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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이야기

(알 럽 트래블 / 터키) 수천 년을 이어온 역사의 숨결이 고스란히 살아 숨쉬는 곳 '이스탄불'

by 피안재 2018. 12. 14.

 

 

 

 

 

 

 

 

 

 

 

 

 

 

 

 

 

  부르사에서 타고 온 버스로 이스탄불의 유럽 지역으로 곧바로 가지않고  아시아 지역에서 내린 이유는 오로지 하나였다.

  하이다르 파샤 역(Haydarpasa gar)을 보고자 함이었다.

  지난 여행에서도 퍄샤 역을 만나보기 위하여  위스큐다르 역에서  카드쿄이 선착장까지 걸어왔는데,  느닷없이 비가 시작되는 바람에 발길을 되돌려야만 했던 기억이 아직 생생하게 남아있다.  그래서 중간에 버스기사에게 부탁을 해서  카드쿄이에서 하차할 수 있었다.  비록 1박2일의 짧은 일정으로 귀국하는 비행기를 타기위해서 잠시 들른 이스탄불이지만  하이다르 파샤역을 이번엔 꼭 만나볼 셈이었다.

  그런데 아뿔싸.........

  가는 날이 하필 장날이라고.........

  하이다르 파샤 역 일대가 일절 접근 금지 구역으로 철저하게 차단되어 있다.  발길을 되돌린 지난 방문때는 분명  방문이 허용되었었는데 말이다.

  아주 멀리 떨어진 진입로의 중간에서부터  바리케이트를 치고 통행을 차단하고 있다.

  대대적인 보수 공사가 시작되었다고 한다.  몇 년 걸리거라고 한다.

  어떻하겠는가?  돌아 설 수밖에........  다음에 이스탄불에 또 오라는 뜻이겠거니........  그것도 '인샬라'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기차역으로  여러번 선정되었던  파샤 역을 나는 이번에도 만나볼 수가 없다.  그저 배를 타고 지나치면서  외형이나 감상해 볼 수 밖에 없겠지만  그것으로라도 감사해야 겠다.

  3면이 바다에 드러나게 만들어져  보스포러스 해협을 바라보고 있는 기차 역이 처음 세워진것은  1872년 이었으면,  처음엔 지금의 모습이 아닌 작고 초라한 역사였다.  그러나 점차 소아시아 지역 전체의 철로망을 수용하게 되면서 여러 철도 노선들이 확장되고  협소한 역사의 중축이 필요해 졌다.  영국. 프랑스 같은 열강들의 첨예한 세력확장의 대결 속에서 독일 황제 빌헬름 2세가   오스만 투르크 황제 압둘하미드 2세에게 선물의 명목을 빌어서 대대적으로 공사를 벌여 지금의  하이다르 파샤 역을 건설했다.  웅장하고 장엄한 위용을 갖춘 눈이 부시게 아름다운 석조건축물이 탄생한 것이다.  아울러 역사의 실내는  고색창연한 스테인 글라스와  오랜 세월의 흐름이 그대로 배어있는 나무문으로 장식되어 빼어난 조형미까지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최근에 들어서 너무도 많은 유동인구와  늘어만 가는 철도수송 수요로 인하여 이 고풍스런 유산이 점차 보수가 심각하게 필요해지자  마침내 터키 정부는 대대적인 전면 보수를 결정했다.  뿐만 아니라  이 역사적 유산을 보호하기 위하여  기차 역으로서의 역활을 끝내주기로 결정했다고 한다.  보수가 모두 끝나면  아마도 박물관으로 사용되지 않을까 싶다.

 

 

 

 

 

 

 

 

 

 

  어쩔 수 없이  매우 아쉽기는 하지만 카드쿄이 선착장에서  보스포러스 페리에 올랐다.

  아쉬운 발걸움이기는 하였지만  만나는 모든 사람들이  배낭을 둘러메고 걷고있는 내 모습만으로도 지금의 내 처지를 알아채고는  위로의 인사를 보내온다.

