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선놀음) 이란게 어떤것일까?
무릉도원은 또 이디일까?
도대체 신선이라는 것이 뭐여?
헐.
그런데 (캬!!!!!!!!!!!) 좋다.
드넓은 강물은 도도하고도 장엄하게 굽이치며 흐르고, 푸른 지평선 초원에는 사방으로 소들이 먹이를 뜯고, 수평선 너머로 하얗게 뭉게구름미 피어 오르는.......... 오호라. 예가 바로 그곳이렸다?
그럼 난?
신선?
봄이가면 여름이 오고, 여름가면 가을과 겨울이 그 뒤를 잇듯이 변화는 자연의 근본이라 했것다.
그러면 어디까지나 그건 그렇다치고 내 나이가 올해 몇이던가? 하나 둘 셋에......... 쉰........ 에구머니나?
아까운지고........ 눈 앞이 아련해지고 속이 쓰리고 가슴아픈지고.......
그러고 보니 분명 여기가 선계는 아니로구나. 속세로구나......... 아!!!!! 이를 어찌할꼬?
벌거숭이로 사는 현지인들의 피곤함을 보면서 측은지심을 잠시 가졌던 시간이 있었는데, 새삼 이제사 내 자신을 돌아보니 옷을 껴입고 또 껴입어도 자꾸만 추워지는 속물덩러리가 아닌가.
그래. 바람과 현실은 자주 틀리는 것이 아닌가 뭐? 어쪄면 처음부터 틀릴 준비를 항상 하고 있었는지도 모르지.
이런들 어쩌고 저런들 또 어쩌겠는가?
만수산 드렁칡이 얽히고 설킨들 또 어쩌겠는가.
얼마나 남아있는지는 모르겠으나 내가 가던 길을 마저 가야 할 수밖에.........
그리고 그길은 우선........ 이번 여행이 끝난 다음에 따지고 생각해 볼일이고.......
우선은 '내맘대로 멍이나 때려보자'.
이 평화롭고 아름다운 정경의 초원이 불과 반세기전까지 수십년에 걸친 참혹한 전쟁의 한복판이었다니 어디 싱상이나 할 수 있겠는가?
눈이 시리도록 아름답고 풍요로움으로 가득 넘쳐나는 풍광을 감상하면서 드넓은 투본강을 통통 거리는 낡은 배는 느리게 아주 느리게 거슬러 올라갔다. 적어도 오늘만큼은 그 허접하고 구닥다리로 금새 고장이라도 나서 거꾸로 휩쓸려 내려갈것만 같은 그 느림이 더욱 마음에 들었다.
또한 너무도 허접하고 볼품도 없어보이는(투어 평가에서 늘 거론되는 점심식사) 이미 정평이난 대충때우기식 식사였지만, 더위에 지치고 배가 고프고 난 뒤라 뱃전에서 시원한 강바람을 맞으며 먹는 점심은 의외로 꿀맛이었다. 기막히게 맛있었는데 분량이 너무도 형편없이 적었다. 허기진 사람에게 붕어빵 하나 던저주고 땡 치는 그런 기분이었다.
베트남 음식은 대부분 정말 맛있다.
그런데 분량이 너무 적었다. 항상.
그래서 먹고 돌아서면 금새 다시 배가 고파졌다. 항상.
그러니 내가 여행중에 4끼 5끼를 챙겨 먹을 수 밖에. 그러니 베트남 사람들이 대부분 깡 말랐을밖에.
오랫동안 잊고 살았던 싱그러움과 상쾌함과 여유로움을 맘껏 누리고 있었을 때, 배가 맘추어 섰다.
호이안에서 가까운 전통공예촌(민속촌) 방문을 시작한 것이다.
아주아주 작은 시골마을 이었다.
모든것이 허름하고 누추했다.
처음 방문한 곳은 나전칠기를 제작하는 집이었다. 모든것은 아주아주 전통적인 구시대적 수작업으로 하고 있었다. 옻을 맨손으로 만진다.
