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에서는 기후를 말할때 사계절(봄.여름.가을.겨울)이란 단어로 표현을 하고, 겨울을 이야기 할때는 (삼한사온)을 이갸기하는데, 동남아에서는 주로 (우기.건기)라는 용어를 쓰거나 (스콜)이라는 용어들이 등장을 했었는데, 이번에 그 이유와 의미를 뼈저리게 경험을 하고 있다.
아니나 다를까?
우기의 끝자락쯤이긴 했으나 어찌되었건 그래도 우기(雨氣)는 우기였다.
해가 지자마자 폭우가 쏟아퍼붓기 시작했다. 실로 어마어마하고 엄천난 물난리 모양새다. 벼락이 홍콩 야경속의 레이져쑈 이상으로 번뜩인다. 거기에 몰아치는 거센 바람은 비행기를 뜨지 못하게 할지로 모든다는 우려를 자아내고도 남음이 있었다.
이 같은 난리도 아닌 물난리는 새벽녁 날이 밝아올 즈음이되면 신기하게도 자지러진다. 거 참 거듭 겪어보다도 참 묘한 일이다.
밖으로 나가보면 또 역시 신기하게도 커다란 잎과 줄기를 늘어트린 야자수 나무들이 멀쩡하게 그대로 서 있다. 이따금 도로변의 가로수 가지들이 찢어지거나 부러져서 나뒹구는 것을 서둘러 치우는 모습은 볼 수 있다. 도로변에 약간의 물웅덩이가 보이기는 하지만, 밤새 그렇게 무섭게 내리퍼부었던 빗물은 모두 어디론가 그새 빠텨나가 버린 후였다. 워낙 대지가 넓고 모두가 고만고만한 평지이다 보니 아무리 비가 내리퍼부어도 삽시간에 어디로든 배수는 제대로 되는 모양이다. 그런이유에선지 개천의 물은 항항 붉은 황토빛이다.
변함없이 새벽 산책을 올드시티로 나갔다.
거리는 한산했다. 빗방울이 여전히 오락가락 한다. 하늘은 아직도 잔뜩 찌프려 있다.
아무래도 오늘 일정은 부득불 조정이 필요하다 싶었다.
이미 여행을 시작한지 여러날이 지났으니 챠밍여사를 위해서 오늘 하루쯤 컨디션 조절 차원에서 그냥 호텔에서 푹 쉬어도 되겠다 싶었다.
그래서 우산을 접었다 폈다를 반복하면서 펍스트리트도 돌아보고 난 후, 올드시티 뒷편의 개천을 건넜다. 여기에서 시작해 앙코르유적으로 가는 6번도로가 나타나는(앙코르박물관) 교차로까지 하천변을 따라 길게 휘어진 뚝방도로를 (킹스로드)라 부르고, 그 뚝방길과 조금 안쪽으로 분위기 짱나는 카페. 레스토랑. 게스트 하우스. 호텔들이 늘어 서 있다.
킹스로드를 거닐면서 이곳저곳 매력넘치는 카페와 레스토랑들을 기웃기웃 거려본다. 지난밤 늦게까지 영업을 했었음인지 청소나 정리가 덜 되어있는 상태로 모두 문은 굳게 잠겨 있다.
낯에나 저녁에 다시 들를 곳을 물색중이다.
킹스로드의 카페들은 제각각 색다르면서도 충분히 매력넘치는 분위기들로 넘쳐나고 있었다. 비록 콜로니얼 건물들은 아니었지만 말이다.
베트남과 캄보디아를 여행하다보면 유독 콜로니얼(colonial) 건물들을 많이 많이 보게된다. 참으로 매혹적인 광경이라고 말하지 않을 수 없겠다.
우리나라에도 콜로니얼 건물들이 많이 있다. 대표적인 것이 서울역이다. 지금은 사라진 중앙청이나 한국은행본점 건물들이 바로 콜로니얼 건물이다.
