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여행 이야기

(알 럽 트래블 / 포루투갈) 오비두스는 사랑이며 더없이 소중한 선물이다.

by 피안재 2019. 6. 29.



























  포루투갈 리스본을 여행한다면  인근 나들이 여행으로  신트라.  호카 곶. 카스카이스를 찾아가는 것이 거의 불문율처럼 여행자들에게 인식되어 있다.

  하여 우리도 그렇게 해보았으나  연일 계속되는 기상이변의 결과로 허망한 결과를 낳았을 뿐이었다.

  이제 포루투갈 여행을 마치고  스페인으로 떠나야 하는 시간이 왔다.

  예정된 스케줄은  오늘밤 야간 열차를 11시간 타고 스페인 마드리드로 떠나기로 예약되어 있다.

  처음 리스본에 도착하였을 때  애초의 계획은  이곳에서 모로코의  카사블랑카로 비행기를 타고 지중해를 건널 생각이었다.  아니면 버스를 타고 국경을 넘어 세비야로 이동할 계획도 세워 보았다.  이번여행에서 내가 목표로 한 주된 관심사는  스페인을 어떻게 효율적으로 돌아볼까 하는 점이 요점이었다.  육로로 세비야를 거쳐 안달루시아를 돌아보고 모로코로 건너가는 코스는  마드리드를 제쳐두고 건너 뛰어야 한다는 전제가 깔린 스케줄이었다.

  나의 생각 속에는  원만한 스페인 여행을 위해서 한곳을 빼야한다면 나는 당연히  마드리드를 뺀다는 생각을 늘 염두에 두고 있었다.  스페인 여행의 하일라이트는 안달루시아 지방과  바로셀로나가 오로지 나의 주된 관심사였다.

  하지만.......  나의 객관적 판단이  아무리 마드리드를 격하시켜 놓고 있다고 쳐도........  멀고먼 유럽의 서쪽 리베리안 반도 끝자락까지 와서 스페인의 수도 마드리드를 빼버리고 여행을 하기에는.........

  그리하여 리스본 여행을 진행하면서 나는 새로운 루트를 최종적으로 결정했다.

  리스본을 떠나면  야간열차를 이용해 마드리드로 가고,  다음으로 안달루시아의 일부 도시를 돌아보고  페리를 이용해 지중해를 건너 아프리카 모로코로 간다.  모로코 여행을 마치면 다시 페리를 타고 스페인으로 돌아와 나머지 안달루시아 도시들을 돌아보고  야간 버스를 이용해 멀고 먼 바르셀로나로 이동해서 그곳에서 이번 여행을 마무리 하기로 새롭게 계획을 변경했다.

  오늘이 리스본을 떠나 스페인 마드리드로 이동하는 포루투갈에서의 마지막 날이다.

  포루투갈의 마지막 날........  이 하루를 어떻게 보내지?



  연초에 다녀 온 이탈리아 여행에서 역시 흐린날씨 속에 갑자기 기획했던  소도시 여행 (오르비에토)는 황홀할 정도로 매력적인 여행이었다.  오르비에토  나들이는 여행을 마치고도 한참동안이나  자주 눈앞에서 아른거리곤 했다.

  포루투갈에서도 그런 추억을 가지고 돌아가고 싶었다.  '포루투갈의  오르비에토를 눈과 가슴과 렌즈에 담아가고 싶다'는 바램속에 내가 최종적으로 선택한 것은  '리스본 근교 소도시 여행으로 오비두스를 선택' 했다는 사실이었다.

  '오비두스(Obidos)'

  '축제와 여왕의 도시'로 알려진 (오비두스)는 조금은 느긋하고, 시간적 여유를 가지고 여행을 즐기는 사람들에게나 나름으로 제법 알려진 소도시 이다.

  그래서 마지막 날 우리가 선택한 곳은  바로 오비두스 였다.  이탈리아에 오르비에토가 있다면  포루투갈에는  오비두스가 있다.  적어도 내 주관적 판단하에서는 말이다.  그리고 그 판단은 결과적으로 정확한 판단이었다.

