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여행 이야기

(알 럽 트래블) 송구영신 (送舊迎新)

by 피안재 2017. 12. 13.

 

 

 

 

 

 

 

 

 

 

 

 

  요즘 송년회 모임이 잦은편이다.

  겨울비가 제법 세차게 내리고 불어오는 차가운 바람에 금방이라도 우산이 뒤집어질것만 같은 그런날에 안림동으로 모임엘 갔다.

  제법 알려진 '굴요리집' 이다.

  껍질을 잘 벗겨내고 뽀얀 굴살이 모습을 드러내면 저절로 탄성이 솟아나온다.  소금기가 남아있는 굴즙과 함께 통통하고 미끈한 살점이 모습을 드러내면 어느새 목구멍을 타고 꿀꺽 침이 넘어가는 소리를 느낄 수가 있다.

  유럽에가면 굴요리는 상당히 고급요리에 속한다.  날것을 거의 먹지않는 그들에게 있어서도 굴요리만은 최상급으로 친다.  옛날부터 왕이나 귀족들 그리로 호색한(?)들이 주로 즐겼다는 일화에서 부터 심지어는 굴생산지를 두고 국가간에 전쟁까지 불사했다는 이야기가 전해내려온다.

  굴은 찬바람이 불때부터가 제철이라 했다.

  바야흐로 지금이 굴을 먹기에 최고로 좋은 시기라 하겠다.

  일일이 굴의 풍미와 씹힐때의 식감을 느껴보기도 전에....... 그날 정말 푸짐하게 실컷 생굴을 즐겼다.  물론 그날 주거니 받거니한 술도 한도가 넘어섰다고 느낄만큼 마셔댔다.

  모처럼 만나는 친구들에게서 많은 질문공세를 받았다.

  연말과 새해를 이용해 이미 내가 다녀온 여행지로 여행을 준비하고있는 친구들이 질문이 많았다.

  - 나도 배낭여행을 가고는 싶은데....... 언어가 통해?  용기와 배짱이 있어야 할거 같아.  여행 중간엔 주로 뭐를 타고 다녀?  비자는?  음식은 입에 맞아?  열흘 이상이면 좀 지루하지 않아?  부부만 단 둘이 다니면 안싸워?  정말로 경비가 확 줄어들어?  어디가 가장 좋았어?  다음엔 어디로 갈꺼야?  혼자가 더 좋아 부부 함께가 더 좋아?  소매치기는 안 당해 봤어?  너 처럼 예약도 없이 갔다가 방이 없으면 어떻게 해. 제일 맛있게 먹은 음식이 뭐야?  선물은 뭐가 좋을까? 캐리어랑 배낭이랑 어떤게 편해?.......... 등 등.

   일일이 질문마다 성의있게 답변은 해준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대화를 해가면서 질문하는 모습들을 바라다보면  왠지 무엇인가가 '이건 아니지' 싶은 무언가가 마음 한켠을 지키고 서 있다.

  '직접 격어봐' 라고 오로지 한가지 답변만으로도 충분할 것 같은데.......  그렇게 말하면 저들이 어떻게 느낄까?

  사람 살아가는것이 참으로 복잡하게만 느껴진다.

 

 

  비가 채 아직 그치지 않았지만 함께 차에 타자는 친구들의 제안을 거절하고 우산도 접은 채로 도로 위를 걷는다.

  칠흑 같이 어두운 밤하늘을 올려다 본다.

  차가운 빗방울들이 얼굴에 날아와서 산산히 부서진다.

  아!

  어두운 하늘 저편 어딘가에 마음 한조각을 두고 왔나보다.

  모진 바람이 가슴 한구석을 휑하니 그대로 통과해 지나간다.

  이 세상 어딘가에 있을 나 혼자만의 바다가 있는 그곳이 보고 싶다.

  이 세상 어딘가에 있을 나 혼자만의 들꽃이 만발한 그 들판을 가고 싶다.

  이 세상 어딘가에 있을 나 혼자만의 골짜기를 지나 산등성이에 서서 지극히 높은 분의 시선으로 드넓은 세상을 내려다 보고 싶다.

  혹 이도저도 아닌들 어떠랴.

