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의 어느곳을 가더라도 어렵지않게 찾을 수 있는 음식점이 국밥집(순대국밥) 이다.
소고기와 그 부산물을 주재료로 쓰면 소머리국밥.
돼지고기와 그 부산물을 주재료로 쓰면 돼지국밥.
그냥 밥하고 국이 말아서 나오면 그냥 국밥이라 부르고, 거기에 순대가 들어가면 순대국밥.
국과 밥이 따로 나오면 따로국밥.
흔히들 국밥을 (서민적 음식의 대표)라고들 한다.
과연 그랬을까?
적지않게 그 표현에는 강한 의구심이 들고는 한다.
이 나라가 먹고살만해진 것이 과연 얼마나 되었던가? 어떻게 고깃국이 서민의 대표 음식이었단 말인가?
아마도 그것은 산업의 근대화 이후 어느정도 먹고살만해진 후에서야 쉽게 값싸고(당시 물가비교) 푸짐하게 어디서든 먹을 수 있었서 붙여진 이름이 아닐까 생각된다.
보리고개를 겪으며 산을 황폐화시키며 땔감을 구해다 난방을 하고, 변변히 의복조차 갖추지 못해 추위에 떨며 강대국에 의지해 분유며 밀가루를 분배받던 시절이 내 세대의 어린 기억에도 남아있기 때문이다.
북한의 이야기가 아니다.
혹간 명절이나 되어야 흰쌀밥에 고깃국을 먹어보던 시절이 조금은 멀어진 지나간 시절에 분명 있었다.
시골에서 전재산의 목록 1호인 소를 키워서 우시장(소장터)에 내다팔기라도 하게되면 모처럼 커다란 목돈을 움켜쥐게되고, 그 우시장 주변의 주막집에서 국밥 하나 말아서 텁텁한 막걸리 한잔 두잔 하다보면 잔뜩 취기가 오르고, 돼지고기 두근 비료푸대 종이에 둘둘 말아 새끼줄에 엮어서 들고 밤이 이슥해서야 집에 돌아오시던 아버지의 초상이 60년대 후반까지의 우리들 모습이었다.
내 또래의 오래된 추억 하나가, 학교 졸업할때나 아주 특별한 날에 외식이라고 특별히 먹어본 음식이 짜장면(자장면) 이라고들 한다.
아마도, 이 짜장면 못지않게 쉽게 먹지 못하던 음식이 바로 국밥이 아니었나 싶다.
내가 어린시절 국밥을 먹게 된 것은 종일 호되게 고생을 하고 나서야 먹어보곤 했었다. 물론 그 맛은 정말 최고였다.
나의 부친은 60년대부터 사냥을 즐겨하신 '포수'로서 꽤나 명성이 자자하던 분이셨다.
부친은 내가 걸음마를 떼기 시작하고 나서부터 나를 사냥터에 곧 잘 데리고 다니셨다. 당시의 사냥은 그리 호락호락한 요즘 같은 도락이나 레져가 아니었다. 고된 군사훈련 이라 하는 편이 맞겠다. 하여 나는 사냥을 따라 나서는 것이 너무도 싫었다.
허나 큰아들이 이뻐서였는지, 큰아들만은 튼튼하게 기르고 싶으셨는지, 여러가지 유혹으로 꼬득이시거나 때론 험악한 압력으로 시도때도 없이 들로 산으로 데리고 다니셨다.
무엇엔가 걸려 넘어지고 미끄러져 넘어지고 힘에겹고 지쳐서 쓰러지고......... 사냥을 마칠때면 꼬락서니가 거의 거지꼴에 눈물 콧물이 범벅이되고 늘 상 초죽음으로 마쳐야만 했던 기억이 지금도 생생하다.
그럴때면 여지없이 부친은 나의 손을 이끌고 어떤 가계에 들리곤 하셨는데 그곳이 바로 선술집이자 국밥집이었다.
커다란 가마솥이 걸리어 그 아래 장작불이 활활 타오르고 있는 아궁이 앞에 언 손을 비비며 녹이고 있노라면 아주머니가 아주 뜨거운 국밥을 한그릇 말아주시곤 했었다. 그것은 하루의 사냥을 마무리하는 필수코스요 의례행사였다.
