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간을 벗어나 한적한 숙소촌의 골목에 여행사 VIP 버스가 기다리고 있었다.
바간에서 출발한지 10여분 뒤에 한군데 더 정차를 해서 여행객을 태우고 나니 40여명 정원의 버스에 빈자리 3개를 남겨놓고 버스는 인레 호수를 향해 달려나가기 시작했다. 저녁 7시30분 출발시간 약속을 정확히 지키고 있었다.
바간에 머무는 동안 아침 저녁으로 연무와 구름이 밀려와 아주 쾌청한 날씨였다고는 할 수 없겠으나, 나름 맑은 날씨에 한여름을 방불케 할 만큼 무더운 날씨의 연속이었는데, 바간을 떠나자 마자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건기에 스쳐지나가는 소나기가 아니었다. 거세게 쏟아지는 빗줄기는 새벽까지 이어졌다.
사방으로 끝없이 들판과 평야가 펼쳐있는 미얀마에서 평균표고 해발 875M에 놓여있는 인레 Lake는 높은 고원지대에 속한다.
그러다 보니 바간을 떠나면서 부터 버스는 구불구불 험한 산길을 거듭거듭 올라가야만 한다. 비록 포장은 되어있으나 심한 굴곡에 노면 또한 많이 협소하다. 그러다 보니 전혀 속도를 높이질 못한다. 우리나라 태백이나 정선 인근의 손보지 않은 오래전의 구도로를 계속 나아가야 하는 느낌이 든다. 거기에 많은 비가 퍼붓고 있으니, 9시간을 소요하던 바간에서 인레호수 입구인 (낭쉐)까지 10시간이 걸렸다.
시트배열 3열의 VIP 버스는 비록 3액슬의 최신형은 아니었지만 공간이 대단히 넓고 쿠션이 아주 두터워서 안락한 여행을 할 수 있었겠지만, 낮에 바간에서 적지않게 무리를 하면서 투어를 한 결과로 심신이 몹시 지친상태였는데도 이상하리만치 잠이 오지 않았다. 아마도 크게 마음먹고 시작한 지금의 일정에 대한 부담때문인것 같다.
논스톱으로 미얀마를 빠져나가겠다는 일정에 너무 과도하게 욕심을 부리는 것이 아닐까? 또 다음 버스편이나 항공편이 나의 바램을 그대로 받아들여 줄까? 어느 하나라도 어긋나게 되면 나머지 일정과 내 스스로의 컨디션 조절에 커다란 타격을 받게될 것이다.
'미얀마에 대한 나의 기대가 너무 컸던 때문일까?'
'미얀마에 감격하던 사람들도 무척 많던데, 나의 여행관과 바램이 보통의 다른 사람들과 너무 동떨어진 것일까?"
'지금이라도 마음을 다시먹고 껄로에 들려 푹 쉬고 양곤에 들렸다가, 차웅따나 응웨사웅에서 그냥 놀다가 돌아갈까?'
운전기사와 보조기사를 제외하고는 모든 사람들이 곤하게 잠에 떨어졌음에도 나는 밤새 한잠도 청하지 못하고 뜬눈으로 밤을 지새며 이런저런 생각에 골몰하고 있었다.
갑자기 실내에 불이 켜지고 차가 멈춰섰다.
바리케이트가 쳐진 검문소 앞에서였다. 제복을 입은 3사람이 바인더 북을 들고 버스에 올라왔다.
인근의 (인레호수)와 고원 휴양도시 (껄로)가 나뉘어지는 삼거리 교차로였다. 보조기사가 검표원과 다니면서 인례호수로 가는 여행객들에게 (지역 관관입장권) 구입을 진행하는데 비용은 10$ 이다. 새벽 4시반이 넘어선 시간에 사람들이 갑자기 올라와 다짜고짜 10불씩을 내라니 다들 마음이 편할리가 없다. 거기다 아직 대부분 잠이 덜깬 상태라 사간이 지연될 수 밖에......
