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남도겨울여행의 마지막날이다.
언제나 그랬듯이 새벽에 가까운 이른아침에 일어나서 곧 아쉽게 떠나야하는 휴양림 경내를 산책해 본다.
그제보다는 줄었지만 그래도 휴양림 여기저기에 여행객들이 묵고있는 표시로 숙소 앞에 타고온 차량들이 주차해 있는데 다들 편안한 힐링에 취하였는지 이렇게 이른시간에 밖으로 나온 사람은 아무도 없다,
이른 아침을 훌쩍 마치고 고맙게 잘 사용한 숲속의 집을 깨끗이 정리정돈한다, 그 분의 손길은 거의 내집청소의 수준으로 모든 정리를 마치고 나서 휴양림을 출발하면서 셋째날의 일정을 시작한다.
휴얄림 계곡을 빠져나오면서 동백군락지를 살펴보니 군데군데 어제와는 사뭇 다른 풍경들이 눈에 들어온다. 하루 사이였음에도 포근한 날씨 때문이었는지 동백꽃잎이 훨씬 많이 벌어진 느낌이다, 아쉬움을 뒤로하며 셔터를 눌러본다.
오늘의 첫번째 목적지가 어딘지 가르쳐주지 않았는데도 길을 나선지 얼마 되지도 않아서 눈치를 채고는 확인을 해온다, 어느새 눈치9단의 입신경지에 도달한듯 여겨진다.
첫 방문지는 (보성차밭)으로 그 중 가장 유명하다는 대한다원을 찾았다.
주차장 옆에서 부터 시작되는 이색적인 메타세퀴어 가로수 숲길이 정겹다,
대한다원에서 나와 차를 몰고 이동한 곳은 승주읍이었다.
다음 목적지가 (선암사)와 (송광사) 사이를 산길로 가로지르는 (굴목이재)를 넘기 위한 이번 여행의 마지막 목적지가 있기 때문이었다,
굴목이재의 산길로는 왕복하기가 좀 버거워 두 사찰로 통하는 중요 교통로인 승주읍에 차를 주차시키고, 시내버스를 이용하여 먼저 선암사에 들렀다가 국목이재를 넘고나서 송광사에서 다시 시내버스를 이용하여 이곳 승주읍으로 돌아와 다시 차를 되찾기 위해 계획을 짰기때문이다.
아울러 점심은 그 유명하다는 굴목이재 정상에 있는 보리밥집에서 해결하기로 애초부터 작정을 하였었다. 그런데.........
보성차밭에서 좀 여유를 부렸던 때문일까?
아직 점심시간 까지는 좀 여유가 있겠으나....... 선암사에 들러 굴목이재 중간의 정상에 있는 보리밥집까지 도달하려면 족히 3시간은 걸려야 하겠는데, 그렇게 하기까지는......... 약간의 허기가 느껴지는 시간이었는지라 어찌 할지를 망설이고 있는데..........
아주 조금은 점심시간에 채 이를즈음인데 승주읍으로 들어가는 삼거리부근 너른 공터에 자가용들이 바글바글 모여서있다. 거기에 대형 관광버스도 3대나 주차해 있지 않은가. '도대체 뭐가 있기에?' 하면서 살펴보니 그냥 커다랗게 (기사식당)이라고 간판하나 달랑 붙어있다. 설마하는 마음으로 무언가 다른 이유가 있겠지 하며 살펴보는데....... 아무리 살펴 보아도 다른 이유가 보이질 않는다.
"도대체 뭘 하기에 저렇게 모여드는거야?"
"보리밥 타령하며 참고 거기까지 가기에는 너무 멀잖아? 소문난 집인가 본데 일단 한번 들어가봐?"
식당안으로 들어서서 둘러보자니 손님이 일어섬과 동시에 써빙하는 분이 쏜살같이 달려와 테이블을 치우는 것이 보여 잽싸게 자리를 차지하고 앉았다.
용케 자리를 차지하고 앉은것 까지는 좋았는데...... 흔한 보리차도 내주지 않고 주문도 받으러 오지를 않는다.
사방을 아무리 둘러보고 찾아보아도 차림표(메뉴판)가 어디에도 눈에 띄지않는다. 메뉴판이 없으니 가격표도 없다. 뭐가 이런가 싶어 연실 두리번 거리다 보니 저만치 계산대에서 눈이 마주친 아주머니가 묻는다.
