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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이야기

'우리, 캠핑 다시 시작할까?'(Return of the Old Campers)

by 피안재 2023. 9. 16.

 

 

  '우리, 캠핑 다시 시작해 볼까?'

  순간 나는 지금 내가 무슨말을 잘못들은 것은 아닌지 순간적으로 내 귀를 의심했다. 이런 이야기는 아내의 입에서 나올 이야기가 결코 아니었기 때문이다. 저녁 식사를 하다말고 나는 전혀 예상치못했던 뜬금없는 소리에 정색을 하며 아내의 얼굴을 살펴 보았다.

  '지금 뭐라고 했어? 캠핑?'

  '그래 캠핑. 옛날에 젊어서 죽어라 기를 쓰고 쫓아다녔던 그 캠핑?'

  '캠핑이라면 죽어라 손사래를 치며 거부하던 당신인데 왜 갑자기 뜬금없이?'

  '오늘 낮에 가만히 생각을 좀 해봤어. 작년에 청옥산 휴양림이랑 재작년의 희리산 휴양림 여행을...... 그때는 잘 몰랐는데, 가만히 생각해 보니 나름은 무척 즐거운 여행이었다는 생각이 들었어. 근자의 우리 캠핑은 그게 전부였잖아. 젊은시절 한때 당신에겐 캠핑이 전부였던 시절도 있었는데 말이야. 가만히 생각해 보니까...... 지금의 우리 때쯤....... 나이 들어서 캠핑을 다시 시작해 보는것도 나름 괜찮치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

  '우리 나이엔 이제 배낭여행도 무리라면서...... 한번 쯤 패키지 여행을 쫄쫄 따라다니는 경험도 해보라던 당신이, 갑자기 성가시고 귀찮고 힘들다고 극구 사양하던 캠핑을 다시 시작하자니 이게 시방 내가 쉽게 이해가 되겠느냐고?

  '우리 캠핑이 마냥 다 좋았던 것만은 아니었던게 사실이잖아? 하지만 요즘 TV나 SNS나 주변 사람들 이야기를 들어보니 한때는 온통 먹방 이야기 뿐이었는데..... 언젠가부터는 온통 해외여행 아니면 캠핑 이야기 뿐이더라고. 해외여행이야 죽기 전까지는 사정에 따라서 계속할 당신이겠고..... 해외여행을 갈 수는 없는 시기에 짬짬이 시간을 만들어 캠핑을 다시 시작하면 나나 당신이나 훨씬 생활에 활력이 생기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떠오르더라는 이야기지. 새파랗게 젊었을 때야 당신이 하자는대로 죽어라 따라다녀야 했지만, 중년이 되어선 사망에 할 일도 넘쳐나고 몸도 마음도 피곤한데 주말이면 느닷없이 허겁지겁 서둘러 당장 캠핑을 떠나자는데 여자인 나로선 힘들었고 돌아와선 허겁지겁 온갖 뒷처리를 감당 해야하는 부담이 엄청 따르는 일이라서 싫다고 한것이었고, 이젠 나이도 어느정도 들었고 매사에 젋었을 때처럼 급하게 서둘일도 없고, 이 정도면 아직은 체력도 어느정도는 뒷받침이 되고 해서...... 더 늦기 전에 다시 한 번 새롭게 해보자는 것이지. 싫어?'

  '아니!!!!! 나야 당연히 반대할 일이 없지. 대한민국에 아직 가볼 만한데가 얼마나 많이 남아 있는데?'

  '그래? 내가 이런말 하면 당신이 꼭 그소리 다시 꺼낼줄 알았다. 대한민국도 넓은데 해외여행 가는 놈들은 다 미친놈들 이라고!'

  헐!!!

  또 헐!!!!!

  그랬다. 그랬던 나였다.

  '대한민국에 아직 가볼만 한데가 얼마나 쌓이고 널렸는데 비싼 달러를 싸들고 해외로 나가느냐고...... 그거 다 미친놈들이야' 라고 외쳤던 나였다.

  아마도....... 굳이 이제와서 변명까지 할 이유는 없겠고....... ㅎㅎㅎ

  '내 해외여행이야 다분히 학문적 학술적 탐구 정신의 발로에서 역사와 미술사에 대해서 공부하고자 하는 방편의 하나일뿐' 노는게 좋아서 싸돌아 다니는것은 결코 아니라는 변명아닌 변명을 던져 보면서.......... 머릿속은 어느새 슈퍼 컴퓨터를 능가하는 속도로 온갖 계산과 예측을 해본다.

 

  캠핑이라?

  사실 난 어느정도는 스스로 자부할 정도의 캠핑 매니라하고 생각하는 사람이다.

  사냥과 낚시가 취미이자 특기였던 부친에게서 캠핑을 배웠고, 고등학교 시절부터 단독 캠핑을 시작했었다. 군인 집안인 탓에 우리집엔 캠핑에 필요한 모든 물자가 넘쳐났다. 쉽게 말해서 군대의 야전캠프 정도는 된다고 보아도 무방했을 정도였다. 광목으로 된 카키색 A형 군용텐트는 정말 압권이었다. 요즘은 구할 수도 없는 70년대 군용 텐트를 지금도 가지고 있었다면 무척 행복했을텐데....... 군용 배낭에 탄띠에 대검에 모포에 코펠에 월남전에서 쓰던 정글도까지..... 총만 빼곤 없는게 없는 그냥 야전 군대막사였던 우리집이었다. 부친이 엽총을 두 자루나 가지고 있었으니 당장 전쟁터에 투입을 시켜도 완전 무장 상태로 언제든 동원이 가능했을 정도였다. 부친은 목계 솔밭과 수주팔봉과 수몰된 무릉 다리 아래서 내게 캠핑을 가르쳐 주셨고(당시는 절대적으로 결모 녹녹치 않았던, 우선 접근이 어려웠고 오늘날의 풍광과는 비교불가), 고3 여름방학에 친구 선래와 태풍이 다가와 폭우가 쏟아지던 치악산 비로봉 정상 코밑 약수터에서 텐트를 치는 것으로 거룩한 단독 캠핑의 역사가 시작되었다.

  일단, 집집마다 자가용이 있거나 대중교통이 용이한 오늘날의 캠핑을 70년대 캠핑과 비교하는 것은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가히 상상조차 할 수 없는 그런 일들이 그 당시에는 지극히 보편타당한 일상이었던 것이다. 스레트 쪼가리가 최고의 불판(그릴) 이었던 시대가 있었음을 오늘날의 캠퍼들이 감히 상상이나 할 수 있을까? 다양한 LED 조명에 젖어있는 세대에게 카바이트 간드레를 어떻게 설명하면 좋단 말인가?

  챠밍여사와의 첫 여행이(1983년) 캠핑 배낭여행이었는데, 장비를 바리바리 싸들고 기차를 타고 대전으로 가서 버스를 타고 멀고 먼 비포장 도로를 달려 대둔산엘 갔다가 케이블카 공사로 입산금지여서 발길을 돌려 계룡산 갑사로 가서 산을 넘어 동학사로 오는 여행이었다. 삼거리에서 한시간 반을 기다려 시내버스를 타고 이동하는 것이 지극히 당연한 당시의 현실 속에서....... 알루미늄 폴대 등장으로 텐트의 혁신이 일어난 시기에 신형으로 코오롱 대형 텐트를 들고 다녔다. 배낭에 코펠 버너 등의 장비를 넣고 걸머멘 후에 그 위에 어마어마한 무게의 텐트를 얹고, 양손 가방에 식량과 물통과 옷가지를 들고 갑사에서 동학사까지 계룡산을 걸어서 넘었다. 지금은 열 번 죽었다 깨어나도 결코 그 짓을 못한다. 그때야 어떤 님프(?)에게 잘 보이려고 해괴하게 헤라클레스 흉내를 내보았던 것 같다. 아무리 따져도 족히 30kg은 넘고 거의 40kg 정도에 육박하지 않았을까? 솔직하게 말하자면 그때는 거의 미쳤던것 같다. 그렇지 않고서야....... 무게도 문제지만 부피가 더 큰 문제였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한데........ 그래도 그 당시의 3일은 지상 최고의 낙원에서 보낸 시간이었다.

