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아라. 나의 벗들이여
아직 살았느냐
아직 너만의 의지 속에 당당히 두 발로 걸을 수 있느냐
그렇다면 더이상 머뭇거리지 말고 코카서스(카프카스)로 가라
그곳에 네 안의 또 다른 네가 머물고 있으리니
기꺼이 혼자 찾아가서 오는 길엔 그와 함께 오라
남은 인생이 결코 외롭지 않으리라
------ 2016년 코카서스 여행중에. 피안재.
몰려드는 감동에 흠뻑 취한 가슴으로 올드 트빌리시 골목골목을 헤집고 다닌다.
꼭 무엇인가를 찾아서 나선 길은 아니었다.
하지만 누군가를 우연히 만날것만 같은 느낌은 있었다.
저만치 앞에 누군가가 꼬리를 감추듯이 골목을 돌아나가면 달음박질 치듯이 쫓아가 그가 누군지 확인을 하고 싶어졌다.
가던 걸음을 멈추고 문득 문득 뒤를 돌아다 보는것은 혹시 그가 이미 내가 지나친 골목을 가로질러 갈것만 같은 느낌 때문이었다.
울퉁불퉁 다듬다 만것같은 돌들로 만들어진 골목길 저만치에서 그가 곧 다가올것만 같다.
어느 골목에서든, 또 얼마나 많은 시간을 이 골목에서 서성거리며 기다려야만 하든지, 나는 그를 만나고 싶다. 아니 그들을.........
자유광장 골목을 거닐다 보면 금방이라도 막 집필을 끝낸 시 '코카서스의 죄수' 원고를 들고 환한 웃음으로 알랙산드로 푸쉬킨이 당장이라도 모습을 드러낼것만 같다.
여행자거리의 좁은 골목길에선 금방이라도 초췌해지고 삶에대한 의욕마저 상실한 채 몇모금 밖에 남지않은 포도주병과 빵 한조각을 가슴에 안고 쓰러질듯 비틀거리며 집세마저 밀린 하숙집을 향해 눈보라속을 걸어오는 톨스토이를 만날것만 같다. 도박과 방탕한 생활로 재산을 모두 탕진하고 빚에 쫓겨 도망치듯 트빌리시를 찾아온 그였다. 그는 이곳에서 새로운 삶의 의욕을 되찾고 위대한 작가로 다시 태어났다.
지하철역 앞에서는 금방이라도 계단을 뛰어 올라오는 막심 고리끼를 만날것만 같다. 러시아 혁명에 연루되어 체포되기까지 했던 고리끼는 여기 트빌리시로 도망쳐왔다. 철도기지창에서 페인트공으로 일하면서 그는 처녀작인 단편 '마카르추드라'를 발표했다. 이때 처음 사용한 필명이 (고리끼)였으며, 이는 '비통한 자' 라는 의미를 담고있다. 후에 그는 이 당시를 이렇게 회고했다.
'카프카스(코카서스)의 장엄함과 그곳 사람들의 낭만적인 기질이 나를 작가로 바꾸어 놓았다.'
고리끼의 장레식에 참석한 후 귀국길에 앙드레 지드는 이곳 트빌리시에 들려 고리끼가 살았던 자취들을 찾아보았었다.
어쩌면 지금 저 성당에서 내려오는 비탈진 골목길에 앙드레 지드가 걸어가고 있을지도 모를 일이었다.
어느 모퉁이에서든, 지극히 짧은 찰라같은 시간일지언정 한번쯤 그들을 만나보고 싶다.
아니 이렇게 걷다보면 언젠가는 꼭 만날것이라는 것을 나는 알고있다.
조지아의 수도이자 문화의 중심이기도한 트빌리시의 랜드마크로 여행자 거리의 (아이 러브 트빌리시) 조형물을 꼽는 사람도 있지만, 진정한 트빌리시의 랜드마크이자 상징은 당연히 (사메바 대성당)이다.
터키를 여행하다 보면 어느도시 어느 동네이건 거대한 자미(이슬람 사원)들이 들어서 있는것을 보았듯이, 여기 조지아나 이웃나라 아르메니아에선 사방으로 어느곳이건 넘쳐나는게 교회요 성당이요 기도원이다.
