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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이야기

(알 럽 말레이시아) 에피소드8

by 피안재 2015. 12. 1.

 

 

 

 

 

 

 

 

 

 

 

 

 

 

  흔히들 사람들은 (치여산다)는 표현들을 자주하곤 한다.

  일에 치이고

  돈에 치이고

  자식에게 치이고

  아무튼 본인의 의사와는 반하게 무엇인가에 짖눌리고 쫓기듯 산다는 뜻일게다.

  나는 그런 표현들이 싫다.

  내 의사와 반하여 마지못해 끌려가는 그런 상황들이 싫다.

  하지만 나도 사람인지라 그런 일이나 그런 생각들이나 그런 느낌들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그럴때면 나는 무작정 걷고는 한다.

  내 두발 위로 내 자신만 동행을 하고 조금은 쓸쓸한 듯, 조금은 호젓한 듯 마냥 걷는다.  물론 가끔은 땀흘려 산을 오르기도 한다.

  일이 정신없이 바쁠때는, 제발 며칠이라도 좀 푹 쉬어 봤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직업상 일감이 줄어들어 무료한 나날이 며칠이고 지속되면, 또 제발 딸흘려 일했으면 개운하겠다는 생각을 한다.

  어찌 보면 산다는 것 자체가 늘 이런 상반되는 상황의 연속이 아닐까?

  이런 거듭거듭 비슷하게 반복되는 일상에서 벗어나는 좋은 방법으로 내가 오래전부터 택한 것이 바로 여행이었다.

  내 마음에는 가고싶은 곳이 참으로 많다.

  나는 그곳에 가고싶은 염원을 형형색색의 풍선에다 소망의 온기를 불어넣고 나의 방에 나의 가슴에 주렁주렁 매달고 살고있다.

  일에 지치면 빨간풍선 파란풍선 노란풍선의 줄을 교대로 잡아당겨  어느때고 찾아가 볼 그 여행지에 대한 그리움으로 달래본다.

  무료할때면 같은 방법으로 풍선을 당겨, 그 풍선 안에 담겨있는 여행지에 대하여 실질적으로 구체화 할 수 있는 계획을 짜 본다.

  그러다 보니 내 마음엔 이미 내가 찾아가고픈 여러곳의 구체적인 여행계획이 완성되어 있는 곳이 여러군데 있다.

  나는 아무때고 어디로든 떠날 준비가 갖추어져 있는 것이다. 

  이것은 상당히 설레고 기대되는 일이다. 

  무엇엔가에 치이고 무엇엔가에  쫓기며 사는 생활에서 벗어나게 해주고 오히려 생활에 상당한 활력소가 되어줄 것이 분명하다.

  그래서 나는......  나와 아내는.........

  우리의 두 발이 온전하게 우리를 어디로든 데려다 줄 수 있는 그날까지 걷고 또 걷고 어디로든 또 떠날것이다.

 

 

 

 

  오전 수영을 마치고 우리는 다시 도로에 나왔다.

  페낭에 왔으니 바투 페링기 해변을 안보고 갈 수는 없지 않겠는가.  페낭 최고의 해변이라는데.

  물론 책자들을 통해 무척 실망할 것이라는 것은 잘 알고 있었다.

  말레이시아에서의 비치는 코타키나발루나 아니면 랑카위에 가야지만 열대의 아름다운 해변을 볼 수 있응 것이라는 소식은 접했다.

  그런데 정말 그랬다.

  그래도 적도 가까운 열대우림지역인데  최소한의 비치라면............ 절대 아니다.

  해운대나 경포대를 상상하며 비교해 보자면............  비극이자 악몽이다.

  우리나라 동해안이나 남해안을 여행하다보면 나타나는 작은 어촌마을 한쪽으로 아담하게 들어서있는 동네수영장 이라고 하면  썩 적절한 표현일 듯 싶다.  그냥 우리가 묵고있는 씨 뷰 호텔 수영장아래 백사장이 훨 낮겠다 싶다.

  ㅋㅋㅋㅋㅋㅋ

  우기가 시작하는 시즌이라 그런지 사람들이 그렇게 많은것은 아니다.