  공사장 인근의 식당에서 하이다르 파샤 역사 보수공사에 참여하고 있는  인부들을 만나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보기도 했다.  마침 점심시간이어서  차를 한잔 얻어 마시면서 보니  영락없는 우리나라 생선구이 백반이 아닌가?

  맛도 그럴까?

  을지로 생선구이 백반 생각이나서 아주 잠시 망설이다가.....  패스.  갈라타 다리 옆  고등어 생선 케밥을 먹어야겠다고 생각을 바꾸었다.

  보스포러스 페리는 오늘도 만원이다.

  시원한 바닷바람을 맞으며   바다 위에서 건너다보이는  하이다르 파샤 역사에 카메라 촛점을 맞춘다.

  명불허전 이다.

  '아니  카이저나 술탄은  도대체 스케일이 얼마만 하길래 저런게 겨우 선물이지?'

 

 

 

 

 

 

 

 

 

 

 

 

 

 

 

 

 

 

 

 

 

 

 

 

 

 

 

 

 

 

 

 

 

 

 

 

 

 

 

 

 

 

 

 

 

 

 

 

 

 

 

 

 

 

 

 

 

 

 

 

 

 

 

 

 

 

 

 

 

 

 

 

 

 

 

 

 

 

 

 

 

 

 

 

 

 

 

 

 

   진짜 이스탄불의 풍경.  그리고 터키 사람들의 모습.

  그곳은 바로 '에미뇨뉴'이다.  갈라타 다리와 접해있는 유럽지역의 첫번재 동네로  이스탄불 전체에서 가장 활기차고 항상 인팔 북적이는 곳이다.

  누군가는 술탄 마호멧 광장이 가장 핫한 지역이라고 말한다.  여행자 중심으로만 본다면 그렇 수 있다.

  이스틱랄 거리를 꼽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그곳은 저녁 시간과 주말에 주로 붐빈다.

  하지만 에미뇨뉴는 그저 흔하디 흔한  현지인들의 바쁜 일상이 펼쳐지는 곳일 뿐이다.  그러나 이스탄불 전체에서 가장 활기차고  뜨거운 터키인들이 삶이 그대로 가장 잘 드러나는  진정으로 핫한 장소이다.

  여행자에게 휴식과 멋진 풍경을 선사해 주는 선창가에 앉아서   수없이 오고가는 페리선들을 바라보노라면 아주 작은 일부분일 지라도  터키인들의 삶을 엿볼 수 있다.  에미뇨뉴는  터키인들의  뜨거운 심장이다.

  에미뇨뉴를 벗어나  넓다란 횡단보도를 지나면  확달라지는 풍경이 있다.

  시원하게 뚫린 대로를 오가던  트램이  여기서부터는  좁고 꾸불꾸불한 골목길 사이로 아슬아슬하게 오가는 모습을 목격하게 된다.  수많은 사람들도 무단횡단을 일삼과  트램이 오가는 좁은 철로 위로  온갖 자동차들까지 섞여서 오간다.  세상에 이런 무질서한 교통현장이 또 있을까?

  그런 생각이 들기 시작하면  그곳이 바로 '시르케지'다.

  나에게 있어서는  '가장 이스탄불 다운 장소'로 인식되어 있는 지역이다.

  첫 여행때 빼고는 이스탄불에 가면 나는 항상 여기  시르케지에 숙소를 마련한다.  이번에도 그럴것이고 앞으로도 이스탄불에 오게된다면 내 숙소는 아마도 당연히 시르케지일 것이다.  시르케지에서는 진짜 이스탄불의 냄새가  난다.

  이스탄불은 복합적인 도시이며  그 안에는  동양과 서양이 적절하게 혼합되어  녹아들어 있다.

  그 독특함은  결코 터키사람들만의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인류 역사 교류의 현장이며  종교와 인종간의 갈등과 다툼과 화해와 배려의 흔적이다.  어디에서도 좀처럼 보기 드문 포용과 융화의 결과이다.

  이스탄불 전체가 그런 독특한 결과의 유산이지만,  이상하게도 나는 이곳 시르케지에 들어서면  마치 내가 태어난 고향 동네에 있는듯한 착각이 생겨난다.