식민지배를 받던 시기에 점령국의 문화가 전파되어 생겨난 다소 이질적인 문화유산이라 하겠다. 하지만 우리경우는 (일제 36년)의 유산이라 하여 아픔을 치유라도 하는 과정처럼 지우고 부수어버리기에 우선을 두었지만, 우리와 너무도 유사한 경험을 가진 베트남.캄보디아 였지만 그들은 그것들도 역사적 유산으로 받아들이고 아끼고 보존해 가면서 오늘에 되살리는 노력들을 하고 있다. 그런 결과로 우리 같은 여행자들에게는 동남아에서 또 하나의 프랑스를 간접경험하는 신개념의 문화자산으로 그 가치를 재증명해 보이고 있는 것이다. 중국의 남부나 홍콩 마카오 타이뻬이 등에서는 영국풍의 문화유산이 산재하고 있는 것처럼 말이다. 건축물들을 없애고 태워버린다 해서 지난 역사가 지워지거나 사라지는 겻은 결코 아니다.
(일제 청산)이란 정신적 의식구조에서 출발해서 자주적 의식으로 거듭나야 하는 것이지, 그들이 만들어 놓은 건물이나 부셔치운다고 해결되는 것이 결코 아니다. 그렇게 보자면 그들이 놓은 교량이나 도로 공장시설들도 모두 치워버려야 하지 않겠는가.
베트남과 캄보디아에는 유독 프랑스 식민시절 건축건설된 우아하고 고풍스러우면서도 세련된 건축불들이 많이 산재해 있다.
정말 멋진 광경들이다.
바로 그 콜로니멀 건축물들이 씨엠립의 올드시티를 채우고 있어서 도시를 더욱 아름답고 우아한 자태로 거듭나게 만들었으며 수많은 여행자들을 불러들이고 있는 것이다.
낯선 타국에서 비가내리는 오전에 여행자가 호텔에서 할 수 있는것이 별로 없으면 처량해진다.
엇저녁에 맡긴 빨래를 찾아다가 배낭 정리도 새로 해 놓고, 내일 날이 갤 경우 스케줄을 정리하고 호치민으로 이동하는 방법도 결정해야만 한다.
참. 숙소 주변에 빨래방이 여럿이 있는데 이곳에서는 빨래감을 무게를 달아서 요금을 책정한다. 어제 우리 빨갯감 3kg을 맡겼었다. 1kg의 가격이 1$ 정도(다림질은 약간 웃돈)이니 여행자에겐 엄청난 도움이 된다. 깔끔하게 뽀송뽀송하게 세탁된 빨래가 잘 개어져서 비닐봉지에 차곡차곡 담겨져서 건네온다. 정말 정말 가슴 뿌듯하게 대접받는 기분이 든다. 또 거기에 얼마나 친절한지......
앞전에 프롤로그에서 개진한 호치민으로 이동하는 다이렉트 버스를 찾아서 예약을 오늘쯤은 마쳐야겠기에 다시 거리로 나갔다. 해가 보였다 빗방을이 뚝뚝 떨어졌다를 반복한다. 씨엠립에서 호치민까지 예전처럼 프놈펜을 거쳐서 목바이 국경을 통과하는 여정은 거의 13시간이 소요된다. 그런데 씨엠립에서 프놈펜을 거치지 않고 곧장 호치민으로 8시간만에 가는 미니버스가 있다는 소식과 다른 여행자들의 블로그에서 정보를 얻었던 결과 여행사를 찾아보기로 했다. 스무군데가 넘는 여행사를 들려보았는데 (이제 다이렉트 버스는 없다)는 답변들이었다. 믿기지가 않았다. 그래서 최종적으로 한국인이 운영하는 여행사에 가서 자문을 구했다. 같은 결론이었다. 분명 있었는데 호치민과 씨엠립만을 매일 정기노선으로 다니기에는 어떤기간(성수기)에는 여행객이 넘쳐나지만, 다른 어떤시기(비수기)에는 미니버스의 좌석도 채우지 못하고 오고가게되다보니 도저히 체산성을 맞출 수가 없어서 자연 페업의 수순을 밝게되었다는 설명이었다. 하여 체념을 하고...... 최종 13시간에 걸쳐 프놈펜을 거쳐 목바이 국경을 넘기로 하였다.
