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여행사에서 젊은 사람들에게 '유럽하면 가장 먼저 떠 오르는게 무엇인가요?' 하고 설문조사를 했다.
'에펠탑 이요.'
절대다수의 젊은이들이 전혀 망설임 없이 에펠탑을 합창했다고 한다. 이는 곧 전유럽의 랜드마크로 에펠탑을 꼽는다 해서 전혀 문제가 될 것이 없다는 뜻이기도 할것이다. 그런데 어찌된 영문인지 나는 아직 에펠탑을 직접 보지 못했다. 아내도 마찬가지겠고, 내가 아는한 우리 아들네 가족들도 아직 에펠탑을 가보지 못한것이 분명하다. 나름은 여행을 좀 다닌다고 평을 받는 처지였음에도 왜 프랑스는 우리의 여행 이력서에 없는걸까?
설문조사에는 다른 내용들도 있었다.
40대 이상의 중년이나 노년층은 주로 4~5일 정도의 짧은 동남아 여행을 추구하고, 20~30대의 젊은층은 파리. 뉴욕. 런던을 10일에서 15일 정도로 여행하기를 열망하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이런 결과를 읽어보면서 참으로 요상하고도 신기하다는 생각을 거듭 떨쳐 낼 수가 없다.
우리 가족여행의 실세라 할 수 있는 마눌님(챠밍여사)의 경우에 비추어 보더라도...... 그동안 동남아 여행은 나름 어느 정도는 열심히 다녀 보았다고 생각하는데, 어느 순간부터 은근히 동남아 여행은 해외여행의 이력에서 배제시키고 옆동네 마실이나 나들이 정도로만 생각하는 눈치다. 적어도 여행아라면 탈 동남아쯤은 기본적으로 우선시 되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느껴진다. 거기에 더하여 우리가 이미 노년에 접어들었음 때문인지 어쩐지 암튼...... 파리. 뉴욕. 런던 등 삐까뻔쩍하는 젊은이들이 열망하는 화려하고 최첨단의 유명 여행지에는 별로 관심이 없어 보인다.(아무리 생각해도 참 신통방통할 뿐이다)
그럼에도 분명 예외는 있다. 우리가족 모두에게 파리. 뉴욕. 런던은 의외로 관심 밖이지만....... 이탈리아만은 아주 특별한 예외라 할 수 있겠다.
우리 가족(나. 챠밍여사. 아들부부) 모두가 하나같이 '최고의 여행지라면 당연히 이탈리아' 라는 공통된 인식을 확고하게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여기에서도 너무나 당연하게 각자의 인식과 취향대로 최애 여행국가는 이탈리아지만 최애 여행지(도시)는 모두가 제각각이다.
아들은 이탈리아 하면 베네치아가 최고 여행지라고 생각한다. 딸(우리 며느리)은 베네치아인것 같으면서도 피사를 좋아하는 것으로 보이고, 챠밍여사(마눌님)는 오로지 '로마가 곧 이탈리아 아녀?'를 외친다. 그런 반면에 나는 죽으나 사나 오로지 피렌체가 이탈리아에선 최고 여행지다.
'그렇다면 더 나이들고 늦기전에 이제라도 프랑스에 한 번 가볼까?'
그렇게해서 어찌되었던 이쯤에서 챠망여사와 내가 프랑스 여행을 계획하게 되었고 준비를 모두 마친 채 출발 날짜를 기다리고 있게 되었다.
2023년이 시작되는 1월 중순이 되면 우리는 파리에서 에펠탑을 올려다 보고 있을 것이다.
그렇게 되면 파리에 대한 인식도 바뀌게 될까? 차차 뉴욕과 런던에도 관심을 가지게 될까?
코로나사태 (COVID-19)로 인하여 우리부부의 여행은 아주 긴 휴면상태에 머물러야만 했다.
직전의 여행은 2019년 12월 26일에 이스탄불로 떠나서 몰타에 들렀다가 이탈리아 시칠리아로 들어가 나폴리를 거쳐 로마로 향했었다. 다시 피렌체로 거처를 옮겼고 베네치아를 당일치기 여행으로 다녀와서는 로마로 되돌아가서 귀국 비행기에 올라 2020년 1월 17일에 귀국했었다. 거진 만 3년이 지난 여행이 되었다.
코로나 사태의 한복판에서 남들과 똑같이 힘들고 불편한 시간을 보내야 했던 것이다. 금년도( 2022년) 여름에 즈음하면서 코로나 사태로 발생했던 여행의 제재가 약간 풀어지는 것을 보고 기다렸다는 듯이 재빠르게 열흘 조금 넘는 아주 짧은 베트남 여행을 감행했었다. 우리 여행에서 열흘은 아주아주 짧은 기간이다. 최소한 2주가 되지 않는 여행은 애초 계획부터 하지 않는다는 것이 내 나름의 방식이자 원칙이라 하겠다. 직업적 일(시간)도 있고 사생활도 있고 여행에 드는 경비 문제도 있지만...... 내가 가장 좋아하는 여행 기간은 한 달 안쪽이라고 말하겠다. 부득이하면 최소 2주라도 감수해야 하겠지만, 사실적으로 2주는 너무나 짧다. 절충해서 최적의 기간이랄 수 있는 3주도 시간 배분과 스케줄을 잘 짜야지 가보면 정말 빠르게 지나가고 만다. 4주는 되어야 그런대로 '가진것은 시간과 배짱 뿐' 이라는 우리의 여행 지론에 합당하게 여행을 즐기고 누릴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물론 챠밍여사의 생각은 전혀 다르다. 2주가 딱 좋은 기간이고 상황에 따라 3주까지는 언제든 허락된다는 생각이다.
그래서 이번 우리의 프랑스 여행은 그런 차이점 속에서 절묘하게 절충점을 찾아냈다. 프랑스 파리로 들어가서 니스와 마르세이유와 몽펠로우를 거쳐서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귀국 비행기를 타는 23일 일정의 여행을 내가 계획한 것이다. 물론 마나님의 결재도 이미 받아놓았다.
