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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이야기

(알 럽 트래블 / again 조지아) 4일만에 다시 돌아온 '티빌리시'

by 피안재 2016. 11. 22.

 

 

 

 

 

 

 

 

 

 

 

 

 

 

 

 

 

 

  예레반은 아르메니아의 캐피탈 씨티이다. 그 예레반의 칼리키아 터미널로 향했다.

  한 나라 수도의 터미널이라 해서 서울의 강남터미널을 생각하면 너무너무 오바하는거지 싶다.  크기는 내고향 충주 공용터미널만 한데,  시설은 음성이나 장호원 수준보다 조금 나아보인다.

 대합실에 분명하게 시간표가 계시되어 있으나,  속내는 뮤명무실하다.  시간표의 시각이 한참이나 되기전에 마슈르카(미니버스)가 오기는 온다.  그런데 정작 알수없는 것이 바로 그 다음의 출발시간이다.

  정원이 다 차면 출발시간 상관없이 그 즉시 출발한다.  정원이 안차면 무조건 찰때까지 기다렸다가,  그래도 마지못해 다음차가 들어오면 그땐 출발한다.

  차비도 현장에서 태우는 사람 머릿수 계산하며 받는데.....  누가 드라이버인지,  누가 차주인지,  누가 계산원인지 구분이 안간다.

  차비 내라면 '이 자가 계산원이 맞나' 하는 의심스러운 눈초리로 살피다가, 남들 따라서 슬며시 건네면 된다.  사람이 다 차서 운전석에 누가 올라타면 그가 바로 드라이버고,  그 시간이 출발시간이다.

  칼리키아 터미널에 도착하니 트빌리시(티빌리시나 트빌리시나.... 지덜 발음하기 나름.  ㅎㅎㅎㅎ)행 버스가 1시간 후에나 시간표에 명시되어 있다.  그래서 배낭 내려놓고 편히 쉬려고 트빌리시행 버스대기코너로 갔다.  텅 비어있다.

  벤치에 배낭을 벗어놓는데 뒤에서 영어로 '트빌리시 가십니까' 하는 소리가 들려 돌아다보니 '와!!!!!  동양인'이다.

  - 네. 트빌리시에 갑니다.  당신도 트빌리시에 가려고 하십니까?

  - 네.  그렇습니다.  아직 1시간이나 남았다네요.  저는 크리스라고 합니다.  필리피아노 입니다.

  - 아. 반갑습니다.  저는 꼬레입니다.  물론 사우스 코리아이구요.  피안재라고 합니다.

  이스탄불을 떠나면서부터 처음만나보는 동양인이었다.  거참 묘하게 순간처럼 어떤 동질감이 팍 하고 올라왔다.

  이런저런 인사를 나누던 차에 곧 있으면 자기 일행이 올터이니 소개시켜 주겠다 한다.  그래서 동행이 있느냐고 물었다.

  동행이라고 해야하나 말아야 하나  다소 애매모호한 상황의 일행아닌 일행에대한 이야기였다.  지금 잠시 식사하러 자리를 비운 그 사람은 일본인이라 한다.  그리고 어제 점심에 예레반 식당에서 식사를 하다가 같은 동양인이라 인사를 나누다 친해져서 저녁시간과 게스트하우스에서 하루를 함께 묵으며 여기까지 동행한 짧은 인연의 친구라 했다.  아주 좋은 사람인데 이야기 나누다 보니 그사람도 트빌리시를 간다고 해서 이 시간까지 함께 이동하고 있다고 했다.

  잠시 뒤 일본인이 나타났다.  인사를 나누었다.  그의 이름은 '나라상' 이라고 했다.  첫인상이 그동안 내가 선입견처럼 가지고 있는 일본인에 대한 인상과는 전혀 다르게 털털하고 상냥하고 친절했다.

  필리핀인 크리스는 현재 두바이의 정유공장에서 파이프라인 설치기사로  일하고 있다.  예레반을 거쳐 트빌리시에 가는 이유는 두바이에서 비자기간 만료로 '비자갱신'을 위해 본국으로 돌아가지 않고 인접국을 여행삼아 온 상황이었다.  한국의 의정부 미군부대에서 6개월 정도 기계설비 일로 파견을 나온적이 있었서 한국에 대해서 상당히 많이 알고, 또 많은 호의를 가지고 있었으며, 크리스는 고향에 대학생 딸 둘을 두고 있단다.  47살.

