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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이야기

(알 럽 말레이시아) 에피소드7

by 피안재 2015. 11. 30.

 

 

 

 

 

 

 

 

 

 

 

 

 

 

 

 

 

  숙소에서 대충 짐을 정리하고 나니 배가 고파온다.

  이번 여행의 후반부에 접어들면서 이곳에서는 무조건 푹 쉬자고 선택했던 곳이다.

  너무너무 마음에 들었다.  모든것이 기대했던 것보다 훨씬 좋았다.

  - 이제 여행의 막바지로 왔네. 두 밤 자고나면........

  - 노!

  정리하던 짐을 내팽겨치고 챠밍여사가 쫓아와 내 입을 틀어막는다.

  - 날짜 가는 소리만은 제발 하지 마라. 나 지금 시간가는게 얼마나 아까운줄 알아?  나 지금 마음졸이고 또 졸이고 있단 말이야. 나 점 점 집에 가기 싫어지고 있어. 어떻하니? 여기서 며칠만 더 있고싶어...........

  - 그럼 페널티 물고 뱅기표 며칠 연기하면 되지 뭐.

  - 집에가도 할일이 태산이고 하던 일도 이미 스케줄이 다 나와있는데,  뻔히 안되는 일인줄 알면서도 점 점 집에가기 싫단 말이야.  그러니까 날짜 이야기는 하지마. 누구 미쳐서 죽는꼴 볼래?  아들이 로마에서 떠나오기 싫었다든데 바로 이런 기분이었을꺼야.

  - 그럼.......  우리 아주 여기 와서 살까?  페낭으로 이민 와버려?

  - 그러고 싶어.  여기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 있고,  어느정도만 욕심없이 생활할 수만 있다면 그냥 여기 눌러앉아 살고싶어.

  - 이거 정말 일 났네. 일 났어.  그럼 아들은 어떻하니?  손주를 둘 까지는 길러준다고 해놓고?

  - 이젠 지덜 자식이니까 지덜이 알아서 하라고 해야지.........

  - 아들한테 이른다?

  - 이르든가?

  와!

  아들에게 일러도 좋단다.  이사람 페낭에......  여행에 빠져도 아주 아주 단단히 빠져버렸다.

  - 나 배고프다?

  - 나도.

  - 고기가 먹고 싶어. 아주아주 푸짐하게.

  - 나는 스팀보트가 먹고싶어.  공항에 내리면서부터 쭈욱 먹고싶었어.

  스팀보트.

  말레이시아여행 계획을 하면서 꼭 먹어보고 싶었던 음식이었다.

  냄비같은 그릇에 육수를 끓여놓고 각종 야채와 해산물과 고기를 넣어 익혀서 꺼내먹는,  우리로 치자면 신선로나 쌰브샤브 같은 음식이라 해야겠다. 킬리아 공항에서 막 벗어날 즈음에 도로변의 커다란 간판에 스팀보트 광고판이 있었다.  그래서 쿠알라와 페낭의 저자거리 프드코트마다 찾아보았는데 보이지를 않았다.  그래서 스팀보트는  유명한 식당에서나 하는 전문요리지 노점음식은 아닌가보다 하고 있었던 참이다.

  우리는 푸짐한 식사를 기대하면서 거니 프라자로 갔다.

  그런데 이여행의 시작에서 끝까지를 통털어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나의 움직이는 내비게이션이 말썽을 일으켰다.

  책자를 통한 사전조사로는 센트럴호텔에서 거니프라자까지 직선서리로 2.3km였다.  센트럴 앞에서 시내버스를 타고 한참을 가고 있는데 거만치 앞쪽 커브에 거니프라자 건물의 옆모습이 보이는 것이었다.  그래서 잽싸게 내렸다.  그런데 아뿔싸  비슷하기만 했고 거니가 아니었다.  그래서 가장 더웠던 날에 또 걷고 걸었는데, 프라자에서 돌아다보니 딱 중간쯤에서 내렸던것 같다. 한 3km는 족히 걸었다.

  - 이번엔 진짜 거니 맞어?

  땀에 흠뻑 젖어서 겨우 찾아간 프라자 거니.

  무척이나 화려하고 멋진 쇼핑몰이었다.  짜임새까지 친다면 이제껏 말레이시아에서 본 최고의 쇼핑몰이었다.

