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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이야기

(알 럽 트래블) 로마에서 비잔티움까지 -- 프롤로그

by 피안재 2018. 2. 8.

 

 

 

 

 

 

 

 

 

 

 

 

 

 

 

 

 

 

 

 

 

 

 

 

 

 

 

 

                      나는 너에게 선물할 진주가 없다.

                         너에게 줄 다이아몬드도 없다.

                         너에게 건네줄 꽃다발도 없다.

                         하지만....  너에게 건네줄 세마디의 아름다운 말은 가지고 있다.

 

                         신의 은총이 함께하기를........

 

 

 

 

 

 

 

 

 

 

 

 

 

 

 

  처음 계획은 구정의 끝자락인 2월18일에 떠나서 3월 4일에 돌아오는 보름여정의 여행으로 챠밍여사와 함께 떠나기로 하고 항공권 구입과 호텔예약까지 마쳐놓은 상태였다.  이스탄불을 거점으로 왕복하기로 하고 몰타와 시칠리아를 돌아볼 생각이었다.

  그렇게 한달 이상의 시간을 스케줄  조정해 가면서 항공권 티켓팅 하기까지 아무런 일이 없더니만, 더하여 이번여행의 항공권은 챠밍여사가 부담하기로 하여 거금까지 보조 받아서 비행기표를 사고나니 갑자기 이때부터  덜컥 이런저런 일들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구정을 세자마자 서둘러 새롭게 시작해야하는 현장일도 갑자기 생겨났고, 챠밍여사도 이것저것 할 일들이 생겨났다.

  어쩔수 없이 티켓팅 4일만에 약간의 페널티를 먹으면서 항공권을 취소했다.  호텔예약은 기간이 상당히 남아있어서 취소가 쉬웠다. 

  '까짓...... 들꽃이 만발하는 따스한 5월쯤에나 떠나게 하시려는 지극히 높은곳의 그 분 뜻이겠거니' 했다.  5월 이라면 그렇게 갈망하던 이탈리아의 알프스 코르티나 담페쵸의 (돌로미티)로 항로를 바꿀 수도 있으니 말이다.

  그런데........

  그런데 그게 말씀이다.

  지난달 말에 2017년의 업무 종무식을 한 후로 정말로 정말로......  아무런 일거리도 생기지 않는 것이었다.

  배낭에 책을 잔뜩 넣어 짊어지고 들로 산으로 체력보충을 위해 걷고 또 걷고........

  날 좋은 때는 바빠서 못가던 산에 약초 이파리와 줄기가 다 말라비틀어져 떨어진 겨울에......  미친척하고 도라지 캔다고 올라가 보고...... 꽝.

  눈내리는 날에 청승떨면서 체중조절한다고 배낭메고 멀리 시골까지 걸어갔다가 버스타고 돌아오고.......

  파트너와 협력업체와 상상을 초월하는 금년의 시장경기와 동향을 파악하기는 커녕 신세한탄하면서 소맥이나 마셔대고........

  하루..... 이틀...... 일주일....... 보름.........

  '까짓꺼 쉬는 김에 구정까지 팍 팍 쉬고.......  훌쩍 가볍게 여행이나 다녀와서 새로운 마음으로 다시 일을 시작하면 되겠지'  라고 다짐하면서 버텼었는데........  어쩌다 보니 비행기표 취소에 여행까지 도루아물타불 된 상황에서도 당장 할 일이 없다.

  바쁠때는 그 없는 시간을 쪼개고 또 쪼개가면서도  온갖 할짓은 다 하면서 살아가는 내가..........

  이렇게 마냥 무진장 허락되는 시간속에서는 견뎌내지를 못한다.

  미.친.다.

  살.아.서.숨.만.쉰.다.고.살.아.있.는.게.아.니.다.

 

 

  견디다 못해 비장의 '꽁수카드'를 꺼내 들었다.