거기에다 껄로로 가는 승객에게 버스표 제시를 요구하니, 자다 일어나서 어느 주머니에 표가 들었는지 갑자기 생각이 나겠는가? 식전 댓바람부터 검표원과 승객사이에 실랑이가 벌어진다. (미얀마는 그런 나라다. 전체적으로 관광 인프라 구성이나 인식자체가 부족하고, 달러에 목숨을 건 사람들 처럼 굴면서도 상당히 무례하다. 물론 대다수의 일반 국민은 그렇지않지만.....)
잠을 자지 않았던 고로 정신이 맑은 내가 그들 사이에 끼어들어 중재를 하고, 시간은 좀 걸렸지만 마침내 버스표를 찾아냈다. 이 과정에서 나는, 이미 처음 버스에 오를때부터 수차례 확인을 하고 싸인을 받아간 보조드라이버에게 '당신이 체크카드를 보여주고 확인을 해주면 될것 아니냐'고 따져보기도 했지만, 저들의 행동은 자신의 상관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니라는 발뺌뿐이었다.
버스는 다시 출발했고 여기저기서 많은 사람들로 부터 나의 행동에 대한 감사의 인사를 받았다. (오지랍이 넓은것에 대한)
20여분 뒤에 낭쉐의 버스여행사사무실 앞에 버스가 멈추었고 절반 가량의 인례호수 여행자들을 내려놓고 껄로를 향해 다시 출발했다.
비는 그쳤고 하늘을 보니 새벽 미명이 막 시작하고 있는 시간이다. 하늘도 아침을 맞아 점점 개여가고 있었다.
검표원들과의 마찰에 선뜻 나섰던 동양인이 애색적이었을까?
남녀 불문하고 모든 여행객들과 일일이 새벽인사와 당부를 전하며 악수를 하고는 헤어졌다. 간이 터미널엔 새벽시간이었고 버스가 한시간 가까이 지연이 되었음에서 많은 트럭택시들이 대기하고 있었다. 새벽 어둠이 채 가시지 않은 낯선 여행지에서 이동방법이라고는 오로지 트럭택시 밖에는 없었기 때문이다. 역시 이곳도 호객행위는 바가지 상혼을 기본으로 하고 있고, 나름 정보를 습득한 여행객들은 끝까지 버티고 있다. 대부분 합승(쉐어)를 해서 각자의 숙소로 떠났다.
나에게도 끊입없이 호객행위가 몰려들었는데, 나에게는 그 전에 선행해야만 할 과제가 남아 있었다.
저녁에 양곤으로 떠나는 버스표를 먼저 확보해야만 했다. 인레호수 당일 배편투어는 새벽에서 저녁까지 이루어지는데, 한참이나 떨어진 호수에서 낮에 다시 여기까지 버스표를 구하러 나올 짬을 내기가 불가능할거라는 판단하에서였다. 저녁에 시간 임박해 나왔다가 표를 구하지 못하면 어쩔수 없이 여기 낭쉐에 발이 묶이게 될 형편이었다.
계속 덤벼드는 트럭택시 기사들에게 대충 상황을 설명하는데도 다들 알아듣지를 못한다. 그래서 쉽게 표현을 바꿔 여기 버스사무실이 언제 여는냐 물으니 9시는 되어야 연다고 한다. 그렇다면 나는 9시 이전에는 보트투어에 나설 수 없게된다는 말이다. 그 와중에 한 트럭택시 기사가 말하길...... 예약된 숙소의 카운터에 부탁하면 그곳에서 에약을 할 수 있을거라는 대답이었다.
'나는 예약된 호텔이 없어. 당일치기로 온거야. 저녁에 양곤으로 떠나는 버스표가 우선 필요해. 그러고 나면 언제든 보트투어를 나설 수 있어. 아는 호텔을 소개해 줄 사람?'
그때 뒷편에 있던, 버스에서 나를 유난히 관찰하듯 살피던 동양인이 영어로 말을 건네왔다.
'아침에 바로 보트투어 나가실거지요? 저량 쉐어(합승)하실래요?'