서구의 여행자들은 그 모습이 자못 신기하고 놀라운 경험인지 연실 셔터를 눌렀고, 안쪽에서 여러 진열된 물건들을 구경하면서 실제로 제법 구매를 하는 모습들이었다. 하지만 이곳에서 나는 새삼 (우리나라 나전칠기 장인들의 위대함)을 새샴 느끼게 되었다. 여기의 수준을 베트남에서 여행객들에게 저렇게 열심히 자랑할 정도라면, 아마도 저들이 대한민국의 나전칠기 만드는 구경을 해볼 기회가 있다면 다들 놀라자빠질것 이라는 확신을 나는 가진다.
'당신들 담에 대한민국 한 번 꼭 와봐라. 모든 전통공예에 대해서라면 인간이 가진 최고의 경지를 볼 수 있을테니..... 건물 한쪽 벽면을 온통 차지한 자개농 한번 볼텨?'
이어서 등장한 방물장수 아저씨.
아주아주 독특한 캐릭터를 풍기며 갑자기 등장한 이 양반, 베트남에서 공포에 넘치는 산적영화를 찍든다면 당연히 주연으로 산적두목 역활을 맡아논 양반이다. 정말 투박하고 무섭게 생겼다. 주전자며 양푼이며 크기가 다양한 그릇들을 신기할 정도로 오토바이에 빼곡하고도 주렁주렁 매달았다. 사방으로 호객을 하는 고함소리도 아주 우렁차다. 하도 신기하여 내가 다가가 카메라를 들이대자 굳어진 표정으로 나를 째려 본다. 정말 험상굳은 표정이다. 내가 물러설 기미를 보이지 않자 잠시 뒤 멋쩍게 웃더니 담배를 꺼내 물었다. 담배 피우는 모습도 완전 산적의 포스가 넘쳐난다. 그러더니 '너는 사진 찍어라. 나는 간다. 초상권은 상관없다' 하면서 사라져 갔다.
다음으로 가이드 융은 우리 여행자들을 유리공에품을 만들고 파는 곳으로 이끌었다.
그런데 그때 골목 저만치에 내 시선을 잡아끄는 풍경이 있었다.
허름한 목재담장 너머에 아주 커다란 통나무들이 산적해 있는 곳이었다.
나는 알 수없는 호기심이 마구 생겨났다. 좀 더 다가가니 나무 빗장이 열려져 있었다. '도대체 뭐하는 곳이지?'
그 옆에서 바나나를 파는 아주머니에게 '여기 좀 잠깐 구경해도 되겠느냐?' 고 물었다. 물론 영어로 물었으니 그 아주머니 멍하니 놀란 표정인데, 대충 왜 그러는지는 알겠다는 표정으로 안족을 향해 손을 가리켰다.
ㅋ. 이젠 무단침입은 아닌것이다.
나는 천천히 안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그곳은 가내수공업이랄까? 아주 소규모였는데, 여행하면서 흔하게 볼 수 있었던 강에서 고기잡는 배를 만드는 곳이었다.
실제로 제작하고 있지는 않아서 배가 만들어지는 과정을 감상할 수는 없었으나, 아 이러이러해서 이렇게 만들어지는구나 하는 나름의 이해는 할 수가 있었다.
태어나서 처믐보는 풍경, 많이 궁금해 했던 풍경을 오늘 감상하는 기회가 되었다.
여행에서만 가질 수있는 경험해 볼수 있는 시원한 청량제 같은 시간이었다.
특히, 배는 중심축인 용골도 중요하지만 매끄러운 곡선의 옆면이 잘다듬어지듯 만들어져야 모양새는 물론 물살의 저항을 덜 받고 잘나간다는데, 그 매끄러운 곡선의 옆판을 어떻게 만들어 붙일까 하는 궁금증이 아주 컸었다. 그런데 그곳에서 비록 구닥다리이긴 하지만 옛 선조들이 택할 수 있었겠다 싶은 낡았지만 지극히 지혜로운 방법으로 그 부분을 처리해 왔다는 사실에 감탄을 금치 못했다.
배 옆판의 길이를 잰 후, 그 길이만큼의 길고 넓은 널판지를 만들어 나무 그늘에서 의자 같은 것으로 허리부분을 받치고 필요한 각도와 모양새로 걸쳐놓고 무엇인가로 눌러서 자연건조 시키는 놀라운 방법이었다. 정말 기가막힌 착상이 아닌가? 탄성이 절로 나온다.
