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이시여.
지옥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알면서 제가 어떻게 천국에서의 삶을 즐길 수 있겠습니까.
저주받아 고통에 허덕이는 자들을 불쌍히 여겨 천국으로 들여보내 주시던가,
아니면 차라리 저를 지옥으로 내려보내주셔서 고통받는 자들을 위로하게 하여 주소서.
그곳에서 고통받는 자들을 위로할 새로운 방도를 찾아보겠습니다.
만일 저의 부족함으로 저들의 고통을 덜어 줄 수가 없다면,
차라리 지옥에 그대로 남아 그들의 고통을 아주 조금이라도 나누어 지겠습니다.
진실이 아무리 추하고 천하고 덧없어 보이는 것이라 할지라도,
화려하고 눈부신 거짓보다는 가치있는 것이라는 것을 저는 알고 있으니까요.
"
------ 내 가슴에 새겨져 있는 영원한 내 영혼의 스승. N. 카잔차키스.
2017년 10월 16일 오후 3시.
몰타의 수도 발레타에서 북쪽으로 조금 떨어진 아주 한적한 시골길에서 차량 폭발 사고가 일어났다.
낡고 작은 소형 승용차 한대가 폭발에 날아가 밭 한가운데서 완전히 불에 탔다.
그리고 그 완전히 불에 탄 소형차의 안에서 한 여성의 시신 역시 완전히 불에 탄 채로 발견되었다.
몰타 경찰은 그 불에 탄 시신의 신원을 다프네 카루아나 갈리치아(53) 라고 발표했다.
테러의 동기와 용의자는 드러나지 않았다.
몰타 국영TV는 그녀가 오래전부터 이미 누군가로 부터 살해 위협을 받고 있다고 신고한 바가 있다고 보도했다.
경찰은 살인사건 수사에 나섰다.
몰타 총리실 대변인은 범인을 찾기 위해 미국 연방수사국(FBI)을 포함한 해외 기관들에 협조를 요청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수사의 진전은 없었다.
사건은 여전히 오리무중 이었다.
하지만 몰타의 모든 국민들은 진실을 이미 알고 있었다. 갈리치아를 폭탄으로 테러한 사건의 배후에는 정치가 자리하고 있었음을.......
국민 총 인구가 겨우 42만명 밖에 되지않는 아주 작은 나라 몰타.
그곳에도 정치적 대립과 암투는 있었고 이처럼 폭탄 테러까지 생겨났다.
사람들은 꽃과 촛불을 둘고 하나 둘 모여들었다.
그들은 요한 대성당 앞에 있는 몰타 수호자 요한 기사단 기념 동상 앞에 고인을 기리는 빈소를 차렸다.
수많은 조문 행렬이 몰타를 미롯한 유럽 전역에서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졌다.
'진실을 말해'
'당신을 잊지 않을께요'
추모의 물결이 늘어나면 늘어날 수록 몰타 총리실을 비롯한 정치 수뇌부의 위상은 밑바닥을 치고 고민은 깊어져 갈 수 밖에 없었다.
다프네 갈리치아.
항상 정의의 실현을 최고의 가치로 주장하던 그녀는 정치에 의해서 생을 마감해야만 했다.
몰타의 불투명성과 부패에 맞서 싸우는 '1인 위키리크스' '여전사' '바른 언론의 수호자' 로 불렸다.
갈리치아는 기자이면서 자신의 불로그를 통해 부정과 부패를 통렬하게 비판해 오던 몰타의 언론인 이었다.
갈리치아는 2017년 4월 사상 최대 규모의 조세회피처 자료인 '파나마 페이퍼스'에 언급된 한 회사의 소유주가 조지프 무스카트 몰타 현 총리의 부인이라고 폭로했다. 그녀는 수시로 무스카트 총리를 궁지에 모는 등 몰타 정치인들이 연루된 부패 사건을 가차 없이 폭로해온 여기자였다.