  현지인들이 많다.

  모터보트. 바나나 보트. 패러글라이딩 등의 해양스포츠가 펼쳐지고 있고,  노천식당의 호객행위와 또 가장 많이 눈에 띄는 여기저기 거적떼기 하나 깔고 즉석시연하는 안마사들의 호객행위가 극성이다.

  챠밍여사가 패러글라이딩을 타 볼것을 강력 권유하는데,  난 내년의 계획중에 이미 돌로미테 알프스산중에서 계곡을 타고 내려오는 패러글라이딩을 계획하고 있기에 사양했다.

  바투패링기의 해변은 참으로 볼품 없다.

  다만 그 해변 뒤로 들어선 고급 호텔들과 비치들과 별장들은 지상의 파라다이스인 페낭에서도 별천지중 별천지임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었다.

  정말 돈 있으면 여기 바투페링기 해변뒤로 별장하나 있었음 좋겠다.

  해변에서 기념품 상점들도 둘러보고 음식점도 둘러보는데 정말 별로 마음에 안든다.

  하여 해변을 뒤로하고 도로로 나와 그냥 바투페링기 동네를 여기 저기 구경삼아 돌아다녀 본다.  오늘도 무지 덥다.

  허기도 느껴지지만 당장은 망고쥬스가 그립다.  아이스 레몬티가 먹고 싶다.

 

 

 

 

 

 

 

 

 

 

 

 

 

 

 

 

 

 

 

 

 

 

 

 

 

 

 

 

 

 

 

 

 

 

  그대 바투 페링기 번화가를 지나가는 페낭 투어버스(hop on hop off)가 보인다.

  이층에 지붕없는 의자에 앉아서 페낭의 아름다운 풍광을 감상할 수 있는 투어버스.  참 이쁘게도 생겼다.  꼭 타보고 싶다.

  시내버스를 타고 목적지에 내리면 꼭 그때 이쁜 투어버스가 지나간다.

 

  바투 페링기 비치가 너무 실망스러워서였을까?

  이번 여행중 가장 뜨거웠던 이날의 날씨 때문이었을까?

  챠밍여사의 표정에서 피곤이 누적된것이 보인다.

  하여 식당을 찾던증에 느닷없이 챠밍의 입에서 터져나온 한마다..........

    - 에게게게. 디게 웃긴다.  요걸 누구 코에 붙이라고.........

  무슨 소린가 하여 다가가서 보니........  그거 말이 정말 된다.  나도 배꼽을 잡고 웃었다.

  바로 아래 사진에 보면 (탄두리 치킨)이라는 말레이시아 유명 음식이 있다.  닭을 살짝 삶아서 칠리소슬를 듬뿍 바르고 다시 기름에 푹 튀겨서 각종 야채와 함께 먹는 유명한 요리이다.  그런데 이름이 (Tandoori)이다.   여기서 T를 그냥 한국식으로 약한 발음을 해보니까 그냥 (단둘이)가 되는 것이다.  사진의 닭은 한 1/3이나 1/4마리 정도인데  (단둘이) 라니.   고걸 가지고 누구 코에 붙이느냐는 것이었다.  하긴 우리 같으면 (단둘이)가 아니라 (새발의 피두리)쯤이나 될까?

  그래서 그 음식점으로 올라갔다.

  한참을 망설이다가 챠밍이 주문을 했는데........ 컨디션때문일까?  자기 입맞에 잘 맞지 않는단다.

  맛과 향이 좀 강했다.  거의 인도요리였다.

  그냥 남기자는 것을 나는 기어코 말끔하게 모두 먹어 치웠다.  향도 맛도 강했지만 좀 진하게 짰다.

  다른곳으로 가서 점심을 마저 챙겨주려니 기어코 마다하고 숙소로 가서 좀 쉬잔다.  어제 많이 사 놓은 망고랑 맥주가 그대로 남아있다.

  대신 저녁을 좀 일찍 거니에 나가서 거나하게 먹고 싶단다.