저렇게 건조하고 나면 자연스럽게 유연성이 생긴 옆판이 생기고, 붙일때도 쌩널판지를 붙이려면 힘이 들어가고 제작 후의 건조 과정에서 널판지의 탄력으로 못이나 쐐기가 다시 빠져나오고 결국의 배의 옆면이 모두 뒤틀릴 것인데, 그런 문제들이 저렇게 모두 해결되는 것이다.
어찌 감탄이 절로 흘러나오지 않겠는가?
살피고 보고 만지고 하며 실컷 구경을 하다가 돌아나모면서 보니 바로 옆 블럭에서 몇몇의 사람들이 보였다 가만히 살펴보자니, 우측의 남자가 배를 만든사람이요 왼편의 여자일행들이 바로 그 배를 사러온 모양이었다. 유일하게 모자를 쓰지 않은 젊은여자가 바로 그 배를 살 새주인인 모양이었다. 한참 이야기를 주고 받더니 서로 박수를 치며 주머니를 여는 폼이 마침내 거래가 성사되었나 보다.
이제 곧 그 배는 강으로 나아가 사람을 싣고 물건을 싣고 강을 헤치며 나아갈 것이다.
그 사내와 눈이 마주쳐 손을 합장하고 우연히 들렸다가 구경 잘하고 간다고 인사를 건넸다. 잘가라고 손을 흔들어준다.
골목을 나와보니 함께 여행한 일행들도 몰려나오고 있다. 민속촌 관광이 거의 끝나가는 모양이었다.
다시 배에 오르고 그리 길지 않은 정도의 물길을 헤치고 가니, 감자기 눈앞에 익숙한 풍경들이 쨘 하고 모습을 드러냈다.
호이안이었다.
호이안 구도시 뒷편의 투본강 선착장에 도착한 것이다.
가이드 융이 여기서 작별을 해야 하겠다고 마무리 인사를 했다. 아! 그래서 귀가 할 때는 공평하게 해준다고 했구나?
아니나 다를까? 융이 나를 바라보더니 두 어깨를 들썩이며 '내 말이 맞지? 이러면 공평하지?' 하는 제스쳐를 보낸다.
나는 웃었다.
뱃전에서 여행객들의 손을 일일이 잡아 올려주며 작별인사를 하는 융에게 나도 진심으로 감사하단 인사를 건넸다. 그리고 여행객 대부분의 사람들과 함게 적게나마 감사의 팁을 건넸다.
정열이 넘치던 멋진 사나이 융. 그렇게 작별을 했다.
다시 발걸음을 옮겨 뜨겁게 작렬하는 태양 아래를 걸어서 골목길을 나오니 바로 내원교(저패니스 브릿지)가 보인다.
'아하! 현 위치가 바로 여기로구나.'
호이안에 다시 돌아오니 왠지 푸근하고 정겹다.
어제 낮과 밤에 두루두루 돌아본 풍경이지만 같고도 다르다. 생김새는 같은데 전해오는 느낌은 또 전혀 다르다.
그나저나...... 내가 익히 잘 아는 곳에 되돌아 왔다고 마음이 놓일 때 가장 먼저 떠오르는것.
뭐든 먹고 보자. 벌써 배가 고프다.
그래서 두리번 거리다 무조건 여기다 싶은 식당으로 들어갔다.
쌀국수에 볶음밥에 맥주 한병을 단숨에 해치운다. 그러고 나니 이제 좀 살것 같다.
배도 부르겠다 의자 뒤로 벽에 기대앉아 지나가는 사람들 구경을 하고 있던 차체 불현듯 떠오르는 생각............
'이제부턴 뭘하지?'
호이안에 돌어온지 하루 반나절. 더 정확히는 만 24시간 쯤 지나고 있는데......... 더 뭘 해야 좋을지를 모르겠다.
호이안의 낮과 밤을 모두 둘러보았다. 미썬유적지를 다녀왔다.
다낭쪽의 여행을 제회하고는 거의 해볼건 다 해봤고 볼 건 다 보았단 생각이 들었다.
어쩐다?