  이 엄청난.......  실로 말도 안되는 꽁수카드를 꺼내면 그 결과야 어찌되었든 우선은 생각대로 되겠지만......  그 후폭풍이 실로 만만치가 않을 것이다.  후폭풍이 무척 두렵기는 한데..........

  그날 밤을 꼬박 새워가면서 항공권을 찾아다녔다.  구정 전에 다녀올 수 있는 항공권으로..........

  시간이 촉박 할 뿐더러  모든 대한민국의 여행사들에게 구정 전후와 겨울방학기간은 (특수) 중의 (특수)기간이 아닌가.  여행사 매출 1년의 성패가 바로 이기간에 달려있다해도 과언이 아니다.

  결론은 (뱅기표가 없다) 였다.  내가 바라는 이스탄불 노선이 요즘들어 엄청 핫(hot)하게 떠오른 반증이었다. 물론 정상가 보다 엄청 윗돈을 주는 항공권은 있었다.  하지만 이미 이스탄불을 두 번이나 다녀본 처지로 윗돈까지 얹어서는 못간다.   이스탄불까지만 가면 나머지는 어떻게든 다 알아서 할 자신이 있것만 야속하게도........

  그러다 새벽녁에 불현듯........ '이스탄불이 아니라 주변 다른 도시로 들어가서 이스탄불로 나오면 되잖아' 하는 생각이 스쳤다.  그래서 검색창에 도시 이름을 바꾸어서 처음부터 다시 시작을 했다.  그러다 기적처럼 마침내 한 도시를 찾아냈다.

  아.테.네.

  아테네로 들어가서 시칠리아로 넘어가서는 다시 몰타로 건너가고,  그 다음에 이스탄불로 날아갔다가 돌아오는 스케줄이 완성되었다.

  시간이 급박해 당장 티켓팅을 해야겠는데.........  러시아 항공  1회 경유하는 노선으로 항공료도 통상 내가 설정하는 가격보다 아주 약간 높은  금상첨화였는데.........  아무리 꽁수카드를 끄집어 들었기로 '선전포고도 없이 무작정 전쟁이다' 하고 돌진할 수는 없었다.

  주일(일요일)에 교회 다녀오기를 기다려서 시내의 모처에서 외식을 하면서 우선 취소된 여행의 뱅기표 값을 되돌려 준다. 

  '가지고 있다가 다음 여행에 쓰면 되잖아' 하시는데.......  내가 이미 딴 생각을 하고 있으니.......  그 돈도 안돌려주고 무작정 내빼듯이 도망가버리면.....  그때부터 들어야 하는 원망에 더해 이 돈 타령까지 더해질게 뻔한데...........

  거기다 챠밍여사가 누군가.  귀신 할망구 이상으로 촉이 뛰어나신 분이 아닌가..........  내가 굳이 돈을 돌려주고자 하는 분위기에 벌써 이상한 조짐을 눈치채기 시작했다.

  백병전이 시작됐다.  챠밍여사가 무차별 난사로 공격해 오고 난 육탄방어로 장기전에 돌입을 한다.  내가 이정도 수작을 부리기 시작했다면 이미 완벽한 음모가 사전계획을 넘어서 이미 실행되는 중이고.  세상 없어도 중간에 그만 둘 위인이 아니라는걸 잘 알고 있는 챠밍여사가 자리를 박차고 식당을 나갔다.

  후회와 미안함이 몰려들기 시작했다.

  그넘의 여행이 뭐기에 이렇게까지 해야하나.......  좀 기다렸다가 같이 나가지.......... 이 해삼 말미잘 멍텅구리 빠가사리 물메기............

  그러다가 문득 한 사내를 떠 올렸다.

 

  황금갑옷에 눈부신 백마를 타고 있는  로마의 사내였다.  그가 천천히 말을 몰아 루비콘 강물속으로 걸어들어가고 있었다.  말을 멈추더니 고개를 돌려 그윽한 시선으로 나를 돌아다 보았다.  동시에 사내가 내쪽으로 무엇인가를 툭 하고 던졌다.