  일본인 나라상은 영국 옥스포드 출신으로 일본 니콘카메라 개발실에 근무하는 준재였다.  카메라 렌즈부분을 제외한 모든 기계적 분야를 담당한다고 했다.  하여 특히 자동차나 오토바이를 비롯 기타 세상의 모든 기계설비에 대한 매카니즘적인 지식과 자신이 맡은 분야에 대한 소신이 무한정 넘처나는 프로패셔널리스트였다.  하지만 이런 전문부야에 대한 대화와 설명이 뒤따라 역설을 토할때 빼면 영락없이 어디 B급 여행사 현지가이드로 보인다.  49살인 그는 미혼으로 강력한 독신주의자이다.  결혼을 하지 않아도 결혼을 한사람과 별반 다를것이 없는 삶을  영위할 수 있는 일본의 현 세태에 굳이 결혼할 필요성을 전혀 느끼지 못한단다.  대신 휴가만 얻으면 세계를 유량하듯 떠돌며 살아간단다.  조지아 장기여행을 작년에 다녀갔는데 너무도 좋아서 지금 다시 찾아가는 길이라 했다.

  1시간여를 기다리는 동안에 우리 셋은 참으로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미니버스가 들어오고  예레반에서 트빌리시까지 6시간 여행의 비용으로 8.000드람(이만원 조금 넘는)씩 지불을 하고 중간줄 좌석에 셋이 나란히 앉아가기로 했다.

  나라상이 나에게 정중히 요청한다.  트빌리시에 숙소가 이미 예약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면 자신이 에약한 게스트하우스에서 오늘 하루정도 같이 보냈으면 좋겠다고 한다.  어떻게 보자면 시설이 형편없이 낙후할지도 모르겠지만,  순수한 배낭여행자들이 끊임없이 찾아드는 허름한 곳중에서는 자신이 권장하고픈 명소중에 명소란다.  이충침대가 7개 놓여있어 14명이 한방에 머무는 방이 3개란다. 하루에 10$면 된단다.  세계 각국의 참으로 다양한 사람들이 몰려드는 철절한 배낭여행자만의 숙소란다.  거의 젊은이들이 주류겠지만........  같이 숙소에 짐풀고 나서 저녁겸 맥주한잔 하고  내일 오전에 헤어지면 어떻겠냐고 정중하게 요청을 거듭한다.  크리스는 아침에 바투미로 떠날것이고,  나라상은 시그나기로 떠난단다.  나는 내일 하루는 트빌리시에 머물것이고 모레 카즈베기로 떠날예정이다.

  에레반의 호스텔과는 완전히 다를 것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걱정도 된다.

  하지만 아무리그러하기로  하루쯤이고......  또 완전한 배낭여행자들의 게스트하우스를 여기 이런친구들과 함께가 아니면 앞으로 내가 일부러 혼자 찾아가볼것 같지는 않아서, 이참에 나도 용기를 내서 색다른 경험을 해보기로 하고 나라상의 거듭된 요청을 받아들였다.

  자기 전문분야에 박식하고, 많은 여행을 통해서 세상의 견문에 밝고 한없이 털털한 이 사내 나라상과  일제에 의한 좋지않은 앙금같은 것이 남아있는 나 사이에서,  한국과 일본의 역사를 어느정도 알고있는 크리스가 절묘하게 타이밍을 맞춰가며 분위기를 이끈다.

  그렇게 그렇게 너무나도 유쾌하고 흥겨운 분위기 속에서 에레반을 출발했다.

  트빌리시에 도착하면 제법 밤이 깊어갈 것이다.

  가지.  조지아로. 어서가자.

 

 

 

 

 

 

 

 

 

 

 

 

 

 

        ---- 막 예레반에 도착한 이란인 여행친구들과 함께.

 

 

 

 

 

 

 

   이란친구들과 찍은 사진은 좀 설명을 해야겠다.