  지금 당장  챠밍여사의 캠핑 제안에 섬광처럼 가장 먼저 눈앞을 스쳐지나간 것은......... 예쁜 우리 손녀들인 태리와 세리다.

  왜냐구?

  나는 이제껏 내가 밖으로 드러내는것 훨씬 이상으로 하나뿐인 아들에 대해서 아주아주 끔찍할 정도로 애정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다. 어느 아빠라도 그렇겠지만 말이다. 그런 그 아들에 대한 추억의 대부분은 아들이 어린시절인 짱구(별명)였던 시절에 함께 캠핑을 했던 기억으로 채워져 있다. 아들이 나로도 캠핑과 지리산 달궁 캠핌을 언젠가 이야기 했을 정도로 참 많이도 함께 캠핑을 다녔다. 그런 짱구가 중학교 올라가고 사춘기를 지나면서부터 친구들과 어울리고 농구에 빠져들면서....... 그후로의 기억은 입합식. 졸업식. 취직. 결혼. 득녀. 득녀 등의 별반 추억이라고 할 만한 것들의 거의 없어졌다 생각하는 편이다. 지금은 신통하게 제 스스로 제 가족들과의 추억을 새록새록 잘 쌓아가며 살고있다. 신통방통은 한데..... 아빠의 허전한 가슴은 어떻하고?

  그러던 참에....... 우리 손녀들이 어느새 훌쩍 커버렸다.

  아들은 포기할 수 있어도...... 예쁜 손녀들은 결코 포기할 수 없다.

  쨘!!!!!!!!!

  다시 시작하는 캠핑에 손녀들과 함께한다면......... 푸하하하하. 이렇게 내 인생의 새로운 봄날이 다시 시작되는구나!!!

 

  '대신 부탁 하나만 들어줘.'

  '부탁? 뭔데?'

  '아무것도 바라지 않아. 집에서 쓰는 냄비나 후라이판을 그냥 가지도 다닌대도 불만없어. 다만 한 가지...... 텐트만 좀 바꿔 줘.'

  당장 (우리가 가지고 있는 텐트가 어때서?)라는 말이 하마터면 입에서 튀어나올 뻔 했다. 허겁지겁 추스려 억지로 다시 되삼킨 다음에 일단 긴 호흡을 가지면서 상황 파악에 몰두한다. 자칫 여기까지 와서 파토가나면...... 우리 손녀들과의 새로운 봄날이 날라가 버릴 수 있기에......

  '그럴께. 이야기 해봐. 그런 말을 꺼낼 정도면 당신이 염두에 둔 텐트가 있다는 말이잖아. 어떤 텐트를 생각했는지 말해 줘. 100% 반영할께.'

  '내가 부탁이라고 하면 당신 또........ 무조건 비싸고 폼나는것 사려들것 같아서 조심스러운데....... 우리 절대로 남들처럼 개미지옥에는 빠지지 않기로 하고....... 특별히 생각해 둔것 없어. 단지 아담한 싸이즈로 캠핑장 데크에 살짝 가볍게 올라앉는게 가지고 싶어. 거기에 예쁘면 더 좋고.'

  '이 나이에 캠핑 초짜도 아니고 개미지옥에 빠질거란 걱정은 안해도 돼. 테크에 올라가는 정도 크기에 산뜻한 텐트면 된다 이말씀이지?'

  '브랜드만 보고 덥썩 선택하는 터무니 없이 비싼건 일단 무조건 싫어.'

  '알써. 중고로 살거야. 중고 중에서 잘 골라서 살께. 시간이 좀 걸려서라도. 가격대가 있으면 우리가 가진 텐트며 장비를 당근 마켓에 내다 팔아서 보태면 되지 뭐. 알았어. 텐트는 새로 사는것으로......... 우리 캠핑 다시 시작하는 거다!'

  어느새 내 머릿속의 슈퍼 컴퓨터는 다시 더욱 바쁘게 돌아가고 있었다.

 

  ' 나이가 들었다고 노캠퍼는 결코 사라지지 않는다. 단지 그 공백이 좀 길었을 뿐이다.( Return of the Old Campers)'

 

 

두 개의 텐트에 나누어 붙일 우리 손녀들의 브로마이드. (태리 다락방)은 브라이튼 12.3 텐트이고, (세리 놀이방)은 나르시스 돔 텐트이다.

 

 

 

  캠핑을 다시 시작하자는데 무슨 부탁인들 못들어줄까?

  텐트를 바꿔달라고?

  가만....... 지금 내가 무슨 텐트를 몇 개 가지고 있는거지? 누가 달라고해서 준것도 같은데? 나가기는 했어도 들어온 기억은 없는데?

  아내도 모르는게 내가 가진 캠핑 장비의 내용이다. 알 수도 없고 알아서도 안되는 지극히 프라이빗 극비사항이다. 혹 들키면 모조리 압수당해서 당근마켓에 내다 팔릴지도 모르겠다. 오랜 세월의 결과물이지, 그렇다고 내가 요즘 신세대 캠퍼들 처럼 개미지옥에 빠졌던 적은 한 번도 없다.

  하도 시간이 그냥 지나서 나도 재고파악에 기억이 가물가물 할 정도이긴 하니 이건 어느정도 심각하긴 심각한 상황이다.

  내가 가진 캠핑장비는 대략 두 군데로 분산 보관되고 있다.

  하나는 아파트 베란다 다용도실이다. 배낭들과 버너들과 화롯대와 아이스 박스랑 압축메트랑 몇 몇가지가 있고, 폴딩박스랑 그리들은 지금 당장 부엌에서 쓰고 있다. 그런가하면 대형 테이블은 챠밍여사 사무실 창고에 선반으로 쓰고 있지 않은가. 그것들도 제법 된다.

  다른 하나는 내 사무실 개인 프라이빗 영역에 쌓아놓은지 오래된 장비들이다. 텐트. 타프. 키친 테이블. 깔판. 러그. 메트리스. 침낭. 그릴. 의자. 난로. 팬히터 등의 웬만한 캠핑장비 대부분이 갖추어진 상태로 비밀 장소에서 보관을 넘어 장기 숙성중이다. 나도 재고파악이 잘 안된다. 캠핑을 멀리 한지가 몇 년을 지나 꽤나 오래되었기 때문이다.

  비가 오는 날을 이용해서 사무실 창고의 캠핑장비 내용과 실태파악을 하고자 하였는데........ 꼬박 이틀 반이 걸렸다.

  하나하나 죄다 꺼내서 상태를 확인하고 가방이나 케이스가 훼손된 부분들을 일일이 수선했다. 모든 내용물은 완벽한 상태로 남아 있었다. 지난 마지막 캠핑 후에 철저하게 마무리 손질을 해서 보관시킨 노력의 결과이지 싶었다. 참으로 다행이 아닐 수 없다.

