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새 야생화들이 아른거려서 가볍게 잠을 설쳤다.
왠지 오늘이 아니면 금년 안으로는 만항재의 야생화를 만나보기가 불가능할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일이 8월15일 광복절 휴일에다 주말까지 연휴로 이어지니, 틀림없이 2014년의 마지막 여름휴가라고 사방으로 인파가 넘칠것이다. 이따금 장소나 상황에 따라 사람 북적이는 것이야 참을 수 있겠으나, 평소 인파에 떠밀려다니는 여행은 극도로 기피하는 까닭에 망설이던 여행이었다.
아침이면 가을의 문턱을 넘어선것 같은 선선한 날씨도 '이제 야생화들이 모두 질 터인데.......' 하면서 잠을 설치는데 한 몫 거들었다. 그제 저녁에 시작된 비가 지난 밤에 무섭게 쏟아붓더니 이 새벽녘에도 여전히 간간이 비를 뿌려대고 있다.
가슴 한구석에서 무엇인가가 스멀스멀 기어오르듯 하더니 이내.......... '챤스' 라는 두 글자를 나의 머리에 각인시켜놓는다.
틀림없이 오늘은 한가하게 여행을 즐길 수 있으리라는 어떤 내 나름의 촉이 느껴진것이다.
제 철에 맞는 이름난 여행지를 날씨마저 화창한 날에 찾아가는 것은, 노년의 나이에 소주에 오징어 한마리 들고 기어코 바닷물에 발을 담구어 보겠다고 굳이 한여름에 부산 해운대백사장을 헤매는 것과 다를 바가 없다는 나의 생각이다. 가보기는 해야겠고 인파도 피하고 싶다면 하늘을 올려다 보며 기다려야 한다. 연일 장마비가 쏟아지거나, 태풍이 들이닥쳤거나, 폭설이 내려 교통이 어려워지거나 하는 등의 상황을 잘 주시하다가 그 틈새를 이용해 흔한말로 잽싸게 다녀오는 방법이 내가 주로 쓰는 방법이다. 아님 심야에 이동을 해서 새벽 날이새기 전에 도착해 그 어딘가의 목적지를 새벽에 혼자 차지하고 즐기는 방법이다. 이 경우에는 차량 진입이 수월하고 일부 입장료 내는 곳들도 그냥 공짜로 무사 통과하게 된다,
이 새벽에 오랜 나의 여행 이력에서 나오는 촉(느낌)이 이미 확신으로 바뀌고난 뒤였으니 어찌하겠는가.
발길이 이미 저만치 앞서 길을 재촉하고 마음은 차마 떨어지지 않는 어떤 송구한 마음에 마지못해 끌려가다시피 하며 길을 나섰는데.......
금년들어 그리 많지는 않았지만 거의 대부분을 혼자 여행하며 다니고 있다. 그것도 그분께서 좋아 할 만한 곳만 골라서.......... ㅋㅋㅋ
그러니 떠날 때 마다 그 어떤 분에게 한없이 미안하고 송구하고 아쉬운 마음이 드는것은 어쩔 수 없나보다. 떠날 때 만이다. 길을 나서서 도착하고 나면 사실 혼자 놀기에 바빠 미안해 할 틈도 없다. 돌아올 때도 그럭저럭 지나치겠는데........ 슬며시 다음 여행을 게획할 때는 또 갑자기 송구한 생각이 마구마구 피어오른다. 혹 다음엔 일정을 맞출 수 있으려나......... 나의 역마살에다 다음 여행이라........
기차타고 가는 여수 순천 여행을 계획하고 있고...... ㅎㅎ 여수 시내와 주변을 트래킹하고 야경을 감상하고 순천만도 보고, 송광사와 선운사 사이의 굴목이재를 트래킹 해야 하는데........ 강화도 함허동천 야영장에 텐트를 치고 마니산도 올라가고 강화도 유적 트래킹도 해야하는데....... 경주에 한 이틀 머물면서 자전거 타고 관광도 하고 남산에도 올라가야 하는데........... 다 금년 안에........ㅋㅋㅋ
어찌되었건....... 이미 저만치 앞질러 나선 발길에 못내 뒤따라가는 나의 심보였으나 이내 도로에 올라서니 다시 본심으로 돌아가 심보가 앞서면서 발길에 힘이 들어가게 만드니........ 자동차 속도계가 쭈욱 올라간다.