  주.사.위.였.다.

 

 

 

 

 

 

 

 

 

 

 

 

 

 

 

 

 

 

 

 

 

 

 

 

 

 

 

 

 

  까만밤을 하얗게 새웠는지  하얀밤을 까맣게 새웠는지  나는 알지 못하겠다.

  아뭏튼 아침은 왔고  나는 던저진 주사위의 가르침대로 티켓팅을 마무리 하려고 인터넷을 두드리는데.......  아뿔싸.

  분명 그제밤에 \910.000 이었던 항공권이 이 새벽에 \1.340.000 으로 뜬다.  재부팅에 재검색을 해도 분명한 사실이다.

  오.마.이.갓.

  챠밍여사의 주술이 통한건지,  나의 '꽁수카드'에 저주가 내린것인지 온통 정신이 혼미해져만 갔다.

  '상황이 이지경이 되어서 내가 잘못했다'  이제와서 무릎 꿇고 빌기도........  이미 벌여놓은 사태가 엄청났다.

  세상에 어쩌자고 시방 이런일이 나에게...........

  그때였다.

  지난밤에 불쑥 나타나 나에게 루비콘 강에서 주사위를 던지던 그 사내가  느닷없이 다시 나타나 나를 보며 윙크를 보내더니 손짓으로 다시 나를 불렀다.

  '내가 이미 분명하게 너에게 말했었다.  세상에 모든길은 어디?  로마로 통한다고...........'

  오.로.마.를. 잊.고.있.었.구.나.

  로.마.

  로.마.

  그래서 다시 모든 검색어를 다 떨쳐내고......  로마로 들어가서 이스탄불로 나오는 루트를 검색하기 시작했다.

  오.마.이.갓.

  1월 18일(목)에 로마로 들어가서 2월 7(수)일 이스탄불로 나오는 19박 21일의 항공 스케줄이 쨘하고 내 두 눈앞에 등장을 했다.

  즉시 티켓팅을 했다.

  그리곤 시침 뚝!!!!!

  표정관리에 남달리 신경을 쓰고..........  바야흐로 불과 나흘 뒤............  나는 모스코바 경유 로마행 비행기에 배낭을 실었다.

 

 

 

 

 

 

 

 

 

 

 

 

 

 

 

 

 

 

  요즘 거대한 동체의 에어버스는 러시아 국영 항공사에서 아도 했나보다.

  에어로플롯(아에로플롯이라는 러시아 국영항공사)의 거대한 동체가 지면을 박차고 하늘로 솟아오르는 순간에도 나는 걱정과 두렴움을 떨쳐낼 수가 없었다.

  나를 실어나르는 이 비행기의 거대한 동체 이상의 미안함과 어떤 안타까움이 나를 사정없이 짖누르고 있었다.

  그러나 나는 이미 알고 있고  또 믿고 있는 구석이 있다.

  챠밍여사라는 그 양반.......  그렇게 나를 구박하듯 공격했어도 이미........  비행기가 떴다고 치면.......  제발 무사히만 돌아와 달라고 기도할 사람이라는 것을........   허울뿐인 나의 존재와 가치가 아직은 해야할 일도 보여줄 것도 많다고 열심히 나를 설득해 무시 귀환하도록 종용할 사람이라는 것을........  사실인 즉은  이런 내막까지 이미 알고있다는 내가 ( 더 나쁜 놈?)  더 웃기고 미안해진다.......

  솔직해 말하자면야.......  꼼수카드가 통하는 것은.......  내가 이길 확률이 높다는 사전 인식에서인데.......  챠밍여사에겐 감춰진 비장의 무기 내지 카드가 있다.

  바로 우리의 소중한 아들이다.