  '옛 향기로 가득한 오비두스는  지극히 평화롭고  아름다웠다.'





  오늘도 변함없이 아침 산책을 마쳤다.

  골목 어귀 빵집에서 막 구워낸 빵과 카푸치노 한잔과 눈 앞에서 오랜지를 직접짜서 만들어 주는 쥬스 한잔으로 아침을 해결했다.

  그리고 더없이 이날 아침이 좋았던 이유는  바로........  눈부신 햇살이 마침내 모습을 드러냈다는 사실이었다.

  하늘 군데군데 여전히 구름은 몰려 있으나 분명........  찬란한 햇살이 이 아침을 환하게 밝혀주고 있었다.  포루투갈에서 처음 마주하는 햇쌀처럼 느껴질 정도였다.  호카 곶 가던 날에 이렇게 화창했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마지막 날에서야 미안한 듯 겨우 햇살을 보내주는 포루투갈의 날씨여.........

  짐을 꾸려서  친절한 호텔의 매니저에게 보관을 부탁했다.

  12시 이전까지 체크 아웃을 해야하는데,  우리는 저녁에나 돌아 올 계획이었기에  저녁까지 짐을 보관 시켰다.  물론 이곳은 짐보관을 공짜로 해준다.

  유럽에선 상당수의 호텔이  유료로 짐보관을 따로 해주기도 한다.  그것이 여의치 않다고 판단되면  버스터미널이나  기차역의  유료 코린 락커를 이둉하면 된다.  내 경우는 골고루 모두 경험해 보았지만.........  당연히 최고는  무료로 묵었던 숙소에 보관하는 방법이 최고였다.

  리스본의 지하철을 이용해서 우선 (캄포 그란데 역)까지 이동을 한다.  그렇게 멀지 않은  리스본의 신도시 지역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캄포그란데 역에서 나오면  버스터미널이 옆에 바로 붙어 있다.  그런데 이곳에서 터미널로 들어가는 것이 아니라........  (오비두스 가는 버스를 어디서 타느냐)고 사람들에게 물어보면 모퉁이를 돌아서 있는 정류장을 가르쳐 줄것이다.  그곳에서 다른 여행자들과 함께 버스를 기다리면  거의 한시간 마다 한대꼴(간혹 30분도)로 오비두스행 버스가  도착한다.  버스에 오르면서 운전기사에게 직접 요금을 지불하면 되는 방식이다.

  오비두스 여행에서 출발지이자 종착지가 되는 (캄포 그란데)는 커다란 초록색의 축구 경기장이 상징이다.  버스터미널과 지하철이  바로 이 축구장과 이웃하여 연결되어 있기 때문이다.  포루투갈의 프로 축구팀인 (스포르팅 리스본)의 홈 경기장인 이 초록색 건물이 보이기 시작하면 그곳이 바로 캄포 그란데 이다.

 











































  모처럼의 따사로운  햇살아래  포루투갈의 어디서나  푸르른 실록의 아름다운 풍경들이 서로 앞다투듯이 차장을 스쳐 지나간다.

  평화롭고 풍요로운 모습들이다.

  그렇게 전원속을 달리던 버스가 언덕을 내려가며 속도를 줄이는가 싶더니  어느 작은 시골마을의  간이 정류장에 멈추어 섰다.

  '오비두스'라는  기사분의 안내에 수많은 사람들이 서둘러 버스에서 내린다.

  '에게게?'

  나름 유명하다는 오비두스가 겨우 이런 시골 간이역에서 내려야 하는 촌구석이었나 싶었다.  혹시 잘못 내린것은 아니겠지?

