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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이야기

(세리의 캠핑) "윤세리. 다음 캠핑은 어디가 좋겠니?"<다리안 캠핑장>

by 피안재 2026. 7. 12.

 

 

2026년 6월 13일(토) 오후 3시 37분. 중부전선 단양의 비무장 지대에 무기(물총)로 중무장한 신원불명의 여성 3명이 월담은 아니고 구역 분계선을 넘어 D 구역에서 우리 지역으로 들어왔다. 당시 C 구역에서 모의 전투작전 훈련을 하고 있던 꼬맹이 부대는 이 여성들이 아무런 사전 연락도 없이 구역 분계선을 넘어 들어온 것을 전혀 눈치채지 못하고 훈련에만 몰두하고 있었다. 구역을 침범한 여성들은 허가도 받지 않고 C 구역 훈련장을 자신들의 훈련장인 것처럼 마구 뛰어다니며 무기를 사용해 본격적인 전투 훈련을 시작했다. 꼬맹이 부대원들은 차차 이들의 존재를 눈치채기 시작했고, 매의 눈초리로 그들의 사태를 관찰하기 시작했다.

3명의 여성은 처음엔 각개전투로 시작을 했으나, 한 여성의 전투력이 워낙 월등하게 드러나자 나머지 둘이 합세하여 공세를 펼쳐나갔다. 하지만 전투력과 화력의 절대 우세를 보인 단독 여성의 맹공으로 이제 곧 전투가 끝날 것으로 예견되는 시점이었다.

그때, 패색이 짙어 쫓겨가던 여성이 모여서 이 사태를 지켜보던 꼬맹이 부대원들에게 이렇게 외쳤다.

‘도와주세요. 저 친구가 소문난 물싸움 마왕이예요. 우린 지금 물싸움 마왕에게 잡혀간 숲속 요정을 구출하려는데 도저히 싸움에서 이기질 못하겠어요. 도와주세요. 물싸움 마왕을 해치우고 잡혀간 숲속 요정을 구출해야만 해요. 여러분의 도움이 필요해요.’라고 외치는 것이 아닌가?

갑자기 꼬맹이들이 부산해 졌다. 아주 잠시 모여들어서 뭐라고 꿍시렁 거리는가 싶더니만, 갑자기 자신들의 텐트로 흩어져 달려갔다. 세리도 헐레벌떡 우리 텐트 뒤로 달려가더니 풀어놓았던 물통을 걸머지고 물총을 들고나와서는 도랑에 엎드려 물통을 채우기에 여념이 없다. 전투력 상승을 위해 중무장을 하고있는 것이다. 흡사 화염 방사기를 둘러메고 전쟁터로 향하는 전사 같았다.

사방에서 흔어졌던 어린이들이 쏟아져 나오더니 함성을 지르며 자신들의 중화기로 물싸움 마왕을 향해서 사정없이 공격해 들어가기 시작했다. 이들의 공세에 물싸움 마왕이 처절하게 응사하면서 바야흐로 전투는 점입가경의 사태로 접어들기 시작했다. 상호 간에 공격과 후퇴가 끊임없이 반복되고 있었다.

‘싸움 마왕을 해치우고 숲속 공주를 구출해야해,’라는 꼬맹이들의 다짐이 외침으로 자주 울려 퍼졌지만, 실로 이 어처구니가 없어 보이는 한 편의 뮤지컬을 보고 있는 것 같은 주변의 보호자 가족들 눈에는 어디에도 마왕이 보이질 않았다.

싸움판에서 벗어나 이 상황을 지켜보고 있는 가족들에겐 물싸움 마왕이야말로 갑자기 하늘에서 뚝 떨어진 천사가 아니겠는가 말이다.

더군다나, 친구에게 모함을 걸어서 한 순간에 꼬맹이 들의 공적으로 몰아버린 범인(?)이자 진짜 마귀들은 지금 그 전장판의 한쪽 구텅이에 나란히 앉아서 친구의 모진 수모에 박장대소를 하며 즐거워하고 있지 않은가?

진짜 천사(물싸움 마왕) 한 명의 장렬한 희생으로 일단 쫓아다니고 있는 꼬맹이들이 모두 즐겁지, 이 상황을 한 편의 뮤지컬을 감상하는 기분으로 바라보고 있는 부모와 가족들 모두가 한없이 즐겁지, 거기다가 친구를 수렁으로 빠트린 친구들이 박수까지 치면서 저렇게 즐거워하고 있지 않은가 말이다.