  그래서 돌아오는 길에 기어코 이쁜 투어 버스를 기다리는데..........

  타보겠다고 기다렸는데........

  안 온다. 40분이 지났는데도 안온다.

  인내력 고갈될 즈음에 101번 버스는 벌써 세번째 버스가 다가오고 있지 않은가.

  그래서 오늘은 포기하고 시내버스에 올랐는데.......  그때 투어 버스 쨘하고 나타나더니만 휙 하고 시내버스를 앞질러 간다.

  이런 염병 할.........

 

 

 

 

 

 

 

 

 

 

 

 

 

 

 

 

 

 

 

 

 

 

 

  숙소에서 남은 망고랑 보아 차를 끓여 먹고는 아주 잠시 수영장에 다녀와서 처음으로 낮잠을 잔다.

  우리 여행에서 숙소에서 나뒹굴거나 낮잠을 자는 경우는 이제껏 기억에 없었는데 말이다.  그래서 나도 옆에 누워 TV채널을 쪼물락 거린다.  채널이 열 두갠가 밖에 안되는 말레이시아 TV 디지게 재미 없다.

  우린 역시 기운을 차리려면 걷던가 뭘 먹어야 한다.

  ㅋㅋㅋㅋㅋㅋㅋ

  해저물었다고 거니로 저녁먹으로 가자니까 금새 다시 쌩쌩하게 나선다.

 

 

  페낭 최고의....... 아니지. 단연 말레이시아 최고의 푸드코트로 너무도 유명한 거니 드라이브의 야시장을 찾아서........

 

  일단 프라자 거니에 내려서  에어컨 바람을 쏘인 뒤 카페 거리를 통해 후문 앞 해변으로 간다.

  여기저기 밝혀진 네온싸인과 지나는 차량들의 불빛으로 한낮의 거니 드라이브와는 전혀다른 환상적인 밤의 모습을 마침내 드러냈다.

  멀리 거니의 앞바다에는 정박중인 크루즈에서 휘앙찬란한 불빛들이 쏟아져 나온다.  크루즈를 이용한 페낭여행도 대단히 인기다.

  피곤해 보이던 챠밍여사도 다시 이고세 와서 북적거리는 사람들과 어디선가 풍겨오는 음식냄새를 접하고 나니 비로소 다시 생기가 돈다.

  언젠가 나도 지중해에서 크루즈를 타고 아드리아해의 크레타섬을 돌아봤으면........

  도로를 빼곡히 점평한 차량들은 아예 올짝달싹할 기미조차 보이지 않는다.  그냥 도로가 아닌 노상 주차장이다.

  그 도로 옆으로 길게 늘어선 불야성.

  바로 거니 드라이브다.  그 유명한.........

  인산인해다.

  정말 발디디고 섰거나 비비고 들어설 틈이 없다.

  아시아 최고의 인종전시장이 바로 여기가 아닐까 싶다.

  쿠알라의 잘란 알로 거리나 차이나 타운은 속된 표현으로 (쨉도 안된다)(이빨도 안들어간다)는 표현으로도 부족 할 성 싶다.

  정말 정말 반육박전을 하다시피 하여 한바퀴를 돌며 일단 구경은 했다.

  그리고 나서 챠밍과 나는 우리가 마음속으로 먹어봐야겠다고 점찍은 것을 향해 다시 진격을 했는데........

  고지는 바로 저 앞인데 人사태로 길이 무너지고 막혀서 도저히 고지에 접근 할 수가 없다.  아주 어쩌다 설혹 고지까지 갔다 싶으면 이미 그 앞을 점령하고 길디 길게 늘어선 행렬들.......... 어느세월에 기다리느냐고라고라고라고라고라   요?

  또 거기다가 어찌어찌 해서 음식을 사 들었다고 치자.  그땐 자리가 없다.