트빌리시를 여행하다보면 항상 어느곳에서든지 눈에 띄는 교회들이 수없이 많은데, 그중 유명한 곳으로는 (사메바 대성당) ( 메테히 정교회 성당) (시오니 성당)이 특히 유명하다. 차차 하나하나씩 둘러보기로 하자.
--- 사메바 대성당 전경.
--- 시오니 성당 전경.
--- 보수중인 메테히 정교회 성당 전경.
--- 메테히 성당 마당 한쪽으로 올드 트빌리시를 건너다 보며 서 있는 바흐탕 고르가살리 동상.
--- 올드 티빌리시 남쪽은 므타츠민다 산이 감싸고 산정상의 나리칼라 요새(성채)가 트빌리시를 오랜세월동안 지켜왔다.
트빌리시의 대표 버스터미널인 오르타촬라 터미널이나 공항이나 모두 도시의 남쪽에 위치해 있다.
하여 일단 트빌리시로 들어가자면 가장 먼저 눈에 띄는것이 도심을 가로질러 흐르는 므츠바리강이다. 므츠바리강의 원류는 터키의 카스지역에서 발원하여 카스피해로 빠져나가는 1.515km의 장강이다. 이 강은 흘러내리다가 중간에 코카서스산맥에서 흘러내린 아그라비강과 합류학 되는데, 두 강의 합류지점인 두물머리에 조지아의 옛 수도인 므츠헤타가 있다. 그리고 이 두물머리를 내려다보는 산언덕에 그 유명한 즈바리 수도원이 위치해있다.
므츠헤타를 스쳐지난 므츠바리강은 다음으로 트빌리시의 한복판을 가로질러 흘러가고 있는 것이다.
남쪽에서 므츠바리강을 끼고 도심에 다가가다 보면 강을 가로질러 우뚝 서있는 메테히 다리가 처음 모습을 드러내고, 우측 강변 바위언덕 위에 메테히 성당과 바흐탕 고르가살리 동상이 장엄한 자태를 뽐내고 있다. 메테히 다리 우측으로 평화의 다리. 평화의 공원이 위치해 있고, 언덕위에 커다란 조지아 깃발을 휘날리고 있는 국회의사당과 그 뒤로 사메바 대성당이 보인다.
메테히 다리 왼편으로는 트빌리시를 든든하게 받치고 있는 므타츠민다 산이 위풍당당하게 서있고, 그 산자락에 나리칼라 요새가 병풍처럼 둘러쳐져있다. 성채 안에는 다윗 성당(데이빗성당)이 마치 성채의 일부인듯 보인다. 또한 성벽 밖으로 산정상에 유명한 조지아어머니 동상이 한손엔 와인과 다른 한손엔 칼을 들고 우뚝 서서 트빌리시를 내려다 보고 있다. 친구로 찾아오는 사람에겐 와인을 대접하고 적으로 찾아오는 사람에겐 칼로써 응징을 가한다는 상징이 담겨있다.
여기 메테히 다리의 왼편에서 나리칼라 성채로 올라가는 옛길 주변의 언덕과 골목들이 바로 (트빌리시 여행자거리)라 하겠다. 호텔. 게스트하우스. 카페촌. 레스토랑 커피숖들이 사방으로 가득 들어차 있다. 여행사들도 거의 이곳에 모여있다. 이 카페촌 골목길을 따라가다보면 강변에 위치한 유명한 시오니성당과 신학교 건물을 만날 수도 있다. 시오니성당은 연일 결혼식 성혼서약을 하러 오는 커플들로 항상 붐빈다.
트빌리시와 조지아의 모든 여행은 이곳을 중심으로 펼쳐진다고 해도 무방할 것이다. (알 럽 트빌리시) 조형물도 이곳에 있다.
왼편으로 가로수가 우거진 운치있는 구시대의 돌로 포장된 좁은 도로를 따라 1km 쯤 안되게 걸어가다보면 올드 트빌리시의 심장인 (중앙광장)이 나타난다. 광장의 한복판에 수십년 전까지 레닌의 동상이 서 있던 자리에 진짜 황금으로 도금되어 번쩍이는 성 조지 동상이 자유탑위에 위용을 자랑하며 서있다. 이 광장에서 서서 주변을 돌러보면 과거의 조지아가 과거의 트빌리시가 얼마나 번성한 아름다운 도시였는지를 여실히 느껴볼 수 있다. 트빌리시는 프라하나 부다페스트 상트페테르부르크에 견주어도 전혀 손색이 없는 아름답고 활기 넘치던 부유한 대도시였던 것이다.