다낭. 호이안. 후에(훼)를 포함한 중부지망 여행을 계획했을 때는 여기 호이안에서 3박 정도를 계산에 넣었는데........ 하루 지나고 나니 대충은 호이안 여행을 모두 마쳤다는 생각이 들었다.
차라리 다낭으로 나갈 계획까지를 염두에 두었다면, 호텔을 1박만 신청하였을 터이고, 지금쯤 다낭행 버스에 올라있을 시간이었다. 이미 호텔 체크 아웃 시간도 지났으니 물러달라할 수도 없고........
'어떻게 되겠지 뭐.'
하면서 호이안 골목을 서성거리는데, 머릿속에 엉뚱한 상념들을 가득 채우다 보니 이것도 저것도 제대로 되는 것이 없다.
무심한 발걸믐으로 이골목저골목을 마냥 서성거려 본다. 별로 눈에 들어오는 것이 없다.
그런데 날은 무지무지학 덮다.
안되겠어서 유명한 카페를 찾아가 슬그머니 들여다보니 오늘도 한국사람들로 바글바글 하다. 참 요지경 속이다.
그래서 그냥 좀 더 걷다가 나무그늘에서 플라스틱 의자 늘어놓고 하는 노점카페에 자리하나 차지하고 앉았다. 우선 한적하고 간간히 소슬바람이 불어와 더위를 식혀주는 것이 썩 마음에 들었다.
혹시 불량스러워 보이는 커피가 맛이 없을가 우려하면서 주문을 했는데, 요넘의 길거리표 밀크아이스커피........ 기가 막히다.
스타 빡스니 언제리너스니 요런애들 여기오면 다 죽었다. 베트남표 길거리커피 맛이 예술이다. 참으로 겪어볼 수록 알 수 없는 묘한 나라가 바로 베트남이지 싶다.
노점커피숖에 앉아서 호이안을 떠나는 방법에 대해 고심에 고심을 했다.
그런데 이쯤이면 호이안을 대충 둘러보았다느 생각 뿐 다른 계획을 세워 놓은것이 아무것도 없었다.
'그렇다면 오늘은 무조건 푹 쉬고, 숙소로 돌아가서 다음 계획을 세워서 내일은 호이안을 떠나는 것으로 하자. 오늘은 무조건 푹 쉬자.'
'다음 게획이란 것은...... 여기까지 왔는데 죽기살기로 어디 멀리 한 번 떠나보자. 어떻게든 시간을 짜 맞추면 되겠지.'
한시장쪽으로 나섰다.
주점부리를 사려고 다녔는데, 이넘의 베트남은 술안주용 테이크아웃 쪽으로는 영 젠벵이다. 싸들고 다닐만한 것이 없다. 그 흔한 순대집이나 족발집이나 후라이드 치킨집도 보이질 않은다.
어쩌겠나? 과일가계가서 그렇게 먹고싶어도 이제껏 참았던 망고를 산다. 싸다. 하지만 말레이시아 보다는 조금 더 비싸다.
망고를 룩쌕에 널고는 호이안 골목을 한번 더 지나치고, 숙소로 돌아오면서 주류를 취금하는 마트엘 들린다.
맥주면 되겠지?
쏘주가 이럴땐 딱인데 쏘주가 없다. 그래서 망설이다 그냥 술을 몇병 샀다. 무엇 무엇을 얼마나 샀는지는 차마 밝힐 수가 없지만, 대충 우리화폐로 1만 2천원어치를 샀다.
숙소로 돌아와 시원하게 샤워를 하고....... 수영을 할까 내려다 보니 러시아인 일가족이 재미나게 놀고있다. 어린 남매가 노는 모습이 참 이쁘다. 그래서 잘 놀으라고 양보하고 엎드려 여행게획서와 책자를 꺼내놓고 심오하게 연구에 몰입한다.
그런데 어느 하나 매끄럽고 원만하게 스케줄이 이어지는 것이 없다. 체계화된 나머지 여행 스케줄은 죽었다 깨어나도 불가능하다. 머리가 지끈지끈 아파온다. 창밖을 내다보니 서서히 저녁무렵이 찾아들고 있다.
'이럴 땐 일단 가볍게 한잔을 시작하는 거여. 그럼 멈춰섰던 머리도 다시 원활하게 돌아가는 벱이여.'
