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여행 이야기

남도로 떠난 겨울여행 3일.

by 피안재 2015. 1. 7.

 

 

 

 

 

 

 

 

 

 

 

 

 

 

 

 

 

 

  다사다난했던 2014년이 저물었다.

  나이를 먹을수록 점점 빨라져가는 시간이라지만,  유독 2014년을 돌이켜 생각하자니 참으로 숱한 상념들이 스쳐지나간다.

  그런 아쉬움과 허탈한 마음을 달래고자 해마다 반복해 온 어떤 의식처럼 (한 해를 갈무리하는 여행)을 금년에도 떠나기로 했다.

  지난해는 12월 25. 26. 27일을 덕유산 야영장에서 겨울 캠핑으로 마무리를 했었다.

  하여 금년에는 12월 28. 29.30일을 남도(남해안)에서 캠핑을 겸하여 겨울여행을 하기로 계획을 했다.

  28일 아침 일찍 출발을 했다.

  목표는 해남으로 향하기 전에 영광 법성포에 들르는 일정으로 시작했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그것은 바로 날씨였다.

  지난해의 겨울여행은,  한파가 가장 거세게 몰아치던날 폭설이 쏟아지는 속에서 감행한 진짜 겨울여행이었건만,  이번에는 마치 봄날이 시작되는 듯 착각이 들정도로 포근하다 못해 따뜻한 느낌이 들 정도였다.  일기예보마저 중부 이남으로는 비가 올것이라는 소식까지 들리고 있었다.

  이를 어떻게 한다?

 

  캠핑을 계획한 여행이라면 꼭 겨울철이 아니라도 먼거리나 여러곳을 돌아다니기에는 적절치가 않다.  싸이트 구축과 철거에 제법 시간이 소요되는 때문이다.  하여 일정한 장소에 텐트를 설치하고 나면 그곳을 거점으로 텐트 주위에서의 시간을 즐기고 주변의 가까운 곳으로 잠시 잠시 돌아보는 것으로 일정이 짜여지게 된다.  겨울캠핑이라면 바람에 대비하여 튼튼하게 싸이트를 구축하고 나서, 난방에 만전을 기하며, 가까운 수산시장에서 수산물이나 조개 등을 사다가 구워먹고, 가래떡이나 고구마 감자를 구워먹고,  해변을 산책하고 눈싸움을 하는 등의 재미가 수반되어져야 하는 것인데......... 비 마저 예고되는 봄날같이 따뜻한 겨울의 텐트속에서는 별반 할 수있는 것들이 없겠다.

  잔뜩 벼르고 계획한 여행이었는데 말이다.

  남쪽을 향해 내려가는 고속도로 위에서 이번 겨울여행의 계획을 전폭적으로 싸그리 바꾸기로 했다.

  혹시나 해서 지난달에 미리 예약해 놓은 휴양림 사용이 아직 유효하기 때문이었다.

  사실, 휴양림은 일정에 맞추어 예약하기가 하늘에 별따기라서 그렇지  해약에 대해서는 별반 손해가 나지 않기에  혹시나 하고 예약을 해놓았었고, 아직 해약을 하지 않은 상태여서 모든 일정을 휴양림을 기준으로 바꾸는데 별 어려움이 없었다.  그곳은 바로 천관산자연휴양림이었다.

  여행계획 수정이 완료되자 나는 다시 힘껏 페달을 밟고 남쪽을 향해 내려갔다.

 

 

 

 

 

 

 

 

 

 

 

 

 

 

 

 

 

 

 

 

 

 

 

      ( 백수 해안도로 )

 

  전체적으로 약 17km 이상되는 길이 해안을 따라 형성되었으며, 해안의 절벽길을 따라 걸으며 바라다 보이는 바다가 특히 인상적인  길이다.

  '일몰이 너무 아름다워서 한국의 아름다운 길 100선 선정'에서 9위를 차지했다는 기록이 눈에 띤다.

  탁 트인 바다를 내려다 보며 걷고 있자니  굳이 먼길을 마다 않고 달려온 계절이 겨울이라는 것이 조금은 못내 아쉬웠다. 봄 이었거나 아님 초겨울 같은 가을이었음 하는 아쉬움이 진하게 배어나온다.

  백수 해안도로는 길용리 원불교 성지에서 홍곡거리 해안을 끼고 이어지는 바닷가 산책길이다.

  하여 백수읍 구수리 구시미 마을에 있는 모래미해수욕장에 차를 주차하고 해안도로를 따라 걷기를 시작하였다.

