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원전으로 거슬러 올라가는 아르메니아의 수도 예레반의 구도시 흔적은 현재의 도심에서 제법 벗어난 산언덕 위에 조금 남아있다. 하여 실크로드의 중심도시였으며, 오스만과 페르시아. 그리고 아랍이 각축을 벌이던 고대도시를 연상한다면 지금의 예레반과는 아주아주 먼 전혀 다른 이야기가 된다.
(구)소련의 철저한 계획에 의하여 현대식으로 재탄생한 예레반은 모스코바를 비롯한 여타의 다른 소비에트 연방의 도시들과도 사뭇 다르다.
공화국 광장(독립 광장)을 중심으로 방사형을 이루며 사방으로 곧게 뻗어나간 길이 예레반을 상징하며 프랑스 파리나 스페인의 마드리드를 연상 시킨다. 인접국가들인 터키의 이스탄불이나 조지아의 트빌리시나 아제르바이젠의 바쿠와도 전혀 다른 도시 풍경이다.
수도 예레반의 정점이라 할 수 있는 공화국광장을 중심으로 거대한 인공 연못과 분수를 만들었고, 이것들을 에워싸듯이 정부 청사의 건물들과 박물관 미술관이 아름답게 들어서 있다. 이색적인 호텔 건물도 하나 그 틈에 끼어있으며 사방으로 카페와 레스토랑들이 상당히 발전된 모습으로 자리를 잡고 있다.
도심을 거닐다 보면 사방으로 부터 어디에선가 오페라 선율이 흘러 나온다. 이 도시의 품격을 말해주는 듯 하다.
자연스레 풍겨나오는 신고전풍의 분위기가 한눈에도 게획적으로 설계된 광장이며 도시임을 느낄 수 있게 만들어 준다.
이 에레반의 배꼽인 공화국 광장을 중심으로 방사형으로 뻗은 길과 건물들을 몇 블럭 떨어진 곳에 도시 중심을 감싸듯 휘감아 도는 모스코브얀 대로를 따라 둥굴게 타원형 모습으로 절대녹지의 공원이 자리잡고 있다. 이 공원의 이름이 센트럴 파크이다.
포플러 나무를 중심으로 호두나무까지로 가로수를 조성해 도심 전체가 거대한 숲속의 공원으로 보이게까지 만들어져 있으며, 특이하게도 이곳에는 (가로수 정비)라는 것이 없어 보였다. 전혀 다듬어 지지 않은 자연 그대로의 모습으로 모든 가로수들이 쑥쑥 자라나서 4층 5층의 건물 높이까지를 모두 가리고 있다. 화려한 네온사인이나 커다란 입간판 같은 것이 아예 없다. 커다란 간판이란 것 자체가 우거진 가로수에 파뭍혀 모두 무용지물이 된다. 간단하고도 아름다운 LP판 정도의 입간판이 내걸리던가, 전면 유리에 그림이나 글씨로 간판을 대신하거나, 아니면 실내 인테리어를 통해 거기가 무슨 가계인지 나타내는 방법밖에는 없어 보였다. 그런만큼 정성을 다한 가계들 마다 모두 특색있게 아름답다. 우리나라의 간판 홍수속에 어지럼증 유발. 안구 통증 같은 것이 에레반에는 없다. 우리나라도 받아들였으면 정말 좋겠다.
이처럼 아름다운 도시를 계획하고 설계한 사람으로 알렉산드로 타마니안을 꼽는다. 물론 그사람 혼자서 이 거대한 도시를 모두 계획할 수는 없다. 하지만 그가 공화국 광장을 중심으로 방사형으로 뻗어나가는 도시 계획을 수립했고, 광장 주변의 대부분에 건물을 설계했다. 오페라 하우스도 그의 작품이며 예레반의 랜드마크이자 상징인 (캐스케이드) 역시 그의 작품이다.
타마니안은 이곳 아르메니아 사람이 아니다.
러시아 흑해 지방의 크라스노르에서 출생한 타마니안은 모스코바를 중심으로 활동하며 전 러시아에서 손에 꼽히는 건축가로 성장했다. 마흔 다섯의 나이로 러시아 최고의 건축가란 명성에 거의 접근하였을 때쯤, 그는 갑자기 모든것을 내팽개치고 여기 아르메니아로 이주했다. 아무도 그 이유를 알지 못했다. 하지만 그는 여기 에레반에 정착했고 남은 여생동안 그의 모든 정열을 이곳 예레반과 제 2의 도시인 굼리에 쏟아 부었다. 그는 아르메니아 건축의 아버지며 수도 예레반의 숨결인 것이다.
