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이 참 빠르긴 빠르구나.
이탈리아를 다녀온지 벌써 석 달이 훌쩍 지났으니 말이다.
하긴, 하는 일이 좀 바쁘다보니 정신없이 뛰어다니느라 봄이 지나가는 것 조차도 제대로 살펴보질 못했다.
그런저런 이유로 여행기 연재도 아직 많이 미루어져 있는 마당에........
또 길을 떠나게 되어 밀려있는 여행기를 부득이하게 숙제로 뒤로 미루어 놓아야만 하겠다.
주위에선 모두들 그런다.
'여행사에 다니니? 애초에 직업을 잘못 선택했어..........'라고.
ㅎㅎ
나도 문득 문득 그런 생각이 들기는 한다.
하긴 울 마눌님 왈........ '지금도 안늦었어. 실버 여행사 하나 차려서 제대로 세상을 누비며 다녀 보시지?'
헐.
두번째 방문이었지만, 지난 1월의 이탈리아. 몰타 여행은 정말로 아름다운 추억여행이었다고 말 할 수 있다. 날씨 빼고는 모든것이 좋았다.
베네치아. 피렌체. 시에나. 오르비에토 정도의 여행기 연재를 마친 마당에........ 아무래도 한달 정도 연재를 중단해야만 하겠다.
이번 여행을 다녀오면....... 아마도 따근따끈한 이번 여행기를 먼저 올리게 될것이고........ 그렇게 되면 로마나 몰타는 언제..........
사실 이번 여행은 내가 의도한 여행이 결코 아니다.
직업상 하는 일에 비하여 나 처럼 싸돌아 다니면 딱 욕들어 먹기 십상일지도 모르겠다.
'여행사 직원도 아니면서....... 허구헌날...........'
지금 시즌이 현실적으로 대단히 바쁜 계절이다. 물론 스케줄도 빼곡한 상태다.
하지만 마음을 단단히 먹고 떠나기로 작정했다.
지난 해 챠밍여사가 허리 수술을 크게 했다.
지닌 해 가을 여행을 계획했었는데 수술때문에 나 혼자 훌쩍 떠나서 조지아 아르메니아 터키를 다녀왔었다.
겨울이 되면 직업적으로도 좀 한산해지고 하면 온 몸에 좀이 쑤셔대는것 같아서 가만히 들어앉아 있지를 못하겠다. 그래서 또 떠날 구실을 찾고있는데, 챠밍여사의 허리상태가 많이 안좋았다. 그래서 이눈치 저눈치 살피다가 눈치코치가 9단인 챠밍여사에게 낌새를 들켰는데 뜻밖에 흔쾌히 허락해 주시는 바람에 또 달랑 혼자서 이탈리아 몰타를 다녀왔다.
그리고나서 두 달쯤 지나가고 있는데........ 하는 일도 매우 바빠서 늘 파김치로 지내고 있는 마당에.......... '우리 여행가자. 이제 허리도 웬만해 졌고....... 여러가지로 억울해........ 무조건 나가자. 시기...... 기간....... 돈........ 무조건 오케이야. 어디든 가자. 단 한가지만........ 우리 하나뿐인 손녀 윤태리의 어린이 날 만큼은 챙겨주고 떠나자.' 라고 챠밍여사가 무뢰한(?) 제의를 해온 것이다.
허리 수술에서 온 휴유증 염려와 아팠든 긴 시간때문에 느닷없이 여행을 제의해 온것만은 아니라는 것을 나는 잘안다. 두달전에 챠밍여사의 친정쪽에 큰 일을 겪었다. 그 상처가 어쩌면 허리수술보다 더 커다란 고통이었을 것이다. 그런 사정을 옆에서 지켜보기만 했던 처지로 불쑥 여행이라는 무뢰한(?) 제의를 해 오는것을 감히 내가 어떻게 거절할 수가 있겠는가.
다음날 곧바로 함께 일하는 파트너들에게 양해를 구했다. 직업상의 커다란 플랜 하나에 개인 사정으로 빠져야만 했기 때문이었고, 또 내 상황을 잘 아는 돌료들이 흔쾌히 동의를 해 준다. 그렇다면.......
콜!!!!!
여행 가자는데 마다할 인간이 절대 아니다. 나란 존재가 여행을 마다 할리가.......
오늘이 예쁜 손녀 윤태리를 위한 어린이날 이다.
그리고 우리는 내일 새벽 3시에 여행을 떠난다. 나는 배낭을 메고...... 아직 허리상태를 염려해야하는 챠밍여사는 캐리어를 끌고.........
내일 저녁이면........... 우리는 포루투갈 리스본에 머문다.
윤 태리.
어린이 날을 축하해.
할아버지는 너로 인해서 오늘이 무척이나 기쁜날이라는 것을 다시 깨닫게 되었단다.
어서어서 건강하게 쑥쑥 자라주렴.
할아버지가 배낭을 메고 다닐 수 있을 때, 너가 어서어서 자라야 할아버지 할머니랑 손잡고 이태리 여행 가지?
할아버지는 우리 태리랑 여행가는게 가장 간절한 소망이고, 남은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목표란다. 아주 오래전 너가 태어나기 전부터 할아버지는 간절한 소망을 하나 품었단다. 손녀 태어나면 학교 입학하기 전에 (밀포드 사운드 트래킹)을 손잡고 떠나겠다고........
그때까지 할아버진 체력을 잘 유지해 나갈거야.
배낭에 텐트까지 짊어지고 만년설이 덮인 산을 넘어가려면....... 너도 작은 배낭에 침낭 정도는 지고 가 주겠지?
