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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이야기

(알 럽 말레이시아) 에피소드6

by 피안재 2015. 11. 27.

 

 

 

 

 

 

 

 

 

 

 

 

 

 

 

 

 

 

 

  좋은 여행을 추구하는 사람들에게 불문율 처럼 전해지는 말이 있다.

  '사진은 가지고 가고 발자욱만 남겨라.'

  참 많은 의미를 내포하고 있고 참 많은 교훈을 주는 고귀한 이야기다.

  그런데 이 정의를 떠올릴때마다 난 무엇이랄까 참으로 아쉽고 안타까운 느낌을 지울수가 없다.

  여행을 하다보면 참으로 반갑고 경이롭고 소중한 많은 풍경과 사연들을 만나고 보고 듣고 느끼게 된다.

  나의 두 발을 통해 찾아가 만나고, 나의 두 눈을 통해 그것들을 보고,  나의 두 귀를 통해 그것들이 말하는 울림이나 전해지는 엣이야기들을 들을 수 있는 것이다.  그것들은 흔한 표현으로 진짜 '리얼'이다.

  특별히 내가 두 눈으로 목격하게되는 그 대자연이나 사람사는 세상의 경이로움과 초롱초롱한 아이의 눈망울들은 직접 바라다보는 그 순간의 내 두 눈을 통하지 않고서는 감히 세상의 그 어떤 언어나 과햑의 힘으로도 그 순간의 감동을 대신하지 못한다.  그런데 너무도 아쉽게도 나의 두 눈이 기억할 수 있는 시간적 공간적 메모리는 지극히 짧다.  돌아서야 하는 내 발걸음도, 그 순간이 지나면 다시 들려오지 않는 엣이야기들의 속삭임도 마찬가지이다.

  그래서 나는 틈만 나면 열심히 셔터를 눌러댄다.

  하지만 나가 가지고 있는 카메라의 렌즈는 그 지극히 짧은 찰라에 내가 보았던 그 풍경과 내가 들었던 옛이야기의 속삭임을 고스란히 담아내질 못한다.  세상이 변해 실물보다 더 실물같은 사진을 찍어내는 지금 이 21C 시대에 살면서도, 내가 찍은 사진들 속에는 나의 눈과 귀가 직접 체험했던  찰라갔던 그 순간에  가슴으로 전해오던 떨리는 설레임의 느낌이 제대로 담겨져있지 않다.

  나는 못내 그점이 너무도 원망스러울만치 아쉽다.

  카메라 같은 선명한 기억의 메모리가 풍부하게 내 두 눈에 장착이 되던가..........

  순간의 느낌까지 고스란히 담아낼 수 있는 카메라는 과연 없는 것일까?

 

  문득 N.카잔차키스의 말씀이 생각난다.

  '인간은 눈에 보이는 것은 쉬이 믿으려 하면서도  눈에 쉬이 보이지 않는 진리에 대해서는 여간해서 믿으려 하지 않은 아주 안타까운 존재다.'라고 하신 말씀이........

  세속적인것에 좀 더 벗어나 어느 일정한 경지의 반열에 오르게 되면 그때는 카메라나 책이 없어도 세상의 경이로움들이 있는 그대로의 모습으로 사무치는 그리움을 가슴으로 맞이하듯이 자연스럽게 나에게 다가올 수 있을까?

 

 

 

 

 

  이리 보면 다르고, 저리 보면 또 다른 페낭의 모습.

  한꺼플 한꺼플 껍질을 벗기고 양파의 속살을 살피듯이 우리는 페낭을 속속들이 살피고 다닌다.

  30도를 훌쩍 뛰어넘는 그 폭염속에서 오로지 걷고 또 걷는 워킹투어가 사실 이만저만한 고역이 아니라고는 말 못하겠다.

  그래서 일단 숙소로 돌아가 쉬었다가 심신을 좀 추스른 후에 다시 투어를 계속하기로 했다.