천사가 수난을 당할수록, 물세례에 된통 당할수로 본인을 제외한 모든 사람들이 즐거움의 탄성을 토해내기 시작했다.

정말 천사였다.

잠시 저항하면서 놀아주다가 곧 항복을 하거나 어떤 순간에 장렬하게 전사하면 되었을 것을........... 30분을 훌쩍 뛰어넘기고, 거진 한 시간이 가까워졌을 즈음에야 모든 전투가 끝이났다.

나무다리 위에서 집중 포화를 받은 끝에 마침내 천사가 쓰러졌다.

여기저기서 함성과 박수가 터져 나왔다.

노는 것을 한 시간 마냥 지켜보는 것도 힘든 일인데, 한 시간내내 쫓아가고 쫓겨다니며 물세례를 견뎌낸 그 아가씨의 용기와 체력과 헌신에 한없는 갈채와 존경을 보내고 싶다. 정말 대단한 광경을 목격했다.

다음날 새벽 산책을 마치고 오는 길에서 마침 산책을 나가고 있는 세 천사들을 만났다.

‘어제 그렇게 많은 총알을 받으시고도 이렇게 멀쩡하신 것을 보니 진짜 천사가 분명한가봐요?’

내가 하는 말이 무슨 뜻인지를 쉽게 알아 챈 아가씨들이 대답대신 배꼽을 부여잡고 웃느라 정신이 없다.

‘여기 캠핑장에 와서 어제 그 장면을 바라본 모든가족들이 천사님들의 헌신에 크게 감동했고 감사하고 있어요. 오래오래 잊지 못할 최고의 순간이었어요.’

‘저희가 좋아서 한 일인걸요. 예쁘게 보아주셔서 감사합니다. 저희도 무척 즐거웠어요.’

세명의 천사들은 한 지방에서 유아교육학 공부를 하고 있는 학생들로 미래의 꿈나무 교실 예비 선생님들이셨다.

날로 혼탁해 지는 세상을 지켜보면서 가장 안타까운 것이 바로 교육 현장의 기반과 가치관이 흔들리고 무너져 내리는 것이었다. 참다운 기초교육이 바로 서지 않으면 민족의 미래는 물론 진정한 민주주의가 결코 존재할 수가 없다. 선조들께서는 백년지대계(百年之大計)를 그토록 중시하였건만, 지금 누가 일 년 후를, 아니 내일을 당장 예견할 수 있단 말인가? 소위 정치가들은 선거 때마다 툭하면 백년지대계를 떠들어 대면서, 돌아서면 일 년에 서너 번씩 추가경정예산 타령을 일삼는다.

르네상스 시대의 한 현자께서 ‘백년도 살지 못하는 것들이 마치 천년을 살 것 처럼 설치고 다닌다. 그것이 재앙을 부른다.’라고 했다.

‘그냥 제 있는 자리에서 분수에 맞게 사람다운 모습으로 조금만 조용히 살아주면 안 되겠니? 그게 그렇게 어렵니?’

캠핑장에 어둠이 내릴 때쯤이면 이미 병아리들과 할머니 사이의 끼니 전쟁(?)은 저만치 물러갔고, 이제부터는 불쑈와 마쉬멜로 타임이다. 비가 오지 않으면 할아버지는 무조건 모닥불부터 피워야 한다.

툭하면 숲으로 산책하면서 밤하늘에서 별을 관찰하겠다고 자신했으면서도, 정작 밤이되면 모닥불 앞에서 떠날 생각을 안한다.

준비한 장작불이 다 탔다 싶으면 그 자리에서, 혹은 텐트로 자리를 옮긴 후에 병아리들의 축제 이벤트가 자주 펼쳐지곤 한다. 뮤지컬 같은 콘서트를 벌이는가 하면, 라이브로 춤이나 노래를 들려주는 특설 무대가 있을때도 있고, 특별한 파티를 열어 초대해주는 스페셜 이벤트도 있다. 그런데 오늘은 댄스 공연이다. 세리의 궁딩이 씰룩씰룩 엉거주춤이 태권도 도장을 다닌 이후로는 품세를 변형시켜 깜짝 깜짝 놀랄만큼 변화무쌍한 춤사위를 선보여준다. 이걸 낮에 보여준다면 사진을 한 꾸러미쯤 건질 수 있겠는데, 야간 사진 준비가 전혀 안되어 있는 상황에 그저 눈으로만 감상하면서 핸디폰 셔터를 눌러본다. 무척 아쉽다.