  재고파악의 결과는......... 퍼펙트!!!!!   멋 부리거나 사치스러운 것 빼고 뭐든 필요한 것은 충분할 정도로 다 있다.

명품 브랜드와 굳이 가격만 따지지 않는다면........ 어떤 캠퍼와 어떤 장비를 비교해도 부족하거나 밀릴것이 없을 정도로 다양하게 총망라하게 갖춰져 있다고 말할 수 있다.

  재작년인가 이사를 할 때 텐트 타령을 하는 후배에게 코오롱 6~7인용 텐트를 분양한 기억이 이제서야 되살아 났다. 잘 쓰고 있는지 궁금하다. 그리고 비박 텐트가 필요 없어졌다고 두 개를 또 분양했었다. '내 나이에 언제 다시 비박을 할 수 있겠느냐'는 비박 은퇴선언 직후였지 싶다.

  군산 여객터미널에서 배를 타고 50분을 가면 선유도에 도착하고, 다리를 건너 장자도 대장봉에 올라서 혼자 비박을 하고 다음날 배를 타고 돌아 나왔다. 인천 여객터미널에서 배를 타고 1시간을 달려 무위도에서 내려 호룡곡산에 올라 실미도를 바라보면서 비박을 하고 다음날 배를 타고 돌아 나왔다. 지금 자동차를 타고 접근하고 목재 계단이 설치되고 뭇 관광객이 몰려들며 사진 명소가 된 지금의 입장이나 처지하고는 전혀 다른 세상이었을 때의 빛바랜 추억일 뿐이지만 말이다. 한계령에서 차박하고 새벽에 흘림골에서 시작하여 여궁폭포를 지나 등선대에 오르면 왜 그곳이 선선들이 노니는 명소인지 알 수가 있다. 그곳에서 주전골로 내려가 오색약수로 나오는 등산로를 다녀본 사람들은 그리 많지 않다. 챠밍여사와 내가 그 트래킹 코스를 아주 소중한 기억으로 간직하고 있다. 하여 그 등선대에서 비박을 하겠다고 벼르고 있던 중에 태풍 사라로 흘림골 전체가 아주 박살이 났다. 거의 회복 불능의 상태에까지 피해가 아주 극심했다. 그리고 그 등선대 비박이 좌절되면서 나의 비박산행도 멈추었던것 같다. 이제사 비박텐트를 다시 사야하나?

  재고를 파악해 보니 지금 내가 가진 텐트는 모두 네 개다. 코베아 돔을 비롯해 리빙쉘 텐트가 두 개요, 까마득한 옛날 언젠가 누군가에서 얻었던 돔 텐트가 하나 있는데..... 튀는 빨간색이 꺼려져서 삼탄에선가 딱 한 번 설치했던 기억뿐인 녀석이 창고 깊숙한 바닦에서 이번에 나타났다. 나머지 하나는 임시 비상용으로 여건상 부득이 차에서 자야 할 경우가 생기면 2인용 초간단 텐트를 차 옆에 설치하고 모든 짐을 옮겨넣은 후에 차박을 하는 용도로 남겨두었는데, 실제로 예전에 몽산포에서 아주 요긴하게 쓴적이 있는 조금은 허접한 비상용 텐트다.

  옛날 캠퍼의 사고엔 텐트하면 비박용이거나 리빙쉘 둘 중에 하나였다. 비싼 돈주고 살 바에는 어중간할 이유가 적었다. 혼자면 비박용이요, 가족과 함께면 이너텐트가 딸린 너른 리빙쉘이 무조건이었다. 그러니 내 텐트는 다 클 수밖에........ 데크에 달랑 올라앉는 깜찍한 텐트라면 당연히 없다.

  캠핑이 대중화 되면서 장비도 엄청 다양하게 발전했다. 캠핑장이 보편화 되면서 노지캠핑이 아닌 테크가 기본여건일 만큼 대세가 되었다. 반면에 차박이 등장하면서 이젠 실로 어마어마한 크기의 초대형 텐트들도 등장했다. 내면까지 들여다 보면 거의 작은 집 한채가 통째로 마실을 나온듯한 모습이다. 거기서 좀 더 나가면 자연스레 캠핑카가 등장하는 것이다. 이젠 캐러밴도 과거가 되어 버렸다.

  바야흐로 캠핑은 이제 거대한 새로운 시대의 레져 산업으로 성장해 버린 것이다.

  그리고 바로 거기에서 개미지옥이라는 엄청난 위력의 불랙 홀이 탄생하지 않았던가.

  캠퍼의 열에 여덟 아홉은 어쨌든 이 개미지옥에 무조건 일단 빠진다. 누군가는 대략적으로 한 6년 정도 지나면 스스로 그 개미지옥에서 빠져나오게 된다고 이야기하는 사람도 있다. 자유시장 논리를 기반으로 하는 거대 자본이 캠핑 시장을 아주 먹음직 스러운 하나의 먹이산업으로 판단했고 총 매진하고 있는 현실이다. 이 말은 곧 개미지옥이 점점 그 위력을 가혹하게 발휘할 것이라는 사실인 것이다. 인스타나 블로그에 자주 이런 제목의 글이 올라온다. '캠핑 장비 좀 제대로 갖추었더니 한 2천만원 쯤 쏟아부은것 같애요' 라고 말이다.

  그.게.엄.연.한.요.즘.캠.핑.의.현.실.이.다.

 

  테크에 가볍게 올라가는 깜찍하게 예쁜 텐트라..........!!!! 그럼 우리 손녀들이 좋아할 텐트가 아닌가.

  나름 사방에서 정보를 구하면서 열심히 파고 또 파고들며 공부했다. 그리고 결정했다.

  한 때 엄청나게 인기를 끌면서 특히 소이밀크 색상을 사려고들 장시간 줄을 서서 기다렸다는 텐트로 결정했다.   이 텐트가 발매되는 날, 전국의 캠핑용품점마다 길게 줄을 섰을 정도였다는....... 4인용 이지만 어른 둘에 아니 하나나 둘이 이용하면 딱 좋을........ 거기다 색상이 연한 밝은 아이보리라 생각하면 될것 싶은 소이밀크 색상의 <나르시스 돔> 텐트로 결정했다.

    이젠 어디서든 중고로 구입을 해야겠는데........ 중고나라. 초캠장터. 옥션 중고나라, 쿠팡 중고나라 등등 여러군데를 뒤지고 다녔는데, 물건은 있는데 다소 내가 기준으로 정한 가격보다 비싸다. 흥정도 잘 안된다. 그러던 와중에 멀리도 아니고 같은 충주에 사는 어떤분과 연결이 되었는데, 텐트 때문도 아니고 직업적인 일때문에 연결이 되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 캠핑이 나오고 이어서 텐트가 나오다가........ 자신이 나르시스 돔을 잘 사용하고 있는데 아이들이 자라다 보니 좁은 느낌이 들어서 대형 에어 돔으로 갈아타려고 한다는 것이 아닌가? 다른 텐트도 아니고...... 바로 내가 그렇게 찾아 헤매던 나르시스 돔이 느닷없이 코 앞에 쨘 하고 나타난 것이다. 이미 일과 연관되어지다 보니 이야기는 술술 풀리고........ ㅎㅎㅎㅎ, 그야말로 아주 저렴한 가격에 요즘 절대적 대세인 노스피크 브랜드의 나르시스 돔ex 를 인수했다. 몇 번 사용도 안했고 관리가 잘 되어서 아주 쌩쌩한 상태였다. 아주 맘에 쏙 들었다.