  그 걱정되었던 골목길도 무사히 통과를 하고 숙소 테라스에 서니, 아주 약간의 거북한 냄새가 코로 느껴지고 있었지만 다행스럽게도 바닷물이 들어오고 있었다. 밀려드는 바닷물이 수상가옥의 아랫쪽 풍광들과 냄새들을 곧 덮어주리라 기대를 했다.

  그런데 이 아줌마 나의 그런 우려를 비웃기라도 하려는 듯이 굳이 테라스 난간을 이곳저곳 기웃거리며 수상가옥 아래의 그 치부들을 샅샅이 살펴보는 것이 아닌가?  '따지고 보면 사람사는 모습 다 거기서 거기지 뭐. 별거 아니네' 하는 우스개소리까지 늘어 놓는다.

  그리곤 샤워도 미룬 채 해저무는 페낭 수상가옥의 테라스에서 맞이하는 제대로 된 힐링......... 아무렇게나 쉬고보기.........

 

 

 

 

 

 

 

 

 

 

 

 

 

 

 

 

 

 

 

 

 

 

 

 

 

 

 

 

 

 

 

 

 

 

 

 

  아무데나 걸터앉던가 아무데나 주저앉아서 맥주 마시는게 우리가 쉬는 방법이다.

  그늘에 가만히 앉아있으면 어디선가 살살 바람결이 간지럽히며 불어오고, 바다의 풍광은 같은 듯 하면서도 조금씩은 다르게 다가온다.

  한국에서의 폭염은 움직이지 않고 가만히 숨죽이고 있어도 땀이 마구 흐르는데 그런점은 확실히 무엇인가 다르다.

  샤워를 하고 나오니 이 아줌마 벌써 옷갈아입고 출전준비를 마친 상태다.

  캔맥주 하나 때문인지  샤워 때문인지 고 짧은 시간에 원기 풀 재충전이란다.  만땅!!!!!!!!!!

  아직 해가 다 사라지기도 전에 또 식씩하게 출전하잖다.  정말 정말 빡쎄다.

  쇼핑 겸 장을 보러 간다는데...... 짐 = 포터.  하니 어쩌겠는가.  죽어라 쫄 쫄거리며 또 따라나선다.

  콤타쇼핑몰로 다시 갔는데  영 쇼핑하는 폼이 쿠알라와는 사뭇 다른게  별 걱정 안해도 되겠다.  그래서 저만치 떨어져 와인 구경만 했다.

  아니나 다를까?

  쇼핑은 포기하고 과일창구로 가더니 기어코 망고를 산다.  과일중에 포도만은 우리 한국 가격과 비슷하다.  주산지가 아니어서 그런가보다.

  주점부리에 와인 추가하고 과일 사고 해서 쇼핑을 마치고 나오니 서서히 어둠이  내려앉기 시작한다.

  배낭을 메고 오는데 그냥 장봤으니 후딱 집으로 갈 챠밍이 아니다.

  가는 길목에 낮에 보았던 벽화 다시 찾아내 의상바뀐 모습으로 인증샷 다시한다고 또 찾으러 가려한다.

  길을 조금 돌아가면서  언제 보아 두었는지 해산물만 주로 취급하는 카페를 지나갔었는데 엄청 싱싱해 보이고 맛있어 보여서 꼭 오고싶었다고 이제부턴 그 어렴풋한 기억을 더듬어 그 카페를 찾으러 다닌다.

  기어코 찾아가서 저녁겸 맥주를 마셨는데....... 정말 맛있다.

  이 아줌마 그냥 싱싱한 생선을 깨끗이 씻어서 아무런 양념없이 바싹 튀기는것을 무척 좋아한다.  후라이팬에 돌려가며 굽는것 말고,  후라이드 치킨 튀기듯이 그냥 바짝 튀기는거.......  그래서 시켰다.  정말정말 맛있게 잘 먹는다.  혼자 먹었다는 소리 안들을려고 겨우 한조각 강제로 날 먹여놓고는 뼈까지 쪽쪽 빨아가며 정말 맛나게 겁나게 감쪽같이 해치운다.