태리야. 사랑해.
내일 저녁이면 우리는 포루투갈 리스본 거리를 거닐고 있을 것이다.
리베리아 반도는 이제나 저재나 내 여행 버킷 리스트에서 늘 상위에 머물던 곳이다.
애초 챠밍여사가 처음 바랬던 여행지는 항상 소망했던것 처럼 당연한 (이탈리아) 였다. 그런데 내가 다년오지 석달만에 다시 이탈리아를 간다는 것이 매우 마음에 걸렸던 모양이다. 그래서 다음 버킷 리스토 목록에서 스페인을 택했다. 당연히 나도 콜 했고....... 연계하는 프로그램을 내가 짯다.
리베리아 반도를 다시 또 찾아갈 수 있다는 보장이 없는 시점에서 이 한번의 기회를 살려야만 했다.
그래서 선택을 했다.
포루투갈 리스본으로 들어가서 며칠 머물다가 스페인 마드리도 들어가고, 안달루시아 지방으로 내려가 지중해를 건너 아프리카 모로코로 건너간다. 나는 모로코 만큼이나 튀니지를 가보고 싶은데 이번 여행의 주 목적이 스페인이기에 튀니지를 생략하고, 모로코도 대서양 인근의 북부만 볼 생각이다. 마라케시도 뺐다. 챠밍여사가 사막엔 별로 관심이 없으시기 때문이다. 다시 지중해를 건너 스페인으로 돌아와서 남부 지방을 돌아보고 마지막 여정은 바르셀로나를 통해서 귀국하는 일정이다. 기간은 뭐.......... 이달 말에 돌아오는 여행 스케줄이다.
'정말로 정말로 땀흘리며 많이 많이 걷고 싶어. 이번 여행기간에는 따로 편하게 쉬는 게획을 안세워도 돼. 무조건 바쁘면 좋겠어. 많이 다니고 싶어. 앞으로는 죽어라 꼭 따라다닐거니까 각오해.' 허리수술로 힘들었던 기간이 너무 억울했던 모양이다.
직업상 이 바쁜 시기에......... 더군다나 스페인은 5월 6월이 최고 성수기로 모든 물가가 가장 비싼 시기인데........... 헐.
스페인과는 묘하게 다른 포루투갈의 골목길을 마냥 걸어볼 생각이다.
리스본 인근의 시골도 가볼 생각이다. 로카 곳은 보여 주어야 하겠고...... 당일치기로는 좀 멀고 아쉽겠지만 포루투는 꼭 보아야만 하겠다.
며칠전 환전을 하면서 챠밍여사가 내 표정을 살피더니 슬그머니 한마디 한다.
'올 겨울에도 또 나갈거지?'
'그때 가봐야 아는거지........... 내가 뭐 여행사직원인가?'
'개뿔. 겨울에 가만히 들어앉아 있으면 당신이 아니지....... 내가 경비 다 댈테니까 나도 데려가.'
'그렇다면야 없는 여행이라도 만들어야지. ㅎㅎㅎ. 어디 가고 싶은데?'
'난 항상 이탈리아야. 당신도 아들도 며느리도 다 이탈리아를 다녀왔고 그렇게 좋다는데 나만 못가보면 되겠어? 난 1순위는 무조건 이탈리아고 다음이 산티아고 순례길이야. 그러니까 알아서 해.'
'겨울 스페인 북부는 무척 추운데? 산티아고를 프랑스에서 시작하면 눈 쌓인 피레네 산맥을 넘어야 하고....... 당신 추위 무척 싫어하잖아..........'
'그럼 이탈리아네.'
'이탈리아는 내가 다녀............'
'그러니까 왜 나를 떼어놓고 다니래?'
'아냐. 아냐. 열번은 못가나? 이탈리아 둘러보고 파리로 나오면 되지 뭐..........'
'정히 그러면, 한번 더 미뤄줄께. 손녀 데리고도 이탈리아 꼭 간다며? 내년쯤 좀 더 커서 엄마 떠나서도 여행할 정도 되면 또 이탈리아네. 손녀하고는 다음달이라도 열번이고 스무번이고 군말없이 또 갈거 아니여?'
'그거야. 태리한테 할아버지가 공부 시켜주라고 그러는것지..........'
'암튼 가기는 가는거야? 겨울에?'
'웬이이냐? 출발도 안했는데 벌써부터 겨울 여행 이야기를 다 꺼내고?'
'당신이 그랫잖아. 여행계획이 쫘아아아아악 짜 져야 비행기표를 사는거고, 비행기표를 사고나면 그때부턴 다음 여행 준비를 해야하는 거라고. 그래서 나도 당신처럼 미리미리 준비하는 거야.'
'그럼 이탈리아 가는거지 뭐............... 여행 경비까지 쏜 다는데...........'
'난 잠자리 같은것은 절대 안 따질거야. 대신 먹을때만은 좀 분위기 있는데서 맛난거 먹고 싶어. 비행기 여러번 갈아타도 상관없어. 바쁘게 많이많이 돌아다니게만 해줘. 유명한거 특별한거 필요없어. 그냥 완전 자유여행이면 돼. 나머진 당신이 알아서 해.'
핸디폰으로 내년도 달력을 꺼내 살피고 있는 나.
아무래도 내년 2월초는 이탈리아에서 싸돌아다니고 있을것 같다.
많은 이야기와 예쁜사진 많이 모아서 돌아오겠습니다.
(알 럽 트래블 여행기)는 한달만 쉬겠습니다.
포루투갈. 스페인. 모로코를 기대해 주세요. 감사합니다. --------- 2019. 어린이 날에. 피안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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