모스코브얀 대로에서 정북방향으로 불쑥 솟아있는 언덕에 캐스케이드가 있다.
도시의 발전과 함께 북쪽의 언덕위로 쫓겨나간 소시민들과 새롭게 차지하고 들어선 도심을 좀 더 격이 없고 편하게 연결하기 위하여 이 거대한 계단 형식의 조형물이 건설되었다. 한마디로 언덕 공원으로 조성된 것이다. 꽃밭이 조성되고 수많은 조각과 조형물들이 들어 섰다.
타마니안의 후예들은 본래의 설계에 더욱 기발하고 뛰어난 새로운 생각들을 접목 시켰으며, 거대한 계단 안쪽에 에스컬레이터를 설치하고, 각 층마다 전혀 다른 분위기의 박물관과 갤러리를 만들었다. 그리고 이 캐스케이드는 현재에도 미완성으로 게속 거듭나고 있다.
알렉산드로 타마니안은 초입에 거대한 석상으로 우뚝 서서 책상위의 자신이 설계한 에레반의 도시계획 도면을 검토하고 있다.
모스코브얀 대로를 지나는 모든 아르메니아인들은 타마니안을 항상 바라볼 수 있다. 그에게 한없는 감사와 존경을 바치면서 말이다.
예레반의 새벽 공기는 지극히 상쾌했다.
다만, 여전히 오락가락 하면서 적지 않게 비가 계속 이어지고 있었다.
하지만 새벽산책을 멈출 수는 없다.
아르메니아는 넓고 볼것이 많은데........
내가 가진 이곳에 머물 수 있는 시간이 그리 많지 않기 때문이다.
에레반을 이 새벽과 아침에 어느정도 둘러 보아야만 했다. 아니 모두 보고 싶었다.
하늘을 올려다 본다.
굵은 빗방울들이 사정없이 얼굴을 두드려대고 있다.
--- 도심의 허리쯤을 녹색의 허리띠 처럼 울창한 숲속의 공원이 조성되어 있다. 이 센트럴파크의 지하철 역.(메트로 센트럴 파크역). 멋지다.
---- 방사형으로 조성된 계획도시임을 보여주는 모스코브얀 대로의 오페라하우스 교차로. 멀리 마더 오브 아르메니아 동상이 보인다. 그 앞쪽이 숙소다.
등교길에 나선 어여쁜 학생에게 우산 파는 곳이 어디냐고 물어보니 알아듣지를 못한다. 그래도 해맑게 사진촬영에는 기꺼이 응해준다.
빗줄기는 점점 더 거세어 지고.......
화려함 보다는 조금 후미진 곳에 위치란 나름 분위기 짱인 레스토랑이 눈에 들어와 들려봐야 겠다고 마음먹었다. 실제 두번 이용을 했다.
사진에 나오는 저런 정말로 맛있는 요리를 우리 돈으로 오천원 조금 안되는 가겪에 마음껏 누릴 수 있는 곳이 바로 예레반이다. 조기 그 가계에서만....... 에레반은 가히 여행자의 천국이다.
'나 귀국 비행기 시간에 나타나지 않으면..... 그냥 예레반 어디쯤에 은거에 들어갔다고 여기고 찾지 말아주오.'
강추.
앙증맞은 커피숖의 장난스런 간판이라 할까?
아침 일찍부터 손님맞을 준비를 하고 있는 커피숖 청년. 아직 준비가 되지 않아 따끈한 모닝커피는 사서 마실수가 없다.
거기에다 이곳이 마치 헝가리 부다페스트인양 착각을 불러일으키게 만드는 트롤리 버스가 등장했다.
무궤도 전차라 해석되는 트롤리 버스는 마치 동유럽 문화권의 상징처럼 내게 인식되어 왔다. 도심의 하늘을 마치 거미줄처럼 빼곡하게 차지하고 늘어서있는 전기선들이 현대적 감각과는 전혀 다른 옛도심의 감흥을 불러 일으키고 있다.
일반 버스의 형태에 전기가 연결되어 동력으로 이용되니 엔진이 필요없고 배출가스가 전혀 없는 대중교통 수단이 바로 트롤리 버스이다. 어떤이는 트램이라고도 하는데 트램은 바닥에 궤도(철길)이 있어야 운행이 가능하다. 트롤리 버스 역시 지붕위의 전기선이 있는 곳에만 다닐 수 있는 한정된 구역이 있지만 궤도(철로) 없이도 도심의 곳곳을 자연스럽게 오가면서 지나간 오래전의 세월을 마치 향수처럼 부각시켜준다.