  술탄 마호멧 광장이나  그랜드 바자르 같은  찬란한 명성에서 한발짝 물러난 지역이며   수많은 물자가 들어오던 항구에서도 슬쩍 물러난 지역,  아주 먼길을 달려온 사람들 중에서  항구나 거대 바자르에 머물지 못했던 소시민들이 겨우 찾아들어 지친 심신을 달래며 다음날 새벽이 밝아오기만을 기다리던 지역이 이곳이 아니었을까?

  이스탄불을 한바퀴 모두 돌아보고나면  여기 시르케지에 머무는 자신이 얼마나 현명한 사람인지 느껴불 수 있을 것이다.

  시르케지는 이스탄불의 따스한 마음이다.

 

  그나저나 배낭은 점점 무겁게 느껴지기 시작했고  나는 아직 숙소가 없다.

 

 

 

 

 

 

 

 

 

 

 

 

 

 

 

 

 


 

 

 

 

 

 

 

 

 

 

 

 

 

 

 

 

 

 

 

 

 

 

 

  캭!!!!!!!!!

  문제가 발생했다.  그것도 아주 심각한 문제였다.

  카파도키아의 악몽이 되살아 나고 있었다.

  방이 없다.

  분명히 지금 이시기의 터키 여행은 비수기에 이미 접어들어야 했다.  그런데 지금 터키는 최고의 성수기를 누리고 있다.

  그넘의 환율전쟁인지 뭔지가  온가자 사람들은 불랙홀처럼 마구마구 빨아들이고 있었다.  실효도 전혀 못누리는  여행을..........

  금년 2월초에  썩 괜찮은 호텔을  1박에 약 3만오천원에 머물렀었다.  그런데 오늘 찾아가보니  1박에 약 12만원을 받고 있었는데도 방이 없었다.

  미국과의 환율 전쟁으로  터키 전체는 위기를 겪고 있음에도,  여행업계만은 유사이래 최고의 특수를 누리고 있다.  그 특수를 주로 한국과 중국이  부여해주고 있는 실정이다.  시르케지를 돌아다녀보아도 어디나 비슷하다.  최소  7만원은 주어야 숙소를 구할 수 있는 정도다.(나는 그런 사기에 당할 수 없다.)

  오래 전부터 눈여겨 보아두었던   귤하네 공원 담벼락 근처의  게스트하우스를 찾았다.  1박에 16달러를 주고 프라이빗 룸을 하나 얻었다.  욕실까지 딸렸다.

  내일은 집에 가는 날일데  하루 쯤이야........  방이 좀 작을 뿐이지  적어도 나에겐 전혀 불편함이 없다.

  짐 정리를 하고  샤워를 하고나니.......  이제부터 뭘하지?

 

  이스탄불에서 꼭 하겠다고 생각해 둔 바가 아무것도 없다.  그저 내일 아침 산책길에 '미마르 시난'이나 한번 만나보고 가야지 하는 것이 전부였다.

  그저 이미 너무도 익숙해진 이스탄불을 다녀간다는 사실 만으로도 이미 충분하고도 남지 싶다.

  '그냥 아무데나 돌아다니다 오지 뭐.  와인이랑 포도나 있으면 좋겠고.......'

  그래서 밖으로 나와서  마호멧 광장 쪽으로 발걸음을 옮겨본다.

  귤하네 공원 벤치에서  옥수수 하나 사서 먹어치우고  사람들 구경하다가  언덕을 올라가 본다.

  광장을 어슬렁 거려 보는데  사방에서 한국말이 흘러나온다.  한국인이 참으로 많다.  외국에서 이렇게 많은 한국인을 만나본 기억이  공항 빼고는 가장 많은 날이다.  집싸게 발걸음을  마호멧 자미 뒷쪽의 아리스타 바자르 쪽으로 돌려잡고  언덕길을 내려간다.  이쪽으로 방향을 잡았으니 모처럼 쿰까프 해산물 시장까지 걸어가 볼까 하면서 허름한 골목길 산책을 시작한다.