  나는 대부분의 인생동안 아내에게 심려를 끼쳤고 근심덩어리였기게 항상 질 수 밖에 없었는데......  어느날 뻔뻔스럽게 인생이 변하더니...... 항상 그녀를 우선으로 하고 배려하고  받들며 살고 싶다는 마음인데........  요번처럼 이럴때는 아니다.  이건 내 본능의 문제라 할까..... ㅎㅎㅎ

챠밍여사의 절대적 특권은 이럴때 즉각적으로 아들에게 곧바로 사실을 이야기하고 도움을 청하는 일이다.  그러면 아들은 자신의 가치관에 입각해 냉정하게 생각하고 판단해서 나에게 연락을 한다.  그리고..,.....  난 아들에겐 언제나 새하얀 백지를 들고 항복을 한다.

  천하의 역마살을 타고난 나 이지만....... 난 아들 앞에선 부족한것이 많고 한없이 부끄러운 그저 지나간 세월의 흔적만  가득한 초로의 인생살이에 서툰 한 남자이다.(어디까지나 나만의 생각이지만)

  챠밍여사는 비행기가 떠나는 순간까지 아들에게 이야기 하지 않았고.........  나는 그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나는 잊지 못하고 기억한다.

  챠밍여사가 아들에게 이야기 했으면 아들은 틀림없이 이번여행이 무리라고 말했을 것이고......  그러면 나는 아무 이의없이 이번 여행을 순순히 접었을 것이다. 그것은 금전적인 손실 문제가 아니라......  우리 가족간의 신뢰에 대한 문제였을테니까......

  비행기는 이륙했다.

  챠밍여사는 중간에.......  어쩌면 여행이 끝나는 시점까지 아들에게 이야기 안했을 수도 있다는것을 나는 안다.

  아마도 안했고.....  시간이 지나 어쩌다 자연스레 아들이 알게 할 것이다.(여행을 마친 오늘까지 나는 아직 아들이 알고 있는지 모른다.) 

  그렇다면........  과연 이 죄를 모두 다  어찌할꼬??????

 

 

 

 

 

 

 

 

 

 

 

 

 

 

 

 

 

 

 

 

 

 

 

  로마.

  사람들은 로마를 영원의 도시라고 부른다.

  정말로 그랬다.  아테네가 쇠락해진 국력만큼이나 그 찬란했던 빛을 상당히 잃어버린 지금,  로마는 이 순간에도 엄청난 번영을 누리고 있다.  조상들이 누렸던 화려하고 장엄한 역사의 기록과 자취에서, 이제는 그 조상들이 물려준 문화와 유물들로 지구상에서 그 어는나라 보다도 관광의 혜택을 가장 크게 보는 나라가 되었다.  참으로 매력적인 도시였다.

 

  피렌체.

  단 하루의 일정만을 피렌체에 할애한것은 참으로 멍청한 선택이었다

  '르네상스'라는 단어를 굳이 떠올리지 않아도,  그냥 거리를 걷고 골목들을 기웃거리다 보면 '문예부흥'이라는 것이 이런것이었구나 라는 생각이 절로 생겨났다.  말썽을 피우고 골목으로 뛰어 달아나는 레오나드로 다빈치가 보이고,   메디치가의 사무실옆 골목에서 자신의 할아버지 모습을 조각하고 있는 미켈란젤로도 보인다.   산죠반니 성당 청동문 제작 콩코르에서 떨어딘 부르넬리스키가 선술집에서 술에 취해 자신의 신세를 한탄하고 있다.  그리고 산타트리티니 다리 위에서 흘러가는 아르노 강물을 내려다보면서 눈물을 흘리고 있는 저 사내는 바로 단테가 아닌가?

 

  팔레르모.

  비잔틴과 이슬람 문화가 사방 이곳저곳에 조금은 혼란스러울만치 뒤석여져 있다.