올드 시티를 벗어나 북쪽으로 강을 따라 계속 걸어 올라가마 보면 멋진 다리들이 계속 나타나는데 처음 마주치는 광장과 웅장한 건물이 바로 (공화국 쎈터)(공화국 광장)이다. 공화국 쎈터의 풍경와 샐내 행사장면은 곧 다시 올리기로 하고....
다시 다리 하나를 가로질러 계속 거슬러 올라가다 보면 마침내 그 유명한 트빌리시 도깨비시장이 나타난다. 벼룩시장. 난전 뭐 그딴것이다. 그림과 중세의 골동품에서 장신구 생활용품에서 LP판 까지 별의별것들이 모두 모여있다.
여행자라면 꼭 한번 가볼만한 곳이다.
나도 이곳에서 제법 많은 시간을 보냈고, 이번 여행 최대의 비극(?)을 이곳에서 당하기도 했다. 그 충격은 실로 엄청났다.
이 벼룩시장에서 앞에 놓인 다리를 건너서 대로를 따라 똑바로 나아가면, 그곳이 바로 신시가지 이다. 새로운 트빌리시가 그곳에 펴쳐져있다. 전형적인 유럽풀의 웅장한 건물들이 사방으로 위용을 자랑하며 늘어서 있다. 파리나 런던이나 마드리드와 견주어도 절대 손색이 없는 현대적 도시이며, 흡사 포르투갈 리스본을 닮았다. 올드 트빌리시와 뉴 트빌리시는 느낌도 분위기도 지나가는 사람들도 모두가 전혀 달랐다.
올드 트빌리시가 딱 보기에 여행자 투성이라면, 뉴 트빌리시는 조지아에서 멋진 사람들만 죄 다 골라다 놓은것 같았다.
트빌리시에 도착하기까지의 먼 여정에서 보고 느꼈던 (조지아의 빈곤) 내지는 (조지아의 후진성)은 눈을 씻고 찾아봐도 어디에서도 찾을 수가 없었다. 파리라 해도 믿어지고 로마라 해도 믿어지고 심지어 서울 명동이라 해도 믿어질 정도이다.
이 정도 돌아다녔다면 이제 어느정도 트빌리시는 대충이나마 모두 둘러 본 것이라 하겠다. 나는 이 모든곳을 직접 걸어서 다녔다.
오르타촬라 터미널에서 올드트빌리시 여행자거리까지 무거운 배낭을 메고 걸어와서 숙소를 구하기 시작했는데..... 아뿔싸 방이 없다.
터키와 마찬가지로 여기도 성수기 이상의 호황을 맞고 있었다. 거리마다 골목마다 관광지마다 카페마다 여행객들로 넘쳐났다.
산언덕의 호텔까지 죽어라 발품을 팔아보았지만 방이 없다. 어쩌다 있는 곳은 가격을 말도 꺼내기 싫을만큼 최소 사성급호텔 정도의 요금을 요구했다. 게스트 하우스는 더러 저렴한게 있었으나, 유별난 나의 잠버릇(?) 때문에 아직 게스트하우스는 이용해 본걱이 없다.(곧 이용해 보게 되지만) 결국 메테히 다리를 건넜다. 엄청 여러군데를 죽어라하고 찾아다녔다. 숙소 하나 구하는데 거의 2시간이나 소요되었다.
마침내 메테히 다리만 건너면 여행자거리에서 그렇게 멀다고는 할 수 없는, 메테히성당 바로 뒷편의 골목 안쪽에 호텔을 얻었다. 1박에 40$씩 해서 우선 2박을 얻었다. 40$ 이면 근자의 내 여행에서 가장 비싼 호텔을 얻은 것이다. 더군다나 조식도 안주는 조건에......어쩌겠는가 방이 없는데..... 베트남 무이네에서의 호사가 생각났다. 넓고 깨끗한 방에 조식은 물론이고 방 바로 앞에 전용 풀장까지 갖추고도 하루 18$였는데 말이다. 헐........위치는 대단히 좋았다. 메테히성당이 3분거리. 여행자거리까지 10분이면 족한 위치다.
시설도 분위기도 다 좋았다. 넓고 깨끗하고..... 간간히 후런트에서 웅장한 남성들의 합창이 울려퍼진다. 흔히 구소련의 영화에서 보고 듣던 그런 음악 말이다.