테라스에 일단 맥주를 꺼내 놓고 보니 뭔가가 빠졌다. 너무 허접하단 느낌을 떨쳐버릴 수가 없다.
그래서 망고를 꺼내고 보드카를 한 병 꺼냈다. 소주 대신 맥주와 보드카로 혼합한 (호이안식 쏘맥)을 만들어 마셔보려한다.
그래서 나름 우아한 포즈로 소위 칵테일이라는 것을 해 보았다.
그런데 이거......... 맛도 알콜 도수도 정말 정말........ 장난이 아니다. 이거 함보로 덤벼볼 그런 만만한 상대가 아니다.
그래서 냉장고에 가서 오프닝 스파링 파트너 하나를 더 꺼내왔다.
맥주로 입가심을 쫘~~~악 하고나서...... 아주아주 우아하게 달랏에서 생산한 레드 와인을 한모금 들이키는데.......
향도 맛도 쓰다. 국산 길거리표는 달착지근이라도 하는데, 여기 포도주는 쓰면서도 포도주 이상의 도수가 느껴진다.
그래도 와인인데.........
와인 한 잔 마시고 테라스 아래 수영장 한 번 내려다 보고...... 또 마시고 내려다 보고......
부모의 모습을 이젠 안보이는데 야네 꼬마들 당체 사라질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오늘 하루 완전 전세를 낸 모양이다.
아무래도 이러단 오늘 물장구 치기는 글러버린것 같다.
여행 책자를 꺼내와서 나짱. 무이네. 달랏의 교통편을 살피려 하니....... 와인이 바닥을 드러냈다. 또 사러 나가긴 귀찮고.......
좀 벅찬 상대이긴 한데......... 하노이표 보드카 폭탄주에 매련을 못 버리고 또 손을 내민다.
열심히 공부하면서 홀짝 홀짝...........
'내일은 무조건 호이안을 떠난다. 달랏과 무이네를 모두 다녀오고 싶지만, 그러기엔 시간이 부족하다면 한곳이라도 기필코 다녀와야 겠다. 그러자면 내일은 하늘이 무너져도 심야 슬리핑버스를 타고 나짱(나트랑)으로 무조건 떠나고 본다.............'
요기까지는 분명하게 기억이 난다.
딱 거기까지만 생각이 미친다.
시계를 보니 새벽 4시반.
실내를 둘러보니 별다르게 흐트러진것 없이 제대로 있을 자리에 잘 정돈되어 있다.
문제는 테라스 커튼을 치지 않고 알몸으로 잠자리에 들었었다는 것. 내가 낯선 사람과 숙박을 하는 여행이나 도미토리를 이용하지 않는 이유가(유별난 잠버릇으로 m.먼로처럼 향수만 걸치고 자야 잠이 온다) 있는 탓에 잠자리만은 조심을 하는데 커튼을 안치고 잤다. 실내 불을 완전히 끄고 잤으니 누가 들여다 볼 기회는 없었겠지? 휴~~~~~ㅋㅋㅋㅋㅋ
눈은 떴는데 컨디션이 영 엉망이다.
나이트 가운을 걸치고 테라스에 나가보니...... 아....... 글씨............ 이게 사람이여?
맥주에..... 와인에....... 보드카 큰병까지가 모두 비워져 있다.
누가 다녀간 흔적도 없고........ 어디 바닦에 쏟은 흔적도 없다. 그런데 병은 모두 깨끗이 비워져 있었다.
여행중에 아주 곤욕스러운 것 중 하나가 태생적 신체리듬을 잃어버리거나 컨디션 조절에 실패하는 것이다. 아프거나 부상을 당하면 병원이라도 가고 어쩔 수 없이 스케줄이 바뀌겠지만, 컨디션 난조라면 이건 쌩고생 바가지로 쓰는꼴이다. 쓰리고에 양박을 독박으로 뒤집어 쓰는꼴이다.
그런데 지금 그런 조짐이 슬슬 불길하게 일어나려고 하고 있는 것이다.
-- 야는 여기가 모스코바 지덜 집 골목앞 점빵닌줄 아나보다. 남자는 풍기문란. 여자는 안면방해.
헐.
어쩌자고 머나먼 타국에서 이런 상황을 만들었단 말인가?