  흔한듯 그저 평범해 보이는  시골 풍경을 가로질러 좀 엉성해 보이는 수도교가 가로질러 지나가고 있다.  세고비아에 있는  로마 수도교를  기대하면서 시작한 여행이라  지금 눈앞에 놓인  수도교는  속된말로 누가 적당히 장난친거 아니야 하는 생각마져 들었다.  하지만 그것은 진짜 고대의 수도교 였다.

  고개를 돌려 방금 버스에서 내린 길 건너를 올려다보니  마을 뒤로  그리 크지도 작지도 않은 성곽이 모습을  드러냈다.

  마을 공용 주차장과 여행 안내소가 있고  기념품을 파는 작은 상점들이 몇군데 장사를 하고 있다.

  광장이 끝나는 저편으로 성 안으로 들어가는  성문이 보였다.  이제 여기서 부터가 진짜 오비두스 여행이 시작되는 것이다.




  오비두스(Obidos).

  포루투갈 레이리아 현에 위치한 도시로 그 기원은 고대 로마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역사적인 고대도시이다.

  앙증맞은 이 작은 도시의 이름인 '오비두스'는 '성채(城)'라는 의미이기도 하다.











  오비두스를 가만히 바라보고 있으면  우리나라의 (낙안읍성)이나 (해미읍성)이 떠오른다.

  그렇게 생각한다면 아마도 훨씬 이해가 쉽고 친금감이 금방 생겨날 것이다.

  흔히 말하길 '우리나라는 성곽(城廓)의 나라다' 라고 한다.  그만큼  사방에 성곽이 많이 만들어졌고 또 지금까지 남아있다는 의미이다.

  북쪽의 오랑캐와 남쪽의 왜구로부터 끊임없이 침략을 당했던 이유로,  방어를 위해 성을 쌓았으며  대부분의 성은  산성(山城)이다.  외부의 적들과 장기전을 대비해 만드는 산성은 대부분 시야가 확트인 산꼭대기나  가파른 벼랑을 등지는 중턱에 기대어 서있다.  그런가 하면 평야지대에 설치된 읍성(邑城)들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사람이 많이 모여사는 커다란 고을이나 곡창지대에는  거주하는 인구가 많은 이유로 유사시 짧은 시간에 한거번에 달아나거나  방비를 하는데 있어서 무리가 있다.  이러한 지역엔 평지에 읍성을 세워  그 지역을 관활하고,  유사시엔 성 안으로 대피하여 성문을 굳게 걸어잠구고 외적에게 군관민이 합심하여 대적하는 방편으로 생겨나게 되었다.  낙안읍성이나  해미읍성이  그 전형적인 모습을 간직한 채 현재까지 잘 보존되어 내려오고 있다.  내가 사는 고향인 충주 고을 역시  (충주 읍성)이 관아골 일대에 평지성으로 근대에 까지 존재했었다.



  유럽엔 이름난 성(城)이 너무나 많다.

  차고 넘친다고 해야할까?  사방에 아무렇게나 거저 널려있는 것들이 모두 성(城)이다 라고 해야할까?

  유럽 여행은 다른말로 하면  '성관 순례' 라고 해도 틀린말은 아닐것이다.  숫자뿐만이 아니라  크기나 다양성에 있어서도 유럽에 비하여 우리나라를 '성곽의 나라다' 라고 하는것은 좀 어거지가 아닐가 하는 생각마져도 든다.

  우리나라의 성이 생존을 위해 최후의 수단으로 방어를 목적으로 주로 세워졌다고 한다면,  유럽의 성들은  민족이나 한 국가의 생존을 지켜내기 위한 방벽으로서만 그치지 않고  자신들의 문화를 상징하는 심벌로서,  또는 자신들의 권위를 상징하는 하나의 수단으로  크고 아름답게 세웠다는 점이 조금 다르다.

  성(城)은 인간의 원초적인 권력에 대한 욕구에서 탄생하였으며  권력자가  자신의 영역을 표시하는 가장 확실하고도 효과적인 방법이나 도구이기도 했다.