  그리고......  무척 무척 시원했다.

  땡큐가 배리배리로 마치였다.  ㅎㅎㅎㅎ

 

  프라자 거니의 정문과 후문안쪽으로 정말 멋진 조형물이랄까 예술품이랄까,  활홀하도록 아름다운 작품이 바닥에 폎쳐져있다.

  그런데 이것들이 쌀로 만들어진것이라 할때 또 한번 크게 놀랐다.

  쌀을 형형색색의 물감으로 염색을 해서 다음으로 사람의 섬세한 손길을 더해 이처럼 아름다운 에술을 탄생시킨다니 말이다.

  정말 정말 멋졌다.

  이런 멋진 작품은 다음날 저녁에 외출을 마치고 센트럴 호텔에 돌아갈때도 있었다.  호텔에 막 들어서는데 땅바닥에 두 사람이 앉아있었다.  매니저인 여성분이 작품을 만드는 분이었고 남성분이 거들고 있었다.  나는 그곳에서 쌀로 이 작픔을 만드는것을 직접 보았다.

  정말 정말 멋졌다.

  프라자 거니의 쌀로만든 작품을 보고나서 우리는 곧장 4층으로 올라갔다.

  푸짐하게 고기를 먹을 수 있는 곳을 찾아서.

 

 

 

 

 

 

 

 

 

 

 

 

 

 

 

 

 

 

 

 

 

 

 

 

 

 

 

 

  여행중에 음식을 고르는 일은 항상 어렵다.

  어디가서 무엇을 볼것인가 보다 어디가 무엇을 먹을것인가가 훨씬 어렵다.

  음식 이름들이 그나라 본래의 음식이름으로 불려지고 표기되는 것도 있지만,  언제 먹어봤어야지 맛있는지 없는지를 알지?

  4층은 유명한 음식점들이 들어서있는 푸드코트다.  각종 여행안내 책자와 블로그들에서 본 이름난 식당들이 여기저기 보인다.  그 앞에 서서 외부로 내건 음식메뉴들을 살펴보는데, 썩 내키는 푸짐한 고기요리가 보이지 않는다.  하여서 우리는 다시 지하 식당가로 발걸음을 옮긴다.

  지하상가를 모두 둘러보아도 딱히 이거다 싶은 음식들이 보이지 않는다.  벌써 며칠째 말레이시아 각종 요리를 골고루 먹어보았으니 이번엔 무엇인가 확실히 다른 새로운것으로 푸짐하게 먹고 싶었는데......

  결국 지하상가 매점직원에게 '고기뷔페 같은 푸짐하게 먹을 수 있는 곳이거나, 스팀보트를 먹을 수 있는곳'을 물어보았다.  그 직원이 이야기 끝에 손가락으로 가리키는 곳.........

  오.

  마.이.

  갓.

 

  SEOUL GARDEN.

  세상에나........

  기껏 자문까지 구해서 푸짐하게 먹어보겠다고 이적지 찾아나섰더니만.......... 서울가든 이라니?

  '여기까지 와서 기껏 한국음식으로  배를 달래야 하나?' 하는 생각으로 서울가든 안을 기웃기웃 살펴본다.

  그냥 한국에서 흔하디 흔한 고기뷔페다.

  하여서 둘이 마주보며 고개를 설레설레 흔든 뒤 지나치려는데........ 서울가든 모서리에 붙어있는 광고판에 분명 '스팀보트'라고 써 있었다.

  그냥 지나칠 수가 없어서 기어코 안으로 들어가 써빙하는 사람에게 물어보았다.

  한국처럼 불판에 온갖 야채와 고기들을 무한리필로 가져다 구워먹는것까지는 같은 고기뷔페인데....... 8링깃 이었나? 12링깃이었나를 추가로 내면 그 불판 위로 구수한 육수가 담겨진 냄비같은 것이 올려지고 육수또한 리필이 되면서,  구워도 먹고 샤브샤브도 먹을 수 있게되는 것이란다.   아쉽게도 술은 없지만 음료수도 무한리필이란다. 쥬스도 있는데 파인이다. 망고가 없다.(옥의 티)

  ㅎㅎㅎㅎ  그렇게 설명을 듣고나니 당장 생각이 달라지는 것이 아닌가.

