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다시 떠나고 싶다."
가슴속에서 무엇인가가 스멀스멀 꿈틀거리듯 솟구치기 시작하면 무작정 어디론가 훌쩍 떠나고 싶다.
이미 가지고 태어난 지독한 역마살 때문이다.
이쯤되었으면 사그라질 때도 된 것 같은데........ 지쳐서 체념할 때도 되었을텐데.......
이젠 웬만큼 세상의 낯설음에 익숙해질 때도 되었는데........
바람이 페부를 스쳐지나가면
나는 그 바람결에서 어떤 낯설음의 향기를 느낀다.
그 낯섬음의 향기속에는 언제나......... 아련한 그리움이 숨어 살고 있다.
정녕, 향기로운 냄새로 기억되는 그런 삶을 살 수 있기를 나는 간절히 바란다.
내가 잠시 머물렀던 시간과 공간속에서는 오래도록 조금은 낯선 향기가 여운처럼 남아있으면 좋겠다.
이제 나는 다시 길을 떠나려 한다.
오래 지나지않아 꼭 다시 되돌아와야 할 자리가 바로 이곳임을 잘 알고 있지만....... 지금 나는 무조건 다시 떠나고 싶다.
따사로운 겨울 햇쌀을 맨얼굴로 올려다보면서 떠났다가........
그 햇살과 함께 다시 이 자리로 돌아오려 한다.
좀 더 성숙하고 진지해진 발걸음으로...........
단 한장의 사진이 나를....... 아니 우리를 전혀 생각지 못했던 엉뚱한 곳으로 이끄는것을 우리는 간혹 경험하고는 한다.
초등학교 시절 백과사전에 실린 하기야 소피아 사진 한장으로 나는 영원히 이스탄불의 숭배자가 되었다.
여행사 광고전단에 실린 밀림 위에 여기저기 놓인 불탑시진 한장을 보고 기어코 미얀마 바간을 찾아간 추억이 나에겐 있다.
그런가하면, 인터넷에 날라다니던 사진중에 만년설에 덮인 산자락 위에 달랑 놓여진 교회당 사진 한장으로 인하여 그 멀고 먼 코카서스 산자락에 있는 조지아의 카즈베기를 다녀오기도 했다.
그런 내 가슴속에는 지금도 많은 여행지들의 버킷 리스트가 소중하게 새겨져 있다.
나는 이곳들에 대한 그리움을 인터넷 검색이나 여러 책자들을 통해서 달래고는 한다.
그중에 내가 즐겨찾는 사이트로 < Unsplash. The internet's source of freely usable images.> 라는 무료 사진 제공 사이트가 있다. 하여 이번 여행을 준비하면서는 <미래에 찾아 갈 버킷리스트>에 대해 계재되어 있는 아름답고 훌융한 사진들을 열심히 찾아 보았다. 하여 지금 쓰고있는 글 (나는 다시 떠나고 싶다)에서만은 <Unsplash>에서 퍼 나르는 사진만으로(100%) 이번 이야기를 꾸려 볼까 한다. 혼자 감상만 하기에도 너무나 아깝고, 내 사진 재주로는 엄두도 낼 수 없는 수준의 사진들이고, 더하여 아직 내가 가보지 못한 곳의 사진들이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이번 이야기에서만은 계재되는 모든 사진이 구글 이미지를 검색하면 나오는 무료 사진 나눔 사이트 <Unsplash>에서 모두 퍼 온 사진임을 사전에 분명하게 밝혀둔다.
우리 모두에게 공평하게 주어지는 시간을..........
또는 어떤 특정인의 삶의 여정을 한 장의 사진에 담아놓을 수 있다면............ 나의 사진에는 어떤것이 담길까?
당신은 당신의 사진에 어떤 모습과 상황이 담기기를 바라겠는가?
우리는 가장 먼저 이스탄불로 간다. 술탄 마호멧 광장에 첫발을 내딛으면 하기야 소피아와 불루 모스크를 만날 수 있으리라. 내가 챠밍여사의 손을 잡아 이끌고 가장 먼저 찾아 갈 곳은 슬레마니에 자미다. 이곳에서 노을이 지는 갈라타 다리와 보스포러스 해를 보여주고 싶다. 배를 타고 보스포러스 해를 건너 아시아 지역을 돌아다니며 위스큐다르 계단을 오르고 리모델링 된 하이다르파샤 역을 보고, 다시 바다를 건너 베벡의 스타벅스에 커피를 마시고 오르타쿄이의 쿰피르 맛을 꼭 보여주고 싶다. 이스난불은 내 여행인생에 있어서 언제나 불멸의 로망으로 존재한다.