금년(2022년) 여름이 지나면서 부터 갑자기 일(직업)이 무척이나 바빠지기 시작했다.
내게 들어 온 일도 있었고 내게 도움을 요청해 오는 일들이 한꺼번에 몰려서 들이닥쳤던 것이다. 미처 예상하지 못한 상황이었다. 어쩌겠는가? 닥치는 대로 해결해 나갈 수 밖에...... 해결해 나가다 보면 저절로 줄어들겠지 하면서 죽자사자 매달려 주말과 휴일을 건너뛰기가 지극히 당연한 일상처럼 느껴지는...... 그런 시간들을 보냈다.
여기저기 널린 현장들을 돌아다니면며 마무리 작업을 하던 중에 기온이 영하로 떨어지고 눈이 내렸다. 당연하게 이제 겨울이 시작되나 하던 차에 느닷없이 이른 폭설이 내리고 기온이 급격하게 추락해 영하 10도 이하로 뚝 떨어져 버렸다. 그리고 예년과는 다르게 그 첫추위가 삼한사온을 까먹었는지 열흘을 넘어 보름 가까이 지나도록 허구헌날 기본적으로 영하 10도 이하의 날씨를 유지하고 있다. 아마도 내 기억으로 이런 추위는 내가 아주 어렸던 초등학교 시절에나 있었던 진짜 겨울 같은 겨울이 아닐까 싶어지기까지 한다. 결국 대부분의 현장 작업들은 올 스톱되고 말았다. 심지어 외부 작업을 마치고 실내 작업을 하던 현장도 혹한으로 인해서 스톱하는 기현상까지 생길 정도이다.
실업자로 전락!!!!(마눌님에게 집돌이 소리를 다 듣는다. 나도 어느새 늙어가나 보다.)
그때 내린 눈이 내려다 보이는 아파트 관리사무실 위로 수북히 쌓이더니...... 지금도 밖을 내다보니 여전히 수북히 쌓여있다. 2주를 훨씬 넘어서 3주째 한파가 기승을 떨고 있는 것이다.
'이럴줄 알았으면 차라리 크리스마스 전에 떠났을 것을...........'
언제나 처럼 겨울 여행은 아주 오래전부터 이미 계획되었던 것이었지만, 적어도 이번 여행의 예정된 목적지는 프랑스가 결코 아니었다.
챠밍여사가 가진 여행 버킷리스트에 올라있는 최우선 순위는 오매불망 '프라하와 부다페스트의 야경' 이었으니까 말이다. 내 버킷리스트 최상단에는 코트쥐다르(프랑스 남부 지중해 연안)가 올라있지만 챠밍여사가 분명한 우리 가문의 실권자임이 자명한 마당에....... 우리의 이번겨울 여행 목적지는 당연히 동유럽이라 부르는 '프라하(체코)와 부다페스트(헝가리) 여행'이 절대적 당연성을 애초부터 확고부동하게 자리잡고 있었던 터였다. 내가 선택할 수 있는 것이라는 것은...... 프라하로 들어가 부다페스트로 이동할 것인지 아니면 반대로 할 것이지에 중간에 비엔나(오스트리아)을 끼워 넣을 것인지 아닌지 정도였을 뿐이다. 기간을 넉넉하게 허락해 주시면 부다페스트에서 트빌리시(조지아)로 날아가서 예레반(아르메니아)를 들려서 돌아 오던가, 아니면 프라하에서 네덜란드 벨기에 방향으로 틀어서 맛보기 내지는 그리이스로 날아가서 아테네에서 귀국하는 노선을 찾아보는 정도 뿐일 것이다. 오로지 결정은 마눌님의 고유권한(?)이라고 나는 추켜 세우며 항상처럼 밀어 붙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경우에 보자면 결과와 결론은 내 생각대로 되는 경우가 허다하지만 서도 말이다.
현장 마무리 작업에 몰두하면서도 시간을 내서 동유럽 여행에 스케줄을 세웠고 바야흐로 프라하로 향하는 비행기표 티켓팅을 막 하려는 시점에서 아뿔싸............ 한파가 유럽에 몰아닥쳤다는 뉴스가 연일 올라오기 시작했다.
기록적 한파가 유럽을 포함해 북아메리카 대륙을 덮쳤다는 기사와 함께 우크라이나 사태로 인하여 전유럽이 혹독한 겨울을 견뎌내야만 하게 생겼다는 내용들 이었다.
'푸틴이 가스를 걸어잠그고 석유를 안보내면 우리도 호텔에서 벌벌 떨어야 하는것 아니야? 느닷없이 호텔값을 마구 올린다고 하면 어떻게 해?'
'하루아침에 그럴리가 있겠어? 갑자기 벌어진 상황에 이런저런 소문만 무성할 뿐일거야.'
'유래없는 기록적 한파라잖아? 기후 변화와 우크라이나 전쟁 휴유증이 뒤섞이는 거잖아. 미루었다가 차라리 봄에 갈까?'
'우리야 어차피 겨울엔 시간적으로 여유가 생기니까 어느정도 추위와 불편을 감수해서라도 겨울여행을 선택했던건데...... 당신 봄철에 한 달씩 자리 비울 수 있겠어? 맘 편하게?'
'그건 또 그렇지. 남들 다 바쁜데 나만 놀러다닌다고 일 안하면 그것도 또 속상해 못견디지? 내 식구들도 챙겨서 먹고살게끔 해야 하는데........'
'그래. 우리에겐 겨울이 그래도 가장 맘과 속이 편한 시간이니까...... 아직 시간이 충분히 남았으니까 좀 더 상황을 보자.'
'유럽 전체가 유래없는 기상한파라고 하잖아. 동유럽은 북쪽인데 정말로 프라하나 부다페스트가 무진장 추우면 어떻하지?'
'나도 그 부분이 가장 걱정이되어서 이런저런 여러가지 경우를 생각해 보았는데.......
'어떤 경우?'
'까짓꺼 아무리 춥다고 해도 호텔에 불은 때 줄테니까 자는것은 걱정이 안되는데........ 눈이 매일 내리면 문제가 되겠다 싶더라고.'