'그러고 싶은데...... 저녁에 양곤으로 떠나는 버스표를 예약해야만 호수에 나갈수 있는 형편이라서요.'
'그러시면 저랑 트럭을 타고 제가 예약한 숙소까지 같이 가실래요? 가서 저는 우선 체크인을 하고, 아저씨는 매니저에게 버스표 에약을 부탁하고 나서 함께 보트투어를 가면 되잖아요. 어떠세요?'
'말씀은 고마운데 나에겐 한가지 문제가 더 남아 있어요. 보트투어는 호수에서 아침 일출을 보는것으로 시작하고, 저녁에 호수에서 일몰을 보는 것으로 끝을 맺는데....... 나는 버스 시간을 감안해 일몰까지 있지 못하게 될 수 있어요. 버스 시간때문에 나를 이곳을 데려다주고 돌아가면 일몰을 보지 못할지도 몰라요. 그런 어려운 전제가 있어요. 그래서 부득이 혼자 이른저녁까지만 투어를 하려고 생각했어요.'
'저도 일몰까지는 생각하지 않고 있어요. 하루 온종일 물 위에 떠다닌다는게 썩 내키는 일도 아니고요. 어떠세요? 함께 하실래요?'
'우선 버스표만 해결되고, 일몰에 대해 이해를 하신다면 함께 쉐어(합승)하지요."
'저는 일본인 입니다. 핫토리 라고 합니다."
'아 핫토리상. 저는 한국인이고 윤상이라고 합니다.'
핫토리상은 게스트하우스에 체크인을 했고, 자고있는 매니저를 깨워서 아주 약간의 수수료를 얹어주고 다행스럽게도 당일 저녁 양곤으로 가는 버스편을 예약할 수 있었다.
다시 트럭택시를 타고 선착장으로가면서 택시기사에게서 인레호수투어 배편 하나를 소개 받았다. 다들 그렇게 얽히고섥히면서 살아가나보다.
희미하게 여명이 밝아 올 무렵, 운하를 따라 길게 늘어선 수많은 보트가 산재한 선착장 이고저곳에서 흥정들이 이어지고 배들이 출발하고 있었다. 그런데 여기도 대목장세.
지난해 보다 보트렌트비가 많이 올랐다. 아니 전체가 담합을 했다. 카르텔 처럼.
보트의 하루 투어 비용은 1척당 무조건 30$. 물론 인떼인이 빠지면 5$가 적어진다. 연초의 특수성인지 별도의 흥정을 불허한다.
보트 1척엔 5명가지 승선할 수 있는데 무조건 30$이다. 호텔에서 일행을 모아 5명이 오면 6$에도 가능하다는 이야기다. 물론 하루를 보트가 운행하는데 드는 기름값만 생각해도 우리나라에서라면 절대절대 불가능하겠지만 말이다.
결국 핫토리상과 나는 각자 15$씩을 내고 '그나마 이정도면 행운' 이라는 심정으로 보트투어에 나섰다.
일단 보트투어는 낭쉐의 마을 중심까지 들어와 있는 운하에서 배를 타고 물길을 따라 한참을 달리다 보면 아주 드넓은 호수로 나아가게 되는데 그곳이 바로 (인레호수)다.
인레호수는 우기때는 최대 크기가 길이 22km, 폭 11km. 수심 약 6m에 달하는 미얀마 최대의 호수이다. 건기에는 크기나 깊이가 좀 줄어들면서, 주로 깊이가 약 3m 정도 되는 수심에서 어부들이 고기잡이를 하는 풍경을 볼 수가 있다.
한쪽 다리로 노를 저으면서 두 손을 이용해 그믈을 치는 등 고기잡이를 하는 인타(Intha)를 호수 어디에서나 볼 수 있다. 낭쉐에서 들어가는 초입에는 별도의 티비을 받고 여행객들에게 포즈를 취해주는 아주 유명한 어부아닌 어부 형제를 만날 수도 있다. 그런 인위적 상황을 반기지 않는 나는 뱃사공의 권유에도 그곳을 그냥 통과했다.