  카페를 나오는데 갑자기 하늘에서 굵은 빗방울이 쏟아지기 시작한다.

  쓰나마나 한 작은 우산 하나에 의지하고 부랴부랴 뛰어서 숙소로 돌아왔다.

  방문 창문을 모두 열어놓고 불빛이 찬란한 페낭의 항구를 내다보면서, 무지하게 쏟아져 내리는 말레이시아의 밤비를 구경하면서 조촐한 우리만의 만찬파티를 벌인다.

  와인에 맥주에 망고에 포도에..........

  우리는 주당가족.

  오!  행복한 페낭의 밤이여.  고마워..........!!!!!!!!!

 

 

 

 

 

 

 

  페낭에서 맞이하는 또 하루의 아침이 평온한 고요속에서 찾아왔다.

  바다는 지극히 평온한 듯 잔잔했는데  여전히 무심한 비는 제법 내리고 있다.

  테라스의 지붕이 있는 처마 아래에서 따끈한 보아차를 끓여 마신다.

  그 비오는 와중에도 잠깐 멈춘사이 앙증맞은 아침 일출이 보이고..........  비는 왔다리 갔다리를 계속한다........

  몸도 마음도 날아갈 듯 싱그럽고 상쾌하다.

  일부러 내리는 비도 맞아가면서 꼭 해야하는 일도 없고, 굳이 하고자 하는 당장의 계획도 없이,  그렇지만 전혀 무료하지 않은 우리만의 느긋한 아침을 즐긴다. 새벽부터 맞아보는 비도 차갑거나 싸늘하다는 느낌이 없다.

  - 밤엔 제법 많이 내리던데? 하루에 한 두번 잠깐씩 온다고는 생각했지만 이렇게 밤새 퍼부울줄은 몰랐네?

  - 그러게. 그럼 오늘 아침엔 우리 뭐하지?

  - 그러네.  다니던 중에 비가 오면야 그냥 맞겠지만,  비를 맞으면서까지 나서기는 좀 그런것 같고.......  커피나 한잔 더 하면서 생각해 볼까?  우리가 가진것은 시간이 전부고, 또 무계획이 우리의 마스터 플랜이니까....... 거.... 뭐시기냐...... 차 차........

  - 그냥 젖을각오하고 우산 없이 나가면 안될까?

  - 이 아줌마가?  시방 니가 지금 열 여덟살인줄 알어?  그런건 이제 우리 아들도 안즐겨........ 예비 할망구가 되서리..........

  - 그럼 뭐하지.  이대로 이렇게만 있다가 점심때 체크아웃하라 그러면 뭔가 아까운 생각이 들것 같애.........

  - 그래?

  이런저런 생각을 굴리다 작심한듯 내가 심각한 표정으로 입을 연다.

  - 내가 당신한테 편지 쓴게 있는데...........

  - 편지?  무슨 편지?  언제 쓸새가 있었어?  못봤는데.......

  -아니.  내가 이번 여행을 준비하면서 한달전에 써 둔 편지가 있는데.......

  - 정말?  어딨어.  어서 줘봐.

  - 그 편지엔 내가 오늘 저녁쯤에 그 편지를 읽도록 해야겠다는 그런 계획까지도 미리 적었었어.  근데 막상 닥치고 보니 좀 쑥수럽기도 해서 이 편지를 보여줄까, 아님 그냥 없애버릴까 고민을 했었거든.  근데 이 아침에 날씨땜에 무료하고 심심하다니까..... 그냥 한번 읽어나 볼티여?  어찌되든 뒷끝은 없기로.......  그냥 심심풀이..........