'눈이 왜?'
'비가 내리면 어디 잠시 카페에라도 들어가서 몸 좀 녹이면서 그칠 때를 기다리면 되겠는데...... 비란 놈은 오다가 그칠것이고 또 맞으며 다니던가 우산을 쓰면 되겠는데, 추운 나라에서한겨울의 폭설은 좀 상황이 달라진단 말이야. 원래 추운 지역인 프라하나 부다페스트에 이상기후로 도착하는 날 폭설이라도 내리면 교통이 두절될 수도 있고, 제설작업이 이루어 진다고 해도 우리가 평소 죽어라 걸어다니는 여행지 곳곳까지 제대로 이루어 지겠느냔 말이야. 잠시 밖에 나갔다 오는것이야 아무리 미끄러워도 어찌해 보겠지만, 이틀 뒤에 또 폭설이 내리기라도 하고 제설작업이 더디게 진행된다면........ 우린 아무것도 할 수 있는게 없게 될지도 모르니까. 겨우 이동해서 박물관이나 들렀다가 카페어서 몸을 녹이고 다시 미술관이나 찾아가고........ 미끄러우면 마음대로 돌아다닐 수가 없잖아. 혹 꽈당 하게되면 병원들려 귀국해야 할지도 모르지. 동유럽이 겨울엔 비가 자주내리는 우기이기는 한데, 기상이변으로 하필 올 겨울에 폭설이라도 자주 내리게 된다면...... 그땐 정말로 우리에게 심각한 문제가 되겠지.'
'비는 홍수나 태풍만 아니라면 우리 여행에 별 문제가 될 수 없지만 추운 나라에서 눈이 자주 내리면 모든게 꽝이 되는거네?'
'그럼 겨울이 물러갈 쯤인 3월에 나서는건 어때?'
'3월이면 한참 일 시작할때인데 당연히 안되지. 차라리 추석때면 모를까. 그나저나 겨울여행 이야기를 꺼내서 이미 몸과 머릿속이 유럽에 다시 간다고 잔뜩 기대에 차 있는데, 이제와서 다시 가을에나 가지 뭐 라고 하면 맥이 빠져서 이 긴 겨울을 어떻게 지내야 한다냐?'
'시간이 넉넉하니까 조금 여유를 가지고 지켜보면 되겠지 뭐.'
'푸틴이 벌인 전쟁도 끝날 기미가 안보이고, 기상이변으로 인한 혹한의 추위도 이제는 너무나 당연한것 같고......... 만약에 말야...... 당신이 생각하던데는 전혀 안추워? 어디였지?'
'코트쥐다르.'
'코트자락을 쥐어 뜯던지 말던지는 아무 상관없고...... 거기는 정말로 따뜻할까? 유럽이 온통 혹한의 겨울이면 거기도 당연히 추운거 아녀?'
'유럽은 겨울이 우기이니까 비야 자주 올지도 모르겠지만...... 추워도 영상 10도 이상은 유지되는 곳이야. 비가오면 바람이 무척이나 차갑겠지만 그래도 겨울은 아니고 우리나라 늦가을 추위 정도는 되겠지. 아마도.......'
'당신이 지중해는 안춥다고 입에 달고 살았으니까 비온다고 추워봐야 바람막이 하나 더 걸치면 될터이고........무조건 겨울여행은 가야하겠다는 전제하에서 지중해로 코스를 바꾸려면 어려운가? 새로 준비할게 많아?'
'아니. 어려울건 전혀 없어. 남프랑스도 꾸준히 관심을 가지고 준비를 해 온 목적지였으니까 비행 스케줄만 새로 검색하면 전혀 어려울게 없어.'
'추운건 도저히 못견디니까........ 그럼 순서를 바꿔서 남프랑스를 먼저 갈까? 동유럽은 내년 겨울에도 이렇게 추울것 아냐?'
'기상이변이니까 그런거고....... 다뜻한 봄이나 추석여행으로 계획을 가지다보면 언젠가 프라하를 가게 되겠지.'
'춥지 않아야 하는거다? 겨울옷 아예 안챙겨 갈테니까? 얼어죽지 않게 하려면 확실해야해?'
'시칠리아 날씨 겪어 봤잖아. 평균적으로 그런 날씨의 연속일거야. 좀 더 풀리면 바르셀로나 날씨 기억하지?'
'좋아. 그렇다면 남프랑스를 먼저 가기로 계획을 다시 세우자. 파리를 짧게라도 맛보기로 하고........'
그렇게해서 우리의 정례 겨울여행은 느닷없이 동유럽에서 프랑스를 향해 떠나는 것으로 방향을 틀게 되었다.
평소에 나는 프랑스 여행을 계획하는 사람들에게 누누이 '프랑스를 여행하려거든 먼저' 댄 브라운의 소설을 소재로 만든 영화 (다빈치 코드)를 보고 떠나라고 강추해 왔던것이 사실이다. 로마를 여행하려면 (천사와 악마)를, 피렌체나 이스탄불을 여행하려면 먼저 (인페르노)를 먼저 꼭 보고 여행을 떠나시라고 이야기나 글로써 당부해 왔었다.
그랬음에도 정작 이상하게 파리(프랑스)를 꼭 가봐야 하겠다는 열망이 적어도 내게는 아예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지극히 적었던 것이 사실이다. 그동안 왜 그랬는지는 아무래도 이번 여행을 다녀와서 차차 하게되겠지만서도 말이다.
(다빈치 코드)를 극장에서 보고 나오면서도 '파리에 가봐야 겠다' 라는 생각은 들지 않았던것 같다.
그러던 어느날 느닷없이 '언젠가 한 번은 가보아야 할 파리라면 좀 서둘러 가봐야 겠다. 갑자기 파리가 가보고 싶어졌어.' 라고 생각되기 시작했는데, 그 시점이 바로 영화 (미션 임파서블 : FALLOUT)을 극장에서 보고 나오면서 였다. 여행에 대한 로망이 가득 담긴 버킷 리스트의 맨 끝머리에 있던 파리(프랑스)가 최상부로 격상되어 우선 순위를 따져야 하는 상황으로 변모하게 된 것이다.
