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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이야기

태리할망구야, 푸꾸옥 놀이동산은 어디가 좋을까?

by 피안재 2024. 12. 25.

 

 

 

 

많은 사람들이 입으로는 미래를 장황하게 늘어놓으며 살아간다. 희망을 이야기하고 이룩하고 싶은 꿈을 찬양하면서 말이다. 하지만 정작 그 사람들의 마음속에는 못내 아쉬운 과거와 화한들로 가득 차 있다. 입은 미래에 살고 속내는 온통 지나간 과거에 대한 아픔과 상처로 가득하다는 말이다. 그러면서 누구나가 현재는 애써 외면한다. 어쨌거나 지금 당장이라는 현실은 불만족으로 가득하다는 뜻일 것이다. ‘내가 10년 만 젊었어도’ ‘학창 시절로 돌아갈 수만 있다면’ ‘다시 직장생활을 시작했더라면’ ‘그때 결혼을 미루었더라면’ 등등의 확인이나 입증될 수 없는 가정들을 실타래처럼 엮어놓고 회한으로 가득한 쓰디쓴 푸념만을 늘어놓고 있는 것이다.

만약에 이런 푸념이나 타령이 도를 지나치게 되면...... 그땐 헤어 나올 수 없는 깊은 수렁속에 빠지게 되는 것이리라.

어쩌면 우리는 사전에 모두 그렇게 될 것을 미리 알았음인지 너도나도 사춘기 때부터 이미 자기최면이나 자기 합리화나 나름의 변명 아닌 변명을 연습해 두었던 것이 아닌지 모르겠다. 이렇게 낭만과 철학을 가득담은 고즈넉한 자기합리화 연습이었다고나 할까.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슬퍼하거나 노여워하지 말라

우울한 날에는 참아라

기쁜 날은 반드시 올 터이니

마음은 미래에 사니

현재는 항상 어두운 법

모든 것은 한순간에 사라지나

지나간 것 모두 소중하리니

 

 

이제 와서 작자와 제목을 굳이 논하지 않더라도...... 생각해보면 해볼수록 참으로 오묘하도다!!!

인생이 무엇인지 모르던, 생각조차도 못해보던 철없던 사춘기 청소년 시절에 이미 이런 시를 쫓아다니고, 그 싯구 하나하나가 철학적이고 낭만적으로 다가왔었는데..... 노년의 할아버지가 되어서 우연히 마주친 그 싯구에선 씁쓸하고 개운치 않은 약간 맛이 간 개떡 같은 느낌뿐이니 말이다. 이놈이고 저놈이고 연애편지에 인용 안해 본 놈 있으면 어디 나와봐.

 

삶이 그대를 속이면 슬퍼하거나 노하지 말라

어쩌다 또 속는 날에는 포장마차에서 낮술이라도 실컷 퍼 마셔라

기쁜 날은 어쩌다 가뭄에 콩 나듯 찾아오고

어두운 날은 거듭거듭 거짓말과 함께 찾아오리니

누군가가 말한 대로 먼 미래의 어느 한순간에 슬픔과 고통이 모두 사라지리라는 기대는 애초부터 버려라

다가올 미래가 어쩌면 떠나보낸 어제만도 못할 수 있다는 냉엄한 현실을 자각해라

삶은 언제든지 누구라도 또 속일 수 있느니라...... 할렐루야.

 

 

푸쉬킨은 참 행운아가 아닐까? 나와 동시대에 태어나지 않았으니까 말이다.

이런 날 느닷없이 왜 푸쉬킨 타령이람?

이런 날엔 차라리 괴테(Johann Wolfgang von Goethe)를 그리워하는 것이 보람 있지 않을까? 괴테의 이탈리아 기행(Italienische Reise)을 읽다보면 그의 발걸음이 얼마나 즐겁고 그의 마음이 얼마나 행복했는지가 넘쳐나도록 충분히 느껴진다. 이탈리아가 얼마나 아름답게 느껴졌을까?