더군다나 신나게 저가 알아서 잘 해놓고도 앵콜을 부탁하면 씨익 외면하고 사라져 버린다. 아무튼 오늘도 변함없이 녀석의 앙증맞은 또 다른 모습과 표정에 잠깐이지만 풍덩 빠져 보았다.

거기다가 오후에 있었던 물싸움 마왕과의 전투가 매우 치열했음인지 언니와 비슷한 시간에 잠에 골아 떨어지고 말았다. ‘흐이구이쁜 녀석. 네 잠자리는 할아버지 옆이야. 이 검딱지야.’자리에 눕히고 볼에 굿나잇 뽀뽀를 하고 나니 그제야 오늘 하루가 무사히 지나갔음이 실감이 난다.

‘할머니야. 쏘시지 어디있어? 한잔 더하고 자야겠다. 힘겨웠던 무사히 지내온 하루에 위로의 잔을 들어야지?’

'자! 우리도 고생했다. 건배!!!!!'

'요물한테 홀리지 않으려면 우리가 정신을 똑바로 차려야 혀. 알았지?'

새벽 미명이 밝아오기도 전에 언제나처럼 잠에서 깬다.

집이라면 서재로 가서 뉴스나 자료 검색을 하거나 스케줄 체크를 하면서 모닝커피를 진하게 마실 시간이다. 요즘은 한창 월드컵 시즌이라 새벽 토너먼트 경기를 보거나, 막 시작된 윔블던 테니스 경기를 관람할 시간이다. 그런데 지금 당장은 캠핑장이라 대형 티비가 없을뿐더러, 물론 와이파이를 연결해 볼 수는 있겠으나 병아리들이 한참 곤하게 자는 시간이라 살며시 물러나와 새벽 산책을 가야하는 시간이다.

시원한 새벽공기가 폐부속 깊은 곳까지 하염없이 마구 쏟아져 들어온다.

오늘도 이 캠핑장에서 가장 일찍 일어나 산책으로 하루를 시작하는 사람은 또 나였다.

거의 캠핑장 새벽 파수꾼(Daybreak Wachman)이라고나 할까?

소백산교(운교)까지 빠른 걸음으로 올라갔다가 내려오면서 캠핑장을 한바퀴 천천히 돌아본다. 캠핑에서 빼놓을 수 없는 재미가 남들 사이트를 살피는 것이 아니었던가? 캠핑 장비의 요즘 추세를 엿볼 수 있을뿐더러, 새로운 신형제품의 등장을 확인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일부는 대형화 내지는 고급화로 가고, 또 누구는 미니멀한 빈티지로 가기도 한다. 그리고 좀 새거다 싶으면 대부분 에어 텐트가 대세를 이루는 추세로 엿보인다. 그리고 솔직하게 말하자면, 남의 것을 자꾸 들여다보게 되면 자연스럽게 새로운 제품에 욕심이 생기기 마련이다. 그게 바로 캠핑 개미지옥인 것이다.

내 경우만 해도 그동안 그렇게 분양을 하거나 버렸으면서도 당장 가지고 있는 것이 얼마인가? 텐트만도 대충 6개? 타프가 4개? 등 등 등........ 최고급은 없어도 부족한 것은 하나도 없을 지경이니 말이다. 대충 꾸려도 여기저기 떨어져서 사이트 3개 이상은 동시에 충분히 꾸리고도 남겠다. 동계 캠핑으로도 충분하다. 그리고 사실은 어디에 처박혀 있는 것은 맞는데 까먹고 써먹지 못하는 것들도 여럿 있을 것이다. 나한테 있는지 없는지도 모르는 그런 장비들 말이다. 아! 그러고 보니 화목난로는 이제 우리집 캠핑장비 골동품에 들어가겠구나?