무스카트 총리는 갈리치아 기자의 폭로로 정치적 위기에 몰리자 같은 해인 2017년 6월 조기총선을 실시해, 집권 노동당의 압승을 이끌며 재선에 성공했다.
하지면 그와 부인의 부패의혹은 사그러질줄을 몰랐다.
갈리치아를 추모하며 진상규명을 요구하는 몰타 시민 수천 명은 밤새 조용한 촛불시위를 이어갔다.
무스카트 총리는 갈리치아 기자의 사망이 알려진 직후 이번 사건을 "언론의 자유에 대한 야만적 공격"이라고 규정하며, 용의자 색출을 다짐했다.
그는 "갈리치아가 정치적으로 인신공격적으로 나를 가혹하게 비판한 것은 삼척동자도 안다"며 "그러나 이번 사건은 어떤 식으로든 용납될 수 없고 범인이 법정에서 심판을 받을 때까지 가만히 있지 않겠다"고 말했다.
총리실 대변인은 BBC방송 인터뷰에서 이번 사건의 배후에 정치가 있다는 소문은 비약적 결론이라면서도 성역없는 수사를 하겠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이 순간까지도 범인은 밝혀지지 않았다.
허먼 그레치 '타임스 오브 몰타' 편집장은 "갈리치아가 타협이 없는 블로그를 운영하고 비판을 절대 아끼지 않는 펜을 휘둘렀다"며 "다채로운 보도 때문에 쭉 법정공방에다가 살해 위협에까지 휘말렸다"고 밝혔다.
그녀는 부패한 정치의 희생양 이었다.
'
매일 매일의 시민의식이 없이는 단 하루도 민주주의가 존재할 수 없다.
만약 우리가 우리 자신의 권리를 행사하지 않고 우리 자신에게 부여된 의무를 이행하지 않는다면,
과연 누가 나서서 이를 행할 것이며 외면당한 이 사회는 장차 어떻게 되겠는가?
모두가 행복해지는 공정한 사회의 근간은
그 구성원 모두가 함께 생각하고 더불어 함께 실천하는 그런 사회가 되어야 한다.
그리고 그 구성원은 다른 사람이 아닌 바로 당신이 먼저 이어야 한다.
'
--- 사회 운동가. 랄프 네이더.
다프네 카루아나 갈리치아. 나는 그녀의 사고 소식을 테러가 벌어진 다음날 방송을 통해서 알았다. 그래서 이번 여행중에 아직도 이어지고 있는 조문객을 맞고있는 그녀의 빈소를 찾았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다시금 빌어본다.' 이나마의 세상은 그 누군가가 베풀어준 헌신의 결과라는 것을 나는 믿고 있다.
'주여. 그녀의 상처난 영혼을 어루만저 위로하여 주소서.'
아침에 눈을 뜨니 더없이 상쾌한 아침이 나를 맞는다.
파란 나라.
바다도 하늘도 예쁜발코니와 바다를 바라보고 난 창문들도........ 그리고 여행객의 마음도 온통 파란색이다.
파란색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은 와선 안되는 나라 몰타. 시선을 둘곳을 몰라 서둘러 돌아서야만 하게 될것만 같다.
마음에 싱그런 파란색 물감을 들인 사람들만이 더불어 사는 나라가 이곳이다.
몰타 여행은 즐겁다.
몰타는 자유다.
몰타는 무한함으로 열려진 우리 가슴속에 담아 놓았던 작은 소망들이 저마다 예쁜꽃송이로 피어나는 각자의 열린 공간이다.
보아라. 저 푸른 바다를.
들이마셔라. 소금기를 머금은 채 불어오는 지중해의 싱그런 바람을.
올려다 보라. 이토록 찬연한 태양을 본적이 있었던가?
걸어라. 이 모든것이 너의 발걸음을 위해 미리 예비된 것이니.
즐겨라. 오랜 시간을 함께 헤쳐나온 너의 육신과 너의 영혼이 진실함으로 하나되는 시간을 마음껏 즐겨라.
자유인. 몰타에서만은 우리 모두 영원한 자유인이다.