  바다는 참으로 잠잠하였다.  태어나서 이렇게 잠잠한 바다는 처음 본다.  우리동네 저수지 보다도 잠잠했다.  해안으로 회색빛 갯벌이 그대로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여름 같으면 그대로 뛰어들어 머드 파티라고 한 판 벌여도 좋을듯 싶다.

  빼어난 절경의 해안 절벽을 끼고 도는 전형적인 서해바다의 풍광이 끊임없이 이어진다.

  걷기를 시작한지 얼마 되지 않아서 등에 흥건하게 땀이 고여나기 시작하는 것을 느낀다.  겉옷을 벗어 들었음에도 바람한점 없는 봄날 같은 날씨는  먼 길을 일부러 찾아 온 여행객에게 별반 달갑게 여겨지지 않는 조금은 괴씸하기까지 한 고약한 훼방꾼이었다.

  또한 포근한 날씨 때문이었는지 전망대와 노을전시관 주변으로 많은 여행객들이 타고 온 차량들이 무질서하게 주차되어 있고, 많은 인파로 인하여 추운 날씨에 혹독한 해안바람을 맞으며 꿋꿋하게 걷고자 했던 바램들을 모두 접어야만 했다.  중도에서 돌아섰다.

  나는 평소에도 많은 인파속을 헤집고 다녀야 하는 여행을 별반 좋아하지 않는다.  호젓한 산책을 기대했던 애초의 꿈이 사라지자 나는 과감하게 돌아섰다.

 

 

 

 

 

 

 

 

 

 

 

 

 

 

 

 

 

 

 

 

 

 

 

 

 

 

 

  백수해안도로는 들었던 바대로  참으로 아름다운 해안길이었다.

  해안도로와 연계하여 바닷가에까지 오르내릴 수 있게 연결한 데크로 만들어진 길도 참으로 운치있고 아름다웠다.

  다만 너무도 아쉬운것은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접근성으로 인하여 소문만 듣고 쉽게 차를 끌고 와서 잠시 사진 몇장 찍고 가려는 가벼운(?) 여행객들로 인하여  해안산책의 참 묘미를 제대로 느길 수 없었다는 점이 무척이나 아쉬웠다.

  세찬 눈보라로 인하여 아무도 찾지 않는 날이나, 거센 풍랑으로 세찬 파도가 절벽의 허리까지 차올라 산산히 부서지는 날이나,  한 이틀쯤 내리퍼붓는 소나기로 인하여 찾아오는 이가 아무도 없는 날에 꼭 다시 한번 찾아와야겠다고 다짐해 본다.

  난 그런 여행이 좋다.

 

 

 

  백수해안도로의 초입에 나의 눈을 긴장시켰던 이색적인 풍경이 있었다.

  여러가지면에서 커다란 호기심을 자극하는 어딘지 모르게 낯설은 이색적인 풍광이었기 때문이다.

  하여, 백수해안도로를 되집어 나오자 마자 나는 강 건너의 그 멋진 풍광을 찾아서 법성포쪽으로 핸들을 돌렸다.

 

 

 

 

 〈삼국사기〉에 따르면 한반도에 처음 불교가 전래된 것은 고구려였으며, 고구려에 불교가 처음 전래된 시기는 372년(소수림왕 2)으로 그해 6월에 전진(前秦)의 왕 부견(符堅)이 사신과 함께 승려 순도(順道)를 파견하여 불상과 불경을 보내왔다고한다.  그리고 그로부터 2년 뒤인 374년(소수림왕 4)에는 승려 아도화상(阿道)이 고구려에 들어온것을 그 기원으로 삼고있다.  이를 (한반도에 불교의 대륙전래설)이라 한다.  근래에 이르기까지 역사교과서에 실릴만큼 이는 한국사에 있어서 거의 정설로 여겨왔다.  그런데 근자에 들어서면서 이 정설에 새로운 학설이 등장하기 시작하였으니, 그것은 바로 (한반도 불교의 해양전래설)이다.

 

 

 

 

 

 

 

 

 

 

 

 

 

 

 

 

 

 

 

 

 

 

  한반도의 남서쪽 해안인 전라남도 영광군에 가면 법성포(法聖浦) 라는 작은 포구가 있다.