실례로, 지난달에 정리를 좀 하다가 수상한(?) 박스를 하나 발견했다. 도대체 이게 뭐지? 아무리 기억을 더듬어도 도무지 모르겠다. 그래서 억지로 꺼내 풀어보았더니 (통돌이 오븐)이다. 몇 해 전에 구입해서 사용하겠다고 어디 캠핑엔가 가지고 갔었으나, 폭우로 꺼내보지도 못하고 그대로 가지고 돌아와서 짐 정리하면서 창고 구석 안쪽에 내던져놓고 이제껏 까먹고 있었다. 그래서 집에 꺼내놓고 한달 사이에 막창에 곱창에 통삼겹살에 열심히 사용하고 있다.

‘꼭 필요한 것만 남겨 놓고 버리거나 남 주어버리자. 다 쓰지도 못하잖아?’

‘아니여. 다 쓰는거여. 아주 차차 줄여나갈 것이고, 당장 덜어내지는 못하더라고 이제 더 사들이는 일은 절대 없을 것이니 믿고 이해해줘라. 이게 다 손때 묻고 정이 들은 것이라 그러는 거야.’

‘개뿔. 그래놓고 툭하면 생전 못보든게 자꾸 튀어나와요? 또 몰래 사들이기만 해봐라. 내가 다 내다 버린다?’

‘새로 산 것 없어. 자주 안써서 낯선 것이고, 또 내가 손질을 잘해놓기 때문에 항상 새거 같아 보이는 거야.’

‘개뿔. 그럼 집 청소는 아니더라도, 자기 방이나 서재 청소나 좀 신경써서 제대로 하시던가?’

‘알써. 카피 했음.’

그래놓고 돌아서면서 또 혼자 중얼 거린다.

‘버너가 수명을 다해가는지 낡아버렸는데, 투루버 사하라 버너 하나만 더 바꿨으면 좋겠는데 그러다 또 들키면 죽음이겠지? 참아야 하느니라. 마님 눈앞에서 제대로 망가질 때까지 어떻게든 버텨야 하느니라.’

나도 잘 알고 있다.

언젠가 내가 떠나고 나면 이것들은 하나도 남김없이 고물처리가 될 것이라는 것을 말이다. 하나밖에 없는 우리 아들은 럭셔리한 여행주의자다. 녀석은 아빠 방식의 이런 취미나 여행에 별로 호감조차 가지지 않는 녀석이기에 물려주고 싶어도 받을 녀석이 아니다. 그래서 죽어라 끌고 다니다 시피 하고 있는 병아리들에게는 혹시 먼훗날 필요할지 모르겠다만은........ 거기까지는 너무 멀고, 할아버지에게 그때까지 시간은 아무래도 무리일것 같다.(아들아. 아빠꺼 버리지 말고 보관했다가 병아리들이 어른이 되면 나누어 전해주면 안되겠니? 우리의 추억을 담뿍 담아놓을테니 그렇게 해주면 안되겠니?)


(다리안 캠핑장)은 우거진 숲과 잘 가꾸어진 정원과 청정의 계곡을 모두 갖춘 천혜의 자연 휴양림이다.

매표소를 지나 숲속 길을 깊숙하게 들어가면 편의 시설장인 다리안 휴(休) 건물이 방문객을 맞이한다. 대부분의 이용시설이 이곳을 중심으로 주변에 넉넉하게 분포해 있다.

차량 진입은 여기까지다. 이곳에서 일단 짐을 모두 내려놓고, 차량은 다시 위쪽의 전용 주차장으로 이동해 주차시켜야 한다. 그 말인즉슨 (다리안 캠핑장)은 차량을 텐트 옆에 둘 수 있는 오토캠핑장이 아니라는 말씀이다. 다리안 휴(休)에서 예약한 사이트까지는 공용 캐리어를 이용해 옮겨야 한다. 차량을 곁에 둘 수 없다는 불편함이 상당히 크다는 반응도 있지만, 어린이나 노약자를 동반한 이용객들에게 더이상 차량 운행을 조심하지 않아도 된다는 점은 오히려 큰 도움이 되고, 쾌적한 여가선용에 있어서 최고의 효용가치를 지녔다고 할 수 있다.