노스피크에서 만든 나르시스 돔ex 텐트.(요건 우리 세리 놀이방이라 이름 붙였다) ​

 

 

  이제 모두 준비됐다 이어야 싶은데....... 개미지옥엔 결코 빠지지 안겠다고 약속했는데.........

  내가 가진 장비에 대해서 내 스스로 불만이 것이 딱 하나 있었는데 그것은 바로 타프였다. 이미 가지고 있는 타프가 하나 있었는데, 숲속 그늘을 찾아다니던 옛날 옛적의 험지캠핑이 아니라 요즘은 그늘이 적은 캠핑장이나 노지나 주로 뜨거운 여름 햇쌀을 견뎌야 하기에 점점 현대의 캠핑에선 타프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다. 사실 내가 이미 가진 타프는 좀 작고 허름했기 때문이다. 과거엔 타프의 중요성을 별반 심각하게 여기지 않았던 때문이다. 그런데 언제부턴가 타프가 캠핌의 필수장비로 여겨지면서 가격 또한 결코 만만치가 않아졌다. 쓸만한 타프 하나가 웬만한 텐트 가격과 맘먹을 정도가 되었다.

  현지 출장중에 우연히 캠핑 후에 장비 정비를 하는 나보다 조금 연배인 사람을 만났다. 대부분이 꽤나 고급 장비였는데....... 그때 내겐 딱 타프 하나가 눈에 쏙 들어왔다. 웬만큼 되는 고급 타프를 아예 작정을 하고 모서리 전체를 새로 천을 덧대며 박음질로 튼튼하게 재마감을 했고, 팩도 바꾸고 폴대도 대형 티타늄으로 아예 바꾸었단다. 은근히 탐이 나는데........ 돌아서는 내 등뒤에서 그 남자가 흘리는 말 한마디....... '손녀들이 크니까 이제 함께 캠핑을 안하겠다고 하네요? 접는다고 하니까 처남댁이 자기들 달라고 해서 대충 정리해서 넘겨주려고요.'하는 것이 아닌가? 다른것은 다 안중에 없었다. 다만 타프 하나는 욕심이 났다. 발길을 되돌려 나는 이제 손녀들과 캠핑을 다시 시작하고 싶은데 실은 타프가 말썽이라고 솔직하게 털어 놓았다. 그랬더니 자기도 스스로 자신의 타프만은 아꼈었는데, 처음 구입비에 수선비에 티타늄 폴대 구입비에 돈이 적지않게 들었다고 말했다. 제작비의 1/3 정도 가격을 제시하는데....... 타프에 그만큼 돈을 들이기는 사실 속으로 아까웠다. 그래서 매우 아쉽지만 포기하고 돌아섰다. 다다음날 현장에서 일을 하는데 한 아주머니께서 우리가 작업중에 쓰고 버리게 되는 자재를 조금 얻을 수 있느냐고 물어오셨다. 흔쾌히 얼마든지 쓰시라고 말씀드렸는데, 거동도 불편하신 아주머니가 판넬쪼가리를 맨손으로 들고 가시겠다고 이리저리 재고 계신다. 쫓아 내려가 어디에 쓰려고 하느냐고 여쭈니 뒤란에 광 문이 썩어 떨어져 나갔는데 고양이가 못 들어가게 막아놓고 싶다고 하신다. 내가 남은 자재에서 골라 대충 문틀 크기보다 조금 크게 잘라서 가져다 드릴테니 앞장 서시라 하고, 굳이 사양하는 아주머니를 따라 집까지 쫓아가 광 문을 대신해 막아 드렸다. 피스까지 밖아서 말이다. 아주머니가 고맙다고 고맙다고 소란을 떠시는 바람에 옆집 사람들이 내다보는데, 어라? 어제 캠핑장비를 정리하던 그 남자가 옆집에서 나타나지 않는가? 아주머니가 친척 누님이시란다. 현장에 돌아와 함참 일을 하는데 누가 찾는데서 내려가보니.......ㅎㅎㅎ, 그 남자가 타프 가방을 들고 서 있다. 내 심성을 보아하니 그냥 주고 싶어서 가져 왔단다. 그날....... 정말 내 맘에 쏙 드는 6mx6m 타프를 오만원에 구입했다. 횡재를 한 것이다.

  이거 하늘이 우리의 캠핑 재개를 도와주시는구나!!!!!!

  나르시스 돔 텐트 에다가 완벽한 타프까지........

  생각이 거기에까지 미치고 나니 또 엉뚱한 생각이 뜬금없이 툭 튀어나오는 것이 아닌가? 아주 뜬금이 없다고는 할 수 없겠다. 왜냐면 챠밍여사 입맞에 맞는 텐트를 사야겠다고 작정했던 금액이 아직 남았기 때문이다. 좀 더 비쌌다 해도 기꺼이 사려고 했는데 횡재나 다름없이 거져 얻다시피 했던 것이다.

  '캠핑의 꽃은 뭐니뭐니해도 겨울캠핑이야. 그런데 나르시스 돔 텐트로 겨울 캠핑은 다분히 무리야. 그렇다고 창고에서 꺼낸 구형 리빙쉘을 당장 다시 꺼내들면...... 안 따라 간다고 거절할지도 몰라. 할망구가 말이야. 그럼 어쩌지?'  무조건 우리 손녀들이 좋아할만한 텐트가 필요해. 각자 하나씩.......

  어쩌긴 뭘 어째? 새로 사야지.

  살 생각까지는 아니었다고 하자. 그냥 동계캠핑엔 어떤 텐트가 있나 살펴보기만 하자.(ㅎㅎㅎㅎㅎㅋㅋㅋㅋㅋㅋ)

  그렇게 해서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는 태세로 돌입하게 되었는데......... 아!!!!! 글씨....... 단박에 눈에 팍 들어오는게 있다.

  '농협 텐트.'

  '인디언 텐트.'

  네이처 하이크 브랜드의 해외 직구 상품인 브라이튼 12.3이 그만 낸 눈에 팍 꼬쳐버린 것이다.

  '그래. 결심했어. 일단 무조건 저질러 보는거야. 이건 절대 놓칠 수 없어. 이건 우리 태리 텐트야.'

네이처 하이크 브랜드의 브라이튼 12.3 텐트.(요건 우리 태리 다락방이라 이름 붙였다.)

 

 

 

  네이처 하이크의 약자를 따서 사람들은 (농협 인디언 텐트)라고 부른다.

  지름이 4m14cm 에다가 높이가 2m80cm나 되는 결코 작지 않은 텐트다. 언젠가 한번쯤은 테마기행 몽골편에서 나오는 겔 형태의 텐트를 꼭 가져보고 싶었다. 저질러 놓고는 사실 이 텐트가 배송되기를 기다리고 또 기다렸다.

이 텐트 또한 당연하게 중고로 구입했다.