여기서도 또 한번의 패착을 두게된다.
목바이 국경을 통과하는 여행사 버스가 여러군데 있는데, 챠밍여사가 고른것은 미니버스를 갈아타지 않고 호치민까지 가는 여행사버스 였는데, 나는 프놈펜에서 대형버스로 갈아타는 여행사를 주장했는데...... 챠밍여사가 양보를 해주어서 내 선택대로 예약을 하게 되었다.
그런데 이게 실수였다........ 이 사람이 딴때는 잘도 우기고 나에게 하명을 곧 잘 하시더니....... 이때는 왜 선뜻 양보를 해주어가지고........
헐.
쌩고생을 하게된다.
암튼 그것은 낼모레 그때가서 이야기고........
버스표 예약을 마치고 나니 갑자기 허기가....... 조식 먹은지가 얼마 안지났고 점심때도 제법 남았는데........ 이럴땐..... 브.런.치.타.임.
다시 다리를 건너 킹스로드로 간다.
그리고 산책길에 눈여겨 보았던 두 곳중에서 한 곳을 선택해 들어갔다. (템플 카페 & 레스토랑)
밖으로 녹색의 정원이 제법 우겨졌다 싶을 정도로 잘 가꾸어져 있고, 실내에도 여기 저기 녹색식물들로 배치가 잘 되어있어서 어디 온실의 언저리쯤에 들어와 있는 느낌이 들었다. 너른 중앙홀을 중심으로 드러난 계단을 통해 2층을 오르내릴 수 있다. 사방으로 타자기나 오토바이 기타 자동차 번호판등의 골동품들을 배치하여 빈티지한 분위기를 한껏 살리고 있다. 어느정도는 모던한 분위기가 든다고도 할 수 있겠다.
색상이나 디자인을 통일하지 않은 테이블들이 어수선한듯 창가를 위주로 배열되었고, 가운데 플로워에 자리를 잡고 앉았는데...... 모든것들의 분위기가 그렇게 세련되거나 깔끔한 분위기는 못되었다. 푹신한 쇼파나 쿠션들도 허름해보이고 여기저기 헤진것도 있었다. 그리 깨끗하지도 못했다. 하지만 한없이 편안한 안락함을 주는것은 틀림이 없었다. 평상같은 의자에 드러누워 책을 보는 사람, 쿠션에 머리를 박고 자는 사람....... 그냥 아무런 제재에 구애받지 않고 무작정 마음대로 편히 쉬었다 가는 그런 곳이었다. 배낭 여행자와 현지인 젊은이들이 주로 드나들었다.
커피라테와 망고쥬스와 흔히 월남쌈이라 부르는 것을 주문했다.
커피가 좀 진한것 빼고는 다 좋았다. 특히 월남쌈은 내가 이제껏 먹어본 중에 가장 맛있었다.
이렇게 브런치타임을 즐기고 호텔로 돌아오는데....... 아뿔싸. 날이 완전히 개이는 것이 아닌가?
언제 흐렸냐 싶게 햇쌀이 모습을 드러내고...... ㅎㅎㅎㅎㅎ. 갑자기 무더위가 확 엄습을 해오면서 다시 땀이 연실 쭈루룩 흘러내린다.
호텔 마당을 가로지르면서 온통 옆에 파란 풀장밖에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어차피 오늘은 푹 쉬기로 한거 호텔 후런트에 맥주랑 칵테일이나 시켜놓고 풀장에서 실컷 놀아야 겠다.
ㅎㅎ
그런데 그것도 어디까지나....... 깨.몽.