‘그래. 삶이 우리를 속이고 힘들게 만들 때는 일단 여행을 떠나고 보는 거야.’

‘여행은 일탈(日常脫出)인 것이고, 일탈은 곧 휴식이며 재충전이라고 해야겠지.’

‘자! 떠나자. 어디로든지........’

 

속마음은 언제나 아쉬운 실패와 떠나보낸 성공이나 기회들로 부정적인 과거완료형 투성이 지만, 일단 여행을 시작하고 나면 실패도 이해가 되고 거짓도 용서가 되고, 지난 여행에서 느끼지 못했거나 미처 발견하지 못했던 것들이 새롭게 보이고, 암울하기만 했던 미래에 서서히 서광이 비치기 시작한다. 그 모든 소망의 너머에다가 어느 순간부터인지 나도 모르게 ‘또 다음번 여행’을 꿈꾸기 때문이다. 여기에서의 '다음여행'이란, 지금 내가 가지고 있고 극복해야만 하는 모든 고난과 과제의 저 너머에서만 가능해지는 순수한 미래형이기 때문이다.

그렇게 본다면 (여행)은 비타민이자 우황청심환이며 정신적인 로또나 진배없다고 하겠다.

'그래. 다 좋아. 그럼 도대체 어디로 떠나면 좋겠느냐고?'

'베트남.'

'푸꾸옥은 베트남이 아니여? 이적지 푸꾸옥 개판(?)이라며?'

'개판? 내가 언제?'

'이적지 그랬잖어?'

'언제? 내가 언제?'

푸꾸옥의 놀이문화는 북쪽으로 빈 펄 리조트와 연계된 (빈 펄 랜드와 사파리)가 있고, 남쪽으로 (썬셋 타운과 썬월드)가 거의 전부를 차지하고 있다고 해도 무방할 정도이다. 여기에다 스노클링과 호핑투어를 더하면 푸꾸옥의 여행 즐기기는 모두 끝이 난다고 하겠다.

호핑 투어는 이미 했음으로 남은 것은 푸꾸옥의 (에버랜드)를 맛보아야 한다는 이야기가 되는데....... 고령의 어른을 모시고 하는 여행이라 부득이 (빈 펄 랜드)와 (썬 월드) 중에서 한 곳만을 골라야 한다는 과제를 안고 있었다.

우리가 체류하고 있는 숙소가 푸꾸옥의 중간지대인 쯔엉동 지역이다 보니 북쪽으로 (빈 펄 랜드)를 선택하던 남쪽의 (썬 월드)를 선택하던 한참(40분에서 1시간) 씩을 왕복해야 한다는 결론에 도달하게 되었다. (빈 펄 랜드)를 선택한다 하여도 모두 돌아 볼 수는 없을 것 같다. 사파리도 패스하고 야간 쑈도 패스하고 그냥 한 바퀴 돌아본다는 전제하에 물놀이 시간을 조금 가져보거나 수상 택시로 짝퉁 이탈리아 베니스를 잠깐 돌아보는 정도가 겨우 허락되는 하루 일정일 것이다. (썬 월드)를 선택해도 이탈리아풍 나름 멋지게 폼을 낸 도심 거리 투어나 핫 플레이스로 떠오른 (키스 브릿지) 등을 다니는 것도 목사님 부부를 생각하면 거의 무리나 다름없지 싶었다.

결과적으로 우리는 남쪽 비치타운에 있는 (썬 월드)를 선택했다.

일단 한참을 타고 가야한다는 케이블카에서 이국적인 베트남 남부 해안 풍경을 즐길 수 있고, (썬 월드) 경우는 혼똔 섬이라는 한정된 지역에 빼곡하게 모든 놀이시설(에버랜드)를 집약시켜 놓았기에 이동해야 하는 동선을 최대한 줄일 수 있다는 장점이 있었기 때문이다. 고령의 어른도 이 정도지역에서면 이동하면서 골라서 놀이를 해볼 수 있고, 탈 수 있는 것만 타고, 수시로 쉬고, 점심은 뷔페에서 하고, 물놀이를 조금이나마 해 본다면, 나름 생각되기로는 (빈 펄 랜드) 보다는 (썬 월드)가 여러모로 유리하겠다 싶어서였다.