  여러 싸이트에 올라있는 텐트는 상태가 별로인 것도 있고, 중고임에도 가격이 결코 싼편이 아니었다. 그런 와중에 한참 새벽에 써칭을 하고 있는데 불쑥 (인디언 텐트 팝니다)라고 올라오는 것이 아닌가. 가격도 내가 생각하는 정도였고 단 3회 피칭을 했고 상태가 아주 깨끗하고 좋았다. 그래서 즉시 인터넷 연결을 통해 구매 의사를 보냈다. 문제는 판매자가 경남 진주에 거주하고, 택배로 거래하기엔 부피와 무게가 너무 나간다는 것이 문제였다. 농협 텐트는 티피(면)텐트다. 덕분에 약 26kg의 무게가 나갈 정도이며 아무리 잘 접는다 해도 그 부피를 감당하기가 실로 어렵다. 실제로 이런 이유로 여성캠퍼나 신체 조건이 조금 허약한 남성 캠퍼들은 농협텐트를 극구 사양하기도 한다. 단 하나의 단점이라 할 수 있는것이 바로 엄청난 무게와 부피인데..... 택배가 무척 까다로울 뿐더러, 처음 구입시 포장을 버렸던 탓에 이 크기를 다시 포장할 수 있는 케이스가 구하기 어렵다는 단점이 엄연히 존재한다.

  판매자는 택배가 어렵다는 의사를 표시했고, 나는 이 제품이 꼭 마음에 들어 사고 싶다고 거듭 요청했다. 판매자는 다음날 출퇴근하면서 이게 과연 택배가 가능한지 알아보고 거래 했으면 좋겠다고 했고, 나는 얼마든지 기다릴 수는 있으니, 혹 중간에 직거래 요청자가 와서 그리로 판매하게되면 언질은 해달라고 부탁했다. 나에게 행운은 그 진주의 판매자가 우리 아들 또래의 젊은이였는데 가치관과 사회성이 아주 올바른 젊은이라는데 있었다. 문자 연락이 왔다. 택배는 불가능한데 회사 인근에 있는 화물회사에서는 받아준다고 하니 화물도 괜찮겠느냐고 물어온다. 그래서 착불로 받겠다고 했다. 그런데 새로운 문제가 텐트를 포장할 크기의 박스가 없다는데 새로운 문제가 생겼다. 회사 근처에 대형마트가 있는데 연일 비가 내려서 쓸 수 있는 포장재를 당장 구할 수가 없다고 했다. 나는 이미 싸이트에 여러 사람이 직구를 하고 싶다는 댓글을 단 것을 알고 있었다. 모든 거래는 이 사람의 마음먹기에 달린 상황........ 시간이 걸려도 상관 없다고, 꼭 사고 싶다는 당부와 함께 다음날 아침 대금을 송금해 버렸다. 그날도 비가 전국적으로 온종일 내렸고 그 다음날도 내렸다. 진주 젊은이는 매일 저녁 포장문제로 배송이 지연되고 있다고 안내 문자를 보냈다. 참 예의 바르고 심성이 곧은 젊은이라고 생각했다. 늦은 결혼을 했고 이번에 둘 째가 태어나는 바람에 당분간 캠핑은 접어야 하게 되었으며, 집에 공간 확보가 필요해서 장비를 팔기로 했다는 것이다. 다음날 화물로 부쳤다는 문자가 도착했다. 진심으로 감사하다고 답을 보냈다. 이틀 뒤에 기다리고 기다리던 농협 인디언 텐트가 마침내 도착을 했다.

  그런데 아뿔싸!!!!!!........ 세상에 이런일이.........

 

  커다란 가전제품 박스 세 개를 이어 붙여서 스카치 테이프로 칭칭 동여맨것인지 포장박스를 싼것인지 하는 거대한 뭉치가 마침내 도착을 했다. 얼마나 기다렸음인지 화물 택배를 기다리지 않고 새벽같이 화물회사를 찾아가서 직접 수령했다.

  아이고야! 이것을 포장하는 것은 물론 이 덩어리를 화물회사까지 가져가느라고 얼마나 고생했을까? 그냥 포장된 물건을 보는 순간 진주 젊은이가 얼마나 생고생을 했을지가 눈앞에 선했다. 그런데 예상하고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무거운 느낌이 아닌가? 부랴부랴 떠메고 사무실로 가서(마눌에겐 아직 극비사항 이기에..... 아직도 농협텐트 구입은 비밀!) 칭칭 동여맨 테이핑을 잘라냈다.

  그리고 놀랍게도 포장 안에서는 26kg의 새거나 다름없는 농협 인디언 텐트와 함께 같은 네이처하이크 브랜드의 헥사 타프가 라벨도 뜯지 않은 상태로 함께 배송된것이 아닌가?

  나는 즉시 '포장하느라 엄청 힘드셨겠다. 텐트를 잘 받았다. 그런데 타프가 딸려왔던데 잘못온것이 아닌지. 바로 역배송을 해 드리겠다.'라고 문자를 보냈다. 한참만에 온 답신에서 '타프는 고심끝에 그냥 선물로 드리는 거예요. 손녀들과 아름답고 좋은 추억 만드시는데 잘 쓰였으면 좋겠어요'라는 내용이었다. '세상에 어쩌자고 이런일이....... 좋은 텐트를 썩 싸게 샀다고 좋아했는데 새 타프까지.........' 갑자기 타프가 세 개로 늘어나 버렸다.

  조금이라도 타프 가격을 계산하겠다는 내 마음을 진주 젊은이는 극구 사양했다. 며칠 뒤 우연히 그 진주 청년이 싸이트에 또 다른 장비를 내놓았는데...... 타프 가격이라고 보내주려던 수준에서 32cm 두께의 에어매트를 내놓았기에 망설임 없이 추가로 구입했다. 역시나 아주 새거였고, 조금이나마 고마움을 잊지않고 나름 배려한것 같서 나도 기분이 좋았다. 에어매트는 동계 캠핑에서 크게 효용을 발휘할 것이다. 다만 부피가 엄청나게 늘어난 것이 이제 나의 새로운 고민이 될것이다.

  하이고야!!!!!!! 이러다 차를 바꿔야 하는거 아니여? 아예 화물차로........

 

 

 

 

 

  허겁지겁 부랴부랴 몇 개의 장비만 챙겼다.

  캠핑은 아니고 한가지 문제를 해결하고자 캠핑장이 있는 강변으로 나가봐야겠다고 생각한 결과였다.

  연일 내리는 비를 핑계삼아 이틀 반에 걸쳐서 창고에 있는 모든 장비를 찾아 꺼내서 텐트에서 소모품 배터리와 모기향까지 세세하게 하나하나 일일이 점검을 마쳤다. 세탁을 할 것은 모두 분리해 세탁했고, 분해해서 점검과 걸레질이 필요한 테이블 의자 야전침대도 모두 다시 손을 보았다. 보푸라기가 생겼거나 헤진 파우치와 장비 가방은 별도로 수리를 마쳤다. 폴대와 팩도 다시 점검을 했다.

  마지막으로 곧 다가올 겨울캠핑에 대비해 난로와 팬히터를 점검하고자 아파트 공터로 가지고 내려갔다. 석유를 사다가 채우고 불을 붙여서 마지막 점검을 했는데 아무 이상이 없었다. 화력도 여전히 쌩쌩했다.