  이 세상 어디에든지 살아가고 있는 수많은 사람들을 찾아가 만나고 싶다.

  나의 두 발로 걷고, 나의 두 눈으로 보고,  나의 두 팔로 그들을 안아줄 수 있을때까지.........

 

 

 

 

 

 

 

 

 

 

 

 

 

 

 

 

 

 

 

 

 

 

 

 

 

 

 

 

 

 

  - 왜그렇게 오로지 로컬투어만 고집하는거니?

  - 배낭여행이 뭐가 그렇게 좋은거니?

  - 패키지랑 배낭여행이랑 뭐가 다른건데?

  - 너 패키지여행도 해 봤니?

 

  이렇게 근본적이다 못해 근원적인 질문을 받으면 잠시 당혹스러워 진다.

  '아니 아직 그런것도 모른단 말이야' 하고 싶지만  이내 말꼬리를 내려 감추고 만다.  쉽게 설명할 일도, 또 쉽게 이해가 될 일도 아니기 때문이다.

  '패키지엔 없는 약간의 부분이 배낭여행엔 있고,  배낭여행엔 없는 부분이 패키지엔 있어.  그뿐이야.'

  나로서는 아주 절묘한 타이밍과 테크닉이 가미된 적절한 답변이라 생각되지만,  상대편은 더욱 모르겠다는 듯이 눈만 멀뚱인다.

   오호. 통재라........

  물론 나도 패키지여행을 해보았다.

  나에게 아무런 선택권이나 결정권이 없던 청소년 시절에 말이다.

  나에게 있어서 패키지여행의 시작이자 마지막이 되었던 것은 중고등학교시절 수학여행이 전부다.  지금 가만히 생각해 보아도 그것은 분명 요즈음의 패키지여행이었다.

  그 후로 수없이 많은 여행을 다녀보았지만,  내가 가졌던 모든 여행은 내가 스스로 준비하고 게획하고 실행에 옮긴 자유배낭여행이 전부였다.  중학시절부터 시작한 캠핑여행 역시 배낭여행에 포함된다고 하겠다.  그래서 더 솔직히 말하자면 나는......  패키지여행에 대해서 잘 모른다.

  챠밍여사가 나와는 늘 배낭여행이지만,  친정식구들과는 종종 패키지를 다닌다.  패키지도 나름의 맛과 재미가 있다고 한다.  하지만 정작 더 즐거워하고 감동스러워 하는것은 나와 함께하는 배낭여행을 할 때이다.  이제는 죽어도 따라나설 태세임을 보면 알 수 있다.

  왜 패키지가 아닌 배낭여행만 다니냐고?

  많은 이유가 있겠지만 가장 핵심적인 이유는 바로 돈(money) 때문이다.

  처음 여행을 시작할 때 부터도 그러했고  당연히 지금도 배낭여행을 하는 가장 큰 이유는 바로 돈 문제이다.

  패키지처럼 넉넉한 여행자금을 준비했다면,  좀 편하게 여행사가 다 알아서 해주고  또 가이드가 따라다니며 현장에서 안내며 일처리며 숙식을 해결해주고 여행정보와 여행지식까지 안내를 해 주니 흔한말로 '깃발만 보고 따라다니면 된다'는  패키지가 좋은점도 있겠다.

  일상생활에서 자금을 쪼개서 여행준비를 하고,  시간을 쪼개 모아서 여행을 떠나는데 있어서  시간도 돈도 매우 아까운 생각은 늘 든다.

  특히 비싸고 여행경비의 상당부분을 차지하는 항공료 같은 부분 말이다.  비싼 항공료로 일주일 열흘 편하게 다녀오기엔 너무 아깝다.  그래서 나는 평소 시간을 모으고 모아서 평군 기본 보름 이상의 일정을 잡는것을 기본으로 한다.  거기에 한곳을 집중적으로 둘러보기 보다는 주면의 도시나 주변 국가들을 모아서 모처럼 한번 나갔을 때 많이 걷고 많이 보는 여행을 택한다.  여행사나 가이드의 도움이 없다보니 사전에 많은 공부와 준비를 필요로 하게 된다.  다소 힘겨운 일이지만 이 부분들만 해결하고 나면 시간적으로 아주 자유로와 지고,  여행경비면에서 상당히 절약된다.