숙소에서 그랩 택시를 타고 40분을 달려 (썬셋 타운)에 도착했다.

흔히들 푸꾸옥을 만든 사람들이 유독 이탈리아를 좋아해서 만든 건축물마다 온통 베니스를 옮겨다 놓는 것처럼 짝퉁 이탈리아를 건설했다고 했는데....... 아무리 그래도..... 좀 유치하다.

그리고, 얼핏 멀리서 보면 이탈리아 풍으로 보이지만...... 짝퉁이라서 그런가? 가까이서 조금만 유심히 살펴보면....... 절대로 이탈리아가 아니다. 알록달록 아말피나 친퀘테레를 어설프게나마 실현해 보려고 했나본데....... 이탈리아의 멋에는 비교 대상도 되지 못할 정도다. 하긴,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대적 도시건설을 그런 모티브로 추구해 나름 산뜻하고 이색적인 분위기를 연출해 냈다는 점에는 어느 정도 점수를 주고 싶다.

이탈리아는 절대 아닌 것이..... 내 주관적 관점으로는 이탈리아와 남프랑스를 어설프게 섞어 놓은 듯, 딱 그런 그 정도의 모습과 분위기라고 하면 적당하겠다. 아말피나 친퀘테레는 절대로 못되고, 남프랑스 망통이나 제노바 인근 정도 풍경쯤으로 생각하면 딱 이겠다. 왜냐하면 이 지역이 한 두 세기 전까지는 이탈리아 영토였다가 20세기 이탈리아가 완전 통일되면서부터 프랑스 영토였던 알프스 인근 지역은 이탈리아로, 지중해 영역은 프랑스로 영토 교환이 이루어졌기 때문이다.(니스까지도 이탈리아 영토였다.) 영토 교환 이후로 이탈리아풍 건축에 프랑스식 건축이 더해져 지금의 니스에서 망통을 지나 국경까지의 새로운 도시 풍경이 만들어졌다. 푸꾸옥의 도심 풍경은 차라리 망통 인근의 풍경이라고 하는 것이 맞는 것이 아닐까? 그럼에도 푸꾸옥을 세운 사람들이 도심의 중심에 베네치아 수로와 리알토 다리를 짝퉁이나마 비슷하게 만들었고, 베네치아 광장 역시 짝퉁이나마 만들었으니...... 어쨌거나 푸꾸옥은 이탈리아요 베네치아라고 해주기는 해야만 할 것 같다.

(썬셋 타운)에 도착해 케이블카 타는 곳으로 갔는데...... 아뿔싸!!!!!

여권까지 모두 챙겨들고 왔는데....... (썬 월드) 입장권에는 시니어 할인이 적용되지 않는다고 한다. (빈 펄 랜드)는 시니어 할인이 적용되어 어린이 청소년 가격에 입장권 구입이 가능한데 (썬 월드)에는 시니어 할인이 없단다. ‘헐!!!! 이거 잘못 왔나?’ 우리 가족 7명 중에 6명이 시니어 할인 대상인데........ ‘이게 시방 그 차액이 도대체 얼마여?’

하지만 이미 여기까지 온 마당에 어쩔껴?

하필이면...... 확률이 절반인 상황에서 겨우 얻어 걸린 게 바가지란 말여?(할인을 기대했는데 할인을 받지 못하게 되니까 그것이 곧 바가지지.)

 

 

 

 

높은 타워의 끝까지 쇼 윈도우가 360도 회전을 하면서 천천히 올라갔다 내려오는 시설에서 내다보이는 (썬 월드)의 전경은 케이블카에서 내려다보던 전망과는 또 다른 맛이 있어서 나름은 좋았다. 이런 정도의 놀이문화라면 무난하게 오늘 하루를 무사히 보낼 수 있으리라 생각했다.