  처음에는 단순한 방어의 개념으로 설치하기 시작하였지만,  점차 왕이나 영주의 권위를 나타내고  통치의 한 수단으로  웅장해지고 화려해지고 다양하게 발전해 갔다.

  중국의 만리장성.  이스탄불의 테오도시우스 성. 프라하의 고성. 프랑스의 몽생미셀 성. 영국의 윈저 성. 일본의 오사카 성. 크로아티아의 두브로브니크 성. 독일의 노이슈반슈타인 성. 스페인의 론다 성.  우리나라 수원화성 등 이름난 성곽들이 너무나 많이 있다.

 

  하지만 오늘 찾은 오비두스 성은 여타의 많은 성들과 사뭇 다른 느낌이다.

  아주 작고 아름다운 지금도 현지인들이 드나들면서 실제 생활을 하고 있는  오비두스 성의 매력은 어떤 특별함이 가득하다.

  여행자가 가지게되는 아주 약간의 긴장감이나  누적되어 쌓인 피로감을 잠시나마 내려 놓고서,  그저 호젓하고 아름다운 작은 마을을 산책한다는 느낌으로 현지인들 삶의 정취를 직접 느껴보고 함께 호흡하면서  느슨함과 느릿함이 가져다주는 여행의 색다른 묘미를 경험해 볼 수 있는 아주 특별한 기회라고 생각한다.  오비두스는 바로 그런  정감어린 유럽의 고성(古城)이다.

  



  이제 마음의 문을 열고 저 앞에 열려진  오비두스의 성 안으로 들어가 보자.

  바야흐로 새로운 여행의 묘미가 당신 앞에 펼쳐질 것이다.



























































  '오비두스도 식후경' 이라고 했다.

  이 작은마을 골목 곳곳에 제법 그럴싸하게 폼나고 분위기 있는 카페와 레스토랑들이 즐비하다.

  그래서 그 중에 가장 그럴싸 해 보이는 레스토랑에 자리를 잡았다.  노천 카페 분위기다.  오늘도 바칼라우 도전해 보기로 했다.  리스본에서 이미 두번 맛을 보긴 했지만  그렇게 두고두고 감칠맛을 여운처럼 남겨주지는 못했었다.  포루투갈 하면 어디까지나  바칼라우가 아니겠는가?

  대항해 시대 이후에 멀리  알래스카 인근까지 나가서 조업을 하던  포루투갈 어부들에게 신이 내려주신 선물꾸러미가 바로 '바칼라우(대구)'였다. 무지무지하게 잡혔다고 한다.  냉동시설이 없던 당시로서는 유일한 방법이 바로 염장이었다.  그들은 잡아올려 손질한 대구를  소금에 절였다.  이 염장된 대구를  물에 2~3일 담가서 소금기를 뺀 이후에 다양한 방법으로 요리를 해서 먹었다. 마산 아귀찜이 다른 지역과는 다르게  햇볕에 말린 아귀만을 사용한다지 않은가?  우리가 생대구 요리를 즐긴다면   포루투갈 사람들은  염장한 쫄깃쫄깃한 식감의  바칼라우를 즐긴다 보면 되겠다.  일년 내내 늘 새로운 바칼라우 요리를 바꾸어 먹어도 다 못먹었다는  속설이 있는것을 보면 포루투갈 사람들의  바칼라우 요리법이  366가지 이상은 되나보다.

  오늘은 가장 대표적인 바칼라우 요리인 (바칼라우 아 고메스 지 사)를 주문했다.  바칼라우를 올리브 기름에 구워서 달걀 양파 감자로 만든 스크램블과 조린 감자와 절인 올리브를 곁들여 먹는 음식이다.  거기에다 약간의 참치와 채 썬 감자와 야채를 볶다가 샤프란을 살짝 뿌려준 볶음밥을 주문했다.

  탁월한 선택이었다.  포루투갈에서 먹어본 바칼라우 요리 중에서 단연 최고의 맛이었다.  거기에다 넘 시원하고 맛이 뛰어난 생맥주.  추가를 해야만 했다.