  그러고 보니 여행객들은 대다수 무리를 지어서 온다.  사방으로 흩어져 일단 자리를 차지하고 본다.  적은 자리가 떨어져 확보되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읍소하면서 자리체인지를 한다.  의자 열개를 다섯병이서 확보해 놓으면, 나머지 다섯명이 사방으로 돌아다니며 줄도 서고 새치기도 하면서 음식을 사서 나른다. 남은 다섯명은 빈자리 다섯개에 도전해 오는 다른 사람들과 또 전쟁을 벌인다.

  뭐...... 아주 쉽게 표현하자면........  전쟁터에서  겨우 벗어난 난민촌 급식소 풍경이다.

  화교인 듯한 아주 유능한 젊은들의 멋진 작전을 볼 수 있었다.

  한 둘 셋이서 자리를 확보하는 동안 나머지는 사람들이 좀 뜸한 과일이나 샐러드를 사서 우선 날라 온다.  음식들에 비하면 부피도 과일이 크다.  그리고 일단 맥주를 대여섯병 사온다.  그런 후에 자리만 나면 비집고 들어가 확보를 하거나 체인지를 계속해서 제법 너른 아지트를 확보하는 것이었다.  아직 음식은 하나도 사지 못했다.  그런데 넓게 차지한 테이블에 과일이 올랐고 맥주와 술잔이 먼저 오르고 나니 누가 보아도 엄연하게 임자가 있는 자리가 되는 것이었다.  4인 테이블 4개를 두군데로 나누어 확보를 하고는 자리지키는 놈은 달랑 한 명.  다른 열명은 죄다 가서 줄을 서거나 구입한 음식을 퍼 나른다.  사람은 모이기도 전에 아주아주 푸짐한 상차림이 꾸려지고 있었다.

  재주하난 정말 기막힌 놈들.

  우린 음식은 커녕 자리도 못잡았는데 썰렁하게 빈 자리에  푸짐하게 차려진 놈들  테이블을 바라 보자니 쬐끔 부럽다.

  우리가 냉정하게 생각해 보니 오늘 여기서 편하게 자리잡고 앉아서 푸짐하게 음식 먹기는 절대 불가능.

  하여사 한가지만 골라 찍어서 포장해 가지고 가서 숙소에서 먹어보기로 했다.  그 결과로 낙점된 놈들은 두가지.

  물구나무 선 통오징어와 꽃게.

  통오징어와 꽃게를 겉에 밀가루와 향료를 입혀서 긇는 기름에 아주 바싹 튀겨낸 요리였다.  거꾸로 물구나무 세워서 진열을 하고 있었다.

  힘들게 힘들게 기어코 두 녀석을  사서 포장을 했다.  칠리 소스와 함께........

  아쉬웠다.

  정말 아쉬웠다.

  쿠알라의 잘란 알로에서도 진혀 이런 느낌은 없었다.

  그런데 여기 거니 드라이브는 달랐다.  확실히 달랐다.

  무조건 맛있어 보이고  무조건 먹고 싶었다.  아무거라도 상관이 없을것 같았다.  그만큼 그렇게 아쉬웠다.

  천국이 바로 거기였다.

  길거리 음식의 천국........  거니 드라이브가 바로 거기였다.

 

 

 

 

 

 

 

 

 

 

 

 

 

 

 

 

 

 

 

 

 

 

 

 

 

 

 

 

 

 

 

 

 

 

 

  날아간 거니 드라이브에서의 만찬.

  정말 너무너무 아쉽다.  언제 다시 갈 수 있으려나?  말레이시아 때문이 아니라도......  거니 드라이브 때문에 페낭에 다시 가고 싶다.

  이번 여행 최고의 아쉬움이었다.

  어떻게 하든 그냥 푹 그곳의 정취에 마냥 취하고 싶었는데..........

 

  튀긴 오징이와 꽃게를 들고 우리는 쫄랑쫄랑 다시 아쉬움을 달래며 프라자 거니의 안으로 들어간다.

  거니는 거니고.......  심야에 펼치는 우리만의 성스런 의식은 거행해야만 하니까.......

  지하마트에 가서 오늘도 와인 두 병에 캔맥주에 망고와 다른 과일을 사야하지 않겠는가.