  이들은 지금 막 에레반에 도착한 대학동창 친구들이었다.  이란과 아르메니아의 국경을 버스를 타고 넘어온 것이다.

  다짜고짜 다가와 어느나라에서 왔느냐고 묻더니만 대답을 해주었더니 '코리아 K-POP'을 죽어라 좋아한단다.

  그들의 요청에 흔쾌히 사진을 찍었다.

  그중 한 사내 왈..........

  '지난 초여름에 대한민국의 대통령이 테헤란을 방문한 장면을 TV를 통해서 봤다'고 한다.

  '여자대통령이었는데 한국 대통령이 맞느냐?'고 하기에, '남자였으면 북쪽의 그 좀 이상한 그사람이고,  여자대통령은 분명 싸우스 코리아가 맞다'고 대답해 줬다.

 

 

  시간이 좀 지나서 지금 그 당시의 여행기를 쓰고 있는 지금 시점에서......  나는 그 이란 청년이 본 사람이 한국대통령이 맞는지 잘모르겠다.

  한국의 대통령인 여성을 본 것이 맞는지,  아님 대한민국 권력서열 제3위의 여자를 본것인지 잘 모르겠다.

  더군다나 분명 대한민국 에어포스 1(ONE)을 타고 이란의 수도 테헤란에 같이 갔다고 하지 않는가?

  혹 지금 시점에서 그 청년을 다시 만난다면 나는 이렇게 대답해야만 했을 것이다.

  '대통령이 가기는 분명 갔는데.......  명품가방들고 사뿐사뿐 걷는 대통령을 당신이 본것인지,  아니면 머리위에 썬글라스를 꽃은 대통령을 본것인지가 분명치 않다고.......  주로 같이 뱅기타고 다니는데........ 누구를 말하는것인지.........  우리도 누가 대통령인지 잘 모른다고......'

 

 

 

 

 

  트빌리시로 되돌아 오는 길은,  가던 길과는 사뭇 다른 느낌이었다.  기분탓이었을까?

  세반호수를 지나서 아주 작고 한적한 시골마을에서 정차를 했다.  드라이버가 식사를 하고갈 모양이었다.  30분 정도 머무는 동안에 마을 장터구경을 했다.

  낙후되기는 했지만  결코 낯설거나 어색하지 않았다.  너무도 정겨운 분위기의 마을이었다.

  그리고 다시 출발해 그리 오래지 않아 국경에 도착했다.

  갈때와는 사뭇 다르게 국경지역에 근무하던 아르메니아 군인들이 다가와 '꼬레?''꼬레?' 묻는다.  내 작은 배낭의 태극기를 그들이 알아본다.  국경 통과 심사때문에 카메라를 배낭에 넣은 상태라 핸디폰으로 그나마 한 두장 찍어 기억에 남겨두었다.

  그리고 금새 어둠이 내려 더 이상 이동중의 사진은 없다.

 

  또다시 걸어서 국경을 넘는다.

  넘어갈때는 입국비자 심사까지 받고나서 겨우 입국을 했는데,  떠날 때는 그냥 가라고 마구 등을 떠미는 기분이다.

  조지아 입국은 뭐라할까  그냥 형식적이라 할까?

  그냥 배낭메고 걸어서 그대로 지나가게 둔다.  이따금씩 개별 선별해서 짐검사를 하는 정도이다. 나야 원래 인상이 좋으니까......

 

  굿바이 쏠져.

  굿바이 아르메니아.  알 럽 아르메니아.

  그리고 하이 조지아.

  나 다시 돌아왔어.

 

 

 

 

 

 

 

 

 

 

 

 

 

 

 

 

 

 

 

 

 

 

 

 

 

 

 

 

 

 

 

 

 

 

  마침내 다시 조지아의 캐피털시티 트빌리시에 도착을 했다.  지난번에 묵었던 메테히성당 뒷편의 숙소에서 큰길 건너편에 위치한 메트로센터에서 내려서 사메바 성당으로 향하는 골목길을 조금 따라 올라가다보면 정말로 후미진 도심의 뒷골목 안쪽에 제대로 된 간판도 내거리지 않은 곳에 나라상이 지난해 여행에서 여러날 묵었던,  입에 침이 마르도록 극구 칭찬하는 게스트하우스가 있었다.