쏟아지다 그쳤다 하는 빗길을 뚫고 강원도를 향해 달려나간다. 목적지까지는 118km.
나의 예감은 여지없이 오늘도 적중을 했다.
나는 오늘 만항재의 드넓은 야생화 들판을 내집 정원으로 접수를 했다.
금년에 유독 수난을 겪고있는 275mm의 투박한 나의 두 발.
지난겨울 쭉 찢어졌는데도 꿰매지않고 버티느라 여러날 고생한 발등의 상처
가 앙증스럽기까지 하다. ㅋㅋㅋㅋ 쥔 잘못만나 고생하는 투박한 나의
두 발. 앞으로도 잘 버텨내야 혀. 그래야 내가 더 싸돌아 다니지.
만항재 주차장에서 등산화로 갈아신고 이제 슬슬...........
여기까지가 만항재 야생화단지의 입구 풍경이다.
자 이제 슬슬 잘 다듬어진 숲속으로 난 오솔길을 따라 산책을 나서 보기로 할까.
단, 산책에 앞서 한 가지 전제할 것이 있다.
만항재 산상의 화원은 식물원이 아니라는 사실을 꼭 전제로 해야만 하겠다.
식물원을 기대한 사람들에게 만항재는 어쩜 기대 이하의 별 볼이 없을 수도 있다는 말이다.
너무도 많이 들었던 야생화 천국이라는 이름값 덕분에 온갖 야생화란 야생화는 모두 활짝 핀 모습으로 죄 다 볼 수 있으리란 기대말씀이다.
당연히 천만의 말씀 만만의 콩떡이다.
만항재는 식물원의 온실이 아닌 있는 그대로의 대자연속 높은 산정상 고갯길에 저절로 형성된 꽃밭이기 때문이다.
사계절이 확실한 대한민국이기에 봄에는 봄꽃, 초여름엔 초여름꽃, 늦여름엔 늦여름꽃이 철을 바꾸어 가며 핀다.
하여 야생화를 모두 보자하면 그 철마다 부지런하게 발품을 팔며 쫓아다녀야 한다는 말이다.
그것은 곰배령이나 분주령, 그리고 여기 만항재까지 유명한 야생화천국 모두에게 똑 같이 적용되는 자연의 섭리인 것이다.
하여, 나는 오늘 꼭 오늘에 맞는 모습으로 피어난 꽃들을 만나러 가려 한다.
비가 많이 내려 길이 질척거려도 좋다.
꽃 이름을 굳이 알려 하지도 않을 것이다.
이미 지고있는 모습들에 아쉬워 하지도 않을 것이다.
여름이 지나는 이 순간에 나를 기다려주고 웃어주는 꽃이 몇송이만 있어도 행복할 것이다.
푸르름을 한껏 머금은 숲으로만도 이미 너무 충분하지 않은가.
더우기 오늘은 이 드넓은 정원이 온통 내집 앞마당이라니..........
숲속의 한 구석으로는 이런 쉼터가 마련되어 있다.
가족단위의 여행객들이 쉬면서 싸가지고 온 음식을 나누는 아늑한 숲속 공간이다.
또한 야생화 축제기간을 빼고는, 함백산을 등정하려는 사람들이 이곳에서 베이스 캠프를 치는 장소로도 유명하단다.
함백산이 1.572m이고 여기 만항재쉼터가 1.300m 이니 이곳에 베이스캠프를 치고 쉬었다가 정상에 오르는 일정으론 아주 손색이 없는 아늑한 숲속 쉼터가 아닐까 싶다.
빗줄기가 좀 심하다 싶어질 정도로 굵고 거세어 졌다.
산책길 사이로 넘어가는 지방도 고갯길에 간이휴게소가 있다. 하여 잠시 비를 피해보려고 발걸음을 옮기다보니 간이휴게로 앞으로 여행객으로 보이는 차량들과 사람들이 제법 보인다. 시간이 어느새 좀 흐른듯 하다.
이제 내집 마당을 내 놓아야만 하나보다 싶었는데........ 아뿔싸.
다들 고갯마루에 있는 안내간판에 우루르 몰려나와서 인증 샷 들만 서둘러 찍고는 다시 차량속으로 도망치듯 들어가더니 이내 고갯길을 내려간다.
저렇게 하고나서도 어디가서는 인증 샷 사진만 꺼내보이면서......... 내가 만행재 야생화산상정원을 가 보았는데 어쩌니 저쩌니 하는것은 아닐지......