  거니 드라이브에서 못한 저녁은 어제 저녁처럼  호텔 입구의 야시장에서 오늘은 아예 아주 커다란 고기로 바짝 튀겨서 먹기로 했다.

  그렇게 프라자 거니의 지하상가를 지나치고 있는데..........  아. 글. 씨.

  저녁시간이 많이 지났어도 지나갔을 타임에 어떤 식당 앞에 사람들이 서성이며 식당 밖으로 거치대처럼 만들어 놓은곳에서 메뉴판을 살피고 있다.

  - 저기가 뭐하는 데야?

  궁금해서 가 보았다.  크기나 분위기로 고만고만해 보이는 중화요리 식당이었다.

  안을 들여다 보니 빈자리가 하나도 없아.  직감처럼 뇌리를 강하게 때리는 호기심......... 뭐지?

  조금 낯선분위기일 뿐 달리 특별할것은 없어 보이는데........ 그때.

  출입구 바로 앞으로 두 명만 달랑 앉을 수 있는 테이블의 손님이 일어난다.  에라이.......... 모르겠다.

  날렵하게 들어가서 차지하고 앉았다.

  메뉴판을 신중하게 살피고 또 살피는데.........  음식이 좀 깔끔할거라는 느낌은 있는데 나머지는 별반 새로운것이 없어보인다.

  호기심 증발 그리고 소멸...........

  그냥 미안하다고 하고 나갈까 말까 하다가 호텔앞에 가봤자 안주와 맥주뿐이니까 아주 가볍게 골라서 요기나 하잔다.

  그래서 골랐다.  아래 사진의 허접해 보이는 아주 조촐해보이는 값도 제법 저렴한 음식으로 두가지를.........

  그런데..........

  오.

  마.이.

  갓.

  맛있다.

  정말로 정말로 맛있다.  아주 깔끔하고 적당히 달콤하고 정말 정말 무지 무지 맛있다.

  오징어와 청경채가 듬뜩 들어간 요 자장면 비스무리한거 쫄깃쫄깃 살살 녹는다.

  부로콜리랑 통통한 새우살에 게 속살까지 듬뿍인 요 스프같은거 쫀득쫀득 아삭아삭 맛이 기가막히다.

  이번 (알 럽 말레이시아) 여행을 통 털어서 가장 맛있는 음식을 하나만 꼽으라면 당연히 여기 이 믐식이다.

  그 다음으로 분위기까지 더해서 배가 푸짐하고도 사람을 행복하게 했던것은 콤타몰의 차이나 식당을 꼽는데 주저하지 않겠다.

  - 이럴줄 알았으면 좀 나은거로 아예 한가지 더 시켰을것을..........

  챠밍여사에게도 꽤나 아쉬움을 듬뿍 안겨주는 음식이었나보다.

  셈을 치루고 식당 밖으로 나오려는데.........  족히 열명이 넘는 사람이 줄을 서고 있었다.  세상에나 이 시간에..........

 

  다시 가던걸음으로 마트에 가서 심야만찬 꺼리 사고 호텔로 다시 돌어온다.

  호텔 로비에 들어서니 매니저랑 남자 한 명이 후런트 바닥에 염색한 쌀로 조형물을 만들고 있다.

  이런저런 신기한 이야기를 잠시 나누다가........ 그 작업이 상당한 시간을 필요로 한다는 것을 알고는

  - 내일 아침을 기대하겠습니다.  멋진 작품 만들어 보여주세요.

  인사를 하고 방으로 올라갔다.

  테라스에서 인도양의 야경과 탄중붕가의 야경을 감상하며 시간을 보내다가......

  마침내 다시 찾아온 성스런 의식의 시간........

  OH. HAPPYDAY,

  OH.  WONDERFUL NIGHT.

 

 

  - 챠밍아.

  - 응?  기분 짱이니까 다 들어줄께. 말해봐.

  - 있잖아........

  -  뜸들이지 말고 말하라니깐?  뭐 일 저지른거 있어?

  - 있잖아.......

  -  그래 있어.  그런데 뭐........ 뭐.............?

  - 우. 리. 낼. 집. 에. 가. 는. 날. 이. 다.