  너무도 허접하고 적당히 지저분해 보이기까지 한 그런곳이었다.  좀 늦은 시간이어서였는지 이미 많은 여행자가 후런트며 식당이며 사방으로 자리를 차지하고들 있었다.  다양한 국가에서 온, 첫인상으로도 팍 완전자유배낭자들이라는 느낌이 전해져왔다.  대부분이 무척 젊었다. 

  게스트하우스 다운 게스트하우스를 처음으로 접하는 기분이었다.  여행자들이 흔히 말하는 게스트하우스라는 곳이 ' 바로 이런곳이구나' 라고 생각했다.

  예레반에서의 호스텔은 여기에 비하면 가히 5성급이었다고 할까?

  젊은 매니저가 우리 셋을 극진히 환대해준다.  시원한 생수부터 권해준다.

  오던 중에 나라상이 미리 연락을 한 덕분에 14인실의 아랫쪽 침대 셋을 미리 우리몫으로 비워놓고 기다리고 있었다.  지난해 나라상이 여러날 머물면서 여기 매니저와 상당한 교분을 쌓은것 같아보인다.

  짐을 내려놓고 밖으로 나갔다. 

  저녁식사를 해결해야만 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아주 늦은 시간은 아니었음에도 식당들이 문을 닫기 시작하고 있었다.  하여 길거리 음식파는데를 찾아보는데,  이 구역에는 그런 푸드코트가 없단다.  한참을 돌아다니던 끝에 곡목길 지하에 있는 허름한 식당을 찾아들었다.  그런데 또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한국에서의 가까운 친구들이 어울려서 하는 저녁 정도로 생각했는데.........  전혀 아니었다.

  음식이야 취향대로 따로 주문하는것이니.......  했다.  술안주를 겸하느라 각자 취향대로 음식을 시켰다.

  나라상은 바베큐 치킨에 맥주,  크리스는 감자튀김에 샐러드 샌드위치와 음료수, 나는 꼬치구이에 소시지모듬에 맥주를 시켰다.

  나온 음식은 안주겸 식사고 술은 주거니 받거니 할거라 생각했는데.......  아니었다.  철저하게 더치페이라 할까?  자기 주문한 것에만 손을 대고,  한번 먹어보라 권하지도 않고,  술도 자기것만 시켜 마신다.  나중에 계산도 칼 같이 자기 몫어치만.......

  술 한잔 사주고 싶어도 아예 그런 문화가 아니었다.  이런것이 국제적인 문화와 가치관의 차이구나 하고 느꼈다.

  대신 식사하는 도중에 잠시도 쉬는 짬이 없이  여행과 세상이야기에 대해 온갖 이야기를 수다에 가까울정도로 나누었다.

  다시 숙소로 돌아오니  여행객대부분이  잠잘 생각도 하지않고 여기저기 모여서들 여행정보들을 나누고 있다.

  샤워시설이 딸린 화장실이 달랑 하나뿐이어서 두시간 정도를 더 기다리고 나서야 겨우 샤워를 하고 침대에 들었다.

  - 이런게 진정한 배낭여행자들의 모습이자 생활이고,  이런곳이 진정 여행자들에개 침대만을 제공하는 게스트하우스로구나.

 

 

  새벽에 일어나 후런트로 나오니,  나라상 혼자서 노트북을 켜놓고 무엇인가에 집중하고 있었다.

  오늘 스케줄이 두군데를 돌아보는 일정이어서 조금 있다가 일찍 출발하려 한다고 말한다.  나는 새벽 산책을 나서는 중이었다.  그래서 우리는 잠시 커피 한잔을 하면서 작별을 나누었다.

  나머지 여정에서 건강하게 좋은 시간 보내고,  훗날 또 이 지구상의 어느 노상에선가 반갑게 다시 만나자고 당부하면서 악수를 나누었다.

  이제껏 내가 만나본 일본사람중에서 가장 근사한 사람이었다.

 

  밖으로 나와 가장 먼저 찾은곳은 인근의 사메바 대성당 이었다.