  시칠리아섬의 주도(수도)라고는 하나  뉴씨티나 올드시티나 많이 허름하듯하면서 산만하기도 하고 좀 지저분하기도 하다.

  그러나 모든 문화와 예술품들과 성당들이 본토인 로마나 피렌체와는 어딘가 좀 다른 느낌이 강하게 든다.  첫인상과는 달리 시간이 지날수록 상당히 매력적인 도시였다.  팔레르모를 중심으로 시칠리아는 언제고 꼭 다시한번 찾아가 좀 더 여유로운 시간들을 가지고 싶다.

 

  체팔루에는 이제 토토가 살지 않았다.  토토가 그렇게 죽어라 찾아가던 영화관도 이제는 없다.  체팔루의 어느곳에서도  이제는 누가 일부러 지적해 주지 않는다면 '시네마 천국'의 자취는 느껴볼 수가 없다.  아주 작고 소박한 도시 체팔루에선  그저 말그대로 이탈리아의 소박한 소시민들이 살아가는 자연스런 삶과 무척이나 아름다운 해변을 볼 수가 았었다.

 

  아그리젠토는  솔직히 기대에 많이 못미쳤다.

  물론 보존이 썩 잘된 신전이나 형편없이 무너져버린 신전이나 그 역사적 의미나 가치가 엄청나다는 것은 전제하고라고,  거기까지 찾아가는 시간과 노력에 비해서는 적어도 나에게는 그렇게 썩 매력적이지 못했다.

 

  카타니아.

  로마에 못지않을 정도로 보고 느끼고 즐길것이 많은 도시였다.  현지에서 계속 공부를 하게끔 만드는 도시이기도 했다.

  번영을 누리던 카타니아는 십자군전쟁 이후로 이 지역을 점령한 이슬람 세력이 이곳을 파괴하고  북쪽으로 새로운 도시인 팔레르모를 세우고 중심으로 활용하면서 역사에서 쓸쓸히 사라져갔다.  황페한 산언덕으로 버려졌던 카타니아에 사람들이 다시 찾아들고 살아가기 시작한것은 한 역사가에 의해서 묻혀졌던 유적들이 발견되면서부터였고,  그리 오래지 않은 20세기 초반의 일이었다.

  전체여행 기간중에서  가장 여유로움으로 가장많이 걸어다니면서 여행의 즐거움을 한껏 누린곳이 바로 카타니아 였다.  그리스와 로마와 이슬람까지의 매력이 차고 넘치는 도시였다.

 

  타오르미나는 한번쯤은 그리고 하루쯤은 할애해서 꼭 다녀오시라고 권해드리고 싶은 예쁜 도시였다.  흔히들 멋진 바닷가 언덕의 도시하면 산토리니나 아말피해변을 떠올리는데,  그 도시들에 비해 전혀 손색이 없는 깜찍한 매력의 도시 타오르미나가 있다.  비수기인 겨울에는 해변으로 오르내리는 케이블카가 운행을 하지않아서 죽을똥 살똥 걸어서 오르내려야만 했다.  결혼 기념 사진이나 광고나 작품사진 찍기에도 전혀 손색이 없을만치 까찜스럽게 아름다운 작은 도시가 바로 타오르미나 였다.

 

  사라쿠사는 시칠리아섬 전체의 도시중에서 그리이스로 인해 가장 먼저 탄생한 도시가 바로 사라쿠사였다.  전체 이탈리아 반도중에서 지중해를 내다보며 가장 남쪽에 위치한 도시란 특징에서 시작되었다.  저만치 바다건너로 잘 살피면 아프리카가 보일 수도 있다.  그만큼 오래되고 소중한 역사와 문화유산이 고스란히 사라쿠사의 품속에 안겨져 있다.  그 아프리카를 건너다보고 있는 남쪽바다의 항구에는 베네치아를 연상시키기에 충분할만큼 수많은 요트들이 정박해 있다.  시칠리아에서 가장 매력이 차고 넘치는 도시가 바로 사라쿠사였다.