  급히 외출할 일이 생겨서 팬히터와 난로를 차에 싣고 잠시 외출했다가 돌아왔다. 다음날 다시 외출하려고 차에 오르는 순간 엄청난 석유냄새가 뭔가 큰 일이 벌어졌음을 예고하고 있었다. 팬히터는 아무 이상이 없었다. 하지만 난로 가방을 여는 순간 가방 바닥을 흥건하게 적히고 있는 기름을 확인할 수 있었다. 급하게 차에서 내려 기름을 쏟아내고 비를 맞지 않는 선선한 바람이 부는 곳에서 매달아 말렸다. 가방은 일단 흐르는 물에 담궈 놓았다가 다음날 세탁했는데 정말 장난이 아니었다. 마르기를 기다려 아무리 살펴보아도 기름이 새는 부분을 찾을 수가 없다. 인터넷을 뒤져보니 내가 쓰고 있는 알파카 난로의 누유에 대한 여러가지 글이 올라와 있는데 대부분인 연료통 상부의 원인모를 누유 기사였다. 고객센터에 적극적으로 항의하는 정도에 따라 자비를 들여 a/s를 받거나, 회사 부담으로 a/s를 받거나, 그리고 심하게는 새로운 난로로 교환받았다는 이야기들도 꽤 여럿 올라와 있었다. 아주 다행스러우면 새 난로로 교환받을 수도 있다는 사실 이전에 분명한것은 이미 제법 문제점이 많이 발생하고 있다는 반증이 아니겠는가? 그런데 내 경우에는 도무지 원인부터 찾을 수가 없지 않은가? 아무리 마른 걸레로 닦고 세세하게 살펴도 흘러나온 자국이나 표시조차 없었다. 하니 어쩌겠는가? 누유를 찾아내려면 누유가 생길 수 있는 상황을 연출 내지는 다시 여건을 만들어 주어야 하지 않겠는가?(슬슬 부아가 치밀어 오르기 시작한다)

  다시 기름통을 가져다 난로에 기름을 가득 채웠다. 심지에 불도 당겼다 끄기를 반복해 가면서 아예........ 난로를 눈높이 만큼의 허공에 사다리를 가져다 매달았다. 휴지를 가져다 여기저기 열심히 닦아보면서 미세한 누유를 찾으려 애쓰던 중에........ 겉면이 아닌 바닦 깔판의 안쪽에서 기름이 뚝 뚝 떨어지는 것을 발견했다. 다시 연료통을 비우고 마른 걸레로 닦아가면서 열심히 말려서 옆으로 누켜 바닦 깔판을 벗겨냈다. 바닥 안쪽의 윗쪽, 원통형 구멍과 연료통 사이의 연결부분에서 아주 미세한 균열이 생겨 기름이 새는 것으로 판단되었다. 알파카 난로를 생산 판매하는 태세전기 고객상담쎈터로 전화를 걸었는데....... 메뉴얼에 적혀있는 대로의 지극히 천편일률적인 응대를 해온다. '그래 어떤 정도의 해결을 원하십니까' 하는 대목에서 화가 머리끝까지 차오르고 말았다. 인터넷에 올라있는 대로 a/s를 원하느냐, 아니면 난로를 바꿔줄 상황인가를 소비자가 상담자에게 제기 내지는 설득시켜 보라는 듯한 태도에 순간처럼 분노가 치밀어 '이것은 a/s 기간 문제나 사용자 과실 문제가 아니라 제품 자체의 결함이 문제의 핵심이라고 생각하는데, 품질이문제인지 애초 설계의 잘못인지, 그것도 아니면 제작 과정에서 판금이나 용접의 잘못인지가 가장 확실한 근본적인 결함이라고 내가 지금 주장하는 것 아시겠소? 근본 결함이 어떻게 해결될 수 있는지 궁금해서 전화한 것이요. 새 난로로 교환해 달라고 떼를 쓰는것도 아니고 혹시 회사가 직접 와서 이 난로를 가져다가 말짱하게 고쳐다가 다시 가져다 준다면 모를까, 무상 보증 기간이 어떠니 a/s와 운송비용이 발생하니 어떠니 하는것은 지금 내 관심사가 아니란 말입니다. 나는 지금 기름이 새고 있는 부분을 확인했고 내 나름대로 잘 말려서 새는 부분에다가 실리콘을 듬뿍 발라서 어떻게든 난로를 되살려 다시 써 볼 생각이요. 난로를 바꿔달라는게 아니라 혹여 실리콘이 석유에 녹는지 안녹는지가 궁금했고, 당신들이 그런 방법으로 응급 처치를 한 경험이 있는지 물어보려고 했던것 뿐이라고.' 그제서야 상담사가 상당히 고분고분한 태도로 바뀌었다. '실리콘을 골고루 펴서 제대로 발라주시면 석유에 녹거나 흘러내리지는 않을것 같네요. 그렇게 해보시고도 혹시나 문제가 발생하면 고객쎈타로 번거로우시겠지만 한 번 더 연락을 주세요. 책임지고 A/S를 해 드리겠습니다' 라고 대답한다.

  그래!!!! 나 같은 사람이 있는가 하면, 더럽고 아니꼬와도 그런 응대를 하면서 살아가야 하는 사람도 있는것을....... 혹, 진주 젊은이는 아니겠지? 저녁엔 여성 상담사가 다시 확인 전화를 해왔다. 그래 고객 상담이라는 것이 처음부터 그렇게 조금만 더 친절하게 정성을 들여주었으면..........

  또 기름통을 싹싹 비워서 비가 줄줄 내리는 창고 처마 아래서 난로를 옆으로 뉘어 놓고 선풍기 바람에 말린다. 마른 걸레로 다시 빡빡 딲아서 투명 실리콘을 가져다 듬뿍 바른후에 헤라로 꼼꼼하게 문지르고 또 문지른다.

반나절을 그렇게 말리고 나니 이젠 나름 문제가 해결 된것 같기는 한데........ 결과를 누가 어떻게 장담해? 직접 확인해 보지 않으면 어떻게 알어?

  비는 잠시 그쳤는데 이를 어쩌지? 기름냄새 지독한 이 웃기지도 않는 씨츄에이션을 언제까지 끌어안고 있지?

  부랴부랴 대충 몇 가지 장비를 눈에 띄는대로 챙겨본다.

  비상사태다. 알파카 난로 때문에 생긴 응급 출동 상황이다. 허겁지겁 챙긴 몇 가지 장비를 싣고 집에서 이십분 남짓 정도면 도착할 수 있는 우륵대교 노지 캠핑장으로 향했다.

  혹 다시 비가 쏟아질 수 있기에 급하게 옛날 타프부터 치고 다음으로 비상용으로 쓰던 일명 허접한 텐트를 설치 완료했다. 본네트에 올려놓은 앙증맞게 작고 예쁜 부르투스에서는 연실 하드 락 음악이 흘러나온다. 이거 본조비가 도대체 얼마만이여? 우가 우가 우가차차.... 그리고 가장 먼저 난로에 석유를 가득 채운다. 이제 삼십분 이상 기다리면 제대로 처방이 되었는지 확인 할 수 있을 것이다. 차를 끌고 인근 마트에 가서 리이터와 마실 물을 구입해 돌아온다. 얼어죽을 화롯대를 피우고 불멍을 하고 고기를 구워먹는 거창한 캠핑은 오늘은 없다. 어쨌거나 오늘은 난로의 온전한 상태를 확인하는 것으로 족하다. 서서히 해가 저물어 가고 있다. 먹구름이 몰려오기 시작한다.

 

  난로가 멀쩡해 졌다.

  시간을 좀 보내고 들어올려 밑부분을 이리저리 살펴보아도 기름이 흘러내릴 낌새조차 찾아 볼 수가 없다. 정말 이런 염병할....... 이다. 아직도 손에선 석유 냄새가 난다. 난로가방을 다시 빨 일이며 차에서 냄새가 빠지기까지....... 헐. 그러다가.......... '산다는게 다 그런게 아니겠니?'