(다리안 캠핑장)은 어린이 동반 가족 캠퍼들에게 큰 인기를 얻고 있는데, 상류에서 계곡의 물을 끌어들여 만들어 놓은 봇도랑이 원두막 구역과 C 구역의 가운데를 흐르고 있다. 어린이들이 여름 물놀이를 즐길 수 있는 최고의 캠핑장으로 평가받는 이유이다.

그처럼 (다리안 캠핑장)은 2단계 층에 나누어 형성해 놓은 24개의 원두막 구역이 있고, 4개의 돔 하우스와 어린이 놀이시설인 팡팡 그라운드가 별도의 유료로 운영되고 있는데, 2026년 6월 중순의 경우 팡팡 그라운드는 시설 정비로 휴장중에 있다. 특히 주의할 점은, 원두막 시설의 경우 전기시설이 없다는 점에 유의해야만 하겠다. 하여 야영객 보다는 당일치기로 어린이와 노약자를 모시고 숲속에서 쉬었다 가는 이용객들이 주로 사용하고 있다. 전기 시설이 없어도 좋다는 캠퍼들이 원두막 안에 소형 텐트를 설치하고, 단촐하면서도 쾌적한 캠핑을 즐기기도 한다.

나머지 전역에 걸쳐 4개 구역으로 나뉘어 78개의 야영 데크가 설치되어 있다.

다리안 캠핑장 A 구역. 4MX6M의 나무 데크가 설치되어 있다. 숲 전경이 가장 뛰어나다.
다리안 캠핑장 B 구역, 유일하게 다리를 건너야 하며 가장 너른 면적을 차지하고 있다. 사전 예약 아닌 당일 선착순 현장 접수가 가능한 특별 구역이다. 4X6 크기.
다리안 캠핑장 C 구역. 사이트 사이로 봇도랑이 흐르는 어린이 동반 가족에게 최고 인기 지역으로 사전예약이 그만큼 어렵다. 4X6M 데크.
다리안 캠핑장 D 구역. 호젓하게 숲속 힐링을 맘껏 누리기에 최적의 장소이다. 유일하게 5MX7M의 넉넉한 데크가 설치되어 여유롭다.

아침 산책에서 돌아와보니 언니 태리는 일어나서 할아버지 갤럭시 탭을 가지고 무언가를 검색하고 있는데, 웬걸 동생 세리가 보이질 않는다. 눈딱지가 산책하는 틈을 이용해 껌딱지가 가출을 했다는 말이다. 비상사태다.

부리나케 나가서 주변을 샅샅이 둘러보아도 보이지를 않는데, 가만....... 어디선가 녀석 목소리가 들려온다.

옆집 텐트 뒤쪽에서 목소리가들린다. 그래서 가만히 다가가보니........ ‘이걸 다 집에 가져가기도 그렇고, 여기다 풀어놓기도 그렇고, 언니도 오늘 우리처럼 집에 가야 한다고 하니까 일단 언니가 가지고 싶은 만큼 나누어 줄게. 몇 마리나 줄까?’ ‘우리 엄마도 일찍 간다고 했으니까 아침에 놀다가 풀어주게 난 두 마리만 나누어 줘.’

커다란 물고기 통을 뚜껑을 열어서 두 손을 풍덩 담구어서는 물고기를 손에 잡으려고 한바탕 난리다. 작은 물고기가 아무리 빼곡 하다지만 그게 어디 맘처럼 그렇게 쉽게 손에 잡힐 리가 있겠는가? 난리 끝에 기어코 어떻게 물고기 두 마리를 옆집 언니의 작은 통에 넣어주고, 다시 뚜껑을 덮고 통을 들고 돌아서 나오는데 물이 가득이라 제법 무거워 보인다. 그러다가 할아버지와 딱 눈이 마주치고 말았다.

‘왜요? 할아버지. 언니한테 두 마리 나누어 주었어요. 그런데 이걸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너가 원하기에 할아버지가 잡아서 건네주었으니까 지금은 분명히 네꺼인걸. 너는 어떻게 하고 싶은데?’

‘집에 가져가고 싶어요. 엄마 아빠한테 보여주고 나서 기르고 싶어요.’

‘몇 마리도 아니고 그걸 다? 거기다 집에 가는 동안에 수온이 올라라고 산소가 부족해서 아마 다 죽게 될 거야. 물고기를 옮기려면 별도의 기구와 좀 더 커다란 물통이 필요한 거란다.’