샤워부터 하고 수영복을 찾는 나를 멀끔하게 쳐다보고 있는 챠밍여사....... 솔찮게 '한심스럽다'는 눈초리가 다분히 담겨있는 표정.......
- 왜?
- 당신 지금 풀장에 내려가려고 하는 거야? 이 시간에?
- 쉬기로 했으니까 쉬어야지. 당신 수영하기 싫어? 그럼 한숨 자고 있어, 내가 조금만 놀다가 올라올께.
- 그게 아니고..... 지금 해가 다시 났잖아?
- 그런데?
- 그럼 다시 앙코르에 가야하는거 아니야? 볼게 얼마나 많이 남았는데.........?
- 뭐야?
- 다시 앙코르로 가자고.......
한동안 멍!!!!!!
헐.
또 멍!!!!!!!!
잠시 지나 챠밍여사는 또다시 생글거리며 호텔 문을 나섰다.
나는 또 휴일을 박탈당한 머슴의 포스로 쫄쫄 뒤를 쫓는다.
따 프롬(Ta Prohm).
가로 700M 세로 1.000M의 라테라이트담(사암)으로 둘러쌓인 (따 프롬)은 크메르왕국의 최고 전성기를 구가하던 자야바르만7세가 그의 어머니를 기리기 위해서 만든 사원이다. 담 안쪽으로는 단층의 길고 낮은 건물들이 서로 연결되어 있다. 얼핏보면 앙코르왓을 정면에서 바라보는 듯한 소형 조형물인듯한 착각마져 일으킨다. 크메르양식의 특징대로 좌우대칭과 반복적인 배치가 중앙 성소를 중심으로 회랑들이 펼쳐져있다.
따 프롬은 앙코르왓이나 바욘사원 등에 비하면 작지만, 그래도 앙코르의 수많은 사원 중에선 결코 작은 사원이 아니다.
크메르왕조의 최고 전성기를 구가하던 자야바르만7세였던만큼,고인이 되신 그의 어머니를 기리기 위해 만든 사원이었으니 당연히 수많은 앙코르유적 중에서 가장 화려하고 가장 부유했던 사원이라고 하겠다. 따 프롬은 3.140개 마을을 관활하며 7만9천명에 가까운 사람들이 을 관리하였다. 어마어마한 세력이었다. 거기에 무게가 500kg는 황금 접시를 두개나 보유하였을 정도로 화려하고 매우 비중있는 사원이었다.
안젤리나 졸리의 영화 (톰 레이더)의 배경 무대이기도 했던 탓에 엄청난 유명세를 타기도 했지만, 크메르의 멸망 후 오랜 세월동안 정글에 파뭍혀 잊혀졌던 사원이 오늘에 이르러 특별나게 감동적으로 우리에게 다가온 것은........ 인위직으로 파괴된것이 아니라, 오랜 세월의 흐름속에 자연이(나무가) 돌로된 웅장한 사원을 어떻게 훼손할 수 있는지를 너무도 자명하게 보여준 사원이라는 데에 있지 않았을까?
정글의 거대한 나무뿌리가 사원의 돌틈사이로 파고들어 기둥을 무너트리고, 지붕을 감싸안거나 내리 눌러 무너트리는, 위대한 자연의 파괴와 또는 얽어매어 지지하고 오히려 보호하고 있는 듯한 이중성을 있는 그대로 여실히 보여준다.
자연에 의해 이미 상당부분 파괴되었고..... 더 심한 파괴가 예상되는 사원..........
복구가 한참 진행되고 있고.........
말쑥하게 복원된 후의 가상이....... 훼손되고 있는 현재의 모습과 상반되어 교차하면서...... 무엇인가 복잡하고 이중성있는 미래와 예측을 낳는 초록색 이끼로 뒤덥힌 허물어진 사원.........
복원이냐......
이대로의 방치냐........
그 엇갈린 시선들 사이에서....... 몰려드는 수많은 여행객들..........
당신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따 프롬을 서둘러 복원 할까요?