  난로 심지가 기름을 빨아올릴 시간을 기다리면서 참으로 오랫만에 코베아 개스 랜턴을 쪼물락 거려 본다. 이게 정말로 얼마만인가?

  나에게 있어서 이 코베아 가스 랜턴은 아주 묘한 향수가 있다. 나의 지난 캠핑 이력을 가만히 따져보면 거기에는 항상 이 가스 랜턴이 아로새겨져 있다. 내가 가졌던 모든 캠핑의 시간중에서 처음이자 언제까지고 캠핑이 가져다 주는 어떤 감성(흔히 갬성)의 시작과 종착역은 언제나 바로 이 코베아 가스랜턴이다.

  아주 먼 옛날에 어떤 좀 나가는 사람은 조명장치로 석유램프를 가지고 다니기도 했지만, 당시의 대세는 간드레였다. 물을 뿌리면 열과 함께 가스를 배출하는 석회암 덩어리를 쇳덩어리 통에 넣고 물을 붓고 통을 덮으면 윗쪽의 꼬다리로 가스가 올라온다. 거기에다 불을 붙이면 황홀한 빛깔의 붉은 불꽃줄기가 솟아 나온다. 카바이트 간드레라고 불렀다. 흡사 요즘의 산소 용접기 같은 모양새였다. 독한 유독성 가스와 함께 폭발 사고가 종종 있었다. 하지만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만능이긴 카바이트 간드레 만한게 없었다. 70년대 초기 잔술에 홍합을 세어서 팔단 좌판대나 포장마차 시대까지 간드레는 사용되었다. 그러다가 어느날 로케트 사각뿔형 통밧데리가 등장하면서 대형 랜턴으로 인해 간드레는 사라져 버렸다. 대포랜턴과 군대서 빠져나온 ㄱ자 후레시가 조명물품의 대명사가 되었다.

  80년대에 들어서 아직 레져시대는 아직 도래하지 못했고, 스포츠용품 회사인 코오롱이 스포츠 마켓의 일환으로 텐트며 캠핑용품의 일부를 담당하고 있던 시절이 있었다. 그러던 1982년에 코베아(KOVEA) 라는 전문 레져 브랜드 중소기업이 처음 출현하였다. 그 코베아에서 처음으로 내 손에 닿은것이 바로 이 가스랜턴 이었다. 카바이트 간드레의 향수가 남아있던 나에게, 당시로선 대세였던 후레쉬(랜턴)가 아닌 주홍빛 불꽃을 일으키며 타오르는 가스랜턴은 묘한 여운을 잔잔하지만 오래가게 만들어 주었다. 쉐 하고 가스가 차오르는 소리와 더불어 뿜어져 나와 빛나는 주황빛 혹은 짙노랑 불꽃이 요즘 흔히들 말하는 갬성(캠핑에서 느끼는 감성)이었을 것이라 나는 생각한다. 더하여 부탄까스가 마구마구 퍼져나가는 와중에 굳이 소이가스라는 앙증맞은 가스통을 특별하게 사용하는(물론 후크만 있으면 일반 부탄 가스도 사용가능하지만) 코베아 가스 랜턴만의 매력은 실로 압권이었다. 다만 보관 케이스가 허접한 플라스틴 통에다가 처음 시판된 가스랜터의 글라스(유리 덮개)가 지칫 툭 치면 그냥 깨져 버렸다. 처음 시판되자마자 그 갬성에 그만 푹 빠져 서둘러 구입한 랜턴은 몇 달밖에 사용하지 못했다. 유리가 깨져 버린 것이다. 당시에는 아직 A/S 라는 개념이 오늘날 처럼 정착되지 못했다. 유리만 구입은 가능하긴 했지만...... 언제 도착할지 도무지 알 수 없는 시대....... 그래서 어쩔 수 없이 다시 구입했다. 그리고 일 년쯤 지나서 다시 유리가 깨져 버렸다. 이젠 포기해야지......... 그러길 얼마 지나서 기어코 또 사게 되었는데....... 바로 지금의 이넘이다. 이넘! 따져보지는 않았지만 얼추 우리 아들과 비슷한 나이를 가졌다. 1982년에 코베아가 창립되어 가스 랜턴으로 크게 반향을 일으켰을 때 내가 구입을 하게 되었고, 부시고 부셔서 세번 째로 또 구입을 했으니까...... 우리 아들이 85년 생이니까...... 얼추 우리아들 나이만큼이나 된 골동품 중에 골동품이다. 내 최애 캠핑 애장품이기도 하고 해서 모처럼 들고 나왔다. 남은 소이가스도 있기에 더불어.......

  코베아 랜턴은 일단 통에서 꺼내 소이가스통에 연결을 해야만 안정성이 확보된다. 아무데나 똑바로 앉아있게 된다는 뜻이다. 걸이 끈이 있어서 아무데나 매달아도 된다. 가스통에 장착해 안정성이 확보되면........ 뚜껑을 열고 글래스를 조심스레 꺼낸다.(초기에는 이 과정에서 유리가 제대로 다듬어 지지 않아서 간혹 손을 베거나 얇아서 잘 깨졌다) 다음에는 가스랜턴만이 가지고 있는 특징 중에 하나인 별도의 심지를 꺼내 꼬깔모자를 씌우듯 가스 꼭지에 조심스레 씌워주어야 한다. 그리고 나면 다시 글래스를 조심스레 끼운다. 열려진 뚜껑 사이로 라이터 등을 이용해 심지에 불을 댕겨 태운다. 아주 천전히 묘한 불꽃 줄기와 은은한 연기를 풍겨내면서 심지가 타오르기 시작한다. 불꽃이 피어 올라도 가만히 그냥 두면 된다. 이대 심지가 얼마나 골고루 고르게 잘 타느냐에 따라서 다음 가스랜턴 사용에 밝기와 불꽃의 아름다움이 차이가 난다. 하여, 아주 느리게 서서히 가스랜턴의 심지가 타오르는 짧지않은 시간을....... 코베아 가스랜턴 매니아들은 아주 특별한 신성한 의식을 치루는 것 정도로 중요시 한다. 갬성의 끝판왕쯤된다고 할만하다. 제법 한참이 지나고 나면 심지가 타고 남은 하얗거나 잿빛 망사같은 재가 본래의 모습을 신기하게 유지하고 있는 것이 보인다. 놀라울 것이다. 이제 모든 준비는 끝났다. 뾰족 튀어나온 둥근 막대를 우측으로 돌려 가스가 뿜어져 올라오는 소리가 느껴지면 부싯돌이 붙어있는 버튼을 눌러준다. 딸각 소리와 함께 샛노란 불꽃이 확 점화가 될 것이다. 가스의 양을 조절하면 불꽃이 점점 커지면서 가스가 분출되는 용트림이 시작된다.

  어쩌면 불멍이라는 것이 이 가스랜턴에서 부터 시작된 것은 아닐까?

  사십 년 가까이 지났음에도....... 비록 글래스를 닦아주지 않아서 검게 그을음이 남아있지만, 내가 기억하고 있는 바로 그 형태 그 모습으로 심지가 타올랐고, 단 한 번의 버튼 누름에 변함없이 불꽃이 활활 타올랐다.

  사십 년이라........... 세월의 흐름이 주마등처럼 눈 앞을 스쳐 지나간다. 한 걸음에 말이다.

  오늘은 이대로 이런 지난 시절의 갬성(?)에 푹 빠진 채 여기서 이대로 잠들었으면 좋겠다.