 

  굴비의 산지로 유명한 곳으로 법성포 하면 굴비, 굴비 하면 법성포로 익히 잘 알려진 곳이다.  그런데 이 법성포(法聖浦)라는 지명은 불법(佛法)이 성(聖)스럽게 전해진 포구라는 의미로 붙여진 지명이라는 데에 어느 누구도 반론을 제기하지 못한다. 이 곳 법성포는 이처럼 불연(佛緣)이 깊은 고장이며, 한국의 불교 문화사적이나, 정신문명사적으로 매우 유서 깊은 고장이다.

  인도의 승려 마라난타가 A.D 384년에 중국 동진을 거쳐 백제에 불교를 전하면서 최초로 발을 디딘 곳으로 바로 한반도에 불교가 해양을 통해 최초로 이곳에 전래되었다는 사실이다.  아주 오래전부터 이곳에는 마라난타 존자가 영광의 법성포로 들어와 불법을 전하고 불갑사를 개창하여 백제 불교가 시작되었다고 구전되어 왔다.  그러던 것이 점차 역사적 사실로 고증되기 시작하면서 이곳 법성포에 (백제불교최초도래지)라는 성역화 사업을 벌여 역사문화공간으로 자리매김한 곳이 바로 이곳이다.

  이곳 입구의 문이나 대다수의 건축물들이 우리네 불교건축물들과는 사뭇 다른 조금은 신비로우면서도 친근한 느낌으로 다가온다.

  마라난타존자의 고향인 인도 간다라지방의 가장 유명한 사원인 탁트히바이 사원의 탑과 건축물들의 모양을 본떠 이곳에 좀체로 보기 힘든 전형적인 간다라 불교건축물을 복원하여 놓았다,  거기에 더하여 이곳의 간다라유물관에 들러 본다면 간다라 불교예술의 정수를 들여다 볼 수 있다.

  아울러 언덕위에 우뚝 솓은 석굴사원 형식을 빌어온 사면불은 이곳을 상징하는 대표적 건축물이다.

 

 

 

 

 

 

 

 

 

 

 

 

 

 

 

 

 

 

 

 

 

 

 

 

 

 

 

 

 

 

  아주 귀한 이국적인 체험이었다.  잘 정돈되어있고 무척이나 아름다웠다.

  (백제불교 최초도래지)를 나서면서 문득 이런 생각을 했다.

  한반도는 그야말로 불교문화의 보고이다. 불교문화야말로 한반도 5000년의 문화를 대표하는 거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대한민국 문화의 정수이다. 불교는 아마도 한반도에 전래되면서 온 세상을 통 털어 가장 아름답고 가장 융성하게 부흥할 것이 아닐까? 그리하여 불교 최초전래지란 상징조차도 숭고하게 의미를 담아 이렇게 성스럽고 중요한 정신문화적 가치로 보존하려 사업을 벌려나가고 있는 것이리라.

  반면 최초 불교의 발생지는 분명 인도이다.

  그런데 인도는 지금 불교국가가 아니다. 힌두교국가이다. 불교 발생지라는 사실과 문화재는 간직하고 있지만 국민 대다수 사람의 마음속에 불교는 찾아볼 수 없는 나라가 바로 인도이다. 그 불교가 전래받은 한반도에서는 문예부흥에 가까운 번영을 누리고 있다.

  어떤 하나의 아이러니라 할까?

 

 

  (백제 최초불교도래지)를 들어가면서나 돌아나오면서나 지나게 되는 곳이 바로 영광 법성포이다.

  나오는 길에 포구 안으로 들어가 보니 전체적인 포구의 분위기는 인천 연안부두나 소래포구랑 흡사한 전경이 그대로 드러났다.  다만 다른것은 주욱 늘어선 점포들마다 논란끈으로 꿰어 매달아 놓은 굴비꾸러미들이 여기고저기고 온통 주렁주렁 매달려있는 것이 다른 모습이었다.

  낮에 고속도로를 달리며 들었던 라디오에서는 금년들어 유독 굴비가 잡히지 않는 흉년이어서, 새해가 되고 설날(구정)이 가까와 오면 굴비가격이 엄청나게 폭등할 것 같다고 했었는데,  어찌된 영문인지 법성포에는 온통 굴비천지로 포구를 가득 채우고도 넘쳐날것만 같다.

  참 이상하지 않은가?  혹시............

  

  남도의 풍광을 맘껏 즐기며 이곳저곳을 둘러보며 다니다 보니 서서히 하루가 저물어 가고 있다.

  오늘 여행은 이제 마무리해야 하겠기에 머물고소을 찾아 달려가려는데.........  세상에, 영광에서 장흥까지가 엄청나게 멀다. 무척이나......