국민학교(초등학교) 전후의 꼬마가 국밥의 맛을 알면 얼마나 알았었겠느냐 하겠지만, 난 그때의 맛을 지금도 분명 기억하고 있다.
당시 내가 부친을 다라 다니며 먹어본 국밥이 삼지사방 무척이나 많았는데 그 중 몇군데는 지금도 기억하고 있다.
나의 기억에 최고로 맛이 있었던 곳은 봉양(제천시)의 큰 개울가에 있던 버스정류장 매표소 옆에 있던 허름한 주막의 국밥이었다. 초가을 봉양의 아카시아나무가 가득한 야산으로 꿩사냥을 다녀오다 종일 내린 비로 흠뻑 젖은채 벌벌 떨며 먹었던 그 국밥이 단연 최고였다.
다음으로는 청풍에 있던 주막으로 커다란 통나무 배로 버스를 청풍에서 수산으로 건네주는 도선장 입구에 있던 곳으로 겨울에 노루사냥을 다녀오다 추위속에서 먹어보았던 그 기막힌 맛이었다.
세번째로는 바로 충주에 있던 곳으로, 지금으로는 기업은행 맞은편 윗쪽의 전통시장으로 들어가는 골목 초입에 있던 국밥집이다. 당시로는 한일극장에서 제일로타리 방향 첫번째 골목에 돌아서면 오래된 전통한옥 옆으로 두 셋의 국밥집이 영업을 하고 있었다. 그곳은 부친 손을 잡고 가장 빈번하게 드나들었던 국밥집이었고 할머니와 젊은 아주머니가 일을하고 계셨는데 늘 중간중간에 뜨거운 국물을 채워주시곤 하셨다.
이제 내가 인생 후반의 중년이 되어 되돌아 보아도 그 아득한 지난날의 뜨겁고 그 진한 국물맛은 잊을 수가 없다.
그러다 보니 그리 썩 즐겨하지는 않아도 이따금씩은 국밥집을 찾고는 한다.
어디어디 맛이 있다는 집으로 그 아득한 옛날의 그 맛을 기대하면서 발걸음을 옮겨보곤 하는 것이다.
그러다가 마침내.......... 그 시절과 비슷한 맛을 찾았다.
국밥이 탁자에 올라오는 모습을 보면 다 모양이 각양각색이다.
쉽게 눈에 띄는 것이 따로국밥이고
투가리에 밥을 쏟고 그 위에 고기(순대)를 얹고 그 위에 뜨거운 국물을 내어 오기도 하고
또는 그 뜨거운 국물을 부은 투가리를 한번더 쎈 가스불에 한번 더 끓여 나오는 것도 있다.
내 유년 시절엔 한번 더 끓여 나온다는 경우는 상상도 할 수 없었다. 그래서 그냥 '국밥 하나 말아 주세요.' 라고 통용되었던 것이다.
그런데 오랜 시절 먹다보니 요즘의 한번 더 끓여 나오는 것이 풍미도 맛도 더 느껴지는것 같다. 주방기기의 현대화 덕분이랄까?
또 하나는, 인스턴트 처럼 쉽게 조리해 나오는 곳도 있으나, 진한 맛은 그래도 아직까지 식당 안쪽 어딘가 커다란 가마솥을 걸어놓고 비록 땔감은 장작에서 가스불로 바뀌었어도 가마솥에서 우러나오는 맛의 느낌이 은근히 전하여져 오는 곳의 음식이 훨 맛있다. 사실이다.
마침내 찾아낸 정말 맛있는 국밥(순대국밥).
정말 소탈하기로는 그 숱한 국밥집 중에서 둘째가라면 서러울 정도로 소탈하다.
얼기설기 깍두기 한접시.
새우젓 한 종지.
청양고추 썰어서 한 종지.
다대기 한 종지.
죽염 곱게 빻은것 담은 그릇.
들깨가루 담은 그릇.
고추씨기름 담은 통 하나.
일단 밥을 한공기 그대로 말고
새우젓으로 간을 맞추고
들깨가루를 한 숟가락 얹고
얼큰한 맛을 위해 고추씨기름을 약간 두르고 나면........ 골고루 비벼말아서 먹으면 된다.