  골목 언덕에서 재래시장이 서고 있는데.......  와!!!!!!  포도다.  포도가  1키로에 5리라니까 1천원이 안되는 가겪이다.  오 마이 갓.  이거 수입 좀 해갔으면.

  부르사나 이스탄불 다른지역에서 공히 7리라였는데,  이스탄불 재래시장에서  5리라라니........  이게 시방 꿈이여 행시여?

  나 그냥 죽는 날까지 여기 이대로 눌러앉아 살아버리면 안될까?  포도나 실컷 먹다가 죽을래..........  에고 우리 태리만 아니면..........

  욕심을 내 봤다.

  포도 2kg을 샀다.  이천원 안쪽의 금액에......... 

 

 

 

 

 

 

 

 

 

 

 

 

 

 

 

 

 

 

 

 

 

 

 

 

 

 

 

 

 

 

 

 

 

      ---  어디를 가나 흰달걀이다.  우리나라만  거의가 붉은 달걀이다. 산란율 때문이라는데.......  달걀은 흰달걀이 더 좋은 식품이란다.

 

 

 

 

 

 

 

 

 

 

 

 

 

 

 

 

 

 

 

 

 

 

 

 

 

 

 

 

 

 

 

 

 

  골목길 안쪽에서 아주 커다란 교회건물이 나타났다.

  빛이 바래고 세월의 흔적이 그대로 묻어나보이고 있지만  대단히 웅장하고 아름다운 건축물이었다.  전형적인 비잔틴양식의 멋스러움이 그대로 배어있다.

  이곳은 오스만 제국의 가장 핵심적인 장소였던  올드시티의 중심에 속한 지역이다.  불루 모스크가 아주 가까운 곳에 위치해 있다.

  인구의 97% 이상이 무슬림인  이슬람국가 터키의 자존심이 걸린 심장부에  이렇게 아름답고 운장한 교회건물이 버젓이 놓여 있다니  상상조차 못해본 일이었다.  물론 탁심 광장 인근이나  이스틱랄 거리 한가운데서도 시장거리 안쪽이나 반지하 건물에서  교회를 발견하기도 했다.  갈라타 다리를 건너  카라교이 전철역 바로 옆에  조지아 정교회 건축양식의 아주 거대한 교회도 이미 만나 보았지만,  그래도 이곳은  이슬람 성지 술탄 마호멧 지역이 아닌가?

  기록에서도  오스만이  콘스탄티노플을 함락한 뒤 모든 교회를  이스람 사원으로 개조하거나  허물어트려 버렸다고 기록되었다.  술탄 메메트 2세의 비호아래 유일하게 살아남은 건축물이  바로 하기야 소피아 였던 것이다.  그런데 그 이슬람 성스런 지역인  불루 모스크 뒷쪽의 인근에 이처럼 웅장하게 비잔틴 양식의  교회가 버젓이 살아남아 존재하고 있는 것이다.   터키인 특유의  배려와 공존에 대한 열린 생각의 결과였으리라.

  그리스 정교회(Ayia Kyriake Church)에 속한 교회이다.  그리고 놀랍게도 이 인근으로는  낡고 오래도니 교회가 여기저기 제법 늘어서 있었다.

 

  그리스 정교회 건물을 지나쳐 조금 더 발걸음을 아래쪽으로 옮기면  곧바로 이스탄불 최고의 해산물 시장인 쿰카프(Kumkapi) 시장과 식당가가 나타난다.

  보스포러스 바다에서 잡히는 싱싱한 해산물들이 이곳 시장으로 몰려오고,  그 풍성한 해산물들을 이용한  해산물 전둉 식당가가 형성되어 있는데,  수산 시장은  어디서보  볼 수 있는 그런 풍경이겠으나  이곳의  해산물 식당가는  그 화려함과 독특한 분위기와 규모에 그만 놀라고 만다.  식당에서 메뉴를 보고 해산물 요리를 주문할 수도 있겠으나,  수산시장에서 직접 재료를 사가지고 와서  식당에서 요리를 부탁할 수 있는 곳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나도  수산시장을 구경하고나서 재료를 한두가지고 와서 요리를 부탁해  모처럼 이스탄불에서 해산물 파티를 한번 즐겨보려고 여기까지 찾았던 것인데.......  그만 식당가의  풍경에 기가질려 버리고 말았다.