  Tip :  유럽에서 생선요리를 시켰다면 접시에 담겨 온 그대로 위에서 부터 포크와 나이프를 이용해 먹으면 된다.  중간에 뼈가 나오면 그대로 발라서 옆에 놓고 식사를 계속하면 된다.  단 그 다음과정에서 아랫 남은 생선을 뒤집어서 껍질부터 다시 먹는것은  절대 금물이다.  세프에 대한 모욕이라 여긴다.  세프가 다 생각이 있어서 정성껏 요리해서 음식 셋팅을 해서 내어준 것이다.  위에서부터 하나씩 하나씩 그대로 음미하면서 먹으면 된다.  절대 뒤집거나 난도질을 해서 숟갈로 떠먹듯이 하면 안된다.  돈가스도  조금씩 조금씩 부분적으로 썰어서 먹는것이 예절이다.  어색하고 서툴다고 미리 다 토막내듯 짤라놓고 포크 하나로 퍼먹듯이 하는 식사예절은  커다란 실례이다.   ㅎㅎ   콩 한톨까지도 포크와 나이프를 이용해  우~~~~아 하게~~~~~~~.











































  고대 로마에 의해서 처음 생겨난 오비도스는 바람이 많기로 소문난 농촌 마을이었다.

  마을 입구의 수도교와  그 뒤로 한참 저만치 외롭게 서있는 풍차가   과거의 풍요를 희미하게나마 보여주고 있다.  기계 문명의 발달로  풍차는 모두 사라졌다.

  사람들은 오비두스를 '축제와 여왕의 도시'라고 부른다.

  왜 그럴까?

  13세기 말엽 용맹함과 지성과 낭만적인 성격을 가졌던 포루투갈의 (디니스 왕)이 지방시찰을 나왔다가 그만 한눈에 이곳 오비두스의 아름다운 풍광에 빠져버렸다.  그 후 오비두스에 지속적으로 관심을 가졌던 왕은 1282년 이사벨 여왕(스페인의 여제 이사벨이 아닌  포루투갈의 영주)과 결혼식을 하던 중 오비두스를 아내에게 결혼 선물로 건넨다.  오비두스를 결혼 선물로 받은 여왕은 그 후 여러차례 이곳을 직접 방문하였으며,  이곳 사람들의 생활에 관심을 가지고 지속적으로 후원을 아끼지 않았다.  아들을 낳아 성장해서 결혼식을 할 때쯤이면  왕비는 아들에게 오비두스를 돌려주었고, 아들이 왕위에 오르게 되면 왕은 또 오비두스를 그의 왕비에게 선물로 건네주는 전통이 19세기 말까지 계속되었다.  그리하여 '오비두스는 여왕의 도시'라는 말이 생겨났다.

  그런가하면  (아폰수 5세 왕)이 너무도 이 마을을 사랑한 나머지 코임브라 출신의 이사벨과의 결혼식을 마을 중앙에위치한 산타 마리아 성당에서 올렸다.

  이런 사연이 널려있는만큼 세계각지의 여행자들뿐만이 아니라  사랑에 빠진 연인이나  현지인들의 프로포즈 장소로도  오리두스는  크게 각광받고 있다.

  무덤덤한 듯,  너무도 흔한 듯 그저 한없이 평범한 느낌의 오비두스는  가만히 그 속을 들여다보면 놀라울만치 정겹고 새로운 느김과 즐거움이 넘쳐나는 곳이다.  무채색의 성벽 안에는  몽글몽글한 조약돌로 예쁘게 포장된 골목길이  나쁜 기운을 물리치기 위해 파란색과 노란색 페인트로 세로무늬를 그려넣은 벽들이 때론 그림처럼  때론 병풍처럼 길게 늘어서 있다. 담장 위로 붉은색 제란늄이 걸려있고  색이 바랜 오랜지색 지붕들은 은근한 설레임을 안겨준다.