  기대와 호기심이 가득한 챠밍의 눈초리를 의식하면서 나는 배낭을 열어 맨 아랫쪽에 놓아둔 편지를 찾았다.

 

  편지는 바로 이 블로그의 한참 앞에 있는 (길, 소원..... 그리고 챠밍) 바로 그것이었다.

  아내가 평소 내 블로그를 들여다 보지 않기에........  그리고 그 글은 다분히 챠밍을 의식하면서 내 속마음 썼던 것이라...... 그 글을 직접 챠밍에게 하듯이 표현을 약간 바꾸고, 사진을 대폭 줄여서 A4지로 출력을 해서 편지로 만들었는데 자그만치 31페이지나 되는 장문이었다.

  31페이지나 되는 편지를 받아들고 침대에 기대어 심각하게 읽기 시작한다.

  사진 한 두장 찍고나니 그 분위기가 상당히 어색하고 쑥쓰럽다.

  나는 다시 테라스로 나가서 커피를 끓여마시면서 바다 구경을 한다.  시계 보고 바다 보고 헛기침 한 번 하고....... 시계 보고 바다 보고 헛기침 한번 하고........  정말 정말 길고 긴 시간이 느릿 느릿 흘러갔다.  한참 지나 '나 다 읽었어. 들어와도 돼.' 하는 소리.

  이거 정말 30년도 훨씬 전에 처음 연해할 때처럼 무척이나 쑥쓰럽다.

  눈이 딱 마주쳤는데 불쑥 챠밍에게서 쏟아져나오는 말..............

  - 아니고 머리야. 진통제 부터 한알 먹어야 겠다.  당신 정말 사람 머리아프게 만드는데 선수야. 선수..........

  여행용 비상약봉지를 들고 밖으로 나가는데.........

  뒤에서 가만히 보자니 이 여자 뭔가 감동을 먹어도  단단히 먹었는거 같다.  잠시 지나 물컵을 들고 들어오면서 또 하는 말.

  - 고맙게 편지 잘 읽었어.  이 편지는 나 한테 쓴거니까 당연히 내꺼다?  내가 가지고 있다가 나중에 아들에게 보여주던가 해야지.  그리고.........  콜!  내년에 돌로메테 가자.  까짓 한달은 못가겠어? 가자.  그리고......... 비용은 그거보다 좀 넘어도 내몫은 충분히 내가 부담한다.  일단 이탈리아 비행기표는 베니스든 밀라노든 내가 산다.  그럼 됐지?

  푸하하하하하하하.

  이번 여행 자체가 내게 하나의 목표(소원?)였는데, 난 벌써 다음 목표도 달성한것이나 진배가 없다.

  - 아직 안생겼을 수도 있는 애가 아들인지 딸인지 아직 알 수 없으니까 그렇지만........  그것도 좋아.  그때도 기꺼이 따라나서 주지.  밀포드 싸운드래나 쿵스라덴 이래나.....  그때 비용도 당신말대로 아들이던 며느리던 내가 타내서 채워 줄께.

  ㅎㅎㅎㅎ

  이 여자가 정말 기만 빡쎈게 아니라 필만  제대로 꽃히면 통도 무지 무지 크다.

  거기에 따라 나온 이야기가........  이제는 패키지는 안하겠지만 완전 캠핑은 좀 그렇다느니........ 로마를 빼면 안되느니....... 그런 세부적인 거는 내년에 가서 다시 이야기 하기로 하고,  우선 당장 여기는  페낭.............    내년엔 이탈리아다.  아주 혹 아니면........  이탈리아 다음으로 내가 몰래 꿈꾸고 있는 모로코 이던가.  아무렴 어때...........

 

  이러고 있다보니 어느새 하늘이 말짱 개었다.

  그냥 들어앉아 있을 우리가 아니다.

  여지없이 우리의 워킹투어는 계속되었다.  죠지타운의 북쪽 웰드키와 콘 윌라스요새를 향해서........

  오!