  잃어버린 카메라 메모리카드의 분량을 새롭게 새 메모리카드에 채워야하기 때문이었다.  그래야 이번 여행을 제대로 기억하지 않겠는가?

  오늘 일정은 일어버린 메모리카드에 담겨있던 트빌리시의 모든 모습을 다시 찾아다니며 다시 기록하기로 마음 먹었다.  그래야지만 마음이 개운해지고 조지아에서의 나머지 일정을 편안하게 다시 시작할 수 있을것 같았다.  트라브존의 기억은 잊기로 했다.  이스탄불의 기억은 귀국길에 하루 반나절 정도를 다시 이스탄불에 허락하면 되겠다 싶었다.

  하늘을 올려다 보니 아주 맑고 쾌청했다.

  지난번 대성당을 빗속에서 둘러보던 기억이 떠올랐다.

  또 성당 앞에 불쑥 모여들었던 경찰 순찰차들이 하나도 보이지 않았다.  오늘은 vip께서 새벽예배에 나오시지 않았나 보다. 아주 조횽하고 차분한 분위기로 나를 맞이해 준다.  화장한 날씨에  이제 곧 해도 떠오를것이니 오늘은 지난번보다 예쁜 사진을 찍을 수 있겠다 싶었다.

  또 성당 내부에 들어가보려고 아예 긴바지차림으로 나선 산책이었다.

  사메바성당은 지난번 방문때 보다도 더 웅장하고 아름다웠다.

 

 

 

 

 

 

 

 

 

 

 

 

 

 

 

 

 

 

 

 

 

 

 

 

 

 

 

 

 

 

 

  사메바 대성당을 나와서 다시 이골목 저골목길을 헤집고 다녀본다.

  지난번에 만났던 사람들을 다시 만날 수는 없겠지만,  어떻게 생각하자면 더 새로운 사람들을 만날지도 모른다는 기대감속에.....

  일어버린 메모리카드에 담긴 추억들 보다 더 멋진 추억들을 담아내고 싶다.

  트빌리시야.  내게 오늘 날씨 만큼이나 상큼하게 도심의 마음을 열어주렴.........

 

 

  게스트하우스로 돌아오니 크리스도 바투미로 떠날 준비를 마치고 있었다.

  함께 거리로 나가 간단하게 아침식사도 하고,  여행사에 같이 가서 크리스는 버스티켓을 사고,  나는 다음날 가려고 마음먹은  카즈베게 버스티켓에 대해 알아보고, 또 카즈베기 투어상픔에 대해서 팜플랫을 얻기도 했다.

  여전히 고심하기로  카즈베기에 이틀정도 머물 예정이라면 버스티켓만 사서 직접 찾아가겠는데,  당일치기라면 개별여행으론 다소 무리이지 싶은 생각에서 였다.  자칫 시간적 텀이 맞지 않으면 이것도저것도 아닌 상황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이제부턴 시간을 아껴야만 한다.

  이미 이번 여행의 상당한 시간이 지나가고 있었기 때문이다.

  크리스를 보내고 숙소로 돌아와서는 후런트 테이블에 앉아 계속 고심을 했다.  매니저의 자문도 얻었다.

  게스트하우스 체크아웃 시간이 가까울 수록 더 머물것인지 옮길것인지를 결정해야 했다.  카즈베기 일정의 결정에 따라서 숙소문제를 재고할 필요가 있었다.  매 순간 짐을 가지고 다닐 수가 없기에.....  나머지 일정에 대한 신중한 재고가 필요했다.

 

  카즈베기 당일 투어상품을 결정하고는,  숙소를 옮기기로 마음 먹었다.  좀 편하게 쉬고 싶어서였다.

  현재의 위치에서 가까운 인근의 호텔들을 수소문하기 시작했다.  여러군데를 돌아다녔지만 내바램과 합당한 곳이 없었다.  그러다가 정 안되면 그냥 머물면서 매니져에게 특별히 짐 보관을 부탁해보자 하면서 돌아오는데......  게스트하우스와 같은 좁은 골목에 위치한 눈여겨 보지 않았던 호텔이 눈에 띄었다.  작고 허름해 보이는 삼층 가정집 분위기로 여겨져서 그냥 지나쳤는데 '마지막으로 들어가 물어나 보자' 하는 심정으로 들어갔는데.......  겉보기와 다르게 상당히 깔끔하고 아기자기한 분위기였다.