그런데 아뿔싸!!!!

그런 바램과 기대는 딱 거기까지였다.

‘다들 타보겠다는 눈치인데 그럼 나도 한 번 타볼까요?’

구십을 넘기신 나이로 롤러코스터를 타보시겠다고 늘어선 줄 뒤로 바짝 다가가 서시는 목상님을 보자니 걱정을 넘어서 약간 어이없음에 피식 실소가 터져 나오는 것이 아닌가.

롤러코스터를 타본 기억이 아들이 초등학교 때였으렷다? 그럼 족히 삼십년을 훌쩍 넘었다는 이야기가 되는데...... 더군다나 썬 월드의 롤러코스터는 현대과학의 총 집결체인 최신 시설이 아니라 아주 먼 옛날의 초기 목재로 만든 구닥따리 롤러코스터다. 멀리서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그리고 투박하게 목재에서 울려나오는 진동 소리로만으로도 ‘저게 온전하게 작동을 하는 거야’ ‘버팀목 몇 개 빠져나오는 것 아니야’ 등등의 온갖 간접 공포감이 보통이 아니다. 그런데 지금 ‘시방 저걸 타시겠다고?’ 줄어드는 행렬을 따라 어느새 계단의 위쪽까지 올라가셨으니....... 헐!!!

어쩌겠어? 쫄래쫄래 결국 타보긴 했지. 어땠냐고?

목뼈가 부러지는 줄 알았다. 다시는 안타겠다. 사람은 역시 땅(대지)을 밟고 사는 것이 지극히 정상이라는 만고불변의 진리를 새삼 다시 깨닫는 시간이 되었다.

아주 오래전에 에버랜드에서 타 본 롤러코스터와 비교해 본다면....... 코스터가 설치된 장소가 협소했기 때문인지, 짧은 공간에 높낮이 차이가 너무 크게 만들어서인지 수 도 없이 오르내릴 때 마다 목뼈가 부러져나가는 듯한 통증을 느껴야만 했다. 내려서서 가장 먼저 한 것이 뒷목을 잡아 제자리로 돌려놓는 것이었다고 하면 과장일까? 거기다가 목재 설치물에서 느껴지는 진동과 울림소리가 색다른 공포감을 불러 일으켜 주기에 충분하게 느껴졌다.

종착지에 도착해 내려서시며 뒷목을 잡으시고 허탈하게 웃으시는 목사님을 보면서 ‘구십 줄에도 여전히 정정 하시네’하고 어떤 안도감에 다소 멋쩍은 미소를 떠올리면서도 ‘내가 다시는 롤러코스터를 타나 봐라. 이걸로 마지막이다.’라고 속으로 다짐을 해본다.

나무 그늘에서 좀 쉬다가 산책을 겸해 이곳저곳을 들여다 보다...... 점심식사를 하러 뷔페를 찾았는데...... 이 사람들 다 어디서 나온 걸까? 그야말로 인산인해다. 가족들 인원이 적지 않다보니 결국 가장 깊숙한 곳의 먼 테이블을 겨우 차지할 수 있었다.

베트남 현지 사정을 감안해 볼 때...... ‘잔뜩 늘어놓기만 했을 뿐, 먹을 만한 것을 찾을 수 없는 비싸기만 한 가성비 최악의 휴게실’ 이라고나 할까? 그래도 이런 곳에 오면 적어도 이런 식사 정도는 해줘야 한다고 생각들을 하고 있음일까? 쯔엉동에서면 해산물 식당이나 코스요리를 먹었을 것을...... 하지만 어쩌겠어? 자릿세를 내라는데. 달리 선택할 수 있는 방법이 없잖아?

이제부터 오늘의 하이라이트라고 할 물놀이장을 향했다.

그리고 실컷 놀았다. 우리나라는 겨울이 서서히 본성을 드러내고 있을 즈음이련만...... 열대의 푸꾸옥은 어찌나 더운지....... 7월 말이나 8월 초인 듯싶은 그런 날씨다.