  내가 혼자 떠나는 경우 한번 여행의 기간은 주로 18일에서 21일 정도를 가장 좋아한다.  현실에서 내 직업적인 일에 지장이 없어야 하는 선에서 말이다.  그러나 챠밍여사가 항상 맥시멈으로 요청하는 시간이 2주 정도여서 주로 15일을 여행기간으로 잡는다.

  나(우리)의 여행경비는 대충 평균을 내 보면 중상위권 여행사 패키지 비용의 50%~60%를 쓰고 있다.  나름은 할것 먹을것 다 하면서 말이다.

  비록 4성급 이상의 호텔과 일류 레스토랑은 못되지만 말이다.  지난 여행의 경우 준비해간 경비에서 1천백삼십이달러를 남겨왔다.  이 경비는 고스란히 다음여행의 예비비로 동행한다.

  남들이 8박9일 터키여행을 패키지로 한다면,  나는 그 비용으로 터키 열흘에 그리스 까지 열흘을 더해서 이십일을 더 알차게 다녀올 자신이 있다.

  그런 이유로 오늘도  나는 자유배낭여행을 즐긴다.

 

  어떤 사람들은 최고급 아라비카 원두에서 추출한 에스페레소를 마셔야만 진한 커피의 감동을 제대로 느낄 수 있다고 말하지만, 어떤 사람은 설탕과 프림이 잔뜩 들어간 립스틱 찐한 마담이 타주는 다방커피에서 진한 커피의 감동을 느낀다고도 한다.  심지어는  일정 비율로 조제된 항상 같은맛의 1회용 맥심커피야 말로 황금비율로 탄생한 정통커피의 결정체라 하기도 한다.

  어쩌면 여행도 커피와 같은 그런것이라 나는 생각하고 있다.

 

 

 

 

 

 

 

 

 

 

 

 

 

 

 

 

 

 

 

 

 

 

 

 

 

 

 

 

 

 

 

 

 

  여행(旅行)이란 말을 나타내는데 있어서 여(旅)는 나그네란 의미이다.

  그러니까 본래 여행이란  자기가 주로 머무는 거주지를 떠나 객지를 돌아다니는 일을 의미한다.

  그렇다면 여행은 어떻게 생겨나게 되었을까?

  아마도 나의 소견으로는 수렵생활의 시작이 바로 여행의 시작이었다고 생각한다.

  집 근처에서 사냥을 할 때도 있겠지만  인간은 점차 먼곳으로 이제와 다른 동물이나 물고기를 잡기 위해서 먼 타지로 길을 떠났을 것이다.

  그러다가 본격적인 여행이 시작된것은 바로 물물교환의 시대가 도래하면서 바야흐로 장사꾼이 등장하면서 시작된것이 본격적인 여행의 시작이라고 본다.  우리나라의 보부상이나  아라비아의 카라반을 연상하면 쉽게 이해가 될 것이다.  헤초스님이 서역으로 공부를 하러 떠난 이야기가 바로  장대한 여행기라 하겠다.

  그리고 바로 이 대목에서 나는 패키지여행과 배낭여행을 다시한번 쉽게 설명할 수가 있겠다.  카라반의 예로서...........

 

  끼니 조차 없는 바그다드의 한 가난한 집안에 일찍 어려서 글을 깨우치고 세상의 이치를 어느정도 깨달은 똑똑한 사내가 있었다. 소년은 시장거리를 자주 돌아보면서 장사야 말로 집안을 이르키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깨닫게 되었다.  소년은 동네 상인의 일을 거들면서 장사를 배웠고 받은 임금을 아끼고 또 아껴서 모았다.  몇년이 지나자 소년은 길을 떠나기로 작정했다.  사막을 건너 멀고 먼 다마스쿠스까지 장사를 다녀올 계획을 세웠다.  낙타를 한마리 장만하고 오가는 길과 묵어갈 곳을 남들에게 물어서 기록을 했다.  목마름과 해충과 마적들을 피하는 방법도 알아냈다.  그리고 마침내 소년을 홀로 길을 떠났다.  숱한 우여곡절을 견디며 마침내 다마스쿠스에 도착하였고, 장사를 통해 제법 큰 돈을 벌었다.  그는 그곳에서 또 다른 물건을 사들였고 마침내 고향 마드리드로 와서 부자가 되었다.  이것이 바로 진정한 배낭여행이라 하겠다.  아마도 여행은 그렇게 시작되었을 것이다.