무지무지 뜨거운 것을 조금 쉽게 하고자 하면
밥 말고 난 빈그릇을 이용해 조금씩 덜어 먹으면 아주 수월하게 뜨거운 국밥을 즐길 수 있다.
맛에 우선 놀라고
푸짐한 양에 또 한번 놀라게 된다.
강추. 정말 맛있다.
충주에도 맛있는 국밥집은 여럿있다.
맛은 좀 그렇다 치고도 소탈하고 허름한 곳으로는 전통재래시장 안의 먹자골목이 나름 유명하고
너무도 유명하고 오랜 역사의 중앙시장 2호집이나 두꺼비집의 국밥이 유명하고
근자에 들어서는 대봉교 옆에 있는 대봉식당의 국밥맛이 그 중 뛰어났다. 내 입맛에 맞아 이미 여러번 꽤나 드나들었다.
그러나 비로소 이곳을 알게 되었고 요즘은 곧 잘 드나들고 있다.
충주 시내에서는 이십여리 정도 제법 떨어진 변두리이다.
그러나 정말 맛있는 국밥을 먹기 위해선 그 정도 거리는 전현 문제가 되지 않는다. 부지런히 발품을 파는만큼 꼭 그만큼 더 맛있다.
쉽사리 눈에 띄지 않아 찾기도 좀 힘들고 너무 허술해 보이기 까지 하는 식당의 모습이지만 맛 만큼은 기가 막히다.
또한 재미있는 익살도 넘친다.
이 정도 변방에 여러 불편함과 허술함을 감수하면서도 이런 익살마져 정겨운 것을 보자면, 그만큼 알고 인정하고 찾아주는 단골들이 제법 꾸준하다는 증거가 되기도 하겠다.
일요일(주일)은 쉰다.
어디 그 뿐인가? 지난 여름엔 무려 한 달 이상을 문을 닫은적도 있다. 무조건 이 집은 쥔장 맘대로인 것이다.
손님은 왕?
아마도 쥔이 여제(여자황제)라는 전제 하에서는 가능할 성 싶어보인다.
가계 여기저기 이렇게 애절하게 하소연을 써서 붙여놓았는데
이게 어디 하소연인감. 완전 협박이지.
주문은 받고 밥은 주겠는데........ 어디까지나 내 맴대로 할테니 알아들으라.........
저렇게 협박까지 해대면서
새내도 아니고 한참이나 떨어진 촌동네에서 주차장이나 식당자체에 큰 투자도 안하였으면서도
받을건 다 받아낸다.
차비나 기름값 정도는 빼줘도 될성 싶은데........
그래도 맛은 기가막히니........
양도 무척이나 푸짐하니.........
참아내야지. 참아낸 자에게만 더 맛있을 것이라나?
후루룩 쩝쩝
바쁘게 숟갈과 젖갈이 오가다 보니 어느새.......
내 앞에 놓인 그릇이 정말 싹싹하게 비워졌다.
열심히 드시고 계시는 짱구모친
장하다. 그 엄청난 양을 거의 모두 해치우셨다. 그리고 마침내는 카메라 치운후에 깨끗하게 비우셨다. 헐. 대단.
충주에서 제천 원주방향으로 이십여리를 가다보면 공군부대 입구 사거리가 나온다.
이곳은 조금만 더지나면 후측으로 대미부대(육군부대) 또는 동량면으로 향하는 우회전 길이 나온다. 한 500m 정도를 들어가 흔히들 대미삼거리 라는 곳이 나온다. 이 대미삼거리의 정면에 대미초등학교가 있고 대미초등학교의 우측담벼락에 기댄 듯 식당이 있다.
하도 허름해 보여서 두 눈 크게 뜨고 사방을 조심스레 두리번 거리며 찾아내야 할것이다.
쉽게..... 내비게이션에 대미초등학교(충주 동량면) 치고 주행 안내시작 하면 그 목적지에 붙어서 있다.
다녀온 지가 한 일주일 지났나?
싸늘한 날씨에 저녁때가 되니 또 생각이 난다.
뜨거운 순대국밥 한 그릇이.......
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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