그 중에서도 승용차로 온 남녀 한 팀이 남아서 우산을 쓰고 숲속 산책길로 들어가는 것이 보인다. 갓 결혼을 했거나 오랜 연인사이거나........
난 기꺼이 그 두사람을 위해 내집 마당 한쪽을 내어주기로 하고 잠시 비를 피하다 조금 가늘어 지는 듯 보일때 쯤에, 두 사람에게서 먼 다른 숲속길을 택해 다시 걸어들어갔다. 그때 아주 오래전의 어떤 광고문구가 생각이 났다.
- 싱그러운 아침. 쏟아지는 태양속에 시작의 내가 있다-------
ㅎㅎㅎ - 상큼한 아침 숲속. 쏟아지는 빗속에 억수루 운이 좋은 놈이 하나 있다-------- ㅋㅋㅋㅋ
숲은 절대자께서 인간에게 베푸신 커다란 위로이자 놀라운 은총이다.
어찌 행복하다 하지 않을 수가 있겠는가.
이런 아침 산책이 나에게도 주어졌다는 것이.......
나의 오래된 여행이력에 이런 행운이 적지않게 많이 따라주었었다. 그래서 여행에 관해선 지극히 나는 행운아이다.
만항재에 있는 산상의 정원에서 산책을 마치면서 주차장에 돌아오며 저만치 산 위를 올려다보니 함백산이 시야에 들어온다.
함백산은 시야에 들어오고........ 하늘엔 여전히 빗줄기가 거세고.......
갑자기....... 갑자기........ 막막해 지면서 억장이 무너지기 시작한다.
'어쩌면 좋단 말인가?"
만항재에서 함백산에 오르는 등산로가 있는데 거리와 시간이 제법 걸린다. 더욱이 저 하늘이 지금 비를 쏟아붓고 있지 않은가.
우비를 꺼내 입고 산행을 감행할까 말까?
이것은 어디까지나 미친것과 미치지않은것의 차이가 아닐까? 함백산을 꼭 오르리라 마음먹고 굳이 빗속을 달려 오기는 왔는데.........
안미쳐서 포기하자니 좀 그렇고......... 미친짓을 감행 하자니 좀 엄두가 안나고...........
'에라이. 암튼 오긴 왔으니 올라가기는 해야겠는데........ 미친짓 하기는 한창때 애들도 아니라........ 좀 덜미치는 것으로 타협하자.'
차를 몰고 다른 등산로 입구 주차장으로 이동한다.
이곳은 함백산 정상까지 오르는 가장 짧은 거리의 시멘트 포장이 된 임시도로다. 그런데 차량은 올라갈 수가 없다.
함백산의 정상엔 kbs방송중계탑이 있다. 이 시설로 인해 임시도로가 생긴것이다. 그런데 이 시설이 그냥 방송시설이 아니라 군사시설이기도 하다는 사실이다. 등산객에게 등산로와 함백산 정상을 내어주기는 하지만, 산정상의 중계소와 일부 시설은 철조망으로 굳게 잠긴 군사시설인 것이다.
하여 이 임시도로가 일반인에게는 허용이 되지않는 다는 사실을 이미 오래전부터 알고 있었다.
그렇다면 일단 그 임도 입구 주차장까지 가서 카메라 둘러메고 우산을 쓰고 임도를 따라 한참을 걸어올라가기로 하면......... 암튼 어떻게든 함백산 정상은 오를 수 있지 않겠는가.
함백산 임도입구의 주차장까지 왔다.
군인으로 보이는 사람이 잠겨있는 바리케이트를 풀고 재끼더니 승용차를 밖으로 꺼내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반대편 길가에는 여행객 승용차 두 대가 서서 이런 정황을 지켜보고 있었다. 일반인차량 통행금지구역이라는 것을 이미 알고 있는 듯 했다.
그리고...........
그리하여............
마침내는............
중간에 있었던 사연은 절대로 발설할 수 없고.......
암튼..............
끝내는...............
나의 여행이력에 항상 따라 붙는 그 지독한 행운..............
과연 어떤 일이?
ㅋㅋㅋㅋㅋ
ㅎㅎㅎㅎㅎ
대한민국에서 차량으로 올라갈 수 있는 가장 높은곳인 함백산 정상 Kbs중계탑의 군사시설 정문에 떡하니 버티고 서있는 나의 자랑스런 애마.
함백산 정상이 1572m 이니까 지금 나의 애마는 1550m쯤 높이까지 등정을 한 것이다.