  그래서 음식진열대가 멀지않은 적당한 곳에 테이블을 차지하고 앉았다.

  끓이고 굽고 엄청나게 여러가지를 푸짐하게 퍼다 날랐다.

  그리고 제대로 우리의 진가를 발휘하는 대단한 우리의 식성.

 모두 맛있다.

  한국에서 흔한 그런 고기 야채 메뉴에 말레이시아에 나는 야채와 해산물이 추가되고 양고기 새우 등이 더 있었다.

  육수에서도 독특한 맛이 나는데 정말 맛있다.

  그리고 이번여행에서 유독 나의 입맛을 돋구는 청경채.  청경채가 들어간 요리는 무조건 내 입맛을 강하게 끌어당기고 있다.  그래서 육수통을 아에 청경채로 채우다시피 했다.

  불고기며 모든 음식들은 저마다 한국식 이름표가 붙었는데, 맛은 분명 한국에서의 맛과 상당한 차이가 있다.  고추나 마늘의 맛은 비슷하지만 대다수의 음식이 퓨전화 되었다고 해야하나?  불고기양념에서도 코코넛 향과 맛이 나는 등 모든 맛이 말레이시아 현지인 입맛에 맛게끔 어느정도는 변형된 느낌이었다.

  한국인 같은 팀도 서너팀 있었지만,   대부분이 현지인과 백인여행객들로 상당히 붐비는 이름난 식당이었다.

  엄청나게 라고까지 표현하자니 좀 그렇고 해서  그냥 많이 많이 푸짐하게 제대로 먹었다고 해야겠다.

  맛있게 먹고나서 잠시 쉬려고 거니의 현관 앞으로 나와 잠시  앉았는데 눈이 마주친 우리는 배꼽을 잡고 크게 웃었다.

  - 우린 역시 한국인인가봐.

  - 한국음식을 먹고나니 제대로 힘이 팍 팍 솟구치잖아?

  그런면서도 우리의 손엔 어느새 후식으로 망고쥬스가 들려있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번여행에서 우리 입맛을 매료시킨 망고쥬스 중에........ 단연 최고의 맛이었던...... 거니프라자 2층 생과일 쥬스코너에서 산 망고쥬스.

  여기 망고쥬스....... 정말 정말 정말 넘버 원.

 

  잠시 쉬고나서 다시 안으로.......

  지하 마트에가서 심야만찬 준비를 해야하니까.

  필수 재료는 역시 망고와 여타 과일.  그리고 항상 아쉬운 와인의 양을 좀 늘려서 오늘부터는 와인 두 병에 맥주.......  기타 주점부리.

  역시 챠밍이 가장 오래 머무르는 곳은 망고부스........ 가장 싱싱한 망고고르기에 심혈을 기울인다.(거니의 망고가 말레이시아에서 젤 맛있었다. 정말로)

  면세점만 빼고........  나머지 쇼핑은 정말 항상 즐겁다. ㅋㅋㅋㅋㅋ

  여러가지를 골라 사고 나오면서 카운터에서 계산을 하고 막 셈을 하려는데..........

  아뿔싸.........

  돈이 25링깃 밖에 없다.  한참 모자란다.  황당...........

  - 달러로 계산 되나요?

  카운터 아가씨가 살래살래 고개를 흔든다.

  챠밍이 카드를 꺼낸다.  내가 얼른 제지한다.(바보야 별도의 수수료 붙는다니까?)

  그럼 어떻게 해야하느냐?

  우선 카운터 아가씨에게 정중하게 양해를 구하고, 뒤에 선 손님에게 정중하게 사과하고,  골라온 물품을 한쪽으로 밀어놓고, 마누라를 거기 옆에 담보물로 저당잡히고............  죽어라 뛰어간다.  에스컬레이터도 뛰어서 타넘으며 올라가고,  1층에 올라가서도 오면서 보아둔 기억을 되살리며  쏜 살같이 환전소로 날라간다.  환율이고 뭐고 무조건 오케이 한 후에 150불을 환전해서 다시 죽어라 지하층 마트로 또 뛰어간다.  남은 죽을 죄라도 진것처럼 죽어라 뛰어다녔건만, 마누라 여전히 그자리에 태연하게 서서 헐레벌떡 뛰어오는 나를 바라보며 실실 웃는다.