보트투어는 일단 일출을 호수에서 감상하고, 드넓은 호수의 이곳저곳은 가까운데서 부터 순서적으로 오가지 않고, 여기저기 왔다갔다 하면서 배회하듯 돌아다닌다. 다분히 어느 정도는 시간을 소요하기 위함으로 느껴졌다. 은공예. 우산공예. 섬유공에. 담배공에 등의 전통문화 체험내지 견학 코스를 안내한다. 우선은 도회지나 유명관광지에서 파는 기성품에 비해서도 어딘가 모르게 조잡해 보이는데도 가격대는 서너배씩 비싸다. 나의 경우에는 전혀 달갑지 않은 코스였다. 더우기 그곳에서 판매되는 액수만큼의 일정한 커미션이 뱃사공에게 지급되고 있다는 느낌을 솔직히 받았다. 핫토리상은 남성용 치마인 론지를 구입했다. 나는 그냥 저잣거리 시장에서 주점부리와 세번의 식사가 전부였다.
투어중에는 파웅도우 파고다 견학과 붙어있다고 해야하는 파고다 주변의 5일장을 방문한 것이 재미있었다.
(파웅도우 파고다)에는 수많은 미얀마 가정들의 벽에 액자속의 그림으로 붙어있는 불상이 있는데, 사진처럼 너무도 해괴한 것이 무슨 불상인지 도무지 모르겠다. 하지만 부귀영화를 이루게 해준다니.......
옛날 옛적에 바간왕조의 알라웅씻두 왕이 약 5cm 크기의 불상 3개와 승려상 2개를 가져다 이곳에 봉안하였는데, 부귀영화를 갈망하는 이곳의 불자들이 허구헌날 금박을 가져다 덧입히는 바람에 지금의 그 엉뚱한고도 해괘한 모양의 불상이 되었다고 한다. 처음 5cm 였던 불상이 지금은 수천배 커져서 높이 50cm에 육박하는 해괴한 괴물형상으로 면모해 있다. 외국여행자들도 금박을 입히고 있다. 하지만 여자들은 금박을 입힐 수도 가까이 다가갈 수도 없다. 절대 금기이다.
또 말을 주위로 물 위에 떠있는 농장 쭌묘(밭)도 보인다. 불가능을 가능케한 이들의 노력에 결실이다. 채소와 방울 토마토가 재배되고 있다.
'이거 갑자기 무슨 액티비티 익스트림이라도 할려는거야?'
드넓은 호수를 왔다갔다 하던 보트가 속력을 더 올리며 개울보다도 작은 좁은 농수로를 치고 올라가기 시작한다. 무척이나 다이나믹 한것이 색다른 재미를 듬뿍 안겨주기에 손색이 없다.
대략 한 30분 정도를 올라갔을까? 시야가 탁 트이면서 개울폭이 넓어지더니 나무다리와 함께 마을이 나탔났다.
인레호수 여행에서 많이 알려진 5일 장터인 인데인(In Dein) 시장터이자 인데인 마을이다.
다리를 건너 마을 뒤로 가면 수많은 불탑이 정글속에 그대로 뭍혀있는 '쉐 인데인 파고다군(Shwe Inn Thein Pagoda)이 모습을 드러낸다. 이곳은 바간의 불탑군이 생겨나던 바간왕조와 비슷한 시기에 이곳에 살던 (샨족)에 의해 생겨난 파고다군 이다.
파악되기로는 약 1.500여 기의 불탑이 이곳에 있다고 전해지는데, 천년 이상의 세월동안 전혀 관리되어지지 않았던 이유로 대단히 심각할 정도로 대부분 파괴되었다. 하지만 어찌보면 온전할 때의 모습 못지않게 파괴되어 흔적으로 남고, 또 정글의 나무뿌리에 엉켜있는 모습들이 나름으로는 더 운치있어 보이기도 하다.
아울러 이곳은 노천온천과 고산족들을 둘러볼 수 있는 여러가지 다양한 트래킹 코스로도 여행객들에게 크게 각광을 받고있다.