아주르 윈도우는 코발트빛 바다속으로 한줌의 포말과 함께 사라져 버렸지만 숱한 여행자들의 가슴속에는 여전히 생생하게 살아있다. 몰타. 몰타가 없는 지중해를 어떻게 상상이나 할 수 있단 말인가? 발레타와 슬리에마와 엠디나. 그리고 고조섬......... 코발트빛 검푸른 바다여. 이제 곧 너에게로 다시 간다.
카타니아의 새벽 수산시장에서 현지인들의 진지한 표정을 느껴보고 싶다. 그리이스 원형극장에서 살아있는 에트나 화산을 올려다 볼 수 있는 벼랑위의 도시 타오르미나......... 그리이스 영토 밖에서 고대 그리이스 문명을 가장 완벽한 상태로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는 사라쿠사와 그리이스 신전들의 계곡 아그리젠토....... 이탈리아에서 가장 아름다운 이슬람 문화의 정수를 간고스란히 간직한 팔레르모, 아름다운 콰트로 간티와 프레토리아 분수. 프레토리아 분수를 피렌체의 장인들을 모셔다 시칠리아의 팔레르모에서 만들었다고 여러 여행사와 심지어 티비 방송에서 까지 나오는데....... 그것은 결코 아니다. 프레토리아 분수는 시칠리아에서 만들어지지 않았다. 시칠리아에서 가장 가보고 싶은곳을 꼽으라면 나는 주저없이 시라쿠사라고 대답할 것이다. 벌거벗은 채 도심을 뛰어다니는 아르키메데스를 만날 수 있기 때문이다. 산타 루치아 수녀를 만날 수도 있다. 그리고 말레나를 만날 수도 있다. 덤(?)으로 카라바조도 만날 수 있다면..........?
그리고 나면 이제 우리는 기차를 탄채로 그대로 지중해를 건너서 내륙의 로마로 간다.
모든 길은 로마로 통한다고 했으니.......... 어찌되었건.......... 반듯이 와야만 하는 곳에 어찌되었건 도착한 것이다. 로마에서 나는 판테온에 가장 마음이 끌린다. 수없이 많은 문화 유산속에 가장 많은 소중한 인류의 역사가 고스란히 담겨있다. 로마에서는 굳이 어떤 계획을 세울 필요가 없다. 지도도 여행 안내서도 구글 맾도 모두 쓰레기 통에 던져 버리자. 걷다보면 트레비 분수도 나오고 스페인 광장도 나오고 포로 로마노와 콜로세움도 저절로 모습을 나타낸다. 그렇게 걷고 또 걷다가 다소 싫증을 느끼거나 이제 어느정도 로마를 모두 보았다고 생각되거들랑....... 와이파이를 이용해 영화 한편을 감상해 보자. 댄 브라운의 소설을 영화화 한 (천사와 악마)를 보면, 당신이 이미 둘러보았거나 채 둘러보지 못한 로마의 모든것이 고스란히 생생하게 담겨져 있다. 프랑스 남부와 런던과 로마를 가려하면 (다빈치 코드)를 보고........ 피렌체와 이스탄불을 가려면 (인페르노)를 보면 예습과 복습이 저절로 된다. 댄 브라운이 자유여행자에게 선사하는 (유럽 여행 3종 셑트)라고 하겠다.
그렇다면....... 로마를 보았으면 조금 더 북쪽으로 올라가야 하지 않겠는가? 피렌체로 가자.
우피치 미술관에서 오로지 나만의 시간으로 온전하게 하루를 보낼 수 있다면........... 가히 피렌체는 천국이다. 아니 천국 그 너머의 어떤 이상향일지도....... 무슨 부연 설명이 더 필요하겠는가? 피렌체는 그냥 피렌체다. 보라. 느껴라. 이젠 취해 볼 차례다. 어느새 당신은 이제 르네상스 한가운데 있는것이다. 당신은 어느새 르네상스가 꽃을 피우던 중세 시대의 피렌체에 있는 것이다. 오! 세월의 강물이여......... 찰라 같은 우리들의 시간을 궁휼히 여겨 주소서. 적어도 피렌체 안에서만 이라도............