알, 럽. 몰. 타.
해변 산책로를 걸으면서 두 눈 가득 코발트빛 지중해의 파란색으로 채우고 나서, 어제처럼 산책로 간이매장에서 모닝 커피 한잔으로 여행자의 영혼을 위로한다. 여기에선 아메리카노를 주문하면 한국에서의 카푸치노 같은 커피가 나온다. 맛과 진한 향이 일품이다. 여기에서 카푸치노를 시키면 어떻게 나올까? 혹 위스키라도 섞여 나오는 것은 아닐까?
만나는 사람들에게 모두 반갑게 아침 인사를 서스럼 없이 먼저 건넨다.
현지인이건 같은 여행객이건 아무런 상관이 없다. 일터로 나서는 사람. 학교가는 학생. 서둘러 하루 여행을 시작하는 나와 닮은 여행자.
일면식도 없는 낯선 타인에게 불쑥 먼저 아침 인사를 건네고, 그가 환한 미소로 내게 화답해 줄때.......... 그 기분은 아는 사람만 안다.
그리고......... 그런 일이 자연스럽게 여겨지고 그런데서 오는 기쁨을 줄길때 쯤은 되어야 당신은 자유여행자 반열에 들어설 수가 있는것이다.
타인이라고 거리감이나 괴리감을 가지는 죽은 영혼을 가진 여행자는 결코 자유배낭여행자가 될 수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헬.로.우.애.브.리.원.
몰타에서의 시간...... 몰타에서의 여행은 한없이 즐겁다. 그냥 놀듯이 즐기면 그만이다.
지도 필요 없다.
서둘 필요 없다.
한 번 걸어볼것인지..... 아님 시내버스를 타 볼것인지만 결정하면 된다.
렌트카 필요 없다. 택시 기사와 요금 시비 걱정을 할 필요가 없다.
더 좋은것은........ 몰타에선 길을 잃을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된다.
제주도를 여행하다보면 간혹 이런 이야기를 듣게된다.
'제주도에선 길을 잃을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된다. 까짓 기껏 가봐야 섬을 한바퀴 더 도는것 밖에 더 있겠어? 모든 도로는 연결되어 있고 가다 돌다 보면 다시 원위치 아니겠어?' 라는 이야기를 말이다.
그 이야기가 여기 몰타에서도 그대로 적용된다.
세로로 30km 가로로 15km 밖에 안되는 제주도의 1/6 크기 밖에 안되는 몰타에서 길을 잃어버릴 이유가 뭐 있겠어?
'그냥 거침없이 뿔고 하다보면 어느새 다시 그자리야.' 라고 한다면 당연히 그건 거짓말이다.
몰타 지도에다가 시내버스 시간표 한장 달랑 들고 나서면 몰타여행 준비는 완벽하게 갖춰진다. 여기에 몰타에서는 시내버스가 어떤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는지만 파악이 되면......... 이제 당신의 두 발에게 무한정의 휴가를 주어도 무방하다.
고조섬을 갈 경우는 시내버스를 타고 선착장에서 내려서 페리를 타고 건너서 다시 시내버스를 이용해야 하지만, 고조섬을 제외한 모든 몰타여행은 그저 시내버스를 기다리다 제대로 골라서 타기만 하면 그 어느곳이든 15분에서 20분 안에 목적지까지 무사히 데려다 준다.
지구상에 이렇게 퍼펙트한 교통노선을 갖춘 여행지를 나는 몰타를 제외하고는 이제껏 본적이 없다.
초보여행자. 길치여행자. 시간 개념조차 희박한 여행자들에게 몰타는 한마디로........ 지상 낙원이다.
엠디나(Mdina)
근대에 들어서 수도를 발레타로 옮기기 전까지 몰타의 수도었던 구도시이다.
그런가 하면 모든 몰타의 현지인들이 가장 살고 싶어 선망하는 곳이기도 하다. 지금 이순간에도 엠디나의 고풍스런 고성 안에는 몰타의 상류층들이 실제로 거주하면서 생활하고 있는 곳이기 때문이다.
