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맛집 이야기

어디 제가 한 번 먹어보겠습니다.(착한식당)

by 피안재 2014. 1. 21.

 

 

 

 

 

 

 

 

 

 

 

 

 

 

 

 

 

 

 

 

 

 

 

   세월이 한참이나 지난 나의 어린 학창시절.

   어떻게든 세월을 이겨보시려던 나의 할머니는 다섯해 째를 여든 아홉이라고 기어코 우기셨다.

   그런 할머니가 겨울이 되면 마주칠 때마다 하시는 말씀 '시루에 물 좀 줘라'.

   시도 때도 없이 '콩나물에 물  줬니?' 하시던 할머니는  백수를 한달 남기시고 하늘나라로 가셨다.

   사랑채인 할머니 방에 들어가면 문 옆으로 커다란 함지박이 놓여있었다.

   함지박 위로  커다란 새총가지 처럼 생긴 갈라진 나무 받침이 걸쳐있고,  그 위로 까만 시루가 올려져있다.

   시루를 덮고있는 하얀 천을 걷어 올리면..........  수북하니 노랗디 노란 콩나물들이 빼곡하게 들어서 자라고 있었다.

   바가지를 집어 함지박에 고여있는 물을 퍼서 수북한 콩나물 위로 엷게 바르듯이 물들 몇바가지고 흩뿌려 주노라면,  이내 쪼르르 쪼르라니 물 떨어지던 소리가 정겨웠다.   

   9십을 훨씬 넘긴 할머니에게 오랜 세월동안 양반가 안방살림을 도맡아 하시던 연륜과 경륜은 찾아보기가 힘들었다.  세월따라 미각을 잃어가셨으니 지난날의 그 빼어나셨다는  할머니의 손맛을 나는 더 이상 기대하지 않았었다.

   그런 와중에도 아주 이따금씩 보여주시던 할머니의 깊은 손맛. 

   그것은 콩나물밥 이었다.

 

 

   김장철이면 꼭 시원찮은(상품 가치가 떨어진) 배추들을 잘 다듬어서 신문지로 똘 똘 말아 싸서는 벽장 한구석으로 수북히 쌓아 놓으셨다.

   콩나물이 다 자라면 아궁이 앞에 쪼그리고 앉으셔서 장작불을 지피시고 무뎌지고 주름 가득한 손으로 벌겋케 타오르는 숯불을 조절하시며 커다란 가마솥에 콩나물 밥을 지으셨다.  할머니가 일어나서 행주로 가마솥의 손잡이를 잡아 밀면 자욱하니 희뿌연 김이 솟아 오르고 그 사이를 할머니의 코가 슬쩍 지나치면서 냄새를 쓰윽 하고 맡고나면 콩나물밥이 다 된것을 알 수 있었다.

   간장독(흔히 조선간장)에서 간장을 뚝배기로 퍼 내고,  거기에 파를 다져넣고 마늘이랑 고추가루와 통깨를 넣고 손가락으로 휘휘 저어서 섞고나면 장물도 완성.

   벽장에서 꺼낸 배추를 얼기설기 자르고 다듬어서 뚝딱뚝닥 만들다 보면 어느새 겉조리김치가 만들어져 나왔다.

   이런날은 특별히 큰 밥그릇을 차지하고 평소보다 밥을 수북히 떠서 숟갈로 장물을 퍽 떠넣고 마구마구 비벼대면 그것이 전부다.

   어떤 사람은 콩나물밥은 장물맛 이라고도 하지만.........

   김장김치 보다 막 무쳐낸 겉조리김치와 먹는 맛이라는 건.............

   아버지나 아재는 금방 무쳐낸 고추가루가 숭숭 거리는 아삭한 겉조리가 좋다지만,  나는 배추의 한 숨이 막 죽어넘어간 짭쪼름한 겉조리가 좋았다.

   안동 김씨 뼈대있는 가문의 외동딸이었던 천하의 왕고집쟁이 우리할머니표 콩나물비빔밥.

   이제와 새삼 그 맛이 어떤 맛이었는지는 뭐라 표현할 방법이 없다.

   그냥.........  콩나물밥이었다.

 

 

 

 

 

 

 

 

 

 

 

 

 

 

 

 

 

 

 

 

 

   흔하디 흔한,  그냥 보편적인 어느 한 식당의 소탈한 상차림이다.

   ' 척 ' 하고 짐작해 본다면 해장국집이나 국밥집 기초 상차림이라는 걸 단박에 알수 있다.

   다른점이라면 조금 큰 프라스틱 통에 마치 고추장국물 처럼 보이는 장물이 더 놓여있다는 점 뿐만이 다른 점이라 하겠다.

   콩나물국밥과 콩나물밥이 주 메뉴인 어떤 식당의 기본 상차림이다.

   보통 어떤 식당을 이야기 하자면 그 기준이 되는 여러가지 주안점이 나름으로 누구에게나 있을 것이다.

   나 역시 까다롭지는 않지만 나름의 분명한 기준이 있다.

   그런데 오늘........  나는 오늘 아침에 다녀온 이 식당에 대하여 짧게나마 이렇게 이야기 하고 싶다.

