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 속에 무얼 가지고 사냐하면
산봉우리 휜 구름 머물러 있고
다만 스스로 즐거워 할 뿐
그대에게 갖다드릴 순 없구려
어느 깊은 산중의 호젓한 암자에 이런 싯구하나 내걸려있다면 가히 신선이 거하는 곳이라 여겨지지 않겠는가.
허니 어쩌겠는가?
내친 발걸음을 그리로 돌릴수밖에.........
밤을 지새우며 내리 퍼부은 비로 인해 화사한 벚꽃도 몽땅 다 날라가버리고, 새벽 미명에도 여전히 허망한듯 빗줄기만 거세다.
한동안 쥐죽은듯이 잠잠하던 역마살이 다시 깨어났음일까?
전신에 좀이 쑤시듯이 마구마구 어디론가 훌쩍 떠나고픈 마음뿐이다. 바램이나 열망을 넘어서서 어떤 간절함에 스스로도 놀라곤 한다.
매일밤 꿈을 꾼다.
그러께는 돌로메티 겨울트래킹에서 눈보라속에서 길을 잃고 헤매다가 깼고........
그제는 모로코 사하라사막에서 여행중에 폭동을 일으킨 유목민에게 끌려가서 죽어라 우물 파다가 깼고.........
어제는 밤새 라오스여행을 했다.
루앙프라방에서 심야 슬리핑버스를 타고 비엔티엔으로 귀국비행기를 타러 가는데, 폭우가 쏟아지는 심야의 비포장길을 장장 10간 이상 달리는 험난한 여정이다. 아니나 다를까? 꼬불꼬불 산길을 오르던 버스기사아저씨가 갑자기 토사광란 증세가 나타난거다. 허니 어쩌겠는가? 국제운전면허 유효기간이 아직 남아있는 내가 대신 난생처음으로 리무진버스를 끌고 차마고도 같은 아찔한 고개길을 넘어가는데....... 몇번의 고비를 넘기고 마침내 도심의 불빛이 반짝이는 비엔티엔에 무사히 도착을 하였는데........ 아뿔싸. 비엔티엔이 아니라 루앙프라방이다. 어느 시골길에서 표지판을 잘못 읽어서 처음 출발지로 되돌아온 꼴이다. 오.마.이.갓.
오늘밤엔 또 어디를 갈까?
아테네 파르테논 신전의 거대한 돌기둥위에 걸치고 앉아 하얀 대리석판에 심겹살을 한번 구워 봐.................?
잠자리에만 들면 여행다니는 꿈을 꾸는데, 그 꿈들이란게 항상 이상한 방향으로만 진행되어간다.
평소에 그렇게 갈망하던 여행인데.........
악몽이라 할 수도 없고, 그렇다고 악몽이 아니라고 딱히 말 할 수도 없는 늘 그런식의 애매모호한.........
리무진 슬리핑버스에서 내려서자마자 눈에 들어오는 루앙프라방의 간판을 보고는 소스라치듯 놀란가슴으로 잠에서 깨었다.
창문을 열고 밖을 내다보니 아주 서서히 날이 밝아오기 시작하는 아직은 이른 새벽이다. 하늘엔 여전히 세찬 빗줄기가 사정없이 내리고 있다. 지난주에도 비가 내렸고 오늘 밤새 비가 내리는 것을 보니 금년에는 예전 같은 봄가뭄 걱정은 안해도 되겠구나 하는 생각을 아주 잠시 해본다.
창문으로 들려오는 빗소리와 야간의 싸늘함을 담은 새벽바람결이 매우 싱그럽게 느껴진다.
따끈하게 커피를 조금 진하게 타서는 그저 멍하니 창밖으로 내리는 비를 하염없이 바라보면서 새벽미명을 맞이한다.
'봄비 때문에 생긴 예정에 없던 휴가랄까? 아무튼 오늘 하루를 뭐하면서 보내야 제대로 봄 휴가라고 할 수 있을까?'
곰곰히 생각을 굴려본다.
그런데 한참을 골똘하게 생각을 집중해 보아도 딱히 선뜻 내키는 그런 계획이 없어보인다.
헐. 어쩐다.
어느새 한모금 남은 커피도 싸늘하게 식어져있다.
'공짜 같은 시간은 너무도 반가운데......... 무심하게 내리 퍼붓는 비라는 요놈이 문제다.'
아침 일찍 그친다던 예보가 오후까지 길게 이어진다고 수정된 소식까지 접하고 보니 더 암담해지기만 하는 현실.......
아무리 애를 써 봐도 딱히 떠오르는 계획은 없지만, 그렇다고 이 소중한 공짜같은 휴일을 그냥 방에 처박혀 보낼 수는 없지않은가.