 

  다마스쿠스에 커다란 재산을 가진 부자가 있었다.  어려서부터 영특하게 생긴 장사꾼이 되기를 희망하는 아들을 두었는데  부자 아비로서는 사뭇 걱정되는것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아들이 장성하여 바그다드로 장사를 배우러 가기를 희망하였다.  사막을 가로지르는 머나면 여정하며 사방에서 출몰하는 마적들이며 아들이 겪을 고생을 생각하니 여간 걱정이 아니었다.  그래서 부자는 특별한 결정을 하게 되었다.  다마스쿠스와 바그다드를 오가는 아주 커다란 카라반(상단)에 아들을 의탁하기로 한 것이다.  그들이 아들을 안전하게 데려가고 데려올 것이며,  마적들로 부터 신변을 지켜줄 것이고,  숙식을 모두 해결해 줄터이니  모든 걱정을 떨쳐낼 수가 있게 된것이다.  다만 이와같은 모든 문제의 해결은 부자가 카라반 상단에 금덩어리 한자루를 건넨 후에나 가능한 일이었다.  이것이 패키지의 시작이라 할 수 있겠다.

 

 

 

 

 

 

 

 

 

 

 

 

 

 

 

 

 

 

 

 

           <지금 이 순간 나는 또 새로운 꿈을 꾼다.>

 

   지극히 높은곳에 계신 그분께 크고도 감사할 일이 참으로 많은 한 해를 보냈다.

  우리 가족 모두가 건강하게 한 해를 무사하게 보낸것만으로도 충분한데, 우리의 소망인 태리가 아무탈없이 무럭무럭 잘 자라고 있음에 더 무얼 바라겠는가.  녀석 손잡고 여행 떠나는것이 내 노년의 가장 큰 바램일 것이다.

  아내와 함께한 가을여행도 더 없이 좋았다.

  이젠 이런 감사함으로 조용히 얼마남지 않은 한해를 잘 갈무리 하고 싶다.

  그런데........

  .

  .

  .

 

  어딘가에 마음 한조각을 남겨놓고 온것만 같은 느낌을 지울수가 없다.

  몇 날동안을 이런 감정을 떨쳐내지 못하고 멍하니 하늘만 쳐다보며 지내다 보니 어렴풋이나마 그 마음 한조각을 어디에 두고왔는지 알것만 같다.

  어찌할까나?

  잃어버렸던 마음 한조각을 찾기는 찾아야만 하겠는데........

  그늘지고 스산한 골목 녹슬은 계단의 난간 어딘가에 걸려 놓았는지.......

  황량한 바위산자락 말라비틀어진 나뭇가지에 걸려놓고 왔는지........

  푸르다못해 매맞은 상처처럼 검푸른 파도가 일렁이는 부둣가 난간에 걸려놓고 왔는지........

  하지만 암튼.........

  그 마음 한조각을 이스탄불에 남겨놓고 온것만은 분명하다.

  아!  이스탄불.

 

 

  아야 소피아도. 불루 모스크도. 갈라타 타워도 모두 그립지만.........

  오르타쿄이의 선창가 카페에 앉아 고즈넉한 자세로 브런치를 먹고 싶다.

  베벡의 해안가 골목을 거닐다가 아무 카페에든 들려서 진한 커피를 마시고 싶다.

  루멜리 히사르 성채에 올라 오스만의 정취가 가득한 공기를 마시며 보스포로스해를 바라보고 싶다.

  페리를 타고 바다를 건너 아시아 지역으로 간다. 카드쿄이에서 또 다른 터키를 만나고 싶다.

  한국에 (아리랑)이 있다면 터키에는 (위스큐다르 가는 길)이 있다.  누구나 들어보면 익숙한 멜로디가 흐르는 위스큐다르에서 터키 서민들의 삶의 모습을 구경하고 싶다.

  아!