1910년대에 독일에서 단생하여 바다건너 미국과 전 유럽에 널리 퍼져 애용되었으나, 자동차의 발전과 도로 여건의 향상에다 지하철이 등장하면서 트롤리는 역사의 뒤안길로 사자졌다. 근래의 평양에도 있었다. 현대화에 편승하지 못하고 뒤쳐진 일부 동유럽 국가들의 상징으로 전락하는가 싶더니 요즘에는 오히려 지나간 시대의 향수를 간직한 소중한 여행자 상품으로 각광을 받고 있다. 이스탄불 탁심광장의 트램 처럼 말이다.
예레반 도심을 가로질러 사라지는 트롤리의 모습이 정겹다.
비에 흠뻑 젖었지만 산책을 예서 멈출수는 없다.
비가 퍼붓는 이른 아침시간 이었음에도 지하도는 이미 꽃시장이 열렸다. 이 시간에 꽃을 사고 파는 사람이 실제로 있다.
오! 정녕 아름답고 낭만적인 예레반의 아침............... 결단코 멈추거나 중단할 수 없는 발걸음...........
다시 찾은 캐스케이드.
여전히 빗방울이 마구마구 덤벼들고 있었지만 단숨에 계단을 올라 캐스케이드 정상에 서서 에레반 도심을 내려다 본다.
예레반은 잠꾸러기인가보다.
아직도 아침잠에서 깨어나지 못한듯한 도심의 모습이다. 무심한 빗소리만이 죽은듯 조용한 도심의 적막을 깨워주고 있다.
날씨만 화창했다면 여기 캐스케이드 한쪽으로 마치 거대한 장막에 설치한 사진처럼 아름답고 웅장한 아라라트 산이 모습을 드러냈으련만, 희뿌연 안개와 구름에 가린 도심 저편 하늘에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타마니안이 설계한 캐스케이드의 백미를 꼽으라면 당연히 언덕을 향해 계단형식으로 만들어진 6개의 충충마다 물이 흐르는 정원을 두었고, 그 정원에 어울리게 마름모꼴의 연못들을 만들어 조화를 이루게 배치했다. 그리고 그 연못의 주위로 지극히 인상적인 조형물들이 설치되어 있다. 이 조형물들 모두는 카페스지안 미술관의 소장품이기도 하다.
그리고 그 조형물 중에 자랑스럽게도 우리나라 대한민국의 조각가 작품 한점도 전시되어 있다. 한국인에게는 너무도 유명하고 익숙해진 작품이다. 그만큼 한국여행자들에게 절대적 사랑을 받고 있으며, 이곳을 다녀가는 한국인들에게 커다란 자부심이 되기도 하는 작품이다.
작품의 제목은 '사자2' 이며 한국인 조각가 지용호씨가 버려진 페타이어를 이용해 만든 작품이다.
캐.스.케.이.드.는.예.레.반.의.랜.드.마.크.였.다.경.이.롭.고.아.름.답.고.신.비.로.운.
타마니안에게 한없는 애정과 존경을 바친다.
그리고는 서둘러 숙소로 돌아온다.
샤워를 하고 흠뻑 젖어버린 옷을 갈아 입는다. 의외로 숙소는 조용했다.
밤 늦도록 예레반의 밤을 불사르고 돌아온 여행자들은 아직 깊은 잠에서 깨어나지 않았고, 어떤이들은 아침 일찍 오늘의 여행스케줄대로 출발을 하고 난 후였기때문이다.
어젯밤에 남겨두었던 와인과 테이블에 아직 남아있는 팬케익과 빵으로 배를 좀 더 든든하게 한 후 다시 나설 준비를 한다.
가르니 신전과 게그하르트 수도원을 다녀오기로 계획했던 때문이다.
----------- 다음으로 이어서. 피안재.
'여행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알 럽 트래블 / 아르메니아) 게하르트 수도원. '롱기누스의 창'은 가짜다? (0) | 2016.11.10 |
---|---|
(알 럽 트래블 / 아르메니아) 태양신 미트라에게 바친 가르니 신전 (0) | 2016.11.09 |
(알 럽 트래블 / 아르메니아) 세반호수와 대재앙 (자연의 경고) (0) | 2016.11.07 |
(알 럽 트래블 / 아르메니아) 무조건 떠나고 보자. 예레반으로..... (0) | 2016.10.30 |
(알 럽 트래블 / 조지아) 트빌리시의 매력에 빠지다 (0) | 2016.10.2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