  연중 다양한 축제 행사를 펼친다 하는데.......  그 축제 기간을 맞추지 못한것이 못내 아쉬을 따름이다.


  산타마리아 교회 앞의 너른 광장의 노천카페에는 현지인들과 여행자들이 자리를 차지하고 앉아서 맥주와 와인을 마시면서  나른한 한낮의 시간을 즐기고 있다.  와인을 저장했던 오크통마다 수북하게  막 수확한 싱싱한 오렌지를 쌓아놓고 있다.

  툭툭 튀듯이 솟아로느는 육즙이 풍성한 오렌지 주스는  신선하기는 했지만  냉장고에서 저장했다가 꺼내는  숙성된  시원한 맛이 부족하게 느껴져 아쉽다.

  맞은편의 샘물 위로는 돌기둥이 우똑 서있는데,  바로 죄인을 묶어두고 처벌을 하던 '페로우리뉴 기둥' 이다.  조인을 이 기둥에 쇠사슬로 묶어두고  채찍으로 사정없이 두둘겼을 것이다.  한마디로 광장의 가장 전망이 좋은곳에 설치한 공개처형자소였던 셈이다.

  이 광장의 주변으로 노천카페나 아기자기하고 다양한 기념품을 파는 상점들이 빼곡하게 자리를 잡고 있다.












































































 


  '진쟈(Ginja)' 라는 오비두스의 특산품이 있다.

  달콤한 초콜릿이 든 작고 예쁜 잔에 알콜 도수가 꽤나 높은 체리주를 부어서 함께 마시는  칵테일이라고나 할까?

  우리나라에서도 가끔  초콜릿 속에 알콜이 든 과자류(사탕)를 먹어본 경험들이 있었을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면 무난하지 싶다.  한잔에 3유로 정도 한다.

  포루투갈 특산품 이라는데  그 중에서도 여기 오비두스 진쟈가 가장 유명한 이유는  대서양에서 불어오는 차가운 해풍이  이 지역의 토양과 맞물려 질 좋은 체리를 생산하고 있기 때문이라는데............  글쎄 올씨다.  체리는 포루투에서 돌아다니면서 1KG을 삽시간에 해치운  포루투 체리가 정말 맛있었다.  그냥 여행 경험상  진쟈 한잔을 비우긴 했는데.........  쨘 하고 독하긴 독하다.  톡 쏘아 올라온다.


  유럽을 여행하면서 부러운것 중에 하나가  유독 책 읽는 노인분들이 자주 눈에 띈다는 사실이다.

  유독 부러웠던 사실 하나는.......  나 보다도 훨씬 나이가 많아보이는  고령의 노인들이 안경을 쓰지 않고도 깨알같은 책을 읽고 계시더라는 사실이다.

  바로 옆에 서서 들여다 보는데  글씨가 전혀 눈에 들어도지 않았다.  그래서 안경을 꺼내 쓰고 다시 들여다 보았는데.........  헐.  겨우 보이는 정도였다.

  이 양반들 도대체 무엇을 드시기에  시력들이 저리도 좋은 것일까?

  근자에 들어 점점 시력이 떨어지는것을 느끼는 나로서는  몹시 부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아!  내 시력을 좀 돌리 도..........유.)

  유럽의 어른들은 주로 소설을 읽으셨다.  다빈치 코드 시리즈도 보였고  고전인 폭풍의 언덕도 있었다.  나이 지긋하시면 자기개발 교양도서나  주식부자 되는 법이나 기술적 분야 보다는........  그저 약간의 인문학 정서가 담긴........  아무때나 편하게 접었다 다시 펼칠 수 있는  고전이나 소설이 좋은것인가 보다.

  매우 부러운 풍경이 아닐 수 없다.

  이 작은 오비두스라는 마을 여기저기에도  서점이 꽤나 여러곳 있었다.  이곳의 책들은 가볍고 단순하고  책값도 우리나라에 비하면 상당히 저렴하다.