물론 어려서부터 나는 수없이 많이 파리를 보아왔고 마음속에 담아 놓기는 했었다. 그런 모든것은 거의 대부분 영화를 통해서였다. 약간의 샹송과.
초등학교 4학때 서부영화를 시작으로 영화광으로서의 삶이 시작(나는 헐리웃 키드는 절대로 아니다)되었는데, 특히 중학교때 나를 가장 사로잡았던 것이 바로 프랑스 영화였다. 그리고 그 한복판에 아란드롱(Alain Delon)이 있었다. 그가 주로 출연한 프랑스식 느와르 영화는 모두 미성년자 관람불가였지만, 어떤 방법으로든지 아란드롱의 영화를 넘어서 외국영화는 거의 대부분 기를 쓰고 쫓아가서 보면서 자랐다고 할 수 있겠다.
우수에 젖은 그의 표정만큼이나 그가 출연한 프랑스 영화들은 대부분 어둡고 축축한 분위기에 낙엽지는 가을이나 겨울비 내리는 파리의 뒷골목에서 그가 바바리 코트를 입고 등장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그리고 마지막엔 늘 여운을 가득 남기면서 비극적인 죽임을 당하는 장면으로 끝난다.
아란드롱의 영화가 헤아릴 수 없을만치 많겠지만 내가 보았던 최고의 영화를 꼽으라면 나는 주저없이 (암흑가의 두사람)을 꼽겠다.
시몬느 베이유와 사르트르와 보봐르 부인이 살았던 파리, 생 땍쥐페리와 헤밍웨이와 피카소를 비롯한 수없이 많은 예술가들이 사랑한 도시 파리, 자유로운 사상이 논의 되었는가 하면 코뮌이 생겨났고 마르크스가 혁명을 준비하던 도시 파리, 삼색기 물결아래 파리지앵들이 펼치는 그들만의 조금은 색다른 삶의 모습에 호불호가 극명하게 갈리는 참으로 알 수없는 도시가 바로 파리가 아닌가?
왜?
파리(프랑스)의 무엇이 그것들을 그렇게...........
'아무래도 내가 직접 찾아가서 경험해 보아야 하겠다'고 나는 결론 지었다.
나에게 그동안 로망으로만 남아있던 프랑스의 여행지는 파리(Paris)가 결코 아니었다.
내가 언젠가는 꼭 한 번 찾아가보아야 하겠다고 생각하고 있던 곳은 코트다쥐르(Cote d'Azure) 였다.
그것은 실로 엄청나게 큰 차이가 있다.
하여 당연하게 이번 여행은 (르네상스 기행)을 바탕으로 해 왔던 이제까지의 유럽여행들과는 상당한 차이가 있을것이라 생각하고 있다. 파리에서 머무는 4박5일 정도의 일정을 빼고나면....... 내가 애초에 코트다쥐르 여행을 별도로 특별하게 생각해왔던 바 처럼 이제와는 전혀 다른 여행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당연히 설레기도 하고 매우 기다려 지는 여행이랄 수 있겠다.
그런 이유로 해서 지금의 프롤로그 성격의 인사말이나, 여행을 마치고 돌아와서 새롭게 계재를 하게될 (프랑스 여행기)는 역사나 예술 탐험이 당연하게 따라다니기야 하겠지만, 조금은 다르게 지중해의 자연과 풍경과 그곳에 살고있는 파리지엥이 아닌 진짜 프랑스 사람들의 삶의 모습을 써내려갈 수 있지 않을가 싶다. 새해 2월 중순이면 아름다운 남프랑스 지방의 지중해 사진과 삶의 이야기를 나눌 수 있을 것이다. 나 역시 기대가 된다.
그리고 그런 프랑스 여행기를 써내려가다 보면, 이야기를 모두 마치기 전 즈음에 구체적인 다음 여행 목적지와 계획이 세워질 것이다.
그런 세세한 이야기들이 부디...... 누군가가 여행을 시작하거나 다시 먼 길을 떠나는 계기가 되고 아주 작은 도움이라도 되었으면 하는 간절한 바램을 담아 본다.
삼가 옷깃을 여미고 떠나가는 2022년에게 감사함을 담아 손을 흔들어 작별 인사를 건네본다. 그 어느해 보다도 더 고맙고 행복한 한 해였다고 나는 고백할 수 있다. 더 이상 바랄것이 없는 2022년 이었다.
우리 손녀 태리가 참으로 예쁘고 씩씩하게 잘 자라주고 이제 새해가 되면 어느새 초등학교에 입학하게 되었다는 사실이 무엇보다 최고의 기쁨이다. 동생 세리가 무탈하게 쑥 쑥 성장해 주고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더 이상 바랄것이 나에겐 없다. 나의 지나온 삶을 되돌아 보고 얼마나 남았을지 모를 미래를 생각해 보아도...... 더 이상 크게 아쉬울것도 없고, 운명에게 특별히 어떤것을 요구하거나 바랄것도 없다. 이 순간에 살아있어서 손녀들이 하루가 다르게 성장하는 모습을 지켜 볼 수 있고, 가족들 모두가 자기 본분에 충실하고 건강하다는 사실만으로도 한없이 감사하고 행복할 뿐이다.
가만히 돌이켜 생각해 보면...... 내 인생에 이런 시간들이 얼마나 있었는지........ 이런 여유와 평화가 있기나 했었나 잘 모르겠다.
세상 어디에 내놓아도 전혀 뒤질게 없을만치 잘 생기고 반듯한 아들, 예쁜데다가 슬기롭기까지 한 딸(며느리), 그 둘의 장점만을 엎그레이드 해서 생겨난 이쁜 아기여우 두 마리......... 하늘나라 조상님들께 내가 이 세상을 다녀간 증거이자 자신있게 내세울 수 있는 최고의 업적이 아니겠는가?