또 웃기는 것이, '판도라 세'..... 즉 만달레이힐 처럼 카메라를 소지하고 있으면 1대당 200짯씩의 세금을 별도 징수한다는 점이다. 그래서 핸드폰은 얼른 배낭속에 감추었다. 참 알수없는 나라가 바로 미얀마이다.
뱃사공은 우리를 배에서 내려주면서 '1시간이면 어느정도 둘러볼 수 있을것'이라고 했으나 아니었다. 뛰어다니면 그 시간이 가능하겠다.
무너지고 부서져내리기 시작하는 불탑등 수없이 많은 불탑들이 정글속에 그대로 방치되고 있었다. 그 불탑군들 사이로 길다란 회랑처럼 복도기 늘어서있고, 온갖 기념품들을 파는 매점이 들어서 있다. 이 회랑을 통해 위로 올라가면서 죄우로 나타나는 불탑군들을 수시로 드나들면서 관람하는 방식으로 되어 있다. 이제껏과는 전혀 색다른 감회를 안겨주면서도 어떤..... 웅장하거나 장엄하거나 경이적인 감동을 전해주기에는 한없이 부족하게 생각되어지는 그런 유적이라고 보면 되겠다.
제법 올라가다 보면 왼편으로 왼만큼 넓어보이는 불탑이 빼곡하게 밀집된 군락이 나타난다. 무너진 불탑들을 최근에까지 복원하고 있는 모습들이 그대로 여실히 드러난다. 그런데, 이 복원의 과정과 모습이 내게는....... 엄청난 실망스러움으로 되돌아왔다.
'미얀마를 일찍 떠나려는 마음이 바로 이런데서 받았던 마음의 상처랄까?'
고만고만해 보이는 별반 대단해 보이지도 않는 흙별돌로된 불탑에 시멘트를 바르면서 약간의 변형을 주고, 그 위에 흰 회칠을 하고, 그 위에 금박을 입히거나 황금색칠을 하는데........ '미얀마 사람들의 전통적 신앙관에 입각한 종교행위의 하나'라고 하면 달리 할 말이 없겠으나, 솔직히 '그정도의 결과물들을 가지고 세게적 유산이니 유물이니 하는것은' 도저히 쉽게 용납이 되질 않는것이 내 깊은 속마음이었다.
멀리서 바라다 보기나 사진을 통해서 보는것으로는 그럴사하지만, 불탑의 실체를 여실히 증명해 보이는 현장을 직접 목격한 결과는 적지않게 솟아나는 실망감을 금할 수가 없었다.
저만치 언덕에 있는 불탑이 보여서 핫토리상과 올라가 보기로 했다. 무더운 날씨애 비포장길로 언덕을 오르려니 땀이 게속 흘러내린다. 깅코 불탑에 올라보니 발 아래로 인데인이 풍경이 모두 들어오는가 하면, 멀리 인레호수까지 바라다 보인다.
시간을 확인하니 벌써 한시간이 훌쩍 지나있었다.
서둘러 언덕길을 뛰다시피 달려 내려갔다.
수로를 빠져나와서 다시 인레호수에 들어섰다.
시계를 보니 오후4시가 넘어서고 있었다. 이제 서서히 인레호수 투어를 마쳐야만 하는 시간이 된것이다. 미얀마 여행의 상당부분이 일출과 일몰에 주안점을 두고 있다고 생각하니 '인례호수의 일몰'에 대해서도 기대감이 어느정도 반감된것도 사실이라 하겠다.
핫토리상에게 말을 건네니 '자신도 상당히 피곤하다'며 보트투어를 이쯤에서 마치는데에 선뜻 수긍해 준다.
선착장으로 되돌아오는 길에 뱃사공은 호수에서 고기잡이 하는 사람들 곁은 조심스레 살살 운행해준다. 카메라 셔터를 눌러 보면서도 '이제 인레호수에, 더는 미얀마에 아쉬을것이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선착장에서 뱃사공와 핫토리상과 작별을 했다.