  내비게이션에 모든것을 맡기고 휴양림을 찾아 달리는데 사방은 어느새 칠흑처럼 땅거미가 짙게 내려앉았다.

  먹거리 준비도 특별히 하지 않았기에 지나치는 마을마다 혹시 하나로 마트가 있다 살피며 지나는데......... 여기 남도는 확실히 무엇인가 저 위쪽지방의 우리동네랑은 무엇인가가 많이 다르다.  정말 여러가지가 많이 다르다는 것을 뼈져리게 느끼겠다.

  도저히 안되겠다 싶어 자동차 전용도로에서 내려서서 강진읍내로 들어섰다.  행인에게 길을 물어가며 겨우 하나로마트를 찾았는데........ 아뿔싸..........  적어도 읍소재지의 마트가 에게게.......... 으악............. 충주인근 시골의 슈퍼 수준이라 하면 지나친 표현일까?  여기 마트에 비하면 충주인근의 면소재지인 수안보 하나로마트는 백화점쯤 치면 되겠다.  살미면소재지 마트정도면 풍성한 보급소 정도가 되겠다.  작고...... 비치된 물품도 적고....... 야채등이 제대로 갖추어진 것이 전혀 없음에도....... 막 시들어가는 상풍임에도 충주보다  훨씬...... 훨씬........ 비싸다.  무지무지 비싸다.

  모처럼 집나왔으니 쇠고기 등심이라도 구워먹어볼까 하던 마음이 고기값은 둘째치고..... 싱싱하지도 않은 야채 가격에 식욕을 뚝 떨어지게 만들었다.

  참치캔으로 그냥 김치찌개 끓여서 끼니를 때우기로 합의.........

  심야의 국도를 꾸불꾸불 이리저리 헤젓고 다니다보니 마침내 (천관산 자연휴양림 입구) 표지판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런데 또 아뿔싸..........

  국도에서 벗어나 휴양림까지의 산길 진입로 길이가 장장 7km 란다.  꾸불꾸불에 협소하고 절반은 포장도 되지 않은 산골자기로 마냥 들어가는 기리로 말이다.  태어나서 이렇게 긴 7km는 처음 겪었다.  무지무지하게 멀었다.  그렇게 한참을  올라서야 나타나는 휴양림.

 

 

 

 

 

 

 

 

 

 

 

 

 

 

 

  (천관산 자연휴양림) 숲속의 집.  편백나무실을 예약해 놓았기에 찾아든 시간은  제법 밤이 깊어진 후였다.

  산림청의 자연휴양림 사업이 시작하던 초기부터 우리 가족은 휴양림을 이용한 여행을 즐겼엇다.  그때는 전화만 하면 항상 에약이 가능하던 시기였다.

  그런데 지금은 일단 주말이나 휴일의 예약 자체가 하늘의 별따기가 되어 버렸으니 참으로 오랫만의 휴양림 이용이다.  더구나 오늘의 이용은 포근한 겨울날씨 때문이이다.  춥고 눈이 내렸다면 지금쯤 해남 땅끝마을에서 텐트속에 들어앉아 있었을 텐데.......

  나의 휴양림 여행은 처음이 (통고산 자연휴양림) 이었다.  장성한 아들이 겨우 걸음마를 시작했을때였다.  그러면서 대한민국의 웬만한 휴양림은 대부분 둘러본 경험이 있엇는데  이상하게 비켜지나게 되던 천관산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천관산자연휴양림)은 그간 격어본 여러 휴양림중에 세 손가락안에 꼽을만큼 모든면에 있어서 훌륭했다.  시설도 대단히 만족스러웠다.  어중간한 호텔에 묵느니 차라리 여기서 묵겠다.  그만큼 썩 좋은 시설을 갖추고 있었다.  여름 캠핑지로도 손색이 없을것 같다.

  휴양림에서 두 개의 코스가 나있는 천관산 등산도 대단히 매력적인 여행의 묘미라 할 수 있겠다.  휴양림이 산 중턱에 자리하고 있다보니..... 휴양림에서 천관산 정상까지 각각 1시간에서 1시간 20분이면 등정이 가능하다.  이만한 매리트면 단연 1급이다.

  차량에서 짐을 날라다 저녁을 준비하면서 교대로 씻고나니...... 많이 피곤하다.

  오늘의 여정이 엄청난 거리를 달려왔으며, 백수 해안도로에서의 걸었던 거리가 제법 있었지 않은가.

  이렇게 남도 여행의 첫날을 마무리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