  (웃지마.  나도 너 땀시 뛰어온거 아니여.  와인 땜에 뛴거여. 망고랑..........)

 

 

 

 

 

 

 

 

 

 

 

 

 

 

 

 

 

 

 

 

 

 

 

 

 

 

 

  장을 한보따리 사서 배낭을 채운뒤에야 다시 시내버스를 타고 씨 뷰로.

  약간 바람이 불고 빗방울을 특 특 떨어지기에 장본 것을 일단 방에  놓고 와인은 냉장고에.

  카메라를 들고 계단을 내려가 해변으로 가서 인도양의 풍광도 구경하면서 약간의 장난.........

  해가 다시 모습을 드러내자자 챠밍 왈.

  - 가자. 가자. 비 그쳤다.  수영 해야혀. 얼른 얼른......... 옷 갈아 입으러........

  방으로 급하게 올라와 옷을 갈아 입는데.........

  부부니까....... 남들처럼 볼꺼 안볼꺼. 알꺼 모를꺼 없이 그렇고 그러허지만............

  야가 징말로 수영한다고 수영복 챙길 때 부터 알아는 봤지만.........

  ㅎㅎㅎㅎㅎ

  - 울 마눌.  생각보다 아직은 싱싱(?)하다.

  태생이 기럭지가 있다보니 아적 미끈도 하네.

  ㅋㅋㅋㅋㅋㅋ

  미티미티 미티.

  - 여긴 한국도 아니고 충주도 아닌데 뭐.  나 어때?

  - 헐.

  난 아무런 말도 하지 못했다.  다만 속으로 (이론 이론......... 앞으로 쪼매 신경 써서 마누라 관리했야되겠다. 야가 아직.......... 헐.)

  거칠게 없다.

  야시시 갈아 입고 씩씩하게 수영장으로 가서 방번호 떡하니 대고 큰 타올 두개 싸인하고 비치의자에 가서 쓰윽 벗고 드러눕는다.

  자세는 영락없는 본드 걸이다.

  그러더니 잠시 지나 물속으로 풍덩...........

  논다.

  잘 논다.

  겁나게 잘 논다.

  우리 아들 짱구.  어릴 때 계곡에 데려다 놓으면 정말 미친듯이 잘 놀았다.  날이 저물고 싸늘해져서 이를 달달거리고 피부에 닭살같은 소름이  올라도, 마치 무슨 물놀이에 환장했거나 물놀이에 영혼을 몽땅 저당잡힌 애처럼 정말정말 미치게 잘 놓았는데,  이제보니 그것도 순전히 엄마쪽 유전인자 덕분이다.  이제야 알겠다.  짱구엄마.  영판 아들과 똑같은 모습으로 미치게 잘논다.

  한참만에 물에서 나와 하는 말이, 관리인에게 야간에도 수영장 하느냐고 물어봐 달란다.  그랬더니 노 란다.

  - 그러면 할 수 없지. 문 닫을때 까지 놀 수 밖에..........  봤어?  나 아직도 헤엄이 쫌 되네...........

  또 다시 풍덩.

 

 

  자그만치.......

  얼마나 풍덩 풍덩 했는가 하면..........

  오늘은 해저물무렵 수영장 페쇄때 까지.........

  낼은 조식하자 마자 남들은 아직 아침 먹고있는데 그사람들 밥먹는 앞에서 보란듯이 단독으로 풍덩.......... 오후에도 나들이 다녀와서 풍덩.

  모레도 조식후 짐 싸놓고 체크아웃 때 까지 또다시 풍덩.

  챠밍여사. 완전히 물 만났다.

  내년엔 비키니 입으신단다. 미티미티.

 

  나도 그날은 수영장에서 좀 놀았다.

  그리고 마눌의 엄중한 경고를 무시하고 끝내 계단을 내려가 인도양의 바다에 몸을 내 던졌다.  그런데 부산까지 헤엄칠 엄두가 도저히 나지않아서 좀 지나 나왔는데,  인도양의 바다 무척 따뜻하다.  수영장 물보다도 따뜻했다.  이 말을 무시하던 챠밍여사. 끝내 체크아웃 직전에 본인도 인도양 바다에 풍덩 뛰어들었다.