‘그럼 어떻게 해요?’

‘시간을 가지고 생각을 좀 해 봐야지? 너 지금 잠옷바람으로 나와서 벌써 잠옷이 다 젖어버렸잖아? 옷부터 갈아입고 아침밥을 먹으면서 생각을 좀 해보자.’

그때 밖으로 쫓아나온 할머니가 끼어든다.

‘뭘 생각을 해 생각을 하긴? 윤세리. 너 정말로 물고기를 잡아서 튀김으로 만들어 먹고 싶어? 너가 정말로 먹고 싶다면 당장 할아버지가 튀김 준비를 해야지? 아침 대신으로 말이야.’

‘음! 물고기 튀김을 먹고 싶기는 하지만........ 오늘 이 물고기로는 아니예요. 다음 번에 먹을래요.’

‘그럼 다음은........ 집에 가지고 가려다가는 얼마 못가서 하나 둘 둥둥 떠서 죽을 거야. 바로 부패하기 때문에 비린내가 진동할거구. 거기다가 이건 계곡에 살던 물고기라서 집에서 기르는 물고기랑은 달라서 가져간다해도 기르기가 많이 어렵지 않겠니?’

‘그럼 어떻게 해요?’

네가 잡은 물고기들을 여기다가 모두 풀어주고 다음에 다시 오게되면 더 크게 자라있지 않을까? 그때도 여전히 튀김이 먹고 싶으면 다시 할아버지에게 또 잡아달라고 부탁하면 되지 않겠니?’

‘그럼 이 물고기들을 그냥 여기에다 모두 풀어주면 하나도 죽지 않고 살아서 더 크게 자랄까요?’

‘그럼. 자기들이 그동안 살았던 가장 좋은 장소가 아니겠니?’

‘할아버지. 다음에 우리 여기 또 올거지요? 그때도 또 물고기 잡아주실거지요?’

‘그럼. 너만 좋다면 할아버지는 언제든 그렇게 할 수 있어.’

‘그럼. 지금 여기서 모두 풀어줄래요. 약속 하신거에요?’

‘네. 우리 공주님. 약속 했어요.’

그래서 언니랑 옆집 언니랑 할머니까지 동반하고 봇도랑가로 옮겨서 물고기 방생 작전을 펼치는데....... 오호라. 통제라!!!!!!!! 커다란 통속에 가득한 그 물고기들을 제 고사리 조막손으로 한 마리씩 잡아 꺼내서 각개 방생을 하시겠단다. 살려줄테니 제발 좀 가만히 있으라고 해주고 싶은데....... 물고기들이 내 말을 알아들으려나?

그야말로, 한 마리 방생하는데 한 나절은 걸리겠다.

세리야. 도대체 우리 아침은 언제 먹니?

아침먹고 우리 장비 걷어서 철수해야 한다고?

그렇다고 어떻게든 제가 스스로 해결해 보려고 애쓰는 녀석에게 어쩌진 못하고 그저 엉거주춤 관망 반 뒷치닥꺼리 반을 반복하고만 있다.

‘할아버지. 고기가 잘 안잡혀요. 살려줄려고 하는것도 모르고요.’

‘물고기는 지금 너가 잡아서 살려주려는 것이 아니라 잡아서 튀겨 먹으려고 하는 줄 알고 죽기 살기로 살려고 몸부림치는 것이 아닐까? 네 손이 무서워서 그러는 것 일거야.’

‘그럼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네가 물속에 통을 들고 들어가서 뚜껑을 열고 한꺼번에 쏟아붓는거야. 그럼 한꺼번에 물에 빠져서 금방 어디론가 도망갈 거야. 겨우 살았다고 하면서 말이야.’

‘아하!!! 그런 방법이 있구나?’

갑자기 할아버지가 바빠졌다. 서둘러 카메라를 찾아서 전원을 켜고, 우리 작은 병아리가 대방생을 하는 역사적 추억은 한 장면을 카메라에 담아야만 한다. 카메라를 어디에 두었더라?

아뿔싸!!!! 그새를 못 참고....... 아님 할아버지가 느려 터졌거나........

벌써 물고기 통을 들고 물속으로 발을 하나 풍덩 담궈버린 우리 세리, 즉시 뚜껑을 열더니 뒤집어 엎어서 열심히 흔들어대고 있지 않은가?