그리고 이 억수루 운이 좋은 넘은 비도 안맞고 땀도 안흘리고 이 날씨에 함백산 정상에 올라온 것이다.
물론 지금 현재, 저 중계소 철조망 안에 있는 군사용 차량을 빼고는 이 함백산을 통털어 임도 바리케이트 안에 달랑 차라고는 나의 애마 딱 한 대 뿐이다. 올라오다 보니 임도로 하산하고 있는 사람이 두명이 있었다. 그리고 올라와 보니 정상에도 이미 서너사람이 있기는 하였다. 그들 모두가 놀란 눈으로 나를 쳐다본다.
함백산은 사진을 찍는 매니아들에게 있어 야경사진촬영 장소로 아주 크게 사랑받는 곳이다. 대한민국에서 열 손가라락안에 드는 명소이다. 하여 여기까지 차량을 가지고 올라온 이야기들을 간혹 접하기는 했었다. 겨울에는 오픈하기도 한다고도 했다. 그러면 헬기장까지 올라와 여기저기 불편하고 위태롭게 주차들을 하는 모습을 사진으로 보기도 했다. 그런데 저 놈은 기특하게도 군사시설 정문을 떡하니 차지하고 앉았다. ㅋㅋㅋㅋㅋ
차에서 내려 우산을 들고 정상에 오르기까지 단 2분.
암튼 목적대로 함백산에 오르기는 했는데 이걸 등산했다고 해야하나?
배낭을 꺼내서 메고 비에 좀 젖은다음에 돌탑이나 중계탑을 배경으로 인증샷을 찍을까? 말까?
----- 좌측 하단으로 나의 애마 지붕이 보이고...... ㅋㅋㅋ..... 신통. 방통.
발치 아래로 펼쳐진 이루 말로표현하기 힘든 벅찬 감동속에 주변의 빼어난 풍광을 감상하며 시간을 한참이나 보낸다.
고지에 세운 태백 선수촌도 저만치 아래 골짜기에 보이고 바람의 언덕에 늘어선 풍차들도 아주 멀리 모습을 드러낸다. 또 저만치 한참 아래로 내가 올라왔던 내가 내려가야 할 만항재에 오르는 지방도로가 짙푸른 숲과 골자기를 뒤덮은 운무사이로 너무도 선명하게 모습을 드러낸다. 직선 고속도로가 아니라 휘어지고 굽은 고갯길이라 더욱 운치있고 정감있는 모습으로 다가온다. 모 리조트의 모습도 들어오고..........
갑자기 골짜기 아래서 세찬바람이 불어오기 시작하더니, 이내 그 골자기에서 피어오르듯 올라온 운무가 사방을 온통 감싸안아버리고 만다.
얼굴에 떨어지는 싸늘한 빗방울과 옷깃을 파고드는 세찬 바람결과 사방으로 온통 희뿌연 운무만이 가득할 뿐.......... 더 이상 아무것도 없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산도 골짜기도 코앞에 있던 중계탑들도 모두 다 어디론가 삽시간에 사라지고 파뭍여 버렸다.
검은 그림자처럼 내 등뒤에 선 돌탑만이 내가 어딘가 의지하고 분명 서 있다는 사실을 확인시켜주고 있을 뿐....... 세상이 어디론가 사라져버렸다.
그러더니 어느시점에선가........
사라졌던 모든것들이 삽시간에 쨘 하고 다시 모습을 드러내는 것이었다.
아주 짧은 시간이었다.
그만큼 골짜기의 바람은 저 거대한 운무를 자유자재로 몰고 왔다가는 삽시간에 어디론다 죄 다 몰고 사라졌다.
십 수면 전 설악산 권금성 바위벼랑위에서 눈보라와 함께 이런 놀라운 운무의 변화무쌍함을 겪은바가 있었고, 지난해 여름에 왕짜증여서와 주전 흘림골의 등선대에서 이런 운무의 향연을 감상한 적이 있었다.
오늘의 이 놀라운 장관을 목격하면서........ 혼자 열심히 놀기에 정신줄을 놓고있으면서도 갑자기 무엇인가가 송구한 생각이 왜 드는 것인지...... ㅋ
시간이 제법 지났으니 좀 춥다.
그러나 당장 내려가기는 또 싫다. 어떻게 올라왔는데......
그리고는 마침내 하산을 한다.
내 고장의 월악산이 1097m 이니까 그 보다 절반가까이 더 높은 이곳에서 이제 차를 몰고 언덕길을 내려가야만 하는 것이다.