  어떤 때는 마눌님은 수영하고, 나는 비치의자에 누워서 영어공부한다. 까먹은 단어 다시 찾아서 발음연습하느라 중얼거린다. 

 

  날이 어둑어둑 해지고 수영장 페쇄에 즈음해서 물에서 나오면서 하는 말.

  - 또 배고프네?  물에선 배가 쉽게 꺼지나봐.

  난 또 머-----엉!

  낮에 거니에서 장 볼때는 분명 늦은 점심을 거나하게 먹었으니 과일이나 사서 밤늦게 만찬하는 것으로 오늘 먹는거는 끝이라 해 놓고는  시방 대단히 시장하시단다.  슬며시 심사를 들여다보자니....... 이 아짐마 정말로 거니 프라자에 다시갈 생각이다.  무엇이든 먹어야겠단다.

  방에 올라가 샤워를 하면서 아무리 생각을 해 보아도 이 시간에 갑자기 거니까지 가기는 좀 그렇다.  싫다.

  그래서 생각해 낸 것이 호텔 진입로 옆에 들어서던 야시장이 생각이 났다.

  말레이시아에서는 동네가 있고 길다란 골목이 있으면 무조건 야시장이 선다.  값이 저렴한 것도 이유가 되겠지만...... 이사람들 그저 가볍게 하는 외식이 지극히 일상보편화 되어있다.

  그래서 나갔다.  낮에 볼 때는 아주 작은 포장마차인 줄 알았는데, 한테 모인 점포들이 모두 문을 열고 조명이 환하게 켜지니깐 제법 규모가 있어보이는 나름 폼이 좀 나는 야시장이었다.  둘러보니 이제껏 본 말레이시아 음식이 있을것은 모두 있었다.

  음식을 고르려 야시장안을 돌고있는데 챠밍의 필이 꽃힌곳은 생선코너.  그날따라 장사가 잘되었는지 남은 물고기가 별로 없었다.  단순하게 튀길 수 있는 물고기가 달랑 3마리가 남았는데, 큰놈은 한 2kg 가까이 되어보이는 넓쩍한 놈이고,  다음 놈은 손바닥 하나 반쯤 되어 보이는 놈이고, 나머지 하나는 천눈에 담박 작아 보였다.  이 아줌마 필이 꽃힌것은 그 무지무지 큰 고기.

  - 너. 저걸 다 먹는다고?

  - 충분히 먹지. 배 갈라서 내장 제거하고 빠짝 튀기면 얼마 안돼?

  - 정말이지?

  그래서 그 큰놈을 저울에 올려 놓고 달았는데........ 결론은 가격이 만만치 않다.

  말레이시아의 모든 물가는 한국에 비하면 많이 싸다.  먹거리의 천국이라는 말이 틀린말은 아니다. 단 과일에선 포도하고, 물고기의 가격은 한국과 별반 차이가 없어 보인다.

  정말 사주려 했는데  곧바로 꼬리를 내리는 챠밍여사.  고 옆에 중간놈이면 충분하겠단다.  그래서 담백하게 튀겨달라고 주문했다.

  그리고 나는 생콩나물이 들어간 코코넛 스파게티 같은 것과 맥주를 주문했는데  그 음식 또한 기가막히게 맛있었다.

  그리고 마침내........  그 생선 튀김이 나왔는데...............

  와!  나 이적지 마누라 꽁 꽁 굶기면서 이적 끌고다니면서  여행했던것 같다.  누가 보면 틀림없이 그랬을 것이다.  한 사나흘 굶었나보다.

  정말 정말 기가막히게 맛있게 먹는다.

  표정과 손놀림과 쪽쪽 빨아대는 소리에서 부터 얼마나 맛있는지가 정말 그대로 생생하게 전해져 온다. 

  손가락 까지 쪽 쪽 빨아대는 모습에서 갑자기 안스러운 생각이 든다.  저럴 줄 알았으면 처음부터 큰거를 튀겨줄껄..........

  - 부족한 표정이네?  그냥 큰걸 할껄.............

  - 아니야.  정말 맛있게 먹었으니까 됐어.  이집 깔끔하게 음식 잘하네.  내일도 여기 또 올까?