  내 마음 한조각 그곳 어딘가에서 겨울바람에 이리저리 나뒹굴고만 있을것만 같다.

  하니 어쩌겠는가?

 

 

 

 

 

 

 

 

 

 

 

 

 

 

 

 

 

 

 

 

  처음엔 잃어버린 마음 한조각이 이란의 페르세 폴리스나 터키땅의 하산케이프에 있는 줄 알았다.

  아마도 이스탄불의 어딘가에서 어느 배낭여행자의 배낭에 주워 담겨져서 그리로 옴겨갔을줄 알았다.

  그래서 이란은 회교 율법이 엄격한 나라여서 여자여행자에겐 불편함이 상당하여 나 혼자 한 20일 잡고 다녀오려고 생각했었다.  테헤란으로 입국해서 육로로 버스를 타고 이동하면서 둘러보고 국경을 넘어 터키의 반 지역으로 들어가려 했다.  넴룻산과 마르딘과 산느우루파를 거쳐 하산케이프에 들른 다음 카파토키아에서 이스탄불을 게획했다.

  그러다 곰곰히 생각해 보니 아마도 갈라타다리에서 떨어트린 마음 한조각이 지중해를 가로질러 대서양 어귀까지 흘러갔으리라는 짐작이 갔다.

  그래서 스페인 마드리드로 들어갔다가 안달루시아를 거쳐  포루투갈 리스본을 보고 바다를 건너 모로코로 갈 계획을 세웠다.  탕헤르로 들어가 카사블랑카와 페스와 마라캐쉬 라바트를 보고 다시 바다를 건너 스페인으로 와서 바르셀로나를 보고  귀국길에 스탑오버로 프랑스 파리를 둘러보는 나홀로 완전 자유여행 21일 스케줄을 잡았는데.........

  '개뿔.  몬 맴이 수시로 조각나서 여기저기로 떨어져 나간대냐?  나가길?  개뿔.  아에 그딴 수작 시작부터 부리지 마라.  알았지?  그러다보면 내 후년쯤엔 마음 한조각 화성에 가 있겠다?  절.대.불.가!'

  가만히 마눌님 눈치를 살피니.......  이거 쬐끔 살벌한 수준이다.

  그래서 몇날 시간을 두고 마음 한조각이 없어서 사람이 맹해진 모습으로 수작을 거듭거듭 부려보는데............ 마눌님 왈.

  '그렇게 가고 싶으면 나 데리고 가.'

  - 당신은 요즘 바쁘잖아.  난 겨울 시즌이라 한가하고......  이럴때 내가 혼자 후딱 다녀와서......  당신은 날 풀리고 5월쯤에........

  '개뿔.  그럼 말인즉은  무조건 이 겨울에 혼자 다녀와야겠다는 거고......  5월엔 내 핑계로 또 나가가고......  가을쯤에 씨즌이 어떠니 저떠니 해서 또 또 또 나가겠다는 심뽀잖어.  당신이 무슨 여행사 직원이니?  차라리 이참에 실버 여행사 하나 차려.  그러면 상관 안할테니.'

  위기였다.

  에라이......  부부싸움 한번 대판 벌일 각오로 무조건 내튀고 볼까?

  며칠 뒤 챠밍여사가 불쑥 봉투를 하나 내밀었다.

  들여다 보니 머니(money)다.

  '지난번에 약속한 대로 유럽행 비행기표값이야.  날 데리고 갈거면 받고......  혼자 갈거면 이 액수만큼 벌금 내고 가.  봄에 애들 베트남 보내줘야 하니까. 선택해.'

  헐!

  그러니 뭐 어떻하겠어?

  애초부터 내 맴은 이스탄불에 떨어져 있는 걸로 해야지.  일본이나 대만에 떨어져 있는것이 아니라  이스탄불에 떨쳐놓고 오길 참 잘했다고 스스로 위안삼을 밖에.......... ㅎ

 

 

  비행기표를 왕창 샀다. 아주 쬐끔 모자랐는데  추가 재청구를 해야하는지  이해하고 나머지는 내가 부담해야 하는지 고심중이다.

  2018년 2월 17일(토)에 출발해서 총 다섯번의 비행기를 타고 다니다가 3얼4일(일)에 돌아오는 스케줄이다.