올라올때는 몰랐는데 내려가려니 '와! 과연 높기는 높게 올라온 것이구나' 하는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올라갈 때는 빗줄기와 운무를 헤칩고 올라가야만 했기에 몰랐었는데, 내려서면서 주변을 살피니 여기 임도 주변으로도 온통 야생화 천지이다.
만항재 못지않은 산상의 화원이 여기 이 임도의 길 양 옆으로도 야생화들이 사방피어나 있다.
하여 그저 운전하고 내려가면서 창문만 열고 그냥 차 안에서 또 셔터를 눌러본다.
거기에 산 중턱으로는 내가 너무도 좋아하는 자작나무 숲이 군락을 이루고 있다.
그렇게 꽃길 숲속을 내려왔다.
임도를 내려와 바리케이트 앞에 서니, 마침 그때도 길 건너편에 여행객 승용차가 몇대 서서 나를 주시하고 있다.
ㅋㅋㅋㅋㅋㅋ
태연하게 나름의 포스를 풍기면서 바리케이트의 잠금장치를 풀고, 바리케이트를 열어 재끼고, 차를 몰고 밖으로 나오고, 다시 바리케이트를 원위치 시키고, 잠금장치를 다시 잠그고......... 차 옆에서서 어디론가 전화를 한 통화 걸고......... 유유히 차를 몰고 빠져나온다.
길 건너편의 여행객들 중 누구 하나 나에게 말을 걸어오는 사람이 없다.
아마도 나의 포스가 저기 저 산꼭때기의 동네와 뭔가 깊은 연관이 있는 사람쯤으로 보였나보다..........ㅋㅋㅋㅋ
'내도요? 댁들과 똑 같은 그냥 지나가던 여행객이라우.........ㅎㅎㅎ'
비로소 포장된 지방동 올라서며 시선을 들어 올려다보니 내가 방금전에 다녀온 함백산이 저만치 까막득한 하늘에 걸쳐있다.
정암사에 들러 봉 요량이었지만 거의 점심때가 되어가고 빗줄기가 그쳤다 내리다를 반복하는 상황이다보니 제법 많은 사람들이 정암사를 둘러보고 있는 것이 시야에 들어왔다. 주차장도 이미 만원이었다.
하여, 아쉽지만 정암사는 후일로 미루어 기약을 하면서 가랑비 내리는 빗길을 달려 참으로 소박하고 시골스런 고한읍의 지방도로를 꾸불꾸불 빠져나간다.
영월을 지나는 중에 동강터널 옆의 바위벼랑위로 놀라운 풍광이 펼쳐지고 있기에 잠시 서서 구경을 한다.
비가 많이 내려야만 반짝하고 모습을 드러내는 폭포가 장관을 연출하고 있었던 것이다.
산 정상으로 수량이 없으니 평소엔 그냥 메마른 바위벼랑이었는데, 산 정상에 비가 많이 내리면 그 바위벼랑이 거대한 폭포로 변하는 쉽지않은 광경을 목격하게 된 것이다.
거대란 물줄기가 150m도 넘지 싶었다. 장관이었다.
그렇게 이번 만항재와 함백산의 여행도 뜻밖의 행운속에 마무리하게 되었다.
카톡을 통해 후배에게 거듭 문의가 왔다.
'도대체 어떻게 차량을 가지고 함백산엘 올랐느냐고.......' 비법만 가르쳐 주면 당장 내일 연휴에 가보려 한단다.
글쎄......
'임마. '열려라 참깨' 알지? 그렇게 하니까 저절로 되든걸? 문이 열리는게 아니라...... 무언가가 내 차를 번쩍 들어서 안으로 들여보내주고, 나간다고 하니깐 번쩍 들어서 내보내 주던걸? 너도 해봐. 혹시나 아니? 하긴.......... 일단은 인간성이 최소한 나 정도는 되어야 하고, 남에게 술도 잘 사줘야 되고, 헝아말엔 무조건 복종해야 하고, 형편되면 교회대신 누군가에게 십일조도 꼭 해야하고,........ ㅋㅋㅋㅋ'
암튼 여행에서 돌아오는 내내 무척이나 행복했다.
이제 다음여행은 어디를 먼저 가지? 벌써 새로운 고민의 시발점에 서 있다.
언제 갈까?
----- 이제 여름이 지나가다보다 싶었던 날에. 피안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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