지금 내가 이런 이야기를 꺼낼 수 있는것은 물론......... 땀과 눈물과 헌신으로 이제껏 살아 온 마눌님(챠밍여사) 덕분이라는 사실을 꼭 전제로 해야 한다는 사실은 한 시도 잊은적이 없다. '그간의 빚은 꼭 받아내고 말것이여. 그러니까 끝까지 딴 맘 먹지말고 무조건 다 갚어' 라고 툭하면 나를 다그치고 재촉을 하기는 하는데........ '죽는 순간까지 무조건 빚은 싸그리 갚겠다'고 호언장담을 늘어놓지만, 어떻게 된 영문인지 이 놈의 빚이라는게 갚아도 갚아도 줄지를 않는지 모르겠다. 원금은 고사하고 이자 갚기도 버거운것만 같다. 아니지. 어쩌면 빚이 점점 늘어가는 지도.........
면도할 때마다 거울을 들여다 보면 점점 낯설게만 느껴지는 한 사내가 거기에 있다. 세월이 느껴진다.
컴퓨터 속에 저장된 사진앨범을 뒤척이다 보면 아주 익숙한 얼굴의 소중한 사람이 나타난다. '태라 할애비에 비하면 세리 할망구는 여전하네' 라고 조용히 혼자 푸념을 늘어놓고는 한다. 그러면서 페이지를 계속 넘기다보면........ 어떤 알지못할 서러움 같은 것이 은근히 북받쳐 올라온다. 5년 전에는 펄펄 날라다녔고, 그래도 3년 전까지는 처음 만났을 때의 모습이 어느정도 남아있는 그런 모습이었다면...... 그새 무슨 일이 있었는지....... 주름이 패여있고 피부 탄력도 예전같지 않은 지쳐보이는 사람을 발견하게 된다. 에구에구 빚만 점점 늘어가는 느낌이다. 파산신고하고 가출할까?
벗어나고 싶어도 우리 태리와 세리 때문에 달아날 수가 없다. 할머니가 욘석들을 꽉 잡고 있어서........
코트다쥐르(Cote d'Azure) 라고 하면 낯설게 느껴지고, 어쩌면 잘 모르는 사람들도 분명 많이 있을 것 같다. 그렇다면 코트다쥐르를 어떻게 설명하면 쉽게 이해할 수가 있을까? 프랑스 안에 있는것은 분명한데 말이다.
프랑스를 여행하는 수많은 사람들에게 프랑스 하면 떠오르는 단어가 과연 무엇일까 하고 물어보았다.
'낭만' 이라는 단어가 압도적으로 많이 나왔다. (프랑스 = 낭만) 이라는 공식은 일단 성립이 된것이다.
그렇다면 '프랑스의 어떤것을 낭만이라고 할 수 있을까요?' 라는 질문에는 누구도 쉽게 나서서 대답을 하지 못했다. 거 참. 거시기한 질문일세.
알기는 알겠는데 딱 꼬집어서 설명하기가 어려운 고넘의 '낭만' 이라는 분위기가 프랑스에는 차고 넘쳐난다고들 흔히 말하는데...... 감히 나로서도 뭐라고 딱부러지게 대답하지 못할것 같다. 느낌은 분명하게 있는데...... 도무지 이게 언어로 번역이 안되는것이........
헐!!!!
그랬음에도 언젠가 누군가에게서 이런 이야기를 들었다.
'프랑스 낭만이라는게 파리에서는 아무리 찾아봐도 소용이 없어. 프랑스 낭만은 말이여....... 코트다쥐르에 가면 널린게 낭만이여. 거길 가봐.'
그 말은 내 뇌리에 아주 강렬하게 각인 되었다.
세계를 내집처럼 드나드신 아주 유명한 우리나라 한 사진작가가 자신의 글에 이렇게 적었다. '신께서 나에게 단 한 장소만을 다시 가 볼 수 있으니 이세상의 어디를 가고 싶냐고 물으시면, 나는 주저없이 코트다쥐르 라고 대답하겠다' 라는 이야기였다. 어쩌면 그것은 그 사진작가만의 생각이 결코 아니었을 것이다. 마티스도 샤갈도 고호도 피카소도 틀림없이 그런 같은 생각이었을 테니까 말이다.
오죽했으면 '색채의 마술사'로 불리는 프랑스 화가 피에르 보나르가 자신의 작품 <코트다쥐르>를 공개하면서 '만약에 누군가가 내 그림을 파리로 가져간다면 그림속의 코발트빛 불루는 잔뜩 찌프린 파리하늘처럼 금새 잿빛 회색이 되어버리고 말것이다.'라고까지 했다고 한다. 그 그림은 지금도 여전히 코트다쥐르 지역의 칸에 전시되어 있다.
바람은 향기를 머금은듯 평화롭고, 기후는 부드러운듯 온화하며, 구름 한 점 없는 하늘과 그 아래로 펼쳐진 드넓은 바다는 파란 코발트빛 불루로 빛나고 있다. 눈부신 햇살을 품은 해변은 아름답게 펼쳐져 있고, 해안따라 늘어선 도시들은 은근한 세련미의 매력을 한껏 발산한다. 그 작은 도시의 미로처럼 연결하는 좁은 골목길에 들어서면 비로소 그곳에서 낭만이 흘러나온다. 그런곳이 바로 코트다쥐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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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지엥(Parisien) 이라고 하면 '파리에 사는 토박이 남자'라는 사전적 의미를 가지고 있지만, 통상적으로는 '파리 사람들의 나름 독특한 생활문화'를 가리키는 말로 사용된다. 이 역시 딱 부러지게 '파리지엥이란 이런것이다' 라고 정의 내리기는 곤란한 다소 형이상학적인 성격을 내재하고 있다고 볼 수 있겠다. 많은 여행자와 외국인들 중에는 '파리지엥' 이라는 단어에서 풍기는 뉘앙스와 알 수 없는 매력에 심취하기도 하고, 더하여 파리에 장기체류를 감행하면서 스스로 파리지엥이 되려고 기를 쓰는 사람들도 흔하게 볼 수 있을 정도이다. 그런가하면 현지 토박이 중에서 '파리지엥'을 하나의 커다란 자부심이나 존재감으로 과시하듯 드러내기 시작하면서 같은 프랑스 내에서도 파리와 기타 지방 간의 정서적 사회적으로 반목하고 경계하고 곧 잘 분쟁으로 확대되기도 한다. 흡사 우리나라 남쪽의 두 지방 경우에서 보아왔던 그런 불편한 광경이 프랑스에서는 파리와 지방으로 양분되어 적지않게 사회적 마찰과 문제를 야기시키고 있다. '파리지엥' 하면 '어딘가 프랑스 냄새가 풀풀 풍겨오고 그 속에서 은근하게 낭만이 느껴진다'는 생각은 적어도 프랑스에 대해서 썩 잘 알지 못하는 이방인 여행자의 생각뿐이지 않을까 싶다.