스스로를 원망하면 특단의 조치를 내려야만 했다.
그래. 나만의 오랜 경험에서 터득한 특단의 조치를 내려야 겠다.
물을 끓여서 커피를 탄다. 믹스 두 봉지에 물을 넉넉하게.........
베란다에 나가서 새벽바람을 쏘이며 감초빠진 십전대보탕을 마시듯이 커피를 먀셔댄다. 그러노라면 커피를 다 마시기도 전에 속에서 어떤 신호가 감지된다. 화장실로가 엄숙하게 새벽의례를 치른다. 찬물로 제법 오래오래 샤워를 한다.
가벼운 차림으로 슬리퍼를 끌고 새벽 산책을 한다. 쓸데없이 이것저것 기웃기웃 거리면서 조금 빠른 걸음으로 사방 쏘다닌다. 땀이 좀 났다 싶으면 다시 숙소를 돌아와 찬물에 샤워를 하고 다시 베란다에서 이번엔 제대로 커피를 타서 마신다.
후런트 옆 식당으로 내려갸 조식은 아주아주 맛있게 그리고 푸짐하게 먹는다. 됐다 싶으면 오바해서 좀 더 먹는다.
방에 올라와 1리터 생수병을 들고 베란다에서 쉬며 마시고 도 마셔댄다.
신호가 잡히면 의식을 한번 더 치루고 나서....... 이젠 좀 살만해졌다.
체크아웃 할 짐 정리를 대충 마치고, 오늘 나짱으로 일단 이동하는 게획에 대해 시간표랑 위치파악이랑 마지막 점검을 해 둔다.
물병 하나. 톰 클랜시의 마약전쟁 2권을 들고 풀장으로 내려간다.
풀장을 전세내서 놀고 또 논다.
이런게 망중한 이라고 하는건가?
오전 11시 40분 체크아웃을 하고 호텔을 나선다.
호이안에서 나짱 가는 심야 슬리핑 버스는 저녁 7시 출발이다. 아직 7시간의 여유가 더 남아있는 것이다. 호이안에서 나짱까지는 장장 11시간 동안 슬리핑버스를 타고 이동해야만 한다. 나짱에서 1시간 정도 여유시간을 가진 후, 다시 다음 슬리핑버스로 갈아타고 이동한다. 달랏의 경우는 4시간을 더 가야하고, 무이네의 경우 5시간을 더 가야한다. 온전한 하루의 대부분을(2/3) 버스에서 보내야 하는 것이다.
이제껏 경험해 보지 못한 낮선 체험이다. 장거리 버스이동이라는거 과연 어떤 느낌일까?
ㅎㅎㅎㅎㅎㅎㅎㅎ
배낭을 메고 여행자거리까지 걸어가서 나짱행 심야버스표를 티켓팅 한다.
달랏과 무이네를 놓고 고심에 고심을 한 끝에......... 모로코를 가고 싶어하는 이유즁의 하나인 (사막에 대한 로망) 때문에 결국은 무이네를 선택했다. 16시간의 버스 여정을 기필코 감내하기로 작정을 한 것이다. 16시간 버스여행에 비용은 우리화폐로 \19.000원.
와! 무지무지 싸다.
충주에서 인천공항 3시간 코스가 \16.000원 인것에 비교하면 도저히 비교가 안된다. 단지 우리보다 인건비가 상당히 저렴하다는 비교만으로는 도저히 설명이 안된다. 거기다 최고급인 이 버스에는 3명의 승무원까지 배정되는데 말이다. 메인 드라이버. 보조 드라이버. 그리고 보조 승무원(차장) 이렇게 말이다. 운전도 교대로 하면서 간다. 야네들 버스는 그냥 강물 퍼 넣으면 가나?
버스 태켓을 잘 확인을 해서 갈무리 하고, 무거운 배낭을 여행사에 맡기고 다시 호이안 구시가지로 향한다.
이제 떠나면 정말로 언제 다시 만날쏘냐? 호이안아.
한번 더 너를 보려고 내가 찾아왔다. 호이안아.
여전히 오늘도 아름다운 호이안.
유난히 무더운 날씨였기 때문일까? 어제에 비하면 아주 조금은 한산한 느낌이다.