  이스탄불로 가서 흘려놓은 마음 한조각부터 찾고 3일간을 머물 계획이다.  오르타쿄이와 베벡은 꼭 갈것이다.  아이란즈 골목도 맘껏 사진에 담아볼 생각이다.

  그런 다음으로는 비행기를 타고 이탈리아 시칠리아 섬으로 날아간다.

  영화 (시네마 천국)과 (대부)의 배경무대가 되기도 했던 시칠리아.

  본토와는 사뭇 다른 이탈리아.  그리스와 로마와 비잔티움과 오스만의 이슬람문화까지 스며있는곳 시칠리아.  카타니아. 팔레르모. 아그리젠또. 사라쿠사. 타오르미나를 돌아볼 것이다. 시로코(sirocco)에 한껏 취해보려 한다.  시로코란 사하라사막에서 생겨나 지중해를 건너온 고온 건조한 바람으로 이곳 시칠리아의 독특한 문화와 생활을 만든 주역이다.  시로코 덕분에 시칠리아에는 오렌지와 아몬드와 포도와 올리브등의 과일들이 풍성하게 잘 자란다. 

  시칠리아에서의 1주일 여정이 끝나면 가까운 몰타로 날아갈 것이다.

  발레타로 들어가서 슬레에마와 세인트 줄리언스에서 나머지 일정을 머물면서 지중해의 푸른바다를 맘껏 누려 보리라.  고조섬도 다녀오고.....  다만 아주르 윈도우가 무너진 후여서 이제는 볼 수없는 것이 너무도 아쉽다.

 

 

 

 

 

 

 

 

 

 

 

 

 

 

 

 

 

 

 

 

 

 

 

 

 

 

 

 

 

 

 

  여행이 주는 최고의 보너스는 여행중에 길을 잃는것이라고 누군가가 말했다.

  충분히 공감이 가는 말이다.

  또 이런 이야기에 공감할 수 있는 사람만이 제대로 여행을 아는 사람이라고도 할 수 있겠다.

  길을 잃고, 바가지 상흔에 속상해도 보고,  버스나 기차를 놓치고, 숙소를 구하지 못해 마냥 헤매고, 거기에 날씨마저 여행자를 괴롭힐때......  시간이 지나면 그것이 다 추억이 된다.

  여행이 가져다 주는 보너스는 그뿐만이 아니다.

  일상생활에 활력을 불어넣어준다.

  내 경우는 여행 한달전쯤부터 실질적인 스케줄과 여행목적지에 대한 공부가 시작되면서 부터 이미 마음이 설레고 실제로 이미 여행을 시작한 듯한 느낌에 젖어든다.  항상 기분이 좋아지고 무엇인가 의욕이 넘쳐난다.

  시작도 하기전부터가 이런데 실질적인 여행 기간은 더 말해 무엇하겠는가.  한없이 마냥 그냥 좋다.

  여행에서 돌아오면 마치 즐거운 추억병에라도 걸린것처럼 막 돌아온 여행 분위기가 그대로 한 보름 정도 유지된다.  그러고 나서 사진이나 블로그 카페 정리를 하면서 또 여행을 떠올리다보면 한달반에서 두달정도는 그 설레는 기분과 가슴 뿌듯한 어떤 충만감이 항상 가슴 가득하다.

  그러다 보면 꼭 그 시점쯤에서 다음번 여행에 대한 실질적이고 구체적인 청사진이 또 새롭게 그려지고 있다.

  매번 그렇게 반복이 된다.

  즐거운 여행 한번은 석달에서 넉달정도 곁에서 살아가는데 엄청난 활력을 나에게 제공해 준다.  적어도 내게 있어서는 말이다.

 

  이제 여행 떠나는 날이 아직 두달정도나 남았음인데........  나는 벌써부터 설레는 마음을 주체할 길이 없다.

  그러면서는 벌써 또 그다음 여행지를 물색하고 있는 나...........

 

 

  저물어가는 금년 한해에 감사하면서......  밝은 태양을 함께 바라보며 살아가는 모든 사람들이 다 건강하고 행복하기를 빌어본다.  피안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