  - 당신. 아니 너..........  내가 절대 그 말만은 하지 말랬지?  누구 죽는 꼴 볼래문 하랬지? 누가 죽나 볼까?  어디 한번 죽어 볼텨?

  - 다 들어 준다며......................?

  - 딱 그말만 빼고야.  이 웬수야............. 나 어떻하니.............?(그날 그 밤....... 많이 얻어 터졌다)

 

 

 

 

 

 

 

 

 

 

 

 

 

 

 

 

 

 

 

 

 

 

 

 

 

 

 

 

  아침에 일어나서 부지런히 조식을 마친 챠밍여사 얼른 수영복 갈아입고 다시 수영장에 풍덩했다.

  다른 여행객들 겨우 부시시 일어나 식당에 내려와 테라스에 앉아서 인도양의 바람결에 잠 깨우면서 아침들 먹는데,  이 아짐마 전혀 아랑곳 하지않고 호텔 풀장을 전세내서 혼자 유유히 잘도 논다.

  대한민국 아줌마들 대단하다.  특히 본전은 어떻게든 뽑아야 한다는 사명감에 있어서는 진실로 위대하다.

 

  10시 넘어서 체크아웃을 하고 콤타몰로 이동, 보관소에 캐리어를 좀 맡기려고 아무리 찾아헤매도 작은 보관함은 터미널에 있지만, 캐리어를 보관해 주는곳은 어디에도 없다.

  우리 스케줄에 의하면 우리는 아직 가 보아야할 여행목적지가  남아있었다.

  우리는 페낭 힐을 가야만 한다.

  허면 어쩌겠는가?

  우리는 캐리어를 끌고 페낭 힐 가는 시내버스에 식씩하게 올랐다.  까짓 케이블카도 캐리어 들고 타지 뭐.

  페낭 힐에 도착하고 보니............

 

 

 

 

 

 

 

 

 

 

 

 

 

 

 

 

 

  여긴 한낮의 거니 드라이브 였다.

  위의 사진에 보이는 입구 안쪽으로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몰려 표를 사려고 줄을 길게 섰던지...........

  정말 난리도 그런 날리가 없어 보였다.

  대충 늘어선 줄의 꼬리를 잡고 서있는 사람만도 족히 한 300명은 넘어 보였다.

  일단은 줄을 섰다.

  그런데  그 줄이 쉽게 줄어들지를 않는다.  서서히 떠오르기 시작하는 어떤 불안감.........

  결국 인파를 통제하러 출동한 젊은 여자 폴리스에게 자문을 구했다.  전반적인 우리의 상황을 설명하고 나자 돌아오는 답은.........

  - 아무래도 좀 무모하고 위험한 생각인것 같다.  오랫동안 여기를 관할해온 경험으로 볼때,  지금 매표에만 1시간 반정도 걸리고,  올라가는 케이블카가 워낙 느리다보니까(탑승 후 올라가는데만 30분) 계속 밀려서 매표 시간에 1시간은 추가해야 하겠다.  올라가고 내려오는데 30분씩  1시간 소요된다고 치면...........  어떻게 당신이 무사히 올라갔다는 가정하에서도, 이 같은 상황이 저 산 위에서도 반복된다고 보면,  당신의 비행스케줄에 엄청난 지장을 초래 할 수도 있다.  마음으로는 안타깝겠지만 진정으로 말리고 싶다.

  너무도 고마운 자문의 내용을 그대로 챠밍에게 전했다.

  아무리 페낭 힐이 올라가 보고 싶어도 비행기를 놓치면서 까지 돌아볼 수는 없지않겠는가.

 

  페낭 힐은 해발 830M의 페낭에서 가장 높은 산봉우리 이다.

  여기에 오르면 페낭 섬 전체를 내려다 볼 수 있어서 관광지로 명성을 날리고 있다.  또한 표고차는 그렇게 높지 않지만 열대의 특성으로  산 정상과 산 아래의 온도차가 거의 5도씩 차이가 나서 휴일이면 시원함을 맛보려는 현지인과 관광객들이 항상 넘쳐난단다.