자연이 주는 경종을 인간이 알아챌 때까지 이대로 그대로 둘까요?
따 프롬은 앙코르의 수많은 유적중에서 아주 색다른 느낌으로 여행객의 가슴에 다가온다.
따 프롬은 아름답다.
비오는 아침이나, 물안개 피어나는 새벽에 찾아가보지 못한것이 못내 아쉽다.
따 프롬을 나와서 정말 멋진 숲길을 걷는다.
어제 따께오 까지를 모았던 터라 따 프롬의 동문을 지나쳐 정글 사이로 휘어져나간 숲길을 마냥 걷는다.
무더위야 이미 상당하지만 이 아름다운 숲길을 그냥 지나칠 우리가 이니다. 제법 거리가 되는 스랑스랑까지를 걸었다.
앗?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잠깐 쉬면서 음료수를 마시다 그만...... 카메라를 땅바닦에 떨어트리고 말았다. 보호렌즈(필터)가 산산조각으로 부셔졌다.
작동불능.
써브카메라는 호텔의 배낭속에 들었는데.........
한참동안의 시간과 거리를......... 정말로 정말로 아름다운 숲길을 거닐었는데......... 너무나 멋졌는데....... 카메라가 작동되지를 않는다.
카메라가 부서졌다는 사실보다...... 당장 사진을 찍지 못한다는 안타까움이 더 컸다.
앙코르톰을 비롯한 앙코르유적군을 찾아다니는 숲속으로난 숲길들은 정말로 너무나 아름답다.
대부분의 유적 방문을 우리는 직접 걸어다니면서 했었지만...... 보다 더 많이 걸어다니고 싶었다. 씨엠립에서 유적군에 다가가는 약 13km의 진입로도 자전거를 타고 다니고 싶어했다. 그만큼 숲길은 아름다웠다. 그런데 문제는....... 장애는 단 한가지...... 무더위였다.
그래도 우리는 참으로 씩씩하게 많은 거리를 손을 잡고 걸었다.
하필이면...... 그 아름다운 숲길을 걸었을때....... 카메라가 망가지고 말아서리............
해거름이 되니 당연하다는 듯 날이 꾸물꾸물거리기 시작하고 있었다.
하여 나머지 유적투어를 포기하고 호텔로 돌아왔다.
풀장에서 놀다보니 아니나 다를까........ 비가 내리기 시작한다.
비를 맞으면서 씨엠립의 올드타운을 또 돌아다닌다.
ㅎ
그렇게 씨엠립에서의 또 하루가 지나간다.
(다행히 카메라는 밤새 쪼물락거린 덕분에 오토 줌 기능이 원만하게 회복되지는 않았지만, 억지로나마 반자동으로 작동이 되게 되었다.)
우기의 동남아 날씨는 어떤 정형화된 공식이라도 있는것처럼 저녁이면 흐려지고, 밤이되면 엄청난 폭우가 새벽까지 몰아쳤다. 세찬 바람과 벼락도 엄청나다. 그러다가 날이 개이면 언제 그랬냐든 듯이 소강상태로 빗방울만 오락가락 하면서 아침을 맞는다.
오늘은 약 30km 떨어진 반띠쓰레이를 오토바이를 렌트해서 다녀오든가, 여행사 투어를 이용해 70km 떨어진 뱅말리아를 다녀오고 싶었다. 두 곳 모두 꼭 가보고 싶었던 곳이다.
아침에 하늘은 잔뜩 찌프려있고 굵은 빗방울이 오락가락하고 있어서 이제나저제나 하면서 새벽 산책을 나섰다. 산책에서 돌아와 스케줄을 점검하자니........ 뱅말리아 투어는 이미 투어버스가 떠날 시간이라 이제 참여하기는 시간이 부족하고........ 오토바이 렌트로 반띠쓰레이를 가자니...... 아무래도 날씨가 부담스러웠다. 그래서 오늘은 상황 보아가면서 그냥 씨엠립에서 쉬기로 했다.