어떤 몰타인들의 자부심이라 할까? 자존심이라 할까? 이곳에 사는 사람들이야 말로 적어도 몰타의 주인이라고 생각하며 살아가는 느낌을 받았다.
슬리애마의 해안가에서 모닝커피를 마시고 버스정류장에서 행인들과 인사를 나누다 보니 버스가 도착했다.
아주 깔끔하고 산뜻한 모양새의 시내버스가 다닌다.
황량하고 거친 산악지역의 전형적인 풍광이 그대로 드러난다.
간간히 사이프러스 나무들이 보이긴 하지만 그 어디에도 숲은 없다.
바위 언덕과 선인장과 돌무더기 투성이의 들판....... 그리고 그 너머로 모습을 드러내는 검푸른 지중해 바다.......... 전형적인 몰타의 풍경이다.
지금의 시선으로 보아도 너무도 척박한 자연환경이다.
그런 풍광들을 보면서 무엇인가 씁쓸한 생각을 잠시 떠올리다보면 섬의 가장 가운데 높은 바위산 언덕을 향해 버스가 가쁜 숨을 몰아쉬기 시작하고 있다.
숲까지는 아니겠으나 유독 사이프러스 나무들이 많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하면 그 나무들 너머로 거대한 성채가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한다.
라임스톤의 빛깔로 채색된 거대한 건축물들은 언제나 내 심장을 두근거리게 만든다.
태양빛의 많고 적음에 따라 기기묘묘하게 채도를 달리하는 라임스톤의 매력은 한번 정도 깊이 빠져본 사람많이 알 수 있는 놀라운 신비로움이다.
시시각각 은근슬쩍 옷을 갈아입는 라임스톤은 묘한 유혹의 느낌으로 나의 곁에 머문다. 그리고 나는 이제 그 속으로 걸어서 들어간다.
옛 몰타의 수도 엠디나는 역시 외적의 침입으로부터 방어를 목적으로 요새화해서 만든 성채 도시였다.
성을 둘러싸고 있는 해자를 건너기 위해서는 정면으로 놓인 다리를 건너는 방법이 유일했다. 다리를 건너면 육즁한 성벽 사이로 작고 튼튼한 성문이 가로막고 서있고, 안으로 들어가면 작은 공터에 성을 지키는 군인들을 위한 시설과, 성을 다스리고 성채를 관리하던 관공서 건물들이 가로막듯이 서있다.
이곳에서 부터는 좌우 가운데 등 사방으로 아주 높고 길고 구불구불한 골목길들이 나타난다.
성내에 침입한 외적이 함부로 자유롭게 돌아다니며 살인이나 약탈을 못하게끔 사전에 계획하여 만든 도시인 것이다. 좁고 구불구불한 골목은 말을 타고 침입한 적이 함부로 나돌아다니지 못하게 하기 위함이고, 또 창이나 화살을 피하기 위함으로 만들어졌다.
골목길의 높은 외벽과 튼튼하고 작은 출입문 또한 외적들이 늘거선 가옥의 안쪽을 함부로 들여다보지 못하게 하기 위함이요, 말을 타고는 안으로 들어올 수 없게 문을 작게 만들어 달았다.
오랜세월 숱한 해적들의 침입을 받았던 경험에서 우러나온 방어책잉었던 것이다.
'폰타넬라'
골목길 기행을 하다보면 어느 길 모퉁이에서 이런 간판을 만나게 된다.
커피와 간단하게 식사를 하는 카페라 하겠는데........ 유독 한국인에게 인기가 많은 한국여행자들의 명소가 되었다.
엠디나의 깊숙한 안쪽으로 성벽 높이에 여러개의 카페가 늘어서 운영되고 있다.
테라스에 앉아서 몰타의 자연 풍경을 감상하기에 그만이 장소들이다. 대부분의 여행객들이 이곳 카페중에 골라 들어가서 잠시나마 여행의 여독을 풀며 몰타의 자연 경치에 심취해 보곤 한다,
그런데 폰타넬라가 한국 여행자들에게 유독 사랑받는 이유를 나는 도저히 잘 모르겠다.