 

  몰타.

  쓰기는 몰타라고 쓰지만 모두가 말타라고 읽는다.

  황홀하고 매력이 넘치는 섬여행.  바로 몰타이다.

  적어도 나에게 있어서는 로마 보다도 몰타여행이 인상적이었고 훌륭했다.  로마 보다도 몰타가 더 좋았다.

  한국적 표현인 '쪽빛바다' '푸른바다' '시퍼런바다' '검푸른바다'.........  왠지 그런표현만으로는 어딘가......  무엇인가가 많이 부족하다.

  적어도 '코발트빛 바다' 라든가 ' 그 짙푸른 아주리의 바다' 정도는 해주어야만 할 것같다.  정말로 정말로 그렇다.  나는 60년 가까이를 살아오면서 이렇게 짙푸르고 맑은 바다를 본적이 없다.  그런 바다가 이나라를 사방으로 꼭 에워싸고 있다.

 

  발레타는 쉽게 말하자면 '요한기사단의 성채도시'라는 표현 그대로가 사실이다.

  장엄하고 아름답고 웅장하고 수많은 대서사시가 아로새겨진 그야말로 이 세상에 몇 안되는 최고의 여행지였다.  발레타는 사랑스럽다.  누구라도 발레타에 있으면 곁에 있는 사람을 사랑하게만 될것 같다.  정말 꿈결같은 시간이 그곳에 있었다.

 

  슬레이마세인트 줄리안은 해변길로 발레타까지 서로 연결되어 있는 마치 해변 산책로와 같은 도시들이다.  정말로 아름다운 해변산책로였다.  그 연장은 발레타 건너편의 쓰리씨티까지도 게속되는데,  해안의 그 도시들 사이는 또 짧게 곧바로 질러서 바다를 건너가는 시내버스 같은 로컬페리가 운행하고 있다.

 

  고조섬을 단 하루에 제대로 모두 둘러본다는 것은 절대적으로 무리라 할 수 있겠다.  그러나 어찌하겠는가.  나의 치명적인 실수로 시간을 날려버리게 되었고,  결국은 고조섬을 단 하루 남은 시점에서야 사둘러 둘러볼 수 밖에 없게 되었다.  신발이 하나 거덜나서 버리게되고 엄청 땀을 흘리게 되고,  근육통에 몸살까지 겪을 정도로 열심히 고조섬을 돌아다녔다.  그러나 끝내 제대로 둘러보지 못했다.

  정말 아쉬움이 많이 남았다.

 

  이스탄불.

  여행이라는 단어 앞에서 이스탄불은 그 처음부터 나에게 있어서 로망이었고, 지금도 이스탄불은 나에게 있어서 최고의 감동이며 사랑이다.

  나는 참 이스탄불이 좋다.

 

 

  프롤로그를 마치면서.

  여행이 걸어지게되면 요일 감각을 상실하게 된다.

  계획했던 일정들이 있으니 날짜는 아주 정확하게 짚으면 지나가지만,  딱히 필요가 없어지는 요일은 점차 시간이 지나면서 무감각해진다.

  그런 이유로 이번 여행에서 두 번의 실수를 경험 했다.

  몰타에서 이스탄불가는 항공권을 미리 사야한다는 생각을 미리 했었으면서도  매일매일 버스나 기차를 타고 인근의 소도시들을 찾아다니느라고 요일을 까먹고 있었다.  내 스케줄 상으로는 몰타에서 5일을 머물고 이스탄불로 날아가 3일을 머문 뒤 귀국하는 일정이었는데 말이다.  문득 생각이나서 여행사에 들렸는데....... 내가 이스탄불행을 계획한 날이 토요일이라는 것이 문제였다.  토요일 일요일 아예 비행기표가 없었다.  그러다가 한여행사에서 토요일 낮에 표를 구했는데 자그만치 58만원이라는 것이었다.  거기다 20유로의 커미션까지 요구한다.  한국에서 로마로 들어가 이스탄불에서 나오는 항공권을 8심6만원에 샀는데......  짧은구간 편도에 60만원이란다.  밖으로 나와서 1시간 거리의 비행장으로 버스를 타고 갔다.  여러 항공사 부스를 직접 찾아다녔다.  그런데 표가 없다.  이런 젠장할........