찰라같은 한 순간에 물고기 방생이 모두 끝나 버렸다.

그리고는 당혹해 하는 할아버지를 보면서 뭔가 후련한 듯이 환하게 웃는 모습을 보인다.

개뿔!!!!

그 많던 물고기는 그새 다 어디로 갔단 말인가? 눈을 씻고도 찾아 볼 수가 없다.

다만 이 때를 기다렸다는 듯한 할머니 목소리......... ‘윤세리. 이제 됐지? 너 지금 완전히 물에 빠졌어. 얼른 나와서 옷부터 갈아입고 아침 먹어야지? 어서 나와.’

해맑게 웃으며 도랑에서 나오는 세리를 지켜보는 할아버지 심정은 오로지 하나......... ‘도대체 누굴 닮아서 저러지? 나중에 커서 도대체 뭐가 되려나?’

아니나 다를까?

그냥 순순히 따라가면 우리 세리가 아니다.

'할머니. 저는 어제 남겨놓은 참외가 먹고 싶어요. 밥은 없어도 되겠어요.'

나?????? 안 봐도 안다. 지금 할머니 표정과 속이 어떨지. 안봐도 생방송 파노라마다.(우리 세리. 화이팅!!!)

 

(다리안 캠핑장)에서의 이번 우리 가족 나들이는 무척이나 만족도가 썩 높은 즐겁고 행복한 여행이었다.

그것은 우리 병아리들의 표정만 보아도 충분히 잘 알수 있다.

여기 (다리안 캠핑장)과 작년 (월악산 용하야영장)이랑 어디가 더 좋았니?’

‘똑같이 좋아요. 캠핑장 텐트 앞에 바로 개울이 있어서 정말 물놀이 실컷 하기에 좋은 것은 똑같았고요. 여기는 나무로 만든 마루가 있어서 앉아서 놀 수 있고 텐트 바닥이 평평해서 잠잘 때 무척 편했어요. 하지만 계곡은 한참 돌아가야 하고 물도 없어서 처음 올 때 둘러보고는 다시 가지 않았어요. 월악산 캠핑장은 똑같이 놀기 좋은 개울이 있고요, 바로 옆의 계곡은 넓고 흐르는 물이 많아서 개울과 계곡을 수시로 왔다 갔다 하면서 실컷 물놀이를 할 수 있는 점이 무척 좋았어요. 다만 바닥이 나무 마루가 아니어서 잠잘 때 바닥이 울퉁불퉁해서 조금 불편했어요. 모두 다 똑같이 좋았고요, 어디를 다시 가도 무척 좋을 것 같아 기다려져요. 다시 가고 싶어요.’

요런 영악한 녀석들 좀 보게?

다리안이던 용하야영장이던 앞으로도 부지런히 드나들어야 할 것만 같다.

다시 물놀이 하느라 옷을 한 번씩 갈아입고 나서야 철수 준비를 해야 할 시간이 된 것 같다.

어차피 할아버지 담당이기에 할머니랑 병아리 두 마리가 집에 가기전에 계곡에 가서 물놀이 한 번 더하고 왔으면 좋겠건만, 껌딱지 세리는 이번에도 떨어질 생각이 없나보다.

폴대도 접어 보려하고, 테이블 마다 구조와 형태가 다른데도 무조건 제가 해겠다고 우긴다. 할아버진 지금 바쁜데 이러면 시간이 더 걸려? 호기심 충족일랑 다음에 하면 안되겠니?

‘세리야 할아버지 좀 도와줄래? 저기 화장실 앞에 가면 짐을 실어서 옮기는 캐리어 있지? 처음 와서 사용한 것, 가서 그것 좀 하나 끌어다 줄래? 할아버지가 얼른 짐 정리를 해 놓을테니 캐리어 가져와서 같이 싣고 옮겨주지 않겠니?’

‘알았어요. 할아버지. 제가 가서 끌고 올께요.’

대답을 마친 우리 세리는 벌서 저만치 달려 가고 있다. 제가 도와줄 일이 있는 것이 저렇게 신나는 일일까? 무한 에너자이저는 달 탐사 로켓이 출발하듯이 벌써 시야에서 완전히 사라져 버리고 말았다. 그리고 잠시 지나서 어른도 다루기가 녹녹치 않은 철제 캐리어를 하나 몰고 나타났다.