날씨만 화창해지면 아무때고 앙코르유적으로 달려가기로 하고.........
늦은 호텔조식을 마치고 잠시 수용장에서 놀다가, 하늘이 제법 개이기에 씨엠립을 거닐어보기로 하고 6번국도쪽으로 나아간다.
앙코르 국립미술관을 들려보고, 킹스로드 한참 뒷편의 마을까지를 골목골목 돌아다닌다. 눈에 띄는 카페들을 들려보고 폼나는 레스토랑을 찾아가서 우리의 대단한 먹방을 과시해 보기도 한다. 올드마켓에서 쇼핑도 하고........ 온종일 오락가락하는 날씨가 이어졌다. 무척 후덥지근하다.
호텔에 돌아와 다시 풀장에서 놀다가..... 해가 지고나서 펍스트리트로 나섰다.
눈여겨 보아두었던 BBQ 레스트랑에 찾아가 고대하던 음식을 시켰는데....... 메뉴판 사진과는 다르게 막상 나온 고기는..... 소고기 돼지고기 양고기 이외에....... 악어고기 개구리고기가 섞여있다. 챠밍여사가 기겁을 하고 고개를 절래절래 흔든다.
소고기 돼지고기만 먹으라 해놓고 구우면서 슬쩍 섞어 놓았다. 처음부터 눈치를 채고있던 챠밍여사가 크게 심호흡을 하더니 악어고기를 한점 입에 넣어 본다. (괜찮네.......) 결국은 다시금 엄청난 먹방을 과시하면서...... 개구리 고기를 제외하고는 입맛을 싹싹 다시면서 저녁만찬을 마친다.
식사를 마치고 바로 앞에있는 라이브 카페로 갔다.
감미로운 70년대에서 2000년대까지의 팝송을 무대에서 가벼운 비트와 함께 연주 노래하고 있다.
무대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자리를 잡고 맥주를 마시며 감상을 한다. 처음엔 조금 한산한 분위기였는데, 조금 시간이 지나자 무대 앞쪽으로 사람들이 가득차고, 길거리를 지나던 사람들까지 모여들어 박수치고 춤추면서 제법 흥겹고 한껏 고무된 분위기를 연출하기 시작한다.
중간에 한 남자 게스트가 나와서 라이오넬 리치의 (stuck on you)를 한곡 부르고 들어갔는데........ ㅎㅎㅎㅎ 정말 노래솜씨가 별로다.
기회만 주었다면 내가 자진해서 나가서 노래를 부르고 싶을 정도였다. 물론 앵콜에 재앵콜까지를 받았겠지만 말이다...... ㅋㅋㅋㅋ
나를 불러주었었다면....... 포리너의 (waiting for a girl like you)를 멋지게 한번 불러주었을덴데......... 앵콜이 들어오면 j .d 싸우더의 (you are only lonely)를........ 그리고 재앵콜이 들어오면 한국노래를 하나........ 화요비의 (lie)를 불러 주었을텐데...... 아쉽다.
종은 음악...... 좋은 분위기...... 그렇게 씨엠립에서의 밤은 깊어만 갔다. 그날은 씨엠립에서의 마지막 밤이었다.
알.럽.씨.엠.립.알.럽.캄.보.디.아.
아침에 짐정리를 마쳐놓고 호텔조식을 먹으러 내려오는길........
우리가 곧 체크아웃을 할거라는것을 모두 알고있는 상황에서도 직원들의 친절이 오늘따라 유난스러울 정도로 느껴진다.
정말로 정말로 소중한 그들의 친절한 배려에 한없이 고마운 느낌이다. '다음에 다시 오게되면 꼭 다시 찾아달라'는 그들의 당부를 우리는 잊지못할 것이다.
오늘도 체크아웃을 하러 나서면서는 테이블 위에 정성스레 팁을 준비해 놓고 나온다. 매니저가 아닌 청소해주고 수발 들어준 그 분들 중에서 작지만 받아주시기를 바라면서.........