 

 

 

  산책삼아 주변을 거닐어 보니 그새 폭염이 지나고 가을이 턱밑에까지 다가왔다고 캠핑하는 사람들을 거의 찾아 볼 수가 없다. 지난 수해로 단월 강수욕장과 수주팔봉 야영장이 페쇄되고, 목계 솔밭 야영장이 유료화로 전환되면서 부근의 노지 캠핑장이 모두 폐쇄되어 버려 이곳 우륵대교 노지 캠핑장이 발디딜 틈도 없이 붐비고 있다는 소식을 꾸준히 들어왔기 때문이다.

  장박 위주의 캠팽카들은 군데군데 제법 모여있다. 극히 일부의 캠핑객들은 화장실 접근이 용이한 비교적 노지 상태가 가장 양호한 잔디밭 주변에 일부 자리를 잡고 한참 저녁 식사를 즐기고 있었다. 그런데 의외로 야간 낚시를 하는 사람들이 많아 보였다. 상당히 많은 사람이 낚시객이다. 언덕 위에 설치된 글램핑장을 엿보아도 텅 빈 데크가 대부분으로 개점휴업 상태임이 틀림없다. 아직은 계절로 보아 혹 주말이면 다시 차고 넘칠지도 모르겠다. 우륵대교 야영장은 한산하다 못해 적막하고 썰렁하기 까지 하다.

  빗방울이 다시 떨어지기 시작한다.

  새벽 부터는 다시 강한 비가 예고되고 있다.

  텐트로 돌아오니 여전히 난로는 잘 타오르고 있고 어디에도 이상이 없다. 누유가 제대로 고쳐진 모양이다. 허겁지겁 서둘러 여기가지 온 소기의 목적은 일단 달성한 상황인데....... 움직이기가 싫다.

  캠핑이라고 하긴엔 아무런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 이럴줄 알았으면........ 후회하면 뭐해?

  난로에 불을 당겨야 하는데 라이터가 없다. 차에 시가잭도 없다. 내가 평소에 그런게 필요없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어쩔 수없이 부랴부랴 가까운 슈퍼에 가서 라이터랑 물 한 병이랑 아이스크림 한 개와...... 망설이다가 앙성 막걸리 한 병에 오징어 땅콩 한 봉지를 사가지고 온게 전부다. 흔한 컵라면도 하나 없다. 저럴게 시뻘건 난로 불이 활활 타오르는데 삽겹살이라도 사다가 구웠아야 할 것이지........... 오. 마이. 갓.

  에.라.이. 이.를.어.쩔.것.이.여?

  오징어 땅콩을 안주삼아서 합수머리를 지나가는 남한강 물줄기를 바라보며 막걸리 나발을 불어본다. 이런것도 추억 아니겠어?

  어찌어찌 하다보니....... 저찌저찌해서 잠이 들었다.

  모처럼만의 외박(?) 이다. 헐!!!!

  근데 춥다.

  허름한 텐트에 그럭저럭 깔판이라고는 깔긴 깔았는데 그 위에 달랑 군용 담요 한 장이 전부다. 알량한 침낭 하나만 가져올껄.......

  시간은 새벽 네시 딱 맞춤이다. 우륵대교와 탄금대교를 장식하고 있는 알록달록 조명들도 눈에 잘 들어오지 않는다.

  뭐 하겠어?

  추운 처지에 어떻게든 살겠다고 밖으로 나가서 쪼그리고 앉아 다시 난로 심지에 불을 붙일 수 밖에...... 난로 테스트가 아니라 이건 생존 문제다. 활활 타오르는 난로를 대하고 있으니 온갖 시름과 걱정거리가 한 순간에 모두 사라진다. 참 신기할 밖에......

  심심하다. 비가 주르륵 주르륵 내리는 꼴두 새벽부터 일어나 앉아서, 그것도 우륵대교 야영장에 텐트를 쳐놓고 겨우 고친 알파카 난로에 의지해서 작업장에서 쓰는 LED 랜턴을 손에들고 지금 책갈피를 뒤적거리고 있다. 이거 내가 무슨 학자여? 지금 탐험지에서 고고학 논문을 쓰는거여? 며칠 전에 갑자기 눈에 확 들어온 크리스토퍼 스타이너가 꽤나 오래전에 발표한 <석유 종말의 시계>라는 책이다. 하이고, 내가 봐도 참 가지가지 한다.

  ㅎㅎㅎㅎ 미티미티.

  저자는 '기름값이 갤런당 10달러를 돌파하면 그때는 자동차의 개념이 뒤바뀔 것이라고 예견했다. 요즘 기름값이 갤론으로 환산하면 얼마지? 갑자기 그게 궁금해 진다. 갤런당 18 달러가 돌파되면 그땐 다시 철도 위주의 시대가 도래할 것이며, 갤런당 20 달러를 돌파하는 시대가 도래하면 전 인류는 미래의 존망이 걸린 실질적인 에너지 대책을 결정해야만 하는데 그 대상은 또다시 원자력이 될것이다'라고 예견하고 있다.

  이게 시방...... 이미 당면한 과제여? 지금 도착하는 문제여? 아님 곧 들이닥칠 재앙이여?

  그리고 이게 시방....... 꼴두 새벽에 야영장에서 한강을 바라보며 해야하는 씨츄에이션이여? 시방?

 

 

 

  날이 밝아오려는 기미를 보이자 서둘러 자리를 털고 일어섰다.

  일단 난로 불을 껐다. 이넘의 난로라는 넘이 추우면 당장 요긴하지만...... 갑자기 이동을 하려고 하면 영 꼼지락 거리며 뜸을 들인다. 마무리에는 항상 가장 큰 애물단지가 바로 난로다. 이놈이 열을 식혀 줘야 움직일 수 있으니까 말이다.

  산책을 대신해 차를 몰고 도로에 올라섰다.

  오늘 당장이 아니면 또 언제 이 풍경을 찾아올 수가 있겠는가 말이다. 이런 굿은날이 아니면 위험해서 대교 위에 잠시라도 차를 멈출수도 없지 않겠는가? 산책을 대신해 새벽 드라이브에 나섰다. 비는 여전히 내리고 있었다.

탄금대 인근과 달천 대교 주위를 한 바퀴 돌고나서 되돌아가니 감쪽같이 아주 잠시 비가 완전하게 소강상태를 보인다. 하니 뭘 망설이겠어? 여기서 더 지체해 보았자 아무런 할 게 없지 않은가? 당장..... 그 거룩한 모닝 커피 조차도 없지 않은가. 어디 가까운 편의점에라도 가야 당장 부족한 카페인을 충당할 수 있지 않겠는가?

  벼락같이 철수 준비를 한다. 거의 삽시간에 철수 준비가 모두 마쳐졌다. 주변 정리까지 마치고...... 여유롭게 야영장을 빠져나온다. 가장 먼저 가까운 편의점에 들려 커피부터 사서 마신다.

  '그려. 내 하루는 아무래도 이넘의 커피 기운으로 시작되는 것 같애.'

  '이것으로 예행 연습은 충분한 것 같고...... 어디로 가지? 다시 시작하는 첫 캠핑은 울릉도가 최고일 것이라고 마눌님을 열심히 꼬득여 봐야지 뭐.'

  기.다.려.라.울.릉.도.우.리.가.곧.간.다.

  -- 다음에는 본격적인 캠핑 이야길 찾아 오겠습니다. 기다려 주세요. 피안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