슬그머니 안쪽을 들여다 보았지만......... 나는 도무지 그 이유를 알 길이 없었다.
그래서 패스........
성채의 골목길을 이리저리 더 돌아다니다가......... 중세 유럽의 분위기가 저절로 풍겨나오는 다른 카페를 찾아 들어갔다.
원더풀...... 퍼펙트......... 무지 무지 뷰티풀 이었다.
그냥 좋았다. 그런 분위기......... 그런 시간들이...........
여행의 중간에서 정말 꿀맛같은 휴식을 즐겼다.
중국의 담삼채를 연상시키는 검은 당나귀 조각품이 입구에서 여행자를 맞이하는 카페는 그림과 조각을 하는 주인장이 자신의 작품을 진열해 놓은 작은 전시회 공간 같았다.
꽤나 오랜 시간을 머물면서 책도 보고 일기도 쓰고....... 몰타의 풍경을 눈과 가슴에 담았다.
눈 앞에 펼쳐진 파란 바다를 잘 살피다 보면......... 시야가 좋은 날은 시칠리아가 보이기도 한다는데...........
라임스톤을 곱게 다듬어 쌓아올린 유독 눈에 들어오던 생활 가옥은..........
건축물이 아니라 차라리 하나의 조각품 같은 생각이 들 정도였다.
정말........
정말 시간이 좀 더 허락되었다면...........
이른 새벽 미명속에서 서서히 빛을 받아들이는 라임스톤과, 눈부신 햇쌀 아래서의 라임스톤과, 해가 뉘엿뉘엿 지면서 빛에 반사되는 면과 상반되게 그림자가 길게 드리우는 라임스톤과 황혼에 붉게 홍조를 띠며 전혀 다른 표정을 짖고 있을 라임스톤을 보고 싶어졌다.
아!
여기가 엠디나 맞지?
이런곳에 한달쯤 그냥 아무것도 안하고 여기저기 걸어다니기만 하면서 살아보면 안될까?
엠디나는 유물이나 유적지가 아니다.
여행객들 사이로 현지인들의 실제 생활모습이 그대로 드러나 보인다.
주로 어느정도 생활의 여유가 느껴지는 나이지긋하신 분들이다.
산책을 하고 장보기를 하셨음인지 승용차에서 물건을 꺼내고, 우체부도 보이고, 성채의 관리인인듯 작업자들도 보인다. 그런데 한나 같이 조용조용한 소박한 모습들이다. 다소 멋적은 표정으로 낯선 여행자의 인사에 화답한다.
골목을 더 돌아다니다 보니 광광안내소 한켠에서 여기 엠디나에서 촬영한 영화들을 편집해서 맛보기로 보여준다.
근자에 나를 무척이나 매료시켰던 (왕좌의 게임) 초반부 여러 화면이 나온다. ' 아 그곳이 바로 여기 엠디나 였구나?'
'컷 스트로우 아일랜드'와 더불어 낯익은 ' 로져 무어' '장 끌로드 반담' 의 모습도 보인다.
그래서 였을까?
어쩐지 엠디나가 마냥 낯설지만은 않더라니............ ㅎㅎㅎㅎ
'컷 스트로우 아일랜드'를 여기 몰타에서 찍었다는 사실은 처음 영화가 개봉될 당시부터 알고 있었다.
중세풍의 바다영화나 해적 영화를 찍으려면 지구상에서 여기 몰타만 한데가 없다고 오래전부터 이미 널리 알려져 있었다.
왜 냐면 이 몰타섬 안의 모든 건물과 해안 도로와 도시와 항구와 모든 환경들이 모두 오육밴년 전 중세시대의 모습 그대로니까 말이다.
최근의 '카라비안 해적'에서 '트로이'까지....... 아주 멀게는 커크 더글라스가 나오던 고전영화 '말타의 매'까지가 모두 여기 몰타에서 촬영된 영화들이다.