  정녕 아름답고 신기하고 황홀한 페낭이여.............

  우리가 이 아침에 다시 너의 가슴을 향해 또 나아간다.  죽기 살기로..........

  완전자유여행의 향기가 오늘도 여전히 상큼하고 싱그럽다.

 

 

 

 

 

 

 

 

 

 

 

 

 

 

 

 

 

 

 

 

 

 

 

 

 

 

 

 

 

 

 

 

 

 

 

 

 

 

 

 

 

 

 

 

 

 

 

 

 

 

 

 

 

 

 

 

 

 

 

 

 

 

 

 

 

 

 

 

 

 

 

 

 

 

 

 

 

 

 

 

 

  너무나 매력적이고 황홀하기까지 한 페낭.

  제티가 화교들처럼 다른나라에서 온 사람들이 힘든일에 종사하면서 고된삶을 이어가던 곳이라면, 제티를 건너서 콤타몰 인근까지의 올드타운은 타지에서 온 선원이나 장사치들 그리고 원주민들이 살아가던 그네들이 격어야했던 질곡의 세월이 고스란히 배어있는 지역이다.

  오늘 돌아본 지역은 식민시대에 이 지역을 통치하던 관공서들과 그 지배세력의 엄청난 부와 권력을 바탕으로 유럽의 어느 도시에 비교해도 뒤떨어질 것이 없는 건물과 교회들을 짓고 그들의 화려한 문화와 생활을 영위하던 곳이다.

  웰드키에서 북쪽으로 벗어나면서 맞게되는 이제까지와 전혀 다른 풍경들.

  포루투갈이나 이탈리아 남부에 온 착각마저 들게 할 정도이다.  콘윌라스 요새를 비롯해 시계탑 주변의 금융거리.  너무도 아름다운 비치를 끼고 들어서 있는 페낭 시청을 비롯한 구시대의 건물이 여전히 굳건하게 위용을 자랑하는  황홀한 도심.

  너른 공원들이 그 건물들 사이에 놓였고 거대한 나무숲들이 건물과 건물사이 도로와 도로 사이를 푸르름으로 연결해주고 있다.

  그리고 그 푸르름속에 더욱 찬연하게 빛나는 하얀 대리석의 위대한 석조물이 있다.  수세기 전의 그 시대에 가장 먼저 세워지고 말레이시아에서 싱가폴 까지를 합해 가장 크고 아름다운 세인트조지 교회가 엄청난 감흥을 우리에게 선사해 주고 있다.

  아!  페낭.

  동서양의 문화가 조화를 이루고,  불교, 이슬람교, 기독교 등 근본적으로 체질상 전혀 다른 종교들이 전혀 거부감이나 질시 없이 아름답게 섞여서 또다른 문화로 승화되고 있다.  여기에 일부 힌두교와 도교도 미미하나마 분명 자리를 자지하고 있는만,  어느 종교도 타 종교를 멸시하거나 조롱하지 않고 나름 존경심을 가지고 대한다.  아마도 이들이 갖는 종교에 대한 마음가짐이라면 세상에 종교다툼이나 전쟁은 없을것만 같다.  '내가 믿는 신과 당신이 믿는 신은 분명 다르다.  하지만 나가 믿는 신이 나를 굽아 살피듯이, 당신이 믿는 신이 당신을 굽어 살펴주시기를 나는 바란다.  나는 나의 신을 믿고 따르지만,  한편으로 당신을 보살펴 주시며 당신으로 하여 웃게하는 당신의 신에 대해서도 나름 존경심을 가지고 있다.'  이것이 이들의 신앙관이자 가치관이다.