샤워하고 잠시 쉬었다가 점심을 먹으러 여행자거리로 나섰는데........
카페마다 백인여행객들로 넘쳐난다. 여러군데를 기웃거리다 좀 한산하다 싶은 곳을 찾아들어갔는데........ 아네들 멋진 동앙인을 모두 처음 보는가보다. 사방에서 연실 나만 쳐다들 보고 있는데...... 4인 테이블에 달랑 동양인 혼자 앉아서 음식을 시켜 먹는 모습이 저들에게 호기심을 작동 시킨 것일까.......... 음식이 제대로 넘어가지 않는다. 식사를 제대로 할수가 없다. 그런판에 쪽팔려서 어떻게 사진을 찍겠는가.
항상 느끼는 것인데..... 혼자 여행하면서 최고로 힘든 난관이 바로 식사를 해결하는 것이다. 격식차리는 식사를 제대로 하기가 거의 불가능하다.
그래서 길거리음식이 편하고 그래서 스트리트 푸드코트를 즐겨 찾게되는 것이다.
므타츠민다 산의 나리칼라 요새를 먼저 올라가 보고 싶었다. 성채에 오르면 트빌리시 시가를 내려다 볼수 있겠다 싶어서였다.
평화의 광장 가운데 위치한 케이블카를 타는 곳으로 갔다.
정상까지 케이블카 편도 요금이 2라리(천원) 이란다. 그런데 매표소 옆에 안태 팻말이 영어로 되어 있기에 읽어보았는데, 지하철 승차카드를 가지고 있으면 1라리로 할인이 된단다. 그래서 지갑을 열심히 뒤졌더니 나왔다. 바로 트라브존을 떠나올 때 오토부스(터미널)에서 만났던 친구에게서 얻은 지하철 카드 생각이 났던 것이다. 카드를 제시하니 정말로 1라리(500원) 동전 하나만 받는다.
이런 기분....... 로또 당첨된 것 보다 훨 좋다.(로또를 안사봐서 잘 모르겠지만)
통영서 타던 곤돌라랑 비슷한 기분이다.
--- (마더 오브 조지아) 높이 20미터의 알루미늄 동상으로 1958년 조지아 건국 1500년 기녑으로 제작되었다.
--- 나리칼라 요새 안에있는 다윗 성당. 성인 데이빗 가레자(다윗)가 이곳 동굴에서 수도했던 자리에 교회가 세워졌다.
--- 처음 만난 동양인이라고 다짜고짜 (보스)라고 부르며 쫓아와서는 같이 사진 좀 찍자고 덤비는 웃기는 친구. 쿼바디스에 네로를 닮았다. ㅋㅋ
-- 다윗 성당의 야경
--- 트빌리시 야경.
케이블카를 타고 므타츠민다 산에 올라 성채에 들어설 때부터 비가 내리기 시작했었다.
부슬부슬 내리는 비를 맞으며 나리칼라 성채를 둘러보는것 까지는 참 좋았다.
날이 어두워지려는 순간부터 부슬비가 소낙비로 돌변해버리는 것이었다. 일단 내려갔다가 내일이건 다음이건 다시 올라오면 될것을, 굳이 오늘 야경을 꼭 보고 싶다는 생각에 비를 맞으며 성채안에 게속 머물렀다. 온몸이 흠뻑 젖었다.
고생이 된 만큼 오락가락하는 빗속의 트빌리시 야경은 참으로 환상적이었다. 정말 멋진 야경이었다.
그 옛날 성채에 오르던 옛길을 따라 걸어서 내려왔다.
돌을 자르고 다듬어서 포장한 도로는 내리는 비로 대단히 미끄러웠다.
여행자거리에서 저녁 생각을 했는데...... 어느 음식점이나 여행자들로 가득한 상황에서 백인들 틈에 끼어 식사를 할 엄두가 나질 않는다.
어쩐다......
골목 어귀를 보니 통닭 바베큐를 팔고 있는데 사람들이 줄을 섰다. 그래서 나도 줄을 섰다. 통닭바베큐 한마리에 5라리(2천 오백원)란다.
바베큐를 사고 돌아오던 골목길에서 케밥 샌드위치와 호떡 같은 빵을 사고, 골목 슈퍼에서 와인 한병에 맥주에 포도에 사과 2개를 샀다.