  3층 건물에 3층은 살림집으로 쓰고,  일층 일부와 2층을 호텔로 운영하는 작고 아담한 호텔이었다.  마음에 쏙 들어서 이틀을 계약했다.

  조지아에서의 나머지 여행일정과 트빌리시에서 묶을 이틀의 숙소가 결정이 난 것이다.

  아주 가까운 넘어져도 코가닿을 위치의 게스트하우스에서 짐을 옮겨왔다.

  짐 정리를 하고 샤워를 하고 쉬면서 구체적 스케줄을 결정했다.

  여행사로 다시 가서 내일 아침에 출발하는 당일치기 카즈베기투어 상품을 에약했다.  요금은 우리화페로 육만팔천원 정도였다.

  이렇게 모든 결정이 이루어지고 나니 비로소 모처럼 아주 홀가분해지는 기분이다.

  그래서 다시 거리로 나섰다.

  너머지 트빌리시의 추억을 마져 메모리카드에 담으려고.......

 

 

 

 

 

 

 

 

 

 

 

 

 

 

 

 

 

 

 

 

 

 

 

 

 

 

 

 

 

 

 

 

 

 

 

 

   ----  너무도 유명한 시오니성당 천장벽화.

 

 

 

 

 

 

 

 

 

 

 

 

 

 

 

 

 

 

  늦은 점심을 여행자거리의 한 레스토랑에서 해결했지만  이상하게도 성에 차지가 않았다.

  이것저것 시켜 먹어보아도 다음에 다시시켜 먹을 만큼 썩 내키는 음식이 보이지 않았다.  '그냥 피자나 한판 해치울껄' 하는 생각이 들 지경이었다.  거기다 사방에서 이상하게 쳐다보는 눈초리들도  편안하게 음식을 음미할 여유를 내게 부여해주지 않았다.

  그러니 어쩌겠는가?  저녁을 내 방식대로 해결할 수 밖에.......

  그래서 제법 멀리 있는 중앙광장 부근의 지난번에 다녀왔던 커다란 마트까지 일부러 찾아갔다.

  와인을 고르고  사과와 감과 포도를 사고  맥주도 사고 나서는 쏘시지와 정육코너에서 하몽을 마냥 쳐다보고 있다.  먹고는 싶은데 하몽의 양이 조절이 잘 안된다.  지난번 처럼 남겨서 아침에 먹자니......  단박에 아침부터 술 생각부터 나지 않았던가.  하몽을 어쩐다........

  그러다 문득 트빌리시에서 이틀째 밤에 사먹었던 바베큐치킨이 생각이 났다.  우리돈 천오백원 짜리 황상의 바베큐치킨이.......

  그래서 하몽을 포기하고 돌아서서 카운터로 갔다.  셈을 마치고 나서며 카운터에 붙어있는 환전소에서 돈을 좀 바꾸고자 했다.

  100$ 짜리 지페를 내고 라리로 바꾸어서 지갑에 넣고있는데.......  마트를 지키는 정복차림의 보안요원이 나게 말을 건네온다.

 

 

  -  혹시 이스탄불을 거쳐서 오신 여행자이십니까?

  - 그런데요? (아니 내가 이스탄불을 거쳐왔던 안왔던 마트에서 쇼핑하는거하고 무슨 상관이지?  또 시방 야가 내가 이스탄불을 들렸다 온걸 어떻게 알어?  이게 갑자기 뭐하는 시츄에이션이래?)

  -  저쪽에 있는 우리 여직원이 선생님께 여쭤보아 달라는 말이 있어서입니다.  나쁜일이 아니니까 오해는 마시고요.

  -  무슨 일이시죠? 저는 저 여직원에 대한 기억이 전혀 없는데요?

  -  혹시 저희 마트에서 무얼 분실하신것이 없으십니까?

  -  분실이요?  갑자기 분실이라니요? 그런건 없는데요.........  어디서인지 몰라서 그러지만.......  여기 트빌리시 여행중에 카메라 메모리카드를 하나 잃어버린것은 있습니다.  그 외엔........