엠다나를 나와서 다시 시내버스에 올랐다.
어딘가 모르게 남다른 매력이 차고 넘치는 엠디나. 버스가 언덕을 돌아 내려가 들판을 지날때까지 나는 돌아보고 또 돌아보았다.
숙소까지 가는 시내버스였으나 나는 중간에서 내렸다.
<LOVE>
세상 어디에 가서라도 그곳이 여행자들이 즐겨찾는 곳이라면 어디에나 '사랑' 이라는 조형물이 설치되어 있다. 표현 방법에 있어서 그 조형물을 만든 솜씨나 모양은 조금 다를지라도 '사랑'이라는 영문 표기는 어디에나 한결 같다.
그 조형물이 설치된 해안에 내렸다.
그런데 특이하게 이곳의 조형물은 'LOVE'를 거꾸로 세워 놓았다. 여기는 바로 쎄인트 줄리안 베이다.
몰타에서 지금 가장 핫(뜨거운)한 지역이다.
여기 일대가 지금 온통 재개발 중이다. 고급 호텔과 리조트와 상업용 건물들이 사방에서 우후죽순 처럼 새롭게 건설이 한창이다.
몰타에서 젊은 여행자들이 가장 좋아하고 가장 많이 찾는 지역이다.
해안가고 골목 안이고 사방에 널린게 카페며 레스토랑이다. 해가지고 어둠이 찾아들면 이 일대는 그야말로 네온사인과 레이져 불빛으로 불야성을 이룬다. 낮에는 숨은듯 가려진 나이트 클럽들이 어둠이 찾아오면 하나 둘씩 비트가 강한 음악들을 흘려내보낸다. 새벽까지 그야말로 요지경속 광란에 가까운 젊은이들의 문화가 몸부림을 치는 뜨거운 지역이다. 세인트 줄리안의 밤문화(나이트 클럽)가 최근 세계적인 명성을 얻고 있다고 들었다.
그.러.나..........
나는 이미 한참 물건너 간 올드맨. 초로의 태리 할배.
그런 거시기(?)한 밤문화에는 태생적으로 관심이 없는 체질이기에......... 낮문화를 살짝 곁눈질이라 해 볼까 하고 찾아온 걸음이었다.
버스에서 내리자 마자 세인트 줄리안이 한 눈에 들어왔다.
여행 첫날 슬리에마 포구에까지 걸어가 페리에 오르는 순간부터 이미 몰타의 모든것이 손바닥 안에 움켜쥐었던 고로....... 혹시나 밤이 깊어도 길을 잃을 염려는 없겠다........... 세인트 줄리안 이곳저곳을 싸돌아다니다가 슬리에마까지 걸어가면 되지 뭐.
코발트 빛에 식상할만큼 되었으니 이번엔...........
에메랄드빛 지중해와 라임스톤도 빼고 백옥을 연상시키는 화산한 빛깔의 건물들이 서로 대비를 이루는 아름다운 해안길......... 세엔트 줄리안.
묘한 어울림으로 가슴에 다가온다.
매혹적이다.
1월말의 엄동설한에 이 사람들 바닷가 카페 야외 테라스에서 겨울 햇쌀을 즐기고 있다.
그래서 나도 기꺼이 그들의 여유를 조금이라도 느껴보고 싶어서 카페에 들어가 바닷가 자리를 차지하고 음식을 시켰다.
ㅋㅋㅋㅋ
역시나 가격대도 이제껏 몰타에서 먹은 음식중에서 가장 비쌌는데.......... 음식을 전혀 안가리는 나에게 있서서도 별로였다. 그래서 그냥 패스........
맥주만 비우고 나왔다.
그리고, 그것보다 더욱 나를 놀라게 한 것은...........
ㅋㅋㅋㅋ
엄동설한인(한국에는 기록적인 한파가 찾아왔다고 방송에서 보았는데) 1월 말에 바다수영을 하는 사람을 만났다. 그것도 할아버지..........