  혹 일행이라도 있다면 어덯게든 용기를 내 보겠는데......  달랑 혼자 테이블 차지하고 여러 종업원과 자나는 사람들의 시선을 감당할 자신이 달아나 버렸다.

  그냥 식당가를 지나쳐서 해안도로를 한번 둘러보기로 했다.  그런데 이 해안도로의 이름이 케네디 도로였다.

 

 

 

 

 

 

 

 

 

 

 

 

 

 

 

 

 

 

 

 

 

 

 

 

 

 

 

 

 

 

 

 

 

 

  군데군데 허물어진 채 드러난 성벽이  바로  1천년 동안 콘스탄티노플을 굳건하게 지켜내던  '테오도시우스 성벽'이다.

  그리고 수백년 전까지만 해도  이 넓은 자동차 전용도로는 바다였다.  무너진 성벽의 바로 아래가 바위절벽이었다.  지각 변동이 빚어낸 결과이다.

  이 자리에는 대형 전투함과  무역선이 장박하던 해상 기지가 있었다.  지척에 있는  술탄의 거처인 톱카프 궁전을 지키는 해상 기지였다.  또한 사진속의 성문을 통해  동방으로 부터 온 비단이며 도자기며 향신료가  그랜드 바자르로 들어갔다.  그랜드 바자르에서 가장 가까운 포구였다.

  지각 변동으로 해안선이 멀어짐과 동시에  갈라타 다리가 건설되었다.

  해안 방어의 필요성과 함께  배를 이용한  물자 조달의 필요성이 현저히 떨어지기 시작하자 이곳을 페쇄하였다.

  동방에서 들어온 모든 물자는  카라쿄이로 몰려들었고,  마차를 이용해 갈라타 다리를 건너  바자르로 이송되기 시작했다.

  다시 술탄 마호멧 광장으로 되돌아 올라갔다.

  저녁 시간이 되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해질무렵  광장은  수많은 여행자들로 넘쳐나고 있었다.

  그냥 광장을 가로질러 숙소를 향하는데........

 

  트램과  자동차들이  수없이 지나가는 도로 한복판에 상차림을 해놓고  술을 즐기는 용가리 통뼈를 삶아먹은 사람들.......

  그런데 누구 하나 뭐라고 하는 사람이 없다.

  자동차도 트램도 그냥 지나간다.  심지어 경찰 순찰차도 그냥 지나갔다.

  이스탄불은 정말 요지경 속이다.

  우리나라 같은면  빵빵 거리고 소리지르고  난리 부르스를 추고도 남았을텐데 말이다.

  위험한 줄을 알면서도 누리는 것은  개인적 프라이버시에 관한 문제고  자유권에 행당되는 문제이므로  본인이 선택할 문제다.

  다만 그 결과에 대해서도  선택한 자가  책임을 져야 한다는 의미다.  어쩌면 이게  진짜 민주주의 아닐까?

  누군가 타인에게 직접적 피해를 주는 것이 아니라면  위험하던 말던  본인이 선택할 문제다.

  지하철 안간에서 떨어졌다고,  공사판을 질러 가다가 다쳤다고,.....  이런저런 일들을 무조건 사회 내지는 국가에게 책임을 묻는 어좁짢은 모순보다는  차라리  이런것이 진짜 민주주의 아닐까?

  '하고 싶으면 해.  하지만 결과도 스스로 책임져야 해.'

  이스탄불은 참 요지경 속이다.

 

 

 

 

 

 

 

 

 

 

 

 

 

 

 

 

 

 

 

 

 

  샤워를 하고 났는데  어디선가 구수한 음식냄새가 풍겨온다.

  해산물로 저녁을 먹겠다고 갔다가 헛탕을 치고 돌아왔으니  배가 고플만도 하다.

  싱싱한 포도가 2kg이나 있지만 정작   와인이 없다.

  어디라도 나가서 간단하게 저녁을 해결하고  와인 한변을 구매해서 돌아와 쉬어야겠다고 생각하고 다시 밖으로 나섰다.