  여기가 진정한 정신세계의 천국이다.  사자와 양이 함께 뛰노는 젓과 꿀이 흐르는 천상의 세계를 염원하기 이전에......  나와 다른 신앙관과 가치관을 가진 다양한  인종들이 모여서 서로를 이해하고 존경하며 살아간다.  가진자와 못가진 자, 부자와 가난한 자,  배운자와 못배운 자는 분명 여기에도 있지만.......  그들은 바쁘게만 살아가고 목표를 향해 외길로 달움박질만 치는 여타의 많은사람들에 비해........  적어도 맑은 영혼과 소박한 바램과 마음의 평온이 세상의 그 어디 누구보다 많게 가슴속에 간직하고 살고있다는 것을 나는 느꼈다.

  (알 럽 말레이시아)

  (알 럽 페낭)

  오로지 걷고 또 걷는 챠밍과 나의 뚜벅이 투어에 있어서도 여기 페낭북부 콘윌라스 요새와 시청과 세인트 조지 교회 인근의 도심은 정말로 정말로 너무도 특별하게 여겨질만큼 정말 아름다웠다.

  세인트조지 교회를 나와 다시 맞게 되는  이제와 전혀다른 풍경들.  바로 리틀 인디아였다.

  인도인들이 많이 몰려다고 있는데 표정들이 사진찍기를 그렇게 썩 내켜하지 않은것 같기에 풍경만 몇장찍으며 지나친다.  건물의 분위기는 올드타운의 차이나거리와 별반 다르지 않아 보인다.

  그렇게 제티의 수상가옥까지 돌아오는 시간...............

  정말로 황홀한 투어였다.

  두고 두고 잊지못한 소중한 추억으로 남을것만 같다.

  완전자유여행에서만 보고 듣고 누릴 수 있는 그 최상의 선물을 우리는 온 몸과 가슴으로 받고 있었던 것이다.

 

 

 

 

 

 

   모든것을 내팽개치듯 그냥 내버려둔채 무조건 벗어나고 싶었던 (클란 제티 해리티지 홈).

  그대로 좀 더 두면 쓰러질것 같았던 챠밍.

  날이 새면 무조건 랑카위를 가던, 다음 숙소에 가서 하루 먼저왔다고 사정을 하던, 시내의 게스트 하우스라도 찾자고 하던 그 밤........

  그 악몽의 밤이 폭풍우가 지나가듯, 그 밤이 지나고 모든 상황은 역전되었다.

  아름답고 황홀했던 수상가옥.   아주아주 오래오래 우리 마음속에 기억으로 남을것 같다.

  하지만 이젠 떠나야만 할 때가 온것이다.

  베갯 머릿맡에 10링깃 지페와 한웅큼의 동전을 메모와 함께 남겼다.

  - 참 감사했어요.  편안하게 잘 지내며 멋진 추억 간직하고 갑니다. 매니저에게도 감사 인사 전해주세요.

 

  배낭을 메고 캐리어를 끌고 웰드 키(페리 선착장) 버스터미널로 간다.

  조금 지나자 저쪽 차고지에 서 있던 401번 시내버스가 다가온다.

  -  하이 캡틴.  탄중붕가 잘란 하심 스트리트 플리이즈.

  - 오 케이. 캄 온.

  - 요금은 1인당 2.20 링깃.  그러니까 한국 화페로 약 650원.  소요시간은 30분.

  사실 탄중붕가는 여기 조지나운이 번창하게 되자 북서쪽 해안도로를 따라 새로 생겨난 도심이다. 조지타운에서 이어지는 도로의 양쪽으로 마을들과 커다란 건물들이 빼곡히 들어서 있다.  이제는 그냥 조지타운이라 해도 될것 같다.  실제 거리는 그리 멀지 않은 편인데......... 앞전에 말했듯이,  웰드 키는 모든 시내버스의 차고지이고  출발 터미널은 콤타 터미널로 여겨지다 보니, 웰드키를 떠난 모든 페낭의 시내버스는 콤타너미널을 경유한다.  좁은 골목을 요리조리 투어하듯이 콤타에 들려서 다시 좀 전에 왔던 옆길을 지나 시계탑과 콘 윌라스표새를 지나야  비로소 조지타운을 벗어나 탄중불가와 바투 페링가를 향해 달리기 시작한다.