여행자가 파리를 찾으면 어디에서 파리지엥을 만나고 느껴볼 수 있을까 두리번 거리겠지만, 파리를 벗어난 프랑스 전역의 사람들은 파리지엥이란 의미를 '전혀 가당치도 않은 빈껍데기들의 철없는 해프닝'이라고 폄하하고 비웃기를 서슴치 않는다.
파리지엥의 천적이라면 당연히 남프랑스 지중해 연안의 프로방스 사람들일 것이다.
파리지엥들은 파리를 벗어난 지역의 모든 사람을 '촌놈'쯤으로 여기고 대하는데, 그중에서도 프로방스 사람들에 대해서는 '아주아주 깡촌에서 온 무지렁이'쯤으로 치부한다. 그러자 프로방스 사람들도 여기에 뒤질세라 '자신들은 지상낙원에 사는 고고한 품격을 가진 지성인 이지만, 파리지엥은 거대도시에서 빌붙어 기생하는 벌레'쯤으로 철저하게 깔아 뭉갠다.
프랑스를 여행하면서 적어도 '파리지엥' 이란 단어는 때와 장소를 가려가면서 써야 하는 용어임이 분명해 보인다.
그런가하면 프랑스 남부지역에서 아주 흔하게 일상용어 처럼 쓰이는 단어 중에 '미디(Midi)' 라는 것이 있다. 파리지엥들은 또 이 단어를 마치 (촌구석) 처럼 혐오스럽게까지 생각하고 사용하지 않는데, 파리를 벗어나면 이 단어는 아주 일상으로 남프랑스를 지칭하는 용어로 사용된다.
'미디(Midi)'는 그냥 아주 단순하게 '정오'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하여 사계절 내내 따뜻하고 햇쌀이 풍부하며 모든것이 풍요로운 지중해 연안의 남프랑스를 가리키는 말로 사용된다. 여기에서 나오는 지중해 연안의 남프랑스에는 프로방스(Provence) 지역과 랑그독(Languedoc) 지역을 모두 아우르는 뜻을 담고 있으니, 프로방스에 알레르기를 가지고 있는 파리지엥들이 이 단어에 거부감을 가지는것도 결코 무리는 아니지 싶다.
프랑스 파리에서 남쪽을 향해 달려 내려가면 지중해라는 바다와 만나는 지점에 프랑스 제 2의 도시인 마르세유가 있다. 우리나라 부산이라고 생각하면 되겠다. 이곳에서 북쪽의 파리를 올려다 보면서 우측으로 고개를 돌리면 끝도없이 펼쳐진 해안선 저 너머에 이탈리아가 있다. 바로 이 지역을 우리는 흔히 프로방스(Provence) 라고 부른다. 마르세유는 여기 로방스 지역의 중심이자 수도이다.
마르세유에서 왼쪽으로 고개를 돌리면 역시나 파란 해안선이 펼쳐지는데 그 너머에 스페인이 있다. 바르셀로나가 그리 멀지 않다. 이 지역이 바로 랑그독(Languedoc) 지역이다. 우리나라 남쪽에 우측으로 경상도가 있고 왼쪽으로 전라도가 있으며 이 둘을 합해서 남해안이라 부르는 것과 같다고 하면 이해가 쉬울것이다. 여기에서 좀 더 들어가 동족 해안에 늘어선 경상도를 조금만 더 파고들어가면 경상 남도가 있고 경상북도가 있으며 더하여 부산직할시가 나뉘어 포함되는 것처럼 프랑스의 행정구역 편재 또한 그런 경우에 해당한다.
남쪽으로는 지중해 연안에 닿아있고, 북쪽으론 알프스에 산맥에 기대어 있으며, 서쪽으로 론강이 흐르며, 동쪽으로 이탈리아와 국경을 맞대고 있는 지역을 우리가 흔히 프로방스(Provence) 라고 부른다. 하지만 이 명칭대로만 이해하고 사용한다면 여러가지 오해를 불러 일어킬 수도 있다.
우리 흔히 부르는 프로방스의 진짜 이름은 '프로방스 - 알프 - 코트다쥐르(Provence - Alpes - Cote d'Azure)' 라는 고유명칭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흔히 말하는 프로방스는 마르세유를 중심으로 엑상프로방스. 아를. 툴롱. 그르드는 물론 아비뇽까지를 포함하는 프로방스와 니스를 중심으로 니스. 칸. 앙티브. 에즈. 모나코. 망통을 포함하는 코트다쥐르가 분명하게 나뉘어 있으며, 여기에다 리옹을 중심으로 알프스 산악지대까지 연결되는 샤모니. 알베르빌. 그르노불. 에비앙 등을 포함하는 론알프 지역까지를 모두 포함해서 흔히들 프로방스라고 부르고 있는 것이다.
그러니까 이제부터라도 무작정 (프로방스) 라는 포괄적 의미의 명칭을 대충 사용하기 보담은 현실에 맞게 론알프 지역, 코트다쥐르 지역, 프로방스 지역, 그리고 랑그독 지역으로 구분해서 올바르게 사용하는 것이 절대적으로 필요해 보인다.
프로방스는 라벤더로 대표되는 향수의 고장이자 와인의 고장이다.
그런가 하면 프랑스라는 나라 자체가 그렇듯이 남프랑스 또한 아름다운 미식의 고향이기도 하다.