  그 역시 매우 부러운 현실 문제중 하나였다.  누구나가 쉽게 접하고 읽게끔  책값이 좀 저렴하면 안되나?  우리나라 책값  너무너무 비싸다.  물론 나름의 이유는 있지만서도..........


  오비두스 성이 있는 언덕에 낡은 커다란 건물이 유독 눈에 들어 온다.

  산티아고 성당 자리이다.  건물이 너무도 낡아서 성당으로서의 역활이 힘들어지자........  누군가가  안전상의 리모델링을 거친 후에,  성당을  책방으로 개조해서 현지인들과 여행자들에게 선 보였다.

  아주 이색적인 풍경이었다.

  아주 많이 부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우리나라에서도  저런 풍경  저런 일들을 많이 겪었으면 하고 바래본다.  편리하고 풍요롭고 차고 넘치는 것만이 이 시대에 능사는 아니라고 본다.

  저런 정서를 우리 후손들에게 자연스레 물려줄 수 있는  대한민국이 되었으면.........  제발............

  '챠밍여사.  우리 그런날이 오도록 잠시 두눈을 감고 기도합시다.  대한민국에  교회 숫자만큼만이라도 도서관이 넘쳐나기를...........'

  할렐루야.

  아멘 아멘.


































  오비두스는 성벽에 올라 따라 걷기와  산티아고 성당에 이르는 주요 도로를 중심에 놓고 들어가면서는 오른쪽,  나오면서는 왼쪽 하면서 주변의 골목들을 돌아보는 것이 가장 좋은 여행 방법이다.

  우리는 이 두가지 방법을 모두 병행해보려고 생각했지만  현재는 성벽에 오르는 일체의 행위가 전면 금지되어 있었다.  저멀리 성벽위에 사람이 있어서  안내소에 문의를 하니  (대대적인 성벽 보수공사를 하는 중)이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안전상의 문제로  보수공사를 맡은 인부들만이 성벽에 오를 수 있었다.

  아쉽기는 하였으나  우리는 오비두스의 대부분의 지역을 샅샅이 돌아보았다.  성 밖의 마을과  성 너머의 전망대까지도 두루두루 돌아 보았다.

  오비두스는 매우 아름답고 차분한 도시였다.

  포루투갈을 찾는 여행자라면 꼭 한번 다녀오시라고 권해드리고 싶다.




  오비두스 나들이를 마치고  리스본으로 돌아왔을때는  아직 해가 중천에 떠 있었다.

  오 마이 갓.

  나머지 일정을 어떻게 해야할지를 정하지 못해서 참으로 난감했다.  왜냐면  포루투갈이나 스페인의 경우  해가 저녁 아홉시는 넘어야 지기 시작한다.  아홉시 반은 되어야 비로소 저녁이라는 느김이 생겨나는 아주 멀고 먼 낮선곳이기에 말이다.

  다른 일정을 잡기에는  시간이 많지도 그렇다고 마냥 앉아 있기에는  야간열차 시간이 너무도 많이 남아있다.

  노천 카페에서  시원하게 생맥주를 한잔씩 하고 나서  시내 거리구경을 계속하기로 했다.

  트램 정류장에 가서 트램에 올라보기도 하고  이곳저곳의 공원들을 찾아다니며 현지인들이 휴식을 취하는 모습과 생활을 들여다 보기도 했다.  모처럼의 화창한 날씨 덕분인지  거리는 저마다 사람들로 넘쳐났고  여기저기서 버스킹도 벌어졌다.

  리스본 대학생들의 축제 모습을 일부나마 지켜볼 수 있었던 것은 행운이랄까  매우 인상적이었다.  전통의 힘이란.........

  어쩔것이냐?  리스본의 활기찬 실제 모습을 이렇게 어정쩡하게 마지막 날에서야 보게 되다니...........































  남에게 신세를 진다는 것은 늘 적지않게 심적 부담을 가질 수 밖에 없는 일이다.