‘세리야. 우리가 짐이 많아서 캐리어 하나로는 안될 것 같애. 하나만 더 가져다 줄 수 있겠니?’

‘그래요? 할아버지. 얼른 하나 더 가져올께요.’

이번에도 씽!!!!!

잠시 뒤에 땀에 흠벅 젖은 얼굴로 그새 또 캐리어 하나를 더 끌고 왔다.

우리 짐과 장비를 캐리어에 나눠 실어보니, 캐리어 두 대를 꽉 채우고 만다.

녀석이 하나를 끌고 가겠다고 죽어라 밀어보는데. 전혀 움직일 낌새조차 보이지 않는다. 짐이 가득 실린 캐리어는 할머니도 맘대로 어쩌지 못할 정도로 무겁고 운전 조정이 잘되지 않았다.

아무래도 할아버지가 두 번을 왔다갔다 해야만 하겠다. 그렇게 겨우 출발을 하긴 했는데, 신통한 우리 껌닥지 세리가 옆에서 땀을 흘려가며 언덕 올라가는데 힘을 보탠다. 이렇게 깜찍하고 귀여울데가 있을까? 출발하면 첫 편의점에서 아이스크림부터 사주어야 겠다.

할아버지가 혼자 다녀올테니 쉬면서 짐을 지키라고 해 놓고 다시 두 번째 캐리어를 끌러 다녀오는데, 다녀와서 보니 우리 세리가 떡하니 돌담장 위에 걸터앉아 우리 짐을 지키고 있는데, 그런 모습조차도 그렇게 깜찍하고 예쁠 수가 없다.

딱 보니 영락없는 (숲 속의 요정)이 아닌가!

‘세리야. 넌 (잠들면 천사)니? 아니면 (숲속의 요물)이니? 할아버진 항상 그게 궁금해?’

이렇게 이번 우리의 가족 캠핑이 끝이 났다.

다른 때라면 이제 부지런히 병아리들 집이 있는 이천까지 달려가서 인수인계를 해야 하는데, 오늘은 그냥 충주로 간다. 아들 부부가 병아리들 데리러 직접 우리 집으로 오겠단다.

우리 집으로 온 엄마 아빠에게 병아리들을 인계하는데 아들이 한가지 소식을 알려온다.

‘엄마. 저희들 연차 휴가도 쌓인게 많고 해서 다음달에 한 번 나갔다 올까해요.’

여기서 나간다는 말은 비행기를 탄다는 말인데, 이렇게 미리 알려주는 것을 보니 혹시 ‘둘이 다녀올 계획이 있어서 병아리들 좀 부탁드려요’라고 하려는 것일까 하는 우려가 슬쩍 눈앞을 스쳐 지나갔다.

‘가까운 동남아 중에서 골라서 태리 세리 물놀이나 실컷 하게 해주다 오려고 해요’라는 것이 아닌가?

그렇다면 지들 가족 넷이 함께 가겠다는 말이네? 흐흐흐흐. 오브 코스. 그건 얼마든지 너희 맘대로 알아서 할 일이 아니겠니?

‘그럼. 기회될 때 죽어라 자주 다녀야지. 차근차근 계획 알차게 세워서 잘 다녀오렴. 아무 걱정말고.’

병아리들을 돌려 보내고 사무실 창고가 아닌 아파트 다용도실로 갈 장비와 집을 챙겨서 집으로 하나 둘 나르는 중에 계속 머릿속을 맴도는 생각이 있었다.

‘다음달에 병아리들이 동남아를 간다고? 그럼 그때 우린 뭘하지?’

‘우리가 병아리를 챙겨서 여행을 떠나면 너희가 휴가였는데, 너희가 병아리를 챙겨서 떠난다고? 그럼 우리 휴가는? 우린 그런 병아리 휴가가 있으면 안 되는 거니?’

‘한 동안 병아리가 우리 곁에 사정거리 내에 없다?’

‘그럼 우리도 챤스 쓰면 안되나?’

'아니면, 세리 하나는 두고 가.'

--- (다리안 캠핑장) 여행기를 마칩니다. 곧 다른 이야기로 돌아오겠습니다. 감사합니다. 피안재.