한반도의 2.5배에 달하는 국토면적을 가진 프랑스는 높은 산악지역과 대서양과 지중해에 인접해 수산자원도 풍부할 뿐더러, 드넒은 평원으로부터 와인과 올리브유와 치즈와 온갖 채소와 과일 등 모든 식자재를 풍요롭게 공급받고 있는 축복받은 나라이다.
그런 이유로 음식문화 또한 대단히 눈부시게 발전해 왔다.
프랑스를 대표하는 고급 요리인 프아그라(foie gras)는 남서부를 비롯 북부 알사스 로렌 지방의 명물로 거위의 간을 채취하여 프라이팬에 살짝 구운 뒤 빵에 발라먹던 것에서 시작되어 오늘날에는 수많은 고급요리의 메인음식에 다양하게 사용되고 있다.
퐁듀(Fondue)는 사실 프랑스 음식이라고 하기 보담은 스위스 전통음식 이라고 부르는 것이 올바르지 싶다. 알프스 산맥을 의지하며 목축에 종사하면서 살아왔던 중세시대 이후의 사람들에게 오늘날과 같은 스위스. 오스트리아. 이탈리아. 독일. 프랑스의 국경은 그들의 목축생활에 아무런 도움이나 기준이 될 수가 없었던 것이다. 그저 좋은 목초지를 찾아서 이 능선을 넘으면 오늘날의 이탈리아였고, 저 능선을 넘으면 지금의 스위스였던 것이다. 일년의 절반 이상을 산자락에서 그렇게 초지를 찾아 이동하면서 살았다. 그런데 어느날 하산하여 마을에 내려가보니 스위스니 이탈리아니 프랑스니 하는 나라로 편입되었고 국경이 생겼던 것이다. 그러다보니 알프스 산간지역의 생활문화나 풍습등은 누가 정통이다 할 수 없을만큼 비슷비슷하다. 퐁듀 역시 스위스 전통음식이라 하는 것이 옳겠지만, 그곳에 살다가 국경이 그어져 프랑스 지역으로 내려온 사람들의 전통음식인 것도 틀립없다. 오늘날 퐁듀는 아마도 프랑스에서 더 각광 받고 있는 명물이 아닐까 싶다.
다음으로 유명한 프랑스 음식으로는 크레프(Crepe)가 아닐까 싶다. 우리가 흔히 '크레페''크레페' 하는 주점부리 같은 음식을 가리킨다.
밀가루나 메밀을 전병으로 얇게 펴서 붙인 다음에 그 안에다가 다양한 과일이나 야채를 올리고 싸서 먹는 음식을 말한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농경문화를 가지고 있는 나라나 민족들에게는 다양한 형태로 이런 음식이 매우 발달해 있는것으로 보인다. 하여 특출날 것이 없어보이지만, 그래도 프랑스를 여행하게된다면 자주 접해볼 수 밖에 없는 쉽고도 가까운 음식이 아닐까 싶다.
다음으로 프랑스를 대표하는 음식을 꼽는다면 당연히 해산물이 풍부한 지중해 연안의 마르세유에서 유독 유명한 부야베스(bouillabaisse)가 아닐까 싶다. 나름 프랑스를 대표하는 명물로 꼽히기도 하지만, 간단하고 쉽게 표현하자면 우리나라로 쳐서 '잡고기 해물탕' 이라고 이해하면 쉽겠다. 유명하고 가격대가 있는만큼 여행자들 중에서 프랑스 명물로 극찬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호불호가 극에 달할만큼 비평을 하는 사람들도 있다. 이 부분을 내가 가만히 생각하다가 내린 결론은........ 우리나라에서 매운탕을 여러번 접해보지 못한 젊은 사람들이 프랑스까지 가서 명물이라는 부야베스를 처음 먹어보았으니 당연히 고급 내지는 명물이라는 콩깍지가 씌워졌을 것이다. 올리브를 두르고 버터향을 풍기는 매운탕이 프랑스가 자랑하는 명물 음식이었으니 칭찬과 감동이 남다를 수 밖에...... 하지만, 국내에서 민물 매운탕이나 동태탕에 이미 푹 빠져 보았던 사람들은 이구동성으로 '이거 빠다맛에 토마토 소스로 달착지근하게 맛을 낸 어설푼 매운탕이 영락없잖아. 우리나라 매운탕이 훨씬 맛있어. 다신 안먹을거야' 라고 이구동성으로 입을 모으는 것이 분명한 사실이다. 나 역시도 다른 곳에서 부야베스를 슬쩍 맛만 보았는데....... 이번 여행에서도 당연히 패스할 것이다.
이른 새벽에 막 구워낸 빵과 뜨거운 커피면 하루를 거뜬히 시작하고, 싱싱한 포도와 와인 한 병과 크루아상 정도면 충분히 하루를 행복하게 마무리 할 수 있는것이 우리의 여행이다.
틈나는 대로 프랑스 음식을 접하고 즐겨보아야 하겠지만........ 이탈리아나 스페인만큼 기대가 되는 정도는 결코 아니다.
그것 역시 가보면 알게 되겠지만........
이번 여행에서 내가 가장 관심을 가지고 나름 알차게 계획을 세우고 있는 것은 바로 '칼링크 트래킹(Calanque Trekking)' 이라고 할 수 있겠다.
여기에서의 (칼링크)란 남프랑스 마르세이유에서 인근의 카디스에 이르는 약 27km 정도의 들쑥날쑥한 해안절벽 구간을 가리키는 말이다. 달리 쉽게 설명하자면 우리나라 남해안 다도해의 해안절벽구간과 흡사하다고 할 수 있다. 코발트빛 푸른 바다와 새하얀 기암괴석이 절묘하게 조화를 이루며 빼어난 절경을 자랑하는 칼링크를 여행하는 방법은 유람선을 타고 바다를 통해 둘러보는 방법과 직접 해안 절벽을 기어올라서 산책과 어느정도의 등산을 겸하는 정도로 직접 체험하는 방법이 있다. 그 중에서 우리는 후자를 선택했고 설레는 마음으로 기다리고 있다.