  호텔에 우리 짐을 맡긴것이  마음에 걸려서 부랴부랴 호텔로 발걸음을 옮겼다.

  그런데 이 친절하고 상냥한 호텔의 매니저가 먼저 놀라는 눈치다.  그녀는 우리가 야간열차로 스페인 마드리드에 간다는 사실을 이미 알고 있다.  열차시간가지는 아직 시간이 제법 남아있었기 때문이다.  나는 내가 짐을 맡겼다는 미안함때문에 서둘러 돌아왔다고 상황을 설명했다.

  매니저가 손사래를 치면서 웃는다.

  다행이 오늘은 자신이 다음날 아침가지 담당을 하기에 전혀 개의치 말고  리스본의 마지막 시간을 즐겁게 보내고 돌아와도 된다고 부연 설명까지 해준다.

  이런것은 여행자가 여행지에서 얻는 아주 특이하고 커다란 선물이랄 수 있다.  이런 호의가 늘상 있는것도 아니고  좀처럼 그런 기대를 안하고 다니는 우리였기 때문이다.  매니저는 우리에게 공용 화장실 이용을 허락해 준다.  우리는 샤워와 함께 땀에 젖은 옷을 갈아입고 다시 밖으로 나왔다.

  아직도 리스본에서의 시간은 충분히 남아 있다.

  우리는 28번 트램을 타고  (상 조르제 성)으로 올라 갔다.

  리스본을 다시보고 가슴에 담아가기엔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한  상 조르제 성만한 곳이 더 없기 때문이다.

  우리는 남은 시간동안  리스본을 즐겼다.

  상 조르제 성벽에서  리스본의 일몰을 구경할까도 했지만,  그러기에는 일몰시간과 열차시간이 애매해질 수 있어서  한참동안  성을 둘러보다가  다시 리스본의 골목길 투어에 나섰다.  대성당쪽으로 방향을 잡고  언덕을 내려가기 시작했다.

  그제 올라본 조르제 성과  흐리고 비오던 날의 리스본 골목길과는 사뭇 다른 느낌  다른 색채  다른 추억으로 다가왔다.

  이제서야 리스본의 제 모습을 보게 된것 같아 그나마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시간에 맞추어 호텔로 돌아와 맡겨 둔 짐을 찾았다.

  너무나 친절하고 고마운 매니저에게 와인 한병을 사서 선물했다.

  이제 산타 아폴로니아 역으로 이동해서  스페인 마드리드로 향하는 야간열차를 타면 되는 것이다.

  가깝다면 가깝고 멀다면 먼 아폴로니아 역까지는 걸어갈 생각도 있었지만,  배낭과 캐리어가 부담이 되고  시간 조절이 여의치 않아 지하철로 이동한다.


  포루투갈은  엔리케 왕자로 시작하고  엔리케 왕자로 끝이난다.

  포루투갈이 곧 엔리케 이고,  엔리케가 곧 포루투갈이다.

  공 잘 차는 호날두가 이시대의 축구영웅이라고 하지만.........  포루투갈에선  엔리케에 감히 비교대상도 되지 못한다.

  엔리케 왕자는 포루투갈에 있어서 신(神)에 버금가는 존재다.

  부러우면 지는것이라 햇지만.........  그래도 몹시 부럽다.

  우리나라도  엔리케 왕자 같은 인물을 가지면 안될까?

  이번 여행을 통해서  나도 엔리케 왕자를 다시 보고 생각하는 계기가 되었다.

 

  포루투갈에 신의 영광이 함께하기를..........




















  이로서 포루투갈 여행을 마치기로 하자.

  11시간 후,  이른 새벽 시간에 우리는  스페인 마드리드의 차마르틴 역에 도착했다.

  그렇게 (스페인 여행)이 새롭게  시작되었던 것이다.    

 

  ---------    그동안 (포루투갈 여행기)를 읽어주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더 풍성한 이야기로 스페인에서 뵙겠습니다.     피안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