  조지타운의 도심을 벗어날 수록 빼곡한 아파트빌딩 숲과 거대한 빌딩들이 모습을 드러낸다.  여기가 더 도심의 중심이고 부촌인것 같다.

  페낭이나 쿠알라의 아파트들....... 서울의 최고급 아파트보다는 높이가 낮지만, 서울의 아파트들 보다 훨씬 멋지고 고급스러워보인다.  건물 하나하나마다 미적 감각이 실렸고 아기자기하다.

  - 왜 우리나라 건물들은 그저 각지고 뾰죽뾰죽 올라갈려고만 하지?

  그러게 조치타운 외곽의 전혀다른 도심 거리를 달리던 중에 눈에 띄는 아주 웅장하고 낮익은 건물.  여러 블로그와 책자에서 숱하게 보았기에 단박에 알아챌 수 있는 건물,  그 유명한 거니 프라자였다. 반가웠다.

  - 거니야. 너는 조금 이따가 호텔에 짐풀고 다시 올테니 그때 만나?

  그리고 얼마를 지나자 호텔이 건축되고 있는 공사장 옆으로 빌딩의 상부를 빨갛게 칠한 건물이 시야에 들어왔다.  우리의 목적지였다.

  - 헤이 캡틴 빈.  여기가 잘란 하심 도로?

  운전기사가 씨익 웃으면서 엄지 손가락을 치켜 세워준다.

  말레이시아에서는 운전기사를 (기사님) 하지 않고 (캡틴) 이라 호칭 우대를 해준다.  그리고 운전석 뒤에 붙은 사진에서 그의 이름이 빈 모하메드라는 것을 알아내고 이름을 불렀다.

  말레이시아의 모든 시내버스는 방금 공장에서 출고된 차들 처럼 100% 모두 새거다.  연식을 느끼게 하는 중고차는 단 한대도 보지를 못했다.  의자 편의성이나 배열이 우리네 시내버스 같아서 그렇지 챠량상태나 에어컨 정말 끝내준다.

  차에서 내리니 지내온 며칠 보다 날씨가 더욱 뜨겁다.

  호텔 신축공사장 옆을 지나면서 '이거 공사장이네.  우리 여행에 지장받는것 아니야?' 하고 걱정을 했는데....... 우려였다.  말레이 건축공사장은 요란하지도 시끄럽지도 않다.  혹간 공사하는 모습을 볼 수는 있지만........ 공사중단 현장 처럼 조용하다.  노 프라블럼이다.

 

 

  페낭의 탄중붕가 동네 잘란 하심 거리에 있는 (센트럴 씨 뷰 호텔)이 우리의 나머지 일정동안 머물 숙소다.

  카운터로 가 체크 인을 부탁하니........ ㅎㅎ.......... 너무 일찍 왔단다.

  알고 온걸 어쩌겠나?

  체크 아웃과 체크 인 사이의 텀을 배낭을 메고 캐리어를 끌고 시간보낼 방법이 마땅치 않아서 부탁이라도 해볼려 일찍 온것을.

  양해를 좀 구한다고 하자  너무도 친절한 직원이 잠시만 기다려 보랜다.  그리고 이어서 무전기를 들고 누군가와 교신을 한다.

  그리고는 이내 내게 다가와서 차분한 톤으로 행복한 메세지를 전해 준다.

  호텔 예약시 내가 따로 부탁한 사항이 있었는데....... 무조건 바다가 보이는 방에다가,  발코니가 있고 너른 창문이 열리는 방을 구한다고 정중하게 요청을 했었다. 