 

   깔끔한 맛.

   거기에 착한 가격까지.......  참으로 맛있는 음식을 먹었구나!

   하나를 덧붙이자면......... '식당에 들어서서 나오기까지......  나는 정말 고귀한 대접을 받고 나왔구나.' 하는 마음이 절로 생겨났다.

   요즘에 아무리 내가 줄 돈을 다 주고 음식을 사먹는 다 쳐도,  맛이 기가막히고  시설이나 분위기가 아무리 죽인다 쳐도,  식당의 종업원이 또는 전체적인 식당의 느낌이 '이곳은 정말 손님을 고맙게 여기는 구나.  이곳은 정말로 손님에게 정성으로 최선을 다하는구나' 하는 느낌을 받을 수 있는 곳은 너무도 너무도 지극히 드문 현실인 것을 잘 알고 있었기에,  오늘은 더욱 그런 느낌을 감명깊게 받았다.

 

 

 

 

   지난해 11월에 지인의 소개로 이곳을 들르게 되었었다.

   그날, 첫날의 느낌이나 오늘의 느낌이나 별반 치이가 없었기에 다른 손님들의 눈치를 살펴가면서 핸디폰 셔터를 이리저리 눌러댔다.

   매번 올 때마다 콩나무국밥을 먹었다.

   대부분이 전날 술을 거나하게 마시고 난 후 아침에 빈속으로 만난 경우들이 대부분이었기에 속풀이 해장국으로 생각하면서.

   가만히 살펴보자면  대충,  한 다섯중의 셋은 콩나물국밥을 시키고  나머지 둘 정도는 콩나물밥을 시키는 것으로 보였다.

   그 때마다 남들이(절대적 여성 선택 우위의) 시켜 먹는 콩나물밥이........  장물에 썩 썩 비벼먹는 그 모습이 왜 그리도 부럽던지......

   ' 담엔 꼭 비빔밥으로 먹어야지.'

   ' 담엔 꼭 비빔밥이다,'

 

 

   아침나절에 오늘따라 친구넘(?)이 "콩나물해장국이나 먹을까?" 하는 소리가 유난히 반갑게 들려온다.

   지난밤에 친구넘의 속을 쓰리게 만든 주신(酒神)께 절로 감사의 말이 뛰어나올 지경이었다. (친구야. 니속은 부글거리는데  내속은 왜 이리 좋으냐?)

   둘이 그 식당을 찾았다.

   들어서면서 연실 주변을 두리번 거리며 살펴보니....... 오늘은 절대적으로 콩나물밥(비빔밥)이 우세다.

   자리에 앉자마자 친구가 묻는다.

   - 뭐 먹을거야?

   - 난 콩나물밥.(짜식 물어보나 마나지.  지난번부터 작정을 한건데.)

   - 그럼 나도 콩나물밥.

   (어라. 이넘이 시방 안하던 짓을 하네. 안돼)

   - 야. 너는 어제 마신거로 속 쓰리다며? 속 쓰린데는 콩나물해장국이 최고여.  속 부터 풀어...........

   - 그럴까?  너가 갑자기 비빔밥을 먹는다니까 통일할려고 그랬지. 알았어.  아줌마. 여기 국밥 하나 비빔밥 하나요?

   (임마.  시방 내가 남들 눈치를 봐서라도 사진을 찍으려고 작정을 했는데....... 너랑나랑 메뉴가 달라야 충분한 소재가 생기잖어.  짜식이 그것도 모르면서......)

   잠시 지나 김이 모락모락 음식들이 나온다.

   참고로........  여기 콩나물비빔밥은 내용물이나 생김새나 맛이 좀 색다르다.

   어떻게 다르냐?

 

 

 

 

   '그럼  어디  제가 한 번 먹어보겠습니다'

 

 

 

 

 

 

 

 

 

 

 

 

 

 

 

 

   요것이 이집의 콩나물비빔밥이다.

   뚝배기에 밥 넣고 콩나물 얹고 그 위에 버섯과 각종 야채를 얹어서 가스불에 한번 더 데워 뜨끈뜨끈한 상태로 나온다.

   얼핏 잡채밥이나 불고기덥밥 같은 이미지를 보인다.

   장물을 얻고 썩 썩 비비는 중에도 뚝빼기가 뜨거운 열기로 몸부림치는 소리를 연발한다.

   그리고 그 맛은...........

 

 

   (친구야.  난 다음에도 비빔밥이다.  너는 쭈욱 해장국이나 먹어라.  앞으론 식성의 분명한 차별화를 하기로 하자.)

 

 

 

 

 

 

 

 

 

 

 

 

 

 

 

 

 

 

 

 

 

 

 

   ' 제가 먹어보았습니다.'

   앞으로도 기필코 친구와 음식의 차별성 만은 기필코 사수하여야 하겠습니다.

   기본 반찬은 친구나 저나 같지요.

    부글부글 끊으면서 나온 친구의 음식이 과연 더 맛있었을 까요?

   친구넘도 허겁지겁 꽤나 맛나게 먹더군요.

