 가동되었고, 우리를 포함한 극히 일부의 여행자만이 바나힐이 주는 모든 풍성한 즐거움과 자유를 마음껏 누릴 수 있었다.
사방 어디든 둘러보고 인파의 방해없이 사진도 맘껏 찍을 수 있었다.
정말로 한가롭고 여유로운 시간이었다. 여기가 바나힐이란것을 생각하면 꿈에도 그런 시간이 부여될 수 없다는 것을 익히 알면서 말이다.
바나힐 정상에서 우리는 거의 4시간 가까이를 돌아다녔다.
고성 구경하기, 골목골목 돌아다니기. 놀이기구 타기, 여기저기서 벌어지는 퍼포먼스 내지 공연 관람하기....... 인파에 방해받지 않으면서 맘대로 폼내고 사진직기, 맥주 페스티발 코너에서 흑맥주에 맛난 안주로 배채우면서 밴드 음악에 맞춰 엉덩이춤 추기........
점심때 무렵이 되어가면서 부터 여행객들이 삼삼오오 올라오기 시작하고 있었다.
우리가 실컷 구경했다고 느껴져 하산을 결심했을때 즈음에 깃발을 앞세운 여행사 패캐지여행팀들이 우르르 우르르 몰려서 올라오기 시작하고 있었다.
오전내내 맘껏 누리고 즐겼던 바나힐을 이제는 수많은 인파들에게 서서히 내어줄 때가 되었나 보다.
우리는 케이블카를 타고 중간 기착지인 바나역까지 내려왔다.
이젠 이곳의 멋진 정원들을 돌아보면서 마지막 휘날레로 멋진 사진을 몇장 더 찍고 싶어서 였다.
그런데......
그런데.......
'지극히 높은곳의 분이시여. 이 모든것이 저희들만을 위한 당신의 커다란 축복이었습니까? 땡큐입니다. 땡큐예요.'
오,마,이,갓,
약 2.000여평에 걸쳐 멋지게 조성되어 있는 유럽식 정원 르자뎅 다무르에 도착하였을때 사방으로 어디선가 연무가 가득 내려앉기 시작하고 있었다. 시선을 돌려보니 저 멀리 산자락 아래에서 안개가 피어 올라오고 하늘엔 먹구름이 몰려들기 시작했다.
이미 4시간 가까이 바나힐을 맘껏 즐긴 우리에게야 아무런 상관이 없겠지만, 이제 막 올라온 저 많은 사람들의 여행은 어쩌란 말인가?
정말 믿을 수 없는 놀라운 일이었다.
바나역에서 케이블카에 올랐을 때만해도 구름이 몰려드는 상황이었다.
그런데 채 이삼분도 안되어서 세찬 바람과 함게 엄청난 폭우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삽시간에 바나힐이 사라져 버렸다.
그렇게 화창하던 날씨가 우리가 바나힐 투어를 마치는 딱 그 시점에 맞추어서 다시 기상이변이 발생하고 있었던 것이다. 사람들이 말하고 책자에서까지 쓰여있기를 '제대로 바나힐을 여행하려면 어느정도의 운이 따라주어야' 한다더니만 이것 숫제 운 정도가 아니다. 은총이었다. 은총.
하산해서 입구앞 광장 건물에서 아침에 타고 온 젊은 택시기사에게 연락을 취했다. 부지런히 우리를 데리러 오는중이라고 한다.
느긋하게 기다리면서 바나힐 입구를 돌아다보니....... 헐.
우리가 정상에서 어느정도 투어를 마쳐갈 즈음에야 모습을 드러내던 패캐지여행단이었는데 기상이변 때문인지 벌써 하산들을 하고 있다. 파란깃발 빨간깃발에 줄줄이 늘어서서 따라가고 있다. 우산 쓴 사람도 거의 없이.......
이날 오후 내내 비가 제법 왔다. 우리는 무사히 바나힐 투어를 마치고 호텔로 돌아 왔다.
그리고 다음날 아침.
마침내 우리가 긴 여행을 마치고 귀국하는 날이다.
아쉬움이야 크지만 이번 여행에서 가졌던 시간에 감사하며 어서 본래의 일상으로 돌아가 다시 열심히 생활해야만..... 또 다음 여행을 기약할 수 잇다는 것을 우리는 익히 잘 알고 있기에 기꺼이 즐거운 마음과 감사한 마음으로 이번 여행을 갈무리하기를 바라면서 새날아침을 맞는다.
언제나 처럼 새벽에 일어나 호이안 거리를 산책한다.
인연이 있으면 다시 만날것을 기약하면서 이골목 저골목을 두 눈과 가슴에 담아본다. 또 아침에 만나는 사람들과도 정다운 인사를 나눈다.
호이안은 언제나 소박하고 정겹다. 수줍은 아름다움이 짙게 배어있는 곳이다.
오래오래 기억속에서 소중하게 간직될 것이다.
호텔에서 수영장에서 놀며 휴식을 취하다가 점심때가 되어서 체크아웃을 한다.
카페에 들러 맛난 점심을 먹고 커피도 마시고......... 자가용택시를 섭외해서 다낭으로 이동을 한다.
한시장으로 향했다.
리버사이드 조각공원에서 배낭을 내려 놓고 주머니에서 남은 여행경비와 비상금이 몽땅 든 지갑을 꺼내 챠밍여사의 손에 들려준다.
'보너스 찬스야. 시간을 한시간 줄테니 시장에서 맘에 드는것 사고 싶은것 마음대로 사와. 당신 맘대로야.'
손을 잡고 대로를 건너 한시장 입구까지 데려다 주고 돌아와 마냥 기다리고 앉았다.