  전면은 아니지만 동쪽으로 창이 나고 발코니가 있고 아침 일출이 너무도 멋지게 보이는 방으로 준비를 하고 있단다.  전일 숙박자가 조금 전에야 체크아웃을 했단단.  호텔직원에게 그 객실을 먼저 정리하라고 부탁했으니 한 30분만 기다려주면 가능하겠다고 한다.  그네들 정말 친절하다.  쿠알라 공항에 도착하면서 부터 다시 쿠알라 공항에서 이륙할때까지 만난 모든 사람들 하나같이 모두 너무너무 친절했다.

  물론 발코니 전면으로 푸른 인도양이 한 눈에 들어오는 객실도 있다.   그런데 그 사용료가 내가 예약한 방의 4배 5배가 넘는다.  그러니 이 불쌍한 자유배낭여행자가 차선으로 선택할 수 있는것은....... 나머지 중에 최선을 고르고 현지 직원들의 배려를 기대하는것 뿐.........

  프런트 쇼파에 앉아 기다리려고 하니 바닷가쪽 유리문 건너에 있는 테라스에서 기다리시는게 좋겠다고 한다.  더불어 음료수를 드릴테니 가서 편히 기다리란다.  하여 터덜터덜 짐을 끌고 테라스로 나갔는데.........

  아!  그게..........

  그러니까........

  와!

  와땀시롱............

  미치겠다.

 

 

 

 

 

 

 

 

 

 

 

 

 

 

 

 

 

 

 

 

 

 

 

 

 

 

 

 

 

 

 

 

 

  한눈에 가득 들어오는 쪽빛의 인도양.

  이제껏 보아왔던 태평양과는 분명히 빛깔부터 다르다.  여기는 분명 우리 동해바다의 태평양이 아닌 인도양이다.

  호텔 레스토랑 바로  앞쪽 테라스에 놓여진 멋진 야외수영장.  규모는 여타 비치에 배해 볼품없겠지만 그래도 야외수영장이다. 쨩.

  그 수영장 너머로 사람 키 두길정도되는 계단을 내려가면 바로 인도양이 우리 발끝에 와 닿는다.

  와!

  또 와!!

  계단을 내려가 이곳의 정말 멋지고 황홀한 풍광에 잠시 넋을 놓는다.

  정말 멋지다.

  - 챠밍아 나 꼭 이 바다에서 수영할거야.

  - 위험해. 파도를 봐라. 깊을것 같아.

  - 그래도 할거야.  내키면 여기서 부산까지 헤엄쳐 갈 수도 있고.

  주변을 산책하고 다시 호텔로 올라서는데.........  챠밍의 표정의 보니 분명 뭔가에 필이 꽃혀도 단단히 꽃혔다.

  야외수영장.  그것도 푸르고 드넓은 인도양이 그냥 코 앞에서 내려다 보이는 수영장.

  이번 여행계획에서 마지막 스케줄에 수영장 딸린 호텔을 잡았다 하니까 기어코 수영복까지 챙기더니만........  지금 그 수영장에 필이 꽃혔다.  그것도 아주 제대로 단단히..........

  - 난 오후에 수영을 할테야.  스케줄을 꼭 수영에 맞춰 줘. 야간에도 열기만 하면 할거야.(근데 야간엔 개장 안함)

 

  호텔 직원이 찾아서 따라가니 테이블에 마실것을 내 왔는데........  ㅎㅎㅎㅎ

  망고 쥬스다.

  이 사람들 참 쎈스가 넘친다.  우리가 망고에 폭 빠진걸 어떻게 눈치를 채고.........

  잠시 지나 후런트에서 이쁜 여직원이 다가와 객실이 준비되었다고 알려준다.

  413호실.

  방에 들어가 여장을 푼다.

  와!

  또 와!!

  방도 깨끗하고 창밖의 풍광도 퍼펙트하고..................................... 내 팔자에........ 이게 정말 꿈은 아니겠지?

  푸하하하하하하하하하

 

 

 

 

 

 

 

 

         ----------- 다음 이야기는 에피소드7에서 이어 가렵니다.  피안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