다른 가족들이 높은 곳에서 미끄러져 내려오는 기구를 타러 갔을 때, 목사님하고 둘이서 훌러덩 벗은 차림으로(외국이니까 가능) 공원 산책도 하고, 그늘 벤치에 앉아서 한참동안 지나가는 사람들 구경도 하고....... 눈치껏 가족들 몰래 아주아주 시원한 삐루(?)도 마셔 보았는데....... 그 피자집에서 파는 쌩삐루(?) 테이크 아웃 잔이 얼마나 큰지 한참을 숨겨 놓고 마셨다. 물론 대부분을 내가 마셨지만 말이다.

그렇게 꽤나 긴 휴식의 시간을 보낸 뒤........

‘윤서방은 좋았겠다. 유럽 여행중에 로마도 가고 바티칸도 가 보았을 테니까. 그래. 바티칸은 직접 가보니까 어땠어?’

순간적으로 내 머릿속의 하드디스크를 열심히 돌려 데이터 저장장치 속에서 ‘이게 지금 무슨 뜻으로 하시는 말씀이지?’하는 해답을 찾아야 하겠는데 이미 구형이 되어버린 메모리 카드엔 꺼내 쓸 만한 해답이 없었다.

‘제가 신앙인으로는 많이 부족한 결과로....... 종교적인 관점 보다는 역사와 미술적인 시각으로 바티칸을 보게 되었는데...... 세상에서 제일 크고 고급지고 비싼 박물관이나 미술관이 아닐까 생각하고 있어요. 우선 미켈란젤로와 베르니니가 있고.......... 바티칸 안 가보셨어요?’

‘못 갔어. 성지순례 여행을 여러 번 다녀왔음에도 정작 로마와 바티칸을 가보지 못했어. 그게 참 이상하지? 예루살렘은 몇 번이나 다녀왔고 아프리카 이집트에서 그리스까지는 가보았는데 이상하게도 로마는 번번이 빠졌던 것 같아. 참 이상하지? 성지 순례였는데 말이야. 세계 기독교 3대 성지가 어디어디인지 알아?’

‘일단 예루살렘이 있고요. 교황이 거주하시는 바티칸이 있고, 사도 야고보의 무덤이 있는 산티아고 콤포스텔라로 알고 있어요.’

‘맞아. 예루살렘은 몇 번이나 갔으면서도, 산티아고야 걸어서 가려면 여러 날 힘들게 많이 걸어야 하니까 짧게 몰아서 다녀오는 성지순례 패키지에서 제외될 수밖에 없다고 치겠지만....... 유럽 한복판에 있는 이탈리아를 한 번도 가보지 못했다는 게....... 물론 매번 그런 이야기는 있었지, 이탈리아 로마는 성지순례라고 하기 보다는 유명한 여행지에 가까우니까 그냥 아무 때고 가고 싶은 사람들은 쉽게 찾아갈 수 있을 거라고....... 그런데 결국엔 그 쉽다고 빼 논 로마는 아직도 가보지 못했으니........ 성지순례를 제대로 하기는 한 것인지......’

‘지금이라도 가시면 되지요.’

‘이젠 비행기를 오래 못 타요. 몇 년 전부터 비행기가 부담이 되더라고. 그래서 미국 애들한테도 이젠 못가니 너희들이 와라 이렇게 된 거지. 이번 여행도 윤서방이 있고 다 알아서 잘할 거라 믿으니까 용기를 내서 지금 여기까지 온 것이지. 유럽은 아무래도.......’

‘저는 로마를 세 번 갔어요. 갈 때마다 바티칸엘 들렸었고, 들렸을 때마다 다 좋았어요. 봤어도 또 보는 게 좋고, 또 지난번엔 안 보였던 게 새롭게 보이는 것도 있고....... 제가 지난 해 바르셀로나 다시 갔다 온 것 아시죠? 성가족 성당(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을 예전 여행에서 보았는데 미사 참석을 못했어요. 그래서 다시 오겠다고 마음 먹었었고, 프랑스 간 김에 넘어가서 성가족 성당 미사에 참석했는데...... 정말 좋았어요. 감동이었어요. 그런 기대로 바티칸도 한 번 용기내서 도전해 보세요. 바티칸 광장의 일요 미사엔 정말로 많은 사람들이 모여든대요. 교황님도 나오시고요. 파리 노틀담 대성당도 화재를 딛고 다시 완성되었다는데 한 번 가보셔야지요?’