배낭을 메고 먼지 폴폴 날리는 시골마을 낭쉐의 골목길을 둘러보면서 직감에 따라 여행사버스 사무실을 찾아나섰다. 그리고 오래지않아 별로 힘안들이고 여행사를 찾았다. 양곤행 7시30분 VIP 버스 시간까지는 아직 2시간 이상이 남아있었다. 샤워좀 하고 싶은데 방법이 없다.
배낭을 사무실에 맡기고 낭쉐 읍내 거리구경에 나섰다.
한 여행사를 찾아가 안내를 받아 본다. 양곤 출발 씨엠립행 항공권을 알아보니 내일 저녁으로 그 가격이 240$ 수준이다. 너무 비싸다.
양곤에서 방콕가는 항공권은 아침과 점심에 있는데 70$ 선이다. 그래서 결정했다. 방콕을 경유해 캄보디아 시엠립으로 가기로.
내일 아침 8시 전후에 양곤 터미널에 도착하면 공항으로 이동 시간이 필요하니까 아침 비행기는 안되겠고 점심 비행기로 방콕으로 가기로.
버스가 늦어지면 항공권이 무효가 되니까 시간배려를 한 것인데........
인레호수에서 양곤까지 12시간을 빼곡히 달려야 하는 이 버스........ 인례를 출발하자마자 또 억수같이 비가 쏟아지기 시작했는데도....... 심야의 빗길을 쌩쌩 달리더니........ 아뿔싸....... 1시간 이상 일찍 양곤의 아웅밍글라 터미널에 도착해 버리는 것이 아닌가.
덤벼드는 택시 삐기들과 밀당을 해서 택시를 타고 양곤 공항에 도착하니....... 방콕행 아침 비행기 출국수속을 시작하고 있다.
오.마.이.갓.
9시간 버스를 타고, 11시간 보트를 타고, 다시 11시간을 논스톱으로 버스를 타고 여기까지 왔는데....... 3시간반을 그냥 공항대합실에서 마냥 기다려야만 한다니...... 아무데나 벌러덩 누워서 배낭에 기대어 그냥 자고 싶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의지의 한국인이니 기다려야지. 변변한 면세점도 없고, 변변한 식당가도 없는 양곤국제공항에서 버티기를 한 끝에 마침내 비행기에 올랐고...... 오후에 마침내 방콕 돈므앙 공항에 도착했다.
방콕 돈므앙공항 2번터미널 14번 출구로 나오면, 리무진 버스를 탈 수 있다. 카오산로드와 돈므앙공항을 연결하는 가장 확실한 교통방법이다. 150바트(4천오백원)를 지불하고 표를 사면 직통으로 카오산로드 입구 시장앞에 내려준다.
마침내 나는 다시 방콕의 카오산로드에 도착을 한것이다.
나는 한치의 망설임도 없이 바로 길 건너에 있는 한 여행사로 갔다. 내가 지난주에 미얀마로 가는 항공권을 샀던 그 여행사였다.
왜?
방콕에서 가장 좋고 저렴한 호텔을 소개받기 위하여........
----- 다음이야기에서는 ' 방콕에서 캄보디아 씨엠립으로 가는 여정' 이야기를 들려드리겠습니다. 방콕에서 가장 여행하기 좋고 저렴한 호텔 소개도 해드리겠습니다. 피안재.
'여행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알 럽 트래블 / 캄보디아) '앙코르 유적' 제대로 알고 들어가기 (0) | 2017.02.03 |
---|---|
(알 럽 트래블 / 캄보디아) 방콕에서 씨엠립으로 가는 길 (0) | 2017.02.01 |
(알 럽 트래블 / 미얀마) 2017년 1월 1일. 바간의 아침 (0) | 2017.01.28 |
(알 럽 트래블 / 미얀마) 천년의 세월을 견뎌온 2.227개의 파고다 <바간> (0) | 2017.01.26 |
(알 럽 트래블 / 미얀마) 바간으로 가는 12시간의 힘겨운 여정 (0) | 2017.01.2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