 

  페낭 힐 스케줄이 펑크가 나면 이제부터 남는 시간은 도대체 뭘하지?

  그때 두 눈에 가득 들어오는 어떤 그 환상적인 아름다움. (그래. 바로 저거야!)

  씨티 투어버스가 여기 페낭 힐을 경유하고 있었다.

  나는 얼른 그늘에 쉬고 있는 챠밍여사를 찾아서 새로운 플랜을 설명하기 시작했다.

  몇 번이고 시도하려 했으나 이상하게 연이 닿지 않았던 씨티투어 버스에 대해서 배낭을 열고 미리 준비해 두었던 자료들을 꺼냈다.

  투어 코스. 투어 시간 등등을 나름 철저하게 조사해 둔 상태였다.

  - 그래 저거야.  그렇게도 만나질 못하겠더니, 이렇게 마지막에 다른 스케줄이 어긋나고나니깐  이제야 제대로 보이는구나.

  - 비행기 타는 거하고 지장없겠어?

  - 문제 없어.  조지타운 중심으로 같은 코스를 몇대의 버스가 거리를 두고 계속 반복해서 도는 코스야.  쿠알라 처럼 가다가 맘에들면 내려서 구경하고 다시 뒤에 버스를 타고 그러는.........  1회 순환주행 시간은 2시간이라 하는데.......  평균 1시간반정도 걸려.  그러니까 우리는 마음을 푹 놓고 두바퀴를 돌아도 충분히 시간이 있어.

  - 공항 가는 시간도 생각해야지.  투어버스가 공항도 가?

  - 아니야.  여기 페낭 힐에서 시작하면  일단 콤타로 가서 올드타운을 돌아 웰드키로 가고,  다시 세인트죠지 처치 인근을 돌아서 외곽으로 나가.  거니 드라이브에서 뒷길로 페낭 힐에 다시 가는 경우와,  비치를 도는 코스는 바투페링가를 다녀오는 경우가 있어.  우리는 여기서 타고 콤타 지났다가 이다가 다시 여기 페낭 힐을 거쳐 콤타에서 내리면 되. 넉넉잡아 2시간.

  - 2시간 동안 버스만 타는거야?

  - 그냥 페낭서 처음 버스투어 하는 사람들 보다는 우리가 훨씬 재미있을 거야.  이 버스투어 코스의 절반 이상을 우리가 걸어서 다 다녀봤기 때문에 더 많이 새로울거야.  2층 오픈카에 탔다가 더우면 안쪽으로 들어가 에어컨 쐬면 돼.

  - 그럼 요금이 비쌀거 아니야?

  - 쿠알라나  여기 페낭이나 투어버스 요금은 1인당 45링킷 고정이야.  페낭 힐 다녀오는 비용이나 별반 차이가 없어.  트러스트 미.  이게 훨 더 재미있을 거야.  그렇게 내가 고대했는데 이제야 타 보는구나.

 

  한참 더 지나 언덕 아래에서 2층 버스가 올라오고 있었다. (HOP on HOP OFF)라고 적힌 멋진 버스가.......

  우리는 버스에 올랐다.

 

 

 

 

 

 

 

 

 

 

 

 

 

 

 

 

 

 

  이 버스의 이용요금을 한 15% 정도 디스카운트 하는 정말 정말 웃지못할 해프닝도 있었지만 여기서는 생략하여야겠다.

  쿠알라룸프나 페낭에 가는 여행객은 이 (hop on hop off)라는 2층버스를 이용한 시티투어를 꼭 꼭 해보시라고 권하고 싶다.

  가이드 북을 들고서 무조건 버스에 오른다.

  1인 45링킷을 지불하면 티켓을 주는데 이 티켓이 24시간 사용권이다.

  쿠알라는 오로지 한 코스이고,  페낭은 비치 투어와 조지타운 투어 2가지로 나뉜다.  도심을 도는 코스는 대부분이 같은데  비치 코스의 경우 탄중붕가와 바투페링기를 순회한다.  타고가다가 가이드 북에 나오는 여행지를 찾았으면 내려서 관광하고 아무쪽으로 향하든 다음 맘에 드는 버스에 다시 오르면 된다.  어차피 순회니까......