"다 오신거요? 두 분?"
"네. 둘."
대답하자마자 쟁반에 상차림을 든 아주머니가 불쑥 나타난다. 반찬을 가지런히 테이블 위에 쎄팅(?)을 마치더니 횡하니 사라진다. 그러더니 또다시 캄캄 무소식.
- 뭐. 이런 식당이 있담? 시방 모하자는 거여?
그때, 다시 나타난 아주머니. 쟁반에 밥과 국과 후라이팬 하나를 들고 와서는 내려놓자 마자 쏜살같이 또다시 어디론가 사라진다.
주문도 안했는데 음식이 나온것이다.
이상하다 시피어 둘러보니 글쎄....... 어느 테이블이나 다 똑같은 차림이다. 애초 메뉴고 뭐고 없다. 그냥 머릿수만 세면 오케이다.
그런대로 먹을만 했다.
그렇다고 이렇게 사람들이 몰려들고 외지에서 버스로 올 만큼이라고는 생각되지 않는 맛인데......... 무지무지 성황이다.
메뉴도 달랑 하나. 가격은 1인 8.000원. 그저 머릿수만 세면 장사 끝이다.
ㅎㅎㅎㅎㅎㅎ 이런 어처구니가........
우리 동네서 이렇게 장사하면 두 달 못넘기고 망할텐데..........
선암사로 향했다.
전라도 순천땅 조계산에는 이 나라 불교계의 교종과 선종의 양대 계파를 대표하는 귀중한 사찰이 두 군데 있다.
이곳 선암사는 태고종의 총본산이다. 그리고 산자락 너머의 송광사는 바로 조계종의 근본사찰로 일컬어지는 곳이다.
선암사는 산속 깊이 은거한 산사의 전형적인 보습을 보여주고있고, 송광사는 번성하는 대가람의 위용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먼저 그 유명한 숭선교를 건너 선암사에 들러 천년의 세월이 할퀴고간 흔적이 그대로 여실히 드러나고 있는 아담한 사찰을 둘러 보았다.
그리고 나서 뒷산자락으로 본격적인 굴목이재를 넘기로 했다.
그 유명한 보리밥집은 승주에서 김치찌개로 점심을 해결하고 오른터라 구경만 하는 것으로 지나쳤다.
오후의 해가 뉘엿뉘엿 서쪽으로 넘어가기 시작하여 조계산 골짜기에 서서히 땅거미가 내려앉을 즈음에야 마침내 송광사에 도달하였다.
아주 조금 서둔 걸음걸이로 송광사를 이리저리 둘러보나서....... 아름다운 숲길을 따라 송광사 경내를 나왔다.
너무도 볼거리도 많고 이야기 거리도 많은 두 가람이라.........
선암사에서 시작하여 송광사를 나서면서까지........ 이 땅에 불교의 전래에서 부터 교종과 선종의 구분과 부흥기를 거쳐, 시대의 흐름에 따라 위상을 달리한 양대 사찰의 현황까지......... 강의 아닌 강의를 하면서 걸어왔다. 내 지닌 지식을 모두 동원한 강의 였다. 단 한명의 수강생을 위해서.........
서서히 땅거미가 내려앉기 시작하는 송광사를 뒤로하고 풍광이 대단히 빼어난 주안댐 주변도로를 지나 다시 고속도로에 올랐다.
3일간의 남도겨울여행을 모두 마친것이다.
먼 길을 달려 충주에 도착하니 밤이 깊은 심야였다.
아무래도 내일 하루는 당장 일에 매달릴 것이 아니라 하루쯤 편히 장비랑 짐도 정리하고 마음도 가다듬어야만 할것 같다.
( 꿈을 밀고 나가는 힘은 이성이 아니라 희망이며, 두뇌가 아니라 심장이다. ) 라고 적혀있던 두륜산 정상에서 만난 글귀가 가슴에 남았다. 그리고 (백제불교최초도래지)에서 본 싯다르타의 모습이 새삼 기억에 남는다. 대흥사에 들르길 잘했고, 굴목이재는 훗날 꼭 다시 한번 올라보고 싶은 길이었다.
여행은 끝났다.
이제부터는 다음번의 새로운 여행의 시작이 될것이다. 새로운 여행을 꿈꾸면서...........
더 열심히 살아야겠다.
무사한 여정에 대해 절대자께 감사를 드리면서........... 피안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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