이십여분 뒤에 챠밍여사가 나타났다.
빈손 이었다.
'그렇게 무한정 기회를 주니까 갑자기 쇼핑할 생각이나 기억이 싹 없어지잖아....... 나 혼자는 못 사겠어. 같이가서 이러니저러니 살꿍말꿍 실갱이를 해야 쇼핑하는 맛이 나는거지.........'
웃음이 절로 삐져 나왔다.
하이랜드커피에도 다시 들르고 함께 한시장에 다시 가서 이것저것(특히 내가 좋아하는 베트남 커피를 왕창) 쇼핑을 했다.
저녁은 뭔가 색다른것을 먹어보려고 비가 내리는 중에 무거운 배낭을 메고 터덜터덜 걷는다.
한시장을 떠나 다낭 성당을 지나 공항쪽으로 향하는 대로변을 따라 걷는데 제법 근사하게 꾸며진 레스토랑이 있어서 살펴보니 피자집이다.
썩 괜찬아 보여서 우리는 이곳에서 저녁을 해결하기로 했다.
오픈된 주방에서 피자를 만든다. 토핑을 하고 바로 옆 화덕에서 곧바로 구워낸다. 실내 가득 피자향기로 가득하다. 인테리어와 벽면의 글귀들을 보니 역사가 오랜 제법 잘나가는 식당이다. 잘 고른것 같다.
피자 작은것에 이탈리아식 오므라이스에 샐러드를 시켰는데....... 정말정말 맛있다. 베트남을 떠나면서 먹는 정말 멋지고 근사한 저녁이 되었다.
그리고 나서 길에 서서 택시를 잡았다.
다낭 시내에서 공항까지는 3km 정도여서 지난해에는 내가 공항에서 시내를 자정이 넘은 심야에 걸어서 나간적이 있다.
공항에 도착했다.
추석연휴가 막 지난 시점이라 그런지 예상했던것 보다는 한산한 편이었다.
우리는 그렇게 밤비행기에 올라 무사히 귀국했다.
더 없이 즐겁고 행복한 시간이었다.
더우기 '아들에게 물려줄 예쁜 화보책' 하나를 꼭 갖고 싶다던 챠밍여사를 위해서 선택한 여행지들이었고, 나름의 맘에드는 사진들을 여러장 찍을 수 있어서 참으로 다행한 시간이었다. 더더욱 챠밍여사가 이번여행 전체를 감동적일정도로 행복감에 충만한 시간이었다고 하니 모시고 다닌 나로서는 그 또한 감사하고 기쁜 일일 수밖에........
바나힐의 매표소나 식당, 휴계실, 복도, 에스컬레이터 앞 등등의 사방 곳곳에 설치되어있는 모니터에선 온종일 한국의 모 케이블방송에서 제작 방송한 유명연예인이 등장하는 여행프로 (바나힐)편이 끊임없이 방송되고 있었다. 하루종일 같은 방송필름이 되돌려지고 있다. 그만큼 한국여행객이 많아서 일까? 아니면 한류열풍으로 아이돌의 출연에 힘입어 바나힐을 홍보하는 것일까? 뿐만아니라 귀국하고나서 얼마 지나지 않아 다른 케이블방송 여행프로에서 또 바나힐을 볼 수 있었다. 안개애 갇혀 아무것도 제대로 볼 수 없는 바나힐이 방송되고 있었다. 모두가 아니다. 하나는 날씨때문에 망친 방송이었고, 다른 하나는 짧은 시간애 몇가지 포인트만 보여주면서 방송분량을 채워햐만 하는 땜질식 억지방송이었다. 어느것도 제대로 바나힐을 보여주지 못했다. 그저 자신들은 방송분량을 채웠고 광고를 얻었고 홍보내지 안내를 충분히 해주었으니, 나머지는 찾아가는 사람들이 알아서 해결하라는 지극히 통과의례적인 태도로 보인다. (심층분석 취재 경험은 알아서 해라식 아닌감?) 현대적 오락방송의 극치라 하겠다.
그렇다면 결론은 하나가 아닐까?
방송을 믿지마라. 현혹되지 마라. 광고 따내기 위한(시청률 높이기 위한) 유명 연예인 섭외와 멋진 편집과 사진빨의 극치인 광고성 속임수니까. 여행잡지나 여행사 광고에도 전적으로 매달리진 마라.
여행자로 나서기 전에 공부부터 해라. 가고픈 여행지에 대해 사전에 충분히 공부해라. 공부한 만큼만 보이고 노력한 만큼 즐겁고 유익한것이 여행이다. 그리고 과감하게 발품을 팔아라. 걸어서 직접 찾아가는 즐거음을 결코 포기하지 마라. 진정한 여행의 즐거음은 바로 그 속에 있다. 티비방송엔 잡지엔 광고엔 없다.
이젠 우리 모두 아프지 않고 열심히 일상에 다시 충실하면 된다.
까짓, 이미 비행기표까지 마련해 둔 마당에 어딘들 못가랴?
다음 여행은 당연히 유럽이다.
이스탄불을 거쳐 몰타와 시칠리아를 가고 싶다.
차선으로는 이스탄불을 거쳐 모로코다.
어서 내년 2월이 오면 좋겠다.
문득 누군가의 말이 새삼스레 떠오른다.
"그대가 지금 보내고 있는 오늘 하루는, 어제 죽어간 그 어떤 사람이 그토록 간절하게 갖고 싶어했던 내일이었느니라."
아멘.
--- 챠밍여사의 인도차이나 여행기를 읽어주신분들께 감사드립니다. 다음 여행기도 기대해 주세요. 피안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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