아쉬운만큼 아주 천천히 아름다운 호이안을 한번 더 돌아다녀보기로 한다.
겉에서만 보았던 내원교(저패니스 브릿지)고 들어가 보고, 그 다리 건너의 일본 상인들 거주지역까지도 여유있게 돌아다녀 본다.
어제 보았던 것과 같은 건물이지만 오늘은 무엇인가 다르게 느껴지는 풍경들....... 나는 다시 셔터를 눌러댄다.
대충 한 바퀴를 돌아다녔다고 느껴질 즈음 슬슬 느껴지는 허기..........
전망이 아주 좋은 곳에서 식사를 하면서 풍광을 좀 더 즐기며 휴식을 좀 취하고 싶었다.
식사를 마치고 저녁 스케줄 확인과 무이네에 대한 정보를 검색확인 하고 있는데, 시끄럽다는 표현보다는 웅성거린다는 느낌을 받아 거리를 내다보았다.
새하얀 아오자이의 물결.
흰색 아오자이면 학생신분이다. 베트남의 전통복장인 아오자이는 학생들이 교복으로 착용하고 있으며, 아주 젋은 아가씨중엔 간혹 흰색을 입고, 대체적으로 나이가 들수록 색상이 진해지고 문양이 화려해진다고 어디선가 읽었던 바가 있었다. 그러고 보니 고등학생들이었다. 남학생들도 검정바지에 흰상의를 걸치고 있다.
우루루 몰려다니며 연실 사진찍기에 여념이 없어보였는데 아마도 수악여행중인것 같았다.
식탁에서 일어나 카메라를 들고 잠시 나섰는데 그 학생들 내가 한국인이라는걸 용하게 알아본다.
- 한국인? 이세요? 대힌민국 쌀랑해요.
- 아임 꿔한. 알 럽 베트남.
와!!!!!!
함성이 일고 학생들이 마구 발을 동동 구르는데, 식당가에 앉아있고 지나가던 여행객들 이게 뭔 나리냐는 표정들이다.
대한민국! 자랑스러운 나라다. 태극기라도 가지고 올껄.
남들이 보면 내가 k-pop 가수 아이돌은 아니더라도, 그와 연관된 꽤나 유명한 사람인 줄 알겠다.
사진기를 들이대니 이구동성으로 '김치' 하면서 서로들 뽐내는 제스쳐를 쳐준다. 선생님의 인솔이 있자 다리를 건너간 학생들 강건너 내원교를 돌아 나갈때까지 내가 있는 곳을 향해 손을 흔들어준다. '싸랑해요 코리아'라고 외쳐준다.
내가 그곳을 떠날때까지 '저놈 도대체 뭐하는 놈이여?' 하는 여행객의 눈초리를 받으며 어색하게 발걸음을 옮겼다.
호이안에 머물면서 전통의상을 입은 신랑신부의 기념사진 촬영장면을 서너번 목격했다.
차려입고 나니 다들 이쁘고 멋져보였다.
일상생활복인 아오자이도 보았고, 결혼기념복으로의 아오자이도 보았다. 참 매혹적인 느낌이 강한 아름다운 의상이다.
수줍어 발뺌하는 쌍이 있는가 하면, 당당하게 관광객들을 향해 포즈를 취해주는 쌍도 있었다. 새로운 인생을 시작하는 모든 신혼들에게 조물주의 은총이 늘 함께하고 행복하기를 기원했다.
그리고는 아주 느릿느릿한 걸음으로 이골목 저골목을 들쑤시고 다녔다. 어느도시에 가든 난 그 도시의 뒷골목 풍경이 참으로 좋다. 너무너무 정겹다. 때론 정돈되고 화려한 도심의 거리보다 퇴색되고 남루해진 그 뒷골목이 훨씬 매력으로 넘쳐날 때가 종종 있다.
갑자기 어디선가 한줄기 소나기가 휘몰아쳐 내렸다.
사람들이 썰물처럼 뛰어다니며 삽시간에 어디론가 사라진다.
잠시 처마밑에 들어가 소낙비를 피해본다.