그것을 가지고 호텔로 돌아와 혼자만의 만찬을 즐긴다.
엄청 푸짐하고 맛있다. 내 취향에는 다분히 한국음식보다 이런 먹거리가 훨씬 즐겁고 행복하다.
다음날 부터 저녁은 항상 이런식으로.........
대개의 여행자들은 여행을 마치고 나면 체중이 팍 줄어든다는데.......
나 이러다 더 쪄서 돌아가는건 아닌지....... 생긴건 오리엔탈인데...... 먹는건 보헤미안이니........
평상시 처럼 새벽에 일찍 일어났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컨디션이 심각할 정도로 나빠져 있었다. 온몸이 뻐근하다 못해 부서지는 것 같고 두통마져 생겼다.
영락없는 감기 몸살 증상이 시작되고 있었다.
터키에서 비맞고 돌아다닌 휴유증에 어제 비를 흠벅 맞은 것이 여행피로와 겹쳐졌나보다. 속까지도 메스꺼웠다.
비상용으로 집에서부터 가지고 온 감기약을 먹었다. 정로환도 먹었다.
잔뜩 흐린상태지만 분명 비는 그친 하늘을 올려다보면서 따끈하게 차를 한잔 끓여마신다.
그런데도 컨디션은 회복될 기미조차 보이질 않는다.
어쩐다?
오늘 데이빗 가레자와 시그나기를 보러 가려하던 계획에 어쩌면 차질이 생길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이 눈앞을 스친다.
그렇다고 마냥 이렇게 주저앉아 상태호전을 기다릴 나도 아니다. 처음을로 긴팔 셔츠를 꺼내 입었다.
간단한 차림으로 새벽산책을 나가기로 했다.
간단하게 가까운 곳에서 견딜만큼만 돌아보다가 힘들면 오늘 스케줄이고 뭐고 돌아와서 푹 쉬기로 마음 먹었다. 오늘을 망칠수야 있겠지만 나머지 여정은 절대 망칠수가 없는것이 아니겠는가.
좀 걷다보니 몸이 어느정도 훈훈해 지는것을 느낄수가 있었다.
그러다 보니 처음 마음먹었던 대로 가벼운 산책을 지나서....... 씨티 투어를 하고 있는 나를 발견할 수 있었다.
이골목 저골목을 또 들쑤시고 다닌다.
골목으로 난 언덕길을 한참을 올라갔는데, 허름하다 못해 누추하기까지한 동네 어귀에 좀 어울리지 않는다 싶을만큼 번뜩이는 건물이 눈에 들어온다. 거기에다 주차장인 듯 셔터가 쳐진 앞에 정복 경찰관이 하나 보초를 서고 있다.
호기심에 다가가 보니 사방 감시카메라가 설치되어 있다. 기웃거리다 슬쩍 사진 한장을 찍었는데, 돌아보니 보초서던 순경이 두손으로 X 표시를 보내온다. 그래서 미안하다고 하면서 물러났다. 지나쳐 오면서 '여기 누가 사냐고' 슬쩍 물어봤다. 대답이 조지아에서 제일 중요한 사람이 산다고 한다. 그럼 그게 누구지?
길거리 안내 표지판에 보니 분명하게 그 중요한 사람이 누군지 명기가 되어 있다.
이 건물의 너머로는 조지아 국기가 나부끼는 국회의사당 건물이 보이는 것이 중요한 건물 두개가 붙어있는 거 같다.
그렇게 중요한 사람이 사는 주변 환경은 엉망이다.
야들은 재개발이라는 것이 무엇인지 도통 모르는것 같다. 그리고 그렇게 중요한 사람에게 외국에서 손님들이 찾아오면 국가체면이 쪽팔리지 않을까? 그 동네 주변 일대가 거의 무허가 판자촌 비슷하다.
그런데 그런 생각을 굴리며 걸음을 옮겨놓다보니 무척이나 낮익은 풍경이 쨘 하고 두눈에 가득 들어오는 것이 아닌가.
사메바 대성당.
분명 사메바 대성당이 바로 그곳에 있었다. 중요한 분의 거처와는 불과 수백미터 밖에 떨어지지 않은 곳에 웅장한 돔 양식의 대성당이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다.
--- 다음회에서 이어지겠습니다. 피안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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