  버스가 페낭의 북부지역,  조지타운의 인근을 샅샅히 구경시켜 주는데........ 아무래도 그냥 버스에셔 내려다 보는 것만으로는 재미가 덜하겠다.  우리처럼 사전에  오로지 발품을 팔며 절반 이상의 코스를 미리 워킹투어 한 후에 버스투어를 하니 더욱 흥미롭기도 하고 새롭기도 했다.

 

  하여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어느정도 워킹투어로 페낭의 속을 들여다 본 후에  버스투어를 하게되면 아주아주 황홀한 경험이 될 것이라고 강력하게 추천하고 싶다.

  너무도 환상적이고 감동적인 2시간이었다.

  이 순간까지 페낭 힐에 오르지 못한 것에 대한 아쉬움은 이젠 전혀 없다.

  그러나 워킹투어로 페낭의 곳곳을 두루 둘러보고 나서 (시험공부 충정리 복습하듯이) 버스투어로 다시 돌아본 페낭은 정말 아름다웠다.

  여행의 백미란........ 바로 이런것일 것이다.

  (알 럽 말레이시아)

  (알 럽 페낭)

  (알 럽 hop on hop off)

 

 

 

 

 

 

 

 

 

 

 

 

 

 

 

 

 

 

 

 

 

 

 

 

 

 

 

 

 

 

 

 

 

 

 

 

 

 

 

 

 

 

 

 

 

 

 

 

 

 

 

 

 

 

 

 

 

 

       이제

       집으로 가자

 

 

 

 

 

 

 

 

 

 

 

 

 

 

 

 

 

 

 

  그리고는................

  어느 가을 새벽에 뒤란으로 난 창을 열고 알싸하게 지쳐들어오는 바람결을 느깨며 마시는 따끈한 커피향 같은..........

  그런 추억을 간직한채 집으로 돌아오는 길.

  랑카위를 계획에 넣었으면서도 챠밍의 컨디션에 따라 강행하겠다고 생각했었는데  둘째날의 어그러진 상황으로 끝내 포기한것이 아쉽고, 코랄투어를 숙소이동 문제와 연결되어 실행치 못했다.  좀 더 현지인들과 살갑게 접촉을 해보고 싶었는데 아쉽고,  멋진 레스토랑에서 코스요리를 한번 해보고 싶었는데 아쉽다.

  페낭 공항에서 먹었던 음식이 여행내내 중에서 가장 맛없었던 기억............  가는 사람이라고 박대하는 것인지 디게 맛 없었음.

  대신 먹은 도너츠의 달콤함과 커피의 따뜻하고 향긋함.........

  쿠알라 공항에 내릴때도 엄청난 비에 천둥 벼락이 치더니만............

  페낭을 떠나는 순간에도 많은 비와 천둥 벼락이 난리를 부렸다.

  누가 뭐라 해도 내겐 사랑 스러운 (에어 아시아).

  그 빨간 로고가 유독 그립기만 하다.

  밤새 날아와 비행이 끝날 즈음에 쨘 하고 나타난 인천공항.  사랑스럽고 자랑스런 대한민국.

  여기에도 우리를 반기는(?) 겨울비가 내리고 있었다.  충주 도착할때까지 계속된 비.

  여러날이 지났음에도 여전히 그리운 그때.........  그날의 기억 여행의 추억들........

  다음 여행을 또 꿈꾸고(소원) 기약하면서 이제는 준비하는 마음으로 현실생활에 더욱 매진을 해야겠다.

  살아 있음에, 걸을 수 있었음에,  또 나란히  손잡고 함께 갈 사람이 있어서 행복한 여행이었다. 

 

  알 럽 말레이시아.

  알 럽 페낭.

  그리고.........

  알 럽 챠밍.

 

 

 

 

 

 

 

 

                          ------ 감사합니다,  다음 여행에서 다시 만나기를............ 2015.11.  피안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