문득 떠오르는 사람들이 있었다. 호이안의 낡은 건물 지붕을 수리하는 현장에서 일하던 사람들 모습이 떠올랐다. 아까 지나면서 서너장의 사진을 찍었는데, 이 소나기 속에서도 작업을 할까? 담배 피워물고 연실 고래고래 소리만 질러대던 우두머리인 듯한 사람의 모습이 떠올랐다. 그리고 궁금해졌다. 유네스코 문화유산으로 지정되면 함부로 건축물에 손을 댈 수가 없는 것이다. 찾아가보니 빗속에서도 비를 맞으며 작업을 계속하고 있었다. 셔터를 눌렀다.
나는 그런 일상의 모습들이 좋다.
이런 현장은 후에(훼)와 다낭에서도 각각 목격하고 사진을 찍었었다. 그네들의 실질적 생활하는 모습이었다. 내가 그들 현장을 들어가 구경하고자 했을때도 흔쾌히 거부하지 않고 이 낮선여행자에게 지극히 일상적인 자기들의 작업하는 모습과 환경을 그대로 보여주었다. 감사한 사람들이다. 참으로 열심히 살아가는 강인한 생명력을 보았다.
바로 수십년 전의 우리네 모습이 거기에 있었다.
머지않아 저들도 지금의 내가 살아가고 있는 대한민국의 오늘같은 모습으로 성장하고 발전해 나갈 것이다.
그네들의 지칠줄 모르는 열정과 노력에 진심어린 갈채를 보내드린다.
알 럽 베트남.
비가 소강상태가 되어 간간히 떨어지고 있는 시간에, 오토바이의 행렬이 갑자기 부산해진것으로 보아 저녁퇴근시간들이 된 것 같았다.
그러면 정말로 호이안에서의 '멍'때리기 시간도 종말을 고해야 할 때가 되었나 보다.
아쉬운 마음에 눈에 익숙해진 호이안의 풍광들을 다시 되돌아보고 또 되돌아 보면서 여행자거리로 발걸음을 옮긴다. 시간이 거의 되어간다.
밤새 먼길을 간다하니 뭐라도 먹어 둬야지.
(신 투어리스트) 옆에 붙어선 노점에서 서둘러 역시 길거리표 쌀국수 하나를 시켰다.
캬! 아임 살국수 매니아.
여행사에서 에약영수증을 제시하고 보딩패스를 받는다.
그리고 오래지 않아 그렇게 고대하고 기다리던 버스가 도착했다. (슬리핑 버스)
이거 상당히 고급스런버스다. 놀랍고도 신기하다.
이런거 우리나라에도 있으면 좋겠는데...... 우리나라에서 절대 효용 불가란다.
대한민국의 도로사정이 너무도 잘되어있어서 밤새워 달려갈 일이 없기에 효용성이 없단다. 70년대 중반쯤에 이런게 나왔으면 있을법도 했겠다. 혹 통일이 되어서 부산에서 백두산을 간다던가, 중국까지 버스노선이 생긴다면 그땐 등장을 할 것이다.
요거오거 장난이 아니다.
일단은 엄청난 호기심을 유발시키기에 넘치도록 충분했다.
화물칸에 짐을 싣고, 신발을 벗고 버스에 오른다. 침대차니까 빵에들어가는 거랑 똑같이. 2층칸에 올라가 누워본다.
내 신장이면 다소 협소하고 짧을거라 들었는데, 아니다. 기가막히게 잘 맞다.
ㅋㅋㅋㅋㅋㅋ 신기.........
호이안에서 나짱가는 심야버스는 맨 뒷자석 3개를 남겨두고 만석이다.
그리고 드디어 나짱을 향해 출발.
거리엔 여전히 빗방울이 뚝 뚝 떨어지고 있다.
마침내 새벽에 나짱(나트랑)에 도착하였다.
베트남 최고의 휴양도시 나트랑. 참파왕국의 초대 수도 나트랑.
매력적인 슬리핑 버스는 예정시간을 1시간 당겨서 새벽 5시에 나트랑 해변이 수백미터 떨어진 씬 투어리스트 사무실 앞에 정차했다.
생애 처음으로 경험한 장장 10시간의 버스여행..............
---- 나짱 경유 무이네 여행기는 에피소드 6 으로 이어지겠습니다. 피안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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