  - 먹다 만거 같아서 그런데......  그러지 말고 조 옆에 쬐끄만한 놈. 마저 해치워 버릴래?

  - 아냐 아냐.  충분하게 잘 먹었어.  내일 싱싱한 고기 많이 들어오면 내일은 좀 일찍와서 큰놈 먹으면 되지 뭐.

  하여  남은 맥주나 비우고서 자리에서 일어서려는데...........

  막 돌아서려는데 챠밍이 한 마디 툭 내던진다.

  - 우리 방금 한마리 튀겨 먹었으니까 그 옆에 짝은거 추가하면 좀 더 깍아주려는지 한번 물어나 봐줄래?

  오.  마.이.  갓.

  그러니 어쩌겠는가.

  주인에게 슬그머니 다가가 설명을 하려니까 벌써 눈치가 빠삭한 이 젊은 청년......... 가격 흥정도 하기전에 쬐끄만 고기 꺼내들고 튀기러 간다.  나중에 계산 하는데 처음 가격의 30% 정도를 깍아 주었다.  무지무지 착하고 멋진 청년이다.  꼭 부자될거다.

  맥주를 하나 더 시켜서 난 홀짝 거리고......... 챠밍은 이글거리는 눈빛으로 고놈도 감쪽같이 해치워 버렸다.

 

  방에 올라오니 TV에 한국드라마가 방송되고 있다.

  연속극을 잘 안보는 나 인지라 나는 내용을 도통 모르겠는데, 암튼 한참 전에 한국에서도 아주아주 유명했던 드라마란다.

  나오는 배우는 분명 내가 아주 잘 아는 사람들인데.........  갸들이 죄다 말레이사아 말로 떠들고 있다.

  (재네들. 언제 말레이시아 말을 저렇게 유창하게 배웠지?)  ㅎㅎㅎ.  정말 신기하다.  좀 새롭기도 하고.......

  드라마 끝나고 FOX 채널을 돌리니 지나간 007이 나온다.  여기서도 (007 스펙터)라는 신작이 개봉하니까 홍보하려고 지나간 씨리즈물로 방송이 되나보다.  우리네랑 똑 같다.  그래서 자막 없이 또 봤다.

  밤이 깊으면 여행지에서 우리가 의례히 어떤 사명의식을 가지고 꼭 해야만 하는 지극히 성스러운 의식.

  심.야.의.만.찬.

  다른 말로 (조촐한 술파티)

  멋진 오늘에 건배!  또 당연히 멋질 내일에 건배!

 

 

 

 

 

 

 

 

 

 

 

 

 

 

 

 

 

 

 

 

 

 

 

 

 

 

 

 

 

 

 

 

 

 

 

 

 

 

 

 

 

 

 

 

  그렇게 그렇게 안타까운 마음을 외면한 채  페낭에서의 또 하루가 지나간다.

  시간을 붙들어 매고 싶다는 생각이 점 점 간절해 진다.

  아무 이유도 없이  그냥 집에 가기가 싫어진다.

  그런 생각에 아주 잠시 헤매다가.......  저절로 잠이 스스르 들어 버린다.

  그리고.........

  이젠 아침도 참 빠르게 찾아온다.

  커튼을 치지 않은 창으로 인도양의 눈부신 일출이 한가득 들어온다.

  어서 일어나라고.......

  어서 일어나 여행을 계속하라고......

 

  - 굿 모닝 챠밍.

  - 당신도 굿 모닝.

 

  우리가 맞이하는 또 하루의 시작인 아침.

  우리는 이런 아침을 감사함과 소중함으로  맞이한다.

 

  오늘도 멋진 테라스에서 정말 맛있는 조식을 먹고.......

  남들은 우루르 식사들을 하는데........ 요기 테라스 바로 아래에서.......

  챠밍은 단독 풀장 전세로 아침 수영을 즐기고........

  그러고 나면 다시 우리는.........

  운동화 끈을 새롭게 잡아매고는

  다시 거리로 나선다.

  워킹. 해피대이.

 

 

 

 

 

 

 

 

 

 

 

 

 

 

 

 

 

 

 

 

 

 

 

 

 

 

 

 

 

 

 

 

 

  ------  마무리에 접어드는  (알 럽 말레이시아) 에피소드8 으로 이어집니다.  피안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