  흐메......  어디를 보아도 맛나보이는 터키 음식과 주점부리들........  근데 동네를 한바퀴 돌고나서도 식당을 정하질 못한다.  배는 고픈데 딱히 무얼 먹어야 하는지,  무엇이 먹고 싶은지  결정이 나질 않아서다.  그냥 에미뇨뉴 입구의  맥도날드나 갈까?

  차량의 전조들이 켜지기 시작하고  상점들의 조명도 하나 둘 밝아지기 시작한다.  이스탄불의 밤이 찾아왔다.

  에라이 좀더 걷자.  쓰러지기 직전이면 아무거라도 먹고싶어질테지.......

 

 

 

 

 

 

 

 

 

 

 

 

 

 

 

 

 

 

 

 

 

 

 

 

 

 

 

 

 

 

 

 

 

 

 

 

 

 

 

 

 

 

 

 

 

 

 

 

 

 

 

 

  애초의 생각처럼  저녁을 간단하게 케밥으로 때워넘겼으면 참 좋았을 것을.........

  와인을 사려고 동네 슈퍼를 기웃거리던 중에 눈에 딱하고 들어오는  베이커리 겸 디저트 가계.

  그냥 지나치려 하는데........  그냥 지나갔어야 하는데..........  시각은 물론  후각을 자극하는 그 어떤 무엇...........

  '인생 뭐 있어?  먹고싶으면 먹어야지' '이번 여행 마지막 밤이잖아' '이스탄불에서 디저트 안먹어보고 이스탄불 다녀갔다고 할 수 있어?' '다 못먹으면 아침에 먹으면 되는거지' '쬐끔 맛만 보자고.......'

  나를 자극하는 내 안에 있는 다른 녀석의 꼬임 때문에..........  순수한 내 의지와 상관없이  내 손가락은 어느새  '디스 원' '디스 원'을 외치고 있었다.

  처음에는  2kg이나 되는  포도에서 오는 중압감에  '와인 홀짝 한모금  포도 왕창 한입'을 반복해 나갔는데.........  솔솔 풍겨오는  시미트의 강한 유혹.

  와인 한모금.......  빵 한개........ 와인 한모급.......  디저트 두개.........  어찌나 맛이 기가막히던지........  아침은 무슨.........  다 먹어 치웠다.

  과식이 아니라  과과과식이다.

  열한시가 넘어서는데도  속이 더부룩하고  도무지 잠이 오지 않는다.

  결국 '동네 한바퀴'를 외치며  이스탄불에서 달밤에 체조를 다 해본다.  갈라타 다리까지 다녀오는데  자정이 가까워서도 이스탄불에 쏟아져 들어오는 여행자들..........  터키가 환율전쟁으로 재난상태라고?

  여행 특수를 누리고 있는 터키 여행사에 불황은 없다.  속사정을 모르는  여행자들의 지갑만 털리고 있는 실정이다.

  잘 알고 처신하지 않으면.........  지금 터키여행에선  단 1원도 득볼것이 없는 사실 아시나요?  나 같은 경우라면야  상당하게 이득이 되었지만 말이다.

  여행사 노림에 빠져들지 않은 이번 나의 다섯번째  터키 방문이  그동안에 비추어 보면  이번이 가장 저렴했다.  왜냐면 나는 평소의 내 스타일대로 움직였으니까.........  환율차를  고스란히 헤택으로 받은 경우에 해당한다 하겠다.(날짜 대비 계산을 해보면 이번 여행 경비가 가장 적게 들었다.)

  내일은  여행을 마무리하고 귀국 비행기에 오르는 날.

  내 두발이 참 고생이 많았다.

  오른발에 이상이 생겨 무게 중심을 왼발에 두고 다니다보니  아니나 다를까?  이번엔 왼발마저 고장이 난다.

  고마워.  너희가 온전하게 벼텨주어서 내 여행이 가능한것을.........

 

 

 

 

 

 

 

 

 

 

 

 

 

    -----  내일 아침 산책에서  미마르 시난을 만나 본 후에  귀국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피안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