  -  네.  맞습니다.  바로 그 메모리카드에 대해서 여쭤보고자 하는 것인데,  지금 퇴근중인 저희 여직원이 영어로 소통을 하지 못해서........

 

  보안요원은 정중하게 나를 2층의 사무실로 안내했다.  그리고 여러개의 커다란 캐비넷이 있는 곳으로 가서 거기 사람과 뭐라뭐라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러더니 잠시 뒤에 누런 봉투에서 무언가를 꺼내 나에게 가져오는데..........  플라스틱 보호케이스에 든 메모리카드였다.

  딱 보는 순간 알수 있었다.  바로 내가 며칠전에 잃어버렸던 메모리카드라는 것을.........

 

  세상엔 가끔 이런 기적같은 일이 있다.

  이제까지의 상황은 대충 이러했다.

  그날, 도깨비시장을 다녀와서 여기 마트에 들른 나는 장을 보고 계산을 하면서 동전을 꺼내다가 그만 바지주머니에서 메노리카드를 바닦에 그냥 떨쿠고 말았던 것이다.  그때 카운터를 지키던 여직원은 역시 처음보는 동양인인 내 모습이 꽤나 인상적이었나 보다.  나는 그때도 환전을 하고 마트를 나갔고,  다음 손님중에 누군가가 메모리카드를 주워서 카운터 아가씨에게 주었다 한다.  그런데 거기서 운이 좋게도 그 아가씨가 내가 쓰고있는 캐논카메라와 같은 기종을 사용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나의 메모리카드를 자신의 카메라에 끼워서 살표보니 단박에 그 물건의 주인이 아까 다녀갔던 이상한 동양인이라는 확증이 들더라는 것이다.  그리고 더 중요한 것으로 이 아가씨가 혹시나 하고 메모리카드를 분실물 담장자에게 다음날 보고 접수를 했다는 사실이었다.  내가 혹시 그런 똑같은 상황을 겪었다면 어쩌면 메모리카드 내용을 모두 삭제하고  자신의 기기에 그냥 사용해도 될 일이었다.

  그리고 오늘 퇴근을 하다가 마트안에서 한 동양인이 눈에 들어오는데,  내가 며칠전에 다녀갔거나 사진속에 작게보이던 사람인지 잘 모르겠더라는 것이다.  하긴 우리야 동양인을 잘 알아보지만,  어쩌다 보는 서양인 눈에는 동양인은 다 똑같이 생긴것으로 보일 것이다.

  나는 건네받은 메모리카드를 내 카메라에 넣어서 돌렸다.  내가 담긴 화면을 찾아서 보안요원에게 보여주었다.  그게 내것이라는 것이 입중된 것이다.

  세상에 이런일이...........

  업무를 마치고 돌아나오면서 아가씨 소재를 물어보니 이미 퇴근을 했다는 대답이었다.

  세상에나......  이런 감동적인 상황을 겪으면서도 고맙다는 인사조차 할수가 없게 되었다.

  작은 배낭을 뒤져보니 비상용으로 가지고 다니는 필기도구인 우리동네 모 새마을금고에서 선물로 받은 금박으로 무슨무슨 기념이라는 한글이 새겨진 볼펜이 나왔다.  아직 미사용이고 그럴싸한 케니스에 담겨져있었다.  당장 보답할 길이 없어서 가진것중에 이것이라도 아가씨께 전해주고 정말정말 고맙다고 인사 전해달라고 정중하게 부탁했다.  그 보안요원의 도움도 감사했다.

 

 

  날아갈 듯이 가벼워진 발걸음으로 숙소로 돌아오면서 바베큐치킨도 샀다.

  자축파티라도 하고픈 마음이었다.

  세상에나.........

  조촐하게 상차림을 하고.......   조물주께 온통 감사한 마음을 전하면서  저녁만찬을 즐긴다.

  다시찾은 추억들을 보고 또 되돌려 보고 하면서..........

 

  왓.어.원.더.플.대.이.

  알.럽.조.지.아.

  알.럽.트.빌.리.시.

 

 

  내일은 카즈베기로 간다.  자유롭고 홀가분한 기분으로.............  피안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