프랜드리 앙코르 부띠끄 호텔. 남들에게 권장하고 싶을만큼 씨엠립에선 깔끔하고 친절한 멋진 호텔이었다.
이번 여행에서 가장 고마왔던 점을 하나만 꼽으라면....... (호텔)을 꼽겠다. 보름간 세나라 다섯곳의 도시를 돌면서 다섯곳의 호텔을 선택하였는데........ 그야말로 다섯곳이 모두 나름으로 환상적이었다. 지나놓고 생각해도 여행에서 편안한 잠자리와 휴식처란...... 실로 대단한 행운인 것이다. 그 행운을 이번 여행에서는 마음껏 누렸다. 예전여행의 경우..... 페낭의 수상가옥. 이스탄불의 사진빨에 속은 여인숙 같은 호텔. 미얀마의 2평짜리 감옥 등등의 아찔한 기억도 있었지만....... 그래도 여행은 또 그런 일상들 속에서도 나름의 멋과 맛이 나는 것인데...... 이번 여행에선 거쳐갔던 5곳의 호텔이 모두 썩 마음에 들었다.
제법 세차게 내리는 빗줄기를 뚫고 예약해둔 여행사를 찾아 걸어간다. 이젠 배낭을 메고 식씩하게 걷는 폼이 꼭 히말라야를 향하는 여성등반대원 폼이다.
그리고 예정시간을 이십여분 지나서 미니버스가 우리를 싣고 프놈펜을 향해 출발을 했다.
5시간을 지나 프놈펜에 내려 도심의 뒷골목에 있는 작고 허름한 주차장과 함께 쓰고있는 식당에서 점심을 먹고 30분을 더 기다려서 호치민으로 향하는 대형버스에 올랐는데....... 버스는 우리나라에서 생산된 버스였는데....... 아뿔싸. 우리나라에서 퇴출되고서 페차장으로 가지않고 고물로 캄보디아에 수출된 노후차량으로 보인다.
다섯시간을 더 달려 베트남으로 가는 국경인 목바이에 도착하였는데........ 이 여행사의 버스운행 실로 (엿장수 맘대로)이다. 지덜 맘대로 쉬고..... 휴식시간과 이동거리가 얼마 되지 않았음에도 지덜이 거래하는 휴계소라고 들어가서 지덜끼리 식사를 한다. 여행객은 마냥 기다린다. 국경에서도 서두는 기미가 전혀 없다. 먼저 국경에 들어갔음에도 한참 어두워져서 젤 나중에 국경을 통과했다.
악몽이었다.
참다못해서 한마디 하려는데....... 베트남 보따리상인듯한 젊은사람이 말린다. 그래봐야 아무런 소용이 없단다. 따지다 걸려들면 목적지에 도달하기 전에 어떤 구실로건 차에서 내쫓아 버리거나 다른곳에 내려준단다. 차 고장을 핑게로 더 지연시키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소규모여행사 중에서 미니버스로 정원만을 태워서 데려다주는 버스가 있는데, 비용도 엇비슷한데 왜 그 미니버스를 타지 않았냐고 내게 되물어 온다.
헐.
마눌님 선택을 따랐을것을..........
암튼, 목바이 국경을 넘어서 베트남에 들어섰을때 이미 세상은 칠흑같이 깜깜한 어둠속이었고...... 아니나 다를까?
국경까지만 해도 그럭저럭 좋았던 날씨가 베트남에 들어서기가 무섭게 우기의 특성을 그대로 간직한 폭우가 시작되고 있었다.
아주 이따금 나타나는 도로표지판에서 (호치민) (사이공) 이라는 단어를 발견했을때는....... 숫제 이것은 엄청나다 못해 무지막지하게 폭우가 내려 퍼붓고 있었다.
오.
마.
이.
갓.
아! 베트남 입성에서부터 어떤 이상하고 불길한 느낌이 뇌리를 스치고 지나갔다. 피안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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