봄나들이 인파들로 관광지마다 고속도로마다 사람들로 넘쳐나던 뉴스들을 요즘 늘 보아왔던 처지인데, 요즘 외지 출장이 잦다보니 자연의 풍광이나 벚꽃의 행렬을 오가면서 보기는 봤다만은, 아무리 그렇기로 충장객과 여행객이 처지와 느낌이 같을 수는 없지않겠는가?
'일단 나서고 보자.'
'싱그런 봄을 찾아 무작정 나서보자.'
'비가 문제라면 까짓꺼 비를 무찌르면 되지 않겠어? 내가 누구야? 바로 나야. 나.'
서둘러 카메라를 챙기고 어느정도 비를 감수할 옷차림으로 무장을 한 뒤에 차에 올라 시동을 건다.
'무조건 봄이다. 한동안 바쁘다 보니 게절의 변화를 잘 느끼지 못하며 지내고 있었는데 오늘은 무조건 봄이다. 봄이라는 놈을 무조건 만나보는 거다. 그리고 실컷 놀아보는 거다. 내일 부터는 봄이 아니라 여름이라 해도 아쉽지 않게 오늘은 무조건 봄을 만나보는 날이다. 그럼 어디로 가지? 그래! 국도를 타고 정방사를 가보자. 정말 그곳엔 제대로 옷을 차려입은 봄이란 놈이 있을거야. 그래 정방사다. 이전에 다녀왔던 기억도 어느새 가물가물하지 않은가. 그래 모처럼만에 청풍호반을 달려보자. 그리. 그럼 출``````` 발.'
한적하다못해 스산해보이기까지 하는 비내리는 새벽의 낚시터엔 그래도 몇몇의 낚시꾼들이 보인다.
강태공의 심정으로 세월을 낚는 것일까? 아님 월척의 꿈으로 밤을 지샌 사람들일까?
공이교를 목전에 두고는 마침내 월악산의 자태가 아주 잠시 모습을 드러내다가는 이내 안개속으로 모습을 감춘다.
공이교 주변의 싱그런 풍광을 감상하며 카메라 셔터를 누르느라 잠시 내 차를 다리 가운데 그대로 세워두었다.
내게 있어서는 참 사연많고 고마운 녀석이다. 제주도를 안 가봤나 함백산 정상까지를 안 올라봤나..........
하지만, 이제는 너무 나이가 많고 힘들어보여 머지않아 떠나보내야만 할 것 같은 생각에 이래저래 고심중이다.
참 고마운 내 분신인데.........
스머프마을을 닮은 펜션도 지나고, 어떤 로망처럼 누군가 자연인으로 살아가고 있을 산중턱 높은 곳의 외딴 움막이 오늘 가만히 살펴보니 건물이 좀 커진듯한 느낌이다. 자연인게서 이 봄에 무엇인가 공사를 한판 벌이셨나보다.
강원도 고냉치 채소밭을 연상시키는 수산언덕을 지난다.
여전히 내리퍼붓는 빗길을 달려 웅장한 옥순대교를 건너며 우측으로 고개를 돌려보지만 옥순봉 역시 안개와 비속에 제모습을 감추고 있다.
호젓하고 아름다운 호반의 길을 온통 내 세상인양 유유자적하며 나아간다.
내가 너무도 좋아하는 분위기요 나름 축복받은 시간이다.
내 살아가는 여정에 이런 시간이 있음에 감사하고, 또 이런 시간이 끊임없이 이어지기를 나는 간절하게 소망한다.
참 좋다!!!!!!!!!!!!!
그렇게 호반을 끼고 도는 환상의 드라이브를 한참 더 즐기다 보면 갑자기 에사롭지 않은 빼어난 풍광을 간직한 계곡을 가로지르는 앙증맞은 다리가 나온다. 이제 비로소 목적지에 가까워지고 있는 것이다.
여기서 우회전하여 게곡속으로 제법 가파른 언덕길을 한참을....... 한참을 올라간다.
그러다보면 끊임없이 이어지던 우거진 나무숲길 저편에 주차장이 모습을 드러낸다.
차를 구석에 주차시키고, 우산을 꺼내 펴들고 나서 다시 언덕길을 돌아 올라가다보면 묘하게 생긴 구조물이 하나 나타난다.
이제야 정방사에 제대로 도착한 것이다.
----- 글 올리는 작업중입니다. 틈틈히 짬을 내어야 하다보니 조금 기다려 주세요. 피안재.
'여행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알 럽 베트남) 씬짜오 다낭 (0) | 2016.06.01 |
---|---|
(알 럽 베트남) 프롤로그 (0) | 2016.05.29 |
가볍게 떠난 통영여행...... 외도. 소매물도. (0) | 2016.01.19 |
가볍게 떠난 겨울여행..... 통영 (0) | 2016.01.09 |
(알 럽 말레이시아) 에피소드8 (0) | 2015.12.0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