내가 처음 카페에 들어가면서 발견했으니까......... 식사를 마치고 동네 한바퀴를 더 돌고난 시간까지........ 족히 1시간 이상을 바다에서 강아지 한마리를 데리고 수영을 즐기고 있다.
미티미티. 이거 정말 보는 사람 입장에서도 미치고 환장하겠다.
이 양반 참 사람 기죽이는 방법도 참으로 가지가지하네. 거시기 뭐냐 참으로 거시기 해부렀소.
추위라면 나도 누구 못지않게 잘 견딘다고 자부하는 나 인데........... 한겨울에 바다 수영이라.............
그래서 방파재 아래로 내려가 봤다.
엎드려서 슬쩍 바다에 손을 넣어보았는데........... 한바가지 뒤집어 쓰라면 가능하겠는데........ 수영까지는 좀.......... 무지 차다.
우이씨.
승질난다.
저 할배가 벗어놓고 바다에 들어간 신발과 옷을 확 싸들고 내 튀어버릴까? 바다에선 저래도....... 빨가벗고는 못 쫓아 오겠지?
해변을 산책한다.
세상의 모든 시름일랑 애초부터 알지도 못하는 사람처럼..........
온화한듯 곱게 늙어가는 현지 노인들 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다 보면서 그들의 지나온 삶은 어떤것이었을까하고 이런저런 추론을 해보기도 하고,
유모차에 실려 바닷바람을 쏘이는 아기들을 보면 우리 태리 생각에 막 눈물이 나올것만 같다. '태리야. 할아버지는 너가 무척 보고 싶어.........'
오늘 세인트 줄리안에서 슬리애마로 가는 해안길은 지극히 한산하다. 여유롭다.
가던길에 공원 벤치가 너무도 한가하여 따가운 햇살을 피해 앉았다.
바로 코앞에 시야를 끄는 조각이 있었다. 사각의 검은 대리석 받침대 위로 아주 정교하게 공모양 처럼 깍인 돌덩이가 얹혀 있었다. 그 맞물린 중간 사이로 물이 연실 솟아나오고 있다.
저게 뭐지?
무슨 의미를 담고 있을까? 작가는 어떤 의도를 가지고 무엇을 표현하려고 저렇게 만들었을까? 왜 물이 흘러나오게 했지? 혹시 마시는 물일까?
오만가지 잡다한 생각에 한참동안 몰입을 하고 있었는데..........
어디선가 초등학교 오륙학년쯤 되어보이는 꼬마들 둘이 달려오더니 다자고짜 그 조각에게 덤벼드는 것이었다.
한꼬마가 신발이 젖는것을 개의치 않고 받침돌 위에 올라가 손을 내밀고 밀치자......... 신기하게도 어마무시하게 보이던 둥근 돌이 슬며시 돌아가는 것이 아니가?
'아니 시방....... 저놈이 헤라클레스라도 되는 거여? 쫌 전에는 노인네가 바다 수영으로 기를 죽이더니, 이번엔 꼬맹이까지 기운으로 내 기를 죽이네.'
ㅋㅋㅋ
꼬맹이들이 돌아간 다음 누가 볼세라......... 살며시 다가가서 꼬맹이가 하던대로 팔에 힘을 주어 슬며시 밀어 보았다.
돌아간다. 잘 돌아간다.
헐. 자못 신기할 밖에.........
'그럼........ 이거는 조각품이여? 아니면 놀이기구여?'
해변 안쪽 깊숙히 언덕의 마을길도 올라보고, 몰타 사람들의 건설현장 모습도 살펴보고, 마트에 들려서 다시 해변길로 나오니 저녁 노을이 물들고 있었다.
지중해에서 바라보는 석양.
몰타는 아름다운 여행자의 천국이었다.
알.럽.몰.타.
나는 내일 고조섬으로 갈거야.
-------- 다음은 고조섬 이야기로 이어지겠습니다. 감사합니다. 피안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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