   먹성이 저에 비해 적던 녀석이 오늘은 싹 싹 그릇을 비우더군요.

 

 

 

 

 

 

 

 

 

 

 

 

 

 

 

 

   요 맛깔스러운 김치와 깍두기는 기본, 그러니까 베이스 이고........

   이제 콩나물국밥을 보시겠습니다.

   그리고 품위와 상관없이 살자고 속풀이를 해대는  제 친구의 삽질 솜씨도 보시겠습니다.  흔히 이 친구는  양손타법을 쓴답니다.(양반이었으면 경을 쳤을텐데)

   거기다 빠꾸잽이.

 

 

 

 

 

 

 

 

 

 

 

 

 

 

 

 

 

 

 

 

 

 

 

   조금만 주위깊게 살펴 본다면,  싹 싹 비운 밥그릇에서도 그 사람의 인품을 쉽게 짐작할 수 있지 않을까요?

   깨끗이 비운 밥그릇에  가지런히 놓은 사용했던 수저.

   그런 반명  친구는.............. !!!!!!!

   음식 앞에서의 행실로 보아서  하나를 보면 열을 안다고........... 저가 계산 한다고 나서는 날만 칭구할까?  말까?

   그래도 속내는 착하고 고운 녀석입니다.(오늘 밥값대신 칭찬)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헐.  아무때고 이넘이 이 글을 보게 된다면........ 앞으로 밥 얻어 먹기는 다 틀렸다..........

 

 

 

 

 

  

 

 

 

 

 

   혹시.  거꾸로 재배하는 콩나물 이야기를 들어보신 적이 있으신가요?

   여기 이 식당에서는 콩나물을 거꾸로 재배하여 음식에 사용한다고 합니다.

    

 

 

 

 

 

 

 

 

 

 

 

 

 

 

 

 

 

 

 

 

 

 

   콩나물을 거꾸로 키운다?

   아무렴 어떨까요?

   누군가는 부단한 노력으로,  나름 그럴만한 이유와 목적을 가지고 힘들게 그런 재배방법을 알아냈겠지만,  우리들 입장에서는  더 좋은 먹거리로 더 맛있는 음식으로 우리가 쉽게 접할 수 있다면 더 바랄나위가 없겠지요.

   그런 사연을 속으로 담고 있으면서도........  저 착한 가격을 보세요.

   먹고 나서도 참으로 믿기 어려웠습니다.

   정성을 다한 맛스런 음식.

   착한 가격.

   처음 들어서서 먹고나서 돌아나올때 까지의 대접받고 있다는 푸근함.

 

 

   이런 마당에 (이영돈 PD)는 어디를 쏘다니고 계신지.........

 

 

 

   가계가 놓여있는 지역이 인기있는 유명상권도 아니고,  가계의 외관이 특색있거나 화려하지도 않아서 무심코 지나치면 찾아내기가 결코 쉽지가 않습니다.

   흔히들 (고구마거리) 라고들 하시지요.

   본래는  충주읍성의 북문을 나와 북쪽의 고구려로 향하는 길목인 (고구문거리)가 맞는 지명입니다.

   더 쉽게는 동아사거리(동아아파트인근)에서 운동장 방향으로 50M 쯤 가시다 보면 우측에 있습니다.

   내비로 찾는다면 (충주경찰서) 찍고 종합운동장 방향으로 500M 우측 지점 이라고 해야 하겠네요.

 

 

 

 

 

 

 

 

 

 

 

 

 

 

 

 

 

 

 

 

 

   강추는 하지 않습니다.

   다만,  내가 낼 만큼의 돈을 지불하고도 입안에 왠지 무언가 씁쓸함을 느껴 보신분이라면 아무때고.........  '내가 소박하니 맛깔난 음식을 먹었고, 정말로 누군가가 나를 위해 소중한 마음을 담아 음식을 만들어 주었구나' 라는 기분을 느껴보고 싶을 때 찾아가 보십시요.

 

 

   이영돈 PD가 어디를 다니시며 어떤 착한식당을 발굴하고 착한음식을 찾아 방송을 통해 널리 알리고  다니느라 정신없이 바쁘셔서 여기를 모르신다 하여도 상관없겠습니다.

 

   '이미 제가 한 번 먹어보았습니다'

   '혹시나,  당신의 입맛에는 어떻습니까?'

   우리 지역에도.

   우리 생활주변 아주 가까운 곳에도 착한 식당은 있었습니다.

   부디, 장사가 잘 되셔서 부자가 되셔야 할 텐데...........

   다만,  지금의 그 맛과 마음만은 오래오래 가져가시기를................

 

 

 

 

 

 

 

           -----------  2014. 01. 21.   피안재.

 

 

 

 

 

 

 

 

 

 

 

 

 

 

 

 

 

 

 

 

 

 

 

 

 

 

 

 

 

 

 

 

 

 

  

 

 

 

 

 

 

 

 

 

 

 

 

 

 

 

 

 

 

   

 

'맛집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이런 식당 보신적이 있으십니까?  (0) 2014.10.24
서민의 음식 '순대국밥'  (0) 2014.01.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