또다시 베네치아 홍수로 바다가 범람했다는 소식이 금년에만 세번째 들려왔다.
시간에서 사라진것은 아쉬움과 그리움을 낳는다지만........ 채 아직은 남아서 곧 언젠가사라질것을 예견한다는 것은....... 그리 썩 유쾌한 일은 결코 아니다.
지구 온난화의 첫번째 희생양이 될것으로 예견되는 도시 베네치아.
그리움와 후회가 생기기 전에 얼른 다시 찾아가봐야 겠다.
혹, 베네치아 상단과 엔리코 단돌로가 과거의 역사속에서 저지른 죄악의 댓가를 치루고 있는것은 아닐까?
피렌체에 거점을 두고 일일 나들이를 많이 다닐 생각이다. 피사도 가보아야 하고, 친퀘테레의 다섯 마을도 모두 돌아보아야겠다. 바쁜 일정이 되겠지만....... 아시시와 시에나도 꼭 보여주고 싶다. 어디 그뿐인가? 오르비에토를 가는 날은 좀 더 시간을 조개고 조개서라도 천상의 공중마을 치비타까지를 모두 보여주고 싶다. 결코 짧지만은 않은 일정임에도....... 이번 여행에도 돌로미테와 밀라노를 일정에 넣지 못하게 된 점은 너무도 커다란 아쉬움이 되겠지만.........
'인간은 언제나 세상과 대치하고 있는 고독한 존재다.' 여행은 이를 아주 절실하게 깨닫게 해준다. 그것이 긍정적일 수도 있고 부정적인 때도 있겠지만 말이다. 하지만......... 그런 고독함이 사람을 아무리 힘들게 만들지라도........ 나는 끊임없이 여행이 계속되기를 간절히 기도한다. '지금 나는 다시 떠나고 싶다.' '바람이 몰려가는 저 너머에 있을 낯선것들에게로...........'
잔혹한 역마살은 나에게 참으로 희안한 버릇 하나를 남겼다. 이번 여행은 내일 새벽에 시작되는데......... 지금 나는 벌써 다음 여행을 생각하고 있다. 그것도 그냥 생각이 하니라 지극히 현실적이면서도 구체적인 계획을 구상하고 있다. 이것을 설명하기란 대단히 어렵다. 이것은 남몰래 내가 가지고 있는........ 치료될 수 없는........ 내가 가진 독특한 불치병이다.
다음엔 어디를 가지? 나는 또 떠날 생각을 한다.
한 달 정도........ 먼 곳으로 나들이를 좀 다녀오겠습니다. 아마도....... 돌아 올 때 쯤에는........ 또 언제나 처럼, 그 다음여행의 구체적 계획이 완성되어 있을것입니다. 다녀와서 세세한 이야기는 연재하는 여행기를 통해서 다시 만나도록 하겠습니다. 나의 여행은 언제나 지독한 역마살에서 생겨난...... 나를 위한 여행이었지만....... 지난번 스페인 여행처럼....... 이번에도 챠밍여사가 기뻐하고 행복해하는 여행이길 기원해 봅니다. 오로지 그러하기를 소망하고 그렇게 되도록 노력하려 합니다. 다녀 와서 뵙기로 하고......... 새해 복 많이 받으세오. 모두들......... 예쁜 사진, 아름다운 이야기 많이 많이 모아가지고 무사히 돌아오겠습니다. 새해에 다시 만나기로 해요. 감사합니다.
----- 2019년을 보내면서. 크리스마스 날에.......... 피안재.
'여행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알 럽 트래블 / 이스탄불) '베벡의 벅스처럼........' (0) | 2020.02.02 |
---|---|
(알 럽 트래블) 아내와 함께 떠나는 '르네상스 산책' (0) | 2020.01.28 |
(알 럽 트래블 / 스페인) 카탈루냐 지역 카톨릭의 성지 <몬세라트> (0) | 2019.12.20 |
(알 럽 트래블 / 스페인) 최고의 '가우디'를 찾아가는 소도시 여행 <콜로니아 구엘> (0) | 2019.12.06 |
(알 럽 트래블 / 스페인) 매우 독창적인 가우디의 나라 <바르셀로나> (0) | 2019.11.2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