  터키항공사 부스의 친절한 아줌마가 하시는 말씀이........'월요일에 가시면 안되나요?  보편적인 정상가인 십오만 4천원 정도에 표가 있는데......' 한다.  그런데 월요일은 절대 안된다.  그럼 이스탄불에서 실제론 1박2일 정도밖에 시간이 허락되질 않는다.  그래서 머리를 쥐어 뜯으면 잠시 생각하다가 불쑥 '예쁜 아줌마.  차라리 금요일 저녁에 표가 있나 봐주실래요?'  잠시 지나서 답변이 왔는데........  금요일 오후에 표가 넉장 남았는데 심구만칠천원 정도 한단다.  나는 그 즉시 티켓팅을 했다.

  몰타에서 하루의 시간을 줄여서 이스탄불에서 풍요롭게 쓰기로........  그러다 보니 고조섬 투어 같은것이 아쉽고 무리하게 될 수 밖에.....

  다른 하나는 이스탄불에서 이번엔 꼭 '전쟁사 박물관'에 가보고 싶었다.  십자군 전쟁의 기록들과 오스만과 요한기사단의 전투들을 좀 더 심도있게 공부해 보기 위함이었다.  그래서 새벽같이 찾아나선 날이 무심코 월요일이었다.  그런데 전쟁사박물관은 월요일 화요일 이틀이 휴관일이다.  아뿔싸.  또다시 다음기회에나........

 

  가장 큰 아쉬움으로는 '황제 프리드리히 2세'를 직접 만나보지 못하고 돌아오게 된 것이다.

  팔레르모의 두오모(대성당)을 두번을 방문했었다.  그런데 프리드리히 2세의 무덤 앞에 널판지들로 가로막혀 있고 검은 휘장에 뒤덮여 있었다.

  무슨 보수공사가 필요한 모양이었다.  별도의 부탁까지 해 보았는데 현재는 완전 봉쇄 상태라는 답변이었다.  떠나는 날 터미널까지 걸어가는 길에 또 들려보았다. 혹시 삼세번이라면......  보수공사중인 틈새로라도.........  결국은 허사였다.

  그리고 더하여 또 다른 아쉬움은 이제는 사라진 '아주르 윈도우'였다.  바위벼랑에 서서 보니 아주르 바다는 여전한데 윈도우는 어디론가 사라지고 없었다.

  2016년 10월에 나는 이스탄불에 있었다.  내가 귀국한 후에 아주르 윈도우가 무너저 내렸다.  지질학자들이 20년~50년은 더 건재할 것이라 했었는데........  그렇게 무너질줄 알았더라면 난 그때 몰타에 갔었을 것이다.  허망했다.

 

 

 

 

 

  마음으로는 지금도 그곳을 걸어다니고 있는 기분이다.

  한 1주일에서 열흘만 더 시간이 있었다면........  정말 아쉬움이 대단하다.

  그만큼 이번 여행내내 그 모든곳이 더 없이 좋았다.

  한 2년쯤 지나서.......  좀 더 풍족할만큼 시간을 내서 그곳을........  이번과 똑같은 동선으로 다시 간다면......  아마도 이번보다 더 황홀한 여행이 될것만 같다.

  난 정말로 다시 돌아가고 싶다.

 

 

  이젠 본격적인 여행기로 보다 소상하게 지중해의 푸른바다가 있는 아름답고 소중한 여행지를 소개해드리고자 한다.   피안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