‘가보고야 싶지만 현실적으로....... 다른 곳은 몰라도 로마와 바티칸은 보고 싶었는데.....’

‘가시면 돼요. 까짓꺼 푸꾸옥이나 로마나 다 거기서 거긴걸요. 여전히 정정하신데요 뭐.’

‘정정하긴? 나이가 구십이 넘었어요. 구십이. 오늘 지금 여기가지 온 것만으로도 감사하지. 이젠 점점 비행기가 힘들어요. 로마까지 열 몇 시간?’

‘직항은 열 한 시간 정도요. 아니면 중간에 쉬면서 돌아가는 방법도 있어요.’

‘그러면 함께 가는 다른 사람이 힘들어져요. 나 때문에 다른 사람을 힘들게 하면서 하는 것은 아니지. 이번여행은 예외로 하고 말이야. 이번 여행은 처음부터 날 위해서 처제랑 자네가 한 것이니까 그냥 내가 고맙게 생각하고 받아들이면 되는 거고.’

‘그럼 그냥 이번 여행처럼 한 번 더 하면 되는 거잖아요. 저하고 사전에 소통하고 준비하면 이번 여행처럼 그렇게 로마도 다녀올 수 있지 않겠어요?’

‘그래도 유럽까지는 무리일거야.’

그날의 이야기는 그 정도까지였다.

(썬 월드)에서 케이블카를 타고 저녁쯤에 돌아 나와서 썬셋 타운 일대와 키스 브릿지 일대와 야간 쑈 프로그램들이 더 있었지만, 어른들의 컨디션을 생각해 나머지 일정은 일체 생략한 채 쯔엉동 숙소로 돌아와 마사지를 받고 구글에 정평이 났다는 맛집을 찾아가 저녁식사를 하는 것으로 오늘 일정을 마무리 지었다.

그리고 최종 결과중의 하나로........

여행을 모두 마치고 귀국해 인천 공항에서 헤어져 작별을 할 때 목사님께서 모두가 있는 자리에서 공개적으로 이렇게 말씀을 하셨다.

‘많이 애써 준 윤서방한테 고맙고....... 내가 열심히 운동하고 체력 관리를 잘 한다면 정말로 로마에 갈 수 있을까?’ 라고 하시고는 경주로 내려가셨다.

헐!!!!!!

또 헐!!!!!!!!

‘아니야’ ‘이젠 못 갈 거야’ 하시던 분이 어느 순간부터인지 ‘나도 바티칸에 가고 싶다’라고 생각이 바뀌신 것으로 느껴졌다.

지금 이 여행기를 마무리하는 시점에서 큰누님(큰 처형)을 통해 전해오는 목사님 근황을 보자면....... 요즘 아침저녁으로 꾸준히 운동에 매진하고 계신다고 한다. 시간나면 교외의 산언덕을 찾아 오르시며 이 겨울을 나시겠다고 하신단다. 멋쩍게 웃으시는 모습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어디에선가 은근하게 로마가 풍겨 나오고 있다고 전하신다.

이번 여행은 어쨌거나 ‘내가 썩 좋은 일을 잘 벌였구나’ 하는 감회가 들어 모든 과정과 가족들에게 감사할 따름이다.

그러면서 다른 한 편에선........ ‘이러다 내년엔 다시 이탈리아로?’

챠밍여사만 좋다면....... 또 가야지 뭐. 어느 분 하명이시라고........

-- 글 올리는 작업중입니다. 다음 여행 일정이 잡혀 있어서 그 전에 끝내려고 조금 무리를 하고 있습니다. 피안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