남프랑스의 지중해 해변중에서 이탈리아 국경까지 이르는 '프로방스 - 알프 - 코트다쥐르(Provence - Alpes - Cote d'Azure)'를 떠나서, 이제는 반대편인 스페인 국경 방향의 '랑그독(Languedoc)' 지역으로 가서 몽펠리에를 거점으로 하고 새로운 여행을 시작할 것이다.
님이나 봄 미모사도 있고, 조금은 멀겠지만 내륙의 툴루즈나 카르카손의 이름난 여행지가 이 지역에 해당된다. 상황은 그때그때마다 다른것이겠지만 바리기는 정말로 느긋하고 여유롭고 한가한 시간을 이곳에서는 가지고 싶다. 그저 산책하고 휴식하고 다시 도심 골목길을 걷다가 카페에서 쉬는 정도의 나른하고 오붓한 진정으로 참 휴식을 이곳이라면 한번쯤 제대로 경험해 보고 싶다.
몽펠로우에서의 나른한 휴식이 끝나면...... 이제 이번 여행의 마무리를 위해서 우리는 바르셀로나로 향한다.
여행의 마무리를 계획하면서 다시 시작 지점이었던 파리로 돌아가기는 싫었고. 이탈리아의 밀라노나 베네치아에서 마무리 하는 방법을 계획해 보다가 문득 반대편의 스페인 바르셀로나를 떠올렸던 것이다. 결국 나는 바르셀로나를 선택했다.
이미 우리는 바르셀로나 여행을 경험했다. 하여 이번의 바르셀로나 선택이 굳이 '가우디 투어'를 재현하기 위함은 절대 아니었다. 여행을 마무리 지으면서 시간과 체력이 허용된다면 '가우디 투어' 보다는 오히려 '몬세라토'를 다시 한 번 찾아가고 싶다. 좀 일찍 서둘러 떠나서 이전에 우리가 가보지 못했던 다른 트래킹 코스를 혀용되는만큼 실컷 찾아다니며 맘껏 즐기고 누려보고 싶다. 그만큼 몬세라토 트래킹은 충분이 감동적이었다.
다음으로는 지극히 평온하고 일상스러운 바르셀로나를 느껴보고 싶다. 아무런 계획도 없이 그저 고딕 지구와 람블라스 거리를 맘것 어슬렁 거려보고 싶다. 계절이 겨울이니만큼 스페인 광장의 분수 쇼는 이번에도 기대를 하지 않는편이 속편할것 같다. 이상하게 나랑 분수 쇼는 항상 어긋났었기 때문이다.
여행을 마무리 하면서 꼭 바르셀로나에서 하고 싶은것이 한가지 있기는 있다.
우리의 귀국 비행기편은 월요일 오전이다. 그럼으로 하루 전인 일요일에 성가족 성당(사그리다 파밀리아 성당)에서 거행하는 일요 미사에 꼭 참석해 보고 싶은 바램이 있다. 이전의 여행에서 일요일에 찾아가기는 했으나 조금 늦어졌던 이유로, 이미 예배에 참석할 수 있는 참여인원이 마감된 직후여서 예배참석을 하지못한 아쉬움을 간직하고 있다.
2026년이면 대성당 완공이 예정되었다고 하기에 완공된 후에 다시 와서 꼭 예배에 참석해 보자고 다짐에 다짐을 했었는데...... 작금의 상황을 살펴보매 대성당의 완공을 누구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 아닌가? 그런 불활실한 상황에서 우리가 건강하게 싸돌아다닐 수 있을때...... 더군다나 비교적 인근의 남프랑스까지 여행을 온 김에 잠시 들러서 미뤄두었던 숙제를 해결하는 방법도 썩 괜찮은 선택이라고 판단되었기에 바르셀로나를 이번 여행의 마무리 장소로 선택한 것이다. 38년 전부터 항상 내 서재의 한 켠을 차지하고 있는 오래된 성경책을 이번 여행에 가지고 갈가 고심중이다. 챠밍여사와 나에겐 무척 의미있는 소중한 성경이다. 처음으로 이제는 구닥따리 처럼 된 성경을 들고 여행을 떠나볼까? 한글판 개신교 성경(통합 개정판이지만)을 들고 가톨릭 미사 참석을 해 볼까?
무사히 여행을 마치고 돌아오면....... 2월부터는 새롭게 프랑스 여행 이야기를 나눌 수 있을 것이다.
이제 2022년의 마지막 밤인 자정을 얼마 남겨놓지 않은 상황에서 지나온 금년 한 해를 되돌아보면서, 잔잔한 감동의 여흥을 즐기고 있다. 감사할 일이 너무나 많은 한 해였다.
작고 사소한 것에도 감사하며, 늘 깨어있는 마음으로 부단하게 더 열심히 생활하면서 주변의 소중한 사람들과 더불어 살아가는 삶을 거듭거듭 추구해야 한다는 다짐을 하고 또 해본다. 살아 있음에 늘 감사해 하는 그런 삶을 살아가게 허락해 주소서. 무엇인가 미미하거나 작을지언정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고 유익할 수 있는 삶을 허락하소서.
한없이 소중하고 예쁜 우리 아기여우 두 마리가 늘 건강하고 해맑은 미소속에 쑥쑥 자라게 허락하소서.
반듯한 아들과 예쁘고 슬기로운 딸(며느리)이 있기에........ 이제 남은 인생에 아쉬움이나 걱정꺼리는 적어도 나에겐 없다. 그저 끝날까지 내 책임인 마눌님만 잘 챙기면 된다는 사명감이 남았을 뿐이다. 그냥 오늘처럼 살자!!!!!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Happy new year!
찾아주시고 부족한 글에 관심을 가져 주셔서 감사합니다. 넘치는 관심과 성원에 늘 감사하고 있습니다.
부단히 더 노력해서 좋은 글을 올릴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코로나 19 사태에도 굳건하게 항상 건강하시기를 기원해 봅니다.
감사합니다. 새해에 다시 뵙지요.
------ 2022년. 12월 31일. 자정을 앞두고......... 피안재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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